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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국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허정무호가 5-0 대승을 거두었던 A매치 홍콩전은 '사자왕' 이동국(31, 전북)의 골이 값졌던 경기였습니다. 물론 상대는 약체였지만, 이동국 본인에게는 그토록 원했던 대표팀에서의 부활과 월드컵에서의 꿈을 향한 자신감의 토대가 됐습니다.

이동국이 지난해 8월 12일 파라과이전부터 지난달 22일 라트비아전까지 A매치 7경기(지난해 10월 14일 세네갈전 결장)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사슬을 끊은것은 긍정적 현상입니다. 지난 2006년 2월 15일 멕시코전 이후 4년 만에 A매치에서 골맛을 보면서 앞날의 화려한 비상을 향한 자신감을 얻은 것은 향후 대표팀 경기력의 플러스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동안 이동국의 경기력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허정무 감독도 이날 만큼은 활짝 웃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선 이동국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고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이동국의 움직임이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수준 만큼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존재로써 자신의 강점인 골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홍콩전에 선발 출전했던 이동국은 한국이 2-0으로 앞섰던 전반 31분 김보경의 프리킥을 김정우가 문전쪽으로 헤딩 패스한 것을 머리로 받아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프리킥 이전에 상대 수비벽을 파고들기 위한 움직임을 취했고, 김정우의 패스 상황에서 수비벽을 뚫고 문전으로 돌진하여 정확한 타점에 의한 헤딩슛을 날렸습니다. 이 골은 이동국이 어떤 장점을 가진 선수인지를, 대표팀에서 무엇으로 허정무호의 승리를 안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결정적 장면 이었습니다.

물론 이동국의 홍콩전 골은 얼마든지 과소평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골 가뭄에 시달린데다 약체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기 때문에 후한 평가를 내리기가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동국 본인입니다. 그동안 도돌이표 처럼 반복되었던 A매치 골 침묵에 대한 부담감을 홍콩전 헤딩골로 이겨냈습니다. 이것은 선수 본인의 심리적 부담을 해소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신감 향상의 토대가 됐습니다.

이동국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감 이었습니다. 허정무호 공격 전술에 부합하는 부지런한 움직임, A매치에서 90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지난달 핀란드전에서 90분 뛰었으나 체력 저하로 힘들어했죠.), 공격 상황에서의 빠른 판단력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자신감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축구 재능이 출중해도 자신의 장점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분하지 못하면 그 선수는 실전에서 과감함과 강력한 임펙트를 뽐낼 수 없습니다. 그동안 대표팀 부진으로 힘들어했던 이동국은 홍콩전 골로 마음속의 짐을 이겨내고 부활의 함성을 내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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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국 (C) 전북현대 공식 홈페이지]

물론 이동국의 홍콩전 골은 완벽한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 23인 합류 및 본선 출전의 꿈을 이루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박주영이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맹위를 떨쳤고 이근호는 한때 '허정무호의 황태자'라는 찬사를 받던 선수였습니다. 최근에는 월드컵에서 슈퍼 서브로 활용 될 가치가 충분한 안정환의 대표팀 합류 여부를 허정무 감독이 검토 중입니다. 홍콩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이승렬, 동아시아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대표팀 재발탁 가능성이 높은 설기현이 있는 만큼, 이동국에게는 포지션 경쟁자들이 즐비합니다.
 
그럼에도 이동국의 골이 반가웠던 것은 허정무호의 공격력 향상과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이동국 만큼 출중한 골 감각에 타겟 역량까지 갖춘 선수가 대표팀 내에서 드물기 때문이죠. 박주영-이근호-이승렬-안정환은 정통 타겟맨이 아니며 설기현은 타겟맨이지만 근래에 많은 골을 넣은 경험이 없고 실전 감각도 떨어진 상태입니다. 물론 박주영은 소속팀 AS 모나코의 원톱 타겟맨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그 이전까지는 쉐도우로서 가장 적합한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이동국은 5명의 공격수와는 다른 색깔의 스타일과 자신만의 두드러진 장점이 있던 선수죠.

