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의 아시아 제패를 꿈꾸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클럽인 알 자지라와의 평가전에서 조용형이 센터백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차두리의 허벅지 부상, 최효진의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던 불안 요소를 지우기 위해 조용형 카드를 만지작 거렸죠. 지난해 12월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조영철을 오른쪽 풀백으로 실험했지만 아시안컵을 앞두면서 조용형으로 변경했습니다.

조용형의 오른쪽 풀백 변신이 의외인 이유는 그동안 센터백의 이미지가 굳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홍명보 이후 걸출한 센터백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론 입장에서 조용형에게 거는 시선이 남달랐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테크니컬한 커팅 및 악착같은 대인마크를 앞세워 한국의 16강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물론 센터백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차두리-최효진의 문제점을 대회 끝까지 안고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조용형의 포지션 전환이 성공해야 합니다.

조용형의 오른쪽 이동, 이청용 공격력과 밀접하다

조광래 감독은 특정 선수의 포지션 변화가 잦은 지도자로 유명합니다. 특히 윙백(3백 체제에서)이 대표적 사례 입니다. 사령탑으로 몸담았던 안양LG(현 FC서울)-경남에서 공격 옵션들의 윙백 전환이 잦았죠. 안양 및 서울에서는 최태욱-한정화-이준영-이원식-김승용, 경남에서는 김영우-서상민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대표팀에서는 4백으로 전환하면서 조영철-이용래를 각각 오른쪽, 왼쪽 풀백으로 테스트했고 이제는 조용형까지 오른쪽 풀백으로 맡겼습니다. 물론 조용형은 공격 옵션이 아니지만 측면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축구에서 윙백 또는 풀백의 경기력은 감독의 전술 능력과 밀접합니다. 조광래 감독이 측면 뒷 공간에 민감한 이유죠.)

사실, 조용형은 2007년 성남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습니다. 조병국-김영철로 짜인 성남 센터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4백 이해도까지 떨어지는 바람에(당시 조용형은 3백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박진섭의 백업 멤버로 활약했죠. 김상식-손대호가 아시안컵에 차출되었을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죠. 오른쪽 풀백 전환은 주전 진입 실패에 따른 '좌천' 성격이 짙었습니다. 고려대 시절에 오른쪽에서 출전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센터백으로서 빛을 발하는 선수죠. 2008년에 친정팀 제주로 돌아가 다시 센터백으로 전환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 조용형이 아시안컵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포지션을 맡았던 경험이 있지만 측면에서의 실전 감각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힘껏 발휘할지는 실전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한 가지 불안한 것은, 조용형은 발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상대 공격 옵션들에게 뒷 공간을 허용당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측면이 중앙보다 공간이 넓은데다 부지런한 활동량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죠. 커버 플레이를 얼마만큼 착실하게 하느냐에 따라 포지션 전환의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용형은 오른쪽 풀백으로 성공해야 합니다. 서두에서 차두리-최효진의 불안 요소를 언급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작용하죠. 조용형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청용이 활발히 공격할 수 있도록 받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청용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조용형을 풀백에 배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팀에서 박지성-이청용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의 공격 비중이 높기 때문에 풀백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죠. FC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 다니엘 알베스가 공간을 넓게 움직이면서 메시-페드로 같은 오른쪽 윙 포워드 자원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효과와 밀접합니다. 박지성이 이영표-에브라와 호흡이 잘 맞았던 것도 활동 폭이 넓은 풀백과의 만남이 주효했죠. 반면, 활동 폭이 좁은 오셰이와의 공존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가깝게는 '이청용 소속팀' 볼턴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이청용은 수비 성향의 풀백(스테인슨)과 호흡하면 적극적으로 빌드업을 전개하거나 또는 상대 진영을 활발히 넘나들며 킬러패스를 연결합니다. 하지만 공격 성향의 풀백(리케츠)과 공존하면 오히려 수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공격력이 주춤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리케츠가 스테인슨을 제치고 주전으로 자리잡았던 최근에는 이청용의 공격력이 무뎌졌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즌 6번째 도움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27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는 스테인슨이 주전으로 출전했죠. 하지만 스테인슨은 상대 왼쪽 윙어 초이를 놓치는 불안한 수비력에 시달리며 후반 18분 리케츠와 교체 됐습니다. 그 이후 이청용의 공격적인 페이스가 '체력 저하와 맞물려' 눈에 띄게 저하되었죠.

