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27, 수원)이 부상 복귀 후 첫 경기에서 2골을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오는 30일 발표 될 2010 남아공 월드컵 예비엔트리 30인 발탁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아울러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 발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며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습니다.

염기훈은 지난 27일 저녁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 암드포스(싱가포르)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해 2골을 넣으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수원 이적 후 첫 경기인데다 빠른 부상 회복 때문에 폼이 완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뒤집으며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그동안 왼발등뼈 골절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암드포스전에서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하며 허정무 감독의 시선을 어필했습니다.

이에 앞서, 허정무 감독은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남아공 월드컵 전광판 제막식에 참석해 염기훈의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식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몸상태를 계속 확인했고 수술 경과가 좋다고 들었다. 팀에 필요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며 염기훈을 예비 엔트리 30인에 포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염기훈이 암드포스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남아공행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사실, 염기훈의 대표팀 합류는 힘들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지난 2월 초 왼발등뼈 골절 부상으로 3~4개월 진단을 받은 것, 잦은 부상으로 순발력이 떨어졌다는 허정무 감독의 지적을 받은 것, 신예 김보경의 오름세가 염기훈의 남아공행을 힘들게 하는 3가지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김보경이 허정무호에서의 입지 향상으로 경기력에 자신감이 붙었고 소속팀 J2리그 오이타에서 다득점을 기록하는 발군의 공격력을 과시하며 남아공행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김보경의 성장은 곧 염기훈의 대표팀 탈락을 의미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동안 염기훈의 몸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며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언급한 것은 그를 남아공에 데려가겠다는 뜻입니다. 아직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염기훈의 최종 엔트리 23인 합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뽑을 의지가 충분합니다. 아무리 부상에 시달리거나 김보경이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왼발 능력이 대표팀에서 가장 날카롭기 때문에, 그 이점이 공격 패턴의 다양화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계산입니다.

어쩌면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왼쪽 윙어가 아닌 공격수 자원으로 염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미드필더진에 포함 될 옵션이 풍부한데 비해, 공격수 자원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최종 엔트리 23인에는 공격수 4명이 포함 될 수 있는데, 현재까지 박주영-이동국-안정환은 확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박주영은 대표팀의 No.1 공격수 자원이고 이동국-안정환은 지난달 A매치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공헌한 것을 비롯 K리그와 슈퍼리그에서 발군의 공격력을 과시하며 폼을 끌어 올렸습니다. 타겟맨과 슈퍼 조커로서의 역할이 뚜렷한 것도 남아공행 가능성이 높은 요인입니다.

문제는 나머지 공격수 한 명입니다. 한때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각광 받았던 이근호는 지난 1년 동안 A매치 12경기 무득점에 시달렸던 소속팀 주빌로 이와타에서 9경기 1골에 그치고 있어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허정무호의 주전 공격수로 꾸준히 출전했다는 점에서 남아공행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경기력으로는 탈락 가능성이 큽니다. 슬럼프에 빠진 상태에서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하기에는 폼이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물론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에는 포함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이근호의 대안으로 염기훈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염기훈은 왼쪽 윙어와 동시에 투톱 공격수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 시절 3-4-1-2 포메이션에서 투톱 공격수를 소화했고, 암드포스전에서도 투톱 공격수로 출전해 2골을 넣은 만큼 공격수 자리에 익숙합니다. 염기훈은 이근호처럼 순발력이 빠르지 않지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능숙하고 킥력이 좋기 때문에 절호의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움직임 과정에서 볼 터치가 많기 때문에 팀 공격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허정무호가 4-2-3-1을 구사하면 박지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김보경에게 왼쪽 윙어를 맡길 수 있는데, 경험 부족으로 여의치 않으면 염기훈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염기훈은 그동안 국제 경기 출전 경험이 많은데다 어떠한 상대가 압박을 펼치더라도 주늑들지 않는 배짱이 있습니다. 공격수와 왼쪽 윙어를 번갈아 소화할 수 있는 염기훈의 다재다능한 활용은 허정무 감독의 전술 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염기훈의 최종 엔트리 23인 포함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에게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칭찬을 한 것은, 염기훈이 최종 엔트리 발표 이전까지의 K리그 경기에서 분전할 것을 요구하는 동기부여이자 자극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허정무 감독이 염기훈을 철저히 검증하여 그의 경기력을 면밀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음달 1일 광양에서 열릴 전남-수원 경기에서 염기훈의 경기력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관전할 예정인데, 과연 염기훈이 허심을 잡으며 남아공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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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의 중국전 패배는 참으로 치욕스런 패배였습니다. 중국을 상대로 32년 동안 27연속 무패(16승11무)를 기록했으나 0-3의 완패를 당하면서 공한증을 연장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전반 4분 위 하이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주더니 27분 가오린에게 추가골을 허용당했고 후반 15분 덩 주오샹에게 유린당하며 3골이나 헌납했던 아픔은 한국 축구 입장에서 쓰라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론은 "허정무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을 상대로 경기 내용에서 졸전한 것을 비롯 0-3이라는 참혹한 스코어로 패하자 "이대로는 월드컵 16강이 힘들다"며 감독 교체를 원한 것이죠. 허정무 감독이 오랫동안 팬들의 질타를 받아왔던 지도자였던 만큼, 그것이 누적이 되어 중국전 이후에 경질론이 수면위에 떠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 경질론은 '당연한 현상'

