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유행을 타는 스포츠입니다. 특히 포메이션이 그렇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4-2-3-1 포메이션을 도입하는 팀들이 많아졌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8강에 진출한 8팀중에 7팀이 4-2-3-1을 도입할 정도로 원톱을 즐겨쓰는 팀이 즐비했죠. 우승팀 스페인도 4-2-3-1을 활용했습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의 공통점은 주 포메이션이 4-2-3-1입니다. 유럽 3대리그 1위를 기록중이거나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레알 마드리드-도르트문트도 4-2-3-1을 활용하는 팀들이죠.

국내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 전북, 현 국가 대표팀, 올림픽대표팀의 포메이션은 4-2-3-1입니다. 불과 9년전에는 움베르투 쿠엘류 전 감독이 국가 대표팀에서 4-2-3-1을 도입했을때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과거에는 3백을 쓰는 팀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4백이 대세입니다. 한국 축구가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4-2-3-1이 대세인 이유

4-2-3-1은 미드필드진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4-4-2에 비해서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2명과 2선 미드필더 3명이 존재합니다. 2선 미드필더는 공격형 미드필더 1명, 윙어 2명으로 구분되죠. 4-4-2보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가 1명 더 많습니다. 이렇게 5명의 미드필더가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기 흐름을 찾으려고 합니다. 공격 성향의 팀은 미드필드진을 주축으로 점유율을 늘리는데 주력하며, 수비 지향적인 팀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과 거리를 좁혀 6백에 가까운 포지셔닝을 취하면서 2선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후방에 내려옵니다.

4-2-3-1은 수비적인 강점이 다분하다고 봅니다. 두 명의 투쟁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2선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4-4-2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활용하지만 상대팀에게 뒷공간을 내주면 역습 또는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한국 대표팀이 2010년 2월 A매치 중국전에서 0-3으로 완패했던 원인 중에 하나는 김정우-구자철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실패에 있었습니다. 당시 구자철이 너무 앞쪽으로 올라가는 움직임을 취한 것이 허리의 부조화로 이어지면서 중국이 유리한 경기 운영을 펼치는 빌미가 됐죠. 4-2-3-1 이었다면 중원에 1명 더 배치하면서 수비 약점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는 2선의 중앙을 맡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4-4-2, 3-4-3에 비해 공격 비중을 높이면서 연계 플레이에 주력하거나 골문쪽으로 침투해서 골을 노릴 수 있습니다. 아스널이 올 시즌 중반까지 침체에 빠졌던 원인은 파브레가스(FC 바르셀로나) 이적 공백을 메울 미들라이커가 마땅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4-2-3-1은 투톱에 비해 최전방에서 골을 노릴 선수가 부족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의 득점력이 요구됩니다. 카가와(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31경기에서 13골 터뜨리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득점력외에도 활동량, 침투, 판단력, 포지셔닝이 좋은 선수라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잘 파고드는 체질입니다.

[사진=세르히오 아궤로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mcfc.co.uk)]

맨시티 4-2-3-1은 왜 강한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최대 이슈는 맨체스터 두 팀의 피말리는 우승 경쟁 이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불꽃튀는 각축전을 벌였죠. 오는 13일 최종라운드를 앞둔 가운데 두 팀의 승점은 86점 동률입니다. 맨시티가 지난 1일 맨유전에서 1-0으로 이기면서 골득실 8골 우세까지 점하면서 1위를 기록중입니다. 두 팀 모두 4-2-3-1을 활용했는데 맨시티의 퀄리티가 더 강했습니다. 맨유의 전술적 패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박지성이 야야 투레와의 경합에서 밀리면서 원톱 루니 고립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긱스-나니 측면 옵션까지 부진하면서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당시의 맨체스터 더비는 어느 팀의 4-2-3-1이 더 강한지 가늠하는 경기였습니다. 맨유는 맨시티 파상 공세를 막기 위해서 수비 지향적인 4-2-3-1로 변형했지만 공격 과정이 소홀했습니다. 아무리 수비에 올인하는 팀이라도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골을 넣어야 합니다. 박지성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맡겼지만 야야 투레는 공수 능력이 골고루 좋으면서 피지컬까지 다부집니다. 정확히는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중앙 기용은 패착이었죠.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를 기용했다면 맨유 공격이 그때보다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본래 4-4-2를 활용했던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4-2-3-1이 어색했습니다.

