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감독의 비중이 높은 스포츠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해도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략과 전술, 팀 장악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축구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선수들의 경기력과 팀 워크, 감독의 용병술이 서로 상생하며 최고의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의 리더십이 막중합니다.

 

그런데 오카다 다케시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을 우리가 주목할 필요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리더십이 '졸장(명장의 반대 개념)'의 전형적인 지도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오카다 감독의 지도력에서는 리더십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리더십이라 함은 조직이 설정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때 빛을 발하고, 조직 구성원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다독이거나 직접 선봉에 나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때 리더로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카다 감독은 그런 인물이 아닙니다.

 

오카다 감독이 한국 축구팬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는 '월드컵 4강 발언' 입니다.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는데 일본도 그에 맞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는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은 거듭된 성적 부진에 시달린 끝에 본선 1승 달성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신세에 몰렸습니다. 3전 전패를 할 것이라는 여론의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오카다 감독은 지난달 24일 한국전 졸전끝에 0-2로 패했음에도 "그래도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며 4강 욕심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월드컵 4강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강조하며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성적 향상의 걸림돌이 되었는지, 최근 일본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평소 만큼의 폼을 보여주는 선수는 오른쪽 풀백 자원인 나카토모 유토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일본 국가 대표 답지 못한 답답합을 일관했습니다. 오카다 감독의 동기부여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서 선수들이 그 목표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카다 감독의 리더십 문제점입니다. 리더가 조직의 원활한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 역량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반에서 시험 성적 30등 턱걸이 안에 드는 학생이 20등, 15등, 10등을 목표로 하며 단계적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것 처럼, 한 순간에 4등안에 이름을 내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전 대표팀 세대보다 개인 기량과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대표팀 선수들의 역량은 월드컵 16강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리더십은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오카다 감독은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무리한 욕심을 키우며 선수들에게 현실적인 목표 의식을 주기보다는 부담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일본 축구가 2000년과 2004년에 아시안컵을 제패했고 2000년대 중후반 오심 전 감독 체제에서는 짜임새 넘치는 조직력을 과시했지만, 그 이후 오카다 감독 체제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 설정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끝에 이전 대표팀보다 전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는 전략도 결핍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성적 부진 원인이 오카다 감독의 지나친 점유율 집착 때문입니다. 자기 진영에서 여러차례 패스를 주고받아 점유율을 늘려 많은 공격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 오카다 감독의 심산입니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은 피지컬-체력-활동량이 약하고 고질적인 킬러 부재를 안고 있어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 같은 세계 유수의 강호들에게 점유율 축구가 통할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오카다 감독은 지난 잉글랜드전에서 점유율을 버리는 역습 전술로 바꾸었으나 조직력이 어설프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월드컵이 얼마 안남았는데 전술을 바꾼 것 자체가 모험입니다.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축구를 하는 셈입니다.

 

또한 오카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는 지도자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지난달 10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팀의 에이스인 혼다 다이스케가 며칠 뒤 "수비를 하고 싶지 않다"며 개인 플레이에 치중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오카다 감독은 혼다의 의견을 수용했지만 팀 장악력에 결합을 드러냈습니다.

 

만약 오카다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을 가졌다면 일본의 행보는 지금과 정반대였을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설정했던 목표는 월드컵 16강 진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번번이 16강 진출이 좌절되었던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꾸고 실력 위주의 선수들을 기용하며 체력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히딩크 감독의 의지는 단호했습니다. 프랑스와 체코에게 0-5로 대패하고 자신의 애인인 엘리자베스와의 동행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의 경질 압박을 받았지만 자신의 소신을 절대 굽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히딩크 감독에게 있어 월드컵 16강 진출은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었을지 모릅니다. 4년 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아 4강 진출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4강을 이끌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이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게 0-5로 대패했던 것 처럼, 네덜란드와 한국의 레벨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목표를 16강으로 설정하여 선수들이 그에 걸맞는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1년 6개월 동안 철저한 훈련을 병행했고 그동안 숨겨져왔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월드컵 4강에 진출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오카다 감독을 대신해서 일본 사령탑을 맡았다면 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켰을지 모릅니다. 얼마전 터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에 일본으로 갈 가능성은 없지만, 일본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히딩크 감독 같은 리더십이 출중한 지도자와 같은 배를 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지 모릅니다. 만약 일본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쓸쓸히 귀국하면 그 책임은 오카다 감독에게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와 비슷한 부류의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일본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표류할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목표는 4강 진출이다. 그러나 4강을 목표로 내세운 오카다 감독의 의지와는 달리 한일 양국 축구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일본 대표팀이 경기력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다 네덜란드-카메룬-덴마크 같은 까다로운 팀들과 16강 진출을 다투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 그럼에도 오카다 감독은 여전히 4강 진출을 염원하고 있다.

