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11년 마지막 경기이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70번째 생일은 결국 패배로 끝났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1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리그 최하위 팀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향후 순위 싸움이 불리하게 전개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 12월 31일 저녁 9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블랙번전에서 2-3 패배를 당하면서 뜻하지 않은 이변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전반 16분 야쿠부 아예그베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6분에도 야쿠부에게 골을 허용했습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후반 7분, 17분에 2골을 몰아 넣었지만 후반 35분 블랙번의 21세 유망주 그랜트 한리에게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맨유는 2위를 그대로 지켰고 블랙번은 20위에서 19위로 올라섰습니다. 박지성은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사진=블랙번전 2-3 패배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 전반전 선수 구성부터 아쉬웠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맨유는 2010년 11월 27일(현지 시간) 블랙번과의 홈 경기에서 7-1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5골 넣었고 박지성-나니가 1골씩 추가했습니다. 스코어를 봐도 공격력이 완벽했습니다. 당시 블랙번은 앨러다이스 감독(현 웨스트햄)이 경질 위기에 처했고, 현재 지휘봉을 잡은 스티브 킨 감독도 팀이 리그 꼴찌로 추락하면서 블랙번 팬들에게 경질 압박을 받았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앨러다이스 체제와 스티브 킨 체제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후자격에 속하는 팀의 선수들은 꼴찌에서 벗어나고자 경기 초반부터 육탄 수비를 펼치면서 맨유 선수들을 거칠게 다루었습니다. 일부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영건(한리, 헨리, 페트로비치)으로 메웠으며 28세 백업 골키퍼 마크 번 슈퍼 세이브까지 더해졌습니다. 실전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맨유 선수들을 강하게 다루었습니다. 맨유전에서 잘해야 팀 내 입지를 키울 수 있는 동기부여가 충분한 셈이죠. 팀이 강등 압박을 받으면서 모든 선수들이 열의를 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반전 2실점을 봐도 수비가 완벽했다고 볼 수 없지만 13개월전 1-7 패배와는 다른 분위기 였습니다.

[사진=13개월전 블랙번을 7-1로 제압했던 맨유. 그러나 지금은...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맨유는 전반전 선수 구성이 잘못됐습니다. 데 헤아가 골키퍼, 에브라-존스-캐릭-발렌시아가 수비수, 웰백-박지성-하파엘-나니가 미드필더,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다수의 전문 센터백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캐릭이 수비수로 내려왔고 발렌시아까지 포백을 도맡았습니다. 5개월만에 복귀한 하파엘은 오른쪽 풀백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하파엘이 오른쪽 풀백, 발렌시아가 오른쪽 윙어를 담당했을 것입니다. 왼쪽 윙어는 나니였겠죠. 웰백은 선덜랜드 임대 시절을 제외하면 측면 미드필더로서 딱히 인상 깊은 경기를 펼친 경험이 드뭅니다.

그 결과는 공격진의 불협 화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웰백-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나니 같은 공격 옵션들의 폼이 모두 안좋았습니다. 웰백은 제이슨 로에게 봉쇄당했고 에르난데스는 팀 공격이 블랙번 밀집 수비에 막히자 박스 안에서 철저히 묶였습니다. 베르바토프가 2선으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취했지만 주변에서 볼을 받아줄 동료 선수의 협력적인 움직임이 소극적 이었습니다. 나니는 좌우 공간을 활용하는 시야가 좁았습니다. 너무 돌파에 집착하면서 상대 선수들의 협력 수비에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반 31분에는 크로스를 띄우는 타이밍까지 놓쳤죠. 발렌시아의 왕성한 오버래핑을 유도하기에는 센터백 캐릭의 수비 부담이 가중되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하파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은 실패작입니다. 정확히는 맨유의 중원을 지킬 선수가 마땅치 못했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스포츠 머리 변신' 안데르손도 부상에서 복귀한 상태였습니다. 하파엘의 중원 이동은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박지성과 호흡을 맞추기에는 콘셉트가 뚜렷하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이 중원에서 1차 패스를 내주면서 때로는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지만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는 패스를 여러 공간으로 벌려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하파엘은 그게 잘 안됐습니다. 후반전에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폼이 살아났을 뿐이죠.