어쩌면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에게 미련을 두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이동국의 움직임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줄기차게 가했던 것은, 역의 관점에서 이동국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물론 그 방식은 다소 지나쳤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비판 속에서도 A매치에서 꾸준히 선발 출전을 거듭했습니다. 만약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의 플레이를 싫어했다면 대표팀 명단에 가차없이 제외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동국은 여전히 대표팀의 주전으로 뛰고 있습니다. 이것은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의 역량을 대표팀에서 필요로 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 역량은 바로 골입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진출을 달성하려면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며 상대팀과 희비를 가를 수 있는 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전형적인 골잡이가 대표팀에서 필요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이었던 이동국의 존재감은 대표팀의 공격 색깔을 다양화시킬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동국은 후방에서 골문쪽으로 한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받아 상대 골망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골잡이의 본능입니다.

물론 이동국의 움직임은 박주영과 이근호처럼 부지런하지 못합니다. 최전방에서의 포스트플레이 또는 절묘한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골을 넣는 타입이기 때문에 두 선수처럼 기민한 움직임을 펼치는 것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동국은 움직임 부족을 개선하면서 자신의 최대 강점인 골을 앞세워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을 말해줘야 합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는 축구의 지론처럼, 골을 앞세워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기질을 보여줘야 합니다. 홍콩전에서의 골은 대표팀에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소득을 안겼습니다.

그런 이동국은 자신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중반 본프레레호 시절 A매치 22경기에서 11골을 넣었으나 움직임 부족을 이유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팬들의 거센 질타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2004년 12월 독일전 A매치에서 올리버 칸을 울렸던 멋진 터닝슛 이었습니다. 10년 전 각급 대표팀의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때는 경기력 부진 속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결승골을 넣는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이동국의 최대 강점은 출중한 골 감각에서 다져진 강렬한 '한 방' 이었습니다.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과 프로팀, 그리고 한국과 잉글랜드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시련과 환희를 거듭했습니다. 굴곡이 많은 세월을 보냈지만 절치부심하며 지난해 K리그에서 재기에 성공했고 그 발끝이 이제는 대표팀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홍콩전에서 골을 넣은 이동국의 부활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사진=지난달 19일 창원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 올림픽대표팀의 친선 경기 장면. A매치 한일전에 대한 열기가 예전처럼 높지 않은 이유는 한국과 일본 축구에 대한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C) 뉴스뱅크 (By. 뉴시스)]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꿈꾸는 허정무호가 평가전 상대를 놓고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월드컵 이전에 한일전을 치르며 양국 축구협회가 평가전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극구 부인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일전 합의 및 부인 사실을 언론에 발표하는 단체는 다름 아닌 대한축구협회(KFA) 입니다.

노흥섭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2일 오전 9시(이하 한국시간) 대표팀이 전지 훈련을 벌이는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한일전 개최 사실을 밝혔습니다. 오는 5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과 A매치 평가전을 치렀고 양국 축구협회가 합의했다고 말한 것이죠. 하지만 두 시간 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한일전 개최 사실을 극구 부인하면서 월드컵 이전의 한일전 개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매치 한일전 개최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이유는 한일전에 대한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행정에 대하여 외부에서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노흥섭 부회장이 한일전 개최 의사 사실을 밝혔다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월드컵 이전에 한일전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 날짜와 경지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을 뿐, 치를 의시가 있었다는 것이죠.

그 이유는 2008년 9월 대한축구협회 75주년 창립 행사에서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현 명예회장)과 이누카이 모토아키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이 2년 전 한일 정기전 개최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는 2월 6일 A매치 한일전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A매치 한일전이 중복으로 치러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대회를 후원하는 일본 기업들이 2월 6일 한일전 개최에 반발하여 일정이 보류 됐으며 현재까지 한일전에 대한 세부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일전 개최는 양국 축구계에 있어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일전을 월드컵 이전 혹은 A매치 데이에 한일전을 치르면 양국 축구계를 빛내는 슈퍼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이점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튼) 박주영(AS 모나코) 나카무라 슌스케(에스파뇰)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 같은 기라성 같은 한일 축구스타들이 A매치 한일전에서 맞붙어 양국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업들의 스폰서 열기, 방송 시청률 증가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국민정서는 매우 미묘합니다. 역사 및 독도 문제 등으로 오랜 기간 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것이 그 이유죠. 특히 축구는 '일본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에 한일전에 대한 열기가 뜨거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도 그랬습니다. 일본 축구가 아시아 최강이 되려면 한국을 꺾어야 한다며 '타도 한국'을 부르짖은 것이죠. 그래서 한일전은 적어도 90년대까지 한국과 일본에게 있어 최고의 축구 흥행카드였고 일본전을 통해 한국 축구를 짊어질 스타들이 끊임없이 배출 됐습니다.

