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목표는 2015년 아시안컵 우승이다.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55년 만에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여론의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고질적인 원톱 문제가 한국 대표팀을 또 괴롭히고 있다. 아시안컵을 1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대표팀 합류 유력한 원톱 자원들이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믿음직한 원톱이 단 1명도 없다.

 

한국 축구에서 대표팀 원톱으로 뽑힐만한 선수는 지금까지 박주영, 이동국, 김신욱이 항상 거론됐다. 그러나 박주영은 지난달 요르단전, 이란전에서 드러났듯이 AS모나코 시절 만큼의 경기력을 되찾지 못했으며 이동국과 김신욱은 부상으로 아시안컵 참가가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 3명 모두 아시안컵 출전이 힘들 수 있다.

 

[사진=아시안컵 우승 트로피 (C) 나이스블루]

 

그나마 원톱 3인방 중에서 박주영의 아시안컵 출전 여부는 비관적이지 않다. 소속팀 알 샤밥에서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며 자신의 슬럼프 원인이었던 실전 경험 부족을 해소하는 중이다. 부상으로 K리그 클래식 경기에 뛰지 못하는 이동국과 김신욱에 비하면 아시안컵 즉시 전력감 투입이 가능하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장기간 부상에 시달리는 중이며 아시안컵 이전에 완쾌되더라도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회에 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회 참가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박주영이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원톱으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기 쉽다. 냉정히 말하면 박주영은 3년 넘게 거듭된 슬럼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아스널 시절에 비해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중인 것 뿐이다. 하지만 알 샤밥에서도 아직까지는 파괴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정규리그 3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으며 지난 10월 18일 알 힐랄전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골이 없었다.

 

 

만약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박주영의 아시안컵 참가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박주영이 아시안컵 주전 원톱 1순위로 거론하기 쉬운 현실이다. 경기력보다는 이동국-김신욱 부상, 제대로된 원톱을 발굴하지 못하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 서로 맞물리면서 박주영 아시안컵 출전 가능성이 꽤 높다. 하지만 박주영의 현재 경기력을 놓고 보면 아시안컵에서 이름값에 걸맞는 경기력을 과시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지 의문이다. 이대로는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원톱 갈증을 풀지 못하고 고전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대안은 있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 지동원이 한국의 원톱이자 제로톱으로서 맹활약 펼쳤던 때를 되돌아봐야 한다. 당시 지동원은 '그때는 잘 나갔던' 박주영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기용됐다. 대회에서 4골 넣은 것과 더불어 '아시안컵 득점왕' 구자철을 포함한 동료 선수와의 원활한 연계 플레이, 중앙과 왼쪽 측면을 넘나들며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인하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게 했던 영리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주전 공격수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흥미로운 것은 지동원이 2011년 아시안컵 대표팀 체제에 합류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A매치를 뛰지 못했다. 아시안컵 직전이었던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이 그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국가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았던 당시 20세 신예 지동원 아시안컵 맹활약은 한국이 박주영 부상 공백 속에서도 원톱 고민 없이 대회를 치렀던 반가운 효과를 가져왔다.

 

아쉬운 것은 2014년 현재의 지동원은 2011년 지동원에 비해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는 중이다. 올 시즌에는 도르트문트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대로는 아시안컵 출전이 어렵다. 2015년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2011년 지동원 같은 원톱 자리에서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 유형의 선수가 나와야 원톱 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9월 A매치 두 경기를 치르는 홍명보호의 고민은 득점력이다. 지난 7월 출항 이후 A매치 4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유일한 1골도 2선 미드필더(윤일록)의 득점이었다. 원톱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홍명보호는 지금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금까지 김동섭-서동현-김신욱-조동건이 홍명보호 원톱으로 중용되었고 일본전에서는 조영철이 제로톱으로 활용되었으나 어느 누구도 골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다. 믿음직한 원톱이 있었다면 홍명보호의 득점력 문제는 쉽게 풀렸을 것이다. 이전 대표팀 체제였던 최강희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한국 대표팀의 득점력 저하는 박주영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시작됐다. 박주영은 AS모나코에 입단했던 2008년 하반기 무렵부터 아스널 이적 초기였던 2011년 하반기까지 한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과거의 홍명보호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6경기에서 4골, 2012년 런던 올림픽 3~4위전 일본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홍명보호에 필요한 공격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 UAE전 무득점, 런던 올림픽에서의 전체적인 경기 내용 부진이 옥의 티로 남았음에도 홍명보호 원톱으로서 어느 정도의 몫을 해냈다.