이청용은 박지성처럼 공수 양면에서 적극적으로 팀에 기여를 하거나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철저한 공격형 윙어로서 후방보다는 전방에서의 플레이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타입이죠. 또한 체력은 이청용의 대표적 약점으로 통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했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시안컵 경기 간격이 결코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광래호가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박지성-이청용의 명불허전 공격력이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이청용의 경기력이 살아나려면 오른쪽 풀백의 수비력이 중요합니다. 볼턴으로 치면 스테인슨의 역할을 짊어질 선수를 말합니다. 바로 조용형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최효진의 컨디션 저하가 아쉽습니다. 지난해 10월 12일 일본전에서 카가와 봉쇄에 성공했던 터프한 수비력을 자랑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4백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서울의 4백에서 끈질긴 마크 및 커버 플레이를 펼치며 소속팀의 K리그 우승을 공헌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수비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던 자신감, 빠른 타입의 상대 공격 옵션을 막아낼 스피드 보유, 조광래호 출범 이후 주전을 꿰찼던 경험이 아시안컵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시즌을 마친지 불과 한 달에 불과하면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고, 그 사이에는 상무 입대 및 기초 군사 훈련에 임했습니다.(훈련 기간 못채우고 대표팀 합류) 컨디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그래서 조용형이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한 것은 최효진의 단점을 메우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복안입니다. 최효진이 아시안컵에서 정상적인 폼을 발휘하기에는 대회 일정이 빠듯합니다. 부상에 시달리는 차두리 또한 다를 바 없죠. 이청용의 공격력 강화 차원에서는 수비적인 풀백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조용형이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용형이 오른쪽 풀백 전환이 조광래호 행보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조용형이 흔들리면 최효진-차두리의 출전 부담이 늘어나면서 자칫 경기력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조용형의 포지션 변신이 성공해야 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편견'이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 생활에 반갑지 않은 키워드입니다. 어떤 사물과 현상에 대해서 그것에 적합하지 않은 견해를 드러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하는 경우를 편견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저 녀석은 공부만 잘했지 운동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곧 편견이 되며 그 학생은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지 모릅니다.

편견의 무서움은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 박주영은 몸싸움에 약하다, 박지성은 공격력이 약하다, 내셔널리그 출신은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다, 키 작은 선수는 축구하지 말아야 한다 등과 같은 편견은 축구에서 골고루 퍼졌으며 실제로 여러 대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편견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은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합니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었던 김남일이 그 이전까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편견에 시달렸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일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첫 승을 거두었던 그리스전에서는 두 명의 주축 선수가 여론의 편견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습니다. 김정우(28, 광주) 조용형(27, 제주)가 바로 그들입니다. 두 선수는 왜소한 체격 때문에 몸싸움이 부족하고 각각 홀딩맨과 센터백으로서 부적합하다는 편견이 따라 다녔습니다. 특히 조용형은 불안한 수비 때문에 '자동문'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평가전에서 사람들의 편견이 틀렸음을 실력으로 입증하더니 그리스전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한국에게 값진 승리를 선사했습니다.

김정우는 90분 동안 중원을 활발히 헤집고 다니며 상대 공격을 찰거머리 같이 봉쇄했습니다. 중원에서 상대팀 선수가 공을 잡으면 그 즉시 공을 빼앗거나 측면쪽으로 몰아세우는 압박을 펼치면서 그리스 공격의 길목을 봉쇄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여기에 정확한 전진패스와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그리스 진영을 위협하며 공수 양면에 걸친 다재다능함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우의 저돌적인 활약을 막지 못했던 그리스 주장 카라구니스는 유로 2004 우승 주역의 이름값을 과시하지 못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질책성 교체 됐습니다.

조용형은 이정수와 함께 센터백을 맡아 강력한 힘과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그리스 공격수들을 봉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90cm가 넘는 신장을 자랑하는 사마라스-하리스테아스를 빈틈없이 커버 플레이했고 골잡이 게카스에게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비 조율까지 힘을 실어주면서 그리스 공격수들을 꽁꽁 묶었고 상대팀이 한국 진영에서 슈팅을 날린 횟수는 단 2개에 불과했습니다. 한마디로 자동문이 고장난 것입니다.

