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목표로 하는 박지성 vs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혼다 케이스케. 하지만 혼다는 박지성에게 실력 뿐만 아니라 스타로서의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번 한일전에서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것을 깨닫지 않으면 박지성처럼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일본이 예전보다 약해졌다" (박지성, 5월 23일 대표팀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의 목표는 월드컵 16강이다. 현실적인 목표다. 일본이 어떤 목표를 설정했는지 관심 없다" (박지성, 5월 24일 산케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어쩌면 일본 축구 입장에서는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냉소한 반응이 불쾌했을지 모릅니다. 일본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4년 전 "한국 야구는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고 발언했던 독설과 비슷한 늬앙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 입장에서는 박지성의 발언이 이치로처럼 거만하게 들렸을지 모릅니다.

얼핏보면 박지성이 이치로처럼 상대팀을 얕보는 의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연한 발언 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거만한 자세를 나타낸 일본 축구를 비판한 것입니다. 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 목표를 4강 진출로 설정했고 대표팀의 에이스인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는 우승을 하겠다며 의기양양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일본이 경제 대국이라서 목표를 크게 가졌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일본 대표팀의 실력치고는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했습니다. 반에서 시험 성적 30등에 턱걸이로 드는 학생이 4등 안에 들겠다며 큰소리 치는 것과 똑같습니다.

특히 오카다 감독의 월드컵 4강 욕심은 한국을 의식한 것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는데 일본도 그에 맞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고 그 이후에도 4강에 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일본 축구가 한국을 넘어 진정한 아시아의 최강으로 군림하려면 월드컵 4강 달성이라는 결과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일본의 열등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오카다 감독의 월드컵 4강 발언은 혼다의 월드컵 우승 발언에 비하면 '애교 수준' 이었습니다. 혼다는 지난 16일 일본 입국 기자 회견에서 "남아공 월드컵 목표는 우승이다"며 스승의 4강 발언에 한 술 더뜨고 말았습니다. 또한 혼다의 화려한 입국 패션은 일본 열도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월드컵 우승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에 이르기까지, 스타의식이 넘쳐나는 선수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혼다의 스타의식이 감독의 전술을 뿌리치는 거만함으로 표출 됐습니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 10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것이라고 말했는데, 혼다가 16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수비를 하고 싶지 않다"고 발언했습니다. 혼다의 관점에서는 감독의 전술은 그저 감독 생각일 뿐, 자신은 공격만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오카다 감독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발언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일본 대표팀이 '오카다vs혼다'라는 사제지간의 대립 구도로 분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혼다의 못말리는 스타의식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South Koreas Park celebrates with teammate Yeom after scoring a goal against Japan during their Kirin Cup international friendly soccer match in Saitama

[사진=일본전에서 전반 5분만에 선제골을 뽑은 뒤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박지성. 옆에서 환호하던 염기훈의 표정과 대조적입니다. (C) 티스토리 PicApp]

하지만 혼다의 스타의식은 그라운드에서의 실력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고 모스크바의 주전 확보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에 걸맞는 클래스를 라이벌 한국전에서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 공격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김정우에게 철저히 봉쇄당하면서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 진영을 과감히 돌파하는 모습도 부족했습니다. 원톱 오카자키 신지와의 연계 플레이도 소극적이었고 불안한 볼 키핑력 때문에 공을 빼앗기는 장면이 여럿 속출했습니다.

한국전에서 유일하게 인상깊은 장면을 펼친것은 후반 16분 빠른 타이밍에 의한 터닝슛을 날린 것입니다. 경기 내내 김정우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에게 막혔지만 이 장면에서는 타이밍을 빠르게 엮으며 결정적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슈팅이 날카롭지 못해 공이 높게 뜨고 말았습니다. 강력한 슈팅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인지 의심 되었습니다. 결국, 혼다는 0-1로 뒤진 후반 26분에 부진에 따른 질책성 교체를 당했습니다. 교체 상황에서 한 가지 행동을 지적하자면, 그라운드에서 벤치로 이동하는 걸음이 느렸습니다. 팀을 생각했다면 단 1초라도 빨리 들어와 일본의 추격 시간을 벌어줘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에이스의 체면을 내세워서는 안됩니다.

