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올림픽 화제의 인물 중에 한 명을 꼽으라면 안현수(러시아명 : 빅토르 안)입니다. 한국이 아닌 러시아 대표 쇼트트랙 선수로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소치 올림픽 종합우승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러시아는 이전 대회 전까지 쇼트트랙에서 단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으나 안현수 등장에 의해 남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안현수의 소치 올림픽 3관왕 달성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과거의 부상 이력을 떠올리면 한국 대표로 나섰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시절을 재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이번 올림픽 전까지 세계 랭킹 1위로 꼽혔던 종목은 500m 뿐이었습니다. 5000m 계주를 포함한 3개 종목에서 세계 랭킹 1위를 질주했던 찰스 해믈린(캐나다)의 존재감을 떠올리면 안현수의 올림픽 강세를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진=안현수 (C) 러시아 빙상연맹 공식 홈페이지(russkating.ru)]

 

개인전 첫 결승이었던 1500m에서는 해믈린이 금메달, 안현수가 동메달을 받았습니다. 비록 안현수가 해믈린과의 맞대결에서 밀렸으나 500m와 1000m는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1500m는 안현수의 주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 종목에서 러시아 최초로 쇼트트랙 올림픽 메달을 선사했던 자신감이라면 500m와 1000m에서 승산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러시아의 5000m 계주 우승까지 공헌하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안현수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받았던 메달은 총 6개입니다. 역대 쇼트트랙 선수 중에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했던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가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4회 수상한 것과 맞먹을지 모릅니다.(메시의 FIFA 발롱도르 4회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분리되었던 시절까지 포함했습니다.) 물론 쇼트트랙은 축구에 비해 개인이 금메달을 받을 기회가 많은 특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안현수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소치 올림픽 3관왕으로 보여줬죠.

 

저는 안현수가 역대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이렇게 많이 따내는 쇼트트랙 선수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결과만 좋았던 것도 아닙니다. 승부처에서 자신의 앞에 있는 선수를 재쳤을 때의 민첩한 움직임, 빠른 결단, 몸이 잘 넘어지지 않았던 스케이트 솜씨까지 세계 No.1에 걸맞는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 선수로서 잘나갔던 시절의 기량을 되찾는데 주력했던 노력이 소치 올림픽에서 제2의 전성기를 거두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세계 최고였던 해믈린과의 맞대결에서 이겼죠.

 

안현수가 3관왕을 달성하면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이슈가 포상금, 아파트, 훈장 같은 혜택이었습니다. 포상금 5억 원과 고급 자동차, 아파트 한 채를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올림픽에서 그러한 대우를 받을만한 가치를 보여줬으니까요. 야구와 축구 같은 다른 종목에서도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치 올림픽을 통해 러시아 남자 쇼트트랙의 위상을 높였던 안현수의 혜택을 보면 러시아 스포츠 영웅이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때 한국 쇼트트랙의 1인자였던 선수가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 좋은 대우을 받고 있으니까요. 안현수가 러시아에 귀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만 한국 스포츠가 올바르게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경기력 향상에 전념하는 분위기가 잘 조성되면서 여러 문제점이 보완 되어야겠죠. 한국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받았던 금메달은 3개입니다. 안현수의 금메달 3개와 동일합니다. 우리나라 스포츠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소치 올림픽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한국 쇼트트랙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소치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으나 대회 중반에 접어든 현재까지 단 1개의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여자 종목에서 박승희 500m 동메달, 심석희 1500m 은메달 외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죠. 두 선수의 메달이 의미있는 것은 분명하나 한국 대표팀을 전체로 놓고 보면 올림픽 무대를 평정했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특히 남자 종목이 심각합니다. 올림픽 4개 종목 중에 3개가 끝났으나 한국의 메달은 단 1개도 없었습니다. 1000m에서는 신다운이 결승전에서 실격, 1500m에서는 이한빈이 6위, 5000m 계주에서는 준결승 탈락에 그쳤습니다. 이제 500m를 남겨 놓고 있으나 한국의 약세 종목으로 꼽힙니다. 김기훈-채지훈-김동성-안현수(지금의 빅토르 안)-이정수 같은 올림픽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칠 선수가 없는 것이 남자 쇼트트랙의 현실입니다.

