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육상 계주 시합을 했습니다. 학급의 위상이 걸려있는 사안이었기에 아이들의 관심이 뜨거웠죠. 그런데 철수라는 이름의 주자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레이스에서 뒤쳐진 끝에 탈락했습니다. 그 광경을 봤던 아이들은 철수를 '바보'라고 비난했습니다. 철수는 육상 연습에 매진하며 그때의 아픔을 잊으려고 애를 썼지만 1년 뒤에도 놀림은 여전했습니다. 소꿉친구 영희가 위로해도 아이들의 편견은 여전했습니다. 철수가 그동안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무시하면서 말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 불거진 염기훈 대표팀 발탁 논란이 이렇습니다. 염기훈이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진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10월 일본전,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대표팀 경기에서 못하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반면 K리그에서는 달랐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수원의 에이스로 도약하며 성적 부진에 빠졌던 팀의 위기를 구했고 지난해 FA컵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거듭났습니다. 최근 K리그 8경기에서는 5골 6도움을 기록하며 14위로 곤두박질쳤던 수원의 성적을 5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그에게 다가온 보상은 대표팀 합류 였습니다.

염기훈 발탁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대중들의 시선이 'K리그 이전에 대표팀'을 주목하고 있죠. K리그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이지만 일반인에게는 'K리그<대표팀'이라는 논리가 여전한가 봅니다. 그래서 대표팀에서 못하는 선수를 좋지 않게 바라보죠. 그 과정에서 K리그에서는 잘하는데 대표팀에서 부진한 선수를 가리켜 '국내용'이라는 단어가 파생됐습니다. 과거의 김현석-신태용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이동국, 이제는 20대 후반의 염기훈이 국내용으로 비난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시안컵때 23세 유병수에게 국내용이라는 잣대를 들이댔죠. 염기훈 별명 '염긱스'도 그들에게는 불편한 수식어입니다.

논점에서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대표팀 이전에는 K리그가 존재합니다. K리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인재들을 대표팀에 보내줬고 예전에 대표팀 장기 합숙 훈련이 있던 시절에는 전력 약화까지 감수했습니다. 대부분의 해외파 선수들도 K리그에서 기량 향상에 몰두한 경험이 있었죠. K리그 경험이 없는 남태희(발랑시엔)도 울산 유스팀 현대중-현대고 출신입니다. 사람들은 대표팀 경기가 열릴때마다 태극 전사들을 응원하지만 진정한 박수를 받아야 할 존재는 K리그 입니다. 또한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은 맞습니다. 이동국이 허정무호 시절 대표팀에 중용된 것, 지금의 염기훈이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은 옳았습니다.

물론 염기훈 발탁은 무리함이 없지 않았습니다. 염기훈은 부상이 잦은 선수였고 곧 있으면 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병행합니다. 다음달 초에는 A매치 쿠웨이트 원정에 참가하고 다음달 말에는 이란에서 조바한전을 치르며 한 달에 두 번이나 한국과 중동을 오갑니다.(수원은 4명을 대표팀에 차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조광래 감독은 염기훈을 뽑았습니다. 대표팀은 일본에게 완패하면서 특정 선수의 사정을 배려할 상황이 아닙니다. 국내파 11명보다 더 많은 해외파 13명 차출을 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염기훈을 선택한 것은 즉시 전력감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대표팀 부진 탈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믿음을 표시했습니다.

염기훈이 대표팀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모릅니다. 누군가 '염기훈은 더 이상 대표팀에서 통하지 않아'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축구는 의외성이 강한 스포츠입니다. 지금의 대표팀 선수들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모두 포함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박지성이 다시 돌아올지, 염기훈과 더불어 사람들의 거센 질타를 받는 박주영이 브라질 월드컵 영웅이 될지, 한국 축구계에 메시 같은 존재가 등장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조광래호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팀입니다. 다음달 2일 라오스전, 6일 쿠웨이트전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경기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약하지만 단순한 평가전보다 중요성이 큽니다. 지역예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2014년 월드컵을 32개국 끼리의 축구 축제로 생각해야 할 판입니다. 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들은 브라질 월드컵을 바라보는 존재들이죠. 어느 선수든 월드컵에 뛰고 싶은 꿈은 있을 겁니다. 20대 후반의 염기훈은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할 자격이 있습니다.

