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레바논전 1-2 패배는 '레바논 쇼크', '레바논 참사'라는 표현이 아주 어울립니다. 중동 원정의 어려움, 열악한 잔디, 관중들의 레이저 공격을 감안해도 경기 내용에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무리 아시아의 강팀이라고 해서 아시아 약체들을 모두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일본전 0-3 패배를 기점으로 대표팀이 정체를 거듭했습니다. 조광래호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보장받으려면 경기 내용이 긍정적으로 달라져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습니다.

레바논 쇼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날이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레바논과 더불어 승점 10점 동률을 나타냈으며, 쿠웨이트는 승점 8점입니다. 한국이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3차 지역예선 최종전에서 패하고 레바논이 UAE를 제압하면 한국은 조3위로 탈락합니다. 레바논(13점)-쿠웨이트(11점)-한국(10점) 순으로 집계되기 때문이죠. 그나마 쿠웨이트전은 홈 경기라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쿠웨이트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의욕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무리 한국이 안방에서 강했지만 쿠웨이트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국은 레바논 원정을 이겼어야 했습니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보장받으려면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도리입니다. 단순한 평가전이었다면 레바논 원정은 여유있게 보내도 됩니다. 하지만 그 경기는 한국의 월드컵 운명이 걸려있는 경기입니다. 현지 사정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중동 원정을 1~2번 치른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홈팀 텃세는 감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알사드 논란을 봐도 중동의 한국 축구 견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 강호의 체면을 지키려면 그런 어려움을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레바논을 이겼어야 합니다.

만약 조광래호가 레바논을 제압했다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었을 것입니다.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에서는 일부 선수에게 휴식을 제공하며 팀을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레바논전에서 패하면서 쿠웨이트전에서는 최정예 멤버 활용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아무리 한국이 쿠웨이트전에서 승리한다고 할지라도 경기 내용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국내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질지 모릅니다. 지난 UAE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한국 축구는 세계를 지향하는 팀이지, 월드컵 최종예선 및 본선 진출에 만족할 클래스는 아닙니다.

한국이 쿠웨이트를 이긴다고 칩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기력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승승장구 할지 의문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선호하는 패스 축구는 긍정적으로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패스 축구가 기존의 한국 축구 색깔과 콘셉트가 달랐지만, 조광래 감독이 팀 전술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불안 요소가 터졌습니다.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유럽파를 선발로 중용한 것, 일부 선수의 포지션 전환 실패, 상대 진영에서의 패스 정확도 부족, 포백 조합의 미완성,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 등등 다발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느 팀이든 시행착오가 있지만 조광래호는 오히려 불안 요소가 늘어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조광래호는 출범한지 1년 4개월 됐습니다. 대표팀이 클럽팀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패스 축구라는 새로운 전술이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경기 내용에서는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여운을 내비쳐야 합니다. 아무리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해도 팀이 추구하는 철학이 확고하게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패스 축구는 완성 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패스를 주고 받는 선수와의 움직임부터 여전히 어색합니다. 특히 11월 A매치 두 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전했던 공격 옵션들의 몸 놀림이 전체적으로 무거웠습니다. 소속팀 경기에서 꾸준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던 여파가 조광래호에서 나타났습니다. 서정진의 경우는 기복이 심했죠. 문제는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선수들 위주로 공격 옵션을 꾸리는 현실입니다.