그러나 한일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예전만큼 높은 열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일본에게 지지 말아야 한다vs한국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는 양국 축구의 패러다임이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 축구를 넘어야 한다'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 축구팬들이 한일전이 아닌 유럽 축구에 시선을 돌리면서 선진 축구를 열렬히 좋아한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여기에 각급 대표팀의 잇따른 한일전 개최와 AFC 챔피언스리그-조모컵에서 K리그와 J리그의 격돌이 잦아지면서 한일전에 대한 매리트가 떨어졌습니다. 굳이 A매치를 하지 않아도 한국과 일본 축구의 교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는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A매치 일본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본과 경기하면 전력이 향상되고 한국 축구 발전의 큰 틀이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 그 요지죠. 야구 한일전이라면 일본 야구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연패에 빛나는 업적을 세웠던 매리트가 있지만 일본 축구에는 이 같은 결과물이 없습니다.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가 서로 대등한 실력을 가졌기 때문에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월드컵 이전의 한일전 개최는 한마디로 '시간 낭비' 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본선에서 붙는 상대국들과 스타일이 비슷한 팀과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평가를 치러야 하는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팀들끼리 붙기 때문이죠.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한일전을 치렀기 때문에 서로의 특징을 잘 알고 있으며 월드컵 16강 진출 과정이라는 목적이 한일전 승리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한일전이 그동안 격렬하게 진행되었음을 떠올리면,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힘이 빠진 상태에서 월드컵 본선에 임합니다. 만약 어느 한 쪽이 한일전에서 패하면 심리적인 타격이 매우 큽니다. 물론 일본 축구에는 득이 될 수 있습니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 목표를 4강 진출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서 자극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월드컵 이전에 한국과 상대하여 월드컵 4강 진출을 향한 의욕을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 16강을 노려야 하는 한국 축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하지만 A매치 한일전은 언젠가 치러집니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릴 동아시아대회 선수권대회가 아닌 한일정기전을 말하는 것입니다.(동아시아대회 선수권대회에는 유럽파들이 A매치 데이가 아닌 이유로 출전하지 않습니다.) 2년 전에 양국 축구협회 회장이 합의했기 때문에 그것을 이행해야 합니다.

월드컵 이전의 한일전 개최는 타이밍이 좋지 않습니다. 양국 축구협회가 한일전을 개최할 의지가 분명하면, 한일전 개최는 월드컵 이후의 A매치 데이에서 치러야 할 것입니다. 월드컵 열기와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열리는 특징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아시안컵은 한국이 1960년 이후 50년 동안 우승에 실패했고 일본이 2000-2004년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려면 일본전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아시안컵에서 일본과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일전은 월드컵 이후에 치르는 것이 적절한 선택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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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으면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본선 체제에 돌입 했습니다. 이제 본선까지 남은 기간은 12개월이기 때문에 그 기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준급 상대들과 꾸준히 겨루어 내공을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KFA)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A매치 데이에 유럽 현지에서 유럽팀과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럽 월드컵 최종예선 각 조 1위로 통과한 국가와 2차례의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죠. 대표팀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잉글랜드, 체코를 비롯해서 그외 수준급 팀들과 겨루면서 국제 경쟁력을 키웠던 경험을 상기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전에는 강팀과의 경기가 부족한데다 A매치 데이만 되면 국내에서 치른 경기가 빈번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아쉬움이 있었죠. 강팀과의 원정 경기는 환영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는 유럽 강팀과의 원정 경기에 앞서, 오는 10월 일본에서 A매치 한일전을 치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10월 일본에서 경기 한 뒤 2010년 3~5월에 한국에서 두 번째 경기를 갖는 정기전 형식이라고 하네요. 1차전은 A매치 데이인 10월 14일에 열리며 2차전은 내년 2월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이후에 또 한 번 치른다고 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까지 A매치 일본전을 세 번이나 갖는다는 얘기죠. 한일전은 55년 동안 질기도록 이어졌던 전통적인 축구 전쟁으로서 매번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기 때문에, 세 번의 경기 모두 두 나라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일전이 월드컵 16강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입니다. 내년 2월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맞붙는데 두 번씩이나 한일전을 추가로 치르는 것은 대표팀 전력 향상을 기대하기 의심스럽습니다. 이제는 예전에 비해 대표팀 차출이 쉽지 않은데다 해외파 불러들이는 것도 어려운데(그것도 A매치 데이에 가능한 일입니다.), 평가전 치를 기회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오는 10월과 내년 3~5월에 열릴 한일전의 필요성은 떨어집니다. 분명한 것은 일본 말고도 상대할 팀이 여럿 있는데다, 일본보다 강한 팀들도 꾀 있습니다. 그러고도 일본과 경기하겠다는 것은 전력 향상의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긍정적인 것은 있습니다. A매치 데이에 한일전을 개최하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 모나코) 나카무라 슌스케(셀틱)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같은 양국의 해외 스타들이 총출동 합니다. 양국이 최정예 스쿼드로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한일 축구 열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을 것입니다. 특히 공중파 중계 퇴출 위기로 대표팀 인기 하락에 시달리는 일본쪽 입장에서는 한일전 개최를 반갑게 여길 것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한일 양국 모두 막대한 스폰서 효과까지 얻겠죠.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대표팀 전력 강화와는 무관합니다. 월드컵 본선 이후라면 개최하는데 문제 될 것 없지만, 월드컵 본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한일전이 열리는 것은 전력에 우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외부의 관심이 높다라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은, 한국 대표팀과 레벨이 비슷한데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 대표팀과 상대한다는 것이죠.