불과 4개월 전 까지만 하더라도, 김정우와 조용형이 그리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칠거라 예견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 2월 10일 중국전 0-3 패배를 빌미로 수비력 부족 때문에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왜소한 체격이 있었습니다.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는 몸싸움을 많이 펼치기 때문에 체격조건이 좋은 근육질 선수들이 선호를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김정우와 조용형은 그 선수들에 비해 말랐기 때문에 투쟁적인 모습이 부족하다는 여론의 평가가 지배적 이었습니다.(김정우와 조용형의 체격은 각각 183cm/70kg, 183cm/72kg 입니다.)

하지만 축구는 농구처럼 체격 조건으로 포지션을 정하는 스포츠 종목이 아닙니다. 아무리 홀딩맨이라도 에시엔같은 근육질 체격이 적합하다는 명제는 축구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스체라노와 라사나 디아라는 170cm 초반의 단신입니다. 센터백은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선호받기 쉽지만 한국에게 0-2로 패했던 그리스 수비수들은 우세한 체격을 맘껏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은 프랑스리그에서 190cm 넘는 거구의 센터백을 상대로 공중볼 경합에서 이겼던 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4년 전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이탈리아 센터백 칸나바로의 키는 176cm입니다.

물론 축구는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장신 선수들은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며 단신 선수들은 공중볼 경합에서 정면으로 맞부딪치기 어렵습니다. 체격 조건의 한계를 이겨내는 선수들이 녹색 그라운드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생존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김정우와 조용형이 바로 그들입니다. 김정우는 홀딩맨으로서 성공하기 위해 지구력을 기르며 중원을 활발히 넘나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웠습니다. 조용형은 특유의 영리한 플레이로 조율과 커버에서 강점을 발휘했습니다.

김정우와 조용형이 허정무 감독의 신뢰를 받는 이유는 홀딩맨과 센터백으로서 우수한 재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하는 패스 플레이를 선호하는데 패싱력이 떨어지는 조원희, 잦은 부상으로 활동 폭이 좁아진 김남일 보다는 공수 양면에서 골고루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김정우를 택했습니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막히면 김정우가 정확한 스루패스와 전진패스, 빨랫줄 같은 중거리슛으로 상대 진영을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기성용과 함께 패스를 통한 콤비 플레이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악착같이 상대 중앙 미드필더를 물고 늘어지는 수비력이 근래에 향상되면서 '한국의 플래쳐(또는 뼈래쳐)'로 불리게 됐습니다.

조용형은 4백 보다는 3백의 스위퍼 체질에 적합한 성향입니다. 강력한 몸싸움으로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파이터형 센터백이 국내에 즐비하다보니 조용형 같은 영리한 타입이 다른 수비수들과 차별화된 특성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4백의 센터백은 파이터형을 두 명 세우기 보다는 서로 다른 유형의 선수들을 세우며 서로의 장점을 최대화시키고 단점을 덮을 수 있는 호흡을 과시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정수-김형일-강민수가 파이터형이라면 조용형은 영리함으로 수비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4백은 대인방어 이전에 끈끈한 수비 조율이 근간이기 때문에 조용형의 비중이 컸고 그리스전 철벽 수비의 원동력 또한 조용형 이었습니다.

그리스전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김정우와 조용형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치열한 격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정우는 기성용 또는 김남일과 함께 마스체라노-베론의 발을 묶어야 하며 조용형은 메시-이과인-밀리토 같은 중앙 공격수 자원들과 경합해야 합니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려면 두 선수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그리스전을 비롯한 최근의 오름세 행보를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전에서 맹활약을 펼칠거라 믿습니다. 두 선수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승리한 '위너'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32개국 참가국들을 비롯 한국 대표팀까지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출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회 개막이 3일 남았기 때문에 부상 선수 속출에 대한 출전국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부상자 발생에 따른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월드컵 성적에 영향을 끼칠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월드컵의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난 것입니다.

우선, 한국은 2년 넘게 붙박이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조용형이 대상포진에 걸렸습니다. 지난 6일 저녁 왼쪽 다리에 피부 발진 및 통증을 호소했고 다음날까지 통증이 가시지 않게 된 것이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투약중이지만 2~3일 정도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복이 늦을 경우 그리스전 활약에 지장이 따를것이 분명합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에 회복 속도가 빠를지는 미지수입니다.

