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 미드필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7, 인터 밀란) 영입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동안 현지 언론에서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빗발쳤으나 맨유와 퍼거슨 감독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15일 오전에는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네이더르 영입을 공식적으로 부정했습니다.

맨유에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폴 스콜스가 은퇴한 공백을 누군가 메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이언 긱스는 올해 38세로서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며, 스콜스의 후계자로 지목되었던 안데르손은 정체를 거듭했으며, 대런 플래쳐와 마이클 캐릭은 스콜스와의 성향이 다른 전형적인 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그래서 스네이더르를 비롯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잭 로드웰(에버턴) 악셀 비첼(스탕다르 리에쥬, 최근 벤피카로 이적) 같은 다른 팀 미드필더들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 중에 스네이더르가 스콜스 후계자로 유력했던 선수였죠.

[사진=공식 홈페이지에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영입을 부인한 맨유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manutd.com)]

하지만 맨유의 스네이더르 영입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네이더르가 인터 밀란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전력이기 때문입니다. 2009/10시즌 인터 밀란의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에 기여했고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주도했습니다. 2010/11시즌 초반에는 주춤했지만 감독 교체 이후에 폼이 살아났죠. 세계 최정상급 플레이메이커 입지를 키우는 중이며 인터 밀란 입장에서 그를 다른 팀에 팔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팀이 엄청난 이적료를 제시하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이미 여름 이적시장에서 필 존스-애슐리 영-다비드 데 헤아 영입에 4900만 파운드(약 838억원)를 쏟았던 맨유가 스네이더르 이적료를 감당할지는 의문입니다. 팀의 재정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또한 인터 밀란은 지역 라이벌 AC밀란에게 세리에A 챔피언을 허용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스네이더르를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최근 지휘봉을 잡은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 입장에서도 만족스런 성적을 거두기 위해 스네이더르가 필요로 할지 모르죠. 맨유를 비롯한 다른 팀들에게 스네이더르 같은 주력 선수를 쉽게 내줄 클럽은 아닙니다. 인터 밀란도 엄연히 명문 클럽으로서 자존심이 있죠.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고 싶다면 엄청난 이적료를 각오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맨유와 퍼거슨 감독이 부인한 것은 이적료 때문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2009년 다비드 비야(당시 발렌시아, 현 FC 바르셀로나)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때와 마찬가지죠.

맨유의 스네이더르 영입은 애초부터 무리수 였습니다. 맨유의 현 전술과 스네이더르의 성향이 서로 코드가 안맞기 때문입니다. 스네이더르의 공격력이 출중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수비력이 약합니다.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생존하기에는 부담이 따르죠. 그리고 맨유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안데르손은 2007년 맨유 이적 이후에는 중앙 미드필더에 적응하면서 수비력을 요구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본인만의 콘셉트를 잃으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포지션으로서 스네이더르도 그 흐름에 맞춰야 합니다.

물론 맨유는 오랫동안 공격 축구를 지향했습니다. 스네이더르를 영입하면 그의 수비력 문제를 보완할 전술을 꺼내들지 모릅니다. 긱스가 지난 시즌 후반에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여 빼어난 공격 전개를 발휘했던 전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맨유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바르셀로나전에서 중원 수비의 취약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습니다. 긱스가 수비력 약점을 노출하면서 세르히오 부스케츠에게 봉쇄당했고, 박지성-캐릭-발렌시아 같은 동료 미드필더들이 엄청난 수비력을 요구 받은 끝에 팀의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습니다. 긱스의 중원 파트너였던 캐릭은 전형적인 홀딩맨이 아니었죠. 결국, 맨유는 수비력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부재에 시달리며 바르셀로나를 넘지 못했죠.