2011년 여름은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지 1년 되었던 시점입니다. 화제를 2006년 독일 월드컵 1년 뒤인 2007년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그때는 이운재-이동국이 아시안컵 음주 파동으로 대표팀 자격 정지 1년 처분을 받았고, 차두리는 한동안 사람들에게 잊혀졌고, 박지성은 9개월 무릎 부상에 시달렸고, 이청용-기성용은 FC서울의 희망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고, 김보경-이승렬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유망주 였습니다. 그런데 대표팀에 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이운재-이동국-차두리가 복귀하여 한동안 A매치를 꾸준히 뛰었고(차두리는 여전히 주전), 박지성은 변함없는 맨유맨으로 활약중이며, 이청용-기성용-김보경-이승렬은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했습니다.

염기훈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아픔을 K리그에서의 기량 향상으로 이겨냈고, 지난해 여름 윤성효 감독이 수원 사령탑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부상으로 아픔을 겪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염기훈을 질타하겠지만, 최근 K리그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염기훈이라면 남아공 월드컵 악몽에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롤러 코스터처럼 밑으로 떨어질 만큼 떨어져봤기 때문이죠. 아직 2011년일 뿐입니다. 브라질 월드컵까지 앞으로 많은 시간 남았으며, 염기훈이 대표팀에 발탁되었다고 브라질 월드컵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은 그저 편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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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 생활에 반갑지 않은 키워드입니다. 어떤 사물과 현상에 대해서 그것에 적합하지 않은 견해를 드러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하는 경우를 편견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저 녀석은 공부만 잘했지 운동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곧 편견이 되며 그 학생은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지 모릅니다.

편견의 무서움은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 박주영은 몸싸움에 약하다, 박지성은 공격력이 약하다, 내셔널리그 출신은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다, 키 작은 선수는 축구하지 말아야 한다 등과 같은 편견은 축구에서 골고루 퍼졌으며 실제로 여러 대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편견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은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합니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었던 김남일이 그 이전까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편견에 시달렸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일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첫 승을 거두었던 그리스전에서는 두 명의 주축 선수가 여론의 편견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습니다. 김정우(28, 광주) 조용형(27, 제주)가 바로 그들입니다. 두 선수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몸싸움이 부족하고 각각 홀딩맨과 센터백으로서 부적합하다는 편견이 따라 다녔습니다. 특히 조용형은 불안한 수비 때문에 '자동문'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평가전에서 사람들의 편견이 틀렸음을 실력으로 입증하더니 그리스전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한국에게 값진 승리를 선사했습니다.

김정우는 90분 동안 중원을 활발히 헤집고 다니며 상대 공격을 찰거머리 같이 봉쇄했습니다. 중원에서 상대팀 선수가 공을 잡으면 그 즉시 공을 빼앗거나 측면쪽으로 몰아세우는 압박을 펼치면서 그리스 공격의 길목을 봉쇄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여기에 정확한 전진패스와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그리스 진영을 위협하며 공수 양면에 걸친 다재다능함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우의 저돌적인 활약을 막지 못했던 그리스 주장 카라구니스는 유로 2004 우승 주역의 이름값을 과시하지 못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질책성 교체 됐습니다.

조용형은 이정수와 함께 센터백을 맡아 강력한 힘과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그리스 공격수들을 봉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90cm가 넘는 신장을 자랑하는 사마라스-하리스테아스를 빈틈없이 커버 플레이했고 골잡이 게카스에게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비 조율까지 힘을 실어주면서 그리스 공격수들을 꽁꽁 묶었고 상대팀이 한국 진영에서 슈팅을 날린 횟수는 단 2개에 불과했습니다. 한마디로 자동문이 고장난 것입니다.

불과 4개월 전 까지만 하더라도, 김정우와 조용형이 그리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칠거라 예견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 2월 10일 중국전 0-3 패배를 빌미로 수비력 부족 때문에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왜소한 체격이 있었습니다.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는 몸싸움을 많이 펼치기 때문에 체격조건이 좋은 근육질 선수들이 선호를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김정우와 조용형은 그 선수들에 비해 말랐기 때문에 투쟁적인 모습이 부족하다는 여론의 평가가 지배적 이었습니다.(김정우와 조용형의 체격은 각각 183cm/70kg, 183cm/72kg 입니다.)