 

하지만 지금의 홍명보호는 박주영을 잊어야 한다. 박주영이 새로운 소속팀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홍명보호에 합류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과 기성용을 대표팀에 불러들이지 않은 것에 대하여 소속팀 출전 문제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이 내년 1월에 개장하는 만큼 적어도 올해까지는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동국 또한 마찬가지다.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과거의 혹사 이력을 놓고 볼 때 앞으로 무리하게 대표팀에 발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동국과 함께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사진=지동원 (C)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bundesliga.de)]

 

홍명보호는 박주영-이동국 없이 내년 6월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박주영의 슬럼프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이동국이 대표팀에 약한 징크스는 여전했다. 두 선수 모두 지금의 행보가 달라지지 않으면 브라질 월드컵 23인 엔트리 합류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홍명보호가 박주영-이동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격수를 발굴해야 한다. 이것이 9월 A매치 두 경기의 중대 과제다.

 

9월 6일 아이티전과 10일 크로아티아전 중에 어느 경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동원이 홍명보호 원톱을 맡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덜랜드 복귀 이후 공격수로 전환하여 최전방에서 플레이하는 감각을 키우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한 것과 달리 선덜랜드에서는 공격수로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A매치 두 경기를 통해 킬러 본능을 되찾아야 한다. 어쩌면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이 공격수로서 맹활약 펼치는 자신감 획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동원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 4골 넣으며 박주영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던 경험이 있다. 당시 박주영은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불참했다. 이 때도 한국 대표팀의 약점으로 원톱 문제가 거론되었으나 A매치 경험이 부족했던 지동원이 유병수-김신욱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기고 4골이나 터뜨리며 박주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금의 지동원은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박주영 없는 홍명보호의 공격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번 A매치 2경기를 통해 골을 터뜨리면 홍명보호 입지가 튼튼해질 것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 활약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더 중요한 것은 홍명보호 공격수로서 앞으로 오랫동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럴려면 선덜랜드의 공격수로서 분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동원의 선덜랜드 입지는 튼튼하지 않다. 선덜랜드는 여름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파비오 보리니를 임대했으며, 부상으로 신음했던 팀의 간판 공격수 스티븐 플래처가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31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1골 터뜨렸다. 플래처와 보리니가 선덜랜드의 투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지동원은 조지 알티도어, 코너 위컴과 함께 출전 시간을 다투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지동원이 시즌 초반 폼이 저조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9월 A매치 2경기를 통해 골 감각을 키워야 한다. 골을 넣어야 홍명보호 주전으로 떠오를  발판을 얻는 것과 동시에 선덜랜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번 A매치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면, 손흥민의 원톱 기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홍명보호 3기 명단에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포함됐다. 원톱보다는 왼쪽 윙어 출전이 유력하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일본 축구 대표팀을 짊어질 '자케로니 재팬'의 출발은 기대 이상 이었습니다. 출범 첫 경기였던 지난 8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0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고, 12일 한국전에서는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으나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한데다 한국전 3연패를 허락하지 않는 데 의의를 두었습니다. 지금의 기세를 놓고 보면 내년 1월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를 조짐입니다. 2000-2004년에 아시아를 제패했던 만큼,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 합니다.