맨유는 후반전이 되면서 에르난데스를 빼고 안데르손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발렌시아가 오른쪽 윙어로 올라가면서 크로스의 날카로움을 앞세워 맨유의 2골을 관여했습니다. 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운 볼이 중앙쪽에서 상대 선수 몸을 맞으면서 하파엘 크로스-베르바토프 헤딩골로 이어졌고, 후반 17분에는 오른쪽 박스 공간을 치고 드는 상황에서 오른발 크로스를 띄운 것이 베르바토프의 오른발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애초부터 하파엘이 측면 수비수로 뛰면서 나니-발렌시아 측면 조합이 꾸려졌다면 맨유가 이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전부터 효율적인 공격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맨유는 후반 35분 한리에게 결승골을 내주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2-2로 비긴 상황에서 공세를 거듭했지만 상대팀에게 골을 허용하면서 사기가 꺾였죠. 골키퍼 데 헤아 실수가 아쉬웠습니다. 블랙번 왼쪽 코너킥이 날아왔을 때 한리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면서 공중볼을 펀칭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한리는 데 헤아가 자리를 비운 틈을 노리면서 골을 넣었죠. 되돌이켜 보면, 맨유가 야쿠부에게 2실점을 내줬던 장면 또한 수비 실수였습니다. 전반 15분 베르바토프가 삼바의 왼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던 것이 페널티킥으로 이어지면서 야쿠부에게 실점했고, 후반 6분에는 캐릭이 태클 과정에서 볼을 우물쭈물하게 처리한 것이 야쿠부 문전 쇄도에 이은 실점이 됐습니다.

루니 결장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확한 결장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부상 유력) 13개월전 블랙번전에서는 맨유 7-1 승리의 숨은 주역 이었습니다. 패스 108개 중에 87개를 정확하게 연결했는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날렸습니다. 공격수임에도 양질의 패스를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대량 득점의 발판을 열어줬죠. 하지만 이번 블랙번전에서 베르바토프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에르난데스는 전반 45분 동안 패스 17개(15개 성공)에 그쳤습니다. 동료 선수들처럼 패스를 주고 받기에는 부지런하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뛰어난 골 생산에 비해서 이타적인 면모가 부족합니다.

그나마 베르바토프의 2골이 반가웠습니다. 최근 3경기에서 6골을 퍼부었던 기세를 놓고 보면 맨유의 주전을 되찾을지 모릅니다. 웰백-에르난데스의 부상 복귀 이후 폼이 꾸준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어줬습니다. 맨유의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출전이 좌절된 상황에서 시즌 후반기에도 잔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 약했죠. 맨유가 블랙번에게 패했지만 베르바토프 부활 모드가 없었다면 0-3으로 완패했을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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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의 블랙번 원정 3-4 패배는 한마디로 '굴욕패' 입니다. 전혀 뜻밖의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우선, 아스널 승리를 예상했던 이유부터 언급합니다. 지난달 29일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원정 2-8 참패에 자극받아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5명을 보강했습니다. 그 이후 2경기에서 1승1무를 기록했고, 이번 상대였던 블랙번은 지난 시즌 샘 앨러다이스(현 웨스트햄) 감독을 경질한 이후부터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올 시즌 강등 후보로 내몰렸습니다. 또한 블랙번은 아스널전 이전까지 올 시즌 성적이 1무3패 였습니다. 아스널의 승점 3점 제물이 되기에 충분했던 상대 였습니다.

[사진=블랙번전 3-4 패배를 공식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전반전까지는 아스널이 2-1로 앞섰습니다. 점유율 64-36(%) 슈팅 9-5(유효 슈팅 6-1, 개)의 우세를 점하는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죠. 제르비뉴가 결정적 골 상황에서 로빈 판 페르시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던 것, 아예그베니 야쿠부 실점의 빌미가 됐던 안드레 산투스의 라인 컨트롤 실패가 아쉬웠지만 전반 45분 동안 패스 축구를 밀고 나갔던 경기 흐름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이 문제였습니다. 송 빌롱이 자책골을 내주더니, 야쿠부에게 역전골을 허용했고, 아스널이 동점골을 넣어야 할 타이밍에 코시엘니가 자책골을 헌납했습니다. 마루앙 샤막이 경기 막판에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더 이상의 골은 없었습니다.

아스널의 블랙번전 후반전 경기력은 '실망'이라는 단어만 떠오를 뿐입니다. 전반전에 잘싸웠다가 후반들어 갑자기 무너졌습니다. 전반전에도 수비 실수가 있었지만 후반전에는 오히려 더 늘었습니다. 선수들이 전반전 2-1 리드에 너무 들떴던 이유 때문인지 후반전에는 상대팀의 추격 기세를 여지없이 허용했습니다. 송 빌롱-코시엘니가 자책골을 범했다고 할지라도 불운을 탓하기에는 두 선수의 수비 집중력이 약했습니다. 특히 송 빌롱은 전반전에 상대팀 공격을 무수하게 끊었던 활약상이 후반 5분 자책골에 의해 빛 바래고 말았습니다. 산투스, 페어 메르테자커 부진까지 겹친데다 송 빌롱의 더블 볼란치 짝꿍이었던 애런 램지의 수비력도 불안 했습니다.

