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유로 2012 8강 진출은 예상된 시나리오 였습니다. 우승 전력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네임 벨류를 봐도 조별 본선에서 탈락할 클래스는 아닙니다. 본선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면서 D조 1위로 8강에 진출했습니다. 1차전 프랑스전에서 1-1로 비겼지만 2차전 스웨덴전에서 3-2로 이겼으며 3차전 우크라이나전에서는 1-0으로 승리하면서 토너먼트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잉글랜드의 특징은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1차전 프랑스전에서는 45-55(%)로 밀렸으며 2차전 스웨덴전에서는 52-48(%)로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3차전 우크라이나전에서는 29-71(%)로 눈에 띤 열세를 보였죠. 많은 시간 동안 볼을 소유하기 보다는 선 수비-후 역습에 주력했습니다. 상대팀 공세를 막는데 치중하면서 짧은 시간 몇번의 볼 연결로 골을 노리는 공격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잉글랜드가 본선 3경기에서 기록한 5골 중에 2골은 세트 피스 과정에서 연출됐습니다.

잉글랜드는 프랑스전에서 유효 슈팅이 단 1개에 불과했음에도 승점 1점을 따냈습니다. 슈팅 숫자에서는 3-19(유효 슈팅 15-1, 개)의 엄청난 열세를 보였으나 상대팀의 골 결정력 불안으로 패배 위기를 넘겼습니다. 스웨덴전에서는 슈팅 15-12(유효 슈팅 9-8, 개)로 앞섰지만 우크라이나전에서는 9-16(유효 슈팅 5-5, 개)로 밀렸습니다. 승점 3점 획득에 올인했던 스웨덴전에 비해서 프랑스-우크라이나전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감을 높였습니다. 실리를 중요시하는 로이 호지슨 감독의 색깔이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실리 축구는 결과가 중요하며 잉글랜드는 2승1무를 거두었습니다. 호지슨 감독에게 성과를 돌릴 수 있습니다.

호지슨 감독은 전력이 약한 팀을 끈끈한 팀으로 바꾸는데 일가견 있습니다. 1~2년 전 리버풀에서는 실패했지만 풀럼의 유로파리그 준우승, 웨스트 브로미치의 올 시즌 잔류(1부리그 강등이 잦았던 팀)를 이끌어내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잉글랜드의 본래 경기력은 유로 2012 이전까지는 유럽 정상급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기대만큼 실망이 많았죠. 호지슨 감독은 전임 사령탑이었던 파비오 카펠로 전 감독처럼 화려한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지도자는 아니지만 잉글랜드를 바꿀 적임자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과대 평가 되었던 잉글랜드에게 실속을 안겨주변서 D조 1위로 본선을 통과했습니다.

당초, 잉글랜드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 웨인 루니의 1~2차전 출전 정지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차전 프랑스전에서는 대니 웰백-애슐리 영 투톱이 동반 부진했지만, 2차전 스웨덴전에서는 앤디 캐롤과 웰백 투톱이 동시에 골을 터뜨렸습니다.

잉글랜드의 루니 공백 메우기는 특정 공격수 맹활약보다는 스티븐 제라드의 3경기 연속 도움의 효과가 컸습니다. 제라드는 프랑스전에서 전반 30분 오른쪽 프리킥을 날렸으며 줄리온 레스콧 헤딩골로 이어졌습니다. 스웨덴전에서는 전반 23분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캐롤의 헤딩골로 엮어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에서도 후반 3분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루니의 헤딩골로 연결되었죠. 제라드는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프랭크 램퍼드와의 공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램퍼드가 부상으로 빠진 효과(?)로 공격 전개에 힘을 얻었습니다. 허리에서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는데 치중했으며 3경기 연속 팀의 골에 관여했습니다.