일부 여론에서는 허정무 감독 경질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저 중국전에서 패했을 뿐인데 호돌갑을 떨 필요 없다", "중국전보다는 월드컵 본선이 더 중요하다"며 허정무 감독을 지지하는 늬앙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히딩크호도 한일월드컵 본선 이전까지의 A매치에서 두 번이나 0-5로 패했고 2002년 1월에는 골드컵에서 졸전을 범하며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고 경질론이 탄력을 얻었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히딩크호의 전례를 비춰보면, 허정무 감독에게 신뢰가 더 필요하다는 여론의 반응도 틀리지는 않은 말입니다.

하지만 히딩크호의 졸전과 허정무호의 졸전은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히딩크호는 프랑스, 체코 같은(당시 체코의 FIFA 랭킹은 최상위권 이었습니다.) 유럽 축구 강국들에게 0-5로 패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실력 향상을 키우고 내구성을 강화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골드컵 졸전도 강도 높은 체력 프로그램을 병행했기 때문에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반면 허정무호는 지난달 잠비아에게 2-4, 며칠전 중국에게 0-3으로 패한데다 경기 내용까지 상대팀에 밀렸습니다. 잠비아와 중국의 전력이 수준높지 않음을 상기하면, 허정무호의 졸전은 히딩크호와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허정무호는 지난달 남아공과 스페인에서 A매치 3경기와 프로팀과의 2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키웠고 고지대에 적응하며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목포에서 동계 합숙훈련을 하며 조직력 향상에 주력한 뒤 동아시아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선수들을 장기간 합숙시키고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전력 향상에 주력했으나 중국전에서 졸전끝에 0-3으로 패한 것은 프로답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를 치르고 훈련을 거듭하면서 전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야 했으나 중국전 0-3 패배가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비 조직력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비는 개인 기량 이전에 조직의 힘을 근간으로 합니다. 하지만 출범한지 2년 1개월이 된 허정무호의 수비 조직력은 향상 될 기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특히 센터백이 문제입니다. 조용형-강민수, 조용형-이정수, 그리고 중국전에서는 조용형-곽태휘 조합을 썼으나 세 조합 모두 불안한 수비 집중력을 일관하며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물론 한국 축구가 걸출한 중앙 수비수를 발굴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센터백을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허정무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여론에서는 중국전을 통해 "이대로는 월드컵 16강이 힘들다"며 허정무 감독의 경질을 주장했습니다. 전력이 점차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허정무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이죠. 만약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월드컵 본선에서는 팀 장악력이 뛰어난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스콜라리 체제에서 갑작스런 성적 부진으로 좌초했던 첼시를 구해낸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유형의 자도자 말입니다.(혹은 히딩크 감독)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독 교체가 잦은 것 처럼, 감독이라는 자리는 성적에 목을 멜 수 밖에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경질론은 옳고 그름을 떠나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허정무 감독의 경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까지 4개월의 시간이 남은데다 23인 최종 엔트리 발표 이전까지 A매치 두 경기(일본, 코트디부아르전)만 치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일본전이 동아시아대회임을 상기하면, 코트디부아르전은 23인 최종 엔트리를 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 및 기회가 빠듯합니다.

