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구가했던 '하얀 펠레' 카카(28,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의 현재는 과거에 비해 초라한 것이 사실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세계 3대 축구천재'로 이름을 떨쳤지만 이제는 그 대열에서 이탈한 것이 분명하며, 또 다른 축구 영웅들의 등장 속에서 존재감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여름 레알로 이적하면서 부상 및 부진으로 고전한 것,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들쭉날쭉한 행보가 결국 자신의 발전을 가로막았습니다.

결국, 카카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 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복귀 루머에 시달렸습니다. 레알에서의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카카 입장에서는 지난 8월 왼쪽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으면서 3~4개월 동안 결장하게 된 것을 답답하게 여길지 모릅니다. 문제는 부상 복귀 이후 레알에서 계속 뛰게 될지, 아니면 레알에서의 실패를 머금고 세리에A에서 재기를 꿈꿀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자신의 영입을 원하는 팀은 친정팀 AC밀란 뿐만 아니라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까지 가세한 상황입니다. '세계 최정상급 타겟맨'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밀란)의 예 처럼, 임대 가능성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카카의 옛 친정팀이었던 브라질의 상파울루를 비롯해서 첼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까지 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카카의 복잡한 거취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어떤 형태로 매듭짓고 결론을 쓰게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1. 레알 마드리드 잔류

'축구계의 엄친아'로 유명한 카카 입장에서 레알에서의 실패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커리어에 뼈아픈 흠집이 생기는 결정타가 됩니다. 카카는 친정팀 AC밀란에서 뛰던 후반부에 '여러 대회 우승을 통해 축구 선수로서 이루었던 목표를 모두 이루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스페인 진출 이후 온갖 어려움에 시달리면서 엄친아의 이미지와 점점 부합되지 않게 됐습니다. 현 상황에서 레알을 떠나면 재기 실패는 물론 먹튀라는 오명을 받게 됩니다. 지난해 여름 6450만 유료(약 1008억원)에 '세계 최고 이적료 3위'의 엄청난 금액으로 레알에 둥지를 틀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액수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카카는 무리뉴 감독의 성향에 어울리는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첼시-인테르 사령탑을 맡으면서 각각 데쿠-램퍼드-스네이더르 같은 역습 전개 및 종패스가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를 선호했습니다. 카카는 잦은 부상 때문에 과거에 비해 돌파-턴 동작-유연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에 시달렸지만 적어도 패싱력 만큼은 군계일학의 솜씨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미드필더와 윙 포워드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 일부 경기에서 알론소-라스-케디라로 짜인 스리 볼란치를 구축하며 공격형 미드필더를 생략한 전술을 구사했다는 점은, 카카가 과연 무리뉴 감독이 원했던 선수인지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또한 자신의 자리에 '이적생' 외질이 가세했다는 점에서 주전 탈락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카카가 명예회복에서 깨끗하게 성공하려면 '레알 잔류' 만큼 최상의 시나리오가 없습니다. 세리에A로 돌아가면 레알에서 실패한 커리어가 계속 따라오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불안정했던 행보를 부상 복귀 이후에 무리뉴 체제에서 되갚아야 재기에 성공합니다. 물론 경기 스타일은 변해야 할 것입니다.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예전만큼의 빠른 주력과 부드러운 유연성을 뽐내기에는 부상을 키우는 꼴이 됩니다. 짧고 간결한 패스 위주의 경기 패턴을 통해 팀을 위해 헌신적인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AC밀란 시절의 번뜩이는 파괴력을 재현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타겟맨 출신의 인테르 왼쪽 윙어' 에토의 사례처럼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야 합니다.

또한 페레스 레알 회장 입장에서도 '자신이 영입했던' 카카의 세리에A 복귀는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카카가 이대로 세리에A에 돌아가면, 카카 영입에 6450만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은 자신의 결정은 외부에서 잘못되고 틀린 선택으로 비춰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은 곧 레알 회장으로서 힘든 행보를 걷게 될 결정타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가 카카의 재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카카가 레알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쳐 팀의 우승을 이끌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분명합니다. 결국, 카카에게 있어 레알 잔류는 힘든 도전이지만 명예회복을 위해 부딪혀봐야 할 시나리오입니다.