맨유는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공격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강팀과 상대하면 선 수비-후 역습을 고수했습니다. 루니-에르난데스 콤비가 건재한 현 시점에서는 올 시즌에도 빅 매치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스네이더르에게 선 수비-후 역습은 익숙합니다. 2009/10시즌 인터 밀란의 유로피언 트레블, 네덜란드의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을때의 소속팀 전술이 선 수비-후 역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인터 밀란과 네덜란드의 공통점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스네이더르)가 존재하는 4-2-3-1을 활용했습니다. 스네이더르의 수비력을 보완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었죠. 그런데 맨유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만능적이어야 합니다. 스네이더르는 맨유의 콘셉트에 맞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지금까지 유지했던 시스템을 버려야 합니다. 4-4-2에서 4-2-3-1 또는 4-3-3으로 전환하거나 전문 홀딩맨이 필요했죠. 그리고 스네이더르 중심의 공격 전개를 팀 전술의 근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맨유는 스네이더르 수비력을 보완해줄 홀딩맨이 없습니다. 과거의 로이 킨이나 '유리몸' 오언 하그리브스의 2007/08시즌 시절을 재현해 줄 선수가 존재하지 않죠. 하그리브스는 이미 맨유에서 방출되었고, 캐릭은 실수가 잦으며, 대런 플래쳐는 몸 상태가 결코 최상이 아닙니다. 포메이션적인 관점에서는 맨유가 약팀을 상대로 4-2-3-1, 4-3-3을 활용할 때의 승점 관리가 불안했습니다. 기본적으로 4-4-2에 익숙한 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고 4-4-2를 버렸다면 루니-에르난데스 콤비를 가동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합니다. 에르난데스를 최전방에 놓고 루니를 왼쪽 측면에 배치하면 애슐리 영-박지성과의 포지션이 중복됩니다. 또한 루니는 측면에서 뛰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에르난데스는 연계 플레이가 약한 공격수로서 박스 안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할 타입에 속합니다. 스네이더르 영입 자체가 기존의 전술을 대폭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서 퍼거슨 감독이 감수할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스콜스 후계자 또는 수비력이 출중한 홀딩맨을 영입하기 전까지는 중앙 미드필더 불안이 계속 될 전망입니다. 최근 프리 시즌에서는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시켰지만 본래는 왼쪽 윙어입니다. 기존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차선책의 늬앙스가 강하죠. 그렇다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존스-애슐리 영-데 헤아 영입에 만족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하려면 중앙 미드필더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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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경기 였습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4강까지 진출한 것도 대단합니다. '유럽 챔피언'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이 잘했다기 보다는, 성남이 인테르와 경기한 것에 큰 의의를 두어야 합니다. 비록 인테르에게 완패했지만, 우리는 성남이 막대한 예산 삭감 및 주축 선수 이탈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시안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팀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경기를 통해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성남은 16일 오전 2시(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아부다비에 속한 자에드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2010 FIFA 클럽 월드컵 4강 인테르(이탈리아)전에서 0-3으로 패했습니다. 전반 3분 데얀 스탄코비치에게 선제 결승골, 전반 32분 하비에르 사네티에게 추가골을 내줬습니다. 그 이후 만회골을 넣기 위해 반격을 펼쳤지만 후반 28분 디에고 밀리토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인테르전 완패를 모면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성남은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오는 18일 저녁 11시 인터 나시오날(브라질)과 3~4위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성남을 보면서 한국 축구가 오버랩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성남이 인테르에게 밀립니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이변은 언제든지 존재합니다. 성남은 인테르의 올 시즌 성적 부진을 이용하여 승리를 노릴 수 있었고 여론이 내심 기대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인테르는 엄연히 '유럽 챔피언', '이탈리아 명문' 이라는 클래스가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전력을 되찾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니테즈 감독은 성남전을 분위기 전환을 위한 기회로 여겼고, 스탄코비치-캄비아소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유도하여 후방을 탄탄히 다지는 안정지향적인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이러한 인테르의 변화는 결과적 관점에서 성남에게 독으로 작용했습니다.

우선, 성남은 전반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주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전반 3분에 수비 집중력 저하로 스탄코비치에게 실점을 헌납했기 때문입니다. 전반 2분 스네이더르가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성남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장면 이후 수비진의 느슨한 대인마크가 실점의 화를 키웠습니다.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서 성남 선수 3명이 에토의 침투 패스를 그저 바라보면서 마크를 놓쳤던 것, 조병국이 볼을 걷어냈으나 컨트롤 실수로 스탄코비치에게 인터셉트 당하면서 골을 내준것이 문제였습니다. 전반 32분 사네티 추가골 상황에서는 사샤가 전진 수비에 실패하면서 마크할 타이밍이 늦어진 것이 아쉬워을 따름이죠.