한국과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하는 나이지리아는 감독 교체를 단행하여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행보는 한국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이지리아가 새로운 감독을 영입했으나 전력 강화에 실패하면 감독 교체가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그 자체가 시간 낭비 입니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시점에서 감독 교체를 하는 것은 '모험'이자 '무모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운이 좋으면 월드컵에서의 선전으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마냥 쉽지 않습니다. 

허정무 감독 경질을 주장하는 분들은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를 원할 것입니다.(히딩크 감독도 그 중에 한 명) 하지만 외국인 지도자들 중에서 한국 축구 및 선수들의 특징을 세부적으로 인지하는 사람은 '단연컨데' 한 명도 없습니다. 더욱이 대표팀의 외국인 감독으로서 성공한 사람은 히딩크 감독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논란이 있는 베어벡 감독은 논외) 히딩크 감독도 한국이라는 팀을 완성하기까지는 1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까지 4개월이 남은 한국에게는 외국인 감독에게 기회를 줄 시간이 사실상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허정무 감독을 통해 그동안 나타났던 잘못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코트디부아르전을 베스트 일레븐 가동 및 23인 최종 엔트리를 가릴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마련하고 그 이후에는 해외파와 K리거들의 조직력을 키우며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야 합니다.

더욱이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을 목표로 2년 1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맡았던 만큼, 월드컵 본선에서는 허정무 감독에게 몫을 제공해야 합니다.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지금의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을 경질하는 행보 또한 앞날의 한국 축구에 있어 매끄럽지 못합니다. 2000년대 잦은 대표팀 감독 교체로 혼란을 겪었던 한국 대표팀에 있어,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일본전에 달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허정무 감독 경질은 월드컵 본선을 얼마 안남긴 시점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허정무 감독을 경질하면 전력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감독 교체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월드컵 본선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최악인 것은 한국 축구계가 허정무 감독의 경질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오는 14일에 열릴 일본전이 중요합니다. 허정무호가 일본전에서 어떤 경기 내용을 펼치고, 좋고 나쁜 결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허정무 감독의 운명이 가려질 것입니다. 일본전에서 선수들이 분발하여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허정무 감독은 면죄부를 얻지만, 중국전에 이어 일본전에서도 졸전을 비롯 경기에서 패하면 허정무 감독을 향한 여론의 반응이 악화 될 것이 분명합니다. 훗날, 남아공 월드컵 졸전 원인으로 허정무 감독 경질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으려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허정무호의 일본전 선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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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일이 아닙니다.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5대5 미니게임에서 직접 골키퍼 장갑을 착용하고 골키퍼 역할을 맡은 것은 어찌보면 좋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입니다. 한 나라의 대표팀 수장이면 그만큼의 권위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며, 훈련 도중에 골키퍼를 맡은 것은 감독 체면에서 자의적으로 하고 싶은 행동은 아닙니다.

골키퍼를 맡은 허정무 감독의 속마음은 좋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대표팀 선수 차출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고 K리그 소속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가 늦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 이틀 동안 해외파 10명만 참가하고 골키퍼가 없는 '반쪽 훈련'을 치르면서 어쩔 수 없이 허정무 감독과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직접 골키퍼 장갑을 손에 착용했습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게 아니라 골키퍼 맡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아마추어 축구부 골키퍼 데려오기에는 대표팀 체면과 위신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지난 이틀 동안 대표팀의 전술을 가다듬기 위한 전술 훈련이 없었으니, 훈련 성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대표팀 훈련을 지휘해야 할 허정무 감독의 마음이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해외파 10명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해외 소속팀에서의 고된 시간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국내에 들어왔더니, 감독이 골키퍼를 맡고 선수 인원 숫자가 부족한 훈련에 임하고 있는 겁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된게 아닌가 염려스럽습니다. 박지성이 훈련 종료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족구팀도 아니고 골키퍼도 없는데 뭐..."라며 안타까워했죠.