2. 인테르 이적 혹은 임대

AC밀란에 대한 충성심이 강렬하기로 유명한 카카에게 '지역 라이벌' 인테르 진출은 마음속으로 원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카카가 인테르로 이동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레알쪽에서 성사되기를 바라는 눈치입니다. 무리뉴 감독과 레알은 인테르의 지난 시즌 유로피언 트레블 멤버였던 마이콘, 에토의 영입을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마이콘을 영입하려고 했으나 인테르가 원하는 이적료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그를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에토의 레알 이적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마이콘은 아직 레알행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카카-마이콘의 트레이드설이 제법 설득력 있기 때문입니다. 레알이 마이콘을 영입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자금외에 카카를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카카는 레알의 마이콘 영입을 위한 '잉여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레알의 라이벌 클럽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지난해 여름 즐라탄 영입을 위해 에토를 내주면서 4000만 유로(약 624억원)까지 지출한 것과 똑같은 예 입니다. 그런데 즐라탄이 올해 여름 AC밀란으로 임대되면서 인테르의 마시모 모라티 구단주가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라티 구단주는 그것을 앙갚음하기 위해 카카 영입을 염두하고 있으며, 지역 라이벌 AC밀란에게 충격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카카의 인테르 진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카카의 자리에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스네이더르가 굳건히 버티는 상황이며, 베니테즈 감독의 4-2-3-1에서 카카-스네이더르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AC밀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카카에게도 인테르 이적은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카카의 인테르 진출설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레알과 인테르가 본인들이 의도하는 시나리오를 위해 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3. AC밀란 이적 혹은 임대

카카가 AC밀란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될 시나리오는 인테르 진출에 비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호나우지뉴의 내년 1월 미국 진출이 가시화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호나우지뉴와 카카는 서로의 포지션이 겹치며, 둘 사이의 공존은 브라질 대표팀과 2008/09시즌의 AC밀란을 통해 실패로 귀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AC밀란 입장에서도 카카가 인테르로 이적하는 시나리오를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지 팬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AC밀란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꾸준히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레오나르두 체제에서 4-3-3을 구사하며 측면 공격의 비중을 강화했지만 올 시즌 알레그리 감독을 영입한 이후에는 4-3-1-2로 전환하면서 호나우지뉴-시도로프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번갈아 기용했습니다. 하지만 호나우지뉴는 여전히 기복이 심하며 자신의 역량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포스가 뒤떨어집니다. 지금까지의 정황상으로는 바르사 시절의 포스를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도로프는 지난 시즌에 비해 폼이 떨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AC밀란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가장 유력한 해결책은 카카를 레알에서 데려오는 것입니다. 물론 카카는 레알에서의 부침 때문에 과거 AC밀란 시절의 포스를 내뿜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카카에게 있어 AC밀란은 친정팀이고 자신을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날 수 있게 했던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호나우지뉴가 내년 1월 팀을 떠난다는 전제하에서, 레알에 비해 주전 경쟁을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릎 부상에서 복귀하여 레알에 그대로 잔류하면 외질 및 스리 볼란치와 경쟁해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이지만, AC밀란은 카카-호나우지뉴에 필적할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는데다 시도로프는 원래 왼쪽 인사이드 미드필더 자원입니다. 카카를 다시 데려오기에는 재정적인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과거의 셉첸코(디나모 키예프) 사례처럼 임대를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4. 그 외, 첼시-맨시티-상파울루

카카의 레알 잔류, 세리에A 복귀에 비해서 첼시-맨시티-상파울루 진출은 다소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첼시-맨시티는 카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자 선수 본인에게 새로운 부담거리로 가중 될 수 있으며, 옛 친정팀 상파울루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성급한 시나리오입니다. 또한 맨시티는 아데바요르가 벤치로 밀려날 정도로 주전 경쟁이 치열하며 야야 투레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만치니 감독이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는 4-3-3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의 이적은 현실적이지 않아보입니다.