반면 맨시티 4-2-3-1은 미드필더의 특성을 키우는 강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수 개인 기량이 좋으면서 4-2-3-1에 의해 미드필더 분업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럼에도 선수들 움직임이 경직되지 않는 이유는 미드필더들이 경기 상황에 따라 프리롤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맨체스터 더비때는 야야 투레가 박지성 교체 이후에 종적인 움직임을 늘리고 슈팅까지 시도하면서 맨유 수비를 위협했습니다. 맨유 공격이 거듭 꼬인 틈을 노리며 직접 앞으로 나와서 공격에 참여했습니다. 맨시티 2선을 맡는 나스리-아궤로(테베스)-실바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동하는 특성이 있죠.

흔히 말하는 맨시티 플레이메이커는 실바입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메이커는 중앙에서 공격을 조율하지만 실바는 측면 미드필더입니다. 측면이 중앙보다 공간이 넓은 특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라운드 바깥쪽에서 움직이지만 때에 따라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실바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벌어진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볼을 따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코-아궤로(발로텔리-테베스) 같은 원톱-공격형 미드필더에게 골 기회가 찾아오는 이점이 있습니다. 4-2-3-1의 단점인 공격수 부족,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공존 부담을 풀어내는 효과를 안겨줬습니다.

아궤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서 22골 넣은 공격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장점까지 갖췄습니다. 2선 중앙에 있을 때는 주변 동료 선수와 함께 패스를 통해서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잘했습니다. 잔패스를 늘리면서 맨시티 점유율을 늘려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테베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면서 원톱으로 올라온 아궤로와 척척맡는 호흡을 과시했습니다. 중앙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쳐주면서 실바 의존도를 줄이는 이점을 안겨줬습니다. 맨시티로서는 시즌 막판 테베스 효과로 힘을 얻으면서 맨유를 다시 2위로 밀어냈습니다.

맨시티가 4-2-3-1을 필두로 파상공세가 가능했던 요인은 수비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리-야야 투레로 짜여진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이 포백 보호를 잘했습니다. 중원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상대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압박했습니다. 맨시티는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이라 야야 투레의 공격 관여 장면이 잦으며 배리가 중원에서 궂은 역할에 전념합니다. 공격시에는 배리의 패스 횟수가 제법 많습니다. 야야 투레와 더불어 팀의 1차 공격을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겸합니다. 두 선수의 존재감이 있기에 맨시티 공격 옵션들이 수비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본래의 역할에 전념합니다. 만약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면 그것은 곧 4-2-3-1의 승리입니다. 4-4-2가 대세였던 프리미어리그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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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평가전인 세르비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계획입니다.

허정무호는 18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세르비아와 격돌합니다. 지난 15일 덴마크 원정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긴 허정무호는 세르비아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2009년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의 강호이자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팀으로서 허정무호의 '진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르비아전 4-2-3-1의 화두는 미드필더

세르비아전에서는 4-2-3-1 전환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유럽으로 출국하기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 원정에서 4-4-2와 4-3-3을 쓸 생각이며 4-3-3의 경우 4-2-3-1을 고려하고 있다"며 4-2-3-1을 쓸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덴마크전에서 4-4-2를 썼기 때문에 세르비아전에서는 4-2-3-1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4-4-2의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했던 김정우-기성용이 소속팀의 6강 플레이오프 일정으로 조기 귀국했기 때문에 4-2-3-1이라는 새로운 전형이 불가피합니다.

허정무호가 4-2-3-1을 쓴다고 해서 4-4-2가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4-2-3-1은 4-4-2의 대안이자 플랜B 전술이기 때문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에도 주 전술을 4-4-2로 쓰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4-2-3-1을 자주 사용합니다. 4-2-3-1이 4-4-2보다 좋은 이유는 미드필더들의 숫자를 늘리며 허리를 두껍게 세울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경기 장악력과 높은 볼 점유율이 중요시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는 4-2-3-1 만큼 매력적인 포메이션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4-4-2보다는 4-2-3-1이 더 적합합니다.

그래서 세르비아전에서 4-2-3-1을 쓰는 것은 '현명한 선택' 입니다. 세르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를 기록중인 팀으로서 덴마크(27위)보다 랭킹이 높으며 공수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 예선에서 비디치-루코비치를 주축으로 10경기에서 8실점을 기록하는 짠물 수비의 위력을 발휘했고, 미드필더들의 끈질긴 조직력, 요바노비치-지기치 투톱이 버티는 공격진의 화력이 강합니다. 특히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기 때문에 허정무호가 4-2-3-1을 실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4-2-3-1의 화두는 미드필더진 입니다. 2와 3은 각각 수비, 공격 중심의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후방과 전방 옵션과의 연계 플레이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공격시에는 2가 중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날리며 팀의 공격 루트를 다변화시킬 수 있고 3은 유기적인 위치 변경과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최전방을 공략합니다. 수비시에는 2가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할 수 있고 3이 전방 압박을 가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3의 측면 윙어들이 수비 가담하여 역습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술적 특징은 실점을 줄이고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과 직결됩니다.