허정무호는 지난 1년 5개월 동안 A매치에서 22경기 연속 아시아 팀들과 상대했습니다.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과 최종예선 때문에 아시아 팀들과 겨룰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본선 조별 무대에서는 아시아 팀들과 대결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팀이 지금까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경우도 적었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7번 월드컵 진출했지만 16강 진출 경험은 자국에서 열렸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 유일하며,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4개 국가가 본선에서 동반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호가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향상하려면 유럽을 비롯해서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속한 팀들과 꾸준히 경기해야 합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국제적인 강호들과 경기할 텐데, 본선 이전까지 그 레벨에 맞는 팀들과 꾸준히 경기하여 내공을 단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이전에 동아시아 선수권이 있는데 일본과의 두 경기를 추가적으로 치르는 것은 전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아시아 팀들과 경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 같은 팀들에 강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눈'을 더 넓혀야 할 때입니다.

만약 허정무호가 강팀과의 경기나 그에 준하는 다크호스에게 패하면 스폰서 효과 감소는 물론 허정무 감독 자질과 대표팀 문제점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히딩크호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밑바탕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0-5로 대패했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강팀과 경기를 치렀던 경험 그 자체는 절대로 무시할 것이 못됩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속담처럼, 선수들에게도 수준급 레벨의 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는 앞날을 넓게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허정무호는 그동안 아시아 팀들과 많은 경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아시아 팀이 아닌 다른 대륙 팀들과 경기합니다. 아무리 11월에 유럽 강팀과 원정 경기를 갖는다고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오는 10월과 내년 3~5월 A매치 데이에 열릴 일본전은 전력 향상과 거리가 멉니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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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매치 역대 최소 관중(1만 5012명)을 기록했던 지난해 1월 30일 칠레전 (C) 효리사랑]

언제부턴가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한국 스포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상암 6만 관중 시대'도 열었지만 이제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A매치가 열릴때 관중이 꽉차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심지어 월드컵 최종예선 같은 중요한 경기까지 말입니다.

이는 한국 축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음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 닥친 과도기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 여론의 냉대로 이어졌습니다. 졸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예전보다 두드러지게 발전된게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여론의 공통된 느낌으로는) 나중에는 한국 축구에 대한 실망적인 요소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졸전으로 '축구장에 물 채워라'라는 말이 여론에 유행처럼 떠돌았던 것은 한국 축구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다행히 허정무호가 10~11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선전하여 여론의 호응을 얻었지만 그 여파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팀 평가전은 예전에 비해 열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지금의 월드컵 최종예선보다 관심이 시들해졌지요. 국내에서 열린 역대 A매치 최저 관중 1위(2008년 1월 30일 칠레전, 1만 5012명) 3위(2008년 9월 5일 요르단전, 1만 6357명)가 지난해에 열렸던 평가전 이었죠. 특히 지난해 9월 요르단전 관중은 그해 5월 같은 장소(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전 5만 3000여명 관중과 비교하면 턱없이 초라합니다. 한때는 평가전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물론 올림픽과 청소년 대표팀 경기의 열기도 예전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대표팀 평가전도 영향을 받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과거에는 평가전 자체를 재미있게 즐겨 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평가전도 엄연한 국가대항전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가슴 졸이고 경기를 볼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축구에 대한 팬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평가전이 승패와 아무 의미 없는 경기라는 것을 잘 알게 됐습니다. 평가전에서 이긴다고 해서 실리적인 이득을 챙기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그저 해당 국가와의 역대 전적에서 승수가 높아질 뿐입니다. 일례로, 대표팀은 지난 2007년 6월말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두었지만 7월 아시안컵 4강에서 이라크에게 승부차기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평가전에서는 가볍게 이기더니 실전에서 힘을 못쓴것이죠. 평가전 승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죠.