허정무호가 조용형의 대상 포진에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곽태휘의 무릎 부상 악령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곽태휘는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전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을 다치면서 전치 4주 진단을 받아 대표팀에서 하차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호는 곽태휘의 탈락으로 믿고 쓸 수 있는 센터백 자원이 조용형-이정수에 한정되었으며, 곽태휘의 대체자로 올 시즌 K리그에서 극심하게 부진했던 강민수를 재발탁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조용형까지 대상 포진에 시달리면서 수비 라인에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조용형이 컨디션 저하로 그리스전에 빠지면 이정수-김형일 조합이 센터백을 맡게 됩니다.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집중력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정수는 전문 센터백이 아닌 한계 때문에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결정적 실점 위기를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으며 김형일은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큰 무대에서 자기 역량을 유감없이 증명할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조용형을 무리하게 출전시키는 것은 악수입니다. 그리스전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이 있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격진에서는 이동국이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 될 뻔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전 경기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는데 그리스와의 본선 첫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이 최종 엔트리 발탁 여부를 두고 고민했으나 결국에는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전에 풀타임 출전할 수 없어 상대 수비와의 파워에서 경합을 벌일 수 있는 공격 자원이 박주영 한 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문제는 박주영도 부상 이후의 폼이 안좋습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AS모나코에서 3번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을 비롯해 안면 부상 및 팔꿈치 탈골까지 여러차례 부상에 시달렸고 지난 4일에도 팔꿈치가 또 탈골되고 말았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2월 햄스트링 부상 이후 8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 상태에서 허정무호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4일 일본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었지만 4개월째 필드 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골 뿐만이 아닙니다. 박주영이 부상 복귀 이후 움직임이 저하된 것이 문제입니다. 활동 폭을 넓게 잡지 못해 최전방에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올 시즌 초반과 중반에 모나코에서 최전방과 2선을 부지런히 오가며 네네와 콤비 플레이를 펼친 끝에 공격 포인트를 올렸을 때보다 움직임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시즌 후반 모나코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아쉬움을 남겼고 지금의 허정무호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개인 능력 만큼은 한국의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믿음직하기 때문에 그리스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원에서는 김남일이 3년 전에 시달렸던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 후유증으로 개인훈련을 소화했습니다. 2007년 6월 양측 서혜부(사타구니)와 치골 부위에 심한 통증을 겪으면서 2개월 동안 결장하고 아시안컵까지 불참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후유증이기 때문에 경기 출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힘을 소모하며 경기를 치르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김남일-김정우-기성용에 불과한 허정무호에게 있어 김남일의 탈장은 앞으로의 월드컵 행보에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도 부상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센터백을 맡고 있는 방겔라스 모라스는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는 발목을 다치면서 한국전 출전이 불투명합니다. 모라스와 키르기아코스는 190cm가 넘는 장신에 공중볼 처리와 대인방어에 강점을 나타내는 수비수들이기 때문에 그리스의 전력적 손실이 예상됩니다.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여러차례 골을 넣었던 그리스에게 '골 넣는 수비수' 키르기아코스의 부상은 공격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에이스였던 존 오비 미켈이 지난 4월 14일 볼턴전에서 당했던 무릎 부상이 늦게 회복되면서 월드컵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미켈은 나이지리아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공격을 조율했으나 이제는 다른 대체 자원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실정입니다. 칼루 우체 이외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에서 특출난 자원이 없는 나이지리아 입장에서는 스리톱의 개인 능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루크만 하루나가 최근 평가전에서 돋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공격력이 여물지 않은 20세 미완의 대기입니다.

물론 부상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찾아오며 어느 팀이든 부상에 따른 손실을 안고 가야 합니다. 그 손실이 많으면 대표팀의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행히 허정무호는 여러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하고 4-2-3-1이나 3백을 실험하는 플랜B를 통해 뜻밖의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렀습니다. 과연 허정무호가 부상 선수들의 속출 속에서도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있어 코드티부아르전은 힘든 경기가 될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유럽 무대에서 입지를 굳힌 선수들이 즐비한 팀인데다 세계 최고의 타겟맨 디디에 드록바(32, 첼시)의 이름 그 자체가 제법 무게감이 큽니다. 만약 한국이 '드록바 봉쇄'에 실패하면 이날 경기에서의 승리가 어려워지는데다 대량실점 패배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전 앞둔 허정무호의 고민, 조용형 부진

