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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튼 감독 경질, 최대 수혜자는 이청용

 

성적 부진으로 현지 팬들의 경질 압력에 시달렸던 게리 멕슨 볼튼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볼튼은 30일(이하 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멕슨 감독의 경질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볼튼측은 "프리미어리그의 절반이 끝난 상황에서 팀의 승점이 미약하다. 그래서 멕슨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감독이 영입되기전까지는 크리스 에반스 수석코치와 스티브 위글리 1군 코치 체제로 팀을 운영할 것이다"라며 멕슨 감독의 경질 사유를 성적 부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멕슨 감독이 지난 30일 헐 시티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볼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8경기에서 4승6무8패(승점 18)로 18위의 강등권에 놓였습니다. 18경기 중에서 승리한 경기가 4번에 그칠 정도로 이기는 경기가 적었고 모든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하며 불안한 수비 조직력을 일관했습니다. 팀의 에이스였던 케빈 데이비스는 올 시즌 골 가뭄으로 이름값을 못했고 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롱볼 축구를 버리지 못하면서 체질 개선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볼튼은 성적 부진을 위한 돌파구로 감독 경질을 택했고 조만간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멕슨 감독의 경질 시점이 1월 이적시장 이전임을 상기하면 타이밍이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감독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를 1월 이적시장에서 영입하여 전력을 보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볼튼의 새로운 감독 영입 과정은 빠르게 진행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멕슨 감독의 경질로 주목받는 존재는 이청용입니다. 이청용은 멕슨 감독의 신뢰속에 볼튼 전력에서 자리를 잡으며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멕슨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었다는 것은 이청용에게 팀 내 입지에 따른 영향이 주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멕슨 감독의 경질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두각을 떨쳤으나 감독 교체로 팀 내 입지가 추락하면서 방출 수순으로 팀을 떠나거나 방출 위기에 몰린 한국인 선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라스부르 시절의 서정원, 페예노르트 시절의 송종국, 토트넘 시절의 이영표, 풀럼에서 활약중인 설기현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위건에서 활약중인 조원희도 스티브 브루스 감독(현 선더랜드)에 의해 입단 테스트 합격을 받아 자신의 기량을 칭찬 받았으나 감독 교체 영향으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이러한 전례대로라면 이청용의 입지는 감독 교체에 따라 휘청거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효리사랑은 이러한 주장에서 의문을 갖습니다. 팀의 에이스이자 유망주인 선수라면 어느 감독이든 좋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감독 입장에서는 팀을 통솔하기 위해 자신의 의사를 따라줄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합니다. 베테랑 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그런 타입입니다. 볼튼의 새로운 감독이 어떤 성향의 지도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론적인 관점에서는 기량이 출중한 젊은 선수에게 시선이 향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바로 이청용입니다.

이청용은 2004년 FC서울 입단 이후 여러 감독들의 지도를 받은 선수입니다. 조광래 감독을 시작으로 이장수-귀네슈-이광종-조동현-박성화-허정무-멕슨 감독 같은 스타일이 다양한 감독들과 호흡하며 무럭무럭 성장했습니다. 프로 경력도 2010년이면 7년차가 되기 때문에(1988년생 선수 임에도) 프로에 대한 마인드가 뿌리잡힌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새로운 감독에게 안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않는 이상은 감독 교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멕슨 감독의 경질은 이청용에게 있어 적절했습니다. 멕슨 감독이 이청용을 붙박이 주전으로 올리며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제공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이청용으로서도 멕슨 감독의 존재감이 반가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멕슨 감독은 이청용의 출중한 공격력을 앞세워 팀의 공격 전술을 개선하는데 실패하여 과거의 롱볼 축구로 돌아갔고 지난 헐 시티전에서 실망스런 경기를 펼쳤습니다.

특히 헐 시티전에서의 볼튼 공격은 이청용은 없고 롱볼만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볼튼 수비수들이 공격 전개 과정에서 이청용 같은 미드필더들에게 볼을 배급하여 아기자기한 축구를 유도하기보다는 공격수 데이비스의 머리를 노리는 롱볼을 올리며 팀의 공격 문제점을 야기했습니다. 볼튼이 이날 경기에서 넣은 2골은 모두 롱볼 과정에서 넣은 것입니다. 하지만 롱볼 축구로 헐 시티보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났다면 이날 경기에서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데이비스를 철저히 마크하면 승산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멕슨 감독은 볼튼의 고질적인 롱볼 축구를 아기자기한 축구로 바꾸기 위해 올해 여름 이청용을 영입하여 공격 업그레이드를 위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이청용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축구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헐 시티전에서 예전의 롱볼 축구로 회귀하면서 과거의 안좋은 습관을 되풀이했죠. 롱볼로 2골을 넣은 것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지만 팀의 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선수들이 롱볼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접하고 그것이 익을때까지 지속적인 경기 스타일을 고수해야 팀의 전술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멕슨 감독의 전술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 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볼튼에게 있어 멕슨 감독 체제가 계속 되었다면 이청용의 성장에 적잖은 부정적 영향이 따랐을 것입니다. 이청용은 볼튼의 롱볼과 기술축구 사이에서 들쭉날쭉한 활약을 펼쳤을 것이고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력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기를 꾸준히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현상임에 분명하나 20대 초반의 이청용으로서는 물오른 성장세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꾸준한 경기 출전과 함께 팀 공격에 꾸준히 기여할 수 있는 맹활약과 그로 인한 기량 업그레이드 주기가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이청용에게 있어 멕슨 감독의 경질은 자신의 하이 커리어를 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볼튼이 팀의 강등권 탈출을 이끌고 롱볼 축구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있는 감독을 영입한다면 이청용에게 호재가 따를 것임에 분명합니다. 구단 운영에서 선수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한 볼튼으로서는 유능한 감독을 뽑기 위해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멕슨 감독 경질로 최대 수혜자가 된 존재는 바로 이청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