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중국전 패배는 참으로 치욕스런 패배였습니다. 중국을 상대로 32년 동안 27연속 무패(16승11무)를 기록했으나 0-3의 완패를 당하면서 공한증을 연장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전반 4분 위 하이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주더니 27분 가오린에게 추가골을 허용당했고 후반 15분 덩 주오샹에게 유린당하며 3골이나 헌납했던 아픔은 한국 축구 입장에서 쓰라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론은 "허정무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을 상대로 경기 내용에서 졸전한 것을 비롯 0-3이라는 참혹한 스코어로 패하자 "이대로는 월드컵 16강이 힘들다"며 감독 교체를 원한 것이죠. 허정무 감독이 오랫동안 팬들의 질타를 받아왔던 지도자였던 만큼, 그것이 누적이 되어 중국전 이후에 경질론이 수면위에 떠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 경질론은 '당연한 현상'

일부 여론에서는 허정무 감독 경질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저 중국전에서 패했을 뿐인데 호돌갑을 떨 필요 없다", "중국전보다는 월드컵 본선이 더 중요하다"며 허정무 감독을 지지하는 늬앙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히딩크호도 한일월드컵 본선 이전까지의 A매치에서 두 번이나 0-5로 패했고 2002년 1월에는 골드컵에서 졸전을 범하며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고 경질론이 탄력을 얻었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호의 전례를 비춰보면, 허정무 감독에게 신뢰가 더 필요하다는 여론의 반응도 틀리지는 않은 말입니다.

하지만 히딩크호의 졸전과 허정무호의 졸전은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히딩크호는 프랑스, 체코 같은(당시 체코의 FIFA 랭킹은 최상위권 이었습니다.) 유럽 축구 강국들에게 0-5로 패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실력 향상을 키우고 내구성을 강화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골드컵 졸전도 강도 높은 체력 프로그램을 병행했기 때문에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반면 허정무호는 지난달 잠비아에게 2-4, 며칠전 중국에게 0-3으로 패한데다 경기 내용까지 상대팀에 밀렸습니다. 잠비아와 중국의 전력이 수준높지 않음을 상기하면, 허정무호의 졸전은 히딩크호와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허정무호는 지난달 남아공과 스페인에서 A매치 3경기와 프로팀과의 2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키웠고 고지대에 적응하며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목포에서 동계 합숙훈련을 하며 조직력 향상에 주력한 뒤 동아시아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선수들을 장기간 합숙시키고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전력 향상에 주력했으나 중국전에서 졸전끝에 0-3으로 패한 것은 프로답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를 치르고 훈련을 거듭하면서 전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야 했으나 중국전 0-3 패배가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비 조직력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비는 개인 기량 이전에 조직의 힘을 근간으로 합니다. 하지만 출범한지 2년 1개월이 된 허정무호의 수비 조직력은 향상 될 기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특히 센터백이 문제입니다. 조용형-강민수, 조용형-이정수, 그리고 중국전에서는 조용형-곽태휘 조합을 썼으나 세 조합 모두 불안한 수비 집중력을 일관하며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물론 한국 축구가 걸출한 중앙 수비수를 발굴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센터백을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허정무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여론에서는 중국전을 통해 "이대로는 월드컵 16강이 힘들다"며 허정무 감독의 경질을 주장했습니다. 전력이 점차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허정무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이죠. 만약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월드컵 본선에서는 팀 장악력이 뛰어난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스콜라리 체제에서 갑작스런 성적 부진으로 좌초했던 첼시를 구해낸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유형의 자도자 말입니다.(혹은 히딩크 감독)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독 교체가 잦은 것 처럼, 감독이라는 자리는 성적에 목을 멜 수 밖에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경질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허정무 감독의 경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까지 4개월의 시간이 남은데다 23인 최종 엔트리 발표 이전까지 A매치 두 경기(일본, 코트디부아르전)만 치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일본전이 동아시아대회임을 상기하면, 코트디부아르전은 23인 최종 엔트리를 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 및 기회가 빠듯합니다.

한국과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하는 나이지리아는 감독 교체를 단행하여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행보는 한국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이지리아가 새로운 감독을 영입했으나 전력 강화에 실패하면 감독 교체가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그 자체가 시간 낭비 입니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시점에서 감독 교체를 하는 것은 '모험'이자 '무모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운이 좋으면 월드컵에서의 선전으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마냥 쉽지 않습니다. 