남아공월드컵 본선이 얼마 안남은 현 상황에서 한국의 대량 실점 패배는 반갑지 않습니다. 평가전에서 수비 불안으로 상대팀에게 여러차례 실점을 허용하면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하는 팀들에게 고질적인 약점을 쉽게 노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가 지난해 12월 월드컵 조추첨 이후 한국에 대한 전력 분석에 돌입했다면 수비 불안에 대한 약점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코트디부아르전은 한국이 수비 불안을 극복하고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의 무대가 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한국의 수비진이 약팀들에게 조차 쩔쩔메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1월 잠비아전 2-4 패배, 2월 중국전 0-3 패배로 고전했기 때문이죠. 잠비아전에서는 고지대 적응 및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에 대한 적응 미숙, 중국전에서는 곽태휘의 컨디션 문제를 변명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프로는 어디까지나 결과로 말할 뿐입니다. 지난해 11월 덴마크-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실점만 허용했던 전적을 상기하면, 지금의 수비 조직력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잠비아-중국전에서 부진했던 수비 라인을 그대로 끌고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김형일이 강민수의 부상으로 대신 명단에 발탁된 것을 제외하면, 조용형-이정수-곽태휘는 허정무 감독의 재신임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수비수(황재원) 발탁을 통한 쇄신의 필요성이 없지 않았지만 월드컵 본선이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변화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수비수는 개인 기량보다 조합의 힘을 근간으로 삼기 때문에 조용형을 중심으로 하는 수비력을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조용형 중심의 수비 조직력은 늘 불안했다는 것입니다.

허정무호는 2008년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조용형을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 시켰으며 센터백 조합은 조용형-강민수 또는 조용형-이정수 였습니다. 한국이 중국에게 0-3으로 패했던 경기에서는 조용형-곽태휘가 후방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조용형은 상대 공격수의 빠른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을 비롯 한 박자 느린 커버 플레이로 팀의 수비 불안을 키웠습니다. 과거에는 정확한 전진 패스와 피딩 패스를 통해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뽐냈지만 최근에는 부정확한 볼 배급을 일관하며 미드필더들의 허리 장악을 어렵게 했습니다.

그런 조용형은 지난해 상반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대표팀에서 인상깊은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폼이 떨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지난달 동아시아축구 선수권대회 중국전과 일본전에서 상대 공격수의 마크를 번번이 놓친것을 비롯 수비 집중력 부족, 동료 센터백과의 호흡 조절 미숙으로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만약 한국과 상대했던 일본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이 빈약하지 않았다면 이날 허정무호의 승리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며 조용형은 수비력 불안이라는 여론의 주된 질타를 받았을 것입니다. 한국의 일본전 3-1 승리는 '허정무 감독과 더불어' 조용형에게 면죄부로 작용한 셈입니다.

드록바 봉쇄, 모두의 합심이 필요하다

수비 불안으로 고민중인 허정무호에게 있어 코트디부아르전은 험난한 일전이 될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는 드록바를 필두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빠른 스피드, 현란한 개인기,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는 막강한 공격 컬러를 자랑하는 팀입니다. 남아공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6경기에서 19골(5승1무, 4실점)을 몰아칠 정도로 골 생산이 뛰어납니다. 특히 드록바는 6경기 중에 5경기에 출전하여 모두 풀타임으로 뛰지 않았지만(368분) 6골을 넣으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문제는 드록바의 타겟 역량을 막아내기 위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드록바와 공을 다투고 공간 싸움을 해야 할 센터백 자원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형-이정수-김형일-곽태휘는 드록바를 제압할 수 있는 개개인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조용형은 대인마크와 공중볼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가 아니며 이정수는 고질적인 수비 집중력 부족이 흠입니다. 김형일은 한국의 대표적인 파이터형 센터백으로서 드록바를 제압할 힘이 있지만 그의 빠른 발을 막기에는 스피드가 느립니다. 곽태휘는 한때 허정무호의 황태자였으나 중국전 0-3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 처럼 잦은 부상으로 폼이 떨어졌습니다.

