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안방에서 아스톤 빌라에게 패했습니다. 지난 26년 동안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스톤 빌라에 패한 적이 없었던 맨유의 위용은 90분 내내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맨유는 13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아스톤 빌라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20분 가브리엘 아그본라허에게 헤딩 결승골을 허용해 패배의 쓴잔을 마셨습니다. 맨유는 아스톤 빌라전 패배로 에버튼과 3-3으로 비긴 선두 첼시와의 승점 차이가 2점에서 3점으로 벌어졌습니다. 만약 아스톤 빌라를 꺾었다면 첼시와 승점 동률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맨유, 26년 만에 홈에서 아스톤 빌라에 패한 이유

우선, 맨유는 지난 26년 동안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스톤 빌라에 패한적이 없었습니다. 2000년대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톤 빌라에게 단 4실점만 허용했고 2007-08시즌 아스톤 빌라와의 3경기에서(FA컵 포함) 총 10골을 넣었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아스톤 빌라에 강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맨유의 승리 가능성이 높았던 이유는 아스톤 빌라가 올 시즌 원정 경기 성적이 안좋았기 때문입니다. 7번의 원정 경기에서 2승3무2패를 기록했는데 홈 경기에서 5승2무1패를 거두었던 성적과 대조되며 최근 5경기 연속 원정 무승(3무2패)에 시달렸습니다. 원정에서 승운이 따르지 않는 상항에서 맨유와 올드 트래포드에서 만난것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이 이번 경기에서 그대로 증명 되었습니다. 맨유가 전술 흐름 및 경기 결과 모두 아스톤 빌라에게 패했습니다. 맨유는 아스톤 빌라전에서 슈팅 19-8(유효 슈팅 4-3), 점유율 68-32(%), 패스 시도 592-239(개), 패스 성공 496-174(개), 패스 정확도 83.8-72.8(%)를 기록해 상대팀보다 우세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패스 시도 및 성공 횟수는 상대팀보다 약 2.5배 더 많았을 정도로 우세한 점유율 속에서 무수한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그럼에도 무득점 패배했다는 것은 전술적으로 문제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맨유는 아스톤 빌라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쿠쉬착을 골키퍼, 에브라-비디치-브라운-플래처를 포백, 안데르손과 캐릭을 더블 볼란치, 박지성과 발렌시아를 좌우 윙어, 긱스를 공격형 미드필더, 루니를 원톱에 배치했습니다. 지난 프리미어리그 두 경기에서 4-2-3-1 효과로 다득점 승리를 거두면서 이번에도 같은 포메이션을 활용했고 긱스를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시켜 박지성의 선발 출전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이것은 긱스의 공격 역량을 최대화 시켜 루니의 득점력을 끌어올리고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측면에서 긱스를 보조하는 것이 맨유의 의도 였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긱스쪽에 쏠리는 패스 전개를 적극적으로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전은 아스톤 빌라에 읽혔습니다. 맨유의 공격이 그동안 긱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팀 입장에서는 긱스를 견제하기 위한 방법에 골몰했습니다. 그런데 긱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아스톤 빌라의 긱스 견제가 손쉬워졌습니다. 중앙은 측면보다 압박의 세기가 두껍기 때문에 수비 밸런스를 튼튼히 구축하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아스톤 빌라는 '다우닝-페트로프' 중앙 미드필더 조합과 포백 사이의 간격을 좁혀 긱스의 공격 길목을 막아내고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만약 긱스가 왼쪽에서 뛰었다면 오른쪽 풀백인 루크 영 혼자서 견제하는 버거움이 있었죠.