반면 박지성은 일본전에서 자신이 왜 아시아 최고의 선수이고, 맨유에서 다섯 시즌 동안 활약했던 선수인지를 전반 5분 만에 단 한 번의 장면으로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6만 일본 관중들의 함성과 야유를 침묵에 빠드리는, 오카다 감독과 혼다의 거만함을 무너뜨리는 오른발 중거리슛 한 방으로 일본의 골망을 기습적으로 흔들었습니다. 또한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태클을 마다 않으며 일본의 공세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빠른 템포에 의한 공격을 주도하며 경기 페이스를 한국쪽으로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의 골 세리머니가 인상적 이었습니다. 골을 넣은 뒤 일본 서포터즈 울트라 닛폰쪽으로 다가가 슬쩍 쳐다보는 세리머니를 한 것이죠. 그것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리미니를 한 것입니다.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자신을 야유했던 울트라 닛폰에 무언가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축구 경기에서는 주로 약한 팀에게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 시즌 아스날-AC밀란-리버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을 때 크게 펄쩍이며 환호했던 것과 정반대였죠. 일본전에서 골을 넣어도 감흥이 없는 표정을 지은 것은, 박지성이 일본 전력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우리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의 골 세리머니는 "월드컵 4강에 오르고 싶다", "월드컵 목표는 우승이다"며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오카다 감독과 혼다의 거만함이 잘못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한국의 속담을 떠올리게 하듯, 축구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뛰고 실력으로 말하는 것임을 박지성이 그들에게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최근 박지성의 라이벌로 떠올랐던 혼다는 스타의식에 젖어있을 뿐, 진정한 스타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에이스의 진가를 보여줬던 박지성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과 혼다는 미드필더입니다.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 능력이 모두 뛰어나야 하며 아무리 공격력이 우수한 선수라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철저한 압박이 현대 축구에서 기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료 선수의 경기력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박지성은 특유의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맨유에서 다섯 시즌 동안 주축 선수로 뛰었지만, 혼다는 팀 보다 개인을 중요시 여기며 축구의 기본을 망각한데다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자만했습니다. 어쩌면 두 선수의 대조적인 마인드가 한국과 일본의 경기 내용 및 결과를 결정지었을지 모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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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s Park gives a thumbs up during the international friendly soccer match against Ecuador at the Seoul World Cup Stadium


[사진=일본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 (C) 티스토리 PicApp]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라이벌 일본을 제압하고 최근 A매치에서 4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 이어 일본전을 이기면서 오스트리아 고지대 전지훈련에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게 됐습니다.

한국은 24일 저녁 7시 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5분 박지성이 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기습 중거리슛을 날리며 선제골을 날렸고 후반 45분에는 박주영이 페널티킥 골을 넣었습니다. 일본에 한 수 앞선 경기 내용을 선보인 끝에 기분좋게 승리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하는 팀 답지 않게 무기력한 경기를 거듭하며 자국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전반전, 박지성의 기습 선제골이 일본의 허를 찔렀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이영표-이정수-곽태휘-차두리를 포백,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을 미드필더, 염기훈-이근호를 투톱 공격수로 배치했습니다. 일본은 한국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선보였는데 나라자키가 골키퍼, 아베-곤노-나카자와-나카토모가 포백, 엔도-하세베가 더블 볼란치, 오쿠보-혼다-나카무라가 2선 미드필더, 오카자키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그동안 즐겨 구사했던 4-4-2를 버렸는데, 투톱 공격수의 개인 역량 부족을 커버하고 미드필더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4-2-3-1을 도입하며 중원을 강화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초반은 일본이 흐름을 잡았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강화하며 한국 진영에서 공격 기회를 엿봤습니다. 하지만 경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한 것은 한국 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전반 5분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제치고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린 것이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김정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일본의 공격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박지성이 공을 이어받아 전방으로 과감히 침투했고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한 끝에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1-0으로 앞선 한국은 수비에 무게를 두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 14분 볼 점유율에서 일본에게 23-77(%)로 열세를 나타냈지만 이것은 한국이 의도하던 경기였습니다. 무리한 공격보다는 1골 차이의 리드를 지키며 탄탄한 수비 밸런스를 구축하며 일본 공격의 흐름을 끊고 역습을 노리겠다는 것이 한국의 작전 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일본 진영에서 여러차례 세트 피스 기회를 얻었는데, 일본이 공격적인 움직임이 보이기 보다는 자기 진영으로 들어와 한국의 공격을 유도하며 깊은 태클에 의한 파울을 남발했습니다. 일본도 역습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입니다.