다만 첼시 같은 경우, 카카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키웠던 안첼로티 감독이 지휘하는 팀 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카카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의 활용을 강화하기 위해 최적의 포지션에 배치할 수 있는 지도력이 있습니다. 또한 첼시가 램퍼드 이외에는 미드필더진에서 창의력을 불어넣을 옵션이 없다는 점에서 카카 영입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첼시는 AC밀란에서 뛰던 카카를 데려오기 위해 레알과 영입 경쟁을 펼쳤던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인지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는 그때에 비해 내림세에 빠졌기 때문에, 과연 첼시가 절실하게 영입을 원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카카 영입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영건 육성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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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펠레' 카카(28,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는 2007년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2006/07시즌 당시 소속팀이었던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소속팀과 브라질 대표팀을 통해 일취월장한 공격력을 발휘하며 세계 축구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당시 카카의 나이는 25세였기 때문에 세계 축구는 '카카의 시대'가 계속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카카는 200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2009년 리오넬 메시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을 내주면서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AC밀란이 2007/08시즌 세리에A 5위에 그쳐 2008/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고 에이스였던 카카에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당시 AC밀란은 카카 원맨팀 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카카는 팀의 성적 부진 때문에 무리하게 출전하면서 거듭된 잔부상에 시달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카카는 2007/08시즌과 2008/09시즌에 각각 30경기 15골 10도움, 31경기 16골 9도움을 기록하며 세리에A 진출 이후 많은 골을 넣었고 이전처럼 화려한 스탯을 쌓았습니다. 문제는 그때의 부상이 자신의 끝없는 추락을 부추긴 '스포츠 헤르니아(탈장)'로 이어졌습니다.

카카는 지난해 여름 AC밀란에서 레알로 소속팀을 옮기면서 6450만 유로(약 981억원)의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이적료'였던 지네딘 지단의 7300만 유로(약 1321억원,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였습니다.(카카의 레알행이 이루어진 며칠 뒤에 호날두가 9350만 유로로 레알로 이적하면서 세계 최고의 이적료 경신) 2007/08시즌과 2008/09시즌에 부상 여파로 흔들렸지만 호날두-메시와 더불어 '세계 3대 축구 천재'로 불렸던 화려한 네임벨류에 힘입어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했습니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단장 부임으로 '갈락티코 2기' 시대를 열으며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한 레알의 니즈에 적합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이적료가 많을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카카는 레알 이적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내림세에 빠졌습니다. 세리에A 시절에 괴롭혔던 잔부상 여파로 고전하더니 결국 스포츠 헤르니아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자신의 장기였던 순발력이 무뎌졌고, 그 여파는 세리에A 시절의 번뜩이는 움직임을 잃는 슬럼프로 이어졌습니다. AC밀란 시절에는 하체의 순발력을 살리며 전방으로 돌진하여 골을 넣거나 동료 선수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는 장기를 적극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헤르니아에 의해 더 이상 순발력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게 됐죠. 돌파 뿐만 아니라 턴 동작에 어려움을 겪으며 개인기와 볼 키핑에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카카는 레알 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고 지난 3월 초 세비야전에서는 평점 0점의 굴욕까지 당했습니다. 갈락티코 1기 시절 팀 공격을 지휘했던 지단의 발자취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죠. 물론 지단도 2001년 유벤투스에서 레알로 이적한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타일에 적응하기까지 1시즌 동안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카카에게 위안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카의 부진은 지단과는 다른 성격 이었습니다. 스포츠 헤르니아 때문에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좋지 못했을 뿐더러 그것 때문에 예전 만큼의 쏜살같은 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죠.