기존 아스널의 문제점은 파브레가스-나스리 이적 공백 이었습니다. 그런데 블랙번전이 끝나면서 수비 불안까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아스널은 올 시즌 5경기 14실점을 내줬으며 올 시즌 리그 최다 실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첼시가 2004/05시즌에 기록했던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소 실점(38경기 15실점)과 거의 비슷한 실점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맨유전 8실점은 두말 할 필요 없죠. 이적 시장 막판에 메르테자커-산투스를 영입하여 수비력을 보강했지만 오히려 두 명은 블랙번전 패배의 주범 중 하나 였습니다. 블랙번전에서 3골을 넣었지만, 아무리 공격수가 골을 터뜨려도, 박주영이 난세의 영웅이 되어도 아스널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 소용 했습니다. 수비가 약하면 경기에서 승리하기 힘들어집니다.

강팀들의 공통점은 수비가 튼튼합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과정에서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그 밑바탕은 강력한 수비 였습니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토너먼트 4경기에서 단 1골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공격 옵션들이 즐비한 FC 바르셀로나도 수비가 강한 것은 마찬가지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양강 체제를 형성한 맨유와 첼시도 오랫동안 강력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했습니다. 반면 아스널 수비는 점점 허약했습니다. 토마스 베르마엘렌 부상 공백을 탓하기에는 고질적으로 세트피스 수비가 약했던 것을 무시 못하죠. 송 빌롱의 블랙번전 자책골은 세트피스 수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아스널의 가장 큰 문제는 '아스널' 입니다. 언제부터 아스널이라는 이름은 강팀의 위용보다는 '항상 2% 부족했던'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항상 상위권을 지켰지만(시즌 중간에 4위권 밑으로 밀렸던 경험이 있었지만) 우승을 달성하기에는 무언가 2% 모자랐습니다. 이전 시즌에 2% 부족했고, 다음 시즌에도 2%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또 반복됐죠. 그 결과는 '6시즌 연속 무관' 이었습니다. 어느 팀이든 전력적인 장단점은 뚜렷하지만, 강팀은 필사적으로 약점을 극복하며 꾸준한 성과를 내지만 그렇지 않은 팀은 늘 경기력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금의 아스널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 입니다. 38경기 중에 5경기 치렀을 뿐이죠. 하지만 아스널의 정상적인 페이스라면 맨유, 맨시티, 첼시와 끈질긴 우승 경쟁을 해야 합니다. 한때 맨유와 우승을 다투었던 레벨이라면 지금은 토트넘, 리버풀과 4위 자리를 다툴때가 아닙니다. 문제는 올 시즌 4위권 진입 조차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는 순간부터 빅4 탈락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제는 나스리가 떠났고, 시즌 초반 부진 및 맨유전 2-8 대패, 블랙번전 굴욕패까지 겹치는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적생 및 임대생 부진, '유리몸' 판 페르시의 부상까지 겹치면 아스널은 더 힘들지 모릅니다. 제르비뉴-샤막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까지 견뎌야 할 실정이죠.

아스널은 블랙번전에서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겼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을 겁니다. 무기력한 경기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하지만 후반전 3실점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뉴캐슬과의 리그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침체가 계속되면서 선수들의 의욕이 염려됩니다. 앞으로 나타날지 모를 체력 문제를 극복할 돌파구가 자신감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스널은 지난달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소화하면서 1주일에 2경기씩 소화했습니다. 9월에는 주중에 챔피언스리그-칼링컵을 병행하며 선수들의 체력 낭비가 커지게 됐습니다.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지만 판 페르시처럼 꾸준한 경기 감각을 과시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체력적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특히 블랙번전 패배는 아스널의 시즌 초반 침체가 '일시적이지 않은 문제'임을 말해줬습니다. 이제 아스널 선수들은 1주일에 2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거듭하며 체력적으로 힘들어질 겁니다. 로테이션을 쓰더라도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단점에 직면했습니다. 더 이상 위기가 찾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제는 체력 문제를 고민할 때가 왔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아스널에게는 강팀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루 아침에 팀이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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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즌이라도 10골 넣으면 행복할 것이다. 가능한 힘을 다해 시즌 10골을 목표로 할 것이다"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는 지난 19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 시즌 10골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인터뷰 이전까지 4골을 기록했고 이미 시즌의 3분의 1을 소화했기 때문에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2008/09시즌, 2009/10시즌에도 언론을 통해 "10골을 넣겠다"는 목표를 밝혔기 때문에 올 시즌 만큼은 그 의지가 확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블랙번전에서는 그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했습니다.