레바논전에서는 박주영-기성용 공백이 아쉬웠을지 모릅니다. 더 넓게는 박지성-이영표 같은 대표팀 은퇴 선수들이나 이청용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내실이 튼튼해지려면 특정 선수 공백에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축 선수의 공백을 훌륭하게 극복할 수 있는 팀이 더 강합니다. 그런데 조광래호는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계속 중용하면서 경기 감각이 좋은 선수를 활용할 폭이 줄었습니다. 대표팀 경쟁 체제에서는 누구도 예외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레바논전은 2011년 마지막 A매치 였습니다. 2011년은 한국 대표팀에게 매우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고, 박지성-이영표 대표팀 은퇴 공백을 해결하지 못했고, 일본에게 0-3으로 패했고, 그 이후에도 경기 내용에서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했고, 끝내 레바논 쇼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2011년에 안좋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내년부터는 달라져야 합니다. 조광래호가 겪고 있는 시련은 2011년에서 종지부를 찍어야 하며 팀의 수장인 조광래 감독이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레바논전 종료 후 일부 선수들의 공백, 심판 판정, 현지 경기장 잔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팀의 패배로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력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귀국 인터뷰에서 전술적인 아쉬움을 표현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이 왜 조광래 감독에게 등을 돌렸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다행히 쿠웨이트전은 내년 2월 29일에 열립니다. 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돌아 볼 시간이 넉넉하죠. 한국 대표팀의 현실에 맞는 변화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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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오만 쇼크가 떠올랐던 패배였습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2003년 9월 27일 인천에서 진행된 아시안컵 예선 오만전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같은 해였던 10월 21일 오만 원정에서는 1-3으로 패하면서 쿠엘류호가 위기에 빠졌죠. 당시 오만에게 패할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은 15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차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5차전 레바논 원정에서 1-2로 패했습니다. 전반 4분 알 사디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습니다. 전반 20분 구자철이 페널티킥 골을 넣었으나 전반 31분 아트윈에게 결승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종료까지 무수한 공격 기회가 주어졌으나 레바논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레바논 원정에서 의외의 패배를 당하면서 2011년 A매치 일정을 씁쓸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사진=조광래 감독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한국, 이른 시간에 실점 허용

한국은 레바논 원정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이용래-이정수-곽태휘-차두리가 수비수, 구자철-홍정호가 더블 볼란치, 이승기-손흥민-서정진이 2선 미드필더, 이근호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박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홍철-지동원이 11일 UAE전에서 부진하면서 이승기-이근호가 선발로 뛰었고 이용래가 포지션을 전환했습니다. 레바논도 4-2-3-1을 활용했습니다. 엘 사마드가 골키퍼, 이스마일-알 사디-나자린-다유브가 수비수, 아트위-파우르가 더블 볼란치, 차이토-안타르-즈레익이 2선 미드필더, 엘 알리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레바논전은 예상과 달리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전반 4분 레바논이 오른쪽 프리킥 상황에서 안타르가 슈팅을 날렸던 볼이 한국 선수 몸을 맞고 앞쪽으로 굴절되었고, 알 사디가 오른발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면서 한국이 0-1로 밀렸습니다. 실점보다 아쉬운 것은 심판 판정 이었습니다. 한국 선수 이전에 레바논 선수가 먼저 파울을 범했지만 주심은 레바논의 프리킥을 인정했고 그 과정이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은 현지의 불규칙한 잔디, 소나기, 전반 10분 볼 점유율 열세(46-54, %)로 고전했던 전반 초반을 보냈습니다.