전반 중반에는 양팀이 견고한 압박 작전을 펼쳐 중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상대팀의 공을 빼앗기 위해 두 명 이상이 견제 작전을 펼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진 것이죠. 다만, 역습 상황에서는  한국이 전방으로 향하는 종패스, 일본이 횡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반 28분 점유율에서는 일본이 58-42(%)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미드필더 장악이 대등했기 때문에 일본이 유리한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카자키가 한국 수비진에 봉쇄당했고 혼다도 김정우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협력 수비에 발이 묶이면서 일본의 공격 마무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염기훈-이근호 투톱이 최전방에서 공간을 넓게 벌리고 박지성-이청용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일본진영을 공략했습니다. 특히 이근호는 왼쪽 진영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을 따내면서, 일본 수비수와의 볼 경합에서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 1년 간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염기훈이 오른쪽에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이청용이 많은 볼 터치 속에서도 침투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특히 이청용은 전반 36분 곤노에게 태클을 시도하면서 상대 발 안쪽을 가격해 경고를 받은 장면은 월드컵 본선에서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전반 막판에는 한국이 공격 흐름을 잡았습니다. 일본의 공격이 한국의 물셀틈 없는 압박에 밀려 경기 집중력이 떨어졌고, 한국이 4-2-3-1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전술을 바꾸었습니다. 이근호가 왼쪽 윙어로 내려가고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것이죠. 그래서 박지성은 중앙에서 여러차례 공격을 전개하며 엔도-하세베로 짜인 일본 더블 볼란치의 뒷 공간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쳤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박지성 봉쇄에 실패했던 나카토모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살아난 것도 박지성이 중앙으로 옮긴 순간 부터 였습니다.

후반전, 박주영 페널티킥 골...한국 2-0 승리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염기훈-이근호를 빼고 박주영-김남일을 교체 투입해 4-2-3-1로 전환했습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AS 모나코의 4-2-3-1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역량을 대표팀에서 발휘하게 되었으며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양박'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특히 김남일은 후반 2분 하세베의 드리블 돌파를 차단하자마자 역습을 가하며 일본 공격의 허를 찔렀습니다. 또한 중원에서의 빠른 볼 전개를 통해 미드필더진에서의 패스가 물 흐르듯 연결 되면서 한국 공격의 짜임새가 전반전보다 좋아졌습니다.

다만, 후반 초반에는 두 가지의 공격 장면이 아쉬웠습니다. 첫번째로 박지성을 중앙에 포진하면서 기성용이 왼쪽 윙어를 맡았는데, 박지성 위주의 패스 전개를 하면서 기성용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박지성의 활용도를 최대화하려는 작전은 좋았지만 기성용의 활용도가 미미했습니다. 두번째로 박주영이 후반 8분 공중볼을 따낼 때 미드필더 어느 누구도 그 공을 받아내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주영과의 폭이 넓다보니 공중볼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죠. AS 모나코 같은 경우에는 네네와 알론소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폭을 좁히는데, 한국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후반전 공격은 전반전보다 더 안좋았습니다. 오쿠보-나카무라-오카자키-혼다 같은 공격 옵션 전원이 한국 수비수들의 압박을 뚫지 못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엔도-하세베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김정우-김남일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공격은 한국 진영 바깥에서 번번이 끊어졌고, 후방에서 짧은 패스보다 롱볼을 올리며 패스 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후반 16분 혼다의 터닝슛이 높게 향했는데 슈팅의 날카로움이 부족했습니다. 일본은 후반 17분 나카무라를 빼고 모리모토를 교체 투입해 원톱으로 놓으면서 오카자키를 왼쪽 윙어로 내리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한국의 수비를 넘기에 역부족 이었습니다.

