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A매치 한국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네이마르 다 실바(21, FC 바르셀로나)는 역시 '축구 천재' 였다. 전반 44분 프리킥 골을 넣기 이전까지 한국 선수들의 집요한 견제를 받으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는데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축구화가 벗겨지는가 하면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장면도 있었다. 경기 분위기가 과열될 때는 이청용과 신경전을 펼쳤다. 네이마르의 올해 나이가 21세임을 고려할 때 아직 어린 선수로서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며 평정심을 잃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전반 44분 프리킥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며 브라질의 첫 골이자 결승골을 안겨줬다. 브라질이 2-0으로 승리하는데 있어서 네이마르의 프리킥 골이 이날 승부의 쐐기를 박는 결정타가 됐다. 네이마르는 프리킥 골을 통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기질을 보여줬다. 특히 전반 44분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간대다. 네이마르는 이를 극복하며 날카로운 프리킥 한 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사진=네이마르 (C)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cbarcelona.com)]

 

2013년의 네이마르는 이전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의 네이마르는 자신이 축구 천재임을 증명해야 하는 대회에서 2%가 부족했다. 2011년 코파 아메리카 8강 탈락과 FIFA 클럽 월드컵 준우승,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을 봐도 알 수 있었다. 2011년과 2012년 남미 올해의 선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개인 실력에서는 남미 톱클래스임을 과시했으나 대표팀의 남미 대항전과 세계 무대에서는 팀의 에이스로서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같은 세계 정상급 축구 선수 반열에 오르기에는 업적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대회 전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4골 2도움) 브라질의 우승을 주도했다.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는 3-0 완승을 공헌하며 자신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임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거품론을 잠재웠다. 한국전을 포함한 최근 A매치 11경기에서는 7골 5도움 올렸으며 호주전, 포르투갈전에 이어 최근 3경기 연속골을 성공시켰다. 브라질의 10번 선수 답게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며 팀의 화력을 끌어올렸다.

 

그동안 네이마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일부 여론에서는 '과연 네이마르가 유럽에서 성공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네이마르는 FC 바르셀로나 이적 후 11경기에서 3골 6도움 기록했으며 최근 7경기 중에 6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이제는 선발 출전 빈도가 늘어나면서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잡는 추세다. 소속팀에서는 대표팀과 달리 득점보다는 동료 선수의 공격력을 돕는 플레이에서 강점을 나타내며 측면 공격수 역할을 잘 소화했다. 자신보다 이적료가 훨씬 비싼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보다 올 시즌 초반 활약이 더 좋다.

 

네이마르는 그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통해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상대 팀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11년과 2012년에는 자신의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나 2013년에는 달라졌다. 메시와 호날두처럼 지속적으로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클래스를 높였다. 이러한 면모를 한국전에서 프리킥 골을 통해 재현하며 브라질 최고의 축구 스타의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시작부터 네이마르 공격을 차단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1명으로는 네이마르를 막을 수 없었던 만큼 그의 근처에 있던 여러 선수들이 협력 수비를 펼치며 방어선을 구축하게 됐다. 네이마르를 향한 거친 플레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를 막아야 했다. 태극 전사들의 끈질긴 압박은 좋았으나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었던 대표적 장면은 네이마르의 프리킥 골이었다. 역시 축구 천재는 달랐다. 경기를 봤던 많은 사람들은 네이마르가 대단한 선수임을 인지했을 것이다.

 

네이마르의 올해 나이는 21세다. 롱런을 거듭하면 앞으로 10년 넘게 유럽 축구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메시와 호날두처럼 FIFA 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가 분리되었던 시절까지 포함)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떠오를 기회가 많다. 한국전 활약을 놓고 볼 때 어쩌면 '네이마르의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가능성은 알 수 없지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을 한국전에서 보여줬다. 네이마르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대단한 축구 선수였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펠레와 마라도나, 그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3개 대회를 빛냈던 지단과 호나우두는 '축구황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단이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했고 재기를 다짐한 호나우두의 브라질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과제는 이들의 대를 이을 새로운 축구 황제를 배출해야 합니다. 자국의 세계 제패를 이끄는 월드컵 영웅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죠. 지구촌에 있는 수많은 대표팀 선수들이 자국의 월드컵 선전을 염원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축구 천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카카-호날두-메시, 올 시즌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뽐내며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루니가 남아공 월드컵의 영웅이 될 유력 후보로 꼽힙니다.