그런 일본 축구의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남아공 월드컵때 보다 경기력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짜임새 넘치는 조직력이 향상되었고 그 속에서 과거 일본 축구에 깊게 투영되지 않았던 승리욕을 길렀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까지 패스-점유율 위주의 축구 패턴을 고수했으나 이제는 압박 축구에 눈을 뜨면서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응집력이 강화됐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에는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침투를 적극 구사하고 전진패스의 빈도를 늘리면서,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 및 판단력이 영민하게 변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하세베-엔도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있습니다. 두 선수가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상대를 찰거머리처럼 압박하면서 포백이 수비 부담을 덜 느끼게 됐습니다. 일본이 툴리우-나카자와 센터백 콤비 없이도 아르헨티나-한국전에서 무실점의 성과를 낸 원인은 하세베-엔도의 수비력이 강하다는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두 선수가 중원을 든든히 버티면서 공격 옵션들이 후방을 의식하지 않고 전방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두 선수는 많은 볼 터치를 통해 쉴새없이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정확도-타이밍-세기 모두 흠잡을 것 없으며 때에 따라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공격 연결까지 펼칩니다. 어쩌면 두 선수의 중원 조합은 아시아 최강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은 한 가지의 고질적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바로 공격수입니다. 90년대의 미우라-나카야마 세대 이후 대표팀에서 꾸준히 골을 넣거나 위협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던 공격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 조 쇼지-야나기사와-다카하라-스즈키-쿠보 같은 공격수들이 등장했지만 20대 중반 또는 후반부터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범주에 포함 될 수 있는 오쿠보 요시토는 오카다 체제에서의 성공적인 왼쪽 윙어 전환을 통해 만회한 인상이 짙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공격수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뜻보면, 일본의 아르헨티나전과 한국전 행보는 완벽에 가까운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공격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원톱이었던 모리모토 다카유키, 한국전 원톱이었던 마에다 료이치는 상대 수비수들에 의해 정적인 활동 패턴이 읽히면서 자신의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모리모토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힘으로 공격 전개를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끌고 들어오는 움직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펼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에다는 한국전에서 철저하게 부진하며 대표팀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흐름은 몇 개월전의 오카다 체제에서도 비롯됐습니다. 일본의 원톱이었던 오카자기 신지는 지난해 A매치에서만 15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골은 약팀을 상대로 거둔 결과물입니다. 상대팀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맥을 못추면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약점을 남겼고, 이 같은 패턴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두드러지면서 일본의 성적 부진 원인으로 귀결됐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오카자키를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오른쪽 윙어 혼다를 원톱으로 올리는 포지션 변화를 감행했습니다. 혼다는 덴마크전 무회전 프리킥을 포함해서 2골을 넣으며 일본의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오카다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오카자키의 당시 대표팀 부진은 어쩔 수 없었던 결과였습니다. 오카자키는 혼다처럼 전형적인 원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투철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젓는 타입에 속합니다. 2선과 측면에서의 활동이 많은 선수이며 그 과정에서 다득점을 양산했습니다. 반면 최전방은 후방의 패스를 받아 골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움직임이 고정되기 쉬웠습니다. 오카자키에게는 그 역할이 몸에 안맞았던 것이죠.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엄청난 기동력을 발휘한 끝에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그동안 오카자기카 중앙 공격수로 뛰었던 것은 일본 공격수 자원이 취약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 일본이 지난 두 번의 A매치에서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이유는 2선 미드필더들이 원톱의 단점을 커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오카자키-카가와-혼다가 상대 배후 공간을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부지런히 활동 폭을 넓히며 일본이 경기 흐름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오카자키가 결승골까지 성공시키면서 그 빛을 더했습니다. 한국전에서는 오카자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고, 카가와-마쓰이 같은 좌우 윙어들이 침묵을 지켰지만 혼다가 후반 중반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후반 초반까지는 부진했지만 그 이후 조용형의 뒷공간을 노리는 돌파를 적극 시도하며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하지만 마에다의 부진 때문에 결국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경기 흐름은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모리모토-마에다를 능가할 수 있는 원톱은 일본 축구에 존재하지 않으며, 이들에게 믿음을 주거나 아니면 오카자키-혼다-카가와 중에 한 명이 원톱을 대신 맡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센터백 툴리우를 원톱으로 세우기에는 무모한 선택으로 여겨집니다. 투톱 전환 가능성은 더욱 비현실적 입니다. 투톱으로 변신하면 일본 미드필더진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고, 공간에 대한 부담이 심해지면서 공수 밸런스 및 조직력이 깨지는 역효과가 벌어집니다. 결국, 일본은 아시안컵에서 미드필더진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원톱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충분한 팀입니다. 하지만 원톱 문제는 우승 행보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2선 미드필더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의지하기에는 전술적인 유연성, 개인 공격력이 절대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것을 잘 이겨냈지만 아시안컵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본 축구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자케로니 감독 입장에서도 언젠가 이 부분을 심도있게 고민할지 모릅니다. 과연 일본의 아시안컵 우승 행보가 무난할지, 아니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의해 원톱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판타지 스타' 안정환(34, 다롄 스더)이 코트디부아르전에서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 경기를 뛰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졌고, 위치선정도 간혹 매끄럽지 못했고, 공격 과정에서 주위 선수들을 의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세월의 흔적이 아쉽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안정환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으며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는 시점에 왔습니다. 그런 선수에게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요구하는 것 부터가 잘못 됐습니다. 안정환이 다시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기량을 떠나 그의 클래스가 여전히 대표팀에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태극 전사의 일원이 됐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어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거나 강렬한 임펙트를 발휘하는 슈퍼 조커로서의 클래스를 끝까지 유지했기 때문이죠. 허정무호가 출범 이후 2년 넘게 슈퍼 조커 발굴에 실패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의 존재감은 당연히 대표팀에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안정환은 코트디부아르전을 힘들게 치렀습니다. 그동안 발을 맞추지 못했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거나 전술적 움직임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여기에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후반 45분을 소화했음에도 경기 종료 후 "오랜만에 뛰어서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힌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럼에도 안정환에게서 희망을 보는 이유는 원톱이라는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최선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2~3차례의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스치고 말았지만 어떤 위치에서도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슈퍼 조커로서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으로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지만, 안정환을 마크하는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는 그를 막는데 적지 않은 체력과 집중력을 쏟아야 합니다. 특히 후반전 절호의 승부처에서는 그런 유형의 공격수를 봉쇄하기 어렵습니다.

