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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2개 슈팅-1골, 한국 공격력 문제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가상의 그리스' 라트비아를 물리치고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 평가전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한국은 22일 오후 11시 10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 에스타디오 시우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습니다. 후반 10분 염기훈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받은 이동국이 오른쪽으로 공을 흘린 것을 김재성이 문전으로 달려들며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1-0 승리 속에서도 경기 내용은 개운치 못했습니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과 상대 팀보다 거의 2배 많은 패스 시도, 수많은 슈팅을 날렸음에도 1골에 그쳤습니다. 90분 동안 우세한 경기 흐름을 나타냈음에도 주도권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전형적인 문제점이 제대로 드러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라트비아전, 효율성 부족 아쉬웠다

한국의 평가전 상대인 라트비아는 수비가 강점인 팀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2조 그리스와의 2경기에서 7골 내줬지만 나머지 8경기에서는 8골 허용했습니다. 이것은 라트비아의 무기가 수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한국전에서는 밀집수비를 적극 구사했는데 특히 문전 앞에서 공을 잡는 한국 선수에게 최소 2명의 선수가 달라붙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4명의 수비수가 문전을 기반으로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포백과 거리를 좁히고, 나머지 선수들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임하면서 한국 공격진을 괴롭혔죠.

이러한 라트비아의 전술은 수비를 두껍게 세우면서 빠른 역습을 펼치는 그리스와 비슷한 색깔을 나타냅니다. 특히 수비에서 만큼은 그리스를 빼닮았습니다. 많은 숫자의 인원이 수비에 가담하면서 커팅에 주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트비아는 강한 상대가 아닙니다. 두꺼운 수비는 인상적이나 경기 초반부터 중원 장악에서 밀렸고 역습의 세기가 느린데다 전방 공격수의 높이를 앞세운 롱볼에 의존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던 장면이 거의 전무했음을 떠올리면, 한국이 그리스전 승리를 위한 스파링 파트너로 삼기에는 다소 약한 상대였습니다.

문제는 라트비아를 상대로 단 1골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라트비아와의 슈팅 숫자에서 22-8(유효 슈팅 8-1), 코너킥 9-4, 프리킥 23-11, 볼 점유율 66-34(%), 패스 시도 442-259(패스 성공 341-174), 패스 성공률 77-67(%, 나머지 단위는 개)의 우세한 경기 흐름과 수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으나 상대 골망을 출렁인 장면은 단 한 번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쳤기 때문에 공격 작업에서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겠지만, 수많은 공격 기회 속에서 1골에 그친것은 밀집수비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전반전은 공격의 효율성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볼 점유율 및 중원 장악에서 우세를 나타내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기 때문이죠. 활발한 공격을 펼쳤음에도 골이 이른 시간에 터지지 않으면서 전반 30분 이후를 기점으로 공격 템포가 무뎌졌고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그동안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 끊임없이 노출되었는데, 상대 수비 조직을 벗겨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단 한번의 공격이라도 골로 연결지을 수 있는 효율성과 임펙트, 경기 흐름과 상대 수비 동작을 빠르게 캐치하는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동국의 머리를 노리기 위해 측면에서 무수히 많은 크로스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크로스의 대부분은 부정확하게 향하거나 타이밍도 한 박자 느렸습니다. 그럴 수록 빠른 판단력을 앞세운 크로스로 상대 수비의 허를 찔러야 했으나 문제는 비효율적인 크로스를 끊임없이 양산했습니다. 더욱이 크로스는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라트비아의 수비가 촘촘하게 자리잡은 상황에서는 크로스보다는 2대1 패스나 빠른 타이밍의 대각선 패스, 과감한 문전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를 벗겨내면서 골 넣는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전반전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한국이 후반 10분 염기훈의 크로스로 김재성의 골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전반전에 나타난 약점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염기훈은 공을 끌면서 크로스를 띄우기보다는 마크맨의 수비 대처가 한 박자 느린점을 간파하여 즉시 크로스를 띄워 문전에 공을 정확하게 배달했습니다. 염기훈은 그 이후에도 정확한 크로스로 팀 공격의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이는 전반전에 나타난 크로스 위주의 공격력이 얼마만큼 문제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였습니다. 문전에서 염기훈의 크로스를 정확히 받은 이후에 좁은 공간에서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하면서 절호의 골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 부족했습니다. 연계 플레이보다 슈팅 날리기에 급급하면서 시간을 버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비교적 먼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해 정확성을 떨어뜨린데다 상대 수비를 벗기지 않은 상황에서 슈팅을 날리는 장면이 잦았죠. 라트비아의 공격이 약한데다 한국이 1-0으로 리드했으나 김재성의 골 이후 공격이 풀어진 것은 월드컵 16강을 대비하는데 있어 다소 씁쓸합니다. 김재성이 골을 넣었더라도 밀집수비 완전 공략을 위해 효율적인 공격 과정에 의한 추가골을 넣어야 했습니다.

문전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전개했던 이동국과 노병준의 경기력도 아쉬웠습니다. 염기훈이 강력한 킥력과 현란한 기교로 한국 대표팀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린 것과 달리, 두 명의 공격수는 매끄럽지 못한 연계 플레이와 움직임을 일관했습니다. 이동국과 노병준은 상대의 밀집 수비 속에서 공격을 지켜낼 수 있는 볼 키핑이 불안했고,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민첩함도 부족했고, 전반적인 움직임이 부지런하지 못했습니다.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서도 정확성이 떨어졌고 때로는 움직임 부족으로 고립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한국 대표팀 공격이 왼쪽으로 쏠리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크로스 문제와 맞물려 한국의 스리톱 공격이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스리톱은 중앙 공격수가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연계 플레이에 주력하고, 측면 옵션들이 빠른 판단에 의한 크로스로 중앙 공격수의 골을 도와주면서 과감한 문전 침투로 직접 골 사냥에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노병준이 밀집 수비에 막히면서 대표팀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많은 골 기회와 공격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골 밖에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라트비아가 강한 상대가 아니었음을 떠올려 볼 때 22개의 슈팅중에 1골에 그친 공격력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주도권 속에서 골 횟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경기가 적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선수들의 공격력이 좀 더 노련하면서, 공격 과정에서 부분 전술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박지성-박주영-이근호-이청용 같은 유럽파 공격옵션 4인방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의 공격이 평소보다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표팀은 4명에 의존하는 공격 시스템이 두드러진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 약점을 극복하려면 국내파들이 서로 합심하여 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려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라트비아전에서의 비효율적인 공격력으로 대표팀에 공격 개선 강화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말았습니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 선수권대회에서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