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는 자신의 포지션 역할과 관계없이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 선수를 가리켜 '프리롤(Free-Role)'이라 부른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른쪽 윙어라는 포지션과 관계없이 프리롤의 역할을 수행하며 리그 31골을 기록한 것 처럼 프리롤은 팀 공격의 핵심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K리그 1위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2004년 부임 이후 줄곧 프리롤 형태의 공격을 고수했다. 2004년 김대의를 3-4-1-2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프리롤 공격의 재미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두었고 2005년 안효연, 2006~2007년 이관우를 거쳐 올해는 서동현을 4-4-2의 오른쪽 윙어로 놓으며 프리롤 공격의 효과를 봤다.

그리고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1년 임대로 이천수를 영입해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위한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여름까지 K리그를 대표했던 이천수의 가세는 2위 성남과의 불꽃튀는 선두 다툼에 엄청난 기름을 부은 격이어서 향후 이천수가 전력에 가세하는 수원의 모습이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울산에서 프리롤 공격을 전담했던 이천수의 역할이 수원으로 옮겨질 공산이 크다. 이천수가 2005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울산으로 복귀한 뒤 3-4-1-2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프리롤을 수행했던 경험 역시 참고해야 할 부분.

188cm의 장신이자 최전방 공격수인 서동현이 수원의 오른쪽 측면에서 프리롤을 맡는 것은 역설적으로 윙어들의 활약이 기대 이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수원은 오른쪽 측면에 서동현을 고정했지만 왼쪽에 '김대의-루이스(현 전북)-이관우-남궁웅' 등을 로테이션으로 활용했음에도 뚜렷한 적임자가 없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34세인 김대의의 나이와 이현진-배기종의 기나긴 슬럼프가 수원 측면에 부담거리로 굳어진 것.

최근에는 서동현의 프리롤 공격에 대한 일부 수원팬들의 불만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서동현은 7월에 접어들자 오른쪽보다 중앙에 치우치는 공격으로 측면 돌파보다 골에 대한 욕심을 냈지만 자신의 슈팅이 번번이 골대 바깥을 스치면서 팀의 7월 부진(1승3패) 장본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동현의 이 같은 욕심이 올림픽대표팀 제외로 이어진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 할 정도.

더구나 서동현이 병역 미필이란 점에서 이천수가 프리롤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충분해졌다. 프리롤 상태에서 더욱더 자신의 가치를 발산하는 스타일을 지닌데다 날카로운 킥력과 크로스, 경기 조율 능력까지 고루 갖춘 이천수의 합류는 수원의 전술적 비중을 높이 살 수 있다.

물론 '좌 천수 우 동현' 라인이 측면에 활용될 수도 있다. 이천수가 지난 시즌 페예노르트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그의 왼쪽 측면 기용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측면 뒷 공간을 보조할 양상민과 송종국의 수비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겠지만 두 명의 프리롤 공격을 앞세워 파상적인 공세를 펼치는 장점이 있어 '골 넣는 공격축구'를 선호하는 차범근 감독이 채택할 여지가 분명 있다.

'이천수 프리롤'의 성공 여부는 이천수 본인에 달려 있다. 이천수는 지난 시즌 12경기 출전(선발 4회)에 그친데다 최근 발목 수술 재활까지 받고 있어 9~10월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천수는 수원의 K리그 우승을 위해 데려온 선수라는 점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그의 활용도와 가치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포스트 시즌을 겨냥한 비밀병기라는 것.

지난 두 시즌 동안 K리그 우승의 문턱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던 수원. 올해는 그동안 갈망했던 우승의 한을 '이천수 프리롤'의 효과로 풀으며 K리그 명문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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