물론 수비는 개인의 수비 역량보다는 동료 수비수끼리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특히 포백은 지역방어가 중요함으로써 상대 공격수의 돌파를 저지하고 공격 길목 및 예봉을 끊기 위한 전술적인 움직임이 필수입니다. 대인방어에서 드록바에게 약점을 나타낼 가능성이 다분한 한국으로서는 지역방어에 승부수를 던져야 합니다. 물론 지역방어는 상대 공격수를 순간적으로 놓칠 수 있는 문제점이 있지만 대인방어를 쓰기에는 상대 공격수 봉쇄에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하며 다른 공격 옵션을 놓치는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드록바는 측면과 중앙을 넓게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 수비수의 마크 자체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드록바에게 골 기회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용형과 이정수가 수비 밸런스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용형이 커버 플레이를 하면서 수비수들을 완급조절하고 이정수가 상대 공격수를 마크하는 역할 분담이 철저해야 합니다. 두 선수 모두 수비 전환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거나, 뒷 공간을 자주 허용했고, 동료와의 호흡마저 맞지 않았던 취약함이 있지만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수비 집중력부터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드록바가 순간적인 움직임이 빠르고 위협적인 선수인 만큼, 두 선수가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방어는 숫적 우위를 근간으로 합니다. 한국이 드록바을 봉쇄하려면 미드필더들이 드록바쪽으로 통하는 패스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용형과 이정수가 드록바 봉쇄에 대한 부담을 줄이며 마음 편히 수비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여 상대 미드필더진에서 드록바쪽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차단하고, 미드필더들의 공격 길목을 사전에 봉쇄하거나 압박 수비를 펼쳐 허리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면 경기의 흐름은 한국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기성용의 조력자이자 홀딩에 무게감을 두는 김정우는 드록바 봉쇄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짊어집니다.

결국 드록바 봉쇄는 조용형의 활약을 비롯 모두의 합심이 필요합니다. 지역방어의 근간인 수비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수비수들을 비롯 미드필더들이 상대의 공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만약 미드필더들이 수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 포백 라인을 윗쪽으로 올려 미드필더들의 공격을 이끌어내는 유동성이 필요합니다. 안정적인 볼 키핑을 통해 상대팀이 드록바에게 패스를 연결하려는 기세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만약 한국이 드록바 봉쇄에 실패하면, 한국의 코트디부아르전 승리는 어려울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2009년 12월 5일. 한반도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추첨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하면서 조추첨에 눈길을 끌어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한은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그리스와 B조에 편성되어 최악의 대진을 피했지만 북한은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 됐습니다. 두 국가는 이제 남은 6개월 동안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현재의 능력을 키우고 남아공에서 쏟을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날 당일 제주도에서는 뜻깊은 친선경기가 열렸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는 취지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경기가 열렸죠.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와 연변FC(애칭 : 백두산 호랑이)의 경기입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한반도 남쪽에 있는 섬이자 한라산이 있는 제주도를 연고지로 하는 팀이고 백두산 호랑이는 한반도 북쪽에 있는 백두산의 인접 지역을 연고지로 삼는 중국 유일의 조선족 프로축구 팀(중국 2부리그)입니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만남은 한민족이 축구를 통해 화합하는 '꿈의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코리안 풋볼 드림매치 2009>라는 타이틀로 열린 경기는 SK텔레콤의 생각대로T가 드림풋볼 캠페인 일환으로 친선경기를 개최했습니다. 축구를 통해 진솔한 꿈의 이야기를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여 희망과 용기를 전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경기를 후원했습니다. 축구는 온 국민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스포츠이자 남한과 북한, 조선족 동포 모두가 좋아하는 스포츠이자 한민족의 교류와 소통을 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생각대로T는 대중들에게 축구의 진정성을 전했습니다.

이 경기는 홈 팀인 제주가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양세근과 심영성이 전반 26분과 27분에 릴레이 골을 넣으며 2-0으로 승리했으며 경기 내용에서도 제주의 우세가 돋보였습니다. 개인 기량을 비롯 전술 이해도, 공간 장악, 공을 다루는 기술은 제주가 백두산 호랑이를 월등하게 앞섰습니다. 조진호 감독 대행 체제로 4-1-4-1 포메이션을 구사한 제주는 경기 초반부터 좌우 윙어인 심영성과 이현호의 측면 돌파를 앞세워 활발한 공격을 시도한 끝에 전반 중반에 두 골을 넣으며 손쉽게 승리했습니다.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는 제주가 승리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의 주인공은 제주가 아닌 백두산 호랑이 입니다. 중국 유일의 조선족 프로축구 팀이라는 특징을 비롯 제주와의 드림매치에서 이기는 것보다 한 수 배우겠다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기 때문이죠. 중국 2부리그 팀과 한국 K리그 팀의 클래스는 엄연히 존재하고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제주의 홈이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제주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백두산 호랑이 입장에서는 제주가 '강팀' 이었습니다.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1부리그로 올라설 수 있는 실력과 꿈, 희망을 키우며 앞날의 밝은 미래를 열고 싶었을 것입니다.

