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정환-이동국 (C) 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판타지스타' 안정환(34, 다롄 스더) '사자왕' 이동국(31, 전북)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작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두 선수는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들이 아니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무게감을 놓고 보면 월드컵에서 특유의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릴 것 같았던 포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정환은 월드컵 본선에서 끝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동국은 아르헨티나전과 우루과이전에 교체 투입했으나 끝내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물론 안정환과 이동국의 선발 제외는 당연했습니다. 안정환은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한데다 지난달 일본 원정에서 허리에 담이 걸린 여파 때문에 벨라루스-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부진했고 끝내 월드컵 본선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동국은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도중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팀 내에서의 입지가 축소 됐습니다. 그리스전까지 몸을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염기훈에게 주전 자리를 내줘야 했죠.

두 선수는 30대 초반으로서 이번 남아공 월드컵이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월드컵 이었습니다. 안정환은 2002-2006년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국민들에게 축구의 감동을 선사하고, 이동국은 12년의 월드컵 한을 특유의 강력한 한 방으로 풀겠다는 마음속 각오를 세웠을 것입니다. 그동안 안정환-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에 대한 여론의 논란이 가열되었던 만큼, 두 선수는 2002년의 황선홍 처럼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완벽하게 증명하고 싶었을 겁니다. 끝내 그 꿈이 이루어지지 못해 두 선수의 월드컵 작별이 안타깝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합니다. 안정환과 이동국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대표팀 선수 선발의 기준은 명성보다는 현재의 실력이 전제조건이죠. 전성기가 지났던 안정환, 월드컵 맹활약을 믿기에는 신뢰감이 부족했던 이동국 보다는 젊은 자원들의 등용이 바람직했을지 모르며 두 선수에 대한 여론의 논란이 뜨거웠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논란은 결국 논란진행형으로 끝맺음을 맺고 말았습니다. 두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선수의 월드컵 작별이 아쉽습니다.

PORT ELIZABETH, June 27, 2010 Ahn Jung-Hwan (L) of South Korea consoles teammate Cha Du-Ri after the 2010 World Cup round of 16 soccer match against Uruguay at Nelson Mandela Bay stadium in Port Elizabeth, South Africa, on June 26, 2010. Uruguay won 2-1 and qualifies for the round of 8.

[사진=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로 눈물을 흘리며 좌절했던 차두리를 안으며 위로했던 안정환. 비록 월드컵 무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동료 선수를 응원하는 당신은 최고였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안정환과 이동국은 불과 10년 전까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공격 듀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고종수-김은중과 함께 K리그의 르네상스 돌풍을 일으키며 전국구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나면서 한국의 축구 열풍을 선도했습니다. 대표팀에서의 잦은 경기 출전으로 점차 경험을 쌓아가면서 앞으로의 촉망받는 미래를 보장받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안정환은 2002년 페루자 방출, 2006년 무적 선수 전락, 2007년 수원 2군 추락 및 관중석 난입 등과 같은 시련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행보가 운이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클럽팀에서 몸담았다면 어쩌면 지금도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이어갔을지 모를 일입니다. 무엇보다 독일 월드컵 이후 무적 선수로 전락하면서 순발력과 활동폭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골 감각까지 떨어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지금에서야 중국 슈퍼리그 다롄에 잘 정착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져니맨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다롄은 한때 잘나갔던 중국의 하위권 클럽입니다.

더 운이 없었던 선수는 이동국 이었습니다. 1998년 부터 각급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는 무릎 혹사를 거듭했고, 2001년 무릎 부상을 숨기고 독일에 진출했을 정도로 아픈 폼을 이끌고 그라운드를 뛰었지만 결국 무리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 했습니다. 그 이후 절치부심 끝에 본프레레-아드보카트호의 에이스로 떠오르며 독일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벼르고 있었으나 불의의 십자인대 파열로 많은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2008년에는 미들즈브러-성남을 떠나면서 1년에 두 번이나 방출되는 불운을 겪었고 다시 대표팀에 돌아오기까지 우여곡절의 시간이 많았지만, 그저 이동국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부 축구팬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안정환과 이동국은 그동안 불운했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원했을 것입니다. 축구 선수로서 주위의 기대와 달리 순탄치 않았던 세월을 보냈지만, 황선홍처럼 월드컵에서 강렬한 포스를 남겨 국민적인 박수를 받고 아름답게 대표팀과 작별하는 시나리오를 그렸을지 모릅니다. 그 시나리오가 결국 진행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남아공 월드컵 선전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던 두 선수의 분투는 끝내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June 26, 2010 - Port Elizabeth, South Africa - epa02224243 South Korea's Lee Dong Gook attempts to score against Uruguay goalkeeper Fernando Muslera during the FIFA World Cup 2010 Round of 16 match between Uruguay and South Korea at the Nelson Mandela Bay stadium in Port Elizabeth, South Africa, 26 June 2010. Uruguay won 2-1 and advanced to the quarter final.