그래서 맨유는 아스톤 빌라의 수비 위주 움직임에 의해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긱스의 부진으로 공격 작업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긱스의 패스를 활용한 2차 공격이 상대의 압박에 막혀 진행되지 못하면서 공격 마무리가 떨어지고 상대의 빠른 역습을 허용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은 실점의 빌미로 이어졌죠. 여기에 안데르손-캐릭과 박지성-긱스-발렌시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지는 문제점까지 벌어졌습니다. 특히 안데르손의 경기 장악력 부족은 긱스의 부진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맨유는 긱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반 중반에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했습니다. 박지성이 왼쪽에서 정확한 패스 연결과 부지런한 공간 창출로 팀 공격의 물꼬를 트다보니 중앙에서도 자연스럽게 잘 풀릴거라 생각한 것이 퍼거슨 감독의 의도 였습니다. 박지성은 중앙에서 루니-발렌시아와의 간격을 좁혀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중앙 압박이 거세다보니 박지성의 패스를 받은 루니와 발렌시아가 더 이상 최전방쪽으로 전진할 수 없었고 여러차례 공을 빼앗기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긱스를 빼고 오언을 투입해 4-2-3-1에서 4-4-2로 전환했습니다. 상대의 중앙 압박이 견고한 상황에서 4-2-3-1은 더 이상 무리였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판단이었죠. 여기까지는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아스톤 빌라에 0-1로 뒤진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골 넣을 수 있는' 후보들을 조커로 투입 시켰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오언을 투입했고 17분에는 베르바토프, 22분에는 깁슨이 교체 투입했습니다.

특히 후반 17분 상황이 문제였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부지런한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을 빼고 베르바토프를 투입한 것과 동시에 루니를 왼쪽 윙어에 배치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오언-발렌시아가 확실하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원들이기 때문에 박지성을 빼도 문제 없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생각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 되었습니다. 맨유는 박지성이 빠지면서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줄었습니다. 루니는 측면 미드필더로 옮기면서 중앙에서의 역동적인 활약이 사라졌고 발렌시아는 체력 저하 때문인지 전반전보다 움직임이 무뎌졌습니다. 이렇다보니 베르바토프-오언은 미드필더들의 소극적인 지원속에 최전방에 동반 고립 되었습니다.

박지성은 골을 잘 넣는 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동료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공격 과정에서 이타적인 역량에서 힘을 실어주는 선수입니다.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안데르손과의 2대1 패스를 성공시킨것을 비롯 대각선 패스, 전진 패스 등 공격 연결이 매끄러웠고 30개의 패스 중에 5개만 미스를 범했을 뿐입니다. 상대의 두꺼운 수비 속에서도 끊임없이 공간을 창출했으며 이것은 맨유가 박지성 교체 이전까지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갔던 원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을 빼면서 공격 옵션 어느 누구도 희생하지 않다보니 공격의 위력이 반감되는 역효과가 벌어졌습니다.

만약 맨유가 박지성을 대신해서 오베르탕을 투입했다면 경기 판도는 달랐을지 모릅니다. 오베르탕은 조커로 투입 되었던 지난 9일 볼프스부르크전 2도움에서 증명되었던 것 처럼 짧은 시간안에 팀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올려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파괴력이 있습니다. 아직 맨유에서 골을 넣지 못했지만 전형적으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타입이기 때문에 아스톤 빌라 같은 상대에 유리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너무 골에 집착하면서 골 넣을 수 있는 옵션들만 조커로 기용했습니다. 박지성을 끝까지 기용했거나 아니면 오베르탕을 투입했다면 경기 내용이 나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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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팀의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들을 다독거리며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가 바로 감독입니다.

