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투소' 조원희(27)가 1년 만에 다시 수원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조원희는 지난해 3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에서 입단 테스트 끝에 이적에 성공했으나 종아리 부상 및 주전 경쟁 탈락의 이유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위해 꾸준한 경기 출전이 불가피했고 친정팀 수원에서 1년 동안 무상 임대 자격으로 뛰게 됐습니다.
조원희의 수원 임대는 씁쓸한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그 결과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조원희의 수원 임대는 선수 본인의 경기 감각 회복과 기량 향상의 키울 수 잇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조원희의 K리그 유턴은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꿈꾸는 허정무호와 올 시즌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는 수원 삼성 전력에 플러스 효과를 안겨줄 것입니다.
우선, 조원희의 복귀는 허정무호에 반가운 소식입니다. 조원희는 위건에서의 벤치 신세로 경기 감각이 떨어져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전 부진으로 전반 34분 0-1로 뒤진 상황에서 질책성 교체 당했습니다. 하지만 조원희가 수원에서 경기 감각을 키우고 예전의 실력과 투철한 승부근성을 되찾으면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호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원희가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임을 상기하면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공헌할 수 있는 존재로 부각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원희 효과'를 제대로 누릴 팀은 바로 수원입니다. 수원이 조원희를 1년 임대로 데려왔고 차범근 감독이 적극적인 복귀 요청을 했던 것은 올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수원은 조원희 효과로 2007년 정규리그 초반에 부진했던 성적을 후반기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고 이듬해 더블 우승(정규리그, 하우젠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원희가 지난해 초 위건으로 이적하면서 수원의 중원은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시즌 정규리그 10위,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으로 K리그 명문의 이미지를 잔뜩 구기고 말았습니다.
사실, 조원희가 위건에 진출할 수 있었고 홀딩맨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원과 차범근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조원희는 2007 시즌 중반까지 양상민-송종국과의 풀백 경쟁에서 밀렸던 벤치워머이자 일본 J리그 진출을 고려했으나 시즌 중반 김남일(톰 톰스크)이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로 빠지면서 마침내 출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풀백에서 홀딩맨으로 변신하는 모험은 결국 성공적으로 끝났고 수원은 조원희의 중원 장악에 힘입어 정규리그에서 오름세를 거듭했고 한때 성남을 제치고 1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그런 조원희가 위건에서 친정팀 수원에 복귀한 이유는 재기를 향한 새출발을 하는데 있어 최상의 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수원이라면 적응 문제가 없고 2008시즌까지 팀의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차범근 감독은 2년 전 주전 경쟁 탈락으로 방황하던 자신의 성공을 도와주었던 지도자입니다. 위건에서 꾸준한 경기 출전에 실패하여 경기 감각을 되찾기에는 차범근 감독의 힘이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차범근 감독이 자신의 복귀를 원하며 직접 잉글랜드로 이동해 만났던 사실은 수원 복귀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조원희를 임대로 데려온 수원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전력 보강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수비 보강을 위해 오재석과 양준아 같은 대학 축구에서 걸출한 수비력을 뽐냈던 신인들을 영입했고 배기종-박현범을 제주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통해 강민수-이동식을 데려왔습니다. 여기에 조원희까지 무상임대로 영입하면서 수비 보강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원희를 무상임대로 데려온 것은 재정 상황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수원에게 큰 힘이 되었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수원은 2009 시즌 초반 조원희 공백으로 불안한 수비력을 일관했습니다. 중원에서 조원희의 홀딩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 없이 경기 내내 중원 장악 실패에 따른 수비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에는 안영학이 컨디션 난조로 벤치를 지켰고 박현범-송종국의 폼이 떨어졌던 시기여서 조원희의 존재감을 부추겼습니다. 그래서 수원 미드필더들은 조원희 부재로 경기 장악에 실패했고 짧은 패스보다 롱볼 위주의 공격을 펼쳐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반복되었던 배경도 이 때문 이었습니다.
여기에 수원은 2009 시즌 종료 후 안영학을 잃으면서 중원에서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홀딩맨이 없습니다. 물론 이동식이라는 또 다른 홀딩맨을 얼마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으나 국제 경기 출전 경험이 적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원이 조원희 카드로 중원을 강화한 것은 K리그를 비롯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칼을 빼든 것입니다. 조원희는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일본-중국-중동 미드필더와의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아우라와 실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원은 K리그 우승도 중요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가 절실합니다. 차범근 감독 체제하에서 2005년과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데다 2002년 이후로 아시아 제패한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때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손꼽혔고 세계 정상급 축구 클럽 반열에 포함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수원으로서는 AFC 챔피언스리그를 중요시 여깁니다. 만약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 '팬들에게 경질 논란 겪었던' 차범근 감독의 입지가 불안해지는 만큼, 차 감독으로서도 조원희 영입이 절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수원의 '조원희 효과' 여부입니다. 조원희가 복귀하면서 팀의 불안 요소였던 중원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료 선수들이 그 이점에 힘입어 팀의 승리를 위해 열의를 다하지 않는다면 조원희 효과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 시즌 성적 향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이며 노련한 선수들이 즐비한 만큼 올해는 지난해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 우수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성공하여 그 효과가 뿌리내리면 아시아 정복을 향한 수원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