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 밀란과 FC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지난해 여름 두 팀의 이해관계에 의해 트레이드 된 사뮈엘 에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경기였습니다. 두 팀의 트레이드는 득과 실이 뚜렷했지만 적어도 4강전 만큼은 인테르의 결승 진출을 이끈 에토의 승리였습니다. 지난 시즌 바르사, 올 시즌 인테르의 일원으로 두 시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을 에토를 보며 바르사 팬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래서 효리사랑은 머릿 속에서 이러한 패러다임의 생각을 했습니다. 'OO가 XX팀에 잔류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명제를 짜낸 것이죠. 이적 및 트레이드가 활발한 현대 축구에서는 '저 선수가 잔류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습니다.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넘기거나 방출시킨것에 따른 전력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이러한 패러다임은 해당팀의 시즌 성적까지 좌우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그 중에서 12가지 이야기를 언급 하겠습니다. (몇몇 팀은 포스팅의 편의를 위해 줄임말로 표기 하겠습니다.)
1. 사뮈엘 에토(바르사에 잔류했다면?)
에토는 지난 시즌까지 바르사의 간판 골잡이로 이름을 떨쳤고 올 시즌 즐라탄의 트레이드 대상으로 인테르에 입성했습니다. 비록 기복이 심한 공격력을 일관하며 인테르 현지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바르사와의 4강 1~2차전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로서 공수 양면에 걸친 철저한 팀 플레이로 팀의 결승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만약 바르사에 잔류했다면 여전히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을 것이고 메시-페드로와 함께 다득점 양산에 주력했을지 모릅니다. 끊임없는 공간 창출과 종적인 움직임에 강한 특징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즐라탄과 다른 타입입니다. 인테르에 탈락한 바르사 입장에서는 에토의 존재감이 그리웠습니다.
2.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테르에 잔류했다면?)
즐라탄은 지난 시즌까지 인테르의 간판 골잡이로 뛰었으며 올 시즌 에토의 트레이드 대상으로 바르사에 이적했습니다.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가 있었지만 슈투트가르트와의 16강 1차전 1골 및 아스날과의 8강 1차전 2골을 통해 개선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친정팀 인테르와의 4강 1~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거듭했고 2차전 후반 17분에는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교체되는 쓴맛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부진은 바르사 탈락의 결정적 원인이 됐습니다. 만약 인테르에 잔류했다면 무리뉴 감독의 유럽 제패 꿈은 산산조각 깨졌을 것이며 16강 첼시전에서 패했을지 모릅니다. 인테르는 즐라탄이 뛰었던 지난 세 시즌 동안 16강에서 모두 탈락했습니다.
3. 카를로스 테베즈(맨유에 잔류했다면?)
테베즈는 지난 시즌 맨유에서 프리미어리그 5골에 그쳤으나 올 시즌 맨시티에서는 22골을 작렬했습니다. 맨유의 현 전력에서 루니 이외에는 박스 안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는 점, 강팀과의 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던 베르바토프의 부진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상기하면 테베즈의 존재감이 아쉽습니다. 테베즈가 루니와 호흡이 잘 맞는 공격수인데다 저돌적인 움직임을 강점으로 그라운드에 활력을 불어넣는 유형의 선수라는 점은 그를 잡지 못한 맨유에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만약 테베즈가 맨유에 잔류했다면 이러한 문제가 없었겠지만, 맨유가 테베즈를 완전 영입하려면 엄청난 이적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4. 헤라르도 피케(맨유에 잔류했다면?)
피케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유전에서 호날두 봉쇄에 성공해 바르사의 2-0 완승을 견인한 센터백입니다. 두 시즌 연속 유럽 제패를 노리던 친정팀 맨유의 저력을 무너뜨린 것이죠. 그러나 피케가 2008년 여름 바르사 이적을 택하지 않고 맨유에 잔류했다면 바르사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트레블 달성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피케가 맨유에서 철저한 벤치 신세였으나 바르사 이적 이후 주축 수비수로 거듭났기 때문이죠. 맨유 입장에서는 피케보다 에반스가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바르사 이적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에반스의 폼이 꾸준히 올라오지 못한 현 시점에서는, 맨유의 피케 이적 판단이 무조건 옳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5. 베슬레이 스네이데르-아르연 로번(레알에 잔류했다면?)
스네이데르-로번은 1984년생 동갑내기, 네덜란드 국적, 지난해 여름 레알에서 방출성 이적을 당했던 미드필더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각각 인테르-뮌헨 공격의 구심점이자 등번호 10번 선수로서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끈 공통점까지 추가 됐습니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칠 장소는 친정팀 레알의 홈 구장인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입니다.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했던 레알의 반응이 미묘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만약 두 선수가 레알에 잔류했다면, '축구천재' 호날두-카카의 레알 입성이 없었거나 또는 두 명의 축구 천재에게 밀려 벤치를 지켰을 것입니다. 그래서 뮌헨-인테르 이적이 없었을 것이며, 두 팀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6. 대런 벤트(토트넘에 잔류했다면?)