[사진=이동국에게 아쉬웠던 우루과이전 후반 막판 슈팅. 12년 동안 월드컵에서의 1골을 바래왔지만 결국 아쉽게 월드컵과 작별하게 됐습니다. (C) 티스토리 PicApp] 

분명한 것은, 안정환과 이동국은 허정무호에 필요했던 선수였으며 허정무 감독이 원했던 선수들 이었습니다. 안정환은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요원했던 슈퍼조커로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전, 2003년 일본 원정,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 같은 굵직한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한국에게 귀중한 결과를 안긴데다 월드컵 본선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후반전 교체 투입으로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어 줄 옵션의 존재감이 부족했던 허정무호가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의 조커로서 인상 깊은 공격력을 펼쳤던 안정환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이동국은 대표팀의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 이전까지 꾸준히 골을 터뜨렸던 선수였습니다. 박주영은 잦은 부상 및 시즌 후반 8경기 연속 무득점 침체에 시달렸고, 염기훈도 잦은 부상 여파로 순발력 및 패스와 킥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승렬은 전형적인 골잡이가 아니며 안정환은 다롄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2선 플레이에 주력했기 때문에 골에 대한 요구에서 자유로웠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일정을 병행하는 무리한 출전을 비롯 최전방과 2선을 활발하게 드나들면서 경기력 개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햄스트링 부상 이었습니다. 끝내 월드컵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서 그동안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순간을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동국은 아르헨티나-우루과이전에 교체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지금까지 대표팀의 조커로서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었던 경험이 부족했으며 미들즈브러에서 실패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조커는 빠른 순발력과 유기적인 공격 조율을 앞세워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것과 동시에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과감함이 요구됩니다. 전형적으로 골을 노리는 이동국의 컨셉은 조커와 맞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우루과이전 경기 막판에 결정적 슈팅 상황을 놓치면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일부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월드컵과 작별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선수 본인의 축구 인생에 있어 가장 아쉬움에 남는 순간으로 기억될지 모릅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안정환과 이동국이 선수로 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두 선수 모두 체력적인 이유 때문에 나이가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환과 이동국의 월드컵 작별이 아쉽게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 축구는 대형 공격수를 집중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월드컵 무대를 떠나게 된 안정환과 이동국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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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이동국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kfa.or.kr)]

흔히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투톱은 황선홍-최용수로 회자 됩니다. 두 명의 공격수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이전까지 한국 대표팀의 공격을 주름잡던 선수들로써 다른 누구 이상의 무게감을 지녔습니다. 두 선수 모두 타겟 플레이가 가능했던 것을 비롯 박스 안에서 자유자재로 패스를 연결할 수 있고 특출난 골 감각을 앞세워 상대 수비수들을 뒤흔들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시대에 이란 최고의 투톱으로 꼽혔던 다에이-아지지(바게리)보다 뛰어난 투톱이 황선홍-최용수라고 치켜세웁니다.

하지만 황선홍-최용수 투톱은 영광보다 아쉬움이 많았던 조합입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탈락이 아쉬웠습니다. 만약 황선홍이 프랑스 월드컵을 앞둔 중국전에 불의의 부상을 당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본선에 참가했다면 한국이 본선 16강에 올랐을거라 생각했던 팬들이 많습니다. 당시 대표팀은 황선홍-최용수 투톱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피니시를 해결하는 전술로 단련되었기 때문에, 황선홍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한 끝에 멕시코와 네덜란드에게 참패를 당했습니다.

