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2009 상반기 한국축구 결산

어느 덧 2009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2009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6개월의 시간을 되돌이 키면, 한국 축구에 기념비적인 의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비롯해서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영건들의 무궁무진한 성장, 그리고 K리그 신생팀 강원FC의 출범 등에 이르기까지 축구팬들을 반갑게 하는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축구의 본 고장' 유럽에서는 한국인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널리 떨치고 있으며,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로는 축구팬들을 아쉽게 했던 소식도 있었습니다. K리그 클럽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J리그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연이은 구설수로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선수도 있었습니다. 2009년의 한국 축구가 상반기를 거치면서 얼마만큼 왔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누가 축구팬들 앞에서 보석처럼 빛났는지를 결산했습니다.

1. 최고의 선수 :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해 한국축구 상반기를 빛낸 선수로서 박지성의 이름 세 글자가 쉽게 떠오릅니다. 박지성은 대표팀 주장으로서 항상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유연하게 리드하여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했고, 소속팀 맨유에서는 이전 시즌보다 강인한 활약을 펼치며 팀 내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습니다. 특히 지난 2월 11일과 6월 17일에 걸친 이란과의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 모두 후반 36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패배 위기에 놓였던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보여줬습니다. 최종예선 2패가 될 뻔했던 성적이 2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캡틴 박의 골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죠. 맨유에서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선발 출전의 꿈을 이루었고 지난 3월 8일 풀럼전, 5월 2일 미들즈브러전, 5월 6일 아스날전에서는 골을 넣으며 팬들을 들뜨게 했습니다.

2. 최고의 영건(23세 이하 기준) : 기성용(FC서울)

영건 중에서는 기성용이 단연 눈에 띱니다. 이미 허정무호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고 소속팀 서울에서는 팀 전술을 좌우하는 '준 괴물'로 성장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정확한 패싱력과 유연한 경기 운영능력을 자랑하는 중원의 해결사로서 팀 내 가치가 컸습니다. 지난 2월 11일 이란 원정에서는 예리한 전진패스와 적극적인 문전 침투로 이란 수비진을 위협하며 원정 분위기에 위축된 동료 들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36분 자신의 오른발에서 박지성의 헤딩 동점골을 유도하는 프리킥을 날리며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 임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지난 24일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가시마 앤틀러스전에서는 1-2로 뒤지던 후반 27분에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프리킥골을 성공시켜 패배 위기에 놓였던 서울의 8강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3. 최고의 신인 :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

유병수는 지난해 K리그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통해 인천에 입단했던 홍익대 출신 공격수입니다. 올해 K리그 17경기에서는 7골 3도움을 기록하여 유력한 K리그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지난 3월 8일 부산전부터 5월 10일 울산전까지 12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신인답지 않게 꾸준히 골망을 가르는 인상깊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문전에서의 빠른 순발력과 상대 수비수들을 정면으로 공략하는 기교, 그리고 출중한 골 결정력으로 자신의 실력을 그라운드에서 맘껏 발휘하며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의 확고한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러더니 5월말 허정무호에 발탁되어 지난 3일 오만전에서 A매치에 첫 출전했습니다. K리그를 넘어 대표팀 공격의 활력소로 거듭날 유병수의 앞날 활약이 기대됩니다.

4. 최고의 감독 : 최순호(강원 FC)

성적 여부를 떠나, 최순호 감독이 최고였다고 치켜 세울 수 있습니다. 포항 감독 시절에 답답하고 지루한 수비축구를 한다는 이유로 서포터즈로 부터 퇴진운동에 시달리는 신세였지만, 강원 감독을 맡는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쌓고 있습니다. 1골 내주면 2골, 2골 내주면 3골 넣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강원과 K리그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A매치 휴식기 이전까지가 워밍업 단계였다면, 지금은 강팀을 압도하는 공격력을 발휘하며 강원의 돌풍을 주도했습니다. 지난 21일 성남전 4-1, 27일 전북전 5-2 승리를 통해 '수비 축구만 할 줄 아는 감독'이라는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다른 팀에 비해 얇은 선수층과 경험 부족의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강원의 젊은 선수들을 독려하여 팀의 리그 5위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5. 최고의 팀 : 광주 상무

4년 연속 정규리그 최하위에 머물다 올 시즌 1위로 껑충 뛰어올랐던 광주의 고공행진이 빛났던 상반기였습니다. 정규리그 13경기에서 9승2무2패를 기록하여 지난해보다 3배 더 많은(3승7무16패) 승수를 기록했습니다.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을 비롯하여 최원권, 배효성, 박병규, 김태민 같은 'A급 쫄병' 선수들의 맹활약이 빛났고 김명중과 고슬기, 김용대 같은 선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팀 전력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고공비행을 거듭했습니다. 특히 최성국-김명중 듀오는 K리그 최강의 공격 무기로 떠오르며 광주의 순항을 이끄는 젖줄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광주는 지난달 12일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월드 리그 리뷰'란을 통해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에 선정되어 자신들의 돌풍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6. 뜨겁게 달군 이슈 3가지