한국은 후반 초반에 이어 중반에도 패스 템포를 늦추면서 시간을 버는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김정우-김남일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공격 가담을 자제한 것은 홈팀인 일본의 공세를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지 였습니다. 후반 25분 이후에는 김정우-김남일-오범석이 일본진영 쪽으로 올라오면서 추가골 기회를 넘봤습니다. 후반전 경기 흐름이 한국이 의도하던 방향으로 흘렀던 것입니다. 반면 일본은 후반 17분 나카무라에 이어 26분 혼다까지 교체하면서 일본 축구의 신구 에이스들을 모두 벤치로 불러 들였습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에이스를 뺀 것은 부진에 따른 질책성 교체 였습니다.

이에 한국은 후반 30분 박지성-기성용을 빼고 이승렬-김보경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을 빼고 영건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해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키우려 했습니다. 이승렬이 후반 32분 박스 오른쪽 안에서 공을 몰고 가는 상황에서 공을 놓치는 바람에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시 한국이 공을 가로채면서 김남일의 로빙슛 장면이 이어진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에게 연결되는 패스가 활발하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한국이 추가골 기회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은 허정무호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후반 막판이 되면서 일본에게 경기 흐름을 빼앗기는 듯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부진하면서 2선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늘어나고 김정우-김남일이 전방쪽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알아챈 일본 선수들이 전방쪽으로 올라오면서 공격 기회를 노리는 장면이 많아진 것은 한국의 공수 밸런스가 약해진 것입니다. 다행히, 일본 선수들이 후반 35분 이후 움직임이 무뎌지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국이 상대팀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경기 내용이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보다 최상은 아니었지만, 일본이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승리 과정이 쉬워졌습니다. 후반 45분에는 박주영이 자신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한국이 2-0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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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vs South Korea

[사진=지난 2월 14일 일본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이승렬. 이번 일본전에서 허정무호의 새로운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할지 주목됩니다. (C) 티스토리 PicApp]

결전의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서로 지지않기 위해 조그마한 약점이라도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반드시 상대를 넘어서야 하는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전이 오늘 저녁에 열립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이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맞붙게 됐습니다. 오늘 저녁 7시 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평가전에서 자존심 한 판 승부를 펼칩니다. 한국은 지난 2월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 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3-1로 제압했던 기세를 이어갈 것이며 일본은 3개월 전 패배를 복수하겠다는 각오입니다. 두 나라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이슈들을 남길 한일전에 대한 관전 포인트 7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허정무호, 한일전이 부담스러운 이유

남아공 월드컵 같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라이벌과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라이벌전 특성상 서로 지기 싫어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힘을 소모합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지금까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가상의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가 아닌데다 세 팀과 전혀 다른 점유율 위주의 전술을 쓰기 때문에 평가전 상대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몇년 전 세대들보다 뒤떨어지고 조직력까지 결함이 생기면서 허우적 거리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라이벌전은 서로 물고 늘어지는 경기이기 때문에 전력 우세보다는 경기 당일 집중력과 컨디션에서 승부가 좌우 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임하는 팀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이번 한일전이 부담스럽습니다. 문제는 일본이 한국전에서 월드컵 출정식을 갖는다는 점인데, 한국 제압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더욱이 경기 당일에는 비가 내릴 예정 입니다.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서 이동국-김재성같은 부상자들이 속출했고, 1998년 황선홍의 중국전 부상 악몽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본전에서 선수들의 부상이 걱정됩니다.

Football - Kilmarnock v Celtic Clydesdale Bank Scottish Premier League

[사진=셀틱에서 부진했던 기성용의 폼이 살아나야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과정이 쉬워질 것입니다. (C) 티스토리 PicApp]

2. 허정무호의 일본전 딜레마는 기성용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허정무호의 중원 사령관인 기성용의 폼이 올라오지 않은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허정무호 중원에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은 여럿 있지만 그동안 기성용을 중심으로 중앙 공격을 전개하면서 호흡을 다졌기 때문에 최근의 경기력 부진이 아쉽습니다. 기성용은 최근 셀틱에서 8경기 연속 결장으로 실전 감각이 저하되었고 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서 기대 만큼의 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동료 선수들이 주도했던 빠른 공격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고, 킥과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졌으며, 특히 패스를 끄는 동작이 여렷 속출하면서 대표팀 중앙 공격 템포가 한 박자 느려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기성용은 일본전에서 선발로 투입 될 가능성이 큽니다. 허정무 감독에게 별도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킥 훈련을 받았을 정도로 실전 감각 향상에 주력했습니다. 최상의 경기 감각을 키운 상태에서 월드컵 본선에 나서야 하는 만큼 일본전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정무호가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기성용이 평소의 폼을 되찾아야 하는데, 일본전에서는 에콰도르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쳐야 합니다. 허정무호 주축 선수들 중에서 기성용을 대신하여 중앙 공격을 지휘할 옵션이 없는 만큼, 결국 기성용을 믿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전에서도 부진하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데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3. 오카다호의 한국전 딜레마는 공격수