그런 성남은 인테르와의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 7-2(유효 슈팅 1-2, 개)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하지만 성남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고 인테르의 슈팅 2개는 모두 골 이었습니다. 사격으로 비유하면 성남이 인테르보다 더 많이 장전하고 총알을 쐈지만, 오히려 인테르가 영점을 잘 잡았습니다. 축구가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임을 감안할 때 성남 공격의 효율성이 부족했습니다. 인테르의 두꺼운 수비벽을 허물기 위해 여러차례 공격을 펼치면서 에너지를 소모했지만 박스 안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슈팅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죠. 경기 초반 실점했던 것이 인테르가 리드를 지키는 명분으로 작용하면서 성남의 공격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흐름은 후반전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성남은 만회골을 넣기 위해 수비 라인을 윗쪽으로 끌어올리며 인테르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부정확한 슈팅 및 패스 미스가 속출했습니다. 그렇게 공격에 치중하던 사이, 후반 28분 인테르 역습 상황에서 포백의 간격이 벌어졌던 사이에 밀리토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성남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인테르가 성남과의 점유율에서 53-47(%)로 우세를 점했던 것은, 성남의 공격을 차단하면 그 즉시 패스 게임을 펼쳐 시간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전반 초반부터 리드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격 할 필요가 없었죠. 그럴수록 수비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성남 공격 옵션들의 힘을 빼놓는데 열중했습니다.

성남은 인테르와의 슈팅 숫자에서 16-7(유효 슈팅 3-6, 개)로 앞섰지만 경기는 0-3으로 패했습니다. 인테르보다 2배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하면서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고 유효 슈팅 횟수도 적었습니다. 전력이 약세인 팀이라면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려야하는 과감함이 필요하지만 성남 선수들은 골 이라는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 힘겨웠습니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인테르 수비와 맞서면서 슈팅을 의식했기 때문에 골을 노리는 강약 조절 능력이 떨어졌죠. 그 결과는 골대 바깥으로 향하는 슈팅이 잦으면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노출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라돈치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전반 초반 루시우와의 몸싸움 경합에서 우세를 점하면서 '우월한 피지컬' 실력을 내뿜었지만, 그 이후 루시우의 마크 및 코르도바의 커버 플레이에 막히면서 결국 인테르 수비에 봉쇄 당했습니다. 성남은 라돈치치가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나머지 공격 옵션들이 전방으로 침투하는 형태의 공격 전술을 펼쳤지만, 라돈치치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박스 안에서의 세밀한 공격 플레이가 속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몰리나-조동건-최성국이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성남의 공격 템포가 느려졌고 인테르의 수비에 읽히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몰리나는 인테르 수비에 의해 집중 견제 당했고, 조동건과 최성국은 서로의 분업화가 실패하면서 유기적인 공격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죠. 이렇다보니 백패스가 속출했습니다.

그렇다고 인테르 선수들이 성남보다 더 많이 뛰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반 초반에 1-0으로 앞서면서 수비진영을 지키는 쪽에 주력하면서 성남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했죠. 인테르의 공격이 성남보다 활발하지 않았던 것은 슈팅 숫자에서도 증명됐습니다. 축구는 많이 뛴다고 해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인테르가 입증했죠. 인테르의 공격 템포는 전체적으로 성남보다 느렸습니다. 하지만 3-0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성남의 수비 밸런스가 떨어진 상황에서 빠른 타이밍의 2대1 패스, 침투 패스를 통해 결정적인 골을 엮어낸 것입니다. 성남이 인테르에게 패한 것은 팀 전술이전에 선수 개인의 기술 및 집중력에서 승부가 엇갈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축구의 문제점들이 오버랩됩니다.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백패스를 시도하는 것, 높은 레벨의 팀 또는 두꺼운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을 상대로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는 것, 한 순간의 집중력 저하로 수비가 뚫리는 것 등 여러가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가 국제 대회의 중요한 고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공식들입니다.