잉글랜드 8강 진출 과정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골키퍼 조 하트의 존재감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안정적인 기세가 유로 2012에서도 재현됐습니다. 2년 전 남아공 월드컵 미국전에서 일명 '알까기' 실책을 범했던 로버트 그린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잉글랜드는 그동안 골키퍼 실수로 한숨을 쉬었지만 이번 대회 본선 3경기에서는 하트 덕분에 뒷문이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게리 케이힐 부상과 리오 퍼디난드 제외로 잡음이 났던 센터백은 테리-레스콧 조합이 완성됐습니다. 우크라이나전에서는 무실점 경기를 펼치면서 팀의 1-0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D조 1위에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8강 이탈리아전에서 패하면 기존 메이저 대회 행보와 다를 바 없는 성적을 거두게 되죠.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유로 2004에서는 8강 진출에 만족했습니다. 잉글랜드의 이름값이라면 최소 4강에 올라야 합니다.

루니의 복귀는 8강 이탈리아전을 앞둔 잉글랜드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루니는 우크라이나전에서 경기 내용상 부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경기는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목적이 없지 않았습니다. 8강 이탈리아전 선발 출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캐롤-웰백-애슐리 영-디포에 비해서 메이저 대회와 빅 매치 경험이 많기 때문이죠. 루니의 월드컵 통산 0골을 운운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유로 대회 만큼은 잘했습니다. 이탈리아가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했다는 점에서 루니가 미쳐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전 골 장면 하나만으로는 징계로 본선 2경기에 못나왔던 잘못을 속죄하기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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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성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리버풀이 로이 호지슨 감독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지난 6일 블랙번전 1-3 패배 및 리그 12위 추락에 따른 책임으로 호지슨 감독을 해고했죠. 리버풀은 2009/10시즌 7위 추락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호지슨 감독을 영입했지만 순위 및 경기력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맞이하며 철저히 중위권을 맴돌게 됐습니다. 그래서 호지슨 감독을 대신하여 '리버풀 레전드' 케니 달글리시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습니다. 달글리시는 올 시즌 끝까지 감독 대행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리버풀은 9일 저녁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FA컵 3라운드를 앞두고 호지슨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철천지 원수에게 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과 밀접합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맨유전을 앞두고 팀을 수습할 시간이 촉박한 단점이 있지만, 맨유에게 패하는 것은 리버풀에게 반갑지 않습니다. 오는 16일에는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를 치르기 때문에 호지슨 감독을 안고 갈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리버풀이 작별을 택한 이유죠.

달글리시 감독 대행에 달려있는 리버풀 재건

우선,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리버풀 팬들에게 '킹 케니'라는 별명을 얻으며 무한 신뢰를 받는 스코틀랜드 국적의 지도자입니다. 1977년 부터 1990년까지 리버풀의 공격수로 뛰었으며, 그 중에 1985년 부터 6년 동안 감독을 맡았습니다.(1991년까지 감독 역임) 선수 겸 감독으로서 리버풀의 전성시대를 주도했고 특히 2006년에는 리버풀 100대 스타 1위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리버풀 감독으로서 세 번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1985/86, 1987/88, 1989/90시즌) 그 중에 1989/90시즌은 리버풀이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시기 였습니다. 1986년과 1989년은 리버풀의 FA컵 우승, 1994/95시즌 블랙번의 리그 우승을 이루었죠.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2000년 셀틱 이후 11년 동안 1군 감독을 맡지 않았습니다. 2009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리버풀 유소년 팀을 지도했지만 성인팀 경험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양적, 질적으로 팽창을 거듭했고 전술이 진화한 흐름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리버풀 현지 팬들은 달글리시 감독 대행을 원했습니다. 올 시즌 리버풀이 부진 할 때마다 '킹 케니'를 외치며 호지슨 감독을 자극했죠. 이에 호지슨 감독은 불쾌한 반응을 내비쳤지만 팬들의 기세를 꺾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의 황금 시대 주역이자 마지막 리그 우승을 이끈 아우라 때문에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지휘를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목표는 리버풀의 재건 입니다. 과거 리버풀의 감독으로서 팀의 전성시대를 열였다면 이제는 리버풀이라는 배가 더 이상 표류하지 않도록 순항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맨유가 리그 No.1으로 군림하기 이전에 잉글랜드와 유럽을 평정했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중위권 리버풀'은 더 이상 허락할 수 없는 분위기죠. 리버풀이라는 클럽의 정체성은 상위권 내지는 우승입니다. 과거 리버풀을 화려하게 빛냈던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등장은 성적 부진에 허덕이는 팀에게 상징적인 일입니다.

