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즐라탄' 지동원(20, 선덜랜드)이 한국 선수 중에서 역대 8번째 프리미어리거로 거듭났습니다. 전남 드래곤즈가 22일 오후 자신의 선덜랜드 이적 및 3년 계약을 공식 발표했죠. 다가오는 새 시즌에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지동원(선덜랜드)이 '세계 최고의 리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저력을 떨칠 예정입니다.

지동원 선덜랜드 이적은 모두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한국 축구팬들은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 활약상을 지켜보며 유럽 축구를 즐길 흥밋거리가 늘었고, 조광래호-홍명보호는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팀 공격의 파괴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동원은 세계 최고의 리그를 주름잡는 동기부여를 얻었고, 선덜랜드는 '지동원 효과'로 공격력 강화를 벼를 것이며, 전남은 지동원을 떠나보낸 조건으로 이적료 350만 달러(약 38억원)를 얻으며 바이아웃 75만 달러(약 8억 500만원)의 몇배를 뛰어넘는 금액을 얻게 됐습니다.

지동원, 기안과 공존해야 EPL에서 살아남는다

분명한 것은,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즉시 전력감 입니다. 자신의 선덜랜드 이적설이 처음으로 제기될 때는 여론에서 바이아웃을 놓고 '헐값 논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동원은 샬케04, PSV 에인트호벤 같은 독일과 네덜란드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몸값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선덜랜드는 당초 전남에 제시했던 이적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350만 달러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선덜랜드가 이적료를 올리지 않았다면 지동원 영입 의사가 없었거나 또는 관심이 미미했겠죠. 선덜랜드가 지동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적료가 껑충 올랐습니다.

지동원을 영입한 선덜랜드의 문제점은 공격진입니다. 대런 벤트가 지난 1월 애스턴 빌라로 이적했고 대니 웰백이 원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임대 복귀 되면서 공격진의 파괴력이 약해졌죠. 백업 공격수였던 프레이저 캠벨은 장기간 부상으로 실전 감각이 저하됐습니다. 왼쪽 윙어 스티드 말브랑크는 경기 내용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두 시즌 연속 골이 없었으며 내년이면 32세로서 윙어로서의 운동 신경이 저하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올해 35세였던 부데바인 젠덴은 선덜랜드와의 계약이 종료됐죠. 오른쪽 윙어 아메드 엘모하마디는 최근 선덜랜드 완전 이적에 성공했지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6경기 2도움에 그쳤습니다.

선덜랜드는 2010/11시즌 중반까지 프리미어리그 7위를 질주하며 볼턴과 함께 중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막판 10위로 주저 앉으면서 다음 시즌을 위한 전력 보강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래서 지동원 같은 공격 옵션을 원했죠. 최근에는 리버풀의 '미완의 대기' 다비드 은고그 영입을 추진하며 공격력 보강에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지동원은 공격수, 왼쪽 윙어를 동시에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다른 공격 옵션들에 비해 활용가치가 큽니다.

다만, 지동원의 왼쪽 윙어 포진은 개인적으로 비관적입니다. 말브랑크-엘모하마디 같은 좌우 윙어들이 2010/11시즌 무득점에 그친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덜랜드는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며 좌우 윙어들의 돌파력을 공격 전술의 근간으로 삼습니다. 말브랑크-엘모하마디는 수비진 앞에서 존 디펜스를 유지하면서 공수 전환이 바뀔때는 돌파를 시도하는 성향이죠. 그래서 수비 가담이 많습니다. 그나마 웰백은 공격수를 오가면서 득점력을 키웠지만 이제는 선덜랜드 소속이 아닙니다. 공격 성향이 짙으면서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를 익히지 않은 지동원이 왼쪽 윙어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브루스 감독은 4-4-2를 선호하는 지도자입니다. 구조적으로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동원이 각급 대표팀 및 전남에서 맡았던 4-2-3-1과 4-3-3에서 왼쪽 윙어로 뛸 때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왼쪽 수비 공간을 커버링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4-4-2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넓기 때문에 윙어들의 수비 전환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또한 지동원은 전문 윙어가 아닌 공격수이며, 측면 미드필더는 세컨드 포지션 입니다.