공교롭게도 성남의 인테르전 패인과 일치 합니다. 한국 축구가 성장하려면 반드시 이러한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기술력 및 경기를 효율적으로 지배하는 능력을 지닌 팀이 승리하는 것이 축구의 진리죠. 한국 축구가 오랫동안 강조했던 기동력 및 정신력으로는 엄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술 축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걸출한 테크니션들이 발굴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물론 성남의 기술력은 아시아에서 단연 으뜸이지만 인테르전을 통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물론 성남은 라돈치치-몰리나-사샤 같은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했고, 인테르는 선발 출전 선수 전원이 외국인 선수였던(이탈리아 국적 선수가 없었던)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가 언젠가 클럽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리함을 이겨내야 합니다. 라돈치치-몰리나-사샤는 한국 클럽팀에서 뛰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남과 인테르의 경기는 한국 축구가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기 위한 과제를 짚으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되찾는 계기로 작용해야 할 것입니다. 선진 축구의 장점이 완전히 흡수되는 그 날을 바래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는 '디펜딩 챔피언' 인터 밀란의 2연패 여부 입니다.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옮긴 공백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습니다. 인터 밀란은 무리뉴 감독의 지휘속에서 1965년 이후 4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습니다. 아울러 세리에A 5연패 및 코파 이탈리아를 석권하여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는 전성시대를 열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의 전성시대를 이끄는 멋진 추억을 안기며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인터 밀란의 올 시즌 명암은 지난 시즌보다 어둡습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A조에서는 4차전 토트넘 원정에서 1-3으로 패하면서 조2위(2승1무1패, 골득실에서 토트넘에 1골 밀림)로 밀렸습니다. 다시 조1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지만 토트넘 원정에서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놓고 보면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리에A에서는 2위(5승3무1패, 승점 18)를 기록중이지만 라치오(7승1무1패, 승점 22)의 고공질주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세리에A에서는 5연패라는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우승 실패를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챔피언스리그 2연패 가능성의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토트넘 원정, 베니테즈 감독 문제점 드러냈다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성공한 팀은 없었습니다. '인터 밀란 라이벌' AC밀란이 1990년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이 마지막이며, 1992년 챔피언스리그가 정식 출범하면서 어느 누구도 두 번 연속 유럽 제패에 실패했습니다. 각각 2007/08시즌 및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FC 바르셀로나는 다음 시즌에 우승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두 팀의 2008/09시즌, 2009/10시즌 성적은 각각 준우승 및 4강 탈락 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챔피언스리그 2연패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올 시즌 인터 밀란 사령탑을 맡은 베니테즈 감독의 과제는 챔피언스리그 2연패 입니다. 발렌시아 사령탑 시절 2003/04시즌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 리버풀 사령탑 시절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통해 두 번의 유럽 대항전을 제패했던 경험이 있는 지도자입니다. 특히 2004/05시즌 결승전에서는 AC밀란을 상대로 '이스탄불의 기적'을 연출하며 '마법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그때의 AC밀란전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14일 맨유 원정 4-1 대승을 비롯한 믿기지 않는 명승부를 여럿 연출했습니다. 비록 전술에 대한 여론의 호불호가 심하지만 명장으로 분류되었던 지도자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장담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은 베니테즈 감독에게 있습니다. 토트넘 원정이 그 예 입니다. 인터 밀란은 지난 3차전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서 4-3으로 이겼음에도 베일에게 해트트릭 달성을 허용했습니다. 4차전 토트넘 원정에서는 베일 봉쇄에 주력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그런데 3차전에서 베일의 스피드를 막지 못했던 마이콘을 또 다시 '베일 봉쇄 카드'로 활용했습니다. 마이콘이 걷잡을 수 없는 경기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와의 협력 수비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사네티를 베일의 매치업 상대로 활용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결국, 인터 밀란은 토트넘 원정에서 1-3으로 패했고 3~4차전에서 평점 10점 만점을 기록한 베일의 스타 탄생을 도와주는 꼴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베일의 실력이 호날두-메시와 동급인 것은 아닙니다. 인터 밀란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지 3일 뒤였던 에버턴전에서 네빌에게 철저히 봉쇄 당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맨유전에서는 '수비력이 약하기로 소문난' 하파엘에게 맥없이 무너져 토트넘의 0-2 완패를 부추겼습니다. 하파엘이 수비력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인터 밀란은 베일을 충분히 막을 능력이 있는 팀입니다. 그런데 베일에게 두 경기 연속 무너진 것은 마이콘의 내림세도 있지만, 그의 움직임을 대비하지 못한 베니테즈 감독의 수비 전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 밀란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캄비아소-스탄코비치의 부상 공백을 아쉬워 할 것입니다. 하지만 토트넘 원정에서 더블 볼란치를 맡았던 사네티-문타리가 '토트넘의 약점인' 모드리치-허들스톤 라인에게 무너진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모드리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허들스톤은 집중력이 부족한데다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럼에도 인터 밀란은 그들에게 허리싸움에서 밀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철벽수비를 과시하며 트레블을 이끈 루시우-사무엘 조합도 무기력 했습니다. 크라우치의 문전 쇄도를 여러차례 허용한 것 자체가 아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베니테즈 감독의 수비 전술이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의 수비 조직력을 완성시킨 상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습니다. 포백 뿐만 아니라 스쿼드 전체가 수비시의 상황 대처력이 빨랐고 상대 파상 공세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볼을 커팅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막강한 공격력까지 막아낼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고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습니다.