그런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리버풀이 더 이상 패배의식에 빠지지 않도록 사기를 끌어올릴 것입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7승4무9패를 기록하며 승무패중에 패가 가장 많았고, 특히 원정에서 1승2무7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7위 추락까지 감안하면 선수들이 패배에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우승을 많이 했던 지도자였기 때문에 리버풀이 선전하는 지혜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부여하고, 서로 똘똘 뭉치도록 유도하고, 동기 의식을 부여하는 인화력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서 승리욕을 고취시키는 것이죠.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리버풀에서 어떤 전술을 구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호지슨 감독의 롱볼 축구를 그대로 이어갈지, 현대 축구의 대세인 기술 축구를 표방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축구를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1년 동안 1군 감독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옛날에 구사했던 전술을 바꿀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 회복입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자신의 색깔을 팀 전술에 활용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단합이 요구될 수 밖에 없죠.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이스탄불의 기적'을 이루었던 리버풀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리버풀의 빅4 재진입은 실패로 끝날 수 있습니다. 4위 토트넘과의 승점 차이가 11점이기 때문입니다.(리버풀 25점, 토트넘 36점) 그리고 5위가 첼시입니다. 리버풀이 선전하더라도 토트넘-첼시 및 상위권 클럽까지 오름세를 타면 빅4 재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라도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지휘할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올 시즌 후반기를 통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운 뒤 다음 시즌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임기가 올 시즌까지 라는 점에서 차기 사령탑을 맡을 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기존 선수들을 지켜야 하는 과제까지 짊어졌습니다. 리그 4위 진입이 실패로 끝나는 상황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그 시나리오가 성사되지 못하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얻지 못하면서 몇몇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첼시-유벤투스 등의 영입 관심을 받았던 토레스가 대표적 사례 입니다.(또한 FC 바르셀로나의 로셀 회장의 선거 도중에 토레스-파브레가스 영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리버풀은 토레스를 잔류시켜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토레스에게 리버풀의 자긍심을 심어주며 팀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쩌면 리버풀이 강팀 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는 척도는 달글리시 감독 대행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호지슨 감독 체제에서는 강팀의 위용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과거의 명성 및 우승 경력 중심의 관점에서 놓고 보면 강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정신이 언제까지 빛을 발하느냐 입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리버풀에 얼마만큼 끈기를 유발하고, 응집력을 강화시키며, 자신감을 부여하느냐가 중요해졌죠. 과연 리버풀이 부활할지 FA컵 맨유전을 비롯 프리미어리그 후반기가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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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박싱데이가 끝나면서 몇몇 감독들의 입지가 단단히 좁아졌습니다. 카를로 안첼로티 첼시 감독, 제라르 울리에 애스턴 빌라 감독, 아브람 그랜트 웨스트햄 감독, 그리고 로이 호지슨 리버풀 감독입니다. 4명의 지도자는 박싱데이 마지막 경기(22라운드)에서 패했던 공통점을 안고 있으며 최근 성적 부진으로 경질 위기에 몰렸습니다. 크리스 휴튼 전 뉴캐슬 감독, 샘 앨러다이스 전 블랙번 감독에 이어 올 시즌 세번째 또는 그 이상의 감독 경질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호지슨 감독입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경질 여부로 주목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2라운드였던 지난해 8월 24일 맨체스터 시티전 0-3 완패 및 무기력한 경기 내용이 빌미가 되어 리버풀 팬들에게 안좋은 이미지를 심어줬고, 지난 10월 4일 블랙풀전 1-2 패배 및 18위(강등권) 추락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급기야 10월 17일 에버턴전에서는 0-2로 패하면서 19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에버턴은 지역 라이벌 관계입니다. 그 이후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지만 리그 7위권 진입에 번번이 실패한 끝에, 지난 6일 블랙번에게 1-3으로 패하면서 12위(7승4무9패, 승점 25)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현실적으로 리버풀의 빅4 재진입 가능성은 적습니다. 리그 4위 토트넘(10승6무5패, 승점 36)과의 승점 차이가 11점이기 때문입니다. 토트넘을 따라잡으려면 4경기를 뒤집어야 합니다. 하지만 토트넘은 5위 첼시와 빅4 싸움을 펼치는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합니다.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첼시, 중상위권을 기록중인 선덜랜드-볼턴 또한 같은 마음입니다.(칼링컵과 FA컵 우승팀이 리그 4위 이내 팀이라면 중상위권팀이 유로파리그 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리버풀의 4위권 진입을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리버풀은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당초에는 1월 이적시장이 리버풀에게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호지슨 감독이 선호하는 성향의 선수들을 영입하여 전력 보강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페르난도 토레스를 최전방에 고정시켜 롱볼 따내기 및 포스트 플레이를 주문하거나 하울 메이렐레스를 오른쪽 윙어로 전환하도록 주문했습니다. 몇몇 경기에서 토레스의 빠른 움직임을 유도하거나 메이렐레스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사례도 있었지만 만족할 성과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특히 토레스는 호지슨 감독을 만난 이후부터 기복이 심해졌으며 부상 이전의 폼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의 1월 이적시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새로운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하여 스쿼드의 내실을 키우는 것입니다. 더 이상 감독 교체가 늦어지면 1월 이적시장이 종료되거나 마감 날짜가 촉박해지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호지슨 감독 경질에 대한 결단이 빨라야 합니다. 첼시가 2009년 2월에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감독을 경질하고 거스 히딩크 현 터키 대표팀 감독을 임시직으로 영입하여 성적 부진을 막았던 사례가 있었지만, 감독 교체 시기가 늦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1월 이적시장에서 데려오지 못했죠. 그런 리버풀이 호지슨 감독과 작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바로 지금입니다.

