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포르투갈에게 여러차례 실점을 헌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고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북한이라서 안타까운 부분도 있지만, 약팀이 강팀에게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좋지 않았습니다. 축구는 약육강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약팀이 강팀의 먹잇거리가 될 수 밖에 없지만 약팀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리가 없습니다. 지구촌 축구팬들이 보는 앞에서 포르투갈에게 0-7로 대패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은 포르투갈전에서 이변을 일으킬 것으로 보였습니다. 포르투갈이 2008년 카를로스 퀘이로스 감독 부임 이후 견고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호날두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을 일관하면서 상대 수비의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는 문제점을 남겼고 그 과정에서 원톱의 임펙트 부족, 데쿠의 느려진 공격 전개 등이 약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진을 장악하는 유리한 경기 운영에도 불구하고 골을 해결짓지 못하는 양상이 코트디부아르와의 월드컵 본선 1차전까지 이어지면서 공격력 침체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포르투갈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전술을 앞세워 북한과 상대했기 때문입니다. 호날두에 의존하던 공격 패턴이 메이렐르스-멘드스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패스를 중심으로 북한 진영을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원톱 알메이다는 2선과 거리를 좁혀 미드필더들의 패스 플레이를 유도하면서 후방 공격 옵션의 침투 공간을 확보하는 이타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포르투갈 공격의 중심인 호날두는 돌파 위주의 플레이보다는 왼쪽 공간에서 킬패스를 뿌리거나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데 주력했습니다.

이러한 포르투갈의 전술 변화는 북한이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포르투갈이 호날두에 의존하는 팀이기 때문에 '호날두 봉쇄'에 주력하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박철진이 경기 초반부터 호날두를 찰거머리처럼 따라 붙었는데 비해 시망이 포진한 오른쪽에서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망이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기보다는 북한 수비가 부지런히 압박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공간에서 전반 29분 티아구의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전진패스가 북한 수비수 3명 사이를 뚫고 메이렐르스의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무실점 경기를 노렸던 북한의 기세가 무너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북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 숫자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입니다. 5백을 기반으로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내세우는 팀이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오히려 이것이 포르투갈전에서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합해 5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격 과정에서 활동 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으며 상대는 빠른 수비 전환을 통해 북한 선수들을 압박하고 공을 따내며 공격 기회를 잡는 능숙함을 발휘했습니다. 퀘이로스 감독이 북한의 약점을 간파하여 다득점 전략에 나선 것이 분명합니다. 코트디부아르와 G조 2위를 다투는 상황이기 때문에 골득실이 중요할 수 밖에 없으며 북한전에서 많은 골이 필요했습니다.

(참고로 퀘이로스 감독은 1996~1997년 일본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 사령탑을 맡았으며 동양 축구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맨유 수석코치 시절에는 박지성과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브레인 역할을 했으며 2007/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이 있는 지략가 입니다.)