문제는 베니테즈 감독이 부임하면서 인터 밀란의 강점이었던 수비 조직력이 와해 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베니테즈 감독이 리버풀 시절에 상대팀에게 발목이 잡혔을 때마다 거론되었던 문제가 바로 수비입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지역방어를 고수하다가 실점했던 사례가 빈번했죠. 16강 이후에 벌어지게 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수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베니테즈 감독의 수비 전술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인터 밀란은 예상치 못한 실점에 허우적 거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베니테즈 감독의 또 다른 문제점은 선수 관리 및 활용입니다. 마이콘의 기량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거나 또는 높은 연봉을 원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새로운 동기부여를 제공했어야 합니다. 구단의 문제도 없지 않지만, 베니테즈 감독이 마이콘을 다독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밀리토 활용도 아쉽습니다. 인터 밀란의 트레블을 이끈 공격수는 밀리토였지만, 베니테즈 체제에서의 밀리토는 벤치 멤버입니다. 최전방과 2선을 활발히 오가며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때로는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는 밀리토의 재능이 베니테즈 체제에서는 최전방에서 고정된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밀리토는 자신의 움직임을 넓히지 못한끝에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고 A매치 일본전 부상까지 겹쳐 에토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물론 베니테즈 감독은 올 시즌이 인터 밀란 사령탑을 맡는 첫번째 시즌이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트레블 업적을 계속 이어가야하는 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인터 밀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서 로이 호지슨 리버풀 감독과 소모적인 설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베니테즈 감독이 그런 우려를 뒤로하고 올 시즌 인터 밀란의 유럽 제패를 이끌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한 클럽은 없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인터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실패할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나는 3개의 다른 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고 싶다. 그래서 이탈리아 무대를 떠나고 싶으며 다른 도전을 원한다. 그것(레알 마드리드행)에 대해 지난 2~3개월 동안 생각했고 며칠 더 생각하고 싶다. 레알 마드리드는 내게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팀이다"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조세 무리뉴 감독이 결승전 종료 후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발언했던 내용입니다. 그동안 루머로만 여겨졌던 무리뉴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행이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며칠전에 "인테르는 나를 기쁘게 할 수 없다. 계약이나 돈이 아닌 개인적인 만족의 문제다. 이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발언하면서 레알행에 대한 여운을 띄우더니 이제는 현실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오피셜은 뜨지 않았지만, 스페인 언론은 무리뉴 감독이 레알행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인테르와의 계약 기간이 2012년까지 입니다. 하지만 인테르에게 위약금을 지불하면 얼마든지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습니다. 유럽 축구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많으며 대형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기는데 이적료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더욱이 레알은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을 경질하고 무리뉴 감독을 영입할 예정이어서, 이제 무리뉴 감독의 산티아구 베르나베우 입성은 시간 문제가 되었습니다. 과연 무리뉴 감독은 FC 포르투-첼시-인테르에 이어 레알에서 성공할까요?

무리뉴의 스페인 진출이 기대되는 이유

만약 무리뉴 감독이 인테르에서 레알로 옮기면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지배했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사 감독은 두 시즌 연속 프리메라리가를 평정했지만 이제는 무리뉴 감독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합니다. 두 감독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치열한 전술 싸움을 벌였고, 지난 시즌과 올 시즌에 걸쳐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했던 젊은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세계 축구를 화려하게 장식할 라이벌 관계로 부각 될 것입니다. '무간지(무리뉴)vs펩간지(과르디올라)'의 구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인 레알에게 가장 적합한 사령탑입니다. 레알은 '갈락티코'를 모토로 그동안 많은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과 해결사 기질을 가진 선수들이 여럿 포진하면서 개인 플레이 위주의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고 스타의식에 젖어들기 쉬운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스타 위주의 시스템을 유도했던 레알 구단 운영진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습니다. 결국 레알의 갈락티코는 실력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끝에 바르사의 2인자로 전락했습니다. 팀이 변화하려면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스타 의식을 버려야 하며 구단도 이에 동조해야 합니다.