반면 일본의 오카다호는 투톱 공격수들의 경기력이 문제입니다. 전통적으로 공격 자원이 취약했으며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에 포함 된 공격수 전원이 미우라-나카야마 같은 이전 세대보다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오카자키-타마다-오쿠보-모리모토-야노는 강력한 '한 방'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아니며 골 결정력 불안 및 낮은 득점력 때문에 전형적인 골잡이와 거리감이 있습니다. 더욱이 타마다와 오쿠보는 대표팀에서 각각 왼쪽과 오른쪽 윙어를 소화했던 경험이 있을 만큼 최전방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만약 일본이 지난 2월 14일 한국전에서 미우라의 전성기 시절을 빼닮은 공격수가 있었다면 그 경기는 이겼을 것입니다. 타마다-오카자키 투톱이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리며 절호의 골 기회를 쉽게 놓치는 문제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센터백을 맡았던 조용형-강민수가 잦은 호흡 불안에 시달렸음을 감안하면 일본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번 한국전을 승리하기 위해 공격수들의 골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타마다-오카자기가 순도 높은 공격력을 뽐낼지 의문입니다. 어쩌면, 나카무라-오카자키-혼다로 짜인 스리톱으로 변형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사진=박지성-혼다 케이스케. 한국과 일본 축구 에이스가 맞붙습니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uefa.com)]

4. 한일전 매치업 (1) 박지성vs혼다, 에이스 맞대결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는 박지성과 나카무라 슌스케 였습니다. 하지만 나카무라가 지난해부터 슬럼프에 빠진데다 혼다 케이스케가 CSKA 모스크바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박지성과 혼다의 새로운 대결 구도가 주목을 끌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한국의 왼쪽 윙어, 혼다는 일본의 오른쪽 윙어로 활약할 예정이어서 이날 경기에서 에이스의 자존심을 놓고 공수 양면에 걸친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일 예정입니다.

박지성과 혼다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움직임을 뽐내는 선수입니다. 박지성이 부지런한 몸놀림을 앞세워 빠른 타이밍의 패스 연결과 공간 창출에 주력하는 선수라면 혼다는 날렵한 드리블과 정확한 오픈패스를 자랑합니다. 경험에서는 유럽 무대에서 수많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했던 박지성의 우세지만 혼다의 오름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네덜란드 VVV 펜로 시절에 유럽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고 모스크바 이적 후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강인한 투지를 강점으로 삼는 선수지만, 박지성-나카무라보다 경기력이 덜 여문데다 순간 상황 대처가 능숙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5. 한일전 매치업 (2) 조용형vs나카자와, 3개월 전 부진 만회할까?

한국과 일본의 수비 리더를 맡는 조용형과 나카자와의 맞대결도 주목됩니다. 두 선수는 자국에서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받지만 대표팀에서는 늘 수비 불안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조용형은 불안한 커버 플레이와 느슨한 대인 마크로 상대팀에 결정적 공격 기회를 허용했고 나카자와는 전성기 시절보다 발이 느려지면서 뒷 공간을 쉽게 간파당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지난 2월 14일 한일전에서는 조용형이 여러차례 대인마크 실수를 범했고 강민수와의 호흡이 맞지 못했습니다. 나카자와는 이동국-이승렬-김보경의 정면 돌파를 봉쇄하지 못해 1-3 패배의 주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조용형과 나카자와는 이번 한일전에서 3개월 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을 칠 것입니다. 조용형은 강민수가 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하면서 이정수와 짝을 이룹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강민수보다는 이정수와의 호흡이 잘 맞은데다 지난 3월 3일 코드디부아르전에서 '세게 최고의 타겟맨' 디디에 드록바 봉쇄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어, 일본전에서 최상의 수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카자와는 A매치 100경기 넘게 출전했던 경험을 살리며 수비진을 조율하고 디펜스의 견고함을 키울 것입니다. 발이 느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툴리우와 호흡하며 커버 플레이를 강화할 것입니다.