박지성이 블랙번전에서 시즌 5호골을 넣으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28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블랙번과의 홈 경기에서 전반 23분 맨유의 두 번째 골을 작렬했습니다. 블랙번 왼쪽 진영에서 안데르손의 패스를 받은 즉시에 전방으로 쇄도하여 웨인 루니에게 침투 패스를 연결했고, 박스 왼쪽에서 루니에게 볼을 받아 2대1 패스가 완성되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맨유는 박지성의 골을 비롯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5골, 루이스 나니의 1골을 포함해 7-1 대승을 거두고 프리미어리그 1위에 진입했습니다. 아울러, 박지성의 골은 맨유의 7-1 승리 과정에서 결승골이 됐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Took goal well(골을 잘 넣었다)"는 극찬과 더불어 평점 8점을 기록했습니다. 5골을 넣은 베르바토프는 10점 만점, 나니는 9점, 박지성을 비롯 하파엘-에브라-루니가 8점을 받았습니다. 후반 27분 교체되기까지 왼쪽 측면을 힘껏 두드리며 '레알 마드리드 스타 플레이어 출신' 미첼 살가도를 농락한 박지성의 종횡무진 활약이 뿌듯합니다.

박지성의 자신감+루니의 부활=시즌 10골 충분하다

박지성의 블랙번전 골이 값진 이유는 '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스스로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했으나 골을 넣는 강렬한 임펙트가 균형있게 부각되지 못하면서 골 부족이 아쉬웠죠. 맨유가 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결장하거나 선발에서 제외된 경우가 잦았던 주 원인 입니다. 그런데 올 시즌 3분의 1이 지나간 시점에 벌써 5골을 넣었습니다. 맨유 이적 이후 자신의 시즌 최다 골이었던 5골(2006/07시즌)과 똑같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즌 10골 달성이 충분합니다. 미드필더가 한 시즌에 10골을 넣는 것이 쉽지 않음을 감안하면, 박지성은 골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분명한 것은, 박지성의 올 시즌 행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 9월 22일 스컨소프 유나이티드, 10월 26일 울버햄턴 같은 칼링컵 에서 1골씩 터뜨리며 상대 골망을 가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시즌 초반 경기력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에 칼링컵 골이 슬럼프 탈출의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6일 울버햄턴전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이제는 블랙번을 시즌 5호골 제물로 삼았습니다. 두 경기 모두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블랙번전 골을 통해 지금까지의 골 기세가 일시적이지 않음을, 공격력이 부쩍 향상되었음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골 패턴을 꾸준히 유지하면 더 많은 골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지나치게 골 욕심을 부린것은 아닙니다. 철저한 팀 플레이를 기반으로 이타적인 공격을 펼치는 패턴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맨유의 리그 선두 도약을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난 원동력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습니다. 퍼거슨 감독에게 "축구를 즐기라"는 조언을 받아 골 부족 및 경기력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조급함에 쫓기지 않고 마음속 내면을 안정시켰던 것이 경기력 향상과 직결 됐습니다.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시야를 넓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하고 대응하며 임기응변적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이러한 자신감을 통해 스스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과감함을 키웠습니다. 즉, 박지성의 오름세는 '멘탈(정신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박지성의 시즌 5호골 원동력은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면 골 결정력 향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드필더에게 있어 골 결정력은 기술과 더불어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합니다. 미드필더는 공격수 밑에서 경기를 펼치면서 패스 플레이에 주력하고 수비 가담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골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타적인 선수들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미드필더는 "자신만의 공격력을 어필하겠다"는 마음으로 공격 과정에 덤벼들어야 합니다. 드리블 돌파, 문전 쇄도, 스위칭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반드시 공격 기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자신감 없는 플레이는 그라운드에서 절대 버틸 수 없습니다. 박지성은 굳센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시즌 10골 달성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블랙번전에서는 박지성의 시즌 10호골 달성을 도와주기 위한 반가운 존재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루니입니다. 전반전에 루니와 세 번의 2대1 패스를 시도하며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데 주력했고 그 상황에서 전반 23분에 시즌 5호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 31분 2대1 패스 상황에서는 블랙번 오른쪽 풀백 살가도의 경고 카드를 유도하는 영민한 플레이를 펼쳤죠. 그 이외에도 왼쪽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면서 루니와의 정확한 패스워크를 통해 맨유의 공격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루니와의 철벽 호흡이 있었기에 살가도를 적극 공략하여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맨유의 7-1 대승 발판을 마련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루니가 블랙번전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던 선수입니다. 108개의 패스를 날려 도움을 비롯한 87개 패스를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연결했습니다.(2위는 안데르손, 99개 시도 95개 성공...박지성은 51개 시도 43개 성공) 맨유가 블랙번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한 경기에서 100개 이상의 패스를 시도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1분에 약 1.1개의 패스를 날린 셈이죠. 블랙번전에서 얼마만큼 이타적으로 뛰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올 시즌 타겟맨에서 쉐도우로 내려가면서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박지성이 루니의 패스에 힘입어 골을 노릴 수 있는 명분이 주어졌고 이미 블랙번전에서 성공했습니다.