하지만 축구는 농구처럼 체격 조건으로 포지션을 정하는 스포츠 종목이 아닙니다. 아무리 홀딩맨이라도 에시엔같은 근육질 체격이 적합하다는 명제는 축구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스체라노와 라사나 디아라는 170cm 초반의 단신입니다. 센터백은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선호받기 쉽지만 한국에게 0-2로 패했던 그리스 수비수들은 우세한 체격을 맘껏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은 프랑스리그에서 190cm 넘는 거구의 센터백을 상대로 공중볼 경합에서 이겼던 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4년 전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이탈리아 센터백 칸나바로의 키는 176cm입니다.

물론 축구는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장신 선수들은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며 단신 선수들은 공중볼 경합에서 정면으로 맞부딪치기 어렵습니다. 체격 조건의 한계를 이겨내는 선수들이 녹색 그라운드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생존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김정우와 조용형이 바로 그들입니다. 김정우는 홀딩맨으로서 성공하기 위해 지구력을 기르며 중원을 활발히 넘나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웠습니다. 조용형은 특유의 영리한 플레이로 조율과 커버에서 강점을 발휘했습니다.

김정우와 조용형이 허정무 감독의 신뢰를 받는 이유는 홀딩맨과 센터백으로서 우수한 재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하는 패스 플레이를 선호하는데 패싱력이 떨어지는 조원희, 잦은 부상으로 활동 폭이 좁아진 김남일 보다는 공수 양면에서 골고루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김정우를 택했습니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막히면 김정우가 정확한 스루패스와 전진패스, 빨랫줄 같은 중거리슛으로 상대 진영을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기성용과 함께 패스를 통한 콤비 플레이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악착같이 상대 중앙 미드필더를 물고 늘어지는 수비력이 근래에 향상되면서 '한국의 플래쳐(또는 뼈래쳐)'로 불리게 됐습니다.

조용형은 4백 보다는 3백의 스위퍼 체질에 적합한 성향입니다. 강력한 몸싸움으로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파이터형 센터백이 국내에 즐비하다보니 조용형 같은 영리한 타입이 다른 수비수들과 차별화된 특성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4백의 센터백은 파이터형을 두 명 세우기 보다는 서로 다른 유형의 선수들을 세우며 서로의 장점을 최대화시키고 단점을 덮을 수 있는 호흡을 과시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정수-김형일-강민수가 파이터형이라면 조용형은 영리함으로 수비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4백은 대인방어 이전에 끈끈한 수비 조율이 근간이기 때문에 조용형의 비중이 컸고 그리스전 철벽 수비의 원동력 또한 조용형 이었습니다.

그리스전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김정우와 조용형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치열한 격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정우는 기성용 또는 김남일과 함께 마스체라노-베론의 발을 묶어야 하며 조용형은 메시-이과인-밀리토 같은 중앙 공격수 자원들과 경합해야 합니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려면 두 선수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그리스전을 비롯한 최근의 오름세 행보를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전에서 맹활약을 펼칠거라 믿습니다. 두 선수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승리한 '위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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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한국 축구 선수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많은 비난과 조롱을 당했던 선수는 '사자왕' 이동국(30, 전북) 입니다. 공격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끌기 때문에 주변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지만 때로는 이것이 집중 포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황선홍과 김도훈, 최용수가 그랬고 그 다음 주자가 바로 이동국 이었습니다. 10년 동안 '게으른 공격수'라는 편견과 싸우고 있는 이동국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못한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이동국을 향한 새로운 비아냥거리가 생겼습니다. 바로 '국내용 선수(이하 국내용)'입니다. 이동국은 국내 K리그에서만 통하고 대표팀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 요지죠. 문제는 이동국을 국내용으로 지칭하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제는 언론에서마저 이동국이 국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블로거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동국에게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씌우기에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모순이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 선수로서 더 많은 꿈과 희망을 품고 있는 이동국에게 국내용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1. 이동국은 아시안컵 득점왕 출신이다

이동국은 지난 2000년 아시안컵에서 대회 6골로 득점왕에 오른 골잡이입니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른 것은 아시아 최정상급 골잡이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물론 9년 전 이야기지만, 이동국을 국내용으로 부르기에는 '아시안컵 득점왕'이라는 경력이 무색해집니다. 그리고 2004년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이 4강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4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공격수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비록 2007년 아시안컵에서는 조재진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무득점에 그쳤지만 아시안컵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동국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충분히 통하는 선수입니다.