(1) 허정무호,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
허정무호는 얼마전에 끝난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B조 1위(4승4무)로 통과하여 7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은 여섯번째 대기록으로서 이제는 어느 덧 '월드컵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기성용과 이청용 같은 젊은 선수 위주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팀의 쇄신을 꾀했던 것이 본선 진출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 박지성에 열광했던 상반기
한국축구 상반기에서 많은 팬들의 주목을 끌었던 선수는 박지성이었습니다.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맨유 경기만 되면 TV앞에 혹은 컴퓨터 앞에 앉아 그의 멋진 활약상을 기대했고 더 나아가 유럽 축구의 진수를 느꼈습니다. 특히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 여부는 박지성에 대한 상반기 최대의 이슈였습니다.

(3) 광주-강원의 K리그 돌풍
올 시즌 K리그 상반기에서는 수원-포항-울산 같은 기존 강호들이 부진했던 가운데, 광주와 강원이 K리그의 신선한 돌풍을 주도했습니다. 광주와 강원은 각각 1위, 5위를 기록하여 '축구공은 둥글다'는 축구의 진리를 실력으로 맘껏 발휘했습니다. 군인팀인 광주의 돌풍은 군대스리가의 재발견을 유도했고 신생팀 강원의 비약적인 발전은 흥행 부족에 허덕이는 K리그의 새로운 자극제로 떠올랐습니다.

7. 아쉬웠던 이슈 3가지

(1) 수원의 몰락
K리그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부동의 인기구단' 수원의 몰락은 K리그 흥행의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정규리그에서 12위에 그치더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서 탈락하여 아시아 정복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수원 빅버드를 찾는 축구팬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을 비롯 차범근 감독 경질 여론 형성, 구단 마케팅 문제 등이 도마위에 오르는 요즘입니다.

(2) 걷잡을 수 없는 이천수의 구설수
이천수는 연봉 0원 논란을 비롯해서 감자 세리머니, 페어플레이 기수, 최근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 논란까지 상반기 내내 온갖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올해 전남에서 재기에 전념을 다했지만 K리그 개막전에서의 감자 세리머니로 6경기 출전 정지 및 페어플레이 기수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받으며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알 나스르 이적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습니다.

(3) K리그 골 세리머니 논란
팬들을 당황게했던 이슈도 있었습니다. K리그 개막 초기, 스테보(포항) 이동국(전북)이 골을 넣으며 골 세리머니를 하다가 주심에게 퇴장 조치를 받았습니다. 스테보는 그랑블루 앞에서 큐피트 세리머니를 하다 퇴장당했고 이동국은 코너 깃대를 넘어뜨리다 그라운드 밖으로 떠났죠. 이동국의 행동은 선수 본인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스테보의 골 세리머니는 상대팀 팬들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여론에서는 '선수가 골 세리머니도 못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K리그 심판 판정 비판 여론을 형성했습니다.

8. 하반기에 기대되는 이슈 3가지

(1) 포항-서울,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할까?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포항과 서울의 우승 여부가 주목됩니다. 포항은 32강 조별예선에서 3승3무로 조1위로 통과하여 16강에 진출했고, 16강 뉴캐슬 제츠전에서는 6-0의 대승을 거두며 대회 우승 가능성을 고조시켰습니다. 서울은 극적인 8강, 16강 진출 과정에서 '서울 극장'의 감동을 안겼는데 지금의 기적같은 스토리가 어떻게 완결될지 주목됩니다.

(2)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인공은?
포스트 시즌이 3~6위 팀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핸디캡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규리그 1~2위 팀 중에 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 시점에서는 정규리그 1~3위를 기록중인 광주-서울-전북의 3파전 구도가 어떻게 결말 맺을지 주목됩니다. 광주의 선임들이 오는 10월에 전역하여 원 소속팀으로 복귀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서울-전북이 유력해 보입니다.

(3) 조원희-이근호, 유럽에서의 활약상
유럽파의 활약상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슈거리 입니다. 지난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조원희(위건) 그리고 최근 프랑스리그 파리 생제르망(PSG) 이적이 확정된 이근호의 2009/10시즌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조원희는 위건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이근호는 유럽이라는 낯선 환경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프랑스리그에 소속된 이근호와 박주영(AS 모나코)의 맞대결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슈거리로 등장할 전망입니다.

9. 하반기에 기대되는 선수들

(1) 박주영
박지성이 상반기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면, 하반기에는 또 다른 '양박'인 박주영의 맹활약 여부가 주목됩니다. 프랑스리그 첫 시즌을 순조롭게 보냈기 때문에 두번째 시즌이 되는 오는 8월부터는 기존보다 발전된 기량으로 팬들의 열기를 불러 모으게 할지 기대됩니다.