문제는 카카의 행보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더 나빠졌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은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였기 때문에 카카 입장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도약할 수 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카카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인끝에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AC밀란 시절의 포스를 재현하지 못했고 결국 브라질은 8강에서 네덜란드에게 탈락했습니다. 그런 카카는 네덜란드전에서 니헬 데 용의 철저한 견제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일관했고 남아공 월드컵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했죠. 그 이후에는 무릎 부상을 숨기고 월드컵에 참가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결국 카카는 지난 8월 왼쪽 무릎 반월판 수술로 3~4개월 동안 결장하게 됐습니다. 레알의 올 시즌 전반기 일정을 포기한 셈이죠. 더욱이 올 시즌은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무리뉴 감독은 카카를 신뢰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데쿠(당시 FC 포르투)-프랭크 램퍼드(첼시)-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유연한 공격 조율과 날카로운 패싱력을 앞세워 공격 전술을 세우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특징이었기 때문이죠. 비록 카카는 AC밀란 시절보다 부침에 시달렸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네임벨류가 있었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에 의해 자신감을 되찾아 예전의 파괴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카카가 아닌 '이적생' 메수트 외질 이었습니다. 외질 영입 당시에는 카카가 무릎 수술을 마친 상황이었고 3~4개월 동안 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체 자원을 영입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무리뉴 감독은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외질을 기용하며 올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외질은 레알로 이적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이나믹한 공격력으로 갈락티코의 공격력을 지휘하는 '미친 존재감'을 남기며 레알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물론 외질의 기량은 남아공 월드컵 활약상을 통해 입증되었지만 레알로 이적한지 얼마되지 않아 적응기 없이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를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외질의 오름세는 곧 카카의 위기를 뜻합니다. 두 선수의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서로의 위치가 겹칩니다. 끝없는 내림세에 시달렸던 카카는 부상에서 돌아오면 주전부터 되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불과 3년 전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고 지난해 여름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로 팀을 옮겼던 화려함과 정반대 된 행보를 걷게 될 가능성이 크며 어느 정도는 그 단계를 밟고 말았습니다. 또한 부상에서 돌아오더라도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외질이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카카-호날두-메시로 이어진 세계 3대 축구 천재를 위협할 잠재력을 과시했음을 상기하면, 카카가 외질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벌어질 수 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레알이 카카의 기량 회복을 '절실히' 기다리는 입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레알은 매 시즌마다 우승을 꿈꾸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제패가 절실한 입장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감독들이 경질 되었고,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빈도가 잦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카카는 최근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과의 트레이드설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무리뉴 감독과 레알이 마이콘의 영입을 절실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카카가 현지 언론에 의해 '잉여 자원'으로 분류되었죠.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카카는 레알의 먹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6450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이적료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물론 현 시점에서 먹튀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른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카의 행보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냉정히 말해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듭된 내림세에 빠진 상태에서 무릎 부상으로 3~4개월 동안 결장했고, 자신의 자리를 외질이 성공적으로 대체하면서 레알의 에이스로 자리를 잡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날 상황이 위태로운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카카가 이대로 쓰러지기에는 2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아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브라질 대표팀 에이스 출신의 호나우지뉴가 20대 후반의 나이에 슬럼프에 빠져 많은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행보가 카카에게 되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죠. 20대 후반이라면 더욱 훌륭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고 노련한 경기 운영을 기를 수 있습니다. 순발력 위주의 공격 패턴을 앞세웠던 카카의 경기력 변신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과거만큼의 번뜩이는 활약상을 마음껏 펼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의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변화하는 모습이 불가피 합니다. 부상에서 복귀하게 될 카카는 슬럼프 탈출과 먹튀 전락의 두 가지 상반된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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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이 '월드컵 스타' 메수트 외질(22)을 영입하며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및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레알은 17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외질의 영입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얼마전 또 다른 월드컵 스타 사미 케디라를 영입했던 레알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외질이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지난해 U-21 유럽 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2010년 성인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미드필더 중에 한 명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외질의 이적료는 레알과 베르더 브레멘의 합의에 의해 비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옵션을 포함한 1500만 유로(약 230억원)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떠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하게 된 외질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레알은 많은 스타들이 있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이미 조세 무리뉴 감독과 이야기 했으며 그는 나의 이적을 반가워했다"며 레알의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3위 도약을 이끈 플레이메이커로 인정받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첼시 같은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지만 차기 행선지는 레알로 결정됐습니다.

특히 레알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질을 비롯해서 디 마리아-레온-카날레스-케디라-카르발류를 영입한데다 '스페셜원' 무리뉴 감독까지 데려오면서 라이벌 바르사를 제압하겠다는 의욕이 충만한 상태입니다. 두 시즌 연속 무관에 그쳤기 때문에 '바르사 2인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독 및 스쿼드 보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여름 호날두-카카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를 비롯해서 여러 명의 대형 선수 영입을 통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았으나 우승에 실패했던 아쉬움을 올 시즌에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외질의 영입은 라파엘 판 더르 파르트의 방출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레알은 프리메라리가의 25인 로스터 룰에 따라 등번호가 1번부터 25번까지 규정되어 있는데, 이미 25명이 등번호를 배부 받았스니다. 그런데 외질은 공격형 미드필더이며 카카-판 더르 파르트-카날레스-그라네로와 포지션이 겹칩니다. 카날레스가 최근 프리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쳐 무리뉴 감독의 신임을 얻었고, 그라네로가 레알의 유스 출신이자 지난 시즌 두각을 떨친 선수임을 상기하면 판 더르 파르트가 팀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판 더르 파르트는 레알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데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부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카가 부상으로 신음했던 공백을 착실하게 메우며 팀 승리의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불사를 정도로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전방쪽으로 패스를 공급하며 알론소-라스(=라사나 디아라)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공격 부담, 호날두-이과인 같은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안겼습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카날레스-그라네로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판 더르 파르트가 희생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외질의 등장은 카카에게 위기가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판 더르 파르트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끝이지만, 카카는 올 시즌에도 레알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질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최근 첼시 이적설이 대두되고 있지만 왼쪽 무릎 부상으로 3~4개월 동안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레알의 외질 영입은 카카의 부상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지만, 또 하나의 의도는 카카의 입지를 압박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카카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호날두와 더불어 레알의 더블 에이스로 거듭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의 위치에 있었고, 지금의 리오넬 메시(바르사) 못지 않는 파괴력을 소유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선수였던 기대치가 있었죠. 하지만 세리에A 시절의 잦은 경기 출전에 따른 혹사 여파로 레알에서 잔 부상에 시달리면서 턴 동작이 매끄럽지 못하고 유연성이 예전보다 떨어지면서 파괴력이 주춤했습니다. 그러더니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일관하며 레알 팬들의 야유를 받는 신세에 직면했습니다.