안정환은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슈팅 및 패스 기회를 마련하며 후방 공격 옵션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이동국이 그동안 최전방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비롯,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최전방에서 후방 공격 옵션의 패스를 받아내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음을 상기하면(포스트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안정환의 공격 조율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합니다. 이동국보다는 안정환을 통한 공격 전개가 최전방에서 활발했음을 상기하면, 안정환은 결코 부진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안정환은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박지성의 돌파 반경에 힘을 실어주거나 또는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 전진패스를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전반전보다 쉬워진 것을 비롯, 한국의 후반전 공격이 전반전보다 역동적인 흐름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안정환이 1년 9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하여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나타내기 어려운 조건이 주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날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안정환을 원톱에 배치한 것은 미드필더들의 공격력과 맥락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안정환은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수 사이의 틈새를 노려 골을 해결짓거나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는 성향입니다.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은 전진패스와 스루패스, 대각선패스에 강점을 발휘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연계 플레이를 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원 포지션이 원톱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혹은 쉐도우 스트라이커)였기 때문에 미드필더들과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하며 절호의 골 기회를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반대로 이동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의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지만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크로스와 논스톱 패스 같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한방에 찔러주는 패스를 통해 골을 해결짓는 성향입니다.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스타일은 박지성-기성용-이청용과 맥락이 다른만큼, 이동국에게는 자신의 공격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미드필더들이 있으며 안정환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이동국보다 안정환이 위력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성은 미드필더들에게 있었습니다.

원톱의 문제점은 공격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대표팀 경기에서 최전방에 고립되는 빈도가 많았던 이동국이 대표팀의 원톱을 맡기에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물론 전북의 원톱으로서는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었지만 이것은 미드필더들의 스타일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을 뿐입니다. 반대로 안정환은 상대팀에게 고립되지 않기 위해 직접 측면으로 이동하거나 2선으로 내려와 후속 공격을 이끌어가는 성향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다져진 원톱 경험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대표팀의 공격을 원톱과 스리톱으로 변화를 주겠다고 시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4-2-3-1을 쓰는 AS 모나코의 원톱 공격수로서 맹활약을 펼치는 박주영의 공격력을 대표팀에 전술에 최대한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박주영 이외에는 원톱에서 검증된 선수가 없었습니다. 이동국은 그동안 대표팀의 투톱 공격수로 꾸준히 출전한데다 원톱으로서 고립 될 가능성이 다분한 선수입니다. 이근호-이승렬은 원톱에 맞는 공격수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안정환이 박주영 원톱 체제의 또 다른 대안이 된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전은 안정환이 대표팀의 원톱으로서, 슈퍼 조커로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경기였습니다. 아울러 '안정환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말해준 경기였습니다. 안정환 원톱 효과가 앞으로 더 크게 빛을 발하는 허정무호라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