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기록한 것은 아니고, 공격쪽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던 것도 아닙니다. 화끈한 플레이를 펼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저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역시 그는 팀 플레이의 귀재였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라이벌 첼시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7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전반 24분 웨인 루니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박지성은 후반 48분 크리스 스몰링과 교체되기까지 수비적인 역할에 주력한 것이 맨유가 첼시전에서 승리하는 발판으로 연결됐습니다. 첼시전 승리의 또 다른 주역 이었습니다.

[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수비형 윙어'로 돌아온 박지성은 여전히 강했다

박지성은 첼시 원정에서 4-4-2의 왼쪽 윙어를 맡았습니다. 지난 2일 웨스트햄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첼시전에서 같은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본래의 포지션에서 임무 수행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첼시전 공격의 키 플레이어를 루니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루니가 웨스트햄전에서는 4-2-3-1에서 부진했지만 4-4-2로 전환한 이후에는 페널티킥 및 프리킥 골을 포함해서 3골을 터뜨렸습니다. 쉐도우로서 활동 폭을 넓히며 '루이스가 빠진' 첼시의 중앙 수비를 교란하겠다는 뜻이죠. 여기에 에르난데스가 타겟맨을 맡으면서 화력을 강화하는 4-4-2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맨유의 4-4-2는 평소보다 수비쪽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의 폭을 좁히고, 박지성-발렌시아로 짜인 좌우 윙어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며 두꺼운 수비벽이 형성됐죠. 첼시 공격 옵션들의 빠른 침투를 견제하기 위해 커버링에 심혈을 기울이며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4-2-3-1보다 효과적이었죠. 4-2-3-1에서는 2선 미드핃더들이 공격 밸런스를 잡으면서 2와 3 사이에 측면 공간이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맨유는 그동안 강팀과의 경기에서 4-2-3-1을 선호했지만 첼시전에서는 그 흐름을 포기했죠. 수비 강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4-4-2를 선택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수비적인 4-4-2 콘셉트에 적합한 선수들이 박지성-발렌시아였죠. 많은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수비력에 감탄하지만, 발렌시아의 수비력도 퍼거슨 감독의 인정을 받았고 전 소속팀 위건의 동료였던 조원희도 극찬한 전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첼시 특유의 빠른 공격을 약점으로로 분쇄시켜 '맨유의 강점' 역습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90분 동안 수비 축구를 펼친 것은 아니지만, 첼시의 공격을 끊는 것 부터가 중요했기 때문에 수비력이 뛰어난 윙어들의 선발 출전이 필요했습니다. 나니의 선발 제외는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었죠.

그래서 박지성은 첼시전에서 '수비형 윙어'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1~2시즌 동안 윙어로서 공격 성향의 콘셉트가 두드러졌지만, 첼시전은 맨유에게 중요한 원정 경기였기 때문에 무실점 경기가 중요했고 윙어들까지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박지성이 수비형 윙어로 각광을 받았던 2008/09시즌에는, 일각에서 '박지성은 공격력이 약하다'는 시각을 가지면서 수비형 윙어를 저평가했습니다. 실제로는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적 성향을 보완하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첼시전은 박지성-발렌시아가 모두 수비적 이었습니다. 상대를 이기겠다는 맞춤형 전략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두 가지 형태의 수비를 취했습니다. 첫째는 수비 범위를 앞쪽으로 넓히면서 첼시 오른쪽 풀백 보싱와가 오버래핑 펼치는 타이밍을 놓치는 이득을 안겨줬던, 상대팀 오른쪽 윙어였던 하미레스의 활동 반경을 자신쪽으로 유도했습니다. 전방을 부지런히 드나들었기 때문에 하미레스-보싱와가 후방쪽에 부담이 커진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후반 24분에 4-3-3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문제점이 벌어졌습니다. 하미레스-보싱와가 박지성에게 발이 묶였기 때문이죠. 특히 보싱와는 박지성과 세 번의 매치업(2008/09시즌 2경기 포함)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후반 중반부터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살았지만 볼 배급의 세밀함이 부족했습니다. 첼시의 0-1 패배를 키우고 말았죠.