특히 박지성과 루니의 호흡은 오래전부터 척척 잘 맞았습니다. 박지성이 찔러준 패스가 루니의 골로 이어지거나, 패스가 물 흐르듯 연결된 장면들이 부지기수 였습니다. 지난 시즌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센트럴 팍'이라는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원톱이 루니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의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측면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루니와 패스를 주고 받아 그 과정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장면들이 점점 늘어날지 모릅니다.

앞으로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은 박지성 견제에 곤두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이 팀 플레이 뿐만 아니라 팀의 골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상대팀이 가만둘리 없습니다. 하지만 루니가 부활 모드에 탄력을 얻었고 베르바토프-나니까지 각성하면서 상대 수비가 딜레마에 빠지게 됐습니다. 반드시 봉쇄해야 할 맨유의 공격 옵션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박지성 입장에서는 '루니가 있음에' 상대 압박에 대한 부담감을 덜으며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이점이 작용합니다. 루니는 스스로 슈팅을 아낄 정도로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하며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박지성-베르바토프-나니의 공격력이 탄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또한 박지성이 골을 노리는 강렬한 임펙트가 향상되었다면 루니는 골보다는 철저한 팀 플레이를 기반으로 경기를 풀어갑니다. 지난 시즌까지의 컨셉과 비교하면 올 시즌 팀 내에서의 패턴이 서로 상반됩니다. 블랙번전 처럼 '루니 도움-박지성 골'이라는 공식을 앞으로의 경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유죠. 시즌 10골을 달성하겠다는 박지성에게 있어 루니의 부활은 천군만마와 같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시즌 10골은 적어도 올 시즌이라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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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의 시즌 6호골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혀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이청용의 슈팅이 상대 골망을 갈랐다면 볼턴의 무득점 기록이 깨졌을 것입니다. 물론 볼턴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승리지만, 그 이전에는 5경기 연속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 주소입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21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블랙번 원정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했습니다. 전반 42분 니콜라 클라니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후반 27분 제이슨 로버츠, 후반 38분 가엘 지베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죠. 이로써 볼턴은 5승8무12패(승점 23)로 리그 18위에 머물며 강등권에서 벗어나는데 실패한 반면 블랙번은 8승7무11패(승점 31)로 12위에 올라섰습니다.

블랙번전에 풀타임 출전한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1~2번 좋은 터치들이 있었다(One or two good touches)"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지난 18일 위건전보다 활동 폭이 넓어진 것을 비롯 여러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며 동료 선수들에게 골 기회를 밀어넣었지만 16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따른 체력 저하를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청용의 공격력에 비해 다른 동료 선수들의 활약이 저조했다는 점입니다.