하지만 평가전이 재미없어진 본질적인 이유는 대표팀의 경기력과 밀접합니다. 요즘에는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치르기 이전에 평가전을 가지다보니까, '평가전은 전력 및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하는 경기'라는 인식이 쌓여가게 되었죠. 그것도 대표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평가전을 치를 때마다 "평가전은 이기는 것보다 전력 점검에 초점을 맞추겠다"와 같은 래퍼토리의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오만전에서도 비슷한 늬앙스의 말을 했습니다. 경기 전에는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을 풀 가동하겠다"고 하더니 경기 후에는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점검했다. 현재 컨디션을 알 수 있었고 6일 경기하는데 윤곽이 잡혔다"며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음을 스스로 알렸습니다. 물론 허 감독의 말은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최근에 치러지는 평가전은 월드컵 최종에선을 대비한 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소집 기간이 예전에 비해 짧아진 대표팀 입장에서는 평가전을 치르며 전력을 키워야 하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언론은 한술 더 떠서 '평가전은 승패와 아무 의미없다', '전력 노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보도를 줄기차게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축구팬들의 반응이 시원찮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평가전에서 전력 및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실전에 비해 몸을 아끼는 경향이 많습니다. 공격 전개 및 패스 타이밍이 실전보다 한 박자 느리고 격렬하게 뛰지 않다보니 재미가 없어진 것이죠. 축구 매니아 관점이 아닌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고, 골이 많이 나오고, 대표팀이 이기는 경기를 원합니다. 물론 평가전에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지요.

최근에 평가전이 재미없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선수교체 빈도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후반전에 선수들을 계속 교체하다보니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는 많은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해 평가전에 골고루 투입시켜야 할 입장이지만 축구팬들 기분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특히 이번 오만전에서는 무려 12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물량 공세를 펼쳤습니다. 25명의 대표팀 엔트리 중에서 11명이 선발로 뛰었고 12명이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었죠. No.3 골키퍼 정성룡과 햄스트링 부상중인 신영록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열외없이 총출동한 것입니다. 잦은 교체로 경기를 보는 맥이 끊어지는데 평가전에 대한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아시아 팀들과 평가전이 잦은 것도 재미를 떨어뜨렸습니다. 한국이 비 아시아권 팀과 마지막으로 A매치를 치른 것이 지난해 1월 30일 칠레전인데 그 이후 1년 5개월 동안 줄곧 아시아 팀들과 싸웠습니다. 특히 최근 7번의 평가전에서는 요르단-우즈베키스탄-카타르-시리아-바레인-이라크-오만과 경기했습니다. 평가전 상대가 축구팬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존재다보니 어쩔 수 없이 관심이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 세계적인 강팀 혹은 중상위권에 속한 팀들과 싸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그 이유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 최종예선 및 지역예선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시아권 팀들과 상대하는 빈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아시아 팀들과 1년 넘게 대결하다보니, 평가전에 대한 색다른 요소가 없어졌습니다. 이러니 팬들이 평가전을 지겨워 할 수 밖에 없죠.

최근에 평가전을 보는 느낌은 마치 연습경기를 보는 듯 합니다. 일반적인 연습경기와의 차이점이라면 일반 경기장에서 방송 중계를 하는 유무의 차이일 것입니다. 대표팀은 이기거나 화끈한 경기보다는 전력 및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언론은 전력 노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평가전에 대한 매리트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평가전이 없어지면 안됩니다. 축구대회 및 경기를 홍보하는 스폰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평가전에 대한 열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무언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임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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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03년 6월 일본 TBS TV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했던 노무현 대통령 (C) 인터넷 영상 캡쳐]