South Korea vs Ecuador friendly match  

[사진=지난 16일 에콰도르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이승렬 (C) 티스토리 PicApp]

6. 한일전 매치업 (3) 이승렬vs모리모토, 영건 공격수 맞대결

이승렬과 모리모토 다카유키는 한국과 일본 축구계가 주목하는 영건 공격수들 입니다. 각각 21세, 22세이며 허정무호와 오카다호 공격의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했습니다. 이승렬이 지난 2월 14일 일본전, 지난 16일 에콰도르전 결승골로 허정무호의 새로운 해결사로 등장했다면, 모리모토는 지난 3월 3일 바레인전 교체 투입을 비롯 지금까지 A매치 4경기에서 1골 기록했습니다. 또한 이승렬과 모리모토는 각각 2008시즌과 2004시즌에 자국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던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모리모토는 J리그 사상 최연소인 16세 7개월 6일만에 신인왕을 받았습니다.

두 선수의 공격 스타일은 서로 다릅니다. 이승렬은 민첩한 몸놀림과 현란한 개인기가 어우러져 상대 수비진을 파고드는 성향이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갑니다. 최전방 뿐만 아니라 측면과 하프라인 부근까지 넓게 움직이며 공격을 주도하는 전형적인 쉐도우 성향입니다. 반면 모리모토는 박스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타겟 성향이며 저돌적인 움직임과 강력한 파워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타입입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카티나아에서 4년 동안 다져진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공격력 저하로 주전에서 밀린 것이 흠입니다.

7. 엔도의 왼쪽 윙어 전환, 이청용 봉쇄 때문?

이번 한일전에서 눈여겨 볼 것은, 감바 오사카와 일본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중이 엔도 야스히토가 왼쪽 윙어로 포지션을 바꿀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는 지난 23일 엔도가 대표팀의 홍백전에서 왼쪽 윙어로 뛰었다고 밝혔습니다. 엔도는 탄탄한 수비력을 강점으로 삼으면서 정확한 볼 배급을 통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선수인데, 중앙보다는 측면을 앞세운 역습을 통해 골을 넣겠다는 일본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미 일본은 한국전에서 초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엔도의 정밀한 크로스를 통해 골을 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엔도가 왼쪽 윙어로 전환한 것은 이청용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엔도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세밀한 볼 커팅을 자랑하는 선수이고 튼튼한 수비 밸런스 구축을 꾀하는 성향입니다. 일본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기로 예고한 만큼, 엔도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이청용 마크에 주력할 것이며 역습 상황에서 크로스를 띄우며 골을 노릴 것입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측면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던 특성은 일본 선수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청용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페인팅 및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적절히 섞으며 공간을 활발히 움직인다면 엔도의 견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vs일본, BEST 11-

한국(4-4-2) : 이운재(정성룡)/이영표-조용형-이정수-오범석(차두리)/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박주영-이근호(이승렬)