Q. 그거 들었어? 일본 축구의 남아공 월드컵 목표가 4강이래. 한국은 16강이 목표인데 일본의 4강 진출은 가능한 거야?
A. 진출 여부를 떠나서, 그 발언을 했던 오카다 감독이 4강 진출을 간절히 염원했나봐. 경제 대국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일본 축구 실력치고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게 한일 양국 축구팬들의 반응이잖아. 일본이 지난 7일 세르비아 대표팀 2군과의 홈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할 때 "일본 대표는 월드컵 본선에서 3패로 참패할 것이다"는 일본 언론의 부정적 반응을 비롯해 축구팬들도 월드컵 행보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이것은 일본 축구 전체가 4강 진출을 염원하기보다는 감독의 의지라고 보는 게 맞아.

Q. 그렇다면 오카다 감독의 4강 욕심은 근거 없는 자신감일까?
A. 그래도 대표팀의 수장이잖니. 리더가 4강 진출이라는 칼을 뽑았으면 선수들이 그 목표에 따라야 하는건 당연한 것이고. 무엇보다 일본 축구가 아시아 정상급 클래스로 발전했던 것은 유소년 및 성인 축구에 대한 인프라 강화 및 J리그의 가치 향상 같은 미래를 내다 본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일본은 "100년 이내에 월드컵 우승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 국가가 되겠다"는 백년대계를 모토로 1993년 J리그를 출범했어. 자국 축구 실력 향상에 분주히 움직이더니 아시아 중위권 레벨에서 벗어나 2000-2004년 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했지.

Q. 그건 오카다 감독 이야기와 다르지 않니? 너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A. 너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구나. 백년대계를 통해 일본 축구의 내실을 키웠고 그것이 축적이 되어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 그래서 오카다 감독이 4강 목표 발언을 한 것이지. 그런데 대표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랜 라이벌 관계였던 한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어.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잖아. 일본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지.

Q. 오카다 감독의 4강 발언은 한국을 의식한 거였네.
A. 그렇지. 오카다 감독이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는데 일본도 그에 맞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고, 항상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고 쏘아 붙였거든. 일본 축구가 80년대까지는 한국 축구의 벽을 넘지 못했고 1993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에선에서는 한국전에서 1-0으로 이겼음에도 '도하의 기적' 희생양이 되고 말았잖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16강에 올랐는데 한국의 4강 신화에 가려졌고. 그래서 월드컵에서 한국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압박감에 있는 것 같아.

Q. 지난 2월에 한국에게 1-3으로 패했는데 4강은 무리이지 않을까?
A. 허정무 감독과 오카다 감독의 '경질 더비'로 유명했던 경기? 그거는 양 팀 모두 최정예 전력이 아니었잖아. 한국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두 달 남겨놓고 중국과 0-0으로 비겼고, 월드컵 1승 달성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었잖아. 프랑스도 자국에서 열렸던 1998년 월드컵 우승 이전까지는 에메 자케 감독이 지도력 논란에 시달리며 현지 여론의 거센 경질 압박을 받았잖아. 하일성 야구 해설위원이 "야구 몰라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앞날이 어찌될지는 모르겠어. 그리고 말이야.

Q. 또 다른 이유라도?
A. 오카다 감독이 월드컵 4강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패스 게임이 최고이기 때문이지. 미드필더진을 통해 거치는 아기자기한 패싱력 만큼은 뛰어난 게 사실이잖아. 90년대 후반에 나카타가 오름세를 타면서부터 오노-나카무라-엔도-이나모토-하세베-겐코 등과 같은 패싱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대거 배출되었고. 아시아에서는 단연 정상급인데 문제는 그게 월드컵 본선에서 먹히느냐지. 아시아 레벨에서는 패싱력이 최고인데 세계 레벨의 강호에게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잖아.