허정무 감독 경질을 주장하는 분들은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를 원할 것입니다.(히딩크 감독도 그 중에 한 명) 하지만 외국인 지도자들 중에서 한국 축구 및 선수들의 특징을 세부적으로 인지하는 사람은 '단연컨데' 한 명도 없습니다. 더욱이 대표팀의 외국인 감독으로서 성공한 사람은 히딩크 감독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논란이 있는 베어벡 감독은 논외) 히딩크 감독도 한국이라는 팀을 완성하기까지는 1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까지 4개월이 남은 한국에게는 외국인 감독에게 기회를 줄 시간이 사실상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허정무 감독을 통해 그동안 나타났던 잘못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코트디부아르전을 베스트 일레븐 가동 및 23인 최종 엔트리를 가릴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마련하고 그 이후에는 해외파와 K리거들의 조직력을 키우며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야 합니다.

더욱이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을 목표로 2년 1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맡았던 만큼, 월드컵 본선에서는 허정무 감독에게 몫을 제공해야 합니다.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지금의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을 경질하는 행보 또한 앞날의 한국 축구에 있어 매끄럽지 못합니다. 2000년대 잦은 대표팀 감독 교체로 혼란을 겪었던 한국 대표팀에 있어,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일본전에 달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허정무 감독 경질은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시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을 경질하면 전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감독 교체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월드컵 본선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최악인 것은 한국 축구계가 허정무 감독의 경질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오는 14일에 열릴 일본전이 중요합니다. 허정무호가 일본전에서 어떤 경기 내용을 펼치고, 좋고 나쁜 결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허정무 감독의 운명이 가려질 것입니다. 일본전에서 선수들이 분발하여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허정무 감독은 면죄부를 얻지만, 중국전에 이어 일본전에서도 졸전을 비롯 경기에서 패하면 허정무 감독을 향한 여론의 반응이 악화 될 것이 분명합니다. 훗날, 남아공 월드컵 졸전 원인으로 허정무 감독 경질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으려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허정무호의 일본전 선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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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가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을 대비한 최근 친선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난 1일 시리아전에서는 1-1로 비겼고 4일 바레인전에서는 2-2로 비겼습니다.

이를 두고 상당수 팬들은 최근 친선전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전술 및 2연속 무승부를 거둔 허정무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론에서는 허정무호의 최근 행보를 두고 '위기', '적신호' 등의 여러 부정적인 수식어들을 논하는 것과 함께 대표팀 수장 허정무 감독에 대한 질타가 들끊게 되었습니다. 허정무 감독 자질 및 팀 전력까지 도마위에 오른 셈이죠.

'이란전 올인'하려는 허정무 감독은 비난받아야 하나?

최근 두 경기 동안 한국의 경기력이 무기력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시리아전에서는 상대팀의 자책골로 한 골을 뽑는데 그쳤고 바레인전에서는 전반전에 단 1개의 유효슛을 기록했고 공격 루트마저 단조로웠습니다. 수비라인은 스리백과 포백을 함께 구사했음에도 상대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문제점을 노출했죠.

하지만 친선전은 어디까지나 친선전일 뿐입니다. 아무리 친선전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더라도 그것을 끄집어내기에는 끝이 없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직 세계 정상권에 도달하지 않은데다 아시안컵에서 50년 넘게 우승하지 못했던 한국 축구에게 완벽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 모릅니다. 최근 몇 년간 선진 축구를 TV와 인터넷을 통해 지켜봤던 축구팬들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친선전 만큼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2007년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을 물리쳤던 이라크가 대회 직전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완패했듯 평가전은 실전 무대와 엄연히 다릅니다.

물론 이란전을 대비한 '최종 모의고사' 격인 바레인전은 친선전 치고는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큰 경기에서 좋은 경기 내용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친선전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욕심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둔 감독의 마음은 다릅니다. 허정무 감독은 우리들의 생각과 달리, 애초부터 시리아전과 바레인전보다 이란전에 많은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경기에 임하는 '컨셉' 부터 여론의 마음과 달랐던 겁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달 제주 전지훈련부터 줄곧 언론을 통해 "시리아전과 바레인전 결과는 중요치 않다. 이란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 처럼 시리아전과 바레인전을 철저한 친선전으로 여겼습니다. 미리 변명을 늘여 놓는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지만, 이 발언은 친선전에서 모든 전력을 다하여 승부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약속'을 한 것입니다.