만약 북한이 경험 많은 팀이라면 수비보다는 미드필더진의 숫자를 늘리면서 압박을 강화하고 상대 공격 템포를 늦추는 영리함을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북한의 수비 축구에서는 수비 숫자에 많은 인원을 두다보니 미드필더를 활용한 수비 능력이 뒤떨어집니다. 문인국-박남철은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이고 홍영조는 원 포지션이 공격수임에도 왼쪽 윙어를 맡았기 때문에 안영학이 홀딩 역할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리광천-차종혁으로 짜인 좌우 윙백들의 활동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시망-호날두 봉쇄 때문에 앞쪽으로 쉽게 전진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전에 임하는 컨셉부터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수비 축구는 수비 숫자를 많이 두고 있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드필더진을 시작으로 상대의 패스 공간을 미리 선점하고,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상대 공격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미드필더진을 내주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메이렐르스-멘드스의 패스를 막기가 어려웠으며 안영학이 모든 짐을 안고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홍영조-박남철-문인국이 전진하는 형태의 패턴을 나타내면서 안영학이 메이렐르스-멘드스를 막아야만 했으니 상대팀에게 26개의 슈팅을 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남아공 월드컵에서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던 기적은 '냉정히 말해' 44년 전 이야기일 뿐입니다. 세계 축구는 44년 동안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많아지고, 여러 형태의 전술과 지략이 늘어나면서 감독들의 전술 싸움이 치열해졌습니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마음은 현대 축구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정신력 이전에는 경험과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강팀을 상대로 그런 부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더욱이 정신력은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자세일 뿐 합숙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북한의 0-7 대패는 비웃음을 당하기에 충분합니다. 북한이 후반전에 골을 내주면서 무기력한 경기 자세를 보인 끝에 또 다시 골을 내주는 모습이 반복 될 때, 월드컵 본선에 참가할 수 있는 클래스인지 의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반에서 시험 성적이 안좋은 학생을 깔보는 마음이 어쩌면 북한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한 가지 되새겨야 할 것은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것입니다. 전반전에 실점을 헌납하지 않으면서 경기 종료까지 2골을 내준 것은 약팀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파비아누-카카 봉쇄에 성공했던 밀착 수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정대세가 최전방과 2선을 부지런히 움직였고, 지윤남이 후반 44분 골을 터뜨린 것, 끝까지 패배하지 않으려는 투지는 소기의 성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전 7실점은 경험 및 실력 부족 이었을 뿐,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의 브라질전 선전은 그동안 조용하게 잠재되었던 능력을 과시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포르투갈전은 정신력과 수비를 강조하는 기존 북한 축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식의 축구보다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무한 발전' 할 수 있다는 과제를 얻게 됐습니다. 오는 25일 코트디부아르와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는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태에서 치르는 것이지만 마지막까지 선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월드컵 같은 세계 무대를 통해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체험한 것은 북한 축구의 앞날에 값진 일이 될지 모릅니다. 북한의 0-7 대패를 조롱해선 안 될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언젠가부터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1등은 되고 2등은 안된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구죠. 지금은 세상이 좋아지면서 무조건 1등해야 한다는 논리가 완화되었지만, 2등보다 1등을 좋아하거나 약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2등과 약자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그들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우리들 가슴속에 깊게 존재합니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축구판도 마찬가지 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같은 또 다른 리그들은 '2인자'라는 꼬리표가 달라 붙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이기 때문에 나머지 리그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이 생긴 것이죠. 며칠전 박지성이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에 직면했을때는, '뮌헨은 듣보잡'이라는 반응을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 접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뮌헨은 박지성이 소속된 맨유를 8강에서 제압한 것을 발판삼아 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엄연히 독일 최고의 명문 클럽인데 국내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열풍 때문에 소위 '듣보잡' 취급 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리에A는 한때 세계 최고의 리그였으나 이제는 독일 분데스리가에게 유럽 빅3리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수원은 2년 전 K리그 독주 체제를 달렸으나 지금은 꼴찌로 주저 앉아 타팀들의 '승점 자판기'로 전락했습니다. 그 대신, 전북-경남-전남 같은 한때 중위권 레벨의 팀들이 급성장하면서 K리그의 신선한 이슈를 제공했습니다.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축구가 입증한 셈입니다. 2등과 약자에 대한 시선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그들이 1등에 올라서기까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면 훈훈한 감동의 쓰나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월드컵, '강자들의 전쟁'보다 이변이 더 기대된다

지구촌 축구 대제전으로 꼽히는 남아공 월드컵도 마찬가지 입니다. '1등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월드컵의 기호에 맞게 적용하면 '강팀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됩니다. 32개 본선 진출국 중에서 몇몇 국가들이 우승 후보로 꼽히기 때문에 강팀들만 여럿 존재합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 천하무적 스페인의 강력한 우승 구도, 이탈리아의 월드컵 2연패 도전, '우승 청부사'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영입한 잉글랜드의 우승 도전, '전차군단' 독일의 저력,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막강 화력은 축구팬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이 소위 '강자들의 전쟁'으로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약팀들에 대한 관심은 강팀들에 비해 저조합니다. 맹목적인 관심을 강요하는것은 아니지만, '저 팀은 전력이 약해서 강팀에게 질게 뻔하지...', '뭐 저런 팀이 다 있어?'. '어짜피 16강 못갈텐데 관심 따위 가져야겠어?', '그래봤자 너넨 듣보잡' 같은 생각은 씁쓸합니다. 시험에서 항상 1등하는 학생을 극진하게 챙기는 선생님이 1등을 위해 노력하는 2등 학생을 업신 여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마인드입니다. 2등의 노력이 누군가의 부정적 시각에 짓눌려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은 반갑지 않으며 시스템 생태계의 퀄리티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팀이 강팀을 제압하는 이변의 짜릿함이 '강자들의 전쟁'보다 즐거운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1등이 항상 최고를 지키는 것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약팀의 이변이 반가울 때가 있는 것이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8강 진출로 검은 돌풍을 일으킨 카메룬, 1994년 미국 월드컵 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강팀을 제압하는 이변 끝에 4강 신화를 이룩했던 불가리아-크로아티아-한국은 우승국 못지않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월드컵에 첫 출전하여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지구촌 축구팬들을 깜짝 놀래킬 이변이 분명히 벌어질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월드컵에서 항상 이변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유로 대회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스는 유로 2004에서 철저한 약팀으로 주목받았으나 강팀을 모조리 제압한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유로 2008에서는 터키와 러시아가 4강에 진출해 강팀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축구는 의외성이 많은 종목으로서, 개인의 힘이 안되면 팀원끼리의 단결된 힘으로 강팀을 제압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이변이 잦을 수 밖에 없습니다. 90분 단판승부로 치러지는 월드컵에서 이변이 속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이변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북한은 199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팀으로서 우리들이 약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 같은 막강 화력을 과시하는 팀들과 같은 G조에 속했기 때문에 대량 실점 패배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박두익의 골로 이탈리아를 제압하며 8강 돌풍을 일으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들이 44년 만에 지구촌 축구계에 충격을 던져줄 이변을 연출하면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질 것은 분명합니다.