허정무호는 2에 김남일-조원희를 놓고 3에 염기훈-박지성-이청용을 포진시킬 예정입니다. 이 전술에서는 김남일이 키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에서는 사비 알론소처럼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전방으로 패스를 활발히 연결할 수 있는 옵션이 필수이기 때문이죠. 그 역할은 김남일이 '후반전에 4-2-3-1을 썼던' 지난달 세네갈전에서 깨끗하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래서 3은 김남일의 후방 지원을 받으며 세네갈 진영을 활발히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 김남일의 패싱력이 살아나지 못하면 3의 공격 비중이 약화되고 수비 부담만 커지기 때문에 김남일-3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가 중요합니다.

만약 한국이 세르비아전에서 수비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김남일과 조원희의 수비 범위는 클 것입니다. 3의 활동 반경이 상대 진영에 고정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남일과 조원희의 많은 활동량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김남일은 넓은 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고 조원희는 소속팀 위건에서 벤치를 지키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실력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두 선수가 수비에서 부진하면 포백의 수비 부담이 커지는데, 지난 덴마크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불안함을 노출한 포백이 요바노비치-지기치에게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김남일-조원희에게 많은 수비 부담이 따르면 포백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세르비아전에서 강력한 압박에 역습을 지향하는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김남일과 조원희의 수비 부담을 염기훈과 이청용이 측면에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두 윙어가 측면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면 김남일과 조원희가 포백과 함께 수비 밸런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염기훈과 이청용을 통한 역습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염기훈의 측면 돌파가 최근 대표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공격의 세기에서는 염기훈의 날카로움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격에서는 박지성의 비중이 큽니다. 박지성의 공격력에 따라 세르비아의 탄탄한 수비 조직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죠.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 하프라인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원투패스와 스루패스에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입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줬던 것 처럼, 상대의 압박을 민첩한 움직임으로 간파하거나 반칙을 얻어냈기 때문에 대표팀이 중앙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대의 수비 조직력이 견고한 만큼, 박지성의 종횡 무진 활약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합니다.

4-2-3-1의 약점은 원톱이 고립되기 쉽습니다. 그럴수록 원톱의 바로 밑선에 포진한 공격형 미드필더, 대표팀으로 치면 박지성의 움직임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르비아전에서 원톱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큰 이동국은 강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상대 앞에서 고립되는 문제점이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만큼 박지성의 활발함에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또한 박지성은 문전 앞에서 골을 넣는 능력을 지닌 선수이기 때문에 대표팀의 득점 자원으로서 골을 넣어야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이동국이 골을 해결짓지 못하면 박지성이 해결하는 것이 4-2-3-1의 특징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활동 패턴은 왼쪽으로 쏠리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격 전개가 세르비아전에서 여러차례 나타나면 팀 공격이 단조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박지성의 공간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청용은 4-2-3-1을 소화하는 볼튼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입니다. 4-2-3-1에서 어느 위치에 포진하고 어떻게 효율적인 연계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지성으로 인한 공격의 단조로움을 이청용이 벗겨낼 수 있습니다. 세르비아전 승패 여부는 미드필더진의 역할 수행 여부에서 좌우 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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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14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세네갈과 맞대결을 펼칩니다.

한국과 상대할 세네갈은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0위를 기록한 팀으로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던 팀입니다. 하지만 세네갈은 엄연히 아프리카 팀이고 스피드와 파워, 탄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한국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기에 적절합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허정무호가 세네갈전에서 플랜B를 시험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플랜B가 허정무호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옷일지 모릅니다.

4-2-3-1, 4-4-2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허정무호는 지난 12일 전술 훈련에서 4-4-2와 4-2-3-1 포메이션을 번갈아 사용했습니다. 두 가지의 포메이션을 연습한 것은 실전(세네갈전)에 적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달 5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는 경기 도중 4-4-2에서 4-3-1-2로 전환했던 것 처럼 이번에는 4-2-3-1이 세네갈전의 또 다른 전술로 활용 될 예정입니다.