(2) 이동국
K리그 특급 스타 중에서는 이동국의 거침없는 골 폭풍이 계속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정규리그에서 8골을 넣으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그가 하반기에도 많은 골을 기록하여 사자왕의 위력을 떨칠지, 그리고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입니다.

(3) 윤준하-김영후 콤비
유병수와 함께 신인왕을 다투는 '도민루니' 윤준하, '괴물 골잡이' 김영후의 활약상도 주목할 만한 이슈거리 입니다. 두 선수는 정규리그에서 사이 좋게 5골 5도움을 기록하여 강원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윤준하의 폭발적인 문전 돌파는 늘 꾸준했고 김영후는 K리그의 템포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괴물 골 감각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하반기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만약 유병수가 하반기에 부진하면, K리그 신인왕은 강원 선수끼리의 집안 싸움이 될 가능성이 99% 입니다.

10. 세줄요약

(1) 상반기에는 나쁜 이슈보다 좋은 이슈들이 너무 많아 행복했습니다.
(2) 하반기에는 풍성한 이슈들, 선수들의 멋진 활약, 그리고 축구팬들을 열광케하는 명승부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한국 축구가 진부보다 진보한 행보를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저의 블로그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Posted by 나이스블루



부제 : 한국 정통파 공격수들의 부진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1.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90년대 말, 한국 축구 대표팀에는 3명의 정통파 공격수가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황선홍과 최용수, 김도훈이 바로 그들이죠. 세 선수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뛰어난 득점 실력을 발휘하며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세 선수 뿐만은 아닙니다. 이동국과 김은중 같은 정통파 공격수 외에도 안정환이라는 개인기와 순발력이 뛰어난 쉐도우 공격수까지 등장해 '공격수 풍년'을 이루었습니다.

2.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10년 전과 다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 처럼, 한국 축구에 구조적인 변화들이 있었지만 그 행보는 긍정이 아닌 부정의 색깔을 띄었습니다. 황선홍과 최용수, 김도훈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부터 누구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하지 못했습니다. 본프레레호와 아드보카트호에서는 이동국이 '포스트 황선홍'으로 떠오르는 듯 했지만 2006년 4월 십자인대 부상 이후 3년 동안 슬럼프에 시달리는 불운에 시달렸습니다.

이동국 뿐만은 아닙니다. 81년생의 조재진, 82년생의 남궁도 같은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정통파 공격수들도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기복이 심했던 것을 비롯해서 몇몇 국제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 밑으로 내려가면 정통파 공격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84년생 3인방인 김동현과 정조국, 정윤성은 한때 청소년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K리그에서 조차 어떠한 이름값을 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동현과 정윤성은 지난해 시즌부터 기나긴 침체에 빠졌으며 정조국은 광대뼈 부상을 비롯해서 경기력 저하 등등 총체적인 슬럼프에 빠진 상황입니다.(참고로, 김동현은 올 시즌 K리그 1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86년생의 양동현은 잦은 부상으로 성장이 오랫동안 더뎠던 것이 아쉽죠. 그나마 87년생의 신영록이 터키 리그에 진출하여 이름값을 떨치고 있지만, 수원에서 경기 출전이 많지 않았던 것이 한때 기량이 정체되었던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이것 때문에 2007시즌 종료 후 지방팀으로 이적하려고 했죠.)

3. 이 같은 현상은 정통파 공격수로 주목받았던 선수들이 성장통을 이기지 못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부상과 부진의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공격수 스타일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굳이 많이 뛰지 않더라도 최전방에서 헤딩으로 공중볼을 떨구거나 혹은 동료 공격수에게 패스하거나, 상대 수비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파고들어 골 기회를 노리거나,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하는 것이 정통파 공격수의 역할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공격수들이 그라운드를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현대 축구는 공격수들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격수 역할을 비롯해서 측면과 중앙, 혹은 최전방과 미드필더진을 활발히 오가며 다른 공격 옵션들과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이어가는 스타일이 필수 옵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죠. 어느 공간에서든 궃은 역할도 겸할 수 있고 때로는 최전방으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크로스를 올려야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이 직접 공간을 파고들거나 또는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골 기회를 노리는 개인 역량까지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사뮈엘 에토, 페르난도 토레스, 카림 벤제마 같은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선수들이 타겟맨으로 맹활약을 펼친 것은 현대 축구의 공격수 변화를 상징하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K리그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수준급 외국 공격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K리그 팀들의 전반적인 공격력이 예전보다 몇배 이상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 공격수들이 외국인 공격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던 것이죠.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 상위 득점 순위에서 외국인 공격수들의 숫자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조재진과 남궁도, 정윤성, 김동현, 정조국, 신영록 같은 정통파 공격수들은 K리그 팀에서 외국인 공격수들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린 공통점이 있었습니다.(그 중, 조재진은 2004년 수원에서 나드손-마르셀 투톱에게 밀리더니 김동현과의 서브 경쟁에서 밀리면서 4-4-2의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차범근 감독이 김동현 스타일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죠.)