물론 호지슨 감독을 경질할 타이밍은 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뉴캐슬-블랙번이 지난해 12월 초순 및 중순에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것 처럼 말입니다. 리버풀 같은 경우에는 12월 30일 '꼴찌였던' 울버햄턴전 0-1 패배, 지난 6일 블랙번전 1-3 패배 이후에 호지슨 감독을 경질할 수 있는 명분이 실렸습니다. 그럼에도 리버풀은 지금까지 호지슨 감독을 계속 안고 갔습니다. 박싱데이가 10~11일에 4경기씩 치르는 빠듯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감독 교체의 위험성이 컸죠. 12월 27일 블랙풀전이 폭설로 취소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나머지 일정이 벅찼습니다. 기간 도중에 감독을 경질하면 팀을 수습할 여유가 없는 단점을 안게 되죠.

하지만 오는 9일 저녁 10시30분(이하 한국시간) FA컵 3라운드(64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리버풀에게 있어 맨유는 철천지 원수 같은 존재의 라이벌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감정까지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맨유전 패배를 용납할 수 없는 분위기이죠. 더욱이 맨유전은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됩니다. 리버풀은 2009년 3월 14일 맨유 원정에서 4-1 대승을 거뒀지만 그 이후 올드 트래포드에서 2연패를 당했습니다. 또한 리버풀의 올 시즌 리그 원정 성적은 1승2무7패입니다. 홈 경기에서 6승2무2패를 거둔것과 대조적입니다. 객관적으로 리버풀이 맨유에게 밀립니다.

