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주영, 유럽 성공 신화를 쓰기 시작하다

 

불과 몇년 전 까지, 박주영은 유럽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외부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몸싸움이 약했기 때문이죠.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 대표팀 감독이 박주영의 몸싸움 부족을 겨냥해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는 독설을 날리면서 이것이 박주영의 거품 논쟁으로 확대 됐습니다. "박주영은 골을 잘 넣지만 아시아에서 통할 뿐 유럽에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며 박주영의 성장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팬들의 주장이 제법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는 박주영에 대한 거품 논쟁이 정점에 달했습니다. 박주영은 스위스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거구의 수비수들을 제압할 수 있는 임펙트가 부족했고 공격 기회 조차 따내지 못해 후반 21분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박주영은 2년 뒤 베이징 올림픽 이탈리아전에서도 상대 수비의 압박에 막히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떨칠 수 있는 기회 조차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박주영은 유럽에 약하다"는 생각을 가진 팬들의 주장이 맞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축구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된 것이 바로 AS 모나코 이적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프랑스리그에 진출하여 유럽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국내에서 거듭된 부상과 슬럼프로 고전하면서 '과연 박주영은 프랑스리그에서 성공할까?'라고 의구심을 보냈던 팬들도 적지 않았지만 다른 시선을 보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시 FC서울의 사령탑이었던 세놀 귀네슈 감독(현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이 2008년 7월 구단 정례 인터뷰에서 "박주영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박주영에게 도전을 권했습니다.

당시 박주영의 프랑스 진출은 얼핏보면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성공했던 한국인 선수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죠. 서정원과 이상윤, 안정환이 프랑스 무대를 밟았으나 감독과의 불화 및 현지 적응 실패로 고국으로 돌아오거나 다른 유럽 리그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더욱이 프랑스리그는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 어려운 리그로 꼽힐 만큼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습니다. 거친 수비를 비롯해 탄탄한 체격과 빠른 스피드, 강력한 대인방어를 자랑하는 수비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죠. 국내에서 몸싸움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주영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박주영은 모나코 공격에 없어선 안 될 옵션으로 활약 중입니다. 4-2-3-1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모나코는 박주영을 원톱에 두고 네네-알론소가 후방에서 골문을 두드리는 시스템으로 프랑스리그에서 재미를 보는 중입니다. 지난 시즌 리그 11위였던 팀 성적이 올 시즌에는 6위로 뛰어 올랐는데 4위 마르세유와 승점이 같은데다(36점) 2위 몽펠리에(39점)와의 승점 차이가 3점에 불과합니다. 오름세가 꾸준할 경우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것입니다. 여기에 25일 FA컵 32강전에서는 프랑스리그 최고 명문 리옹을 2-1로 꺾고 16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리옹과의 FA컵 32강전은 박주영이 유럽에서 얼마만큼 부쩍 성장했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던 한 판 이었습니다. 박주영은 후반 32분 모데스토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정확한 위치선점에 이은 헤딩슛으로 역전골을 넣었고 팀은 2-1의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헤딩골은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골키퍼인 휴고 로리를 상대로 넣은 것이었기에 값어치가 컸습니다. 골문으로 달려들어 모데스토의 크로스를 받아내려는 움직임은 워낙 민첩했기에 리옹 수비수 어느 누구도 박주영의 방향을 빠르게 예측하지 못해 골을 내줬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주영은 한달 전 리옹과의 경기에서도 멋진 골을 작렬했습니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35분 팀의 프리킥 과정에서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을 성공시켜 팀의 동점을 이끌었습니다.  당시 경기에서는 골만 빛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리옹 수비진의 견제를 받고 있음에도 동료 공격 옵션들에게 정교한 패스를 연결을 활기차게 시도하며 상대 수비진 초토화를 꾀했습니다. 후반 막판에는 상대 수비수 2명을 따돌리는 기교를 발휘하며 역전승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시 팀은 1-1로 경기를 마쳤지만 한달 뒤, 박주영이 리옹을 상대로 직접 역전골을 넣으며 모나코의 승승장구를 견인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박주영이 올 시즌 터뜨린 7골이 제법 영양가가 컸다는 점입니다. 7골 중에 4골이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결승골이라는 점은 '박주영이 모나코 공격에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박주영은 파리 생제르망전, 마르세유전, 스타드 렌 전, 그리고 리옹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해결사로 거듭났습니다. 박주영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10경기(7골 3도움)에서는 모나코가 8승2무의 높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박주영의 프랑스리그 성공은 불과 2년 전까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행보였습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박주영은 몸싸움이 약하다는 편견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박주영은 슬럼프로 마음고생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유럽형 공격수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박주영의 몸싸움과 제공권 장악능력은 프랑스리그에서 충분히 통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체격과 터프한 수비를 즐기는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즐기는 타입으로 변신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상체를 발달시킨 효과 속에 몸싸움이 이제는 강점으로 변했습니다. 높은 서전트 점프를 활용한 공중볼 장악능력은 190cm대의 장신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래서 모나코 공격은 후방에서 박주영의 머리를 향해 롱볼을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모나코의 팀원들이 박주영의 공중볼 처리를 강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박주영이 상대 수비 공간을 벌리며 수비 균열을 유도하는 타겟맨으로서의 역량은 왼쪽 미드필더인 네네가 12골로 프랑스리그 득점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이 됐습니다. 박주영은 불과 2년 전 국내에서 뛰던 시절 까지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쉐도우 스타일을 지닌 선수로 평가 받았으나 모나코에서는 타겟맨으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박주영이 만능형 공격수로 진화하고 유럽 어느 팀이라도 자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됐습니다. 특히 박주영이 타겟맨으로 성공했다는 점은, 몸싸움에 대한 약점을 완전히 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주영에게 있어 앞으로 남은 시즌은 중요할 것입니다. 모나코의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위 몽펠리에와의 승점 차이가 3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 경기 한 장면이라도 소홀히하지 않고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합니다. 박주영의 공격력이 빛을 발해야 모나코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여 2003/04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영광을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성장을 거듭했던 박주영의 기세라면 낙관적인 미래가 기다려질 뿐입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 유럽에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외부의 쓴소리를 들었던 박주영이 이제는 차범근-박지성에 이은 유럽 성공 신화를 쓰는 한국인 축구 선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런 박주영이 앞으로 많은 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치며 모나코의 영광을 재현하고 빅 클럽 혹은 빅 리그 진출의 꿈을 이룰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