한국 대표팀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주영과 이근호가 투톱 공격수로 활약중이지만 사실 두 선수는 전형적인 공격수가 아닙니다. 박주영이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쉐도우 공간에서 자신의 역량을 살리는 유형이라면 이근호는 측면 옵션 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병수, 이승렬, 조동건 같은 영건 공격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통파가 아닌 빠른 순발력과 화려한 기교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유형의 선수들입니다. 그중 조동건은 4-2-3-1을 쓰는 성남의 원톱 공격수로 뛰고 있으며 이승렬은 최근 서울에서 측면 미드필더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한때 허정무 감독이 원하던 스트라이커로 꼽혔으나 최근 수원에서 슬럼프에 빠진 서동현과 하태균도 이들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죠.

4.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정통파 공격수들이 맥을 못추는 것을 비롯해서 서로 비슷한 유형의 공격수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으로 이어진 한국 축구를 빛낸 정통파 공격수 계보가 끊긴 것도 이 때문이죠. 반면에 '박주영-이근호' 투톱이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현대 축구가 원하는 공격수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황선홍에 비해 최전방에서의 파괴력이 약한 것이 흠이지만, 분명한 것은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뛸 역량이 충분하다는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박주영-이근호 투톱으로는 대표팀의 공격 문제를 커버하기가 어렵습니다. 두 선수 모두 골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활동 반경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죠.(세부적인 스타일은 서로 다르지만) 박주영이 쉐도우 역할에 치중하면서 타겟맨이 되어야 할 이근호의 역할이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의 볼 터치가 많아진 반면에 이근호가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최근 A매치 5경기 연속 무득점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공격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월드컵 16강 진출은 힘들 것임이 분명합니다. 공격수의 다재다능한 역할로 4-4-2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현대 축구의 흐름과는 맞지 않는 부분입니다.

5. 이러한 공격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박주영-이근호 투톱과 다른 유형의 선수를 대표팀에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바로 신영록입니다. 박주영-이근호-유병수-조동건-이승렬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데다 대표팀에서는 양동현보다 더 검증되었고, 최근 정통파 공격수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그 이유죠. 최근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A매치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대표팀에 포함될 기회는 여전히 무궁무진합니다.

신영록은 최전방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과 저돌적인 움직임, 빠른 문전 쇄도, 상대 수비수를 지치게 만드는 악착같은 몸싸움을 자랑하는 타겟맨입니다. 최전방 이외에도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를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이 있고 K리그 시절에는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문전에서는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하기보다는 궃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다른 공격 옵션의 화력을 돕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수원 시절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신영록은 문전 앞에서의 움직임이 한국에서 최고 수준이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죠.

그동안 신영록의 성장이 더뎠던 원인은 수원에서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군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던 시즌이 2008시즌에 불과할 정도로 1군 벤치와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죠. 하지만 최근에는 터키 1부리그 부르사스포르의 주전 공격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에 실전 감각에서는 더 이상의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수비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현대 축구의 흐름까지 더하면, 신영록의 가치는 계속 커질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신영록이 지난달 허정무 감독의 대표팀 호출을 받았던 원인은 자신의 기량이 허정무호에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비록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공격수 개인 기량이 다른 축구 강국에 비해 떨어지는 한국 축구의 실정에서는 자신만의 특징이 차별화된 선수가 필요합니다. 신영록은 '박주영-이근호에게 없는' 정통파 공격수 부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한국 축구의 공격수 문제는 언젠가 신영록이라는 해답으로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필자의 머릿속에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박지성 없는 한국 축구는 과연 어땠을까?'라고 말입니다. 이것은 저뿐만이 아니라 축구팬, 혹은 축구에 조금 관심을 가지셨던 분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답답한 행보를 걸어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000년대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영광' 그리고 '위기' 였습니다. 영광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의미하며 위기는 한일 월드컵 이후 힘겨운 모습을 보였던 행보를 말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위기입니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4강이라는 현실에 안주하더니 어느새 베트남, 오만, 몰디브 같은 아시아 약체 팀들에게 쩔쩔메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더니 2003년부터 4년 동안 쿠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으로 이어지는 잦은 대표팀 감독 교체로 조직력 약화를 비롯해서 세대교체의 타이밍을 놓치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또한 황선홍-홍명보의 대를 이을 기대주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했던 것도 아쉬움에 남았죠.