물론 맨유는 리버풀 전에서 최정예 멤버를 가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싱데이가 끝난 뒤에 펼쳐지는 경기이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목적 삼으며 백업 멤버들을 기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지난 시즌 FA컵 3라운드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에게 0-1로 패했습니다. 당시 홈 경기였고, 리즈가 라이벌이자 당시 3부리그(현 2부리그)에 속했던 약팀이었고,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을 가동했기 때문에 패배의 충격이 컸습니다. 올 시즌 FA컵 3라운드에서는 두 번 연속 라이벌 팀에게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맨유는 리버풀전에서 방심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문제는 리버풀도 맨유전에서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축 선수들이 박싱데이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입니다. 체력적으로는 맨유보다 더 불리합니다. 맨유가 5일 스토크 시티전을 치렀다면 그 다음날에는 리버풀이 블랙번전을 소화했습니다. 또한 맨유는 선수층이 두껍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을 가동할 수 있는 여유가 있죠. 리버풀이 '절대 질 수 없다'는 응집력으로 무장하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지만, 현재의 리버풀은 호지슨 감독의 전술적인 패착(롱볼 축구) 및 제이미 캐러거 부상 이탈에 따른 수비 불안까지 겹치면서 경기력이 어지러진 상황입니다. 만약 리버풀이 맨유 원정에서 승리하려면 부단한 각오를 갖고 올드 트래포드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 리버풀은 맨유전이 끝나면 그 다음은 16일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 입니다. 홈 경기라는 특수성까지 안고 있죠. 하지만 리버풀이 맨유전에서 패하면 머지사이드 더비까지 호지슨 감독을 안고 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 시나리오는 호지슨 감독에게 믿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은 지난 시즌 7위에 그친 리버풀의 부활이 아닌 퇴보의 아이콘입니다. 물론 그에게 머지사이드 더비 또는 그 이후까지 팀을 맡길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맨유-에버턴전은 리버풀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입니다. 결단하지 않으면 팀은 더욱 힘들 수 있습니다.

결국, 호지슨 감독의 경질은 맨유 원정에 달렸습니다. 라이벌전 승리는 '생명 연장'의 기회가 되어 에버턴전을 맞이할 수 있지만, 만약 실패하면 경질 가능성이 더욱 힘을 얻게 됩니다. 맨유 원정 승리 이후 경질하는 수순은 결코 깨끗하지 못하죠. 또는 맨유 원정 이전에 호지슨 감독을 떠나 보낼 수 있습니다. 맨유전 전망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호지슨 감독을 경기 하루전에 해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리버풀은 팀의 개선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시기를 맞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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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팀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이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23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니테즈 감독과의 상호 계약 해지 소식을 발표했죠. 최근 베니테즈 감독이 인테르를 떠날 것이라 발언하면서 사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인테르도 베니테즈 감독을 안고 가는 의지를 포기했기 때문에 계약 해지라는 이름하에 경질을 택했습니다. 베니테즈 감독과 함께한 시간이 6개월에 불과함을 상기하면, 인테르는 베니테즈 감독을 잔류시킬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베니테즈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된 배경은 성적 부진 때문입니다. 세리에A 5연패를 비롯 지난 시즌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했던 인테르의 사령탑을 맡았으나 현재 팀의 세리에A 성적은 7위입니다. 몇몇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감안해도, 베니테즈 감독 부임 이후 팀의 경기력이 나빠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그동안 현지 언론에서 경질설이 끊이지 않았죠. 그리고 베니테즈 감독은 클럽 월드컵 이후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으면 인테르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성적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구단에 감독 권한 확대를 요구했으니, 인테르가 곱게 바라보지 않았죠.