2. 이동국은 원정 A매치에서 넣은 골이 많았다

이동국은 A매치 72경기에 출전하여 22골 넣었습니다. 국내에서 열린 A매치에서는 22경기에서 7골 넣었으며 원정 A매치에서는 50경기에서 15골 기록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그동안 홈에서만 강하고 원정 경기에 약한 특성 때문에 일부 팬들에게 '안방 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받지만, 이동국은 원정 경기에서도 골잡이로서의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물론 출전 횟수가 홈 경기보다 많지만, 원정이라는 부담감이 따르는 것을 상기하면 결코 평가 절하될 기록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국의 A매치 22골 중에 6골은 비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작렬한 기록입니다. 코스타리카(2000년 2월) 호주(2000년 10월, 당시 오세아니아 소속) 나이지리아(2001년 9월) 독일(2004년 12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2005년 11월) 멕시코(2006년 2월)전에서 골을 뽑았죠. 비아시아권 팀에 강한 공격수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골을 못 넣은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골을 넣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내용으로 단정짓는데 무리가 있다.

3. 베르더 브래멘-미들즈브러 실패 원인, 부상 후유증

이동국이 국내용으로 불리는 대표적 원인은 독일 베르더 브래멘(2001년) 잉글랜드 미들즈브러(2007~2008년)에서의 실패가 컸습니다. 두 클럽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결국 국내로 쓸쓸히 돌아오고 말았죠. 특히 미들즈브러 시절에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선수 BEST11 포함, 재능없는 돼지 품바라는 직설적인 독설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이동국은 두 클럽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선수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이 두 클럽에서 실패한 원인을 단순히 실력 부족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브래멘 진출은 각급 대표팀 혹사로 인한 무릎부상 후유증 속에서 추진 되었던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22세의 영건이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독일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단기적인 성공을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미들즈브러 진출 당시에는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100% 회복되지 않고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황 이었습니다. 2007/08시즌 실패는 아시안컵 차출로 인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서 몸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컨디션 저하로 고전을 거듭했던 것이 결국에는 부진으로 이어졌죠. 만약 부상 후유증 없이 최적의 몸 상태에서 유럽에 진출했다면 지금쯤 그의 축구 인생은 다른 국면에 있을지 모릅니다.

4. 월드컵 본선에서 안통한다? 13분 뛰었을 뿐이다!

이동국을 국내용으로 지칭하는 부류에서는 '이동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냅니다. 국내용 선수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월드컵 같은 중요한 국제 무대에서의 부진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그들의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고작 13분 뛰었을 뿐입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후반 32분에 교체 투입된 게 전부였고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02년에는 슬럼프로 고전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지만 2006년에는 대회 직전에 불의의 전방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의 중심 공격수였고 독일 월드컵 본선 선발 출전은 당연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선수에게 안통한다는 말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편견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죠.

5. 독일전 터닝슛 잊었는가?

이동국은 2004년 12월 19일 A매치 독일전에서 후반 26분 멋있는 골을 꽂아 넣었습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편 바깥쪽에서 공을 잡는 과정에서 180도로 몸을 비틀며 오른발에 공을 맞춰 그림같은 터닝슛이자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독일을 3-1로 완파한 여운은 축구팬들의 가슴을 시원한게 만들어주는 통쾌한 명승부를 연출했고 이동국은 이 경기에서 시원한 결승골 한 방을 터뜨린 것입니다.