때로는 따뜻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격려하고(덕장) 때로는 야단치고(용장) 때로는 상대를 꺾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짜내며 온갖 전술들을 구사합니다.(지장) 여기까지는 명장들의 3대 조건이지만 명장을 뛰어 넘는 또 하나의 존재가 경기에서 늘 이긴다고 하여 '복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주로 마법사 같은 기질을 내뿜는 감독들이 전형적인 복장 스타일이죠. 그 대표 주자가 바로 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불과 10여일 전, 계속된 성적 부진에 허덕여 리그 4위로 추락한 첼시의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최근 1년 6개월 동안 무리뉴-그랜트-스콜라리가 경질되었던 첼시의 '독이 든 성배'를 받으며 '3개월 임시 대타'로 나선 것이죠. 자신을 감독으로 앉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우승을 원했던 만큼, 첼시의 시즌 후반 대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문제는 히딩크 감독에게 주어진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21일 아스톤 빌라전 이전까지,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10점 차이로 뒤져, 앞으로 13경기 남은 상황에서 맨유를 잡기 위해 4경기를 따라 잡아야 하는 절박함에 직면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난 19일 <유나이티드 리뷰>를 통해 "히딩크 감독이 오더라도 첼시의 우승은 힘들 것이다"고 전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었습니다. 더욱이 선수들이 잦은 감독 교체로 전술적인 흐름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데다 스티브 클라크 수석코치의 웨스트햄 이적으로 체력이 약해진 것, 스콜라리 체제에서 불거진 기강 문제 등등 성적 향상을 위해 많은 것을 잡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감독이라면, 여러가지 난관에 놓인 첼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선수들의 항명설까지 끊이지 않았으니 감독 권위마저 지키기가 버겁겠죠. 불과 지난 유로 2008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의 명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스콜라리 전 감독이 실패한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술 부재에서 터진 선수단 장악 실패였지요.(두번째 이유는 첼시 구단의 호비뉴 영입 실패) 시즌 초반 선두였다가 4위로 떨어져 선두 맨유와 승점 10점 차이로 떨어졌으니, 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만족하지 않았으니(그랜트 전 감독의 경질 사유) 우승 아니면 경질이죠.

결국 히딩크 감독이 아스톤 빌라와의 데뷔전에서 꺼내든 카드는 바로 '배짱'이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2006년 독일 월드컵, 유로 2008에서 발휘한 특유의 배짱으로 첼시에게 닥친 위기를 정면으로 극복하고자 했죠. 한 경기라도 비기거나 패하면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안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며 두둑한 배짱을 밀고가는 뱃심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오랜 감독 경험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승승장구했던 히딩크 감독의 배짱은 그동안 무기력하던 첼시의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그것도 1-0 승리였기에 단순 이상의 값진 업적을 거둔 것이죠.