'성적 부진' 리버풀, 용단을 내릴때가 왔다

이러한 인테르의 행보는 리버풀이 눈여겨 봐야 합니다. 리버풀은 지난 6월 베니테즈 감독과 작별하면서 로이 호지슨 감독을 영입했지만 오히려 팀 성적이 떨어지고 경기력이 퇴보하는 역효과에 직면했습니다. 리버풀은 베니테즈 체제에서 2004/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6/07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달성했으며 2009/10시즌 총체적 성적 부진을 제외하면 잉글랜드 명문으로서의 이름값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 부임 이후 프리미어리그 성적은 9위(6승4무7패)이며 시즌 초반 강등권에 추락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인테르가 베니테즈 감독을 떠나보낸 것은 더 이상의 성적 부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유럽 및 세계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침체를 막아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베니테즈 감독을 내쳤습니다. 리버풀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문 클럽이자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중상위권 내지는 중위권의 클래스는 어색합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7위로 마감하여 토트넘에게 빅4를 빼앗기면서 베니테즈 감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호지슨 체제는 지난 시즌의 베니테즈 시절보다 더 어렵습니다.

물론 감독이 바뀌면 그 초기에는 전술 적응 문제 때문에 경기력 최대화가 어렵습니다. 축구는 '감독 놀음'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프로는 적응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성적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기 때문이죠. 국내 K리그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감독 교체 현상이 잦아졌습니다. 감독은 성적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는 존재로서 구단의 운명을 좌지우지합니다. 그래서 인테르가 베니테즈 감독과 결별한 것은 현재까지 최고의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리버풀도 베니테즈 감독을 경질한 수순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을 영입한 것은 팀의 퇴보를 부추기는 최악의 선택이 됐습니다.

호지슨 감독은 리버풀에서 '풀럼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풀럼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지난 여름 안필드에 입성했지만, 문제는 풀럼에서의 전술을 리버풀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풀럼은 엄연히 약팀이기 때문에 호지슨 감독이 그에 맞는 롱볼 축구 전략을 내세웠지만, 베니테즈 체제에서 패스 축구에 익숙했던 리버풀에서 그 스타일을 고집하는 바람에 팀 성적까지 중위권(한때 강등권)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리버풀은 비록 지난 시즌 부진했지만 강팀의 클래스가 남아있기 때문에 호지슨 감독이 그것을 끄집어야 했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전술을 일관하면서 경기력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더욱이, 롱볼 축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축구하면 떠오르는 스타일은 '킥 앤 러시(Kick & Rush)'이며 호지슨 감독도 그러한 전술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축구의 대세는 패스 축구입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면서 축구 전술의 퀄리티가 높아졌고 현지 축구팬들이 화려한 축구를 선호하게 됐죠. 게리 멕슨 전 감독, 샘 앨러다이스 전 감독이 각각 볼턴과 블랙번에서 경질된 원인은 롱볼 축구와 밀접합니다. 패스 축구를 구사했던 리버풀이라면 경기력의 연속성을 키우면서 베니테즈 감독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감독을 영입했어야 하는데, 호지슨 감독을 데려오면서 패착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런 호지슨 감독은 1월 이적시장에서 경질을 면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보강하여 성적 향상을 노리겠다는 의도입니다. 현재 리버풀의 영입 관심을 받는 선수들은 앤디 캐롤(뉴캐슬)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 메튜 자비스(울버햄턴) 데이비드 벤틀리(토트넘) 라사나 디아라(=라스, 레알 마드리드) 아딜 라미(릴, BUT 발렌시아 이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짐)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선수들을 보강하더라도 감독의 전술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호지슨 감독이 리버풀 간판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의 장점을 팀 전술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만약 리버풀이 현 시점에서 호지슨 감독을 경질하면 새로운 감독 구미에 맞는 선수를 1월 이적시장에서 보강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성적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적 기회을 마련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시즌 중의 감독 교체는 성적 향상의 능사가 아닙니다. 감독이 새로 바뀌기 때문에 팀 조직력에 혼란이 따를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에게는 자극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의 성적 부진은 결과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의 현 스쿼드라면 중위권에 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을 인수한 뉴 잉글랜드 스포츠 벤처(NESV)는 호지슨 감독을 안고 가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호지슨 감독 경질을 염두하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으며, 지난 21일에는 리버풀 현지 뉴스 사이트 <안필드 온라인>이 트위터를 통해 호지슨 감독의 경질을 부정하는 멘션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인테르가 베니테즈 감독을 경질한 사례는 리버풀이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리버풀의 최근 행보도 인테르와 똑같지는 않아도 큰 틀에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리버풀이 용단을 내릴 시점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10경기 중에 7경기가 현지 폭설로 연기됐습니다. '라이벌'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비롯해서, 아스날vs스토크 시티, 블랙풀vs토트넘, 버밍엄vs뉴캐슬, 위건vs애스턴 빌라, 웨스트 브로미치vs울버햄턴, 그리고 리버풀vs풀럼 경기까지 취소됐습니다. 최근 잉글랜드 현지에 폭설에 이어 한파가 몰아치면서 그라운드가 얼어붙는 바람에 정상적인 경기 개최가 힘들게 됐죠.