볼턴, 수비도 문제지만 공격도 마찬가지

볼턴은 블랙번전 이전까지 최근 리그 4경기 중에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성적 부진의 원인이었던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드필더를 통한 압박을 키우고 포백의 존 디펜스 향상을 통해 수비 집중력을 키우려 했습니다. 이미 1월 이적시장이 끝난데다 게리 케이힐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만큼, 기존 스쿼드의 분발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죠. 특히 지난 18일 위건전 무실점으로 수비 불안에 대한 걱정을 더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볼턴의 블랙번전 패배는 결국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발목 잡혔습니다.  로빈슨-리케츠-나이트-스테인슨으로 짜인 포백이 존 디펜스에 실패하면서 서로 엉성한 수비 밸런스를 일관하며 상대의 역습에 무너졌습니다. 특히 나이트는 전반전에 자기 진영에서 백패스를 연결한 것이 상대의 골 기회로 연결된 것을 비롯,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 위치선정, 리케츠와의 호흡, 수비 집중력 등 센터백으로서 불안한 모습을 여러차례 나타냈습니다. 풀럼-애스턴 빌라 시절보다 수비력 저하가 두드러진 나이트의 불안한 수비력은 올 시즌 내내 볼턴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그보다 볼턴이 주의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 바로 공격력 저하 입니다. 지난달 27일 번리전에서 이청용의 결승골로 1-0의 승리를 거두었으나 그 이후 리그 5경기에서 무득점에 빠졌습니다. 지난달 30일 리버풀전 0-2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 7일 풀럼전 0-0 무승부, 10일 맨시티전 0-2 패배, 18일 위건전 0-0 무승부, 그리고 블랙번전 0-3 패배로 5경기에서 골을 넣는데 실패한 것을 비롯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번리전 승리로 15위를 기록했던 볼턴은 18위로 추락해 다시 강등권에 빠졌습니다. 수비 불안을 비롯 최근에는 5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공격까지 약화되면서 총체적 부진에 직면했습니다.

무엇보다 볼턴 선수들의 몸이 무겁습니다. 데이비스-엘만더-테일러-무암바-이청용 같은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근래에 잦은 선발 출전을 거듭하면서 체력이 저하되었고 움직임이 예전처럼 활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미드필더를 통해 거치는 2대1 패스와 대각선 패스, 종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상대 문전 앞에서 좀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공격 마무리의 불안함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그 중에 엘만더는 후방에서 날라온 패스를 끊거나 퍼스트 터치 불안으로 골 기회를 스스로 날렸고 블랙번전에서도 이청용이 만들어준 골 기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 했습니다.

특히 볼턴의 5경기 연속 무득점은 이반 클라스니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비롯 됐습니다. 클라스니치의 부상으로 엘만더가 데이비스와 함께 투톱을 맡았으나 두 선수의 동선이 최전방에서 겹치면서 볼턴 공격의 마무리가 종종 끊어졌습니다. 두 선수 모두 최전방을 기반으로 타겟맨을 소화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어느 한 명이 다른 공격수의 보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엘만더는 최전방에서 가만히 서있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이것은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되어 골 기회를 잡지 못하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두 시즌 동안 계속되었는데, 2008년 여름 1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엘만더를 영입했던 볼턴의 선택은 결국 실패로 결론 났습니다.

블랙번전에서는 엘만더의 교체 타이밍이 다소 늦었고 교체 상대도 적절하지 못한것은 코일 감독의 실책입니다. 엘만더를 조기에 교체하고 윌셔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해, 수비 불안 해소 차원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밑으로 내려 4-2-3-1을 구사했다면 0-3 완패의 참혹한 결과에서 벗어났을지 모릅니다.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이 실패한 볼턴으로서는 더 이상 엘만더에게 미련을 두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은 엘만더를 너무 믿었는지 후반 24분까지 기용했고 팀의 경기력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엘만더를 빼고 클라스니치를 투입했는데 오히려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클라스니치는 블랙번전에서 복귀전을 가졌으나 25분 동안 패스 한 번만 시도했을 뿐 최전방에서 고립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드필더들의 밸런스가 무너져 상대에게 추가골을 내줬습니다. 결국, 컨디션이 좋지 못한 클라스니치의 교체 기용은 코일 감독의 무리한 선택 이었습니다.

블랙번전에서는 게리 멕슨 전 감독 시절로 돌아간 듯한 공격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을 거치지 않고 후방에서 전방으로 띄우는 롱볼을 통해 골 기회를 노린 것이죠. 특히 스테인손이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서 전방을 향해 롱볼을 올리며 공격의 창의성을 떨어 뜨렸습니다. 왼쪽 윙어인 테일러는 14개의 패스 중에 11개를 부정확하게 연결하는 비효율적인 공격을 일관했습니다. 볼턴이 블랙번과의 패스 횟수에서 232-175개로 앞섰음을 상기하면, 공격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이 5경기 연속 무득점의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청용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아무리 이청용이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동료 선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팀이 승리를 거두기가 힘들어집니다. 축구는 엄연히 단체종목이기 때문에 팀이 잘 되어야 선수의 경기력이 빛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블랙번전에서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넓은 활동폭을 통해 동료 선수들에게 정교한 골 기회를 밀어 넣었으나 엘만더-테일러-무암바가 볼 트래핑에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상대 골망을 흔드는데 실패했습니다. 이청용이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해도 동료 선수들의 공격력 미숙으로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이 5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진 볼턴의 현실입니다.