구자철 PK 동점골-PK 허용, 어려웠던 전반전

전반전에는 서정진의 공격력이 아쉬웠습니다. 여전히 무거운 몸 놀림, 불안한 볼 키핑력, 부정확한 볼 배급을 범하면서 팀 공격이 몇차례 끊겼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선호하는 패스 축구가 완성되려면 공격 옵션들의 세밀한 볼 배급이 요구되지만 서정진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가 지난 UAE 원정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기본적인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알사드전 부진까지 포함하면 기복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전반 20분 이근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구자철이 마무리지으며 1-1로 따라 붙었습니다. 전반 10분을 넘길 때 선수들의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볼 점유율이 많아졌습니다. 레바논이 빌드업을 시도할 때는 공격 옵션들이 포어체킹을 펼치며 상대 수비 속도를 늦췄습니다. 전반 26분에는 구자철이 직접 공격을 끊은 뒤 이승기에게 정확한 종패스를 찔러주는 역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홍정호의 잦은 패스미스가 아쉬웠습니다. 기성용 결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지만 UAE전에 이어 레바논전에서도 공격력에서 믿음감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전반 30분에는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허용했습니다. 박스 안쪽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거친 파울을 범했고, 1분 뒤 아트윈이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한국이 1-2로 밀렸습니다. 그 이후에는 레바논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후방으로 쏠리면서 한국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상대팀의 수비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격 옵션들의 볼 처리가 여전히 느리며, 홍정호의 패스미스가 이어지면서 레바논 수비진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전반 39분 구자철이 왼쪽 측면에서 이승기에게 찔러줬던 스루패스는 제법 날카로웠지만 2차-3차 공격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답답함을 노출했습니다. 그나마 구자철의 패싱력이 위안 이었습니다.

한국이 전반전에 고전했던 또 다른 원인은 이근호-손흥민의 공격력이 아쉬웠습니다. 이근호는 전반전에 10개의 패스미스를 범했습니다.(15/25) 볼 터치가 길어지면서 상대 수비에게 읽히기 쉬운 공격력을 나타냈죠. 한국이 상대 박스 안쪽에서 연계 플레이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과 밀접합니다. 손흥민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패스 횟수가 부족했습니다.(10/13개) 볼 터치 29번에 어울리지 않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이근호가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던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공격의 밸런스가 무너졌죠.

답답한 공격의 연속, 레바논 원정에서 1-2 패배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빼고 지동원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중앙에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하면서 지동원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대신 맡았습니다. 하지만 레바논이 공격수 1명을 뺀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한국의 공격 작업이 박스 안쪽으로 뻗지 못했습니다. 후반 7분에는 남태희가 서정진을 대신해서 두번째 조커로 뛰었고, 지동원-이근호 투톱 체제의 4-4-2로 전환했지만 패스 미스가 계속 됐습니다. 일부 선수는 볼을 받을때의 퍼스트 터치가 불안했죠. 레바논이 후반전에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공격이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후반 10분까지는 한국이 패스 정확도에서 75-64(%)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한국의 패스가 비효율적 이었습니다. 공격 템포를 늦췄을때 볼을 주고 받으면서 패스 정확도가 높아졌을 뿐, 레바논 수비 진영 사이를 가르는 패스의 정확성이 부족했습니다. 구자철의 종패스는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뜸해졌죠. 후반 16분에는 홍정호가 전방쪽으로 롱볼을 올려줬으나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후반 17분에는 후방에서 두 차례 롱볼을 띄웠으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죠.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레바논의 협력 수비에 막혔고, 그런 레바논이 포어체킹을 시도하면서 마땅히 패스를 줄 곳이 없었습니다.

수비 집중력까지 비판 받아야 합니다. 레바논이 후반 20분 왼쪽 코너킥을 날렸을 때 슈팅을 날렸던 선수를 마크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선수들의 위치가 골문 안쪽으로 뭉치면서 레바논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쳤습니다. 레바논 선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아서 다행이었지만 운이 나빴다면 추가 실점을 허용했을지 모릅니다. 한국에게 동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실점 빌미를 내준 것은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후반 25분 윤빛가람을 교체 투입(out 홍정호) 이전까지 공격력 난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한국의 레바논전 졸전 원인은 확실한 콘셉트가 없었습니다. 특정 선수의 공백을 감안해도 1-2로 밀릴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습니다. 패스 축구를 추구하는 팀에 걸맞지 않게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되풀이 되었고, 수비 불안까지 겹치면서 상대팀 선수들에게 끌려다니는 어려운 경기를 했습니다. 레바논전 한 경기 만을 놓고 보면 대표팀 전술이 어떤 스타일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불과 두달 전에는 한국이 홈에서 6-0 대승을 거두었지만 원정에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밀렸습니다. 당시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뱍주영 공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한국은 1-2로 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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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3위와 160위 경기는 일방적으로 끝났습니다. 한국의 6-0 대승으로 마무리 되었으나 레바논은 엄연히 약체였습니다. 그럼에도 태극 전사들은 방심하지 않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일본전 패배를 만회해야 하는,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1차전에서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싸웠습니다. 레바논전 승리의 10가지 교훈을 정리했습니다.