그런 카카에게 무리뉴 감독과의 만남은 반가운 시나리오 였을지 모릅니다. 무리뉴 감독은 데쿠(당시 FC 포르투)-프랭크 램퍼드(첼시)-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같은 역습에 출중한 공격형 미드필더를 선호했기 때문에 카카가 그 역할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AC밀란 시절 팀의 역습을 주도하며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짓거나 동료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했던 경험이 풍부하고 화려했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충분했죠.

하지만 카카는 부상을 숨기고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고 최근에 또 다시 부상 당하면서 레알에서의 입지가 불투명해진 상태입니다. 그동안 부상이 잦았음을 상기하면 정상적인 폼을 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문제는 그 시점이 외질이 레알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 순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외질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혼자서 역습을 주도하면서 정교한 패스워크와 간결한 볼 터치로 공격을 전개하며 독일의 공격을 좌우했던 아우라를 내뿜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의 선호를 받기에 충분한 선수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2선 미드필더의 수비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외질을 붙박이 주전으로 세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단순한 네임벨류를 놓고 보면 외질이 카카보다 무게감이 가볍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기력, 앞으로의 잠재력 관점에서 바라보면 카카보다는 외질에게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카카가 부상에서 깨끗히 회복되면 외질과의 주전 경쟁에 제약을 받지 않을수도 있지만 문제는 AC밀란 시절에 비해 폼이 떨어졌습니다. 잦은 부상 여파로 파괴력이 떨어진데다 외질과 같은 팀으로 마주치게 된 현 시점에서는 붙박이 주전을 보장 받기가 어렵습니다. 과연 외질이 무리뉴 감독의 신임을 얻으며 카카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울지, 아니면 카카가 명불허전의 기량을 되찾으며 외질에게 한 수 가르칠지 두 선수의 주전 경쟁이 흥미롭게 전개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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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28,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은 불과 3년 전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 받았습니다. 당시 소속팀이었던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발롱도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휩쓴 것이죠. 상대 수비를 마음껏 헤집고 다니며 직접 골을 넣거나 동료 선수의 골을 엮어내는 카카의 파괴력은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카는 그 이후부터 호날두-메시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넘겨줬고 올해 초 부터 루니가 메시의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하면서 1인자의 이미지와 멀어졌습니다. 레알의 라이벌 클럽인 FC 바르셀로나의 공격형 미드필더 듀오인 사비-이니에스타와의 무게감에서 밀렸고 그것은 지난해 발롱도르 순위가 증명했습니다.(사비 3위, 이니에스타 4위, 카카 6위) 레알에서도 팀 공격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겉도는 듯한 인상을 보였습니다. 천부적인 개인 능력이 프리메라리가 공격 스타일에 부합되지 못하면서 경기력에 기복이 생겼고 심지어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고 평점 0점을 받는 굴욕까지 당했죠.

카카의 시련은 2007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부터 시작됐습니다. AC밀란이 2007/08시즌에 극심한 성적 부진에 빠지면서 카카를 혹사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카는 2007/08시즌 세리에A 30경기 15골 10도움, 2008/09시즌 세리에A 31경기 16골 9도움을 올리며 AC밀란 입단 이후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AC밀란이 자신의 공격력에 많은 의지를 하면서 피로 골절이 찾아왔고, 무리하게 경기를 소화한 끝에 부상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카카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인 드리블 돌파 및 빠른 방향 동작으로 상대 수비를 제꼈던 특유의 플레이가 레알에서 살아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기에 레알 이적 이후에는 기존의 피로 골절에 이어 사타구니 부상, 스포츠 헤르니아 판정까지 받아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예전의 파괴력을 되찾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근력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예전의 스피드를 되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더욱이 20대 후반의 선수여서, 전반적인 신체 능력이 20대 초반 선수보다 떨어집니다.