프랑스 월드컵 이후의 한국 대표팀은 투톱에서 스리톱 체제로 변신했습니다. 간간이 투톱 혹은 원톱 전술을 구사했으나 허정무-히딩크-쿠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 감독은 스리톱을 선호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설기현-황선홍-박지성) 2006년 독일 월드컵(박지성-조재진-이천수)에서도 스리톱을 구사했으며, 2008년 초에 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허정무 감독도 칠레와의 첫 경기에서 투톱을 썼으나 그 이후 스리톱을 활용했습니다. 한국은 2008년 가을부터 투톱 체제로 전환했지만, 아직까지는 황선홍-최용수 투톱을 뛰어넘을 콤비가 발굴되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앞둔 허정무호의 고민은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를 찾는 것입니다. 불과 몇달 전까지 이근호가 유력했으나, A매치 12경기 연속 무득점 및 대표팀과 소속팀에 걸친 경기력 부진에 시달리며 최종 엔트리 23인 합류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염기훈-이승렬은 대표팀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뛰기에는 무게감이 약하고, 안정환은 허정무호의 슈퍼 조커이기 때문에 주전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가 풍족하지 않습니다.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는 이동국이 정답입니다. 허정무 감독이 17일 예비 엔트리 26인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이 허벅지 부상으로 3주 진단을 받았음에도 "이동국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허벅지 뒷근육에 이상이 생겼지만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발언한 것은, 이동국을 박주영의 파트너로 놓겠다는 복안이 사전에 짜여졌던 것입니다. 즉,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월드컵 본선 계획에 포함되었던 선수였습니다.

그런. 박주영과 이동국이 허정무호에서 발을 맞춘 시간은 45분(지난해 9월 5일 호주전 전반전)에 불과했지만 최상의 공격력을 뽐냈습니다. 이동국은 박스 안쪽에서 왼쪽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옆쪽으로 끌어내렸고,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공중볼을 따내며 동료 선수들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유도했습니다. 박주영은 오른쪽 공간에서 상대 수비수 사이를 파고드는 돌파를 비롯 공중볼을 따내는 모습을 보이며 무난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아쉬운 것은, 두 선수가 허정무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기회가 적었습니다. 당시 허정무호가 박주영-이근호-이동국-염기훈-설기현을 투톱에 골고루 활용하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쓴데다, 지난해 11월 부터 지금까지 박주영이 부상 여파로 A매치에 뛰지 못했습니다. 만약 허정무호가 지금까지 박주영-이동국 투톱 체제로 호흡을 가다듬었다면 두 선수가 콤비 플레이를 앞세운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췄을지 모를 일입니다. 더 아쉬운 것은, 이동국이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3주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일본-벨라루스-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박주영과 발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박주영과 이동국의 무게감을 놓고 보면 황선홍-최용수에 이은 역대 최고의 투톱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선수는 모두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하거나 상대 수비를 뒤흔들 수 있고, 탁월한 골 결정력에 타겟맨까지 소화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주영은 AS 모나코에서 두 시즌 연속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역량이 있고, 이동국은 대표팀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꾸준한 골 맛을 보며 허정무호에서 가장 폼이 좋은 공격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선수의 조합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입니다.

박주영과 이동국은 공생공존 관계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박주영은 이동국에게 부족한 스피드, 움직임, 활동 폭, 2선으로 치고 들어가는 과감함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이동국은 박주영의 단점으로 꼽히는 기복이 심한 폼을 해소할 수 있는 공격 자원입니다. 박주영이 그동안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쳤으나 모나코에서 부진한 경기가 여럿있었고 잦은 부상으로 꾸준한 경기 출전을 하지 못한 폼으로 허정무호에 합류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허정무가 지금까지 박주영이 마무리 짓는 공격 패턴을 고수했다면 공격력 저하가 우려되었을 것입니다. 허정무호가 투톱이기 때문에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가 해결짓는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록 이동국의 허벅지 부상으로 일본-벨라루스-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이동국 투톱을 볼 기회는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평가전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 될 옥석을 가리기 위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염기훈-이승렬에게 출전 기회가 제공 됐습니다. 그래서 최종 엔트리 23인 확정 이전의 마지막 경기인 벨라루스전에서는 옥석 가리기 작업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전에서도 선수들의 폼을 골고루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영-이동국 투톱을 허정무호에서 보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박주영이 가진 역량, 이동국의 폼을 놓고 보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됩니다. 박주영은 최근에 폼이 떨어졌지만 프랑스리그 특유의 터프한 수비를 이겨내는 노하우를 익히면서 자신의 공격력을 맘껏 발휘하며 타겟맨으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허벅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여 평소의 감각만 되찾으면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골문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허정무호가 월드컵 본선 16강에 진출하려면 박주영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동국은 자신의 약점이었던 움직임 및 활동 폭, 수비 가담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공격력이 부쩍 좋아졌습니다. 에콰도르전 이전까지의 올해 A매치 7경기에서 9번이나 상대 패스를 차단했을 만큼 경기력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무엇보다 허벅지 부상에서 완쾌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박주영과 이동국의 콤비 플레이가 벌써부터 설레이게 합니다. 과연 두 선수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며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투톱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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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정환 (C) 부산 아이파크 공식 홈페이지]