물론 허정무 감독이 훈련 도중에 골키퍼를 맡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인원 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골키퍼를 맡은 것은 한국 축구에 있어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야구로 치면 WBC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이 연습 도중 직접 포수 마스크를 쓰고 10명의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10명이면 천하무적 야구단 선수 숫자와 똑같습니다.(백업선수 이현배 포함) 이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이제 감이 잡히는지요.

축구협회와 연맹의 갈등도 축구팬 입장에서 낯뜨겁습니다. 축구협회는 선수 차출을 강력히 요구했고 연맹은 A매치 48시간 전에 소집에 응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룰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주장하니 갈등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서로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대를 존중하기보다 남의 탓만 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짓기 보다는 서로 싸우겠다고 으르렁거리니 축구계 혼란만 부추겼고 결국에는 자중지란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의 잘못이라는 것이 여론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이 1년도 안남았기 때문에 K리그 선수들의 대표팀 조기 차출 및 지속적인 협력을 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K리그에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K리그는 그동안 수없이 대표팀 차출로 인한 적지 않은 손해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대표팀 차출을 둘러싼 축구협회와 K리그와의 갈등이 몇년째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2003년 4월 A매치 일본전 이전, 당시 수원과 안양(현 FC서울)의 사령탑이었던 김호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 축구협회에 반기를 들었고 그것이 점점 쌓이고 또 쌓이면서 갈등의 폭이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연맹이 9월과 10월 A매치 데이가 토요일에 있음에도 그 다음날 K리그 일정을 잡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FIFA 규정에 의하면 A매치 일정이 국가 특성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다음주 9일~10일에도 A매치 합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A매치 흥행 목적 때문일지 몰라도 토요일 일정을 고집했습니다. 다음달 11일 토요일에 예정되었던 세네갈전을 14일로 연기하여 K리그와의 일정 중복은 피했지만 문제는 이번 호주전입니다. 호주전 다음날에 K리그 7경기가 열리기 때문이죠. 물론 연맹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호주전만이라도 축구협회에 양보했다면 갈등은 커지지 않았을겁니다. 대표팀보다 자국리그가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일은 융통성이 더 필요했습니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인터뷰도 불편합니다. 갈등의 원인을 연맹의 행정 문제로 돌리고 있으니 축구협회와 연맹의 논란을 부추기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슈퍼스타의 말이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습니다. 선수 개인의 의견으로 가볍게 넘어갈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러기에는 두 선수가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습니다. 축구협회의 잘못으로 몰려있던 여론의 반응이 박지성-이영표의 발언에 의해 축구협회쪽에 명분이 실렸으니 축구팬 입장에서 답답할 일입니다. 야구 500만 관중을 운운하며 연맹의 관중 유치를 문제삼은 축구협회 간부 출신의 모 K리그 감독 발언은 그야말로 실망입니다.

어찌되었건 호주전은 오는 5일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강행합니다. K리그 소속 대표팀 선수들은 오늘 대표팀에 합류하여 해외파 10명과 함께 발을 맞추게 됩니다. 허정무 감독이 손에 끼던 골키퍼 장갑도 이제는 이운재와 김영광, 정성룡 같은 K리그 골키퍼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연맹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대립각만 커지면서 앞으로도 선수 차출을 놓고 싸울 것임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1월 대표팀 장기 합숙 훈련을 놓고 두 단체의 갈등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K리그에 있어 대표팀 장기 합숙훈련은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죠. 대표팀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대표팀 선수이기 이전에는 K리그 선수이며 당연히 직장은 K리그 소속입니다. 이러다간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그저 혼란스러운 일이죠.

결국 죽어나는건 허정무 감독입니다. 축구협회와 연맹이 선수 차출을 놓고 싸우는데 훈련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훈련 도중 골키퍼 장갑을 쓰며 직접 골키퍼 역할을 맡았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훈련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고 분위기 마저 어수선한 상황에서 성적 및 전술에 대한 여론의 압박까지 시달리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대표팀 감독직이 힘들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핌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차출 갈등과 여론의 압박 같은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아시안컵 종료 후 바로 사직했습니다. 또한 선수들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대표팀 훈련장 분위기가 무거우니 기분좋게 파주 NFC에 들어올 사람이 줄어들지 모를 일입니다.