그 골을 막지 못했던 '당시 세계 최고 골키퍼' 올리버 칸은 "어떤 골키퍼든 허용할 수 밖에 없는 놀라운 골"이라고 했으며 한 독일 축구 기자는 "이동국의 골은 네덜란드 특급 골잡이 마르코 판 바스텐이 1988년 유럽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터뜨린 골과 비견된다"고 극찬했습니다. 만약 이동국이 국내용이라면 독일전의 멋진 추억은 무엇이겠습니까. 독일전 터닝슛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동국은 본프레레 체제 시절 A매치 22경기에서 11골 넣으며 자신의 최고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6. 조모컵-파라과이전 부진은 당연한 결과

1~5번의 내용이 과거에 대한 이야기라면 6번은 현재를 말합니다. 조모컵과 파라과이전 부진 말입니다. 이동국이 두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원인은 컨디션 때문입니다. 한달 동안 감기에 걸린 몸으로 7월 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40여일 동안 9경기에 출전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속에서 빠듯한 일정을 보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았습니다. 조모컵과 파라과이전에서는 다른 감독이 요구하는 새로운 전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진 몸으로 새 옷을 모양새있게 입기가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는 그동안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던 선수들과 원만한 호흡을 발휘하기에는 소집 기간이 짧았습니다.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를 실력으로 보여주기에는 파라과이전 45분 출전이 짧았습니다. 일각에서는 파라과이전에서 당장에 결과를 보여줘야 마땅했다는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동국은 다른 누구보다도 슬럼프와 부상으로 고전하던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 무리한 모습을 보였다면 컨디션이 더 악화되거나 부상 당했을지 모릅니다. 45분 활약 만으로 대표팀에서 필요없다, 국내용이다는 말을 하는것은 섣부른 주장일 뿐입니다.

7. 이동국은 국내용과 격이 다르다

신태용, 김현석, 윤상철, 노상래, 최문식, 우성용은 축구팬들에게 대표적인 국내용으로 꼽히는 선수들입니다. K리그에서는 오랫동안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A매치 40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 반면 이동국은 30세의 나이에도 72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신태용 등은 A매치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가 자격을 지닌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그 자격에 해당합니다. 물론 신태용 같은 국내용 출신들과 이동국에 대한 우열을 가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국은 그들과 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70경기 이상 뛰었다는 것은 국제 경기에서도 통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 이동국의 나이는 30세다.

이동국은 지난달 5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나이 서른이다. (올드보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아직 그런 이야기를 듣기에는 젊다. 지금이 축구 선수로서 피크라고 생각한다"라며 현 시점이 자신의 경기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몇년 뒤에는 은퇴하겠지만,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몇년 더 남았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듯, 이동국도 클래스가 있는 선수입니다. 아무리 이동국이 국내용이라고 할지라도 그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풍부합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과 2011년 아시안컵,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동국은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으면서 국내용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더 많은 목표를 달성해야 할 이동국에게 국내용이라는 편견을 주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이동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폄허하기에 바쁘고, 비난만 일삼고, 국내용이라는 무리한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빚어지는 편견은 선수 본인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과 동시에 향후 대표팀 선수로 무럭무럭 성장할 유망주들에게 좋지 못한 악순환을 안겨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동국이 편견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여론에서 지나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팀을 새로 옮기는 이적생들에게는 외부의 편견이 따라붙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선수는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힘들 것 같다'는 편견이 바로 그것이죠. 당연한 현상입니다. 새롭게 얼굴을 보는 선수에 대해서는 성공 가능성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불안 요소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죠. 성공한 이적생들이 있는가 하면 실패한 이적생들도 부지기수여서 외부에서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은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입단 당시 현지 언론으로부터 갖은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맨유의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유니폼을 팔기 위해 맨유에 왔다, 마케팅 선수 등의 혹평을 받았으나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실력으로 해처나가면서 많은 편견들을 이겨냈습니다. 외부의 편견을 넘어섰다는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4년 뒤,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7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청용은 볼튼과 이적 협상을 하기 위해 20일 잉글랜드로 떠났으며 메디컬테스트와 세부 계약을 거쳐 이적을 완료지을 계획입니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이청용도 4년전의 박지성처럼 외부의 편견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물론 몇몇 편견들은 박지성이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이청용 개인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진 상황입니다. 이청용이 볼튼에서 성공하려면 편견의 장벽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 편견은 4가지 입니다.