'판타지 스타' 안정환(34, 다롄 스더)이 코트디부아르전에서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 경기를 뛰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졌고, 위치선정도 간혹 매끄럽지 못했고, 공격 과정에서 주위 선수들을 의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세월의 흔적이 아쉽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안정환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으며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는 시점에 왔습니다. 그런 선수에게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요구하는 것 부터가 잘못 됐습니다. 안정환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기량을 떠나 그의 클래스가 여전히 대표팀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태극 전사의 일원이 됐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거나 강렬한 임펙트를 발휘하는 슈퍼 조커로서의 클래스를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죠. 허정무호가 출범 이후 2년 넘게 슈퍼 조커 발굴에 실패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의 존재감은 당연히 대표팀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안정환은 코트디부아르전을 힘들게 치렀습니다. 그동안 발을 맞추지 못했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거나 전술적 움직임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후반 45분을 소화했음에도 경기 종료 후 "오랜만에 뛰어서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힌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럼에도 안정환에게서 희망을 보는 이유는 원톱이라는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최선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2~3차례의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스치고 말았지만 어떤 위치에서도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슈퍼 조커로서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으로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지만, 안정환을 마크하는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는 그를 막는데 적지 않은 체력과 집중력을 쏟아야 합니다. 특히 후반전 절호의 승부처에서는 그런 유형의 공격수를 봉쇄하기 어렵습니다.

안정환은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슈팅 및 패스 기회를 마련하며 후방 공격 옵션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이동국이 그동안 최전방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비롯,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최전방에서 후방 공격 옵션의 패스를 받아내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음을 상기하면(포스트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안정환의 공격 조율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합니다. 이동국보다는 안정환을 통한 공격 전개가 최전방에서 활발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은 결코 부진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안정환은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박지성의 돌파 반경에 힘을 실어주거나 또는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 전진패스를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전반전보다 쉬워진 것을 비롯, 한국의 후반전 공격이 전반전보다 역동적인 흐름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안정환이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하여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나타내기 어려운 조건이 주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날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안정환을 원톱에 배치한 것은 미드필더들의 공격력과 맥락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안정환은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수 사이의 틈새를 노려 골을 해결짓거나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는 성향입니다.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은 전진패스와 스루패스, 대각선패스에 강점을 발휘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연계 플레이를 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원 포지션이 원톱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쉐도우 스트라이커)였기 때문에 미드필더들과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며 절호의 골 기회를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반대로 이동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의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지만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크로스와 논스톱 패스 같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방에 찔러주는 패스를 통해 골을 해결짓는 성향입니다.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스타일은 박지성-기성용-이청용과 맥락이 다른만큼, 이동국에게는 자신의 공격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미드필더들이 있으며 안정환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이동국보다 안정환이 위력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성은 미드필더들에게 있었습니다.

원톱의 문제점은 공격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대표팀 경기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빈도가 많았던 이동국이 대표팀의 원톱을 맡기에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물론 전북의 원톱으로서는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었지만 이것은 미드필더들의 스타일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을 뿐입니다. 반대로 안정환은 상대팀에게 고립되지 않기 위해 직접 측면으로 이동하거나 2선으로 내려와 후속 공격을 이끌어가는 성향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다져진 원톱 경험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대표팀의 공격을 원톱과 스리톱으로 변화를 주겠다고 시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4-2-3-1을 쓰는 AS 모나코의 원톱 공격수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박주영의 공격력을 대표팀에 전술에 최대한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박주영 이외에는 원톱에서 검증된 선수가 없었습니다.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의 투톱 공격수로 꾸준히 출전한데다 원톱으로서 고립 될 가능성이 다분한 선수입니다. 이근호-이승렬은 원톱에 맞는 공격수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안정환이 박주영 원톱 체제의 또 다른 대안이 된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전은 안정환이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슈퍼 조커로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경기였습니다. 아울러 '안정환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말해준 경기였습니다. 안정환 원톱 효과가 앞으로 더 크게 빛을 발하는 허정무호라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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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국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허정무호가 5-0 대승을 거두었던 A매치 홍콩전은 '사자왕' 이동국(31, 전북)의 골이 값졌던 경기였습니다. 물론 상대는 약체였지만, 이동국 본인에게는 그토록 원했던 대표팀에서의 부활과 월드컵에서의 꿈을 향한 자신감의 토대가 됐습니다.