허정무호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 3-1 승리 이전까지 연이은 졸전을 거듭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축구장에 물 채워라'라는 국민들의 비아냥을 받았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은 세대교체 성공의 영향으로 전력이 안정되었지만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에 진출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여론의 주된 반응입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쓴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한국 축구가 겪어왔던 위기와 후유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표팀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절대적인 원동력은 다름 아닌 박지성이었습니다. 2004년 아시안컵부터 한국 공격의 에이스 노릇을 했던 것을 비롯 유럽 무대에서의 경험이 더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박지성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허정무호에서는 그 이전과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10월 초 박지성을 대표팀 새 주장으로 발탁하면서 오랜 침체에 빠진 팀을 쇄신 시키기 위한 칼을 꺼냈습니다. 대표팀의 고공행진을 위해서는 혁신이 불가피했고, 팀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주장과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순둥이 박지성에게 왼쪽 팔에 노란색 완장을 채웠죠.

흔히 '캡틴 박'으로 일컫는 박지성의 주장 등극은 의미가 큽니다. 허정무 감독의 세대교체 의지에 부합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자신이었기 때문이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갈 영건들에게 정신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한국 최고의 선수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축 선수로서 당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합니다. 세대교체의 주역인 영건들은 박지성과 함께 호흡하여 실전에서 기죽지 않고 당찬 축구 실력을 뽐내며 대표팀에 없어선 안될 활력소로 거듭났습니다. 그러더니 매 경기마다 적극적인 경기력을 발휘하면서 한국 축구의 위기를 잠재웠습니다. 그 중심엔 박지성이 있었죠.

특히 지난 10일 사우디 아라비아전은 '주장' 박지성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던 대표적인 경기였습니다. 박지성은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후 잉글랜드 맨체스터로 돌아가 대표팀 차출 및 국내 휴식을 위해 짐을 정리한 뒤, UAE를 거쳐 한국에 왔습니다. 2주 동안 4개국을 돌아다니며 4경기를 치렀던 강행군 속에, 그것도 시차적응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전에 풀타임 출전하여 후배 선수들을 다독였던 것입니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 오른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팀 공격의 활기를 쏟았습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거치는 공격 물줄기는 상대 선수들이 좀처럼 공략하기 힘들 정도로 위협적이었죠. 또한 미드필더 후방쪽으로 깊게 수비 가담하는 과정에서 사우디 오른쪽 공격을 여러차례 끊은 뒤 재빨리 공간을 향해 역습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맨유에서 '수비형 윙어'로 이름 떨치던 활약상을 허정무호에서 그대로 이어간 것입니다.

그보다 더 놀랐던 것은 경기 막판까지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겁니다. 최근 살인적인 강행군을 소화했기 때문에 체력 및 컨디션 저하로 막판에 고전할 것 같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태극전사들 중에서 가장 많이 뛰었으니 주장 이상의 몫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활약상은 그가 왜 실력으로 말하는 주장인지를 스스로 보여준 것이며, 더 나아가 동료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다른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이기 때문에 위기에 빠졌던 한국 축구가 그를 기댄 것이었고 모두가 '한국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 세웠던 것이죠.

박지성이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모든 경기 마다 성심 성의껏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부진한 경기에 손에 꼽을 만큼 드물 정도로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꾸준함으로 단련되어 자신만의 클래스를 그라운드에서 내뿜었습니다. 이는 맨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많은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팀의 주전 선수로 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성실함을 인정 받았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베컴, 뤼트 판 니스텔로이,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내쳤던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겁니다.

잦은 감독 교체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이 대표팀의 주력 선수로 뛰었고 감독 성향에 따라 다양한 전술들이 오갔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성실함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대표팀 오랫동안 꿋꿋이 버텨낼 수 있었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대표팀의 에이스로 군림하며 자신의 명성을 떨쳤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존재 여부에 따라 대표팀 경기력이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쌓게 되었죠.

2002년 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 23인 명단에 포함되었던 23세 이하의 선수는 박지성을 포함해서 7명 이었습니다. 이천수를 비롯해서 최태욱, 차두리, 송종국, 현영민, 설기현(실제 나이는 1세 더 많습니다.)이 있었죠. 그중에서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박지성과 최태욱 뿐입니다. 이천수-차두리-송종국-설기현은 한일 월드컵 이후 온갖 시련에 시달린 끝에 태극마크 인연과 멀어졌고 현영민은 이영표의 레벨을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최태욱은 최근 허정무호에 합류하기 전까지 오랜 방황에 시달린 끝에 3년 9개월만에 A매치에 모습을 드러냈던 선수입니다. 이들은 7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기대주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제대로 성장한 선수는 박지성 단 한명 뿐이었습니다.