결국, 지동원이 선덜랜드의 주전으로 자리잡으려면 기안의 투톱 파트너로 거듭나야 합니다. 기안은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1경기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잉글랜드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지난 7일 전주에서 열린 A매치 한국-가나전에서 증명했듯, 박스에서 상대 수비수를 몰아붙이면서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타겟맨입니다. 만약 정성룡의 몇 차례 선방이 없었다면 기안이 1~2골 더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을 정도로 슈팅이 강력합니다. 올 시즌 전반기 벤트와 호흡할때는 2선과 최전방 사이의 공간을 쇄도하는 탄력이 인상적이었죠. 기교를 자랑하는 지동원과는 다른 유형의 공격수 입니다.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성공하려면 기안과의 공존이 중요합니다. 기안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연결하면서 골 기회를 돕거나, 또는 박스쪽으로 침투하는 기안의 패스를 받아 골을 노리는 상호 작용이 선덜랜드의 공격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지동원은 187cm 장신에 비해 피지컬이 약한 것이 약점이지만, 기안이 탄력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사이를 파고들면 근처에서 골 기회를 포착하며 선덜랜드의 득점력을 높이는 틈이 있습니다. 기안처럼 전형적인 타겟맨은 아니지만 박스쪽에서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하는 골 기회에 강했던 것이 지동원의 또 다른 장점이죠.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이란전, 지난 7일 A매치 가나전이 그 예 였습니다.

그리고 지동원은 기안에게 패스를 내줄때의 볼 처리가 빨라야 합니다. 선덜랜드의 공격 방향은 직선적이고 템포가 빠릅니다. 그 리듬이 박스쪽에서 끊어지지 않으려면 공격수가 볼을 잘 다루어야 합니다. 지동원은 시야를 넓히면서 동료 선수의 패스 방향을 읽고, 볼을 터치하는 공간을 미리 선점하며, 상대 수비 위치에 따라 2차 패스-침투-슈팅을 노릴때의 판단 속도를 높이며 팀 공격의 빠른 템포를 살려야 할 것입니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기기 때문에 낯선 무대에 금새 적응할지가 관건이지만, 기안과 호흡을 맞추고 또 맞추면서 프리미어리그 성공의 자신감을 얻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한국 대표팀 간판 공격수' 지동원(20, 전남)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지난 1일 이적설을 제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동원 진로를 관심 깊게 바라보고 있죠. 지난 4월말 뉴캐슬에 이은 또 하나의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입니다.

만약 지동원이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할 경우, 최소 10년 동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의 '축구 종가' 도전은 상징성이 큽니다. 2년 전 볼턴 이적 및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던 이청용 성공 사례는 K리그 영건이 빅 리그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지동원이라면 프리미어리그에 충분히 도전할 역량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동원의 이적을 바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은 무조건적인 찬성이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진=지동원 영입설을 언급한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 메인. 하지만 선덜랜드의 공식적인 언급은 아닙니다. 지동원을 중심으로 다루었던 이적설 모음에 가깝습니다. (C) safc.com]

지동원 선덜랜드 이적,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설은 선수 본인 및 전남 구단, 정해성 전남 감독이 몰랐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 지동원과 전남이 이전부터 선덜랜드와 접촉이 있었다면 이적설을 인정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선덜랜드 이적설이 떴다고 해서 이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에는 지동원 영입설과 관련된 소식이 메인에 있지만, 실제로는 선덜랜드 이적설로 주목받는 선수들을 리스트 형식으로 나열하면서 언론 보도를 그대로 전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지동원은 지금 당장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닙니다.

물론 지동원은 유럽 진출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저녁 올림픽대표팀 평가전 오만전이 끝난 뒤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것이 최종 꿈이라고 언급했죠. 하지만 지동원이 유럽 진출을 원한다고해서 즉시 팀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동원은 2013년까지 전남과 계약된 선수입니다. 프로 선수는 구단과의 계약 기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 2008년 여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막았던 전례를 봐도 말입니다. 호날두 이적은 이듬해 여름에 성사됐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8000만 파운드(약 1411억원)라는 역대 세계 최고의 이적료를 물어줬습니다.