그리고 두번째는 왼쪽 측면 뒷 공간 및 중앙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넓은 활동 폭을 나타냈습니다. 단순히 움직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 선수가 소유한 볼을 빼앗으며 맨유의 역습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주변 동료 선수들이 역습 과정에서의 빌드업 속도가 늦었던 아쉬움이 있지만 공격으로 전환하는 장면이 많은 것 자체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토대를 박지성과 '애슐리 콜이 타겟이었던' 발렌시아가 마련했죠. 후반 37분에는 맨유 진영에서 미켈이 소유했던 볼을 빼앗으며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집념을 나타냈습니다. 그때는 맨유가 4-2-3-1로 전환했는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루니-나니와 동일선상을 유지하며 첼시의 빌드업을 늦췄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공격에서 루니의 결승골 만큼 강렬한 임펙트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일부에서는 박지성의 공격력 저하를 꼬집으며 혹평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박지성을 후반 중반에 교체하지 않았던 것은(후반 32분까지 하파엘-에르난데스 교체) 수비쪽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옵션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후반 5분 하파엘이 부상으로 교체 될 때는 발렌시아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렸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후반 48분 스몰링과 교체 되었지만 엄연히 시간을 끌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였을 뿐입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안된 선수가 2일 웨스트햄전, 7일 첼시전을 뛰었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죠.

박지성의 첼시전 맹활약이 의미있는 이유는 퍼거슨 감독에게 '강팀에 강한 면모'를 재확인 했습니다. 맨유는 남은 두 달 동안 챔피언스리그-프리미어리그-FA컵 우승에 모두 도전하기 때문에 매 경기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강팀 경기에 믿음직한 선수들의 중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이것이 박지성과 베르바토프의 차이입니다. 박지성은 부상에서 회복했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동료 선수들보다 컨디션이 좋습니다.(웨스트햄전에서 드러난 것 처럼) 맨유의 우승 과정은 탄력을 얻을 것이며, 우리는 앞으로 산소탱크의 오름세를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볼턴 극장'은 여전히 변함 없었습니다. 후반 막판에 극적인 골을 넣으며 그라운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기 때문이죠. 볼턴 입장에서의 관점을 놓고 보면 짜릿한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국내팬 입장에서 아쉬운 한 가지는, 이청용이 볼턴 극장이 개봉되기 이전에 교체된 것입니다.

볼턴은 12일 저녁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블랙번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11분 마크 데이비스(M. 데이비스)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렸으나 후반 20분 파트리스 무암바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42분에는 마메 비람 디우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1분 뒤 스튜어트 홀든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볼턴의 화끈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디우프에게 골을 내줄 때 까지 무승부가 유력했지만, 홀든이 골에 대한 집념을 과시하면서 볼턴에게 값진 승점 3점을 안겨줬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블랙번전 승리로 리그 6위(6승8무3패, 승점 26)를 기록하면서 5위 토트넘(7승6무4패, 승점 27)과의 승점을 1점 차이로 좁혔습니다. 반면, 이청용은 후반 11분 M. 데이비스의 퇴장 여파로 2분 뒤 교체되면서 58분 출전에 만족했습니다. 팀이 0-0으로 비겼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체가 아쉬웠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subdued(가라 앉았다)"는 부정적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에 그쳤습니다.

이청용이 수비형 윙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블랙번전

볼턴의 블랙번전 승리 과정은 어려웠습니다. M. 데이비스 퇴장에 따른 수적 열세, 'EPL 11월의 선수' 엘만더 부진에 의한 골 생산의 어려움, 페트로프-이청용 측면 조합의 침체가 아쉬웠죠. 즉, 공격력이 문제였습니다. 블랙번이 의도하는 전술에 말려들었기 때문이죠. 볼턴과 상대한 블랙번은 5-4-1 포메이션을 구사하며 수비에 치중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볼턴이 올 시즌 공격축구로 재미를 봤던 흐름을 끊기 위해 수비의 견고함을 키우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패스가 여러차례 끊어지면서 블랙번이 경기 주도권을 장악했습니다. 점유율은 50-50(%)로 같았지만 슈팅에서는 13-22(유효 슈팅 5-6, 개)로 블랙번이 앞섰습니다.

