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정환 (C) 부산 아이파크 공식 홈페이지]
'판타지 스타' 안정환(34, 다롄 스더)이 코트디부아르전에서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 경기를 뛰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졌고, 위치선정도 간혹 매끄럽지 못했고, 공격 과정에서 주위 선수들을 의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세월의 흔적이 아쉽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안정환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으며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는 시점에 왔습니다. 그런 선수에게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요구하는 것 부터가 잘못 됐습니다. 안정환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기량을 떠나 그의 클래스가 여전히 대표팀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태극 전사의 일원이 됐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거나 강렬한 임펙트를 발휘하는 슈퍼 조커로서의 클래스를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죠. 허정무호가 출범 이후 2년 넘게 슈퍼 조커 발굴에 실패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의 존재감은 당연히 대표팀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안정환은 코트디부아르전을 힘들게 치렀습니다. 그동안 발을 맞추지 못했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거나 전술적 움직임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후반 45분을 소화했음에도 경기 종료 후 "오랜만에 뛰어서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힌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럼에도 안정환에게서 희망을 보는 이유는 원톱이라는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최선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2~3차례의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스치고 말았지만 어떤 위치에서도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슈퍼 조커로서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으로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지만, 안정환을 마크하는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는 그를 막는데 적지 않은 체력과 집중력을 쏟아야 합니다. 특히 후반전 절호의 승부처에서는 그런 유형의 공격수를 봉쇄하기 어렵습니다.
안정환은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슈팅 및 패스 기회를 마련하며 후방 공격 옵션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이동국이 그동안 최전방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비롯,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최전방에서 후방 공격 옵션의 패스를 받아내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음을 상기하면(포스트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안정환의 공격 조율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합니다. 이동국보다는 안정환을 통한 공격 전개가 최전방에서 활발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은 결코 부진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안정환은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박지성의 돌파 반경에 힘을 실어주거나 또는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 전진패스를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전반전보다 쉬워진 것을 비롯, 한국의 후반전 공격이 전반전보다 역동적인 흐름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안정환이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하여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나타내기 어려운 조건이 주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날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안정환을 원톱에 배치한 것은 미드필더들의 공격력과 맥락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안정환은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수 사이의 틈새를 노려 골을 해결짓거나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는 성향입니다.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은 전진패스와 스루패스, 대각선패스에 강점을 발휘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연계 플레이를 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원 포지션이 원톱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쉐도우 스트라이커)였기 때문에 미드필더들과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며 절호의 골 기회를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반대로 이동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의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지만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크로스와 논스톱 패스 같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방에 찔러주는 패스를 통해 골을 해결짓는 성향입니다.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스타일은 박지성-기성용-이청용과 맥락이 다른만큼, 이동국에게는 자신의 공격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미드필더들이 있으며 안정환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이동국보다 안정환이 위력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성은 미드필더들에게 있었습니다.
원톱의 문제점은 공격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대표팀 경기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빈도가 많았던 이동국이 대표팀의 원톱을 맡기에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물론 전북의 원톱으로서는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었지만 이것은 미드필더들의 스타일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을 뿐입니다. 반대로 안정환은 상대팀에게 고립되지 않기 위해 직접 측면으로 이동하거나 2선으로 내려와 후속 공격을 이끌어가는 성향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다져진 원톱 경험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대표팀의 공격을 원톱과 스리톱으로 변화를 주겠다고 시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4-2-3-1을 쓰는 AS 모나코의 원톱 공격수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박주영의 공격력을 대표팀에 전술에 최대한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박주영 이외에는 원톱에서 검증된 선수가 없었습니다.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의 투톱 공격수로 꾸준히 출전한데다 원톱으로서 고립 될 가능성이 다분한 선수입니다. 이근호-이승렬은 원톱에 맞는 공격수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안정환이 박주영 원톱 체제의 또 다른 대안이 된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전은 안정환이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슈퍼 조커로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경기였습니다. 아울러 '안정환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말해준 경기였습니다. 안정환 원톱 효과가 앞으로 더 크게 빛을 발하는 허정무호라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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