 

공교롭게도 네 명의 국적은 브라질-포르투갈-아르헨티나-잉글랜드로서 월드컵 우승 만년 후보로 주목받거나 또는 근접권에 있습니다. 물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호나우두처럼 브라질의 준우승 속에서도 골든 볼(MVP)를 받았던 사례가 있었지만, 월드컵 영웅 등극의 전제 조건은 자국 대표팀의 성적입니다. 에이스는 팀의 운명을 짊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스타성까지 포함하면, '세계 4대 축구 천재'로 요약되는 카카-호날두-메시-루니가 월드컵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는 위치에 가깝습니다.

 

카카, 슬럼프에 탈출해야 브라질이 우승한다

 

사실, 카카는 월드컵 우승 커리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활약에 의해 브라질이 세계를 제패한 것이 아닙니다. 카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당시에는 철저한 벤치 멤버였으며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27분 출전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이후 절치부심끝에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평정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나우두-아드리아누-호나우지뉴와 함께 판타스틱4를 형성하며 팀 공격을 짊어졌으나 8강에서 프랑스에 덜미잡히고 말았습니다. 이제 카카는 둥가호의 에이스로서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하지만 카카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월드 클래스의 기량을 발휘하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지는 의문이 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에서 활약중인 카카의 폼이 세리에A 시절보다 떨어진데다 특유의 파괴적인 공격력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상대 수비수의 기를 죽이는 현란한 볼 컨트롤과 볼 키핑력, 개인기 그리고 패싱력에 이르기까지 예전처럼 날카롭지 못하고 답답한 공격 전개를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FC 바르셀로나전에서 스포츠 헤르니아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 경기력이 뚝 떨어지더니 이제는 레알 팬들에게 야유 받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카카의 부진은 브라질 대표팀에 반갑지 않습니다. 카카는 4-2-3-1 포메이션을 쓰는 브라질에서 꼭짓점을 맡아 공격의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호비뉴-엘라누-파비아누 같은 공격 옵션들과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통해 원톱인 파비아누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주는 카카의 공격력이 레알에서 위력이 떨어진 것은 브라질 대표팀의 공격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물론 카카는 브라질 대표팀에서 수준급의 공격력을 발휘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원래의 폼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레알에서의 경기력 저하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다릅니다.

 

카카가 슬럼프에서 탈출하려면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져야 합니다. 3년 전 AC밀란의 에이스로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것과 동시에 대회 득점왕에 올랐던 포스를 남아공 월드컵에서 내뿜어야 합니다. 축구팬들에게 '엄친아'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모든 것을 다 이루어낸 축구 선수로 각광받지만, '진정한 엄친아'가 되려면 브라질의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의 당당한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의 아이콘으로서 그에 걸맞는 활약을 월드컵에서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죠.

 

호날두, 영웅 자격 충분하지만 포르투갈 성적이 변수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의 4강 진출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팀 공격을 이끄는 주연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의 에이스가 피구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그리고 원톱과 윙 포워드를 다재다능하게 소화하는 전천후 공격옵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년 전, 당시 23세였던 호날두의 대표팀 주장직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이름 그 자체가 포르투갈 축구를 대표합니다.

 

그런 호날두를 상징하는 수식어는 '세계 최고' 입니다. 2007/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두 대회 동시 득점왕에 올라 카카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에 등극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8,000만 파운드(약 1,375억원)의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로 이적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라는 이미지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올 시즌 레알에서 활약한 27경기에서 22골 4도움을 기록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으며 그의 존재 여부에 따라 레알의 경기력이 들쭉날쭉 했습니다.

 

자신의 라이벌인 메시도 뛰어난 측면 옵션이지만, 호날두의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월드컵에서의 화려한 플레이가 기대됩니다. 현란한 드리블 기술 및 발재간, 과감한 문전 침투에 이은 골 생산,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수비수를 유린하는 플레이,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크로스, 총알같은 중거리 슈팅, 빅 클럽의 간판 공격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며 윙어의 품격을 끌어 올린 아우라, 무회전 프리킥 등에 이르기까지 특출난 장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호날두의 파괴력을 놓고 보면 지단-호나우두의 뒤를 이을 축구황제로서의 도약을 예감케 합니다.