백두산 호랑이는 연변FC라는 이름으로 중국 프로축구에 참가하는 팀입니다. 1997년 고 최은택 한양대 교수가 1부리그 강등 위기로 고전하던 팀의 사령탑을 맡아 4위로 도약해 한국 축구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1997년 부터 재정난에 빠진것을 비롯 스폰서로 나섰던 한국 굴지 대기업들의 장기적인 후원이 이어지지 않아 팀이 매각되어 상하이로 연고지 이전하는 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수백 명의 조선족 팬들은 떠나는 선수들에게 통곡하며 '우리에게 돈이 없어 너희들을 보내지만, 민족을 잊지 말고 열심히 하거라'며 돈을 건넸다고 합니다.

그래서 백두산 호랑이는 2001년 2군 선수들을 앞세워 4부리그에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똘똘 뭉쳤고 3년 뒤에는 3부리그에서 17승1무의 놀라운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2부리그에 승격 됐습니다. 그러나 선수 일부가 '중국 축구의 병폐' 축구 도박에 빠지면서 팀의 이미지가 실추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해 또 다시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선수들은 든든한 식사 한끼 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10시간의 이상의 기차로 원정경기에 나선다고 합니다.

하지만 백두산 호랑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부리그 진출의 꿈을 위해 지금도 온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연말 생각대로T가 후원하는 친선경기에 초청되어 제주와 경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강팀이 어떻게 경기를 주도하고 경기 순간마다 어떤 기술을 쓰는지, 공간을 압박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며 1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한국 대표팀 주전 수비수이자 제주의 주장인 조용형과 함께 실력을 겨루었다는 점은 이들에게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김광주 백두산 호랑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는 우리 팀에게 아주 좋은 학습이 되었다. 제주는 좋은 플레이을 많이 보여줬고 단합해서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친선 경기임에도 수준 높은 축구를 구사한 제주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팀의 주장이자 수비수를 맡고 있는 한청송도 마찬가지의 반응 이었습니다. 그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특히 조용형 선수의 패스, 위치 선정 등 좋은 점을 배웠다"고 말해 앞으로 조용형처럼 군계일학의 수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듯한 늬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의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를 위한 친선 경기. 그 현장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사진=5일 이른 아침에 서울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창문에서 바라본 하늘이 맑았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비행기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의 모습입니다. 이번에 비행기를 처음 타보게 되었는데 기분이 매우 새로웠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제주 시가지에서 본 제주 유나이티드와 백두산 호랑이의 홍보 현수막입니다. 제주도에서 이 경기에 대한 홍보가 많았음을 짐작케 합니다. (C) 효리사랑]


[사진=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경기장 부근에 경기를 홍보하는 화물트럭을 발견 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현수막 문구입니다. "한민족 축구의 기상을 펼쳐라!" (C) 효리사랑]


[사진=경기장 안에 도착했더니 어느 모 음악 프로그램의 무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음악 프로그램이 제주도에서 생중계 촬영을 하기 때문이죠. 소녀시대와 2PM을 비롯한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 했습니다. 이날 경기는 E석의 출입을 통제하고 그곳이 음악 프로그램 무대로 쓰였습니다. 본부석 2층을 제외한 나머지 관중석에서 일반인의 출입이 이루어졌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스타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음악 프로그램 생중계 촬영 때문에 관중들의 연령대가 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초중고등학생 같은 10대들이 눈에 띄게 많았죠. 어린 아이들 몇명에게 "축구 보러 왔어요? 아니면 음악 프로그램 보러 왔어요?"라고 물어보니까 전원이 음악 프로그램 보러 왔다고 하더군요. 제주도에는 문화 행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예인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얼핏보면 이들에게는 축구가 무관심 존재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고마운 것은 축구를 보면서 음악 프로그램도 봤다는 것입니다. 축구가 끝난 이후에 경기장에 들어와서 음악 프로그램을 보러 온 관중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축구를 봤다는 것이죠. 어쩌면 제주의 어린이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와의 인연을 맺으며 축구 사랑의 씨앗을 뿌렸을지 모릅니다. 축구 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은 제주의 어린이들에게는 값진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매력이 아닐까요.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전 포미닛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관중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전 양팀의 선수 소개가 있었습니다. 전광판에 소개 된 백두산 호랑이 공격수 허파와 제주 수비수 조용형의 모습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FIFA 페어플레이 기를 선두로 두 팀의 출전 선수들이 입장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VIP분들의 시축 장면 (C) 효리사랑]