그런 카카에게 2010 남아공 월드컵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1인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럽리그에서는 메시-사비-이니에스타 같은 바르셀로나 트리오들에게 밀린 상황이며 레알에서는 자신이 아닌 호날두가 팀 공격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루니가 지난 2~3월 무렵에 메시의 라이벌로 등장한 것은, 카카가 앞으로 또 다른 축구 스타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유럽리그에서 다시 1인자로 도약하는 과정이 오히려 힘겨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 이유는 펠레-마라도나-호나우두-지단이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축구 황제'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매번 월드컵의 단골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고, 카를로스 둥가 감독이 주도한 실리 축구의 완성속에서 4년 전 독일 월드컵 세대보다 내실이 탄탄해졌습니다. 카카의 우승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카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커리어가 있었지만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7분 교체 투입한 것이 전부였을 뿐 팀의 철저한 벤치 멤버 였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나우지뉴와의 공존 실패끝에 프랑스에 의해 8강 탈락 좌절의 쓴맛을 봤습니다. 이제는 브라질 대표팀의 리더로서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펠레-호나우두와 견줄만한 반열에 오르는 것이 카카가 직면한 과제입니다. 2007년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것은 일시적 이었지만, 이제는 월드컵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원한 세계 최고'로 회자될 수 있는 아우라가 필요합니다.

카카는 올 시즌 레알에서 순탄치 않은 행보를 나타낸 끝에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레알이 아닌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으로 월드컵에 나서기 때문에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이 그동안 카카의 패스 및 공격 조율을 통해 선 수비-후 역습 형태의 전술로 다져졌고, 원톱으로 뛰는 파비아누는 카카가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를 이어받아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특히 카카-파비아누는 지난해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극강의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단짝입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에게 있어 감각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카는 유럽리그에서의 잦은 부상으로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렵한 턴 동작이 힘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잃었던 감각을 되찾을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브라질과 상대하는 팀들은 카카 봉쇄에 주력하기 때문에, 그 약점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브라질과 8강 혹은 16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스페인에는 카카의 특징을 명확이 알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습니다. 하물며 카카의 동료인 포르투갈의 호날두도 자국 수비수들에게 카카의 단점을 알려줬을 것입니다.

이러한 카카의 행보는 지쿠의 여운을 떠올리게 합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하얀 펠레'로 불리며 세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손꼽혔던 지쿠였습니다. 지쿠는 빼어난 패스와 테크닉에 안정적인 공격 조율, 강력한 득점력까지 장착했으나 마라도나에 가려 2인자의 여운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축구 황제로 도약할 수 있는 월드컵 우승 커리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카카는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벤치 멤버였기 때문에 충분히 과소 평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공교롭게도 카카는 지쿠에 이어 '하얀 펠레'로 불리는 선수입니다.

카카가 지쿠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남아공 월드컵에서 자신이 1인자임을 다시 증명해야 합니다. 최대 7경기 동안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데, 유럽리그에서 몇 시즌 동안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 보다는 시간적으로 월드컵이 더 유리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했던 경험이 있어 축구 황제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때는 나이가 32세인데다 브라질 대표팀 활약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남아공 월드컵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믿으며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과연 카카가 다시 1인자로 올라설지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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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와 마라도나, 그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3개 대회를 빛냈던 지단과 호나우두는 '축구황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단이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했고 재기를 다짐한 호나우두의 브라질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과제는 이들의 대를 이을 새로운 축구 황제를 배출해야 합니다. 자국의 세계 제패를 이끄는 월드컵 영웅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죠. 지구촌에 있는 수많은 대표팀 선수들이 자국의 월드컵 선전을 염원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축구 천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카카-호날두-메시, 올 시즌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뽐내며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루니가 남아공 월드컵의 영웅이 될 유력 후보로 꼽힙니다.

 

공교롭게도 네 명의 국적은 브라질-포르투갈-아르헨티나-잉글랜드로서 월드컵 우승 만년 후보로 주목받거나 또는 근접권에 있습니다. 물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호나우두처럼 브라질의 준우승 속에서도 골든 볼(MVP)를 받았던 사례가 있었지만, 월드컵 영웅 등극의 전제 조건은 자국 대표팀의 성적입니다. 에이스는 팀의 운명을 짊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스타성까지 포함하면, '세계 4대 축구 천재'로 요약되는 카카-호날두-메시-루니가 월드컵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는 위치에 가깝습니다.