1. '동양인 선수=유니폼 판매원'의 편견을 깨라

잉글랜드 대중지 <가디언>은 지난해 4월 박지성을 패러디하는 10개의 이미지를 올렸는데 그 중에 2개가 박성이 유니폼을 팔고 있는 모습과 합성된 것이었습니다. 맨유 현지팬인 마크 프로겟은 지난 5월 12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기고하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영입한다고 했을때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박지성의 영입이 한국 선수를 이용해서 아시아에서 셔츠(유니폼) 판매를 노린 것으로 봤다. 그래서 맨유 전력에 도움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편견이 생긴 원인은 현지에서 아시아 축구를 잘 모르는데다 마케팅 목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동양인 선수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의 성공으로 유니폼 판매원이 아님을 증명했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동양인 선수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박지성 한명 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이청용도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에는 박지성처럼 유니폼 판매원 혹은 마케팅용 선수라는 현지의 혹평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뚜렷하게 성공했던 동양인 선수가 박지성과 이영표에 불과한 만큼, 그 대열에 이청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청용은 적어도 한국인 선수 만큼은 유니폼 판매원이 아님을 그들에게 강렬한 임펙트를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2. '피지컬이 열세인 선수는 EPL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라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상대팀 공격 옵션에게 가하는 압박이 심한데다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간격이 짧아 상대팀 공격형 미드필더가 많은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피지컬이 뛰어난 미드필더 혹은 공격수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피지컬에 열세를 나타내는 선수는 상대팀 선수와의 힘 싸움에서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테크니션 성향의 공격 옵션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피지컬이 열세인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것이 축구팬들의 생각이자 편견입니다.

문제는 이청용의 피지컬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타고난 체격 조건과 힘이 좋은 윙어가 아닌데다 개인기와 패싱력을 앞세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공격 옵션이기 때문에 피지컬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는 꾸준한 훈련을 통해 바디 밸런스 향상에 노력하여 단점을 커버했고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이청용이 피지컬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상대 선수의 허점을 파고드는 기교를 키워야 합니다. 때로는 단점을 덮으면서 때로는 장점을 부각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뽐내는 것이 이청용의 성공 답안입니다.

3. '이청용은 거친 선수'의 편견을 깨라

이청용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거친 선수' 입니다. 축구에서는 상대팀 선수와 공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몸싸움을 주고 받는 공방전을 펼칠 수 밖에 없으며 때로는 거친 행동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그 과정에서 도를 넘은 행동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상대팀 선수를 향해 위험한 태클을 날리는가 하면 점프하는 과정에서 쓸떼없는 발차기로 상대 복부를 가격하여 물의를 빚었습니다. 상대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하는 동작, 선배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행동을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범한다면 곤란합니다. 상대 복부 가격은 K리그에서는 징계를 받지 못했지만, 잉글랜드 같은 경우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 의해 추가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사안입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즉각 퇴장당하면 3경기 출전 정지를 받기 때문에 위험한 플레이에 대해서는 판정 강도가 엄격합니다. 이청용이 거친 선수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때로는 몸싸움 과정에서 거칠게 나오는 순간이 있더라도 위험한 플레이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4. 'K리그 빅 리그 진출 선수는 실패한다'는 편견을 깨라