지난 23일 토요일 오전 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 프리뷰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다음(Daum) 메인 페이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병원 입원' 이라는 뉴스 기사 제목을  발견 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찰 소환 임박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것 때문에 무언가 불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TV를 틀었더니 뉴스속보에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이라는 문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자살'이라는 단어에 믿기지 않아 크게 놀라고 말았더니 나중에는 뉴스 앵커의 입에서 '사망, 서거'라는 단어가 나오더군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국가적인 비극이 저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것입니다. 서민들을 위해 애써주셨던 '서민 대통령'님이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겁니다. 언젠가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와 격려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그동안 간절히 했었는데 결국 무산 되었네요. 퇴임 이후에도 서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저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정치에 대하여 아는 것은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 만큼은 높은 사람들의 상징인 '권위 의식'이라는 것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본 것은 딱 한 번 이었습니다.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 였죠. 2003년 4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한국-일본 경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축구팬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갔었는데 붉은악마 응원석 근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멀리서 봤습니다. 경기 전 그라운드 단상에 올라가 한일전에 대한 축사(축하의 뜻을 나타나는 연설을 말함)를 하시더군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A매치에서 국가 원수가 축사를 하는 것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많던 시절인데다 한일전이 친선경기 성격으로 열린 것이었기 때문에 축사가 가능했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귀빈석에서 그라운드로 내려오셨을때 '역시 노짱(노무현 대통령의 별명)의 인기는 못말려' 라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했습니다. 6만 관중 그리고 일본 대표팀 서포터스 울트라 닛폰이 보는 앞에서 한일전에 대한 축하의 연설을 하기 위해 내려오는 모습이 부러웠죠.

축사의 내용은 비교적 무난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유의 거침없고 박력 넘치는 억양으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좋은 말들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어떠한 긴장과 말더듬도 없이 유연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축사 내용이 거의 끝나갈 무렵,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말을 큰 목소리로 강조 하셨습니다.

"일본 이기십시오"

그 순간, 저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 경기는 한국과 일본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A매치 라이벌 경기였는데 상대방의 승리를 바라는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경기 전부터 저렇게 말을 하면 축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마음 속의 걱정이 들더군요. 심지어 붉은악마 응원석에 있던 3~4명의 축구팬은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 발언에 야유를 보냈습니다. 그러더니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했지만 저의 마음은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일반인이면 몰라도 축구팬의 입장에서 보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죠. 당시 경기장에 있던 축구팬들 또한 저와 마음이 비슷했을 겁니다.

결국에는 일본이 후반 막판에 골을 넣으며 한국을 1-0으로 꺾었습니다.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팀(한국)이 16강 진출에 만족한 팀(일본)에게 홈에서 지는 모습을 보니까 짜증나더군요.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말만 안했어도 좋았는데'라는 마음속 원망을 했습니다. "한국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먼저 하면서 "일본도 함께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나중에 했더라면 한국이 이기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몇몇 언론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발언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더군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저의 유일한 추억은 이것 뿐이었지만 그 내용은 파격적 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19세의 어린 나이이자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시기였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발언을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축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한국의 일본전 승리를 위해 입장료를 지불 하면서 경기장을 찾은 존재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를 조심스럽게 해야하지 않나 싶은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6년 동안은 그런 생각을 계속 했었죠.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때의 일을 되돌이키면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발언을 했는지를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적'이 아닌 '동반자'의 관점으로 지켜봐주길 원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특히 축구가 그랬습니다. 그동안의 한일전은 매 경기 팽팽한 살얼음 격돌을 하면서 서로를 철저히 적대시 했습니다. 한일전 할때마다 '일본은 반드시 꺾어야 한다', '타도 한국'이라는 문구를 방송에서 쉽게 접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한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한일전에서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한국 이기십시오"라는 멘트보다 먼저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과 일본 축구가 서로 발전하는 건설적인 경쟁 구도를 원하던 것이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축구 뿐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등 전 부문에 걸쳐 한일 양국의 적대적인 감정을 좁히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속뜻이었을지 모릅니다. 참고로, 그해 6월에는 일본 방문 기간 도중 TBS TV가 특별 제작한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초난강이 통역했던 프로그램) 한일 양국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자 했죠.

그리고 6만 관중과 울트라 닛폰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한국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난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단상에 올라가서 말을 하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에서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노무현 대통령의 남자다운 배짱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돌발 발언은 앞으로도 저의 마음 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그리고 떳떳이 밝히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현장에서 직접 봤던것이 가슴에 뿌듯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비록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지만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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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모습 (C) 인터넷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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