적어도 그 약속만큼은 잘 지켰습니다. 대표팀이 두바이에서 가진 시리아전과 바레인전은 이란전을 위한 중동의 시차에 적응하기 위해 치렀던 경기였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첫째 목적이었습니다. 더욱이 대표팀은 유럽리거들이 아직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골고루 시험하여 실전 감각을 키웠기 때문에 대표팀이 지닌 모든 사력을 다하여 경기에 임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허정무호의 문제점일 수도 있지만 박지성-이영표에 대한 의존도는 대표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두 번의 친선전에서는 수준 높은 경기력과 승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보다는 컨디션 유지가 더 중요했던 겁니다.

공교롭게도 시리아전과 바레인전에서는 이란측이 경기장에서 전력 탐색을 했습니다. 바레인전에서는 알리 다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관전했다고 하죠. 오는 1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적으로 만날 이들 앞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발휘할 필요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어쩌면 친선전에서의 고전으로 이란의 전술적인 미스를 유도하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겠죠. 그리고 두 경기의 졸전은 '이란전 승리를 노리는' 태극전사들에게 위기의식이 되어 승리욕을 가질 수 있는 정신 무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친선전에서 못했다고 해서 대표팀이 슬럼프에 빠지거나 한국 축구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팀은 꾸준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프로팀과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싸워야 하며, 때로는 형편없는 경기를 치를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거스 히딩크 감독도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 시절 두 번의 0-5 대패를 비롯, 약팀에게 번번이 졸전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월드컵 개막 50여일 전에는 중국과 0-0으로 비기기도 했죠. 그때도 경질 여론이 있었지만, 결국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4강 진출을 달성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거둘지는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만, 과거 히딩크 감독의 사례를 비춰볼때 최근 두 경기 졸전은 '약'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축구팬들은 대표팀이 항상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정보다 친선전 1~2경기에 집착하여 냄비 끓듯 일희일비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허정무호가 지난해 가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UAE와 사우디를 꺾을때 펄펄 좋아했지만, 올해 초 국내 연습 경기와 친선전 부진으로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란전은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축구팬들의 일희일비란게 무섭습니다. 잘나가는 사람에게 끊임없는 찬사를 내보내다가 어느날 경기에서 못하면 안좋은 소리들을 쏜살처럼 내뱉습니다. 박지성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발 출장을 거듭할때는 좋은 소리들이 많았지만, 그가 최소 두 경기 연속 결장하는 날에는 '박지성<나니', '박지성 이적설', '주전에서 밀렸나?'냐는 소모적인 반응이 줄을 이을 뿐더러 '벤치성'이라는 단어까지 등장 합니다. 이것이 일희일비의 문제점입니다.

어찌되었건, 허정무 감독에 대한 '현재의' 질타 여론은 명분이 실리지 않습니다. 만약 허정무호가 이란전에서 졸전을 펼친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허정무 감독이 짊어져야 하겠죠. 이란전 단 한경기로 인해 두바이에서 두 번의 친선전을 가졌고 제주도에서 2주동안 전지 훈련을 했기 때문에, 허정무 감독은 반드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란전에는 유럽리거들이 총출동하죠.
 