무리뉴 감독은 개성 강한 선수들을 똘똘 뭉쳐 팀을 하나로 묶는 선수 장악력이 뛰어난 지도자입니다. 선수들을 야단치는 용장이자 그동안 많은 스타급 선수들을 다루었던 경험이 있지만 때로는 선수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고 있어 덕장으로서의 면모를 풍기게 합니다. 자신이 지도했던 포르투-첼시-인테르가 소위 '무리뉴의 팀'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무리뉴 감독이 선수들을 장악하고 자신의 색깔이 팀 전술에 그대로 묻어나왔던 카리스마가 얼마만큼 대단한지를 느끼게 합니다. 레알 구단이 무리뉴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 최근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의 뼈아픈 상처를 청산하고 유럽 제패애 본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무리뉴 레알행의 최대 수혜자는 카카?

무리뉴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중원에 세우는 4-3-3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빠른 타이밍,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는 세기, 정확한 패싱력, 활발한 종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는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편이죠. 데쿠(포르투)-램퍼드(첼시)-슈네이데르(인테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레알로 팀을 옮기면 카카를 팀 공격의 구심점으로 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스타일에 적합한 선수가 카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카카는 올 시즌 레알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고 프리메라리가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리에A와 프리메라리가의 공격 스타일 차이점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리에A 시절에는 좁은 공간에서 안정적인 볼 키핑으로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거나 스스로 전방으로 침투하여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AC밀란은 카카가 중심이 되는 역습 전개가 팀 공격의 근간 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파고들 공간 및 타이밍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패스와 개인기를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기 때문에 자신의 스피드를 내뿜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카카의 공격력은 무리뉴 감독이 선호하는 역습에 가장 부합되는 성향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첼시-인테르에서 역습을 줄기차게 구사했고 레알에서도 그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카카가 프리메라리가 스타일에 융화되지 못했지만, 4-3-3이 성공하기 힘든 세리에A에서 4-3-3을 앞세워 성공했던 점을 미루어보면(성공 과정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못했지만) 카카의 슬럼프 탈출을 도울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역습 축구가 레알에서 성공하려면 카카의 꾸준한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무리뉴 감독 레알행의 최대 수혜자는 카카가 될지 모릅니다.

무리뉴 레알행의 최대 피해자는 무리뉴?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레알로 옮긴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뚜렷한 실패 없이 승승장구를 거듭한 끝에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에 성공했지만 사람의 인생에서는 무조건적인 행복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분명 어느 시점에서는 실패하거나 험난한 과정에 시달릴 수 있으며 그것이 사람의 전형적인 인생사입니다. 무리뉴 감독의 명성과 자질만을 놓고 보면 레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많겠지만, 레알이라는 특성 관점에서 바라보면 실패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인테르에서 성공했던 원인은 구단의 간섭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입니다. 2년 전 마시모 모라티 구단주와의 영입 협상 과정에서 자신이 데려오고 싶은 선수를 인테르의 일원으로 등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바르사에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사뮈엘 에토와 4000만 유로(약 591억원)의 거금을 받았고, 루시우-슈네이데르-모따-밀리토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한 것, 자신과 전술적인 차이가 있었던 막스웰을 바르사로 넘긴 것은 올 시즌 트레블 달성의 뼈대가 됐습니다. 모라티 구단주가 자신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레알의 감독은 구단 뿐만 아니라 프런트, 팬, 언론의 간섭까지 받습니다. 그래서 다른 빅 클럽과 다르게 외부의 입김이 지나칩니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 사령탑 시절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갈등 끝에 팀을 떠났던 원인은 로만 구단주의 끊임없는 간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만 구단주는 무리뉴 감독에게 바르사 같은 공격적인 축구를 하라는 주문을 여러차례 했었고 선수 영입도 무리뉴 감독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점이 레알에서 되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례로, 파비오 카펠로 감독(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은 2006/07시즌 레알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었으나 팬들에게 수비 축구를 한다는 이유로 끊임없는 경질 압박에 시달렸고 결국 짐을 싸고 떠났습니다. 공교롭게도 자신을 경질한 사람은 10년 전 자신의 제자였던 프레드락 미야토비치 전 단장 이었습니다. 레알은 우승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축구'를 근간으로 공격적이고 화려한 전술을 선호합니다. 카펠로 감독은 레알을 4시즌만에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고도 레알이 선호하지 않는 수비 축구를 했기 때문에 마드리드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이 카펠로 감독의 전술 컨셉과 일치합니다. 무리뉴 감독은 공격보다는 탄탄한 수비에 중점을 두는 성향인데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을 즐겨 씁니다. 레알에서는 구단의 간섭에 의해 공격적인 축구로 바꿀 수도 있지만, 그동안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뜻을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바르사 원정에서 10백이나 다름없는 밀집 수비를 펼쳤는데, 인테르 결승 진출의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인테르팬들이 좋아하겠지만 반대로 레알에서 그런 전술을 썼다면 경질 압박과 비슷한 쓴소리를 들었을지 모릅니다.