Q. 그러고 보니 나카타가 예전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대표팀에 없잖아. 에이스였던 나카무라도 부진하던데.
A. 그게 일본의 고민이야. 나카타는 4년 전에 은퇴했지. 그래서 나카무라가 에이스 역할을 부여받았는데 스페인에서 극심하게 부진하면서 결국 J리그로 돌아왔고 전성기 시절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졌어. 혼다-하세베-모리모토 같은 유럽파들이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능력이 대표팀에서 최대화되지 못하고 있어. 세계적인 강호들과 견줄만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지 않은데다 고질적으로 피지컬이 취약해. 좌우 풀백들이 뒷공간을 자주 침투당하는 문제점도 있고. 특출난 킬러가 없는 단점은 일본에게 절망적이야. 세밀한 패싱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이 풍부하더라도 공격수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골 넣기가 힘들거든. 최근에는 나카자와의 노쇠화가 두드러졌더라고.

Q. 나카자와? 일본 걸 그룹 모닝구 무스메 전 리더(나카자와 유코) 말하는 거니?
A. 지금 축구 얘기하는데 남의 나라 연예계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니. 타이거 JK 헤어스타일과 비슷한 센터백(나카자와 유지)이 한 명 있거든.(나는 타이거 JK팬) 한국이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직면한 것처럼 일본도 같은 고민에 빠졌어. 나카자와가 예전보다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문전 침투를 하는 상대팀 선수를 계속 놓치거든. 한국전에서도 이동국-이승렬-김보경 같은 공격 옵션과의 스피드 경합에서 밀렸고. 그래서 툴리우의 커버 플레이 부담이 늘어났는데 무리한 공격 가담을 시도하는 성향이라 팀의 수비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이 커.

Q. 수비가 안 되면 월드컵에서 힘들 텐데.
A. 맞아. 수비가 강한 팀들이 단기전에서 좋은 결과 거두는 게 축구니까. 그런데 일본은 고질적으로 공격수 역량이 약한데다 수비 불안까지 겹쳤어. 문제는 일본 센터백들이 발이 느린 단점을 안고 있어서 나카자와를 대체할 옵션이 마땅치 않아. 일본 입장에서 걱정스러운 건, 나카자와가 네덜란드의 로빈 판 페르시, 카메룬의 사뮈엘 에토, 덴마크의 니클라스 벤트너 같은 유럽 톱클래스 공격수들과 상대한다는 것이지. 특히 벤트너는 최근에 물이 올랐잖아.

Q. 그럼 월드컵 4강은 힘들다는 거네.
A. 일본의 현실적인 목표는 16강 진출이야. 네덜란드-카메룬-덴마크와 같은 조인데 일본이 세 나라보다 전력 적으로 취약하잖아. 16강 진출부터 달성하면서 4강을 위해 차근차근 전진하는 것이 순리인데, 오카다 감독의 4강 발언이 현실적이지 못하지. 한국 축구팬들에게 '일본 축구 전설의 1군'으로 알려진 일본의 유명 축구 만화 < 캡틴 츠바사(한국 제목 : 날아라 캡틴) > 의 라인업이라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지만 그건 허구성이 강하잖아. 그리고...

Q. 그리고 뭐 ?
A. Daum 검색창에 '야나기사와 후지산 대폭발슛'이라고 찾아봐. 관련 동영상이 있을 텐데 신칸센 대탈선슛(이것도 야나기사와), 청계천 대범람슛(박주영) 13억 인민좌절슛(덩팡저우) 런던 대공황슛(베컴) 같은 전설의(?) 슛 동영상이 있어. 일본 축구 하니까 막연히 야나기사와 후지산 대폭발 슛이 떠오르더라. 아마 내 머릿속에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글은 Daum 스포츠 남아공 월드컵 특집 매거진에 실렸으며 Daum측의 허락을 받고 게재함을 밝힙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태극전사들은 남아공에서 사고치고 싶은 욕망이 크다.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 목표다"(허정무 한국 감독)
"월드컵 본선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싸워주길 바라며, 4강 진입을 목표로 하겠다"(오카다 다케시 일본 감독)

한국과 일본의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본선의 목표는 서로 다릅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2-0 승리 후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이 목표라고 말한 반면에 오카다 감독은 이에 앞서 열린 6일 우즈베키스탄전 1-0 승리 후 월드컵 본선 4강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죠. 한일 대표팀의 경기력이 서로 비슷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목표가 다르다는 것이 색다릅니다.