일본(4-4-2) : 나라자키/나카토모-툴리우-나카자와-우치다/엔도(나카무라 겐코)-하세베-아베(엔도)-혼다(나카무라 슌스케)/타마다(모리모토)-오카자키(오쿠보)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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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으면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본선 체제에 돌입 했습니다. 이제 본선까지 남은 기간은 12개월이기 때문에 그 기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준급 상대들과 꾸준히 겨루어 내공을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KFA)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A매치 데이에 유럽 현지에서 유럽팀과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럽 월드컵 최종예선 각 조 1위로 통과한 국가와 2차례의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죠. 대표팀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잉글랜드, 체코를 비롯해서 그외 수준급 팀들과 겨루면서 국제 경쟁력을 키웠던 경험을 상기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전에는 강팀과의 경기가 부족한데다 A매치 데이만 되면 국내에서 치른 경기가 빈번해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아쉬움이 있었죠. 강팀과의 원정 경기는 환영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는 유럽 강팀과의 원정 경기에 앞서, 오는 10월 일본에서 A매치 한일전을 치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10월 일본에서 경기 한 뒤 2010년 3~5월에 한국에서 두 번째 경기를 갖는 정기전 형식이라고 하네요. 1차전은 A매치 데이인 10월 14일에 열리며 2차전은 내년 2월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이후에 또 한 번 치른다고 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까지 A매치 일본전을 세 번이나 갖는다는 얘기죠. 한일전은 55년 동안 질기도록 이어졌던 전통적인 축구 전쟁으로서 매번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기 때문에, 세 번의 경기 모두 두 나라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일전이 월드컵 16강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입니다. 내년 2월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맞붙는데 두 번씩이나 한일전을 추가로 치르는 것은 대표팀 전력 향상을 기대하기 의심스럽습니다. 이제는 예전에 비해 대표팀 차출이 쉽지 않은데다 해외파 불러들이는 것도 어려운데(그것도 A매치 데이에 가능한 일입니다.), 평가전 치를 기회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오는 10월과 내년 3~5월에 열릴 한일전의 필요성은 떨어집니다. 분명한 것은 일본 말고도 상대할 팀이 여럿 있는데다, 일본보다 강한 팀들도 꾀 있습니다. 그러고도 일본과 경기하겠다는 것은 전력 향상의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긍정적인 것은 있습니다. A매치 데이에 한일전을 개최하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 모나코) 나카무라 슌스케(셀틱)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같은 양국의 해외 스타들이 총출동 합니다. 양국이 최정예 스쿼드로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한일 축구 열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을 것입니다. 특히 공중파 중계 퇴출 위기로 대표팀 인기 하락에 시달리는 일본쪽 입장에서는 한일전 개최를 반갑게 여길 것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한일 양국 모두 막대한 스폰서 효과까지 얻겠죠.

하지만 이러한 관심은 대표팀 전력 강화와는 무관합니다. 월드컵 본선 이후라면 개최하는데 문제 될 것 없지만, 월드컵 본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한일전이 열리는 것은 전력에 우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외부의 관심이 높다라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은, 한국 대표팀과 레벨이 비슷한데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 대표팀과 상대한다는 것이죠.

허정무호는 지난 1년 5개월 동안 A매치에서 22경기 연속 아시아 팀들과 상대했습니다.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과 최종예선 때문에 아시아 팀들과 겨룰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본선 조별 무대에서는 아시아 팀들과 대결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팀이 지금까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경우도 적었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7번 월드컵 진출했지만 16강 진출 경험은 자국에서 열렸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 유일하며,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4개 국가가 본선에서 동반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호가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향상하려면 유럽을 비롯해서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속한 팀들과 꾸준히 경기해야 합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국제적인 강호들과 경기할 텐데, 본선 이전까지 그 레벨에 맞는 팀들과 꾸준히 경기하여 내공을 단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이전에 동아시아 선수권이 있는데 일본과의 두 경기를 추가적으로 치르는 것은 전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아시아 팀들과 경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 같은 팀들에 강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눈'을 더 넓혀야 할 때입니다.

만약 허정무호가 강팀과의 경기나 그에 준하는 다크호스에게 패하면 스폰서 효과 감소는 물론 허정무 감독 자질과 대표팀 문제점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히딩크호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밑바탕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0-5로 대패했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강팀과 경기를 치렀던 경험 그 자체는 절대로 무시할 것이 못됩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속담처럼, 선수들에게도 수준급 레벨의 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는 앞날을 넓게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허정무호는 그동안 아시아 팀들과 많은 경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아시아 팀이 아닌 다른 대륙 팀들과 경기합니다. 아무리 11월에 유럽 강팀과 원정 경기를 갖는다고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오는 10월과 내년 3~5월 A매치 데이에 열릴 일본전은 전력 향상과 거리가 멉니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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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03년 6월 일본 TBS TV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했던 노무현 대통령 (C) 인터넷 영상 캡쳐]