대표팀 차출 논쟁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지금의 축구 환경은 앞날의 한국 축구에 손해가 될 뿐입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스타들이 앞으로 20~30년 뒤에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09년의 허정무 감독처럼 훈련 도중에 골키퍼 장갑을 쓰고 있지 않을까 염려 됩니다. 아니면 그것보다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겠죠. 한국 축구의 앞날을 생각하면 지금의 이 사태가 참으로 갑갑할 따릅입니다. 최근 축구 게시판에서 '내가 왜 축구팬을 하고 있나'와 같은 탄식성의 의견들이 나오는지를 한국 축구를 구성하는 사람들 모두가 인지해야 합니다.

p.s : 참고로 축구협회와 연맹은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이라는 건물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 건물 내에서 두 조직이 서로 소통의 부재에 빠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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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블루

 

한국 축구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본선 대비 체제에 돌입하면서 축구계의 시선이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다음달 12일 파라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을 위해, 지난 28일 박지성을 비롯 박주영(AS 모나코) 이영표(알 힐랄) 이근호(이와타) 등 해외파 9명의 대표팀 차출을 각 소속팀에 요청했습니다. 파라과이전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에 치르는 평가전인데다 2개월 동안 A매치 공백 기간이 있기 때문에 대표팀 전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월드컵 본선 이전까지 주력 선수들의 꾸준한 호흡을 앞세워 조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허 감독의 의중입니다. 박지성을 비롯한 해외파들의 대표팀 차출이 빈번할 전망입니다.

박지성, 무리해서 파라과이전 출전 시킬 필요 없다

하지만 박지성의 파라과이전 차출은 매끄럽지 못합니다. 파라과이전이 열리는 다음달 12일은 맨유의 중요한 일정과 겹칩니다. 맨유는 다음달 9일 첼시와 커뮤니티 실드 우승을 놓고 대결하며 16일에는 버밍엄 시티와 프리미어리그 개막 경기를 갖습니다. 박지성은 9일 첼시전이 끝나면 지구 반대편을 돌아 한국에서 파라과이전을 치러야 하며 그 이후에는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가 버밍엄 시티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A매치 차출로 인해 컨디션이 녹초가 된 상태에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임해야 하는데,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 차출' 카드를 고수하며 맨유에 대표팀 차출을 요청했습니다.