지금까지 K리그에서 빅 리그로 진출했던 한국인 선수 중에서 성공을 거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던 원동력은 네덜란드라는 중소무대에서 체격 좋은 거구들을 상대로 거친 몸싸움을 통해 밸런스와 몸싸움 기술이 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각 스페인과 잉글랜드에서 실패했던 이천수, 이동국은 유럽 중소리그에서 검증을 거치지 않고 빅 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던 선수들입니다. 공교롭게도 이청용도 유럽 중소리그를 건너 뛰고 빅 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21세의 이청용이 올 시즌 볼튼의 붙박이 주전으로 뛰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동안 K리그의 경기 템포와 몸싸움에 익숙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빅 리그의 스타일에 맞추기에는 적응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팀 내 입지 향상에 대한 조급함을 자제하고 현지 축구 스타일에 배워가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하여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 가도를 달리면 됩니다. 한국인 선수들의 유럽 정착이 쉬어지기 위해서는 'K리그
빅 리그 진출 선수는 실패한다'는 공식이 언젠가는 깨져야 합니다. 이미 위건에 진출한 조원희, 그리고 이청용이 그 공식을 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그 공식이 없어지면 K리그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이 글은 지난달 26일 필자가 작성했던 <한국에서 K리그 좋아하기 힘든 10가지 이유>의 후속 칼럼입니다. 글의 댓글에서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에 많은 방문자분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편견에 대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1.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남이 알아주지 못하면 편견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발전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합니다. 발전을 계획하거나 행동하기보다는 그저 기대만 하는 것은 노력 없이 성공하겠다는 것과 동일합니다. 남의 관념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 그리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결론과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K리그도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가 흥행 부족으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K리그는 재미없다'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입니다. 몇몇 경기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수준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발휘하고, 다득점 경기를 펼치고, 구단 마케팅 상품이 개성 넘치고 질이 좋아도,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여럿 즐비하더라도, 그 외 등등 흥행 성공을 위한 시도를 했지만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는데 실패했습니다. 흥행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했으나 늘 꾸준하지 못했고, 한 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 쪽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계속됐습니다. 당연히 '눈이 높은' 대중들을 충족시키지 못해 늘 외면받았습니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편견도 되짚어봐야 합니다. 아무리 1만명이 넘는 평균 관중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외부에서 경기장에 관중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1만명이 넘게 들어온 것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지난해 K리그 평균 관중은 1만 3242명 이었으며, 올 시즌은 흥행 저조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1만 1174명을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전남 광양 구장(좌석규모 : 1만 3496석)을 거의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만 이상의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1만명이 넘는 관중도 텅 빈 관중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K리그는 재미없다'는 사람들의 편견이 확고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3. 어쩌면 편견을 이겨내는 방법이 쉬울지 모릅니다. 미디어를 통해 'K리그 재미있다', '인기발랄 K리그', '수원vs대전, 라이벌 대결 후끈', 'K리그 관중, 전년대비 크게 증가', 'K리그 인기, 프리미어리그 넘어섰다' 등과 같은 방송 내용이 꾸준히 보도되면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디어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각자의 생각과 관념을 깨우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K리그가 지닌 편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여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한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K리그 관중 및 경기력, 심판 판정 등에 대한 편파 방송이 오랫동안 판을 쳤던 현 구조에서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특정 인터넷 언론사가 K리그에 대한 호의적인 보도를 꾸준히 내보낼지라도 공중파 방송 3사 스포츠 뉴스에서 외면하거나 편파 보도를 내보내면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깰 수 없습니다. 미디어의 구조를 바꿔야함이 옳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미디어는 K리그보다 프로야구에 호의적이었습니다. 스포츠 파이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K리그와 프로야구가 동반 인기 오름세를 달렸던 시절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일본도 J리그보다 프로야구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중에 절반이 프로야구팬이고 그 흐름은 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J리그가 K리그와 달리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연고제 정착, 유스 시스템 정착, 체계적이고 꾸준한 홍보 및 마케팅, 2014년 세계 10대 리그 진입이라는 뚜렷한 지상과제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보도도 활발했습니다. J리그 경기가 끝나면, 그날 경기에서 있었던 하이라이트 특집을 1시간 동안 방영했던것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합니다. 또한 지역별 팀에 맞게 하이라이트를 방영하거나 또는 지역 방송국에 따라 J리그 특집 방송을 내보내는 일이 활발합니다. 심지어는 J2리그 하이라이트까지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출이 있었기 때문에 J리그를 응원하는 축구팬들이 많았던 겁니다.

J리그의 사례는 한국과 K리그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그래서 미디어라는 존재가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관중이 들어오거나 경기가 흥미진진하더라도 공중파 스포츠 뉴스에서 "상위팀의 대결답지않게 지루했습니다. 수비수는 어이없이 공을 흘리고 공격수는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쳤습니다. 걷어낸다는 게 자책골이 될 뻔했고 골문 앞에서 헛발질도 나왔습니다(지난해 10월 말 서울-성남전 소식을 모 공중파 스포츠 뉴스에서 이렇게 보도했었죠.)"라며 K리그를 깎아내리는 보도를 하면 결국에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K리그 팬들이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목소리를 크게 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를 감시하지 않으면 편파방송의 악순환은 계속 됩니다.