이동국이 지난해 8월 12일 파라과이전부터 지난달 22일 라트비아전까지 A매치 7경기(지난해 10월 14일 세네갈전 결장)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사슬을 끊은것은 긍정적 현상입니다. 지난 2006년 2월 15일 멕시코전 이후 4년 만에 A매치에서 골맛을 보면서 앞날의 화려한 비상을 향한 자신감을 얻은 것은 향후 대표팀 경기력의 플러스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동안 이동국의 경기력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허정무 감독도 이날 만큼은 활짝 웃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선 이동국에게 축하를 해주고 싶고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이동국의 움직임이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수준 만큼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존재로써 자신의 강점인 골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홍콩전에 선발 출전했던 이동국은 한국이 2-0으로 앞섰던 전반 31분 김보경의 프리킥을 김정우가 문전쪽으로 헤딩 패스한 것을 머리로 받아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프리킥 이전에 상대 수비벽을 파고들기 위한 움직임을 취했고, 김정우의 패스 상황에서 수비벽을 뚫고 문전으로 돌진하여 정확한 타점에 의한 헤딩슛을 날렸습니다. 이 골은 이동국이 어떤 장점을 가진 선수인지를, 대표팀에서 무엇으로 허정무호의 승리를 안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결정적 장면 이었습니다.

물론 이동국의 홍콩전 골은 얼마든지 과소평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골 가뭄에 시달린데다 약체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기 때문에 후한 평가를 내리기가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동국 본인입니다. 그동안 도돌이표 처럼 반복되었던 A매치 골 침묵에 대한 부담감을 홍콩전 헤딩골로 이겨냈습니다. 이것은 선수 본인의 심리적 부담을 해소시키는 것과 동시에 자신감 향상의 토대가 됐습니다.

이동국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감 이었습니다. 허정무호 공격 전술에 부합하는 부지런한 움직임, A매치에서 90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지난달 핀란드전에서 90분 뛰었으나 체력 저하로 힘들어했죠.), 공격 상황에서의 빠른 판단력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자신감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축구 재능이 출중해도 자신의 장점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분하지 못하면 그 선수는 실전에서 과감함과 강력한 임펙트를 뽐낼 수 없습니다. 그동안 대표팀 부진으로 힘들어했던 이동국은 홍콩전 골로 마음속의 짐을 이겨내고 부활의 함성을 내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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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국 (C) 전북현대 공식 홈페이지]

물론 이동국의 홍콩전 골은 완벽한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 23인 합류 및 본선 출전의 꿈을 이루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박주영이 대표팀 부동의 공격수로 맹위를 떨쳤고 이근호는 한때 '허정무호의 황태자'라는 찬사를 받던 선수였습니다. 최근에는 월드컵에서 슈퍼 서브로 활용 될 가치가 충분한 안정환의 대표팀 합류 여부를 허정무 감독이 검토 중입니다. 홍콩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이승렬, 동아시아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대표팀 재발탁 가능성이 높은 설기현이 있는 만큼, 이동국에게는 포지션 경쟁자들이 즐비합니다.
 
그럼에도 이동국의 골이 반가웠던 것은 허정무호의 공격력 향상과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이동국 만큼 출중한 골 감각에 타겟 역량까지 갖춘 선수가 대표팀 내에서 드물기 때문이죠. 박주영-이근호-이승렬-안정환은 정통 타겟맨이 아니며 설기현은 타겟맨이지만 근래에 많은 골을 넣은 경험이 없고 실전 감각도 떨어진 상태입니다. 물론 박주영은 소속팀 AS 모나코의 원톱 타겟맨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그 이전까지는 쉐도우로서 가장 적합한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이동국은 5명의 공격수와는 다른 색깔의 스타일과 자신만의 두드러진 장점이 있던 선수죠.