히딩크 감독이 맞붙은 아스톤 빌라는 그야말로 '난적'이었습니다. 마틴 오닐 아스톤 빌라 감독이 팀의 리그 3위 돌풍으로 올 시즌 우승을 자신했었기에 첼시전에서 만만치 안은 공세를 가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더욱이 첼시는 아스톤 빌라 원정에서 9경기 연속 무승(6무3패)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습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승점 3점 이었습니다. 스콜라리 감독이 추구했던 틀을 모두 폐기처분하고 자신만의 용병술을 과감히 구사하여 데뷔전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것이죠. 게다가 아스톤 빌라 원정 징크스까지 격파했으니 그야말로 특유의 '마법'을 부린 셈입니다. 그의 데뷔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론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통할까?'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결국 첫 경기부터 긍정적 결과가 나타나면서 첼시의 역전 우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술적인 부분에서 히딩크 감독 특유의 배짱이 빛났습니다. 첫째로, 그랜트-스콜라리 체제에서 실패했던 '드록바-아넬카' 투톱 카드를 꺼내들며 최근 팀 부진의 주범으로 꼽혔던 이들을 믿고 선발로 기용한 것이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리그 정상급 투톱으로 활약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닌 조합이기 때문에 선발 출장이라는 동기 부여를 제공하며 해결사 다운 활약을 펼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레이 윌킨스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던 지난 21일 왓포드와의 FA컵 16강전에서는 아넬카가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주중 자체 연습 경기에서는 드록바가 1골을 넣었으니, 투톱 성공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두 선수는 히딩크 감독의 믿음 속에 아스톤 빌라전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측면쪽으로 넓게 움직이며 2선에 포진한 선수들의 공격 침투 공간을 만들더니 첼시가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죠. 니콜라스 아넬카는 특유의 넓은 움직임으로 미드필더진과 수시로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 기회를 끊임없이 창출했고 디디에 드록바는 상대 수비가 밀집된 좁은 공간에서 동료 선수들의 공격을 돕기 위해 스크린 플레이를 펼치는 궃은 역할을 소화했죠. 결국 전반 18분 아넬카가 문전 중앙에서 램파드의 감각적인 전진패스를 이어받아 오른발로 결승골을 만들었습니다. 비록 드록바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드록바의 몸이 올라왔다. 드리블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장지현 MBC ESPN의 평가처럼 이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두번째는 살로몬 칼루의 포지션 변신 이었습니다. 그동안 조 콜의 백업이자 측면 윙어로 활약했던 그는 아스톤 빌라전에서 4-3-1-2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꼭 이기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변칙 기용이었기 때문에 '이를 간파하지 못한' 아스톤 빌라가 당황할 수 밖에 없었으며 전반 초반 부터 수비벽이 와르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칼루는 드록바와 아넬카의 공간 창출에 힘입어 빠른 순발력으로 상대 수비벽을 무너뜨리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첼시가 전반전에 공격 점유율 64-36, 슈팅 횟수 11-6(유효슛 4-1)의 우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칼루였고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히딩크 감독의 4-3-1-2 작전은 2004/05시즌 PSV 에인트호벤 시절에 쓰던 용병술입니다. 기본 전형이 4-3-3 이었지만 전술 변화가 필요한 경기에서 4-3-1-2를 구사하여 상대의 허를 찔렀죠. 1에 포진한 선수는 다름 아닌 박지성 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소위 말하는 '잠그기'였습니다. 첼시는 후반 9분 칼루를 빼고 데쿠를 투입시키면서 1-0의 승리를 지키겠다는 수비 위주의 작전으로 들어갔습니다. 데쿠는 최근 히딩크 감독에게 부여받은 홀딩맨을 맡아 팀의 수비벽을 단단히 다지게 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후반 초반부터 지키기 작전에 성공한 것인데, 언제 골이 터질지 모를 프리미어리그에서 40분 동안(인저리 타임 4분 포함) 잠그기를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치 이러한 면모는 2004/05시즌과 2005/06시즌 수비 위주의 경기로 여러차례 1-0 승리를 거둔 무리뉴 감독 시절을 엿보이게 합니다. 히딩크 감독의 배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이번 아스톤 빌라전에서 드러난 것 처럼, 첼시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이 요구한 색깔들을 충분히 해내며 결속력을 다지고 있습니다. 스콜라리 체제에서 어수선했던 그들이 승리를 위해 단합된 호흡을 자랑하며 아스톤 빌라 원정 징크스를 깬 것이죠. 이것이 바로 '히딩크 효과'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여러 팀에서 마법같은 기질을 발휘했던 히딩크 감독이 역전 우승이라는 결과를 거두려면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승부의 키를 찾아 두둑한 배짱으로 밀고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의 배짱이 6년전 자신이 한국 땅에서 히트 시켰던 '하늘 만큼 땅 만큼'이라는 유행어처럼 리그 최종전까지 빛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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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오닐 감독이 이끄는 애스턴 빌라의 끝 없는 질주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애스턴 빌라는 8일 블랙번전 승리로 최근 리그 13경기 연속 무패행진과 원정 7연승의 오름세를 앞세워 첼시를 제치고 리그 3위 수성에 성공했습니다. ´돌풍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는 여론의 반응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위권에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히면서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불과 지난달까지 아스날과 4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애스턴 빌라는 첼시까지 꺾고 3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리그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차가 단 5점에 불과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성이 밝아진 상황이며, 이대로의 오름세라면 창단 후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애스턴 빌라 EPL 우승의 주역, 마틴 오닐 감독

당초 애스턴 빌라의 목표는 리그 4위권 진입 이었습니다. 오닐 감독은 지난달 12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스타>를 통해 "애스턴 빌라의 올 시즌 우승은 힘들다. 우승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대형 선수들이 더 필요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며 아스날을 꺾고 4위를 확정짓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죠.