허정무 감독은 '이란전 올인'을 위해 시리아전과 바레인전에 대한 미련을 두지 않았습니다. 허정무 감독 본인도 이란전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선택은 분명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에 대한 평가와 그가 이끄는 팀 전력은 이란전 이후라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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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가장 큰 핵심은 중앙 수비수를 어떤 조합으로 묶느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지난 16일 축구 전문 언론 <축구공화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 중앙 수비수(센터백) 조합이 허정무호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현대 축구에서 4백 중앙 수비수 들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인마크만 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상대의 공격 패턴을 재빨리 읽으며 수비 위치를 잡는 것과 동료 선수들과 원만한 완급 조절을 하는 역할까지 늘었죠. 이들은 어느 포지션보다 호흡과 경험, 집중력이 중요시되고 경기 중 교체가 많지 않은 특성이 있어 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때문에 한 순간의 실수가 용납치 않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 축구는 수비 불안이라는 고질적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7년 아시안컵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제 대회에서 수비 문제로 쩔쩔맸던 전례가 많았으며 2002년 월드컵에서는 4백이 아닌 '한국 축구에 익숙한' 3백(김태영-홍명보-최진철)을 주로 구사했던 대회였죠. 이에 일부 국내 축구인들은 히딩크 시절부터 수비수 기량 등을 이유로 4백이 한국 축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현재 세계 축구가 주로 4백을 구사함에 따라 한국 축구도 이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3백과 4백을 혼용하던 허정무 감독도 끝내 4백을 받아 들였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한국 축구의 중앙 수비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유명했죠. 허 감독은 지난해 6월 15일 <OSEN>을 통해 "저라고 4백을 쓰고 싶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한국 축구에 쓸 만한 중앙 수비수가 없다. 여기서 쓸 만한 중앙 수비수란 4백에 맞는 중앙 수비수를 말하는 겁니다. 만약 있다면 천거를 해주십시오. 저 자신도 정말 좋은 중앙 수비수를 찾고 있습니다"며 한국 축구 수비력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허 감독은 지난해 축구 잡지 <포포투> 6월호에서도 K리그 중앙 수비수들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을 만큼, 4백 중앙에 어울릴만한 수비수가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수비수 한 명의 기량이 아닌 두 명의 조합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중앙 수비수는 공격수와 달리 개인 활약보다 조직의 끈끈한 힘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자 동료 선수와의 척척 맞는 호흡을 필요로 합니다. 4백을 구사할 경우 선수 선발부터 4백에 맞는 선수를 뽑아(특히 두 명의 중앙 수비수) 유기적인 조직력을 최대화 하는 것이 감독의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현재 프리미어리그 1위 수성에 성공하고 있는 절대적 요인은 '붉은 산맥'으로 불리는 튼튼한 수비 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리그 11경기 연속 무실점 무패행진(9승2무)를 벌이면서 1위 자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죠. 11경기 동안 네마냐 비디치를 중심으로 리오 퍼디난드-조니 에반스-게리 네빌이 파트너로 호흡했지만 상대팀에 흔들리는 기색없이 무실점 행진을 펼쳤습니다. 비디치가 수비 영역이 좁은 단점이 있음을 감안하면, 수비수 개인의 힘보다는 '조합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 축구는 특출난 중앙 수비수가 없는 단점이 있지만 지난해 아시안컵에서는 선수끼리의 단결된 조합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 시켰습니다. 핌 베어벡 전 감독이 중앙 수비수 조합의 힘을 앞세워 4백을 성공시킨 결정적 이유는 수비수 기량 향상보다 최적의 조합 찾기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죠. 베어벡 전 감독은 아시안컵 이전까지 '김동진-김상식', '김진규-강민수' 조합을 실험하며 저울질 한 끝에 후자를 택해 대회 6경기 3실점의 견고한 수비력을 이끌었습니다. 김진규와 강민수는 느린 발과 볼 트래핑이 약한 선수들이지만 전남(당시 두 선수 소속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수많은 호흡을 맞춘 끝에 최상의 수비력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대표팀 수비력이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다시 약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정해성 수석코치와 더불어 3백에 익숙했던 지도자인데다 K리그에서 내놓으라하는 여러 수비수들을 실험하면서('지나친 실험'이라는 외부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거의 매 경기마다 수비라인 붕괴로 흔들린 장면들이 속출했죠. 잦은 선수 구성 변화와 그로 인한 수비수들의 불안한 호흡은 감안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민수-조용형' 조합을 꾸준히 기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실험 결실을 맺기 위해 최적의 중앙 수비수 조합을 완성시키겠다는 의미에서죠. 물론 곽태휘와 이정수 같은 발이 빠르고 듬직한 센터백들이 있지만 두 선수는 그동안 부상이 잦았기 때문에 꾸준함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진규는 조용형에 비해 위치 선정과 정확한 패스 연결이 약해 허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진규와 허 감독의 불화설은, 허 감독이 지난해 부인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닙니다.)