5백으로 짜인 북한의 밀집수비가 호비뉴-호날두-드록바 같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들의 힘을 빼놓는 것, 안영학이 카카 봉쇄에 성공해 북한판 김남일로 조명받는 것, 정대세가 남미판 빗장수비로 꼽히는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며 인민 루니의 저력을 과시하는 장면은 북한이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에게 일방적으로 패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G조는 북한의 이변으로 서로 물고 늘리는 16강 진출 경쟁을 펼쳐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파브레가스가 이청용에게 머리를 스다듬기 이전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사진이 국내 축구팬들에게 큰 화제를 몰고왔듯, 호날두가 정대세에게 다가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실력을 인정하면 경기를 보는 우리들의 마음이 흐뭇하지 않을까요.

북한의 이변만 기대되는 것이 아닙니다. 개최국 남아공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할 클래스가 아니라는 사실은 웬만한 축구팬들도 알고 있습니다. 볶음 머리로 유명한 스티븐 피에나르(에버턴)을 모르는 축구팬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남아공은 월드컵 우승 후보 프랑스, 최근 4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올랐던 멕시코, 남미의 전통강호 우루과이와 같은 A조에 속해 험난한 행보를 치러야 합니다. 역대 개최국이 월드컵에서 2라운드 진출의 성적을 올렸는데, 개최국 징크스가 이번 월드컵에서 적용되면 남아공은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킵니다. 프랑스-멕시코-우루과이 중에서 누군가는 남아공의 희생양이 될 것입니다.

C조에는 그동안 월드컵과 인연이 적었던 알제리-슬로베니아가 속했습니다. 잉글랜드-미국에 밀려 16강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여론의 반응이 팽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제리의 전력은 월드컵 최하위권이지만 선수들의 투쟁심이 강한데다 이번 대회가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특성까지 감안하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슬로베니아는 약팀 답지 않게 패스 게임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볼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는 팀 컬러를 지녔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강팀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잉글랜드-미국전에서 선전할지 모릅니다.
 
H조의 온두라스는 월드컵 본선 출전 경력이 1982년 스페인 월드컵(18위)에 불과하며 28년 만에 본선에 올랐습니다. 스페인-칠레-스위스 같은 강호 및 다크호스와 같은 조에 속했기 때문에 이들의 승점 자판기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두라스는 윌슨 팔라시오스(토트넘) 마이노르 피게로아(위건) 카를로스 파본(레알 에스파냐) 다비드 수아조(제노아) 같은 유럽 빅 리그에서 검증된 자원들이 속한 팀입니다. 빠른 공수 전환과 탄탄한 조직력을 강점으로 삼고 있어 만만히 바라볼 팀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히는 뉴질랜드의 이변은 월드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 모릅니다. 정식 프로리그가 아닌 세미 프로리그가 출범한지 6년 밖에 되지 않은데다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 경험이 없으며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도 없습니다. 그래서 공격력, 수비력, 개인 능력, 조직력, 국제경기 경험에 이르기까지 F조에 속한 이탈리아-파라과이-슬로바키아보다 나은것이 없습니다. 이탈리아가 월드컵 2연패를 꿈꾸고, 파라과이는 남미 예선 3위 팀, 슬로바키아는 세리에A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마렉 함식(나폴리)이 속한 팀이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일방적인 열세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뉴질랜드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제압한 북한의 이변을 44년 만에 재현하고, 파라과이-슬로바키아와의 대등한 접전 끝에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그 자체만으로 세계를 깜짝 놀래킬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강팀들의 선전 여부를 주목하겠지만, 뉴질랜드를 비롯한 약팀들은 강팀 제압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며 철저한 준비를 하고 본선에 나설 것입니다. 강자들의 전쟁도 좋지만 약팀의 이변까지 어우러지면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지구촌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것입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강팀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학창 시절에 가장 싫어했던 것 중 하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공부를 못했다는 이유로 숙제만 잔뜩 안겨준 것이죠. A4 용지 10장을 영어 단어로 가득 채우는 일을 비롯해서 (일명 : 깜지), 영어 본문을 그대로 외우는 것, 틀린 수학 문제 다시 공부해서 다음 수업 시간이 되면 칠판에 문제를 풀이하는 등 학생의 학습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과제들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자기 시간을 빼앗길 만큼 선생님이 내준 숙제가 귀찮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기 싫은데 그래도 해야죠.