4.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는 대표팀 인기로 인한 K리그의 관중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꾸준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관중 숫자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제 위치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당시에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K리그를 열심히 보러다니자"는 이야기가 주류였지만, 나중에는 관중 수 감소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K리그에 월드컵 특수가 벌어지지 않았던 것은, 대중들의 눈이 부쩍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대중들 사이에서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이 확고한데다 프리미어리그 열풍까지 맞물려, K리그 흥행이 제자리 걸음을 걸었던 겁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의 월드컵 경기 일정이 끝나면, 분명 어디선가 '월드컵 끝났으니 K리그 경기 많이 봐주세요'라고 대중들 앞에 호소할 것입니다. 또는 'K리그에 편파적이던' 방송사들도 K리그 경기장에 관중이 많이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독일 월드컵 이후에도 그랬으니 남아공 월드컵도 마찬가지일 겁니다.(이런 것을 냄비 현상이라고 하죠.) 그러나 필자는 현 구조가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월드컵 특수로 인한 꾸준한 관중 증가는 단연컨데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이제는 대중들 수준이 높아졌고 세상도 차가워지고 냉정해졌는데, 'K리그 경기 많이 보러오세요'라는 메시지는 더 이상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5. 미디어가 뒷받침 되지 않는 현 구조에서는, 홍보 및 마케팅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홍보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홍보를 통해 관중 효과를 늘리고 스폰서 수익까지 얻으면서 각 구단과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야 합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케팅은 대중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기능이자 과정으로서, 대중들과 소통하여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K리그가 흥행하려면 홍보 및 마케팅은 꾸준히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지속성 부족으로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어떤 구단에서는 마케팅 및 인지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료 입장을 실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무료 입장으로 평균 관중 숫자를 늘리겠다는 생각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과거에도 무료 입장이 많았기 때문이죠. 무료 입장 실시한다고 해서 평균 관중이 꾸준히 늘어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팀도 없었습니다. 무료 입장을 실시하는 것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은 행위입니다. 구단의 목적은 우승 이전에 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이 우선입니다.  

K리그 구단들이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마케팅의 3대 전략(전사적, 사업부, 기능 전략)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전사적 전략은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팬 만족을 최우선시 하는 마케팅 개념이 무장되어 있어야 하며 사업부 전략이라면 다른 구단와의 마케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기능 전략이라면 중요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말합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마케팅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고 실행하면, 대중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이며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또한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편견을 넘어설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미디어가 편파보도를 날리더라도 K리그의 브랜드 가치가 부쩍 높아지면 언젠가 그들도 굴복할 것입니다. 물론 구단 마케팅 담당자들도 이러한 원리를 대학교 시절에 배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단에서 지금까지 뭐했습니까? 마케팅은 결과로 말할 뿐입니다.

6. 아무리 마케팅을 열심히 하더라도 제품의 질과 디자인이 대중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외면받고 맙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품이 바로 K리그의 경기력입니다. 일부에서는 대형 선수 영입, 수준급 외국인 선수 보강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초호화 선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마케팅의 가치마저 떨어집니다. 축구는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선수보다 팀이 우선이며, 팀의 경기 스타일을 높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소비자(관중)가 원하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이며 K리그도 그 흐름에 따라가야 합니다. 2000년대 중반처럼 3-4-1-2, 3-4-3 형식의 압박 축구로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던 스타일이 또 성행하면 흥행 실패의 딱지를 맞을 것입니다.

멀리 내다 볼 필요 없습니다. K리그는 2003년 대전과 2008년 대구, 2009년 강원의 사례를 통해, 관중들을 사로잡는 공격 축구로 관중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세 팀 모두 저예산을 쓰는 시민구단(또는 도민구단) 팀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돈을 들이지않고도 경기력 향상을 꾀할 수 있습니다. 대형 선수 영입으로 공격 축구를 하겠다는 근시안적인 접근보다는 기존의 자원으로 공격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인드가 K리그에 절실합니다. 심판 판정 문제, 경기 지연 행위 같은 문제까지 개선된다면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진 팬들이 차츰 감소할 겁니다.

7.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어렸을적부터 동네 골목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면서부터 축구에 대한 친숙함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 사람들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부지기수 일 겁니다. 국가 대표팀 경기, 박지성의 맨유 경기, 유럽 축구를 할 때마다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데 K리그는 왜 재미없다는 편견이 생겼을까요? 이는 K리그가 대중과의 소통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미디어의 심술도 빠질수는 없겠죠. K리그가 유럽리그와 J리그처럼 흥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편견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꾸준한 흥행 성공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