그럼에도 볼턴이 블랙번을 제압했던 원인은 후반 11분 M. 데이비스의 퇴장이 전화위복으로 작용 했습니다. 미드필더진에 페트로프-홀든-이청용이 남아 있었는데, 이청용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코일 감독이 그 부분을 교정했죠. 이청용이 속한 측면은 중앙보다 공간이 넓은 이점이 있었던 만큼, 과감한 공격력을 시도할 수 있는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이 교체되고 무암바가 투입했죠. 그런데 블랙번전을 보지 못했던 축구팬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청용이 무암바보다 공격적인 재능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청용은 볼턴의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입니다. 볼턴에게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교체된 것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이청용의 블랙번전 경기력은 한 마디로 '수비형 윙어'의 전형적인 모습 이었습니다. 58분 동안 수비에 치우치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죠. 4-4-2의 오른쪽 윙어로 출전하면서 경기 초반에는 블랙번 진영을 넘나들며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전반 중반부터는 볼턴의 공격력이 둔화되는 것과 동시에 볼턴 진영쪽에서 수비에 몰두하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볼턴 선수들이 블랙번의 견고한 압박을 받으면서 짧은 패스 및 빠른 템포의 공격이 무뎌질 수 밖에 없었고, 전방쪽으로 낮게 밀어차는 침투 패스로 블랙번 수비와 맞섰지만 상대 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차례 공격이 끊어지면서 블랙번이 공격적인 기세를 잡으며 이청용의 위치가 점점 아랫쪽에 쏠렸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블랙번 왼쪽 윙백 올센의 오버래핑 및 페데르센-디우프 같은 미드필더들의 돌파 길목을 사전에 봉쇄하는데 주력하며 상대팀 왼쪽 공격을 차단했습니다. 블랙번의 주 공격루트였던 페데르센-디우프의 스위칭을 통한 역습이 점점 무뎌진 것은, 이청용이 그들의 침투 공간을 미리 읽으며 침착하게 대응했음을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상대 공격을 끊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죠. 특히 전반 43분에는 볼턴 진영 오른쪽에서 올센이 소유한 볼을 직접 인터셉트했으며, 후반 1분에는 센터백 위치로 달려들어가 볼을 걷어낼 정도로 수비쪽에서 열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역할이 이청용의 본래 패턴과 너무 달랐습니다. 평소에는 볼턴 공격 상황에서 빌드업을 주도하며 전방쪽에 골 기회를 밀어주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또는 상대 측면 깊숙한 곳이나 중앙쪽까지 폭 넓게 움직이며 직접 골을 노리거나 킬패스-얼리 크로스 같은 날카로운 볼 배급을 전개했죠. 이청용이 '공격 성향의 윙어'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던 것도 이 때문이죠. 그렇다고 수비를 게을리하지는 않았습니다. 볼턴 포백의 불안한 수비력을 커버하기 위해 미드필더진과 더불어 후방쪽으로 수비 가담을 펼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랙번전에서는 일방적으로 수비쪽 역할이 많았습니다. 전형적인 '수비형 윙어'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죠.