어쩌면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에게 미련을 두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이동국의 움직임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줄기차게 가했던 것은, 역의 관점에서 이동국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물론 그 방식은 다소 지나쳤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비판 속에서도 A매치에서 꾸준히 선발 출전을 거듭했습니다. 만약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의 플레이를 싫어했다면 대표팀 명단에 가차없이 제외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동국은 여전히 대표팀의 주전으로 뛰고 있습니다. 이것은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의 역량을 대표팀에서 필요로 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 역량은 바로 골입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진출을 달성하려면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며 상대팀과 희비를 가를 수 있는 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전형적인 골잡이가 대표팀에서 필요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이었던 이동국의 존재감은 대표팀의 공격 색깔을 다양화시킬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동국은 후방에서 골문쪽으로 한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받아 상대 골망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죠. 이것이 바로 골잡이의 본능입니다.

물론 이동국의 움직임은 박주영과 이근호처럼 부지런하지 못합니다. 최전방에서의 포스트플레이 또는 절묘한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골을 넣는 타입이기 때문에 두 선수처럼 기민한 움직임을 펼치는 것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동국은 움직임 부족을 개선하면서 자신의 최대 강점인 골을 앞세워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을 말해줘야 합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한다'는 축구의 지론처럼, 골을 앞세워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기질을 보여줘야 합니다. 홍콩전에서의 골은 대표팀에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소득을 안겼습니다.

그런 이동국은 자신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중반 본프레레호 시절 A매치 22경기에서 11골을 넣었으나 움직임 부족을 이유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팬들의 거센 질타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2004년 12월 독일전 A매치에서 올리버 칸을 울렸던 멋진 터닝슛 이었습니다. 10년 전 각급 대표팀의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때는 경기력 부진 속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결승골을 넣는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이동국의 최대 강점은 출중한 골 감각에서 다져진 강렬한 '한 방' 이었습니다.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과 프로팀, 그리고 한국과 잉글랜드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시련과 환희를 거듭했습니다. 굴곡이 많은 세월을 보냈지만 절치부심하며 지난해 K리그에서 재기에 성공했고 그 발끝이 이제는 대표팀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홍콩전에서 골을 넣은 이동국의 부활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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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국은 지난 18일 핀란드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는 인상적인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라트비아전에서는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움직임도 위협적이지 못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이동국에게 "더 많이 뛰어주지 않고 무기력해 아쉬웠다"고 평가한 것이 타당성을 얻는 이유입니다.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가상의 그리스' 라트비아를 물리치고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 평가전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한국은 22일 오후 11시 10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 에스타디오 시우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습니다. 후반 10분 염기훈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받은 이동국이 오른쪽으로 공을 흘린 것을 김재성이 문전으로 달려들며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1-0 승리 속에서도 경기 내용은 개운치 못했습니다. 압도적인 볼 점유율과 상대 팀보다 거의 2배 많은 패스 시도, 수많은 슈팅을 날렸음에도 1골에 그쳤습니다. 90분 동안 우세한 경기 흐름을 나타냈음에도 주도권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전형적인 문제점이 제대로 드러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라트비아전, 효율성 부족 아쉬웠다

한국의 평가전 상대인 라트비아는 수비가 강점인 팀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2조 그리스와의 2경기에서 7골 내줬지만 나머지 8경기에서는 8골 허용했습니다. 이것은 라트비아의 무기가 수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한국전에서는 밀집수비를 적극 구사했는데 특히 문전 앞에서 공을 잡는 한국 선수에게 최소 2명의 선수가 달라붙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4명의 수비수가 문전을 기반으로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포백과 거리를 좁히고, 나머지 선수들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임하면서 한국 공격진을 괴롭혔죠.

이러한 라트비아의 전술은 수비를 두껍게 세우면서 빠른 역습을 펼치는 그리스와 비슷한 색깔을 나타냅니다. 특히 수비에서 만큼은 그리스를 빼닮았습니다. 많은 숫자의 인원이 수비에 가담하면서 커팅에 주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트비아는 강한 상대가 아닙니다. 두꺼운 수비는 인상적이나 경기 초반부터 중원 장악에서 밀렸고 역습의 세기가 느린데다 전방 공격수의 높이를 앞세운 롱볼에 의존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던 장면이 거의 전무했음을 떠올리면, 한국이 그리스전 승리를 위한 스파링 파트너로 삼기에는 다소 약한 상대였습니다.

