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3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루스텐버그 로열 바포켕 스포츠 팰리스에서 열린 남아공 1부리그 10위 클럽인 플래티넘전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지난 9일 잠비아와의 A매치에서 2-4로 패했던 한국은 1부리그 하위권 클럽인 플래티넘을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하면서 남아공 전지훈련 2경기에서 1무1패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19개월 만에 3-5-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김근환-조용형-김형일을 3백, 박주호와 오범석을 좌우 윙백, 신형민을 수비형 미드필더,김보경-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 염기훈-이승렬을 공격수에 배치했습니다. 3-5-2는 전반전만 가동했고 후반전에 원래의 포메이션인 4-4-2로 전환하면서 공세를 펼쳤으나 득점없이 비겼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플래티넘전 이전에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3백 기반의 3-5-2를 구사한 이유에 대해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다양하게 대비하려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상의 나이지리아로 여겼던 잠비아전에서 4실점으로 패한 것을 비롯 공격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3-5-2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잠비아전에서 무난한 경기내용을 펼쳤더라도 플래티넘전에서 3백을 썼을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다. 허정무호는 지난 2008년 11월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을 앞둔 카타르전, 지난해 2월 이란 원정을 앞둔 바레인전에서 3백을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허정무호가 플래티넘전에서 3-5-2를 구사한 것은 과거 대표팀의 시행착오와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히딩크-쿠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 전 감독은 4백 체제에서의 수비 불안 끝에 3백을 구사했던 지도자들입니다. 이들중에 딕 아드보카트 전 감독만이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 3-4-3을 구사했으나 상대 공세에 흔들리는 역효과에 의해 후반전에 4-3-3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나마 핌 베어벡 전 감독이 수비 조직력 불안을 끝까지 무릅쓰고 2007년 아시안컵에서 4백 정착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4백이 풀리지 않아 3백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히딩크 체제였을 뿐이며 그것도 8년 전 이었습니다.
물론 허정무호의 주 전술은 4-4-2이며 앞으로도 4백을 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본선까지 평가전을 가질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3백을 실험한 것은 4백의 견고함을 높일 수 있는 조직력에 도움되지 않습니다. 4백은 개인 역량보다 선수들간의 끈끈한 호흡이 중요시되며 4백 체제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야 합니다. 한국 대표팀의 단점인 센터백이 월드컵 본선에서 출중한 수비력을 발휘하려면 4백에서 견고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노하우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를 제압하기 위해 굳이 3-5-2를 실험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팀들의 특징은 빠른 주력과 파워풀한 탄력,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운 공격에서 강점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4-4-2를 주무기로 삼는 나이지리아는 창끝이 날카롭습니다. '야쿠부-마틴스' 투톱의 무게감은 나이지리아를 상대하는 팀들이 부담스러워 할 아우라가 있으며 오빈나-카누 같은 백업 공격수들의 기량이 출중합니다. 투톱 공격수에게 활발한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오뎀웨지-이케추쿠 우체로 짜인 좌우 윙어들은 파괴적인 돌파력을 앞세워 상대 측면 수비를 붕괴하는 성향입니다.
만약 한국이 나이지리아전에서 3백을 구사하면 야쿠부-마틴스를 상대로 +1의 수적 우위를 확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뎀웨지-우체의 활발한 측면 공격을 봉쇄하려면 3백만으로는 어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좌우 윙백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3백을 5백으로 변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공격의 비중이 줄어들고 공수 밸런스가 깨지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한국이 3-4-3을 썼던 독일 월드컵 토고와의 전반전에서 중원 장악 실패 및 수비 조직력 불안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공교롭게도 토고와 나이지리아는 같은 아프리카 팀들 입니다.)
현대 축구는 3백이 아닌 4백이 대세 입니다. 상대의 다양한 공격을 막아내기 쉬운 시스템이 바로 4백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4백은 상대 공격 숫자 및 경기 상황에 따라 풀백들의 공격 가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함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풀백을 통한 빌드업을 앞세워 공격을 전개하는 유럽 빅 클럽들이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3백이 대세였던 K리그도 이제는 4백 정착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즌 인천을 제외한 6강에 진출한 팀들은 4백을 주 전술로 쓰는 팀이며 인천도 시즌 중반까지는 4백을 구사했습니다. FA컵 우승팀인 수원의 포메이션은 4-4-2이며 3백을 썼던 시즌 초반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꺾으려면 무엇보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팀들은 전형적으로 수비 뒷 공간에 취약한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실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특히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은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면서 상대 공격 옵션의 전방 패스와 2대1 패스 봉쇄를 막아내지 못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존 오비 미켈을 구심점으로 삼는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수비 약화를 모면하려 했으나 공격적인 밸런스를 살리지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 했습니다. 13일 새벽(한국시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나이지리아를 3-1로 꺾은 이집트의 승리 비결은 상대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의 수비도 뒷 공간에 취약한 약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3백을 쓰기에는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커지고 중원 장악에 실패해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는 역효과가 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중원 장악이 중요시되고, 나이지리아가 한국의 본선 3차전 경기이고, 16강 진출을 위해 골을 넣으며 이겨야 할 경기임을 상기하면 3백보다는 4백의 용이함을 앞세워 경기의 흐름을 주도해야 합니다. 더욱이 4백을 기반으로 미드필더들의 공격 역량을 끌어 올리고 풀백의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한다면 나이지리아의 뒷 공간을 파고들 기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래티넘과의 전반전에서 3-5-2를 실험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백을 쓰면서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기 위한 해법을 찾았어야 했습니다. 5에 속하는 선수들 중에 박주호와 오범석이 수비 자원이었던 만큼, 미드필더 1명을 더 보강하여 아프리카의 뒷 공간을 공략하기 위한 노하우를 우리 스스로 키웠다면 이번 경기의 의미가 컸을 것입니다.
p.s : 일각에서는 허정무호가 플래티넘전에서 3-5-2를 실험한 배경을 풀백 자원의 부족을 근거로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박주호-이규로-오범석-최철순 같은 풀백 자원들을 여럿 보유했고 강민수-이정수도 풀백으로 뛸 수 있는 센터백입니다. 특히 이정수는 '수원 시절에 증명된 것 처럼' 중앙보다 오른쪽 측면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성향이자 전문 센터백이 아닙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