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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다이아몬드보다 강력한 4-3-3 효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풀럼전 역전승으로 그동안 부진했던 행보를 만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울러 전술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빠지는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았습니다.

첼시는 29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풀럼과의 경기에서 2-1 역전승를 거두었습니다. 전반 4분 졸탄 게라에게 선제골을 허용해 기선 제압 당했으나 후반전에 2분 간격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후반 27분 디디에 드록바가 브리니슬라브 이바노비치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골을 넣었고 2분 뒤에는 크리스 스몰링의 자책골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첼시는 풀럼전 승리로 리그 1위(14승3무3패, 승점 45)를 지키며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3승1무5패, 승점 40)를 승점 5점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최근 7경기에서 1승5무1패로 고전했던 첼시로서는 풀럼전 승리가 값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풀럼전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에서 만들어낸 역전승은 시즌의 반환점을 거친 첼시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를 포기한 안첼로티의 전략 빛났다

첼시는 이날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에 미드필더진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했습니다. 골키퍼에 체흐, 포백에 지르코프-테리-카르발류-페레이라, 미드필더에 램퍼드-미켈-발라크, 공격형 미드필더에 조 콜, 투톱에 칼루-드록바를 포진 시켰습니다. 0-0으로 비겼던 지난 26일 버밍엄 시티전에서 선발로 투입하지 않았던 지르코프-발라크-조 콜-칼루를 투입해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안첼로티 감독의 전략 이었습니다.

하지만 첼시는 경기 시작부터 후반 중반까지 매끄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4-5-1 포메이션을 구사했던 풀럼이 두꺼운 압박을 앞세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좌우 미드필더인 램퍼드와 발라크가 상대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에 막혀 공간 침투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전방 공격 옵션들과의 공격 전개가 끊어지고 한 박자 느려지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구사했던 다이아몬드 전술이 최근 상대팀에 읽혀 부진하더니 풀럼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반복 됐습니다.

그중에서 조 콜의 경기력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조 콜의 역할은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에서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팀을 위협하는 패싱력으로 활발한 골 기회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 콜은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연결하는 4개의 패스 모두 부정확하게 향했고 패스의 대부분이 횡패스와 백패스 였습니다. 이것은 칼루-드록바 투톱이 풀럼의 두꺼운 압박 수비에 막혀 최전방에 고립되고 첼시의 공격 마무리가 끊어지는 원인이 됐습니다. 다이아몬드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성패가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량에 달렸음을 상기하면 조 콜의 효율적인 공격력이 아쉬웠습니다.

그것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아넬카-에시엔의 부상입니다. 드록바 파트너였던 아넬카는 측면을 흔들면서 최소 2명의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녔는데 상대 압박을 분산시켜 동료 선수들의 골을 돕는 이타적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그러나 아넬카 공백을 메웠던 칼루는 볼 키핑력과 위치선정 부족으로 상대 압박에 막혔고 이것은 드록바의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에시엔은 좁은 공간에서도 동료 미드필더와 활발한 패스워크를 유도하여 공격 기회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가 중원에 없다는 것은 첼시의 다이아몬드에 결함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경기 내내 60% 후반대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풀럼 진영에서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경기를 풀어가는 리듬이 게속 깨지고 엉키면서 공격 템포도 점점 느려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록바는 자신을 맨투맨 마크하던 존 판실과 잦은 신경전을 벌이면서 마인드 컨트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무수한 공격 시도에 비해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후반 중반까지도 그 흐름이 유지 되었습니다.

첼시에게 있어 승부를 뒤집는 전환점이 된 것은 후반 19분 이바노비치의 교체 투입 이었습니다. 페레이라가 오른쪽 측면에서 과감한 오버래핑을 시도했음에도 8개의 크로스 모두 부정확하게 올린것은 첼시의 공격이 끊어지는 원인이 됐습니다. 그래서 안첼로티 감독은 첫 번째 교체카드로 페레이라를 빼고 이바노비치를 투입해 공격의 효율성을 키우기 위한 비책을 세웠습니다. 25분에는 미켈을 빼고 스터리지를 투입해 다이아몬드를 포기하고 4-3-3 전환으로 역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4-3-3으로 승부수를 띄운 첼시는 발라크가 홀딩을 맡고 램퍼드-조 콜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칼루-드록바-스터리지의 스리톱이 형성 되어 미드필더들과 공격수 사이의 간격을 좁혔습니다. 풀럼이 후반 24분 '드록바 마크맨' 판실의 교체로 잠그기에 돌입하면서 맹공을 퍼부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는 지르코프-이바노비치가 상대팀 측면에서 정교한 패스로 후방 지원을 하면서 공격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판실을 뺀 풀럼 벤치의 작전을 허점으로 만들기 위해 1분 뒤 스터리지 투입으로 4-3-3을 선택한 안첼로티 감독의 공격 작전은 이 때부터 빛을 발했습니다.

첼시의 후방 옵션들은 풀럼의 잠그기 모드로 노마크 상황에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전방압박을 포기한 풀럼은 박스를 중심으로 수비에 초점을 기울였는데 문제는 끈끈했던 수비 조직이 공격 옵션들의 수비 가담으로 밸런스가 무너지는 역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바노비치는 후반 27분 노마크 상황에서 올린 오른쪽 크로스를 띄우며 골문 앞에 포진했던 드록바에게 골 기회를 밀어줬습니다. 드록바는 베어드의 마크를 뿌리치고 절묘한 헤딩골을 성공시켜 풀럼의 기세를 무너뜨렸습니다. 드록바의 골도 좋았지만 이바노비치를 교체 투입한 안첼로티 감독의 작전이 성공적 이었습니다.

그 이후 첼시는 동점골에 힘입어 좌우 윙 포워드를 맡은 칼루-스터리지의 빠른 기동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위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후반 29분에 빚어낸 역전골 장면이 일품 이었습니다. 칼루가 박스 오른쪽에서 콘체스키의 견제를 뚫고 왼쪽으로 대각선 패스를 연결한 것을 스터리지가 그대로 받으며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습니다. 이 슛을 스몰링이 걷어내려고 했으나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첼시가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칼루-스터리지의 측면 포진과 함께 4-3-3으로 전환한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 변화가 역전의 발판이 됐습니다.

첼시가 4-3-3 효과로 승리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아넬카의 부상이 장기화 절차를 밟았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드록바-칼루-에시엔-미켈을 차출해야 하기 때문에 전술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다이아몬드를 고수하기에는 상대팀에 전술이 읽힌터라 새로운 전술의 필요성이 요구 됐습니다. 그래서 풀럼에게 0-1로 뒤져있던 승부처에서 4-3-3으로 전환했고 다이아몬드 전술에 따른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첼시는 풀럼전 승리를 통해 4-3-3이 다이아몬드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