선덜랜드가 지동원을 영입할 의사가 있다면 전남에게 이적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국내 언론들은 지동원 예상 이적료를 100만 달러(약 11억원) 연봉에서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100만 달러는 2009년 여름 FC서울에서 볼턴으로 이적했던 이청용(200만 파운드, 약 35억원)보다 절반도 안되는 수치입니다. 이청용 이적료 200만 파운드도 결코 많은 돈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선덜랜드가 전남에게 100만 달러를 웃도는 이적료를 제시해도 지동원을 데려갈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전남이 이적료 액수에 만족하지 않으면 지동원 이적은 성사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전남은 대승적 차원에서 지동원을 선덜랜드에 보내야 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 축구를 위해서 지동원을 외국으로 보내며 전력 약화를 감수하는 희생을 택할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남은 선덜랜드와 똑같은 프로 클럽입니다. 아무리 선덜랜드가 빅 리그에 속한 클럽이라도 전남이 힘의 논리에 순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전남과 선덜랜드는 지구 반대편 사이에서 다른 리그에 속한 클럽일 뿐입니다. 그리고 전남을 비롯한 K리그 클럽들은 스타들을 외국으로 보내기 위해서 선수들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외국 클럽의 선수 영입을 위한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선덜랜드가 지동원 영입을 '진심으로' 희망하는지 여부는 이적료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적료가 많을 수록 팀 전력에 즉시 가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언급되는 1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의 이적료는 전남이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동원이 20세 유망주임을 감안해도 액수가 적습니다. 선덜랜드가 지동원을 주전 공격수로 기용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지동원이 팀 내 입지를 보장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적이 성사되었다면(전남의 동의하에) 유럽에서 힘겨운 생존 경쟁을 해야 합니다. 벤치를 전전할수록 실전 감각 저하는 분명하며, 자칫 한국 대표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지동원 같은 어린 선수는 팀의 네임벨류 보다는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가 더 중요합니다.

다른 사례를 언급하면,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했던 선수들 중에서 이동국-김두현-조원희는 철저하게 실패한 케이스 입니다. 이동국-조원희는 자유계약, 김두현은 웨스트 브로미치가 성남(당시 김두현 원 소속팀)에게 55만 파운드(약 9억 6900만원)의 이적료를 지불했습니다. 이동국은 적응 실패, 김두현은 부상 후유증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지만 애초부터 지속적인 선발 출전을 보장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반면 일본의 카가와 신지는 지난해 여름 세레소 오사카에서 독일의 도르트문트로 떠났을때의 이적료가 35만 유로(약 5억 4000만원) 였습니다. 하지만 세레소 오사카가 유럽으로 보낼 의지가 있었고, 카가와 본인의 노력 및 도르트문트의 선수 육성 의지가 서로 맞물리며 '카가와 효과'가 결실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지동원은 카가와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전남이 키워낸 유스 선수입니다. 지동원이 거쳤던 광양제철고 축구부는 전남의 유스팀입니다. 전남이 예전부터 공들여서 키웠던 선수였고, 지금은 팀의 간판 선수이자 아시안컵을 빛냈던 주역으로서 다른 클럽에 저렴한 이적료로 넘길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지동원은 K리그 유스팀 선수 육성의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전남이 지동원을 다른 팀에 쉽게 내줄 상황이 아닙니다. 선덜랜드를 비롯한 다른 팀들이 지동원을 영입하고 싶다면 전남이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 향후 K리그 영건들이 유럽에 좋은 조건으로 이적하기 위해서, 유소년 시스템의 가치가 향상되기 위해서 지동원 이적료는 정당한 값어치가 있어야 합니다.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설이 반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적이 성사되더라도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선덜랜드 영입 의지보다는 전남의 입장이 더 우선 되어야 합니다. 물론 전남이 지동원 이적을 맹목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동원 유럽 진출은 전남의 선수 육성이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순간입니다. 이적 조건이 만족스럽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지동원-전남-정해성 감독이 선덜랜드 이적설을 몰랐던 현 시점에서는, 지동원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무조건 찬성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더 지켜보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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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 주역으로 활약했던 박지성과 이천수. 황선홍과 홍명보의 'H-H 라인'에 이어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스타로 떠올랐던 이들의 8년 뒤 행보는 그야말로 극과 극 입니다. 한 선수는 세계적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또 한 선수는 져니맨인데다 얼마전 임금 체불 문제로 소속팀을 떠났습니다. 전자는 한국 대표팀 주장이지만 후자는 대표팀 명단 발탁 때 마다 고배를 마셨습니다.