또한 레알은 감독 교체가 잦은 클럽입니다. 레알은 1989년 존 토샥 부터 지금의 페예그리니 감독에 이르기까지 21년 동안 24번의 감독 교체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페예그리니 감독은 시즌 초반 행보가 순조로웠으나 지난해 11월 코파 델 레이 32강 탈락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경질설에 시달렸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레알로 둥지를 틀면 경질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물론 인테르도 1995년 부터 2004년까지 11명의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이력이 있으나, 모라티 구단주는 무리뉴 감독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했습니다.

결국, 무리뉴 감독이 레알에서 성공하려면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들의 꾸준한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잦은 간섭 보다는 모라티 구단주의 사례처럼 감독의 뜻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페레즈 회장은 갈락티코 1기 시절에 잦은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경험이 있어 무리뉴 감독이 성공할지 의문입니다. 물론 무리뉴 감독이 포르투-첼시-인테르에 이어 레알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면 좋겠지만, 구단과의 갈등 문제가 불거지거나 팬-언론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입김에 무너지면 레알 감독으로써 실패할지 모릅니다. 레알행을 앞둔 무리뉴 감독의 현명한 진로 선택도 중요하지만, 레알의 인내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1965년 이후 45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면서 2009/10시즌 유럽 축구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인테르는 23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을 2-0으로 제압했습니다. 디에고 밀리토가 전반 35분 베슬레이 슈네이데르, 후반 25분 사뮈엘 에토의 패스를 받아 2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인테르는 올 시즌 세리에A 5연패, 코파 이탈리아 우승에 이어 유럽 제패에 성공하면서 유럽 축구 역사상 6번째로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인테르는 이날 경기에서 여러가지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이탈리아 클럽 최초로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했고 무리뉴 감독은 2004년 FC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생애 두번째로 유럽 제패에 성공했습니다. 결승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하비에르 사네티는 통산 700번째 출전 기록을 세웠으며, 사뮈엘 에토는 유럽 축구 사상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잉글랜드 챔피언(16강 첼시)-스페인 챔피언(4강 FC 바르셀로나)-독일 챔피언(결승 뮌헨)을 제치고 유럽을 제패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인테르, 뮌헨전을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우선, 두 팀은 전반 35분 밀리토의 선제골 이전까지 과감한 공격 돌파 보다는 패스를 통해서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로 공격 기회를 엿봤죠. 하지만 두 팀 모두 견고한 압박을 펼치면서 박스 안에 있는 밀리토-올리치 쪽으로 패스가 잘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허리에서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도 활발하게 연결되지 못했고 공격 옵션들이 2선으로 내려와 미드필더들과 폭을 좁히는 모습도 부족했습니다.