 

카카, 슬럼프에 탈출해야 브라질이 우승한다

 

사실, 카카는 월드컵 우승 커리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활약에 의해 브라질이 세계를 제패한 것이 아닙니다. 카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당시에는 철저한 벤치 멤버였으며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7분 출전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 절치부심끝에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평정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나우두-아드리아누-호나우지뉴와 함께 판타스틱4를 형성하며 팀 공격을 짊어졌으나 8강에서 프랑스에 덜미잡히고 말았습니다. 이제 카카는 둥가호의 에이스로서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하지만 카카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발휘하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지는 의문이 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에서 활약중인 카카의 폼이 세리에A 시절보다 떨어진데다 특유의 파괴적인 공격력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상대 수비수의 기를 죽이는 현란한 볼 컨트롤과 볼 키핑력, 개인기 그리고 패싱력에 이르기까지 예전처럼 날카롭지 못하고 답답한 공격 전개를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FC 바르셀로나전에서 스포츠 헤르니아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 경기력이 뚝 떨어지더니 이제는 레알 팬들에게 야유 받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카카의 부진은 브라질 대표팀에 반갑지 않습니다. 카카는 4-2-3-1 포메이션을 쓰는 브라질에서 꼭짓점을 맡아 공격의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호비뉴-엘라누-파비아누 같은 공격 옵션들과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통해 원톱인 파비아누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주는 카카의 공격력이 레알에서 위력이 떨어진 것은 브라질 대표팀의 공격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물론 카카는 브라질 대표팀에서 수준급의 공격력을 발휘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원래의 폼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레알에서의 경기력 저하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다릅니다.

 

카카가 슬럼프에서 탈출하려면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져야 합니다. 3년 전 AC밀란의 에이스로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것과 동시에 대회 득점왕에 올랐던 포스를 남아공 월드컵에서 내뿜어야 합니다. 축구팬들에게 '엄친아'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낸 축구 선수로 각광받지만, '진정한 엄친아'가 되려면 브라질의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의 당당한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의 아이콘으로서 그에 걸맞는 활약을 월드컵에서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죠.

 

호날두, 영웅 자격 충분하지만 포르투갈 성적이 변수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의 4강 진출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팀 공격을 이끄는 주연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의 에이스가 피구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그리고 원톱과 윙 포워드를 다재다능하게 소화하는 전천후 공격옵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년 전, 당시 23세였던 호날두의 대표팀 주장직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이름 그 자체가 포르투갈 축구를 대표합니다.

 

그런 호날두를 상징하는 수식어는 '세계 최고' 입니다. 2007/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두 대회 동시 득점왕에 올라 카카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에 등극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8,000만 파운드(약 1,375억원)의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로 이적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라는 이미지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올 시즌 레알에서 활약한 27경기에서 22골 4도움을 기록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으며 그의 존재 여부에 따라 레알의 경기력이 들쭉날쭉 했습니다.

 

자신의 라이벌인 메시도 뛰어난 측면 옵션이지만, 호날두의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월드컵에서의 화려한 플레이가 기대됩니다. 현란한 드리블 기술 및 발재간, 과감한 문전 침투에 이은 골 생산,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를 유린하는 플레이,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크로스, 총알같은 중거리 슈팅, 빅 클럽의 간판 공격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며 윙어의 품격을 끌어 올린 아우라, 무회전 프리킥 등에 이르기까지 특출난 장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호날두의 파괴력을 놓고 보면 지단-호나우두의 뒤를 이을 축구황제로서의 도약을 예감케 합니다.

 

그러나 호날두는 정작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득점 기계의 위용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7경기 무득점에 그친데다 지난 2일 중국과의 평가전에서는 전반전만 뛰었지만 골을 넣는데 실패했습니다. 윙어 자원이 두껍고 원톱 자원이 부족한 포르투갈 대표팀의 한계 때문에 최전방을 지키고 있지만 맨유-레알에서의 폭발적인 득점력과 대조되는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또한 포르투갈이 지금까지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한데다 남아공 월드컵 죽음의 조(브라질-코트디부아르-북한)에 편성되었음을 상기하면, 호날두의 월드컵 영웅 등극에 놓인 환경이 험난합니다. 호날두의 득점 기계 본능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폭발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아르헨티나 메시는 바르사 메시가 될 수 있을까?