1. 레바논전 6-0 승리, 일본전 참패의 아픔을 날렸다

레바논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60위 입니다. 박주영 3골, 지동원 2골, 김정우 1골 장면이 많은 사람들을 흥겹게 했지만 '한국 축구가 강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상대팀 전력이 약합니다. 일본전 참패의 아픔을 날린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레바논전은 '자신감 회복'이 가장 중요했던 경기였습니다. 만약 레바논전 경기력이 좋지 않었거나 승리에 실패하면 조광래호를 향한 여론의 시선이 악화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6-0 승리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2. 조광래호, 밀집수비 극복 성공했다

조광래호는 레바논이 밀집수비를 펼칠 것임을 미리 알았을 겁니다. 한국과 경기했던 아시아 약체들의 특징은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했습니다. 이들의 한국전 목표는 승점 3점 이전에는 무실점 또는 실점 줄이기 였으며 레바논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광래호는 경기 초반에 승부수를 띄우며 이른 시간에 골을 넣겠다는 전략으로 맞섰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고 패스 타이밍을 높인 끝에 전반 8분 박주영이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그 이후 빌드업을 높게 유지하면서 추가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은 끝에 대량 득점에 성공했죠. 상대 수비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공격 대응이 밀집수비 극복의 비결이 됐습니다.

[사진=박주영의 레바논전 해트트릭 소식을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3. '아스널 효과' 박주영, 골 감각 되찾았다

일본전 박주영과 레바논전 박주영은 다른 인물 같았습니다. 상대팀 레벨 차이를 감안해도 두 경기 활약상이 매우 대조적 이었죠. 일본전에서는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레바논전은 아스널 입단이 확정된 이후에 치렀던 첫번째 경기였습니다. 그것도 해트트릭을 달성했죠. 골문 안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으로 동료 선수가 올려준 패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킬러 본능이 인상 깊었습니다. 7일 쿠웨이트 원정을 치르고 아스널에 합류하는 만큼, 더 이상 실전 경험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골 감각까지 되찾았습니다. '아스널 효과'가 정말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4. 지동원-김정우, 자신의 존재감 알렸던 골

지동원은 전반전에 부진했습니다. 박주영이 중앙으로 넘어올 때 볼에 관여할 기회가 많지 않았죠. 후반전 2골이 없었다면 박주영 공존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을 겁니다. 그래서 2골이 반가웠습니다. 선덜랜드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아쉬움을 해소했고, 대표팀 원톱으로서 존재가치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후반전에 조커로 투입된 김정우도 골을 터뜨렸습니다. 골문 오른쪽에서 이근호의 왼쪽 패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었죠. K리그에서 데얀-이동국과 득점왕을 다투는 리듬이 대표팀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전반전에 부진했던 구자철을 떠올리면, 역시 소속팀 실전 감각이 대표팀 경기력과 밀접합니다.

5. 예상치 못했던 남태희 맹활약

남태희 선발 출전은 의외였습니다. 발랑시엔에서 벤치를 지키는 유망주가 K리그에서 맹활약중인 염기훈-한상운, J리그에서 입지를 굳히면서 대표팀 잔뼈가 굵은 이근호 보다 팀 내 입지에서 앞선다는 뜻입니다. 염기훈-이근호가 그동안 대표팀에서 부진했지만 남태희가 조광래호에서 잘싸웠던 경기는 2월 터키전 뿐입니다. 하지만 남태희는 레바논전에서 왜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았는지 실력으로 말해줬습니다. 경기 내내 활발한 기동력을 과시하며 그라운드 이곳 저곳을 뛰어 다녔습니다. 왼쪽 윙어였던 박주영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꺾는 패턴이었다면 남태희는 전형적인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동료 선수와 차별화된 콘셉트를 나타냈습니다. 이청용 부상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경기였습니다.