박지성은 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되기 전까지 언론으로부터 대표팀 탈락 1순위에 꼽힐 만큼 여론으로부터 저평가를 받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던 한국 축구를 구원하리라 예상했던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랬던 선수가 지금은 한국 축구의 메시아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캡틴 박'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 그의 이름에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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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고 세계적인 축구 경기장만 10곳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과 이영표를 비롯한 특급 스타들이 유럽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 축구의 인지도를 향상 시켰습니다. 또한 조기축구회의 비약적인 활성화를 통해 인조잔디 축구장들이 전국적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저의 모교인 서울 모 중학교 운동장도 인조잔디 축구장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발전하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 축구의 내면적인 현실은 아직도 갑갑합니다. K리그는 월드컵때만 반짝했을뿐(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에는 월드컵 특수가 없었죠. 그만큼 사람들이 냉정해졌다는 겁니다.) 발전 속도가 일본, 중국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천과 대구를 제외한 모든 구단들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 대표팀마저 '국민팀' 맨유의 열기에 밀린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축구 인프라 및 규모에서도 이웃 나라에 뒤쳐지고 있고,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도 정비되지 않았고, 일선 학교에서는 유소년 선수 구타 및 가혹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게 제대로 발전한겁니까.

축구계에서 쓴소리 많이 하기로 유명한 김호 대전 감독은 늘 "한국 축구는 한일 월드컵때 경기장 10개 지은 것 빼고는 아무것도 발전된 것이 없다. 예전과 그대로다"는 말을 지겹도록 했습니다. 이는 한국 축구가 양질적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지 못하고 있음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축구의 본 고장'인 유럽축구는 여전히 우리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입니다. 그들에 버금가는 레벨에 오르기는 커녕 일본과 중국에게 샌드위치로 밀릴 위험에 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라면, 한국 축구는 유럽처럼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시장적인 관점에서 바라 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일의 공통점은 프로축구<프로야구, 그런데 J리그는 왜 흥행할까?

한국과 일본 축구의 공통점은 자국리그가 프로야구 열기에 밀리고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열기는 두말 할 필요 없이 대한민국 부동의 No.1이고, 일본 프로야구는 일본 국민중에 절반이 좋아하는 스포츠입니다. 특히 도쿄, 오사카, 나고야 같은 센트럴리그 팀들의 연고지와 삿포로에서는 프로야구의 열기가 프로축구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K리그는 '텅 빈 관중'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속에 이렇다할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평균 관중 대비 좌석 점유율 50%를 넘는 곳도 불과 몇 안됩니다. 한국 최고의 축구 수도로 꼽히는 수원 빅버드마저도 블루윙즈의 성적 부진과 지역 마케팅의 어려움으로 2만을 못채우고 있습니다.

J리그의 흥행 이유는 지역 연고주의가 확실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입니다. 지역과 함께하는 경영 방식으로 지역 특색에 맞는 스포츠 마케팅은 물론이요, 지역 감정을 이용한 라이벌 구도까지 그려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지역별 선수 육성으로 걸출한 유스 인재들을 배출하는데 여념이 없지요. 프로야구의 인기를 의식하여 중소도시라는 틈새를 파고든 것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가시마 앤틀러스의 연고지인 가시마의 인구수는 불과 5만에 불과합니다. 반면 K리그는 1983년 출범 부터 지금까지 잦은 연고지 이동으로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지역 인구를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홍보 및 마케팅은 늘 꾸준하지 못해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수원 블루윙즈는 특이한 케이스인데, 수원 시민 단체들의 거센 반대로 경기 홍보 현수막 조차 제대로 못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K리그가 프로야구에 밀리는 또 하나의 원인은 미디어 때문 입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며칠에 한번꼴로 경기하는 K리그보다 3연전 형식의 프로야구를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야구는 방송차량 이동 및 중계도구 설치 및 철수가 축구보다 번거롭지 않으니까요. 또한 야구는 몇회초 몇회말을 거듭할때 마다 광고를 방영할 수 있지만 90분 전후반 제도로 끝나는 K리그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제는 인터넷 생중계조차 야구가 축구를 능가하고 있지요. 일반인들 입장에서도 야구가 친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일부 방송사가 'K리그 텅 빈 관중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라는 편파 보도를 내보내고 있으니 K리그에 관중이 없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머릿속에 박히고 말았습니다. 6만 6천명을 수용하는 대구 스타디움에 2~3만 관중 들어온 것도 흥행 실패입니까.