하지만 오닐 감독은 지난달 28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이길 것이다. 아스날을 비롯 다른 팀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겠지만 우리는 이런 경험을 즐기고 있다"며 사실상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최근 무패행진에 자신감을 얻었던 것이 리그 4위권 진입을 넘어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겠다는 것이 그것이죠.

지난 10년간 리그 중위권을 전전하던 애스턴 빌라가 급부상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장´으로 꼽히는 오닐 감독에게 있습니다. 그는 2001년 부터 2005년까지 셀틱의 리그 3회 우승과 컵대회 3회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더니 2006년 애스턴 빌라 사령탑을 맡아 전력을 재정비하여 팀을 리그 선두권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오닐 감독은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스쿼드를 구성하여 탄탄한 조직력을 다졌습니다. 중원 사령관 가레스 베리를 필두로 가브리엘 아그본라호르, 에슐리 영, 루크 영, 나이젤 레오-코커, 스티브 시드웰 등과 같은 잉글랜드 선수들이 스쿼드의 뼈대를 형성하여 강한 응집력을 발휘했던 것이죠.

최근에는 니키 쇼레이와 제임스 밀너 같은 또 다른 잉글랜드 출신 스타들을 발굴했고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에밀 헤스키를 영입하면서 ´잉글랜드 커넥션´의 저력을 떨쳤습니다. 특히 헤스키는 지난달 28일 포츠머스전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오닐 감독의 기대를 충족 시켰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오는 11일 스페인과 A매치를 치르는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에 6명의 선수가 발탁되는 쾌거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매달리는 빅4의 행보와 대조적이어서 잉글랜드 축구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마치 제2의 잉글랜드 대표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말이죠.

안정적인 경기 운영, 돌풍의 원동력

애스턴 빌라 돌풍의 원동력은 매 경기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꾸준함에 있습니다. 그동안 시즌 초반 선전하다 중반부터 무너지는 문제점을 남겼지만 올 시즌에는 리그 13경기 연속 무패로 꾸준히 승점을 쌓더니 어느새 첼시와 아스날을 따돌리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전력의 상향 평준화로 어느 한 팀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면서 우승에 도전하는 발판의 계기를 마련했죠. 결국 이번 시즌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현재 애스턴 빌라는 ´첼시-아스날과 대조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팀 최다 득점 5위(40골)와 최소 실점 5위(24실점)의 군더더기 없는 전력을 갖춘데다 팀 최다 승리 횟수에서 리버풀과 공동 2위(15승)를 기록하여 물오른 ´승리 본능´이 빛을 발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무패행진과 맞물려 공수 양면에 걸쳐 기복없는 전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애스턴 빌라는 아그본라호르의 득점력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는 올 시즌 10골을 기록하여 팀 득점의 4분의 1을 책임졌으며 욘 카류의 부상 공백까지 메우며 리그 돌풍을 이끌었습니다. 최근에는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를 자랑하는 헤스키까지 들어오면서 마음 편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죠. 헤스키가 마이클 오언, 아므르 자키 같은 골잡이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제공하는 선수임을 비춰볼때 팀 공격력이 힘을 얻을 공산이 큽니다.

수비 역시 견고 합니다. 미드필더 라인에 베리, 시드웰, 레오-코커, 스틸리안 페트로프 같은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배치되어 있어 포백 수비수들의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마르틴 라우르센과 쇼레이 등이 두각을 나타내는 수비 라인 또한 쉽게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죠. 올해 38세의 미국 출신 골키퍼 브래드 프리델은 여전히 신들린 선방을 자랑하며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습니다.

우승 경험 부족, 얇은 선수층이 우승의 관건

하지만 애스턴 빌라의 리그 우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를 달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92/93시즌 리그 준우승과 1995/96시즌 리그 4위를 기록하며 우승에 근접했지만 2000년대 들어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우승 경험이 없습니다. ´큰 대회 일수록 경험의 힘이 빛난다´는 축구계의 진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리그 우승 도전을 위해 엄청난 벽을 넘어야 합니다.

문제는 애스턴 빌라가 UEFA컵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해외 원정이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얇은 선수층과 주전 스쿼드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는 주축 선수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죠.