 

박지성의 무한 발전은 참으로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이천수의 몰락이 씁쓸합니다. 10년 전 청소년 대표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며 '밀레니엄 스타'로 떠올랐던 이천수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수 본인의 재능만을 놓고 보면 유럽에서 충분히 통했을 것이며 지금쯤 허정무호의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을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울산-페예노르트-수원-전남-알 나스르에서 활약했던 행보만을 놓고 봐도 축구 선수로서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알 나스르에 이어 또 다른 팀을 찾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천수는 지난해 7월 전남과 갈등을 빚은끝에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프로축구 팀인 알 나스르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알 나스르에서 8개월 동안 사이닝보너스를 지급받지 못한 것을 비롯 총 8억원의 임금을 체불당한 끝에 얼마전 귀국했습니다. 이천수는 그동안 구단 수뇌부에게 돈을 달라는 요구를 수없이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사우디 프로축구연맹과 사우디 축구협회까지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여권을 얻어 국내에 귀국했지만, 알 나스르가 아직 잔여 경기를 더 치러야 하기 때문에 무단 이탈로 몰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이천수와 알 나스르의 계약 종료는 올해 6월 말)

 

사우디를 떠난 이천수는 새로운 소속팀을 찾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초 K리그에서 임의탈퇴로 공시되었고 그 권한을 쥐고 있는 전남이 임의탈퇴 해제에 강경한 반대를 취하면서 국내의 어떤 팀과 계액을 맺고 뛸 수 없습니다. 중국 슈퍼리그는 이미 선수 등록 기한이 지났고 일본 J리그는 선수 등록이 3월말에 마감되지만 이미 많은 팀들이 외국인 선수 쿼터를 채웠습니다. 하지만 수원-전남-알 나스르와의 이별이 매끄럽지 못한것을 비롯 그라운드에서 말썽을 피우며 물의를 빚었던 이천수를 J리그 클럽들이 받아줄지는 의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 것입니다.

 

이천수의 사우디 진출은 어떠한 명분과 실리가 없었습니다. 사우디 진출 그 자체가 선수의 커리어 향상 및 유럽 진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고액 연봉을 얻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8억원의 막대한 임금 체불 이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소속팀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 소속팀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축구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실전 감각을 익히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데 이천수에게 그런 기회가 빠른 시일내에 열릴지 의구심이 듭니다.

 

결국, 이천수가 전남과 대립하면서 사우디에 진출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이천수 본인이 스스로 자초했던 결과입니다. "페예노르트가 연봉 9억원보다 많은 돈을 원하는 구단이 있으면 이적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페예노르트의 양해를 얻어 자의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사우디 진출을 위한 전남과의 논의 및 절차를 무시하며 에이전트와 함께 언론 플레이까지 일삼았던 이천수의 행동은 축구팬들의 지탄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 되었고 K리그 구단 단장들까지 이천수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습니다.

 

이천수 행보가 실망스러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박항서 전남 감독에 대한 도의를 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천수는 전남 시절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항서 감독에 대한 은혜를 갚겠다"고 말한것을 비롯 모 방송국 토크쇼(백지연이 진행하는 프로)에서는 박항서 감독에게 영상편지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2008년 연말 수원에서 임의탈퇴 공시를 받아 자칫 2009시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수도 있었던 이천수를 벼랑끝에서 구원했던 사람이 박항서 감독 이었기 때문이죠. 만약 박항서 감독이 없었다면 이천수의 축구 인생은 걷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이천수가 지난해 3월 주먹감자 파문으로 6경기 출전 정지 및 페어 플레이 기수 징계를 받았을 때, 박항서 감독은 선수 관리 부실로 전남 구단에 벌금 100만원을 지불 했습니다. 그럼에도 박항서 감독은 이천수의 재기를 믿었고, 제자는 스승의 기대속에 징계를 마치고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허정무호 발탁 여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천수는 박항서 감독에게 배신을 안기고 무리수를 감행하며 사우디로 떠났습니다.

 

이천수 입장에서 사우디 진출은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죠. 유럽 진출을 앞두던 2007년 8월 어느 모 중견 기업인에게 돈을 빌려줬으나 그 기업인이 이자마저 갚지 않아 운동을 제대로 병행할 수 없었고 시즌 도중 국내에 귀국해 돈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그 돈이 자신의 전 재산이었기 때문이죠. 국내 여론은 이천수의 돌연 귀국 이유를 향수병으로 진단했지만 추측에 불과했습니다. 돈이 없었던 이천수는 스트레스로 마음 고생에 시달린 끝에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사우디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8억원 임금 체불을 당하고 국내에 돌아오면서 상황이 더 어렵게 됐습니다.

