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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4위 진입' 맨시티, EPL 우승 가능하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실현 가능하다. 우리가 항상 경기에 집중하면 가능하고 좋은 선수들이 있다. 패스 게임에 적응하면 최소한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도 가능하다"

로베르토 만치니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은 지난달 29일 울버햄튼전 3-0 승리를 이끈 뒤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를 통해 맨시티의 우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휴즈 체제에서 성적 부진으로 허우적거렸던 맨시티가 올 시즌 빅4 진입과 함께 내친김에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죠. 하지만 휴즈 체제에서의 답답한 행보 때문인지, 축구팬들은 만치니 감독의 발언을 그저 단순한 목표로 여겼습니다. 리그 우승은 그저 꿈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맨시티 성적은 리그 4위에 올라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리그 10경기에서 1승8무1패로 부진했던 팀이 이제는 리그 4연승에 힘입어 토트넘을 제치고 리그에서 4번째로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12일 블랙번과의 홈 경기에서 카를로스 테베즈의 해트트릭과 벤자니 음와루와리의 3도움의 활약에 힘입어 4-1의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슈팅 14-11(유효 슈팅 6-3), 점유율 59-41(%), 패스 시도 423-246(패스 성공 341-189)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승리했습니다.

맨시티는 한때 리그 8위로 추락했으나 블랙번을 꺾고 4위에 오르면서 이제는 선두 첼시를 승점 7점 차이로 추격하면서 우승에 본격적인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첼시는 지난 주말 헐 시티전 취소로 한 경기를 덜 치렀으나, 맨시티가 첼시를 승점 한 자릿수로 추격중인 것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것은 맨시티에게 리그 우승의 기회가 열렸음을 말합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맨시티와 선두권에서 경쟁하게 될 첼시-맨유-아스날의 최근 행보가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첼시는 미하엘 발라크의 기동력 저하로 다이아몬드 체제의 공격력이 저하된 것을 비롯 니콜라 아넬카의 부상, 드록바-칼루-에시엔-미켈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전력적인 공백이 큽니다. 맨유는 베르바토프-비디치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및 공수 밸런스 약화로 오름세에 힘을 잃었습니다.아스날은 로빈 판 페르시 부상 이후 공격 파괴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고 송 빌롱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중원 수비가 흔들리는 문제점이 노출했습니다.

반면에 맨시티는 리그 4연승의 오름세를 달리면서 첼시-맨유-아스날을 거세게 추격할 수 있는 입장에 섰습니다. 줄리온 레스콧의 장기 부상과 콜로 투레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수비력 약화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예상 되었으나 그저 기우에 그쳤습니다. 맨시티는 블랙번전에서 콤파니-리차즈로 짜인 센터백을 구성하여 레스콧-투레의 공백을 메웠고 끈끈한 대인마크와 안정적인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며 팀의 4-1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특히 리차즈는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가치를 뽐냈습니다.

맨시티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불안한 수비 조직력 이었습니다.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여러명의 선수들을 영입하고 스쿼드에 올리면서 특히 수비쪽에서 조직력 붕괴로 결정적인 실점 기회를 헌납하는 무기력한 장면들을 여럿 속출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레스콧이 집중력 결여로 잔실수를 거듭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레스콧이 부상으로 빠지고 빈센트 콤파니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부터 맨시티의 수비 불안이 해소됐습니다. 콤파니는 강력한 대인마크로 상대 공격수를 철저하게 마크하여 팀의 수비력에 힘을 실었습니다. 투레와의 호흡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블랙번전에서는 리차즈와 함께 호흡하여 프랑코 디 산토를 봉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리차즈의 포지션 전환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본래는 오른쪽 풀백이었으나 투레의 차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센터백으로 이동하면서 콤파니와 철벽 호흡을 과시했고 오른쪽 측면까지 커버하는 팔방미인의 수비력을 과시했습니다.

블랙번전 승리의 또 다른 원인은 하비에르 가리도를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시킨 것입니다. 만치니 감독은 웨인 브릿지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비뉴-사발레타를 기용했으나 흡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울버햄튼전에서 멋진 프리킥골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가리도를 시험했습니다. 그 결과는 성공적 이었습니다. 가리도는 블랙번 옆구리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오버래핑을 쉴세없이 시도하고 팀의 빌드업 과정에서 적극적인 기여를 하며 크레이그 벨라미의 공격을 지원했습니다. 수비도 재빠르게 가담하면서 동료 선수들과 밸런스를 맞추는 모습이 매끄러웠습니다.