한국 축구, 규모에서 이웃나라에 밀리고 있다

K리그는 1983년 출범 당시 6개의 팀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팀의 숫자가 15팀으로 늘었으며 그 효과로 내셔널리그와 K3리그가 늘어섰습니다. 하지만 일본, 중국에 비하면 규모가 밀리고 있습니다. 1993년 출범한 일본 J리그는 1부 18팀, 2부 18팀 승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이후부터는 5~6부리그의 지역리그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참고로 2005년 U-20 대표였던 황규환은 일본의 5부리그격인 도난SC에서 뛰고 있습니다.) 1994년 출범한 중국 슈퍼리그는 1부 16팀, 2부 13팀, 3부 16팀 체제의 승강제를 진행중입니다. 승강제는 커녕 승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국과는 다른 구조로서, K리그가 일본과 중국 리그의 클럽 경쟁력에 밀리는 실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일본 축구의 유스팀 규모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중입니다. J리그는 1993년 출범 당시 유스팀 운영을 의무화했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유스팀들이 생겨나면서 우수한 축구 인재들을 여럿 배출하는 중입니다. 반면 K리그는 연령별 유스팀 시스템이 아직도 완성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축구는 지역리그 조차 꿈도 못꾸고 있는데 일본은 지역리그 창설까지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쿄 코토구에 거주중인 연서아빠님은 지난 4일 본 블로그에 "현재 도쿄에 있으며 아들 녀석을 지역 클럽에서 축구를 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코토구 지역만 해도 초등학생까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클럽이 20개 가까이 됩니다. 물론 다른 사설 클럽도 상당히 많습니다만... 도쿄의 한 구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요...규모의 싸움에서 (한국이) 벌써 지고 가는 겁니다." 라는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아무리 일본의 전반적인 유스 시스템이 학원축구가 아닌 취미로 즐기는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그 규모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광경이 현실화 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댓글 남겨주신 연서아빠님께 고맙습니다.)

성인은 과다근무, 학생은 입시지옥, 어린이는 PC방...축구는 뒷전

K리그가 두드러진 흥행 성공을 하지 못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홍보 및 마케팅 부재입니다. K리그 정규리그 최다 우승(7회)을 자랑하는 성남이 2년 전,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홍보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다(홈경기 플랜카드 홍보가 전부)구단주의 불호령을 받았던 일화가 나돌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또 하나의 흥행 부진 이유를 거론하고 싶습니다. K리그의 흥행 저조는 한국 사회의 특징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죠.

한국의 성인들은 직장에서 일하느라 바쁩니다. 아직도 주6일제 근무를 고수하는 회사가 많은데다 잔업에 야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니 다른 것을 신경쓸 틈이 없습니다. 심지어 살림에 바쁜 직장인은 투잡까지 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휴일인 일요일에는 고된 근무에 따른 피로를 풀거나 사람들과의 모임에 신경써야 합니다. 일본 같은 골든위크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주5일제를 철저하게 지키고 4일제까지 도입한 선진 국가와는 차원이 다르죠. 이러니 축구장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중고등학생들은 입시지옥에 매달리면서 하루 종일 내내 공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축구장 한 번 가는것도 어른들에게 눈치 봐야 하는 실정이니(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축구를 가까이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죠. 어린이들은 주말만 되면 PC방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한국의 놀이 문화 발달 때문에 축구 경기보다 게임에 매달리는 현실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주택가의 1km 반경에만 PC방이 10곳을 훌쩍 넘을 정도니까요. PC방에서 이용시간 다 채우면 또 다른 PC방에서 친구들과 게임하고 다른 PC방까지 찾을 지경이니 축구장과 가까이 하기 힘들죠. 그래서 한국 축구가 선진 국가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2년 전 이었습니다. 제가 모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던 시절, '기라드' 기성용(20, 서울)이 '한국의 제라드를 꿈꾸는 청년'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은적이 있었습니다. 스티븐 제라드(29, 리버풀)를 우상으로 삼고 있는데다 주 포지션이 똑같은 수비형 미드필더, 정확한 패싱력과 한번에 찔러주는 롱패스를 겸비한 공통점이 그 요인이죠.

더욱이 제라드처럼 탄탄한 체구(기성용 : 187cm, 79kg/제라드 : 185cm, 82kg)를 자랑하기 때문에 유럽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체격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서울의 여성 축구팬들에게 인기를 받기 시작하던 시기여서 '제라드가 리버풀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 처럼' 서울에 없어선 안될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짙었다는 멘트를 기사에 실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 나왔던 별명이 바로 '기라드'였지요.

그 기사가 모 포털에 올라갔더니 반응은 '예상대로' 좋지 않았습니다. '이천수는 베컴, 이청용은 한국의 호날두로 불리더니 이젠 기라드냐?', '이제 기성용 죽이기냐? 기자야 죽어 너', '정신차려 기자', '기성용, 올림픽대표팀에 뽑혀서 욕먹고 싶니?', '기자양반, 생각 좀 해라' 등등 악성댓글들이 수십개 붙었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기성용의 실력과 잠재력에 대해 잘 모르는 팬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반응을 안고 가야만 했습니다. 특히 유럽축구팬들 중에 일부는 국내 선수가 유럽 선수와 비견되는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가 있었지요.(이러한 팬들의 태도는 안좋은 모습입니다. 댓글 중에 상당수가 비방성 악플이더군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성용의 '대박'을 예상하던 이는 드물었습니다. 그런 기성용은 여론에서 예상하던 것과는 다르게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19세의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팀 전력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결정타였죠.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달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용은 이청용과 더불어 박지성의 발자취를 따를 젊은 선수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경기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며 기성용을 치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1일 이란 원정에서도 '대표팀 막내' 기성용의 컨디션은 한국의 베스트 일레븐 중에서 가장 월등했습니다.