허정무 감독 입장에서는 박지성의 차출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것과 동시에 팀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박지성의 존재감이 절실합니다.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 운영규정 제13조(선수의 의무) 2항에 보면 '(대표 선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훈련 및 소집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표기 되었습니다. 파라과이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A매치 데이인데다 박지성은 부상과 같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맨유가 대표팀 차출을 허락하면 국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해야 합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무리수입니다. 선수가 소속팀에서 처한 상황 그리고 현재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입니다.(물론 허 감독은 부인하겠지만) 박지성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늦게 끝나면서 동료 선수들보다 더 많은 휴식기간을 부여받았습니다. 지난 24일 FC서울전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지만 동료 선수들보다 시즌 준비가 늦었기 때문에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 상황에서 다음달 중순에 국내에서 파라과이전을 치르면서 팀에 복귀하면, 프리시즌때 컨디션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것은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의 몸과 심신이 힘들고 지칠 뿐입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A매치 차출 이후 맨유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치거나 잦은 결장을 범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말과 올해 4월에 걸쳐 맨유에서 3경기 연속 결장했던 주 원인도 다름 아닌 대표팀 차출 후유증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지난 2월 이란 원정 이후에도 맨유에서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란이 유럽과 가까운 곳에 있음을 상기하면 대표팀 차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문제임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 체력 저하로 고전했던 원인 역시 대표팀 차출 때문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2004년과 2006년, 2007년에 걸쳐 대표팀 차출 이후 장기간 부상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4월 8일 FC 포르투전 종료 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 경기를 뛰고 난 다음에는 늘 힘들었다"며 체력 저하에 시달렸음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퍼거슨 감독은 지난 5월 3일 미들즈브러전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대표팀에 지칠대로 지쳐서 돌아왔다. 그에게 2주 정도의 휴식을 주었다"며 박지성의 대표팀 차출 후유증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냈습니다. 만약 파라과이전에 차출되면 프리미어리그 시즌 초반부터 컨디션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 초반 레이스에서 뒤쳐지면 그것을 만회하는데 적지 않은 고생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박지성이 맨유의 주전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여전히 세계적인 동료 선수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경기력 저하로 고전하면 나니-토시치 같은 백업 멤버들에게 주전에서 밀리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또한 퍼거슨 감독이 주력 선수의 대표팀 차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기로 유명한 지도자입니다. 5년 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브리엘 에인세(이상 레알 마드리드)의 아테네 올림픽 본선 참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지난 2007년 10월에는 A매치 데이가 지나치게 많다는 불평을 늘여 놓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은 파라과이전 차출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박지성에게 무조건적으로 대표팀 차출을 요구하는 것은 선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박지성은 대표팀 선수이기 이전에 맨유 선수이며, 그의 '직장'은 대표팀이 아닌 맨유입니다. 아무리 파라과이전이 A매치 데이라고 할 지라도, A매치 데이는 월드컵 본선 전까지 여럿 있습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비롯한 시즌 초반에는 선수 본인의 한 시즌 농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허정무 감독이 박지성이 팀 내에서 처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무리한 차출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 그리고 한국 축구는 박지성의 앞날을 위해 맨유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대인배의 정신을 발휘했어야 마땅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의 베이징 올림픽 본선 차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지성 효과를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것이 박 감독의 의도였죠. 그리고 이번에는 허정무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새 시즌을 앞둔 박지성을 대표팀에 불러들이기 위해 맨유에 차출을 요청했습니다. 1명의 특급 선수에 '집착'하여 국제 무대 혹은 A매치 친선경기에서 좋은 성적 올리겠다는 한국 축구의 근시안적인 대표팀 운영이 박성화-허정무 감독에게서 나타난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좋은 성적을 비롯한 긍정적 결과물을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악순환만 불러 일으킬 뿐입니다.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대들보이자 가장 중요한 선수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축구가 박지성을 관리하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이 세심하면 박지성은 대표팀 차출 후유증을 충분히 이겨내고 맨유 경기력에 꾸준한 공헌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소속팀 앞날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이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믿음직스런 활약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지성이 맨유라는 직장에서 어떠한 차출 후유증 없이 순조로운 활약을 펼치면서 때로는 대표팀 주장 역할까지 성실히 임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허정무 감독이 선수의 관점을 최대한 고려하여 대표팀 차출을 융통성있게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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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블루

 

올 시즌 정규리그 득점 1위(12경기 11골) 및 두 번의 해트트릭, 올해 정규리그-피스컵 코리아-FA컵 17경기에서 14골을 몰아넣은 '사자왕' 이동국(30, 전북)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내 공격수 중에서 가장 출중한 득점 감각을 뽐내면서 '대표팀에 승선할 자격이 있다'는 팬들의 반응이 하나 둘 씩 쏟아졌지만, '이동국은 실력이 없기 때문에 대표팀에 합류할 자격이 없다'는 팬들의 주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동국을 둘러싼 논쟁은 허정무 감독의 인터뷰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이 넣은 11골 중에 자신이 만들어서 넣은 골은 많지 않다. 좀 더 날카로운 움직임이 필요하다. 서있는 플레이보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이동국의 경기력을 비판하며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늬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러한 허정무 감독의 발언에 축구팬들은 'K리그 득점 1위 선수를 왜 안뽑느냐?'는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축구팬들은 '이동국의 대표팀 제외는 당연한 결과'라며 이동국의 경기력을 비판하는데 바빴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선수 선발 권한을 쥐고 있는 허정무 감독의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허정무 감독, '이동국 길들이기' 하고 있다