맨시티의 4위 진입에 있어 가장 결정적 공헌을 한 선수는 바로 테베즈입니다. 테베즈는 올 시즌 리그 18경기에서 12골을 넣었는데 특히 최근 리그 8경기에서 10골을 넣는 오름세를 달렸습니다.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의 조력자 역할을 했던 시즌 초반에 2골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팀 내에서의 가치와 위상이 부쩍 커졌습니다. 맨유 임대 시절이었던 지난 시즌 리그 29경기에서 5골에 그쳐 완전이적에 실패했던 시련을 떠올려 볼 때, 테베즈의 무서운 변신이 맨시티가 성적 향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됐습니다.

테베즈의 물 오른 골 감각은 맨시티의 전력적 고민을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맨시티는 고질적으로 중앙 공격에 문제점이 있는 팀이었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 벤자니-조-바셀-카이세도 같은 중앙 공격수들이 대거 부진에 빠졌고 벨라미도 중앙 공격수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2500만 파운드(약 500억원)의 거액을 쓰며 영입한 아데바요르는 지난해 9월 12일 아스날전 이후 극심한 골 부진에 빠지면서 팀에 이렇다할 공헌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베즈의 폭발적인 골 폭풍은 맨시티의 전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 테베즈는 휴즈 체제 시절에 아데바요르의 골을 도와주는 조역이었습니다. 아데바요르라는 190cm 거구의 타겟 역량을 도와주려면 173cm의 테베즈가 제격 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휴즈 전 감독이 구상했던 아데바요르 중심의 공격 체제는 획일화 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상대 수비에 읽혔고 이것은 리그 7연속 무승부의 결정적 원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테베즈는 만치니 감독 부임 이후 타겟맨을 맡으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흔드는 센스넘치는 움직임과 안정적인 볼 키핑으로 팀의 공격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맨시티는 테베즈의 움직임을 축으로 쉐도우와 미드필더들이 활발한 문전 침투 속에 협공을 펼쳐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그려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테베즈가 다득점에 성공하면서 '테베즈 시프트'가 완성 됐습니다. 특히 블랙번전에서는 음와루와리가 테베즈의 2골을 도왔고 벨라미-페트로프로 짜인 좌우 윙어의 기동력까지 뒷받침했습니다.

블랙번전에서는 만치니 감독 부임 초기에 구사했던 다이아몬드를 버리고 플랫 4-4-2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내림세에 빠진 스티븐 아일랜드를 빼면서 배리-데 용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완성 됐죠. 올 시즌 꾸준한 맹활약을 펼친 두 명의 미드필더는 빼어난 완급 조절과 정확한 패싱력으로 팀 공격을 지휘 했습니다. 상대 선수들이 자기 진영에 많이 포진하면 지공을 펼치고 상대 진영에 숫자가 많지 않으면 벨라미-음와루와리-페트로프를 향해 재빠른 패스를 연결하며 경기 흐름을 맨시티쪽으로 유도했습니다. 이러한 미드필더들의 깔끔한 경기 운영은 테베즈쪽으로 여러차례 절호의 골 기회가 향할 수 있는 토대가 됐습니다.

맨시티가 블랙번전 처럼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경기력과 테베즈의 골 감각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꾸준히 승점 3점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리그에서 앞으로 에버튼-포츠머스-헐 시티-볼튼-스토크 시티 같은 약팀들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어 연승 행진이 계속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맨시티의 오름세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첼시-맨유-아스날이 최근의 비틀거리는 행보를 종결짓지 못한다면 맨시티의 리그 선두 진입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연승행진 속에서도 자만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 것입니다. 만치니 감독은 블랙번전 종료 후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모든 선수들이 90분 동안 집중했으나 1골 내준것에 화가났다. 우리는 자만했다. 경기 내내 집중하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며 블랙번전 4-1 대승에 들뜨지 않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경기 한 장면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만치니 감독의 의도이기 때문이죠.

휴즈 체제에서 리그 우승이 꿈일 것 같았던 맨시티는 만치니 감독 부임 이후 리그에서 무서운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제는 리그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테베즈의 골 폭풍도 있었지만, 휴즈 전 감독을 경질하고 만치니 감독을 영입한 맨시티의 선택은 옳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