 

물론 이천수가 전남에서 뛰기에는 여건이 좋지 못했습니다. 전남과 연봉 2억 5천만원 계약을 지난해 6월 중순에 사인했고 그 이전까지 무일푼 생활을 했기 때문이죠. 이천수가 전남을 떠날 당시 "전남과 계약하지 말아야 했다"고 후회했던 것 처럼, 전남은 이천수에게 고액 연봉을 안겨 줄 수 있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천수가 사우디 진출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고 전남에 잔류했다면 더 이상의 난처한 상황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고액 연봉에 익숙했던 이천수에게는 전남의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돈이 아닌 미래였습니다.

 

만약 이천수가 2009시즌 전남에 계속 잔류했다면 시즌 종료 후 두둑한 연봉을 안겨주는 팀으로 떠났을지 모릅니다. 자신을 받아준 박항서 감독과 함께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면 올 시즌에도 전남에서 뛰었겠죠. K리그는 이천수 효과에 힘입어 흥행 성공의 돌파구를 마련했을 것입니다. 또한 이천수는 지금쯤 허정무호에서 박주영(또는 이동국)의 투톱 파트너로 뛰었거나 아니면 이청용의 경쟁자로 활약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남아공 월드컵 각오를 듣기 위해 언론사들에게 수없이 인터뷰 요청을 받겠죠. 사우디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2010년 3월을 보내는 이천수의 발걸음이 가벼웠을지 모를 일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외국 생활이 너무 힘들었지만, 수원이 우승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싶다. 울산 시절에는 수원 서포터들 중에 안티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나의 안티들을 팬으로 만들도록 하겠다"

'미꾸라지' 이천수(28, 전남)는 지난해 8월 27일 인천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수원의 1-0 승리를 이끈 뒤, 모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2005년 울산의 정규리그 우승을 공헌했던 것 처럼 수원에서도 팀 우승의 주역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죠. 무엇보다 자신의 또 다른 아버지나 다름 없었던 차범근 수원 감독이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자신을 받아주던 것이어서 그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천수의 초심은 그저 '말' 하나로 끝났습니다. 지난해 8월 30일 부산전과 9월 13일 울산전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일관하다 얼마 뒤 사타구니 부상을 입으며 전력에서 제외되었고 11월 24일 오른쪽 대퇴부 뒷근육 통증으로 다시 재활에 들어가면서 '부상 악몽'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죠.

조용히 재활을 했다면 지금쯤 수원 훈련장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난해 11월 경주 전지훈련에서 코칭 스태프의 지시를 어기며 항명하더니 전훈 종료후 부상을 빌미로 팀 훈련에 불참했고 차범근 감독의 재활 훈련 지시까지 어기며 팀 분위기를 망쳤습니다. 결국 이것이 빌미가 되어 그해 챔피언결정전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습니다. 이천수는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동료 선수들의 우승 장면을 관중석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을 뿐, 팀 우승을 위해 큰 도움이 되고 싶다던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자초한 실수 때문에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수원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를 받았던 또 다른 발단은 바로 인터뷰였습니다. 이천수는 임의탈퇴 4일 전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천수라는 이름이 좋지 않은 소식과 함께 거론돼 팬들에게 죄송하다. 오직 축구에만 매진하고 싶으며 남아공 월드컵에서 명예회복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사기 혐의 고소장을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팬들을 실망시켰던 터라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그가 기자들과 만난것은 수원 구단의 인터뷰 금지 요청을 어긴것이어서 차범근 감독의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4일 뒤 수원으로부터 그에게 날아온 것은 임의탈퇴 통보였습니다.

이천수는 그동안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설적인 돌출 발언 때문에 많은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선수입니다.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인터넷에 어록으로 전해질 정도였고 2년 전 TV 생중계에서는 어느 모 K리그팀과 외국인 감독을 공격하는 발언으로 논란 거리를 낳았습니다. 비단 인터뷰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2002년 여름 자신의 자서전<당돌한 아이 이천수가 말하는 월드컵 뒷이야기>를 출간하면서 "한국에는 존경할만한 선배가 없다. 대표팀 선배 역시 마찬가지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참고로 저는 예전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던 결정적 이유가 되었으며, 2002년 8월 K리그 올스타전에서 상암 6만 관중들의 거센 야유를 받았습니다.