 

그러나 호날두는 정작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득점 기계의 위용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7경기 무득점에 그친데다 지난 2일 중국과의 평가전에서는 전반전만 뛰었지만 골을 넣는데 실패했습니다. 윙어 자원이 두껍고 원톱 자원이 부족한 포르투갈 대표팀의 한계 때문에 최전방을 지키고 있지만 맨유-레알에서의 폭발적인 득점력과 대조되는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또한 포르투갈이 지금까지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한데다 남아공 월드컵 죽음의 조(브라질-코트디부아르-북한)에 편성되었음을 상기하면, 호날두의 월드컵 영웅 등극에 놓인 환경이 험난합니다. 호날두의 득점 기계 본능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폭발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아르헨티나 메시는 바르사 메시가 될 수 있을까?

 

메시는 지난 2005년 U-20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릴 만큼 공을 달고 다니는 듯한 완벽한 드리블과 빠른 돌파력을 뽐내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 열리는 독일 월드컵을 빛낼 기대주로 각광받았으나 본선에서는 벤치워머로서 자신의 축구 재능을 맘껏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와의 조별예선에서 교체 투입된 지 4분 만에 크레스포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43분에는 팀의 6-0 대승을 완성짓는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패싱력과 개인기, 슈팅에서 발군의 감각을 발휘했으니, 당시 그의 나이는 19세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메시는 카카-호날두에 이은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프리메라리가 31경기 23골 11도움, 코파 델 레이 8경기 6골, UEFA 챔피언스리그 12경기 9골 5도움으로 득점 1위에 오르며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트레블 달성에 절대적인 공헌을 세웠습니다. 측면 공격수 임에도 3개의 대회에서 51경기 38골 16도움을 기록해 유럽 빅 리그 선수중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으니 파괴력이 가히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맨유와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드러났던 것 처럼, 유연한 경기 조율 능력과 헤딩골까지 넣으며 혼자 힘으로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아우라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메시는 바르사 메시와 다른 인물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바르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메시는 무기력함 그 자체 입니다. 지난해 6월 6일 콜롬비아전부터 9월 10일 페루전까지 남미예선 6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시달렸고 특히 마라도나 감독 부임 이후 상대 수비의 압박에 막혀 고전하는 모습을 많이 노출했습니다. 문전에서의 움직임이 유연하지 못한 것을 비롯 소극적인 연계 플레이를 일관하며, 개인기에 이은 문전 돌파로 골을 노리거나 세 명의 상대 수비진을 제꼈던 바르사에서의 과감함과 대조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결국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의 혹독한 질타를 받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메시의 문제점은 선수 본인에게 달린 것이 아닙니다. 4-4-2를 쓰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4-3-3을 구사하는 바르사의 전술적인 차이가 메시를 곤혹스럽게 한 것입니다. 메시는 넓은 활동 폭을 앞세워 상대 진영을 빠르게 파고들며 골을 노리는 프리롤 성향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타겟맨을 소화하지만 활동 반경이 골문쪽에 제한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의 장점을 키울 수 있는 전술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월드컵 본선에서 이 같은 행보가 지속되면,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운명이 슬픔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한국에게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죠.

 

루니의 오름세, 유럽을 넘어 월드컵으로 향하다

 

루니에게 있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대한 추억은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개막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 열렸던 첼시전에서 페레이라의 깊숙한 태클을 받아 격하게 넘어지며 오른발 발목 부상을 당했습니다.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산소텐트를 통한 부상 회복 및 잉글랜드 최고 수준이었던 의료진의 지원을 받으며 독일 땅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4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데다 8강 포르투갈전에서는 퇴장을 당했고 잉글랜드는 그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습니다. 2년 전 유로 2004에서 4경기 4골을 발휘했던 포스와는 달리 씁쓸한 시기를 보냈죠.