14개 팀은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연기에 의해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게 되었지만 앞으로의 체력 저하가 커지는 단점을 안게 됐습니다. 지난 1월에 잇따른 경기 취소 사례가 있었음을 상기하면 향후 경기 취소가 빈번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에서 18라운드 연기가 반갑지 않게 느껴질 사람을 꼽으라면, 로이 호지슨 리버풀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풀럼과의 홈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지만 기상 악화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리그 9위' 리버풀에서 경질 위기에 놓인 호지슨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을지 모릅니다.

리버풀은 풀럼전에서 승리 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풀럼이 올 시즌 원정 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5무3패/홈에서는 2승5무2패) 호지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시즌 원정 경기에서도 1승7무11패(홈에서 11승3무5패)로 고전했습니다. 원정에서 극심하게 부진했던 것을 홈에서 만회하는 양상이 두드러졌죠. 공교롭게도 리버풀은 올 시즌 홈 경기에서 강했습니다. 원정에서 1승2무6패에 허덕였지만 홈에서는 5승2무1패 였습니다. 호지슨 감독은 홈 경기에 강했고 원정 경기에서 약했는데, 풀럼은 호지슨 감독이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원정 경기에 약했습니다. 그리고 호지슨 감독은 풀럼을 잘 알고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은 풀럼전 연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합니다.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및 유로파리그 출전을 병행하면서 결코 체력이 좋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박싱데이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27일 블랙풀, 30일 울버햄턴전에 이어 내년 1월 2일에는 볼턴과 경기하게 됩니다. 세 팀 모두 전력이 취약하기 때문에(볼턴은 1월 2일이면 이청용이 없기 때문에) 리버풀이 승리를 노려볼 만 합니다. 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부담스럽지만, 18라운드에서 휴식을 취한 것이 단기적인 컨디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호지슨 감독과 달리, 페르난도 토레스는 18라운드 휴식을 반갑게 여길 입장입니다. 박싱데이에서 가벼운 몸 놀림을 되찾을 이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타구니 부상에 시달리면서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고, 남아공 월드컵 출전에 따른 휴식 부족까지 겹쳤던 여파가 지금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그것은 스탯으로 직결됩니다. 올 시즌 리그 16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지만, 2007/08시즌 33경기 24골, 2008/09시즌 24경기 14골, 2009/10시즌 22경기 18골에 비하면 부족함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골 부진까지 겹쳤습니다. 지난달 10일 위건전 이후 4경기 연속 골이 없습니다.