이제는 기성용의 별명이 '기라드'로 확고하게 굳혀졌습니다. '축구 선수는 경기력으로 말한다'는 축구의 진리처럼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출중한 진면목을 충분히 발휘했기 때문에 제라드와 비견하는데 무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과 잠재력을 많은 이들이 알아주고 있다는 것이죠. 비단 기성용 뿐만은 아닙니다. 신영록은 디디에 드록바와의 스타일과 유사하기 때문에(머리띠 때문도 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영록바'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청용은 '블루드래곤'이라는 자신의 별명 이외에 '청날두(호날두를 본따서 만듬)'라는 새로운 애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성용의 플레이는 제라드와 점점 똑같이 닮아가는 느낌입니다. 사실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때문에 공격 보다는 수비적인 역할에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였습니다. 2년전 U-20 월드컵에서는 3백 라인의 중앙 수비수 역할을 맡아 청소년 대표팀의 최후방을 든든하게 지켰고 그해 올림픽대표팀에서는 4-2-3-1 포메이션의 홀딩맨으로서 상대 중앙 공격을 활발히 끊는 역할에 치중을 두었습니다. 서울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던 2007시즌 전반기에도 홀딩맨 이민성의 십자인대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을용과 이청용 같은 공격 성향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맡았죠. 제라드도 그랬습니다. 리버풀 초창기 시절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풀백과 센터백까지 오가며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두던 선수였으니까요.

하지만 기성용은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공격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의 세기가 날카롭고 정확했기 때문이죠. 조동현호와 박성화호에서는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을 두면서 공격력을 최대한 살릴 기회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선수보는 안목이 탁월한'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두 감독과는 달랐습니다. 실제로 기성용은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한' 지난해 9월 10일 북한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러더니 이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런 기성용의 플레이는 시간이 흘러 수비 지향적에서 공격과 수비 능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로 진화를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4-4-2를 쓰는 서울과 허정무호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운 활발한 공격 가담으로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하거나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를 도우며 공수 양면에 걸쳐 다기능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격시의 지능적인 위치선정과 프리킥 및 중거리 슈팅의 위력이 부쩍 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이란 원정에서는 대표팀의 키커로서 동점 프리킥을 연결했는데 리버풀의 키커 역할을 담담하는 제라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킥 능력까지 제라드를 빼 닮을 정도니까요. 더욱이 자신의 주무기인 중거리 슈팅은 제라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국가 대표팀은 '박지성 시프트'를 표방하며 박지성에게 의존하는 공격에 치중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가을 기성용의 공격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시작하면서 중앙과 측면을 골고루 활용하는 다변화된 공격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전술적 변화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허 감독이 활동량과 움직임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대표팀 전 주장' 김남일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던 것도 기성용의 성장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기성용의 공격적인 역할은 더욱 커질것임이 분명하며 그 존재감 또한 지금의 제라드와 맞먹을 가능성이 큽니다. 리버풀이 그동안 제라드의 존재유무에 따라 경기력이 판가름 되었듯이 말이죠.

제라드는 지난 시즌 페르난도 토레스와 '제토라인'을 형성하며 팀에 많은 득점을 올렸고 이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출중한 공격력을 내뿜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2위(26경기 13골)에 올랐습니다. 1위 니콜라스 아넬카(첼시, 15골)가 시즌 중반부터 득점포가 내림세에 빠진데다 최근 리버풀이 눈부신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그 득점왕 자리를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제라드의 올 시즌 활약상은 앞으로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할 기성용의 '미래 활약상'입니다. 기성용도 제라드처럼 출중한 득점력과 어시스트능력을 골고루 겸비했기 때문에 공격적인 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은 제라드처럼 경기력이 노련하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많은 골을 넣기에는 무리감이 있겠지만 앞으로 많은 경기에 모습을 내밀며 경기를 읽는 시야가 늘어난다면 제라드의 공격력을 그대로 빼닮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다른 선수에 비해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성용이기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중앙 보다는 측면 공격에 중점을 두는 전술,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임무가 명확했던 흐름이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르러 김두현과 김정우, 넓게는 박지성과 김치우 같은 멀티 플레이어까지 공수 능력을 모두 겸비한 중앙 미드필더들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형성되었던 트렌드가 깨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성용의 성장세가 반갑기만 하며 앞으로도 자신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과연 기성용이 자신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는 제라드처럼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여 경기력을 아름답게 키워갈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