 

하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루니의 위상은 월드 클래스에 도달 했습니다. 카카-호날두-메시, 그리고 2009/10시즌에 접어들자 루니의 득점포가 유럽을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죠.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8경기 25골 3도움으로 득점 1위를 기록중이고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에서 4골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칼링컵 4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전과 결승 애스턴 빌라전에서 골을 넣으며 맨유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축구팬들은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32골을 터뜨린 루니가 맨유 소속으로서 한 시즌 최다 골을 기록했던 호날두(42골, 2007/08시즌)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떨치는 루니의 창은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맨유에서의 물 오른 득점포, 월드컵 지역 예선 9경기에서 9골을 넣었던 포스 그 자체만으로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예감케합니다. 무엇보다 월드컵에서 자국의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지단-호나우두에 이은 새로운 축구 황제로 떠오를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까지 호날두의 득점력을 도와주면서 희생을 택했으나 그의 레알 이적으로 팀의 새로운 골잡이로 떠오르며 골 감각을 만개한 루니라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오름세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우승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애슐리 콜은 장기간 부상을 입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하며 그의 백업인 브릿지는 스캔들 여파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테리는 브릿지와 더불어 스캔들 파문에 휩싸인 이후부터 폼이 가라앉았으며 그의 짝인 퍼디난드는 잦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습니다.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베컴의 월드컵 출전 꿈도 부상 앞에 좌절 됐습니다. 그래서 루니가 잉글랜드의 에이스로서 팀을 짊어지기에는 주변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잉글랜드가 자국에서 열렸던 1966년 월드컵 이후 44년 동안 월드컵 우승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루니의 골에 희망을 거는 카펠로호가 악재속에서도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히카르두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세 명의 선수들은 축구팬들에게 '세계 3대 축구 천재'로 불리는 존재들입니다. 남들보다 더 우수한 축구 실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에 축구 천재라는 별칭이 붙여진 것이죠. 물론 세 선수만이 축구 천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호비뉴, 카림 벤제마, 이니에스타, 페르난도 토레스, 스티븐 제라드 등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만 하더라도 여럿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지네딘 지단과 호나우두가 세계 축구계의 양대산맥을 형성했죠.

그러나 한국 축구에서는 이 같은 축구 천재들을 찾기 힘듭니다. 그동안 언론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빛낼 될성부를 떡잎이 있으면 '축구 천재', '축구 신동'이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며 호돌갑 떨었을 뿐, 선수 생활 말년까지 탄탄하게 성장했던 축구 천재는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에서 축구 천재로 불렸던 선수들의 주된 공통점은 온갖 시련에 직면하는 아픔에 시달렸습니다. 축구팬 욕심 같아서는 한국판 카카-호날두-메시가 출현하기를 기대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진정한 축구 천재로 거듭난 선수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축구 천재들이 비운의 선수 생활을 보냈기 때문이죠.

한국 축구는 카카-호날두-메시와 같은 축구 천재를 배출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동양인 선수의 전반적인 개인 기량이 남미, 유럽 축구 선수들보다 부족한데다 선수 육성 시스템 및 인프라에서도 뒤쳐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한국 축구 내에서 잘하는 선수에게 '축구 천재'라는 별칭을 붙는 경우가 있지만, 그 선수가 국제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면 '저게 무슨 축구 천재냐?'며 팬들의 빗발친 질타를 받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축구 천재가 2004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U-20) 조별예선에서 부진하던 박주영이었습니다.

그 보다는 축구 천재를 키우는 시스템이 더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선천적인 기량이 뛰어나도 체계적인 육성을 받지 못하거나 지도자의 관리 소홀, 축구에 대한 양질의 풍토, 그리고 선수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선수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학원 축구에서 동료 선수보다 축구 잘하는 유망주가 있으면 감독과 코치의 지시사항이 줄어들고 관대하게 놔둘때가 종종 있는 것이 한국 축구계의 만연한 풍토입니다. 생맥주도 관리를 철저히해야 맛있는 것 처럼, 특급 유망주가 오랫동안 톱 클래스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관리가 우선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축구 천재가 배출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은, 언론에서 축구 천재로 불렸던 선수들도 그 별칭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입니다. 조민국 울산현대 미포조선 감독은 "고려대 감독 시절에 만났던 축구 천재는 이천수와 박주영이었다"며 두 선수의 능력을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이천수와 박주영은 자신들이 축구 천재임을 부정했습니다. 이천수가 노력파임을 강조했다면 박주영은 그 별칭에 부담감을 느껴야만 했죠.