세계 축구의 현재 흐름을 제시하는 유럽 빅 리그 팀들의 경기를 보면 수비 조직력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수비진의 어느 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상대팀 공격수에 의해 여지없이 실점 위기 상황을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 현대 축구의 수비는 ´조합의 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견고해져야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개인 기량이 뛰어난 중앙 수비수가 없다는 현실을 지난해 6월에 토로했습니다. 그 점을 인지한 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민수-조용형' 조합을 꾸준히 기용했고 이들이 찰떡궁합 수비력을 펼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가 수비 불안이라는 고질적인 약점을 떨치려면 강민수-조용형 조합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들을 조련하는 허정무 감독 또한 책임이 막중할 것입니다. '허 감독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강민수-조용형 조합이 그동안 고질적으로 불안했던 한국 축구 수비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희망'으로 거듭날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사우디전, 허정무 감독 능력 검증할 좋은 기회'

허정무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은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대표팀의 연이은 졸전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아 마음고생이 심했겠지만 분명 그는 지난해 12월 7일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누군가는 (대표팀 감독을) 해야 할 일이며 승부사로서의 숙명"이라며 ´독이 든 성배´였던 대표팀 감독직을 맡는 ´용단´을 내린 지도자였다.

사실 허정무 감독하면 긍정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부진 이후 10년 동안 축구팬들의 ´끈질긴´ 비판과 ´허접무´라는 인신비방성 비난에 시달렸던 지도자였기 때문. 지난해에는 전남이 성적 부진에 시달리자 위궤양과 불면증으로 고생했고 올해 대표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을 거듭해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허 감독이 선장을 맡은 대표팀의 ´미래´. 거스 히딩크 감독과 김호곤 현 대한축구협회(KFA) 전무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전까지 각각 ´오대영´, ´호X곤´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음에도 중요한 대회에서 값진 성과를 일궜던 것 처럼 허정무 감독도 두 지도자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며 명장은 타고 나는 것 또한 아니다. 지금은 K리그 최고 명장이 된 차범근 수원 감독도 불과 2년전까지 팬들의 거센 경질 압박에 시달렸던 것 처럼 허정무 감독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감독의 자질은 날이 갈 수록 업그레이드 되거나 시대적인 전술 흐름에 못이겨 퇴보될 수 있기 때문에 허 감독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으로 바뀔 여지가 분명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감독이 팀 전력을 완성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평균 1년'으로 잡고 있다. 그 시간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해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는 감독의 지도력과 재량에 달린 일. 1년의 재임 기간이 가까워지거나 이미 지나가면 팬들이 '팀을 이끄는' 감독의 능력을 읽을 수 있어 이때부터 감독의 '자질'이 여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대표팀 사령탑 맡은지 1년이 다 된 허정무 감독에게 최대의 고비가 찾아왔다. 대표팀이 20일 오전 사우디 아리비아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다투는 중요한 일전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 한국 축구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려면 '중동의 강호' 사우디를 반드시 이겨야 하고, 19년 묵은 '사우디 징크스'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허정무호가 적지에서 사우디를 꺾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사우디전 승리 여부는 허정무 감독 지도력에 달렸다. 그가 직접 파악한 선수들로 1년 동안 팀을 운영하여 훈련하고 여러 차례 경기를 치렀던 만큼 '다른 A매치보다 더 중요한' 이번 사우디전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갖고 있는 축구 스타일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허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축구팬들 누구나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사우디전 승리'다.

그동안 허정무 감독은 거듭된 졸전으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A매치 2경기서 7골을 터뜨리는 '골 넣는 공격축구'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허 감독의 전술과 자질, 그리고 자신의 축구 색깔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의 쉴새없는 활동량을 바탕에 둔 공격 지향적 전술과 그에 따른 다양한 공격 패턴, 유연해진 4-4-2 포메이션 변신, '박지성 시프트'의 성공적인 정착 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전임 외국인 감독들이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전술적 요소여서 허 감독이 자신의 지도력 발전을 위해 노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허 감독은 '수비 지향적인 지도자', '무승부가 많은 지도자'라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

물론 한국과 싸웠던 우즈베키스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엄연히 한 수 아래 상대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4~5년 전 베트남, 오만, 몰디브에게 쩔쩔맸던 경험이 있어 두 경기에서 나타난 긍정적 성과를 '과소평가'하기에는 대표팀에 어떠한 좋은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

만약 허정무 감독이 사우디전서 상대를 궤멸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끈다면 자신을 향한 여론의 반응을 긍정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더 나아가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사우디전의 중요성이 큰 만큼 허 감독의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왔기 때문에 그를 향하는 축구팬들의 판단은 사우디전 경기 내용 및 결과에 따라 새롭게 정립 될 공산이 크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직에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다. 나의 축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고 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우디전을 앞둔 그가 이 같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 감독, 사우디전에서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