이청용이 수비형 윙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볼턴 오른쪽 풀백 리케츠와의 공존 실패 때문입니다. 리케츠가 앞쪽으로 올라오는 형태의 경기를 펼치면서 이청용과 위치가 중복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랙번은 페데르센-디우프가 서로 위치를 바꾸며 돌파를 시도했고, 왼쪽 윙백 올센까지 볼턴 측면쪽으로 올라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볼턴의 오른쪽이 후방으로 쏠렸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이 밑쪽으로 처질 수 밖에 없었는데, 리케츠가 앞쪽으로 위치를 잡는 바람에 이청용의 수비쪽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졌죠. 만약 스테인슨이 선발 출전했다면 공격 지향적인 이청용을 보조하기 위해 수비쪽 비중을 늘렸을텐데, 리케츠는 불필요하게 본인의 색깔에 욕심을 내면서 이청용이 어쩔 수 없이 수비형 윙어로 변신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의 후반 13분 교체는 '당연한 수순' 이었습니다. 볼턴이 M. 데이비스의 퇴장으로 10-11명이 싸우는 불리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미드필더진을 공격쪽으로 운영했습니다. 엘만더는 그동안 골을 잘 넣었고, 케빈 데이비스(K. 데이비스)는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제공권 및 몸싸움이 뛰어나고, 홀든은 볼턴 진영에서 공수 밸런스를 잡았고, 페트로프는 저돌적인 돌파를 강점으로 삼고 있으니, 공격형 윙어에서 수비형 윙어로 컨셉이 뒤바뀐 이청용이 교체 1순위 였습니다. 코일 감독의 작전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이청용 대신에 투입된 무암바가 선제골을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청용의 수비형 윙어 컨셉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케츠가 스테인슨과의 오른쪽 풀백 경쟁에서 우세를 점했기 때문입니다. 스테인슨은 5경기 연속 결장중이며 특별히 부상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후보 명단에 계속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리케츠가 붙박이 주전 확보 초읽기에 돌입했습니다. 만약 리케츠가 기존의 공격적인 역할을 버리고 수비쪽에 치중하면 이청용이 공격쪽에 전념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일 감독이 이청용-리케츠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볼턴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청용의 수비력이 이전보다 발전한 것은 분명하지만, 볼턴이 꾸준히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려면 이청용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전술적 역량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볼턴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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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바로 '수비형 윙어' 입니다. 지난 4월 잉글랜드 일간지 <가디언>이 "박지성 같은 수비형 윙어(defensive winger)'가 현대 축구의 키워드로 슬며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박지성을 현대 축구 윙어의 새로운 유형인 수비형 윙어로 평가했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다른 윙어들에 비해 공격보다 수비에서 더 크게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끈질긴 대인마크, 절묘한 커팅 능력으로 상대팀 측면 공격을 잘 끊었고 팀의 수비 밸런스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파트리스 에브라와 하파엘 다 실바 같은 공격적인 성향의 풀백들이 전방으로 침투할때는 공간 창출로 상대 선수의 시선을 분산시켜 풀백의 침투 공간을 열어줬습니다. 여기에 측면과 중앙, 최후방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누비며 쉴세없이 압박을 가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수비 능력은 지난해부터 맨유의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2007/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AS로마, 4강 FC 바르셀로나와의 1~2차전에서 모두 선발 출전하여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어느새 '강팀용 선수'로 부각 되었습니다. 당시 바르셀로나와의 1~2차전에서는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와의 정면 대결에서 투쟁적인 수비력을 발휘하며 여러차례 인터셉트 후 재빠르게 역습을 전개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조 콜, 조세 보싱와, 바카리 사냐, 더글라스 마이콘 같은 세계적인 풀백과 윙어의 공격을 철저히 차단하며 팀 전력에 힘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지난 시즌까지 '이기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공격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비 위주 또는 이타적인 성향의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부분이 강했습니다. 호날두는 수비 가담을 꺼리는 타입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맨유는 호날두의 매직 드리블과 폭발적인 득점력에 치우친 공격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그에게 출중한 수비력을 기대하기 무리였습니다. 호날두와 반대되는 타입의 박지성이 맨유 전력에 꼭 필요한 존재로 부각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가디언은 박지성을 '수비형 윙어'로 규정했습니다.

박지성이 수비형 윙어로 부각되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출중한 수비력에 비해 공격 포인트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여론이 가디언의 시각을 참고하면서 공격 포인트 부족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죠. 박지성은 맨유에서 통산 129경기 출전 12골을 기록했습니다. 공격 옵션치고는 골 숫자가 저조합니다. 일각에서는 '이타적인 박지성에게 골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입버릇처럼 '박지성은 골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박지성이 공격에서도 팀에 크게 기여하기를 퍼거슨 감독이 바랬던 것이죠.