[사진=본부석에서 본 제주 유나이티드와 백두산 호랑이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입니다. 전용구장이라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시야가 가깝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경기 도중 백두산 호랑이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졌습니다. 비시즌에 열리는 경기라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닌데 부상까지 당하면 선수의 마음이 괴로울 수 밖에 없죠. (C) 효리사랑]


[사진=백두산 호랑이는 경기 초반부터 제주에게 점유율에서 밀리더니 결국 전반 30분만에 2골 허용했습니다. 두 팀의 실력차가 컸음을 느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하지만 백두산 호랑이를 응원하는 팬들은 0-2로 지고 있는 스코어 속에서도 경기 종료까지 빨간색 막대풍선을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실점과 패배에 아쉬워하지 않고 축구 자체를 즐기는 팬들의 응원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축구의 순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모습입니다. 백두산 호랑이 팬들은 이번 경기를 위해 중국에서 직접 건너온 조선족 분들이나 또는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분들일 겁니다. (C) 효리사랑]


[사진=이날 경기를 공중파로 생중계한(케이블 생중계가 아닌) MBC의 리포터가 백두산 호랑이 팬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장면입니다. 백두산 호랑이 팬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한국의 방송으로 전파되는 것을 기뻐할 것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해병대와 해군 장병들도 경기를 직접 관람했습니다. 장병들은 신종플루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서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군 생활로 지친 나날을 보냈던 장병들은 축구를 통해 철책 안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S석에서 찍은 본부석의 모습입니다. 본부석 1층에는 많은 관중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고 2층은 출입 통제로 단 한명의 관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제주 서포터들이 응원하는 N석 모습입니다. 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제주의 홈이지만 제주 서포터 숫자는 극히 적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숫자를 기대하는건 무리입니다. 제주가 순수한 제주팀이 아니기 때문에(2006년 2월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 이전) 제주 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지 못습니다. 효리사랑이 있던 본부석에서는 제주 서포터들의 서포팅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백두산 호랑이팬들의 막대풍선 소리와 관중들의 함성만 들렸을 뿐입니다. 제주로서는 서포터 숫자를 늘리면서 고정팬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 효리사랑]


[사진=매점이 관중석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점은 관중 입장에서 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관중은 경기를 봐야 하기 때문에 관중석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관중석 바깥으로 나가는 길목에 매점을 운영한 제주 구단의 '센스'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쥐포를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게 마음에 들었어요. 두 개의 사진은 경기 도중에 찍었습니다. (C) 효리사랑]


[사진=하프타임때 노라조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효리사랑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팬이라 '3루타의 사나이' 조빈(왼쪽 첫번째에서 파마머리 가발을 쓰고 노래부르는 가수. 실제로는 스포츠 머리입니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조빈의 모습을 관중석에서 직접 보면서 "조빈 화이팅", "천하무적 일타일생"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경기 당일 저녁 제주공항에서 조빈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습니다. 야구로 단련된 조빈의 몸이 군더더기 없이 탄탄하더군요. (C) 효리사랑]



[동영상=후반전에는 백두산 호랑이 선수들의 반격이 쉴세없이 진행 되었습니다. 제주 선수가 공을 가지면 즉시 빼앗아 역습을 노리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후반전에는 태클 횟수가 전반전보다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백두산 호랑이에게 가장 아쉬웠던 후반 막판 장면. 헤딩골과 문전에서의 다이렉트슛이 모두 골망을 출렁이지 못했습니다. 특히 골대를 강타한 슈팅이 백두산 호랑이 입장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백두산 호랑이는 제주 선수와의 실력차를 이기지 못하고 0-2로 패했습니다. 하지만 매너는 지지 않았습니다. 경기 종료 후 제주 벤치쪽으로 찾아가 상대팀 일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저희들에게 축구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고맙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붙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듯한 마음이 그들에게서 느껴지더군요. (C) 효리사랑]

[사진=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모두 퇴장하자마자 음악 프로그램의 생중계가 곧 시작 되었습니다. 저는 스케줄때문에 음악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축구도 보고, 음악 프로그램도 보면서 문화의 흥미에 한껏 취했을 것입니다. (C) 효리사랑]



[동영상=경기 종료 후 중문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12월의 파도가 정말 아름답네요. 효리사랑의 나레이션을 들을 수 있습니다. (C) 효리사랑]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