6. 홍철-차두리, 극강의 공격력 과시했다

홍철-차두리 풀백 듀오는 레바논전에서 극강의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레바논이 수비 축구를 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실질적인 윙어 역할을 담당하며 한국의 대량 득점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상대편 진영까지 공격에 적극 가담하면서 전반 8분에는 홍철의 왼발 얼리 크로스가 박주영의 오른발 선제골로 이어졌고, 후반 21분에는 차두리의 오른쪽 크로스가 지동원 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습니다. 상대 선수들이 자기 진영에 몰려있을때 풀백의 공격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홍철의 공격력은 홍명보호-K리그에서 보여줬던 그대로였고 차두리는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7. 이용래 경기력 저하-염기훈 엔트리 제외, 수원에게 찾아온 고비

레바논전 6-0 승리 속에서도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이용래가 과부하에 빠진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도 열심히 뛰었지만 공격시의 세밀한 패스 전개가 부족합니다. 중앙에서 뛰는 미드필더라면 부정확한 패스를 줄여야 하는데, 이용래는 최근 수원 경기에서도 공격 전개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많이 뛰었던 여파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원의 에이스' 염기훈은 엔트리에서 제외됐죠.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었지만 끝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심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두 선수는 쿠웨이트 원정 이후 국내에 복귀해야 하는데, AFC 챔피언스리그 8강을 앞둔 수원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8. 포백 수비, 아직 점검이 더 필요하다

레바논전은 한국 대표팀 수비를 점검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상대팀 선수들이 밀집 수비를 형성하는데 주력하면서 우리 수비수들이 하프라인 밑쪽에서 전진 수비를 펼쳐야 했습니다. 한국의 빌드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일환이죠. 수비쪽에서 실점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실수는 없었습니다. 레바논의 슈팅이 단 3개였기 때문입니다. 이정수-홍정호 센터백 조합의 활약은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3개월 전 가나전에서 기안 한 명에게 끌려다니는 불안함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홍철-차두리 같은 풀백들의 수비력을 파악할 기회도 흔치 않았죠. 레바논전 무실점은 수비력 향상과 무관합니다.

9. 유럽파를 향한 관대함은 좋지 않다

아무리 유럽파라도 소속팀에서 충분한 경기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면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합류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지동원-구자철은 전반전에 부진했으나 후반전에 폼이 살아났습니다. 문제는 전반전입니다. 소속팀 벤치워머로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여파가 대표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박주영 2골, 남태희 분전이 없었다면 한국은 전반전에 매우 힘들었을 겁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상대가 약체라서 지동원-구자철이 후반전에 달라진 면모를 보였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유럽파를 선호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선수들이 앞으로 소속팀에서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으면 조광래호가 고민해야 합니다. 일본전 패배의 교훈을 떠올려야 합니다.

10. 레바논전 보다 쿠웨이트 원정이 더 중요하다

조광래호는 레바논전 승리에 도취되어서는 안됩니다. 근래의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약체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를 '기본'으로 삼았고,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6경기 중에 1경기 치렀을 뿐입니다. 레바논전은 일본전 참패를 분풀이하는 경기가 되었지만, 한국 대표팀 전체의 경기력으로 해석하기에는 상대 전력이 너무 약했습니다. 7일 새벽에 펼쳐질 쿠웨이트 원정 경기력이 어쩌면 조광래호의 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레바논보다는 쿠웨이트가 껄끄러운 상대입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의 우세지만, 쿠웨이트와의 역대 전적은 8승3무8패 동률이며 엄연히 중동 원정 입니다. 태극 전사들이 쿠웨이트전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