우선, 허정무 감독이 포메이션의 변신을 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4-4-2의 한계 때문입니다. 허정무호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4-4-2 카드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4-4-2를 그대로 밀고가기에는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어 본선 상대에게 전력을 간파 당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4-4-2와 함께 쓸 수 있는 또 다른 무기의 필요성이 불가피했고 4-3-1-2와 4-2-3-1 같은 플랜B가 등장했습니다.

허정무호 4-4-2의 단점은 3가지 입니다. 첫째는 투톱 공격수의 시너지 효과가 미비했습니다. 박주영-이근호 투톱은 활동 공간이 서로 겹치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근호의 저돌적인 공격 역량과 슈팅 기회가 박주영의 경기 장악력에 묻혔습니다. 둘째는 중원입니다. 기성용의 수비 뒷 공간을 커버해야 할 김정우의 수비 부담이 컸고, 중원에서 궃은 역할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공격적인 재능이 살아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센터백이 불안합니다. 4-4-2는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공간이 상대팀에게 뚫리기 쉬운 약점이 있습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국제 경기에서 중앙 수비 불안으로 고전했던 경험이 여럿 있었고 무결점 수비와 정확한 전진 패스, 빠른 스피드를 센터백이 없습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4-4-2의 약점을 잘 이겨냈지만 국제적인 강호와 상대하는 월드컵 본선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수비 불안은 미드필더진 장악 실패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정무호는 지난 호주전부터 플랜B를 시도 했습니다. 경기 도중 4-3-1-2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박지성을 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는 변형 전술을 구사 했습니다. 박지성은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를 달고 활발히 움직이며 중원과 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 연결 고리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4-3-1-2는 윙어 없는 전술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좌우 윙어의 빠른 기동력으로 공격을 진행하는 한국 축구와 코드가 맞지 않습니다.

이번 세네갈전에서는 4-2-3-1에 대한 시험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2일 전술 훈련에서 박주영을 원톱, 설기현-박지성-이청용을 3의 미드필더 자리, 김정우-기성용을 더블 볼란치,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로 짜인 포백을 연마했습니다. 지금까지 4-4-2를 주 전술로 썼기 때문에, 지난 호주전처럼 경기 초반에 4-4-2를 먼저 구사한 뒤에 경기 상황에 따라 4-2-3-1로 전환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을 것입니다.

4-2-3-1은 4-4-2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포메이션 입니다. 공격수 숫자가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드는 약점이 있지만 다섯 명의 미드필더가 포진함으로써 미드필더 장악이 쉬워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블 볼란치의 활동 반경이 좁혀지면서 수비 비중이 커지고 전방으로 띄우는 공격 연결이 간결하고 그 방향이 다채롭습니다. 김정우와 기성용은 국내 미드필더들 중에서 패싱력이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 연결이 매끄럽고 어떠한 강호와 맞부딪쳐도 미드필더진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진 장악은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중앙 공격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백 수비수들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영표-차두리 같은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물흐르듯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4-2-3-1에서 박지성의 위치가 중앙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성용의 발끝에서 공격이 전개되는 기존 흐름에 박지성이 중앙에서 공을 뿌려주는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중앙과 측면, 최전방쪽으로 다양한 패스 코스가 생깁니다. 허정무호는 지난 호주전에서 박지성을 4-3-1-2의 중앙에 포진 시켰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허정무 감독의 플랜B에서의 역할이 측면이 아닌 중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4-2-3-1에서 3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 수비와 중원 사이의 공간을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박지성의 공간 창출 능력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극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에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상대 문전의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박주영이 골 기회를 잡거나 또는 김정우와 기성용이 중거리슛을 날리거나 상대 문전을 파고들어 골 기회를 노리는 틈이 생깁니다.

4-2-3-1에서 원톱이 불안 요소인 것은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최근 AS모나코의 주전 원톱으로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으며 박지성-이청용과의 호흡이 잘 맞습니다. 최전방에 머물기보다는 밑선으로 빠지면서 미드필더와 공격을 연결하며 최전방에 파고드는 성향이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 쉽게 고립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몸싸움과 제공권 장악능력이 부쩍 향상 되었기 때문에 원톱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허정무호의 4-2-3-1 변신은 4-4-2의 약점 극복을 통해서 공수 양면에 걸친 여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네갈전에서 성공적인 가동을 하면 팀의 전술이 다채로워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4-2-3-1이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가장 적합한 전술로 거듭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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