벤트는 지난 27일 잉글랜드 일간지 <더타임스>로 부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영입 1위에 선정됐습니다.(이청용 16위) 지난해 여름 1000만 파운드(약 171억원)의 이적료로 토트넘에서 선덜랜드로 이적했습니다. 토트넘에서는 들쭉날쭉한 공격력을 일관하며 두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63경기 18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선덜랜드에서는 프리미어리그 36경기 24골을 기록해 득점 3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뽐내며 최고의 주가를 올렸습니다. 만약 토트넘에 잔류했다면 디포와 환상의 투톱을 형성하여 팀이 빅4 진입을 조기에 확정지었을 것입니다. 반면 올 시즌 10위를 기록중인 선덜랜드는 강등 위협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7. 카카(AC밀란에 잔류했다면?)
카카는 AC밀란의 주장이 되고 싶다며 친정팀에 대한 애착심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망은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재정난에 시달린 AC밀란의 자금 확충을 위해 레알로 이적했죠. '축구황제' 지단에 이은 후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첫 시즌은 기복이 심한 활약을 펼치며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반면 AC밀란은 카카를 잃으면서 공격의 구심점 공백을 메우지 못한 끝에 세리에A-챔피언스리그에서 기대에 못미친 성적을 거두었고 레오나르두 감독이 경질 위기에 몰렸습니다. 카카가 AC밀란에 잔류했다면 에이스 자리를 꾸준히 지키며 팀의 성적 향상에 노력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8. 이동국(성남에 잔류했다면?)
이동국은 2008년 7월 성남에 입단했으나 13경기에서 2골 2도움(페널티킥 1골 포함)에 그쳐 이름값을 잔뜩 구기고 계약 해지 당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전북에서는 K리그 21골로 득점왕 및 정규리그 MVP 수상, 전북의 우승을 이끈 오름세에 힘입어 허정무호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히 성남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전북 우승을 공헌하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만약 성남이 자신을 계약 해지 시키지 않고 끝까지 믿었다면, 이동국은 지난해 전북에서의 영광을 누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2009시즌 전북의 전력이 성남보다 더 좋았기 때문이죠. 아울러 허정무호 발탁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9. 조재진(전북에 잔류했다면?)
전북 공격의 상징은 이동국이지만 그 이전에는 조재진이 있었습니다. 2008년 초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로 소속팀을 찾지 못한끝에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완산벌에 입성했죠. 하지만 조재진은 2008년 5월 5일 수원전까지 9경기 7골 1도움의 가공할 화력을 과시했으나 이후 22경기에서 3골 2도움에 그쳐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만약 감바 오사카로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잔류했다면 이동국의 전북 이적 및 2009 시즌 K리그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재활공장장' 최강희 감독의 믿음속에 꾸준히 절치부심했다면 지난해 허정무호 발탁 여부로 여론의 주목을 끌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10. 김병지(서울에 잔류했다면?)
김병지가 서울에 잔류했다면, 귀네슈호는 2009시즌 우승의 한을 풀었을지 모르지만 조광래호는 K리그 우승 도전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김병지는 2008시즌 허리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고 귀네슈 감독과의 불화까지 겹쳐 시즌 종료 후 경남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2009시즌 김호준의 불안한 선방으로 김병지 존재감을 이기지 못해 무관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김호준을 제주로 보내고 김용대를 성남에서 데려왔습니다. 반면 경남은 김병지를 영입하면서 뒷문이 튼튼해졌고 그 효과속에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올랐습니다. 김병지는 올 시즌 9경기 7실점을 기록해 자신을 내쳤던 서울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실력으로 입증했습니다.
11. 김호의 아이들(수원에 잔류했다면?)
'김호의 아이들'은 김호 감독이 수원에서 애지중지하게 키우던 존재였으나 차범근 감독 부임 이후 벤치신세 및 입지 불안 끝에 팀을 떠났던 선수들을 말합니다. 고종수-김두현-조병국-조성환-이종민-고창현-권집 등이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만약 이들이 친정팀에 잔류했다면 수원의 선수층은 지금과 달리 두꺼웠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들의 결실속에 또 다른 유망주들을 키우며 '유망주의 무덤'이라는 불명예 수식어를 듣지 않았을 것이죠. 또한 김두현-조병국은 2006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 소속으로 수원에게 우승의 비수를 꽂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독 수원과 경기하면 흥분이 심했던 조성환은 수원팬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히지 않았겠죠. 수원의 인기를 상징하는 '수원=고종수' 공식 성립은 여전했을 것입니다.
12. 쌍용(서울에 잔류했다면?)
'쌍용' 이청용-기성용이 친정팀에 잔류했다면 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을지 모릅니다. 서울은 지난해 여름 이청용이 빠지면서 오른쪽 측면 자원이 약해지는 문제점을 겪었기 때문이죠. 쌍용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에스테베즈-하대성을 영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볼턴은 이청용을 영입하지 못해 지금쯤 강등이 확정되었을 것입니다. 볼턴의 프리미어리그 9승 중에 7승이 이청용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경기였기 때문이죠. 기성용은 셀틱에서 벤치 신세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꾸준히 경기 출전을 거듭하며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