 

 

[사진=안현수 (C) 러시아빙상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russkating.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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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의 약세는 소치 올림픽 이전부터 예견됐습니다. 한국의 쇼트트랙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 대표팀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전력 평준화가 된 것이 그때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분위기였죠. 이러한 현상은 당연합니다. 그만큼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에서 좋게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축구에서도 외국인 감독이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결정적인 부진 원인은 내부에 있었습니다. 파벌에 따른 대표팀내 갈등이 소치 올림픽 부진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1000m 금메달리스트 안현수는 '한체대 vs 비한체대' 파벌의 대표적인 희생양입니다. 만약 한국 대표팀 시절 파벌이 없었으면 지금쯤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획득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안현수가 후배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한국 대표팀에서 올림픽 금메달급 인재가 배출되었을지 모를 일이었죠. 하지만 안현수는 한국에서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로 떠났고 마침내 소치 올림픽에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안현수 금메달이 전하는 교훈은 어느 분야에서든 파벌이 있는 조직은 언젠가 쇠퇴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최근 A매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국내파 vs 해외파'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이제는 61위로 추락했죠. 그것도 아시아에서 6번째 입니다. 브라질 월드컵 성적이 어떨지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의 경기력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시절보다 떨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파벌이 스포츠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파벌이 조성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에 지역 갈등까지 존재합니다. 조직 내 갈등이나 이것과 비슷한 형태의 이유로 불편함을 겪는 일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만연하죠. 구체적인 예를 표현하면 XX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XXX 상사(회사마다 직책이 달라서 상사라는 표현으로 통일)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아서 불이익을 받거나 무시 당하는 일이 없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으로 도움되지 않습니다. 인재 양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죠.

 

안현수가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받는 이유는 당연합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인맥적인 불안 요소가 안현수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파벌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안현수가 파벌만을 이유로 한국을 떠났던 것은 아닐 겁니다. 과거 대표팀에서 어느 모 선수에게 폭행 당했던 아픔이 있었죠. 체벌이 만연한 한국의 현실에서(여전히 체벌이 없어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 지도자가 선수를,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일이 오래전부터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개봉했던 영화 <노브레싱>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꼬집는 장면이 나왔었죠.

 

한국 쇼트트랙의 몰락은 4년 뒤 평창 올림픽을 걱정하게 됩니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선수로 활동하지 않을 것이며(이번 올림픽이 선수로서 마지막),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도 그때쯤 선수로 활약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쇼트트랙이 분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제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는 추세죠. 안현수는 더 이상 한국 선수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파벌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평창 올림픽에서 개최국 답지 못한 성적을 거둘지 모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저의 인생에서 한국인 선수가 출전한 올림픽 결승전에 다른 나라 선수를 응원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나 2014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 만큼은 달랐습니다. 저는 러시아 국적 선수가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러시아를 응원한 것이 아닌 그 나라를 대표하여 올림픽에 출전했던 빅토르 안을 지지했습니다. 바로 안현수입니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귀화한 선수가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응원과 신뢰를 받는 것은 매우 드뭅니다.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에서 이러한 사례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유도에서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귀화했던 재일교포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금메달을 땄습니다. 하지만 어느 국내 신문 1면에는 "조국을 메쳤다"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나왔죠. 지금의 안현수와는 반응이 달랐습니다.

 

 

[사진=안현수 (C) 러시아 빙상연맹 공식 홈페이지 메인(russkating.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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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는 한국인 선수와 인연이 깊은 종목입니다. 지난 7번의 동계 올림픽 중에 6번이나 한국인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과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에서 김기훈이 2연패를 달성했고,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는 김동성,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안현수,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는 이정수, 그리고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한국명 안현수였던 러시아의 빅토르 안이 8년 만에 1000m 정상에 등극했습니다.

 

안현수는 한국 대표팀 시절이었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이후 8년 만에 올림픽을 제패했습니다. 러시아 귀화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소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500m와 5000m 계주 중에 1개라도 금메달을 따내면 역대 쇼트트랙 남녀 올림픽 종목 최다 금메달을 보유한 선수가 됩니다. 이미 남자 선수 중에서는 올림픽 최다 금메달 선수가 됐습니다. 이제 전이경(한국) 왕멍(중국, 이상 4개)을 넘으면 됩니다.

 

1000m를 제패했던 안현수는 쇼트트랙 역사상 최초로 두 개 국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최초의 인물이 됐습니다. 500m와 5000m 계주 성적이 어떨지 알 수 없으나 이미 1000m 금메달을 통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을 겁니다. 2006년 올림픽 3관왕을 달성했던 한국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가 8년이 지난 현재 러시아 선수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스토리를 봐도 화제를 끌만하죠.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했던 이유(대표적으로 파벌)도 올림픽 이전에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한국 대표팀 선수로서 재기에 성공하기에는 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소속팀 성남시청 해체와 대표팀에서의 파벌, 빙상연맹과의 갈등 등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러시아로 귀화하면서 예전 기량을 되찾은 끝에 소치 올림픽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마침내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만약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떤 삶을 보냈을까요? 아마도 소치 올림픽에 한국 선수로 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사람들은 안현수를 '예전에 올림픽에서 잘 나갔던 선수'라고 인식했을 겁니다. 하지만 안현수는 현역 선수로서 빙판을 질주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계속 펼치고 싶었죠. 한국 여론은 그의 러시아 귀화를 존중했고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바랬습니다. 마침내 그는 소치 올림픽에서 세계 1인자를 되찾았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금메달에 열광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아팠습니다. 한마디로 웃픈 일이 되었죠.

 

글의 마지막은 안현수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합니다. "한국 국민은 안현수 선수를 잊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서 행복하세요."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