이에 이청용은 후반 13분 문전으로 이동하여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 폴 로빈슨의 슈퍼 세이브에 막혀 시즌 6호골 기회가 날아갔습니다. 만약 이청용의 발끝에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면 볼턴은 무득점의 악연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빈슨은 한때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포스를 발휘하며 이청용의 위협적인 슈팅을 선방합니다. 그런 이청용이 두 손으로 얼굴을 웅켜 잡으며 안타까워했던 것은 볼턴이 지독한 골 악연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청용이 골을 기록했던 5경기(리그가 4경기)는 볼턴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볼턴의 해결사', '승리의 아이콘'이라는 찬사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발끝에서는 지난 번리전 이후 지금까지 5경기 연속 골과 도움이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잦은 선발 출전에 따른 체력 저하와 함께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예전보다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동료 선수들이 분발하여 팀의 골을 엮어내야 하는데 현실은 5경기 연속 무득점입니다. 만약 볼턴의 골 악연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강등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1. 최근 두 명의 한국인 축구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장으로 활약했던 구자철(21, 제주)과 K리그에서 날카로운 킥력을 뽐냈던 염기훈(27, 울산)이 바로 그들입니다. 구자철은 블랙번으로부터 입단 테스트 제의를 받았으며 영입이 성사될 경우 제주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염기훈은 버밍엄 시티로 부터 1년 6개월 임대 제의를 받았으며 울산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자철과 염기훈에 대한 영입 관심은 한국인 선수의 능력을 프리미어리그가 인정했음을 의미합니다. 박지성과 이영표에 이어 이청용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수한 활약을 펼치면서 현지 팀들이 K리그의 전도유망한 선수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죠. 특히 일본 J리그 선수가 아닌 K리그 선수들을 눈여겨 보는 것은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는 K리그 선수들이 즐비함을 의미합니다. 두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K리그에게도 반가운 일입니다.

2. 하지만 염기훈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올해 27세의 염기훈은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올해 연말 상무에 입대해야 합니다. 상무가 만 27세 이하의 선수들을 뽑는 기준이 있어, 염기훈이 상무에 입대할 수 있는 기회는 올해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염기훈이 버밍엄 시티 임대를 원한다면 상무행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선수 본인이 상무가 아닌 경찰청 입대를 염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요.(참고로, 김동진과 장학영이 27세 나이 제한에 걸려 상무 못갑니다.)

또한 염기훈에게 임대 제안을 한 버밍엄 시티는 제임스 맥파든이라는 왼쪽 윙어가 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9경기에 선발 출전하여 2골 1도움을 기록했는데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링을 앞세워 측면을 파고드는 돌격형 윙어이며 올 시즌 좋은 폼을 발휘했습니다. 버밍엄 시티가 맥파든을 보유했음에도 염기훈을 임대로 쓰겠다는 것은 마케팅 차원일 가능성이 큽니다. 얼마전 버밍엄 시티가 김형일(포항)에 대한 영입 관심을 가졌으나 그 이후 소식이 들리지 못했던 것 처럼, 염기훈의 버밍엄 시티 임대 작업이 앞으로 순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3. 반면 구자철은 염기훈에 비해 군 문제에 대한 제약이 덜합니다. 국가유공자 후손이기 때문에 6개월만 복무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선수들이 거의 2년 동안 병역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 현실을 떠올리면 6개월 복무는 유럽 진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구자철은 K리그와 청소년 대표팀, 최근에는 허정무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자로잰듯한 패싱력과 안정된 볼 키핑, 절묘한 위치선정, 중원에서의 빠른 순발력으로 출중한 기량을 발휘했던 선수이며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처럼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성향입니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며 블랙번의 영입 관심을 받았던 저력이라면 충분히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해 볼 만 합니다.

'구자철보다 1살 많은'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아 볼튼의 에이스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공격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청용은 FC서울 시절의 공격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볼튼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활약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했고 무엇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싸움과 체력 부족으로 볼튼에서 실패할 것이다'는 국내 여론의 우려섞인 전망을 실력으로 뒤엎었습니다. 구자철도 이청용처럼 패기로 마음을 무장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처럼 보입니다.