사실, 아시아 국가가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역대 18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아시아팀이 조별 예선을 거쳐 상위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대회가 3개 대회에 불과하니까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진출했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16강에 진출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4강, 일본이 16강에 올랐죠. 그러나 나머지 대회에서는 아시아 팀의 성적이 좋지 못했거나 불참했던 경기도 있었습니다. 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아시아권에 속했던 4개 국가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했죠.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현 인도네시아-는 193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지만 당시 대회 규정이 조별 예선 이후에 16강 토너먼트로 이어진 것이어서, 통계에서 제외 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주가 16강에 진출했지만 아시아가 아닌 오세아니아 자격으로 진출한 것이어서 이것도 제외 했습니다.)

이러한 통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국의 16강 진출 목표는 '현실적'이고, 일본의 4강 진출 목표는 '비현실적'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8번 월드컵 본선 진출했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한 나머지 대회에서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성적이 역대 본선 최고의 성적이며, 나머지 월드컵 원정 경기에서는 6전 1무5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원정 대회 1승 조차 못한 팀이 4강 진출을 바라고 있으니 참으로 비현실적이죠.

우선, 한국이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86-90-94-98년 본선에서 1승 및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영향이 큽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1승을 1차 목표로 설정한 뒤 16강 진출을 2차 목표로 설정했죠. 이렇다 보니, 세계 무대의 벽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여 본선 조추첨부터 월드컵 실전 무대에 이르기까지 16강 진출 여부에 모든 초점을 쏟았습니다. 16강에 오르면 그 다음 목표에 도전하고 다다음 목표에 도전하여 한 단계씩 밟아가는 것이 주된 패러다임이죠. 아시아 팀이 16강에 진출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일본이 4강 진출을 벼르는 이유는 오카다 감독이 한국에 자극받았기 때문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지난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는데, 일본도 그에 맞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는 말을 종종 내뱉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을 때도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고 거침없이 쏘아 붙였죠.

이러한 오카다 감독의 발언은 어찌보면 한국 축구에 대한 열등의식으로 비춰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입니다. 감독 입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 목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일본 축구 역사에 길이 남길 커리어를 올리기 위해서는 월드컵이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었으며 특히 한국을 의식했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도 진정한 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한국의 월드컵 4강 성적과 나란히 하거나 그에 필적할 수 있는 커리어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죠. 만약 오카다 감독이 목표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지 않은 존재라면 지휘봉을 잡을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면 곤란합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반에서 16등 안에 들지 못하는 학생이 시험에서 4등 안에 들겠다고 '큰 소리' 치는 것과 똑같은 행동입니다. 상위권 학생과 중상위권 학생, 중위권 학생의 레벨이 엄연히 다른데 중위권 성적의 학생이 어느 순간에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어렵고 힘듭니다.(공교롭게도, 요즘 교실 정원수가 30명 내외더군요.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팀과 거의 똑같은 규모입니다.) 오카다 감독의 월드컵 4강 진출 희망사항이 '오르지 못할 나무'에 비유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한국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본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 하나는 월드컵 본선이 한국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후와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 선수들보다는 태극 전사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유럽팀 출신 선수들은 2001/02시즌 유럽축구 일정을 마친 뒤 지구 반대편을 돌아 한국에 입국했던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만약 2002년 월드컵이 비아시아권 지역에서 열렸다면 한국이 4강 진출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요소가 있는데, 일본의 남아공 월드컵 4강 도전 과정은 2002년의 한국보다 힘들 것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이 세상에서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없습니다. 일본이 4강 진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면 오카다 감독의 발언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자들이 세계 축구를 지배하는 최근 흐름에서는 정신력 하나로는 못버팁니다. 어디까지나 실력이 전제 되어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은 강팀들의 잔치로 끝났습니다.

일본 축구의 문제는 공격수입니다. 아무리 세밀한 패스를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이 풍부하더라도 공격수가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들의 한계를 넘지 못했습니다. 또한 일본 선수들은 전형적으로 피지컬이 떨어집니다. 그 약점을 보완하지 못해 격렬한 경기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약점을 오카다 감독이 보완하지 못하면 남아공 월드컵 4강 진출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보다는 16강 진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것은 허정무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3전3패의 성적으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물론 3경기 모두 좋은 경기 내용을 보였지만 축구는 결과로 말할 뿐입니다. 그랬던 오카다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4강 진출에 도전합니다. 꿈도 야무지고 목표도 높게 잡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허정무 감독의 16강 진출 도전이 현실적인 목표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까지 12개월 남은 한국과 일본 축구의 앞날 행보가 주목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