그런 토레스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바로 호지슨 감독의 전술입니다. 토레스가 상대 문전에서 발이 묶인 상태에서 어렵게 공격을 풀어가는 경우가 잦습니다. 아무리 토레스가 원래의 폼을 되찾더라도 지금의 팀 전술에서는 꾸준히 골을 생산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호지슨 감독이 토레스를 최전방에 고정시키는 형태의 전술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토레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은고그-카위트-바벌 같은 또 다른 공격 자원들도 같은 형태로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리안 바벌은 최근 투톱 공격수로 전환했습니다.) 토레스가 침체에 빠졌기 보다는, 호지슨 감독이 토레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의 토레스라면 호지슨 감독 성향에 어울렸을지 모릅니다. 최전방에 머물려는 단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빠른 스피드 및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타겟맨이었지만 그 특징을 살리기에는 활동 폭이 좁았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리버풀에서 해소됐습니다. '전임 사령탑'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현 인터 밀란)에 의해 박스 바깥쪽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여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후방 공격 옵션들의 문전 침투가 간결해졌죠. 가장 대표격이 스티븐 제라드 였습니다. 토레스와 제라드가 공격진에서 하나가 되는 '제토라인'은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 조합 이었습니다.

그래서 토레스는 공간을 넓게 움직이는 특성에 힘입어 자신의 빠른 스피드를 마음껏 내뿜을 이점을 얻었습니다. 특히 리버풀의 역습 상황일 때는 빠르게 문전으로 침투하여 결정적인 슈팅을 노리거나 골을 엮어내는 장면을 연출했죠. 상대 수비가 불안해지면 토레스의 클래스가 어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지금의 리버풀이 성적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토레스의 이러한 장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의 토레스 활용은 지금까지 실패작입니다. 토레스를 문전쪽에 묶으면서 후방에서 날아오는 롱볼을 따내거나, 골문에서의 1대1 기회를 노리는 상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레스는 골을 노리거나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릴 공간적 이점에 제약을 받으면서 자신의 이점을 맘껏 활용 못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토레스 고립으로 이어졌죠. 리버풀이 호지슨 감독 부임 이후 수비력을 강화하면서 선 굵은 축구를 펼치며 공격진의 한 방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물론 토레스는 골을 잘 넣는 공격수지만, 자신의 스피드를 내뿜을 기회가 그리 호락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득점력까지 영향을 끼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호지슨 감독은 지난 12일 뉴캐슬전에서 토레스-은고그 투톱의 활동량을 늘리는 전술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은고그가 후반 4분에 골을 터뜨린 것이 리버풀의 성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날 경기에서 1-3으로 패했습니다. 제이미 케러거 부상에 따른 수비 불안이 한 몫을 했지만, 이번에도 토레스를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리버풀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토레스의 활동량이 불가피하게 많아졌기 때문이죠. 리버풀이 캐러거 부상 및 마르틴 스크르텔의 경기력 저하로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렸고 미드필더들까지 그 흐름을 따랐지만, 오히려 토레스에게 활동 부담을 떠안으면서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그 결과는 집중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뉴캐슬에게 세 골이나 헌납했습니다.

호지슨 감독은 고집스러운 성격의 지도자로 유명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을 잘 안바꾸며 특히 풀럼 시절에는 선발 스쿼드를 잘 바꾸지 않았습니다. 주축 선수들을 철저히 믿고 있기 때문에 후반전 교체 타이밍이 늦는 약점이 있죠. 이러한 호지슨 감독의 성향은 리버풀이 성적 부진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토레스 활용 실패 또한 마찬가지죠. 뉴캐슬전에서는 토레스 활용에 대한 변화가 있었지만(결과가 좋지 않음에도) 이제는 토레스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리버풀이 성적 부진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 호지슨 감독에게 18라운드 풀럼전 연기는 토레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이점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호지슨 감독의 롱런 여부는 토레스 활용 효과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호지슨 감독이 토레스와 상생해야하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