최근에는 우승에 근접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어 다른 팀들의 견제가 만만 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20개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 추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어느 강팀이더라도 약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죠.

결국 애스턴 빌라에게는 시즌 후반이 올 시즌 우승을 가늠할 수 있는 최대의 고비라 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빅4가 아닌 팀이 리그 우승한 것은 1994/95시즌의 블랙번이 마지막 이었습니다. 과연 애스턴 빌라가 최근 무패 행진의 오름세로 눈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리그 우승컵을 하늘 위로 활짝 치켜 올릴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산소탱크'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3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버밍엄의 빌라 파크서 열리는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원정 경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

아스톤 빌라전은 박지성의 4연속 선발 출장이 기대되는 경기. 박지성은 지난 20일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에 풀타임 출장해 3연속 선발 출장과 맞물려 피로 여파가 적지 않다. 그러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루이스 나니가 같은 날짜에 브라질서 원정 경기를 치른데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허벅지 부상으로 2주간 결장해 박지성의 선발 출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박지성은 아스톤 빌라에 강하다. 2006년 12월 23일 아스톤 빌라 원정 경기에 선발 출장하여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해 1월 13일 홈 경기에서도 선발 출장하여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올해 1월 6일 원정 경기에서도 선발 출장하여 2-0 승리를 공헌했고 이를 지켜본 맨유 팬들은 맨유 팬의 포럼 사이트 '레드카페' 게시판을 통해 박지성을 아스톤 빌라전 승리를 이끈 수훈 선수로 꼽은 전적이 있다.

박지성은 올 시즌 강팀과의 경기에 매번 선발 출장했던 '강팀용 선수'. 리그 5위 아스톤 빌라가 지난 16일 아스날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한데다 승점 1점 차이로 3위 맨유를 맹추격하고 있어 이번 경기 승리를 잔뜩 벼르고 있다. 이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선두권 진입을 위해 아스톤 빌라의 저항을 따돌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최정예 스쿼드를 구축할 전망이어서 박지성이 이번에도 강팀 경기에 출장하는 공식을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물론 박지성의 맨유는 빌라 파크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맨유가 1995/96시즌 이후 빌라 파크에서 아스톤 빌라에 패한적이 없는 데다 2000년대 들어서는 빌라 파크 11연승을 거두고 있어 맨유 팬들이 이곳을 '제2의 올드 트래퍼드'로 부르고 있을 정도. 맨유의 연승을 이끈 선수들 중에 한 명이 바로 박지성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박지성의 맨유 통산 10호골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 2005/06시즌 맨유 입단 이래 리그 8골, 칼링컵 1골 기록한 박지성은 지난해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골을 넣은 경험이 있어 10호골을 노려볼 수 있는 것. 지난 9월 21일 첼시전 이후 두 달 동안 득점이 없던 박지성이 "골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경기에서 아홉수를 극복해야 한다.

최근 박지성은 여러차례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퀸스파크 레인저스와의 칼링컵 4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1분 골대를 맞추는 강력한 슈팅을 날렸고 4일 뒤 스토크 시티전에서도 몇 차례 결정적인 공격 상황에서 슛을 날렸으나 시즌 2호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그는 이 경기가 끝난 뒤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에서 실수 했는데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스톤 빌라전서 골을 넣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지난 20일 사우디전에서는 '슈팅성 패스'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1분 페널티 박스 안 오른쪽에서 이영표의 크로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 골문 앞에 있던 이근호 쪽으로 로빙패스하여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것. 이 장면이 얼핏보면 슈팅과 흡사한 모습이어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국의 골을 엮어냈다. 이러한 기세라면 아스톤 빌라전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은 지난달 18일 웨스트 브롬위치전 교체 출장을 통해 대표팀 경기 이후 매번 결장했던 공식을 깨뜨렸다. 이번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자신의 맨유 통산 10호골을 넣으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게될지 축구팬들의 시선은 박지성의 발끝을 향하고 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