문제는 라트비아를 상대로 단 1골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라트비아와의 슈팅 숫자에서 22-8(유효 슈팅 8-1), 코너킥 9-4, 프리킥 23-11, 볼 점유율 66-34(%), 패스 시도 442-259(패스 성공 341-174), 패스 성공률 77-67(%, 나머지 단위는 개)의 우세한 경기 흐름과 수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으나 상대 골망을 출렁인 장면은 단 한 번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쳤기 때문에 공격 작업에서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겠지만, 수많은 공격 기회 속에서 1골에 그친것은 밀집수비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전반전은 공격의 효율성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볼 점유율 및 중원 장악에서 우세를 나타내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기 때문이죠. 활발한 공격을 펼쳤음에도 골이 이른 시간에 터지지 않으면서 전반 30분 이후를 기점으로 공격 템포가 무뎌졌고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그동안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 끊임없이 노출되었는데, 상대 수비 조직을 벗겨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단 한번의 공격이라도 골로 연결지을 수 있는 효율성과 임펙트, 경기 흐름과 상대 수비 동작을 빠르게 캐치하는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동국의 머리를 노리기 위해 측면에서 무수히 많은 크로스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크로스의 대부분은 부정확하게 향하거나 타이밍도 한 박자 느렸습니다. 그럴 수록 빠른 판단력을 앞세운 크로스로 상대 수비의 허를 찔러야 했으나 문제는 비효율적인 크로스를 끊임없이 양산했습니다. 더욱이 크로스는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라트비아의 수비가 촘촘하게 자리잡은 상황에서는 크로스보다는 2대1 패스나 빠른 타이밍의 대각선 패스, 과감한 문전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를 벗겨내면서 골 넣는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전반전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한국이 후반 10분 염기훈의 크로스로 김재성의 골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전반전에 나타난 약점을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염기훈은 공을 끌면서 크로스를 띄우기보다는 마크맨의 수비 대처가 한 박자 느린점을 간파하여 즉시 크로스를 띄워 문전에 공을 정확하게 배달했습니다. 염기훈은 그 이후에도 정확한 크로스로 팀 공격의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이는 전반전에 나타난 크로스 위주의 공격력이 얼마만큼 문제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였습니다. 문전에서 염기훈의 크로스를 정확히 받은 이후에 좁은 공간에서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하면서 절호의 골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 부족했습니다. 연계 플레이보다 슈팅 날리기에 급급하면서 시간을 버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비교적 먼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해 정확성을 떨어뜨린데다 상대 수비를 벗기지 않은 상황에서 슈팅을 날리는 장면이 잦았죠. 라트비아의 공격이 약한데다 한국이 1-0으로 리드했으나 김재성의 골 이후 공격이 풀어진 것은 월드컵 16강을 대비하는데 있어 다소 씁쓸합니다. 김재성이 골을 넣었더라도 밀집수비 완전 공략을 위해 효율적인 공격 과정에 의한 추가골을 넣어야 했습니다.

문전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전개했던 이동국과 노병준의 경기력도 아쉬웠습니다. 염기훈이 강력한 킥력과 현란한 기교로 한국 대표팀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린 것과 달리, 두 명의 공격수는 매끄럽지 못한 연계 플레이와 움직임을 일관했습니다. 이동국과 노병준은 상대의 밀집 수비 속에서 공격을 지켜낼 수 있는 볼 키핑이 불안했고,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민첩함도 부족했고, 전반적인 움직임이 부지런하지 못했습니다.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서도 정확성이 떨어졌고 때로는 움직임 부족으로 고립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한국 대표팀 공격이 왼쪽으로 쏠리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크로스 문제와 맞물려 한국의 스리톱 공격이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스리톱은 중앙 공격수가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연계 플레이에 주력하고, 측면 옵션들이 빠른 판단에 의한 크로스로 중앙 공격수의 골을 도와주면서 과감한 문전 침투로 직접 골 사냥에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노병준이 밀집 수비에 막히면서 대표팀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많은 골 기회와 공격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골 밖에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라트비아가 강한 상대가 아니었음을 떠올려 볼 때 22개의 슈팅중에 1골에 그친 공격력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주도권 속에서 골 횟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경기가 적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선수들의 공격력이 좀 더 노련하면서, 공격 과정에서 부분 전술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박지성-박주영-이근호-이청용 같은 유럽파 공격옵션 4인방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의 공격이 평소보다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표팀은 4명에 의존하는 공격 시스템이 두드러진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 약점을 극복하려면 국내파들이 서로 합심하여 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려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라트비아전에서의 비효율적인 공격력으로 대표팀에 공격 개선 강화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말았습니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 선수권대회에서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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