 

메시는 지난 2005년 U-20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릴 만큼 공을 달고 다니는 듯한 완벽한 드리블과 빠른 돌파력을 뽐내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 열리는 독일 월드컵을 빛낼 기대주로 각광받았으나 본선에서는 벤치워머로서 자신의 축구 재능을 맘껏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와의 조별예선에서 교체 투입된 지 4분 만에 크레스포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43분에는 팀의 6-0 대승을 완성짓는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패싱력과 개인기, 슈팅에서 발군의 감각을 발휘했으니, 당시 그의 나이는 19세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메시는 카카-호날두에 이은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프리메라리가 31경기 23골 11도움, 코파 델 레이 8경기 6골, UEFA 챔피언스리그 12경기 9골 5도움으로 득점 1위에 오르며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트레블 달성에 절대적인 공헌을 세웠습니다. 측면 공격수 임에도 3개의 대회에서 51경기 38골 16도움을 기록해 유럽 빅 리그 선수중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으니 파괴력이 가히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맨유와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드러났던 것 처럼, 유연한 경기 조율 능력과 헤딩골까지 넣으며 혼자 힘으로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아우라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메시는 바르사 메시와 다른 인물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바르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메시는 무기력함 그 자체 입니다. 지난해 6월 6일 콜롬비아전부터 9월 10일 페루전까지 남미예선 6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시달렸고 특히 마라도나 감독 부임 이후 상대 수비의 압박에 막혀 고전하는 모습을 많이 노출했습니다. 문전에서의 움직임이 유연하지 못한 것을 비롯 소극적인 연계 플레이를 일관하며, 개인기에 이은 문전 돌파로 골을 노리거나 세 명의 상대 수비진을 제꼈던 바르사에서의 과감함과 대조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결국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혹독한 질타를 받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메시의 문제점은 선수 본인에게 달린 것이 아닙니다. 4-4-2를 쓰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4-3-3을 구사하는 바르사의 전술적인 차이가 메시를 곤혹스럽게 한 것입니다. 메시는 넓은 활동 폭을 앞세워 상대 진영을 빠르게 파고들며 골을 노리는 프리롤 성향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타겟맨을 소화하지만 활동 반경이 골문쪽에 제한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의 장점을 키울 수 있는 전술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월드컵 본선에서 이 같은 행보가 지속되면,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운명이 슬픔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한국에게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죠.

 

루니의 오름세, 유럽을 넘어 월드컵으로 향하다

 

루니에게 있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대한 추억은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개막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 열렸던 첼시전에서 페레이라의 깊숙한 태클을 받아 격하게 넘어지며 오른발 발목 부상을 당했습니다.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산소텐트를 통한 부상 회복 및 잉글랜드 최고 수준이었던 의료진의 지원을 받으며 독일 땅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4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데다 8강 포르투갈전에서는 퇴장을 당했고 잉글랜드는 그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습니다. 2년 전 유로 2004에서 4경기 4골을 발휘했던 포스와는 달리 씁쓸한 시기를 보냈죠.

 

하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루니의 위상은 월드 클래스에 도달 했습니다. 카카-호날두-메시, 그리고 2009/10시즌에 접어들자 루니의 득점포가 유럽을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죠.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8경기 25골 3도움으로 득점 1위를 기록중이고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에서 4골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칼링컵 4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전과 결승 애스턴 빌라전에서 골을 넣으며 맨유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축구팬들은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32골을 터뜨린 루니가 맨유 소속으로서 한 시즌 최다 골을 기록했던 호날두(42골, 2007/08시즌)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떨치는 루니의 창은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맨유에서의 물 오른 득점포, 월드컵 지역 예선 9경기에서 9골을 넣었던 포스 그 자체만으로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예감케합니다. 무엇보다 월드컵에서 자국의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지단-호나우두에 이은 새로운 축구 황제로 떠오를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까지 호날두의 득점력을 도와주면서 희생을 택했으나 그의 레알 이적으로 팀의 새로운 골잡이로 떠오르며 골 감각을 만개한 루니라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오름세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우승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애슐리 콜은 장기간 부상을 입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하며 그의 백업인 브릿지는 스캔들 여파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테리는 브릿지와 더불어 스캔들 파문에 휩싸인 이후부터 폼이 가라앉았으며 그의 짝인 퍼디난드는 잦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습니다.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베컴의 월드컵 출전 꿈도 부상 앞에 좌절 됐습니다. 그래서 루니가 잉글랜드의 에이스로서 팀을 짊어지기에는 주변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잉글랜드가 자국에서 열렸던 1966년 월드컵 이후 44년 동안 월드컵 우승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루니의 골에 희망을 거는 카펠로호가 악재속에서도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