사회가 급변하게 변화하면서, 대중들의 반응이 빨리지는 요즘입니다. 축구판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에서 몇 경기만 좋은 활약 펼치면 대표팀 승선 이야기가 불거지는 반면에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지지부진하면 하차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언론과 축구팬들 모두 그런 반응들을 쏟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다릅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5월 4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동국을 비롯한 몇몇 올드보이들의 대표팀 합류 가능성에 대해 "원래 실력있는 선수들 아니었느냐. 문은 항상 열려있다. 하지만 1~2경기 잘하고 골을 넣었다고 뽑으면 다른 선수들도 다 선발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여론의 성급한 반응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는 "항상 꾸준하고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만 기다리고 있다"며 이름값보다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을 발탁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러한 허정무 감독의 의도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무작정 승선시키는 선발 방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동국은 최근 3년 동안 불의의 십자인대 부상 공백과 미들즈브러-성남에서 경기력 저하로 고전했던 선수입니다. 최근에 이르러 부활에 성공했을 뿐, 지금의 폼을 앞으로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현 시점에서 대표팀에 발탁하면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감으로 K리그에서 오름세를 달렸던 리듬이 끊어질 수 있는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이동국 발탁이 냉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대표팀 선발에 있어 소속팀 활약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표팀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태극 마크를 달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이동국이 K리그 득점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박주영-이근호' 같은 저돌적인 문전 돌파를 즐기는 성향의 선수와는 스타일이 맞지 않습니다. 이동국의 합류로 공격 옵션이 다양해지는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멤버와의 스타일 격차가 벌어지면서 팀 밸런스가 깨지는 문제점이 나타난다면 감독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에 대한 경기력 문제점을 짚은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을 관심 깊게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특정 인물에 대한 관심을 주는 것과 무관심은 엄연히 차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잘못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라도 꾸짖거나 잔소리를 늘여 놓는 것은 그 존재가 잘 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에 대한 생각을 자세하게 밝혔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는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을 길들이기 위한 차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길들이기는 지난 2001년 히딩크 감독의 안정환 길들이기와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의 스타의식이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한동안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안정환은 팀 분위기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스스로 달라지기 시작했고 결국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반면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의 경기력이 대표팀 경기 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경기력을 좀 더 가다듬을 것을, 그리고 좀 더 꾸준한 활약을 펼칠것을 간접적으로 주문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이동국을 올림픽대표팀 시절부터 꾸준히 지켜봤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것이다. (인터뷰 앞에서 이동국의 선전이 반갑다고 말한 것에 대하여) 앞에서 반갑다고 이야기 했던 것도, 이동국이 대성하면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며 언젠가 이동국을 뽑을 의사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자신이 지적했던 문제점을 이동국이 스스로 개선하여 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는 명분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선수에게 보낸 것이죠. 물론 십자인대 부상 경력 및 올해 30세의 이동국에게는 자신의 스타일을 업그레이드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선수의 기량이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 없는 것처럼, 이동국은 대표팀 합류를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허정무 감독이 요구하는 스타일로 바뀌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을 잘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 올림픽대표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이동국을 꾸준히 중앙 공격수로 기용했기 때문에 그의 스타일과 멘탈을 모를리 없습니다. 당시 여론에서 '이동국을 그만 기용하라'는 목소리를 높였을 만큼,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했고 당시 대표팀의 전술은 이동국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랬던 허정무 감독은 6일 인터뷰에서 "대표팀 공격이 박주영-이근호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황선홍 같은 더 좋은 선수가 나온다면 발탁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동국이 박주영-이근호와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일 수 있는 공격수가 되길 바란다는 속뜻으로 풀이됩니다. 감독 입장에서도 월드컵 본선까지 앞으로 11개월 동안 박주영-이근호 투톱만 밀고 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두 선수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카드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 적임자가 바로 이동국이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이 11개월을 앞둔 현 시점에서,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 논란은 성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타이밍이라면 이동국 논란은 시의적절 합니다. 이동국이 대표팀 발탁 및 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해 K리그에서 심기일전을 다하여 반짝활약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어느 순간에 부쩍 올랐던 폼이 떨어지면 월드컵 본선에 뛸 자격이 없을 것입니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동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아공 비행기가 절실합니다. 여기에 허정무 감독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은, 언젠가 대표팀에 뽑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 시점에서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K리그에서 부쩍 좋은 폼을 보이게 될 이동국이라면 월드컵 본선에 뛸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동국을 바라보는 허정무 감독의 속마음은 전자가 아닌 후자입니다. 허정무 감독 본인도 이동국의 대표팀 합류를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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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