그래서 수비형 윙어는 박지성에게 있어 양날의 칼과 같은 키워드였습니다. 수비를 잘하는 윙어이자 공격이 떨어지는 윙어의 모든 뜻을 포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윙어는 수비보다 공격에서 강점을 발휘해야 인정받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박지성 같은 유형은 다른 윙어들과 차이점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지성의 플레이는 나니-발렌시아-토시치-오베르탕 같은 드리블러 윙어, 예전의 긱스 같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윙어, 베컴과 피구 같은 크로스를 주무기로 삼는 윙어, 즉 세 부류를 포괄하는 공격형 윙어와는 엄연한 차이점이 존재했습니다. 수비가 강점인 박지성이 수비형 윙어로 부각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원래부터 수비형 윙어가 아니었습니다. 불과 2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윙어들과 두드러진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박지성은 2005년 유럽축구연맹(UEFA) 선정 올해의 공격수 베스트5에 선정될 만큼 유럽에서 공격력을 인정받은 선수였기 때문이죠. 그것도 셉첸코-아드리아누-호나우지뉴-에토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PSV 에인트호벤의 에이스로서 팀의 4강 진출 및 AC밀란과의 4강 2차전서 절묘한 선제골을 넣었던 것이 가장 큰 결정타가 되었기 때문이죠.

박지성은 불과 얼마전까지 12경기 연속 결장하면서 여론으로부터 '공격력이 좋지 않은 선수'로 낙인 찍혔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공격력이 좋지 않았다면 그는 에인트호벤과 대표팀에서 팀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로 자리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맨유 진출 초기에는 원톱으로 뛰었던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골 도우미'로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2006/07시즌에는 멀티골을 비롯 5경기 5골을 넣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 번의 큰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음에도 5골 넣은 것은 스쿼드 플레이어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러던 박지성의 팀 내 역할은 점점 수비쪽으로 쏠립니다. 맨유가 호날두 시프트를 앞세워 공격을 주도하면서 박지성에게 희생적인 역할이 요구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박지성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빛을 발했고 공격 과정에서는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패스를 받지 못하면서도 빈 공간을 창출하며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 시켰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의 공격적인 재능은 꾸준히 빛을 발하지 못했고 가디언으로부터 '수비형 윙어'로 평가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박지성이 수비형 윙어가 된 것은 맨유에서 부여받은 역할이 결정적인 몫을 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원래부터 수비형 윙어였다면 올 시즌에도 수비 위주의 패턴으로 경기에 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26일 베식타스전을 비롯 올 시즌에 공격적인 비중이 커졌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수비 가담을 줄이면서 공격 연결고리에 충실하는 것이 올 시즌 박지성의 경기 패턴입니다.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보낸 맨유의 전술이 역습에서 점유율 축구, 속공에서 지공 형태로 바뀌면서 스타일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점유율을 중요시하는 맨유의 전술에서는 수비형 윙어의 꼬리표를 떼고 '공격형 윙어'로 변신해야만 했습니다.

어쩌면 박지성의 시즌 초반 부진은 당연한 현상이었을지 모릅니다. 호날두와 균형을 맞추면서 수비와 역습이 몸에 익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공격에서 빛을 발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공격 과정에서의 파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2개월 동안 무릎 부상 및 감기 몸살로 빠지면서 맨유에서의 존재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베식타스전에서 2개월 부상 공백을 잊게하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왼쪽 측면에서의 패스 연결과 공간 창출, 그리고 패스 연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팀의 점유율을 높이기에 바빴습니다. 특히 문전 앞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려는 과감함과 3번의 슈팅이 골문쪽으로 날카롭게 향한것은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임펙트가 부쩍 좋아졌음을 엿보게 합니다. 물론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박수 받을 수 있는 장면 이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맨유의 점유율 축구, 즉 공격적인 역할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호날두 같은 파괴적인 드리블러가 없는 맨유로서는 역습 축구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이제는 점유율 축구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맨유의 새로운 전술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며 진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베식타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은 앞으로 실전에서 꾸준한 맹활약을 펼치기 위한 자신감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가 아닙니다. 공격형 윙어로 변신중이고 팀에서도 그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들이 박지성의 변신 성공 여부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박지성의 올 시즌 성공 여부는 공격력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만큼 공격적인 성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상이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