특히 박주영은 언론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선수입니다. 언론에서 자신의 기사가 보도될 때 '축구 천재 박주영'이라는 말이 매번 흘러나오면서 심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주위에서 기대하는 것이 지나치다보니 무언가 보여줘야겠다는 조급함에 결국 2005년 후기리그에 이르러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선수 본인은 기량 향상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야하는데 바깥에서 축구 천재라는 말이 나돌고 있으니 심적으로 부담되고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심리는 박주영을 비롯한 또 다른 유형의 축구 천재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국 '축구 천재'라는 단어가 남발된 것은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TV 시청률, 신문 판매 부수, 인터넷 기사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헤드라인을 크게 잡다보니 유망주를 지나치게 떠주는 문제점이 있었죠. 해당 유망주는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높아지면서 지나치게 의기양양하거나 또는 부담감에 직면합니다. 이러한 심리 상태가 세월이 흐를수록 누적되면서, 그 선수는 축구팬이 기대하는 성장 곡선을 달리지 못했습니다. 유망주 시절에 출중한 기량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던 축구 천재들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한국에서는 축구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풍토가 아닙니다. 1980년대 축구 천재로 불렸던 김종부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김종부는 1983년 U-20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고려대 시절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1986년 고려대 4학년때, K리그 팀인 대우와 현대로부터 거액의 계약서를 받더니 두 개 모두 사인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는 고려대 체육위원회로 부터 괘씸죄에 걸려 제명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무적 선수로 출전하여 한 골을 넣었습니다. 그러더니 1988년 럭키금성에 입단했지만 이중계약이라는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없이 사라졌습니다.

소위 '비운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던 선수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김병수, 최문식, 윤정환, 고종수, 이관우는 한국 축구 최고의 축구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테크니션 이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김병수는 선수 시절 잦은 혹사에 시달리더니 결국 부상에 발목잡혀 은퇴하고 말았습니다. 발목과 무릎 수술만 6번했고 아직까지 후유증이 남아있을 정도로 혹사의 여파가 심했습니다. 최문식은 고3때 상대팀의 거친 견제속에 인대 부상을 당하면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윤정환은 뛰어난 공격력과 기술을 지녔지만 몸싸움과 수비력이 뒷받침 되지 못해 '반쪽 선수' 논쟁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고종수는 김병수와 더불어 한국 축구의 관리 부재에서 빚어진 희생자입니다. 1997년 청소년 대표팀 시절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으로 대표팀에서 쫓겨나더니 허정무호에서도 외면받으면서 많은 국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차범근호에서 많이 뛰었을 뿐이죠.) 그러더니 2001년 히딩크호에서는 피로누적 속에서도 대표팀에 꾸준히 차출되어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그해 7월 십자인대 부상으로 1년간의 재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부에서는 고종수의 사생활 문제를 의심스러워 하지만, 그 이전에는 관리 부족이 더 문제였습니다. 이관우는 한양대 시절 교통사고로 긴 시간의 재활을 보내더니 프로에서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윤정환처럼 몸싸움과 수비력 부족으로 반쪽 선수 논쟁에 직면했지만 차범근 감독은 선수 본인의 노력 부족이 더 컸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이천수, 최성국, 권집, 박주영이 축구 천재로 꼽히던 선수들입니다. 이천수, 최성국, 박주영은 잦은 경기 출전으로 인한 혹사에 시달리며 몸이 망가지더니 주위의 지나친 기대 속에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천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이기지 못해 온갖 돌출 행동으로 물의를 빚어 지금까지 고생길을 걷고 있습니다. 권집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수원-부산-전남-전북-포항-대전을 오가는 져니맨 생활이 치명적이었죠. 그나만 박주영이 '운 좋게' 시련의 늪에서 벗어났습니다. 2005년 후기리그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하며 긴 슬럼프의 시간을 보냈지만 AS모나코 진출이 없었다면 '발전 없는 선수'로 비아냥 받았을지 모릅니다. 박주영이 축구 천재 몰락의 대열에서 벗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죠.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로 확실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능 넘치는 인재들이 꾸준히 배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공만 잘차면 '축구 천재'라는 별칭을 남발하고 관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 축구 발전에 이롭지 못합니다. 언제까지 카카-호날두-메시, 그리고 유럽과 남미 축구를 부러워 할 수 없습니다. 축구 천재의 몰락이 계속되는 한국 축구의 악순환을 뜯어 고쳐야 할 때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