뮌헨은 전반 28분까지 인테르와의 볼 점유율에서 63-37(%)로 우세를 점했습니다. 하지만 인테르를 상대로 경기를 주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기 진영에서 공을 지키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점유율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테르 미드필더들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 올리면서 그 뒷 공간을 노려 알틴톱-로번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의 빠른발을 앞세워 침투하겠다는 것이 뮌헨의 속셈 이었습니다. 반대로 인테르에게 공격권을 허용하면 그 즉시 전방 압박을 가하여 상대의 역습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이에 인테르는 뮌헨에게 점유율을 내주면서 상대 공격의 예봉을 끊어 경기 흐름을 장악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루시우-사무엘로 짜인 센터백 조합이 올리치-뮬러로 구성된 뮌헨 투톱의 발을 철저히 묶었고, 좌우 풀백을 맡았던 키부-마이콘이 공격 가담을 자제하고 루시우-사무엘의 압박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틴톱-로번의 공격 침투 지점 및 올리치-뮬러로 향하는 패스 공간을 미리 선점하면서 상대 공격의 비효율을 키웠고, 미드필더들이 압박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수비 밸런스가 단단히 잡혔습니다.

인테르의 효율적인 경기 흐름은 전반 35분 밀리토의 선제골 장면에서 나타났습니다. 골키퍼 세자르가 전방쪽으로 킥을 올린 것을 밀리토-슈네이데르와의 2대1 패스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밀리토가 상대 골키퍼 부트를 살짝 넘기는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7분 뒤에는 슈네이데르가 밀리토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슈팅을 날렸지만 부트의 선방에 걸렸습니다. 두 번의 역습 상황은 뮌헨 미드필더들이 간파하지 못했을 만큼 속전속결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테르와 뮌헨의 공격 전개가 대조적 이었습니다. 인테르는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상대 진영으로 넘어오는 패스가 간결했습니다. 상대 진영으로 연결되는 패스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불필요한 공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판데프-에토로 짜인 좌우 윙 포워드는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 당기고 밑선으로 내려오면서 공격의 초점이 스네이데르-밀리토쪽으로 쏠리게 됐습니다. 특히 슈네이데르는 빠른 타이밍이 전제된 정확한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며 경기를 영리하게 풀었습니다.

반면 뮌헨은 인테르처럼 공격권이 넘어오면 그 즉시 전방쪽으로 공격을 가하기보다는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다보니 상대 수비의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인테르 진영으로 넘어올때도 2대1 패스와 대각선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기 보다는 횡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를 펼쳤고 패스 물 줄기의 대부분이 로번쪽으로 향하면서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스스로 키우고 말았습니다. 인테르 미드필더들이 박스 안으로 내려오기 이전에 속공을 통한 결정적인 공격 타이밍을 노렸어야 했는데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들의 민첩한 몸놀림과 활발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뮌헨 입장에서는 리베리의 결장 공백이 컸습니다. 리베리가 리옹과의 4강 1차전에서 비신사적인 파울을 범하며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4강 2차전에서는 알틴톱이 리베리 공백을 잘 메웠지만 결승 인테르전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마이콘에게 철저히 제압당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사네티의 협력 수비에 걸려 왼쪽에서 이렇다할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뮌헨의 공격은 로번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리베리-로번이 양쪽 측면에서 서로 장단을 맞추며 상대 옆구리를 흔들었지만 인테르전에서는 리베리가 없다보니 뮌헨의 공격이 평소보다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인테르는 후반 25분 밀리토가 또 다시 추가골을 성공시키면서 사실상 승리를 굳혔습니다. 에토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왼쪽에 있던 밀리토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판 부이텐을 뚫었고, 밀리토는 문전쪽으로 대각선 침투하면서 데미첼리스를 오른발 페인팅으로 제치고 또 한 번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며 인테르가 2-0으로 앞섰습니다. 뮌헨 미드필더들이 인테르 진영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인테르가 에토를 이용한 빠른 역습을 진행했던 것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밀리토는 전반 35분과 후반 25분에 골을 넣으며 인테르 우승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엮어내려는 집중력이 강했습니다. 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 진영쪽으로 정면 돌파하여 골 기회를 잡거나 근처에 있는 동료 선수를 활용한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의 효율성을 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2골을 넣은 것은 골잡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뮌헨은 올리치가 부진한 경기 흐름 끝에 후반 28분 교체 되었습니다. 후반 17분과 28분에 걸쳐 교체 투입된 클로제-고메즈는 최전방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인테르의 우승이 점점 눈앞에 다가 왔습니다. 2-0의 리드를 지킨 인테르는 후반 46분 '공격수' 밀리토를 빼고 '수비수' 마테라찌를 투입하는 여유를 부린 끝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습니다. 인테르가 올 시즌 세리에A 5연패, 코파 이탈리아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유럽 축구 역사상 6번째로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