지난 23일 토요일 오전 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 프리뷰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다음(Daum) 메인 페이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병원 입원' 이라는 뉴스 기사 제목을  발견 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찰 소환 임박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것 때문에 무언가 불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TV를 틀었더니 뉴스속보에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이라는 문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자살'이라는 단어에 믿기지 않아 크게 놀라고 말았더니 나중에는 뉴스 앵커의 입에서 '사망, 서거'라는 단어가 나오더군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국가적인 비극이 저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것입니다. 서민들을 위해 애써주셨던 '서민 대통령'님이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믿기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겁니다. 언젠가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와 격려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그동안 간절히 했었는데 결국 무산 되었네요. 퇴임 이후에도 서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저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정치에 대하여 아는 것은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 만큼은 높은 사람들의 상징인 '권위 의식'이라는 것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본 것은 딱 한 번 이었습니다.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 였죠. 2003년 4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한국-일본 경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축구팬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갔었는데 붉은악마 응원석 근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멀리서 봤습니다. 경기 전 그라운드 단상에 올라가 한일전에 대한 축사(축하의 뜻을 나타나는 연설을 말함)를 하시더군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A매치에서 국가 원수가 축사를 하는 것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많던 시절인데다 한일전이 친선경기 성격으로 열린 것이었기 때문에 축사가 가능했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귀빈석에서 그라운드로 내려오셨을때 '역시 노짱(노무현 대통령의 별명)의 인기는 못말려' 라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했습니다. 6만 관중 그리고 일본 대표팀 서포터스 울트라 닛폰이 보는 앞에서 한일전에 대한 축하의 연설을 하기 위해 내려오는 모습이 부러웠죠.

축사의 내용은 비교적 무난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유의 거침없고 박력 넘치는 억양으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좋은 말들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어떠한 긴장과 말더듬도 없이 유연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축사 내용이 거의 끝나갈 무렵,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말을 큰 목소리로 강조 하셨습니다.

"일본 이기십시오"

그 순간, 저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 경기는 한국과 일본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A매치 라이벌 경기였는데 상대방의 승리를 바라는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경기 전부터 저렇게 말을 하면 축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마음 속의 걱정이 들더군요. 심지어 붉은악마 응원석에 있던 3~4명의 축구팬은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 발언에 야유를 보냈습니다. 그러더니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했지만 저의 마음은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일반인이면 몰라도 축구팬의 입장에서 보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죠. 당시 경기장에 있던 축구팬들 또한 저와 마음이 비슷했을 겁니다.

결국에는 일본이 후반 막판에 골을 넣으며 한국을 1-0으로 꺾었습니다.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팀(한국)이 16강 진출에 만족한 팀(일본)에게 홈에서 지는 모습을 보니까 짜증나더군요.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말만 안했어도 좋았는데'라는 마음속 원망을 했습니다. "한국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먼저 하면서 "일본도 함께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나중에 했더라면 한국이 이기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몇몇 언론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발언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더군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저의 유일한 추억은 이것 뿐이었지만 그 내용은 파격적 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19세의 어린 나이이자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시기였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발언을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축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한국의 일본전 승리를 위해 입장료를 지불 하면서 경기장을 찾은 존재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를 조심스럽게 해야하지 않나 싶은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6년 동안은 그런 생각을 계속 했었죠.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때의 일을 되돌이키면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발언을 했는지를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적'이 아닌 '동반자'의 관점으로 지켜봐주길 원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특히 축구가 그랬습니다. 그동안의 한일전은 매 경기 팽팽한 살얼음 격돌을 하면서 서로를 철저히 적대시 했습니다. 한일전 할때마다 '일본은 반드시 꺾어야 한다', '타도 한국'이라는 문구를 방송에서 쉽게 접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한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한일전에서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한국 이기십시오"라는 멘트보다 먼저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과 일본 축구가 서로 발전하는 건설적인 경쟁 구도를 원하던 것이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축구 뿐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등 전 부문에 걸쳐 한일 양국의 적대적인 감정을 좁히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속뜻이었을지 모릅니다. 참고로, 그해 6월에는 일본 방문 기간 도중 TBS TV가 특별 제작한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초난강이 통역했던 프로그램) 한일 양국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자 했죠.

그리고 6만 관중과 울트라 닛폰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한국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난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단상에 올라가서 말을 하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에서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노무현 대통령의 남자다운 배짱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이기십시오"라는 돌발 발언은 앞으로도 저의 마음 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그리고 떳떳이 밝히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현장에서 직접 봤던것이 가슴에 뿌듯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비록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지만 하늘 나라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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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모습 (C) 인터넷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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