4.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은 패기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엄연히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이고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진 지구촌 축구 인재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패기와 정신력 이전에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의 쓴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낯선 외국이기 때문에 언어-음식-날씨-문화에 대한 적응을 해야하고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선수라도 적응 실패로 프리미어리그를 떠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유럽 진출을 꿈꾸는 한국인 선수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떨친 한국인 선수들의 공통점은 포지션이 측면입니다. 박지성-이영표-이청용은 측면 옵션으로서 출중한 기동력을 발휘했고 설기현은 풀럼에서 실패했으나 레딩 시절에는 양질의 패스를 앞세운 정확한 볼 배급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반면에 중앙을 맡은 선수들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중앙 공격수 이동국, 중앙 미드필더 김두현과 조원희가 바로 그들입니다.

그중 김두현은 2008/09시즌 초반에 왼쪽 윙어로 뛰었으나 이전 시즌에 중앙을 맡았고, 부상 이후에도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기 때문에 측면이 아닌 중앙 옵션으로 분류해야 할 것입니다. 김두현의 웨스트 브롬위치 실패 원인은 잦은 포지션 전환과 부상 후유증입니다. 특히 중앙과 측면을 번갈아 맡았음에도 어느 한 곳에서 최적의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것은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상대팀 공격 옵션에게 가하는 압박이 심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간격이 짧고 촘촘해 상대팀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많은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중앙 미드필더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에게 있어 탄탄한 압박과 거친 수비력이 강조됩니다. 중앙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는 사미르 나스리(아스날) 루카 모드리치, 니코 크란차르(이상 토트넘) 요시 베나윤(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측면에 기용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이들과 같은 플레이메이커인 김두현이 측면에 배치되었던 이유도 마찬가지죠. 측면이 중앙보다 압박이 느슨하고 전방으로 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넓기 때문입니다.

5. 만약 구자철이 블랙번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여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빠른 템포와 쉴틈없는 공수전환, 상대 중앙 옵션의 거친 수비와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의 레벨 차이가 엄연히 존재함을 떠올리면 적응 과정을 밟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이청용도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에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공수전환 때문에 체력적인 한계를 겪어 풀타임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지금은 시즌 초반보다 좋아졌지만) 구자철이 블랙번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려면 적응 성공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앙에 기용되거나 측면에 배치되는 것은 느낌이 서로 다릅니다. 중앙 옵션인 김두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측면에 기용된 것은 중원에서 상대 압박에 대처하여 능수능란한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재배치되어 기대 이하의 경기를 펼쳤던 것이 이를 뒷받침하죠. 반면 이청용은 측면에서 넓은 공간을 헤집고 다니며 특유의 센스넘치는 기교와 정확한 패싱력을 뽐냈습니다. 그런 이청용도 지난해 10월 첼시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으나 상대 압박에 막혀 좀처럼 최전방에 전진할 수 없었고 볼 터치도 평소보다 부족했습니다. 김두현과 더불어 프리미어리그의 중앙이 안맞았습니다.

구자철이 있어야 할 곳은 중앙이며 지금까지 중앙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제주에서 입단 테스트를 거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기에는 김두현과 이청용의 전례처럼 중앙에서의 강도높은 압박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의 중앙 옵션으로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기에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되지 못했습니다. 입단 테스트를 통해 검증 절차를 밟겠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지는 의문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입단 테스트에 합격했다고 해서 꾸준한 선발 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6.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한 케이스로 분류되는 이동국-김두현-조원희에게 중앙 옵션에 이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선수 모두 유럽 스몰리그를 거치지 않고 K리그에서 잉글랜드 무대에 바로 입성했습니다. 물론 김두현은 웨스트 브롬위치가 챔피언십리그(잉글랜드 2부리그)에 있을 당시에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지만 유럽 스몰리그에서 뛰지 않았습니다. 그런 구자철이 블랙번 진출에 성공하면 세 명의 선수처럼 유럽 스몰리그를 거치지 않습니다.

만약 구자철이 유럽 스몰리그에서 꾸준한 경기 감각을 기르며 중앙에서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키운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실패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바로 진출하는 것은 중앙 옵션으로서 실패할 위험성이 큽니다. 물론 이청용도 유럽 스몰리그를 거치지 않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으나 그는 중앙이 아닌 측면 옵션입니다. 20대 초반의 황금같은 시기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와 고난의 시기를 보내기에는 무궁한 잠재력이 아쉽기만 합니다.

더욱이 구자철은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포함 및 본선 출전을 위해 허정무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 자원보다 한발짝 앞서 나가려면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경기 출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검증된 활약을 펼칠 기회가 적었던 만큼,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블랙번 입단 테스트 절차를 밟는 것은 타이밍이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프리미어리그 중앙 옵션의 특수성까지 더해지면, 구자철의 블랙번 진출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구자철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