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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마드리드, 루니-비디치 영입 의도는?

 

유럽 축구 1월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슈퍼스타인 웨인 루니와 네마냐 비디치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1월 이적시장이 대형 선수의 이적이 활발하지 않은 시기이고 두 선수가 맨유 공격과 수비의 버팀목임을 상기하면 이번 이적시장에서 레알로 떠날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1월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영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던 터라 스쿼드 유지를 위해 두 선수의 이적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루니는 맨유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로 유명하고 비디치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3연패 주역으로서 공헌한 가치가 크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 이적시장에서 떠날일은 없습니다. 최근 비디치가 퍼거슨 감독과 불화설에 시달리는 것이 변수지만 맨유가 주력 선수를 1월 이적시장에서 내쳤던 일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루니-비디치의 이적설에 연루된 레알의 행보는 미심쩍게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레알은 현지 언론을 통해 이적설을 흘리며 대형 선수 영입을 추진합니다. 루니-비디치 이적설도 이 같은 공식이 적용 됐습니다. 친 레알 성향으로 알려진 <마르카>가 최근 두 선수의 레알 이적설을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레알이 최근 7년 동안 베컴-판 니스텔로이-에인세-호날두 같은 맨유의 주축 선수들을 영입했던 전례를 상기하면 루니-비디치가 언젠가 레알맨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맨유는 '호날두의 맨유 시절처럼' 두 선수의 레알 이적설을 극구 부정하겠지만요.

레알의 루니-비디치 영입 관심, 갈락티코 정책의 일환

얼핏보면 레알이 루니-비디치에 영입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전력 강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루니-비디치는 유럽의 빅 클럽들이 탐내기 쉬운 특급 공격수이자 수비수이기 때문입니다.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대형 선수들을 대거 끌어들였던 레알이라면 두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지난해 6관왕을 달성했던 라이벌 FC 바르셀로나를 견제하려면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려야 하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리며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레알의 정책입니다.

하지만 레알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거액의 돈을 쓰며 전력 보강에 나섰습니다. 지난 시즌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 카카-호날두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들을 동시에 영입한 것을 비롯 벤제마-알비올-아르벨로아-알론소 같은 특급 스타들을 영입하는데 2억 4650만 유로(약 4335억원)의 거금을 쏟았습니다. 프리메라리가에서 선두 바르셀로나를 추격하는 입장이지만 공수 양면에 걸쳐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좋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호날두의 부상 복귀로 한때 주춤했던 행보를 오름세로 바꾸었습니다.

적어도 루니-비디치의 포지션인 공격수와 수비수 쪽에서는 포지션을 보강할 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레알은 이과인이 물 오른 득점포를 앞세워 특급 골잡이로 거듭났고 벤제마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팀의 상징인 라울을 벤치로 밀어냈습니다. 라울은 벤치를 지키는 횟수가 많아졌으나 적절한 시점에서 노장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베테랑입니다. 수비쪽에서는 페페의 장기 부상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으나 가라이가 그 빈자리를 묵묵히 메웠습니다. 루니-비디치가 레알 스쿼드에 존재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레알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자 구단', '선수 싹쓸이 구단'이라는 이미지로 주목받은 팀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구촌 축구계에서 특출난 스타급 선수들을 막대한 이적료로 풀어 영입했기 때문이죠. 전력 보강의 의미도 있으나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겸비한 대형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그 정책은 '갈락티코(은하수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용어로 쓰이게 됐습니다.

레알은 지난 갈락티코 1기에서 피구-지단-호나우두-베컴-오언-호비뉴 같은 상품 가치가 뛰어난 대형 선수들을 영입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들을 영입하면서 구단 수익은 1억 유로(약 1770억원)에서 3억 유로(약 5290억원)로 불었고 갈락티코 1기의 다수가 존재하지 않았던 2007/08시즌에는 3억 6580만 유로(약 6376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세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팀의 막대한 부채를 갚을 수 있었으며 특히 수익의 45%가 바로 마케팅 이었습니다.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대형 선수의 상품성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의 갈락티코 2기에서도 여전합니다. 카카-호날두를 비롯해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으며 마케팅과 중계권을 통한 수익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카카-호날두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축구천재들이기 때문에 레알 입장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선수 마케팅은 단기적인 효과가 강한 만큼 오랫동안 꾸준한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갈릭티코 1기가 성공했던 것은 베컴으로 인한 효과가 컸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베컴이 없는 갈락티코 2기는 호날두의 마케팅 가치를 높여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루니-비디치의 영입입니다. 루니는 호날두 못지 않은 상품성을 지녔으며 비디치와 더불어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많은 이름을 알렸습니다. 두 선수의 소속팀인 맨유는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많은 축구팬들을 끌어 모았고 서포터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인들 입니다. 참고로, 아시아 축구 시장은 유럽 축구계가 거액의 마케팅 수익을 올리기 위한 황금 시장으로 주목하는 곳이죠. 레알은 2005년 아시아 투어를 통해 2500만 달러(약 27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아시아를 공략하는 마케팅으로 많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것을 지속시키려면 아시아 팬들을 어필할 새로운 존재가 필요하며 맨유의 슈퍼스타인 루니-비디치에 관심을 두게 된 것입니다.

특히 루니의 상품 가치는 매우 큽니다. 2002년 에버튼 시절부터 축구 신동으로 이름을 떨쳤기 때문이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지 않는 공격 옵션 중에서 상품성이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엄청난 네임벨류를 지녔습니다. 물론 파브레가스-토레스도 루니와 대등한 상품성이 있으나 두 선수의 친정팀이 레알의 라이벌 팀이라는 점을 상기하면(각각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로서는 두 선수를 무리하게 영입하는 것 보다는 루니에게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비디치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인 만큼 레알로서 영입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레알의 갈락티코 정책은 축구의 상업성을 경계하는 축구팬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축구팀은 엄연한 수익집단이며 레알은 축구팀을 운영하는 회사로서 선수의 역량과 가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갈락티코 1기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렸던 레알이 루니-비디치 영입으로 갈락티코 2기의 화룡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