그런 이천수가 최근 전남으로 임대되어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 코치와 선수로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항서 감독이 자신의 영입을 원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죠. 하지만 그는 박 감독과 전남 구단으로부터 '공식 인터뷰를 제외한 개별 인터뷰 금지'를 통보 받았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 조치까지 취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그의 언행이 많은 팬들의 지탄을 받았기 때문에 자칫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럽 선진리그에서는 이천수 처럼 자신감이 지나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인터뷰를 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습니다. 심지어 감독들까지 언론을 통해 대놓고 설전을 주고 받을 정도로 언론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죠. 하지만 국내 축구 문화는 대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입니다. 이천수 처럼 거침없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천수의 언행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이제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여러가지 잡음을 일으키면서 자신의 말에 대한 신뢰성을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수원과 전남 구단이 개별 인터뷰를 금지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인터뷰를 못한다고 해서 선수가 발전을 못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라이언 긱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건 시절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2년 동안 인터뷰 금지를 받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자칫 자신을 억누르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제자를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해 인터뷰 금지를 시킨 것이죠. 훗날 긱스는 세계 최고의 왼발 스타로 이름을 떨쳤고 자신에게 세심한 배려를 한 스승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여름에는 인터 밀란 이적설에 놓였던 프랑크 램퍼드가 첼시로부터 인터뷰 금지 요청을 받을 만큼, 유럽에서도 인터뷰 금지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결국 이천수가 전남에서 재기에 성공하려면 자신의 당돌한 말 한마디 보다는 오직 실력으로 말해야 합니다. 전남으로부터 인터뷰 금지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축구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그라운드에서의 활약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가 전남에서 1년 동안 임대 신분으로 활약하는 것은 자신의 선수생활 지속 여부에 달린 문제여서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2005년 전남에서 방출된 뒤 이듬해 실업자 신세로 지냈던 고종수의 전례를 그대로 밟을 수 있습니다. 현재 고종수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기 때문에 전남에서 재기 성공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이천수가 전남에서 성공할 확률은 반반입니다. 불과 2년 전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이자 K리그의 사기유닛으로 불리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기 때문에 재기 성공이 시간 문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수원 소속으로 뛰었던 4경기 중에 골을 넣은 인천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부진한데다 두번의 부상까지 겹친 것, 페예노르트에서의 부상 공백 누적까지 포함하면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1명이 아닌 11명이 팀을 형성하는 축구에서는 제 아무리 기량이 출중한 선수라도 경기 감각이 없으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놀라운 실력을 꽃피울 수 없는 특징이 있어 경기를 적게 뛴 선수들은 실력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천수의 행보는 2007년 안정환과 2008년 안정환의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안정환은 2006년 하반기에 팀을 찾지 못해 무적 선수의 길을 치닫다 이듬해 1월 수원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기 감각 부족으로 실력까지 저하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나중에는 2군을 전전하는 신세로 내몰렸습니다. 그런 끝에 지난해 부산으로 둥지를 틀어 재기를 위한 노력을 거듭하다 팀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으며 명예회복에 성공했습니다. 이천수가 2008년의 안정환 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실력을 되찾으며 경기 감각 부족을 이겨내야 합니다. 하지만 감각 저하라는 한계에 부딪친다면 2007년의 안정환 처럼 고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더욱이 올해 전남의 성적은 이천수의 활약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전남이 성적 부진에 빠졌던 이유가 선수들이 이회택-허정무 체제에서 이어졌던 수비 지향적인 축구에 익숙하다 보니 박항서 감독의 공격 축구 스타일이 맞지 않았습니다. 박 감독은 2007년 경남 사령탑 시절 뽀뽀-까보레-정윤성의 활약을 앞세워 4위 돌풍을 이끈 경험이 있어 이천수의 다재다능한 면모를 최대한 활용할 공산이 큽니다. 올해 이적시장에서는 정윤성과 안효연 같은 공격 마무리가 출중한 선수들을 영입했기 때문에 공격 축구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천수는 임의탈퇴 신분으로 내몰렸던 자신을 받아준 박항서 감독에게 보답하기 위해 올 시즌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쳐야 합니다. 비록 실전 감각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박 감독을 위해서라도 축구 선수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그라운드 및 훈련장에서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박 감독의 계약기간이 올해로 끝나는 만큼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맹활약은 전남의 성적 상승을 비롯 K리그의 흥행 성공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페예노르트와 수원 소속으로서 팬들에게 실망을 끼쳤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축구선수로서 28세의 시기는 자신의 경기력을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는 전성기의 정점입니다. 그런만큼 올해 28세의 이천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7년의 고종수 2008년의 안정환과 최태욱이 부활에 성공했던 것 처럼 올해는 이천수가 재기에 성공하여 K리그의 부흥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력으로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천수가 전남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