북한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친 허정무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팀을 완성시키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최종예선 3경기를 잘 치러야 하고 월드컵 본선 진출시 세계의 강호들과 많은 경기를 치르겠지만 이대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게 지금의 아쉬움입니다. 물론 인간의 마음은 욕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법이어서 항상 뒷맛이 깔끔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전에서 팬들을 실망시키는 경기를 펼친 것은 앞으로를 위해 반드시 되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전 이후에 주어진 어려운 숙제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고 경기력을 업그레이드할지 참으로 막막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밀집수비 극복의 해법으로 삼은 대표팀의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3-5-2 형태를 쓰다 수비 상황에서 5-4-1, 혹은 8-1-1이 되는 북한의 촘촘한 수비에 밀려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했습니다. 71-29(%)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 우세와 80-70(%)로 앞선 패스 성공률, 9개의 북한보다 2배 더 많았던 21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북한 문전을 사정없이 두드렸지만 결국 얻은것은 프리킥 골 한 방이었습니다. 나머지 20개의 슈팅 중 대부분은 허공을 가르거나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기 일쑤였고 필드골은 아예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공격 패턴이 너무 안이했기 때문입니다. 짧은 패스에 의존하는 공격 루트를 그려가면서 템포가 느려지더니 상대팀의 수비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던 겁니다. 농구에서 지공 플레이보다 속공 형태의 공격이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며 득점을 기록하는 것 처럼, 수비-허리-공격진으로 향하는 패스가 한 박자 빨리 전개되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유기적이었다면 북한 수비망을 정면으로 뚫을 수 있는 절호의 골 기회를 얻었을지 모릅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띄우는 롱패스,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되는 크로스의 정확도가 부족했던 겁니다. 우선 롱패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부정확하게 향했고 체공 시간까지 길었습니다. 크로스 정확도는 29.4%(17개 시도 5개 성공)의 낮은 확률을 기록하며 71.4%(7개 시도 5개 성공)을 기록한 북한보다 열세 였습니다. 그동안 A매치 끝나면 축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크로스 정확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했는데 이 같은 고질병을 해결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물론 골 결정력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죠.

단조로운 공격력 또한 앞으로를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대표팀 공격 전개 과정에서 기성용에 의한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은 북한 수비에게 충분히 읽히기가 쉬웠습니다. 그리고 후반 15분 김동진 교체 투입 이후에는 중앙이 아닌 측면 공격에 치중하면서 상대 수비망이 중앙에서 측면쪽으로 쏠리게 되었죠. 그러더니 이청용과 이근호는 무리한 전진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거나 몸싸움에서 밀리면서 팀 공격을 번번이 놓치고 말았습니다. 공격 루트가 좀 더 다채로웠다면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북한 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박지성-조원희-기성용-이청용'으로 짜인 미드필더진을 가리켜 '황금MF'라고 하지만 어제 네 선수는 솔직히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밀집 수비의 힘에 밀리면서 공격수들의 최전방 고립을 가중시켰고(전반전에는 이근호의 고립이 두드러졌습니다.) 기성용의 패스, 박지성과 이청용의 측면 돌파가 상대에게 번번히 읽히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죠. 감각적인 패스 혹은 상대 수비를 끌고다니며 교란하는 전방 침투로 밀집 수비를 한 꺼풀씩 걷어내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중반들어 공격수와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을 남기면서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박주영의 공격력도 아쉬움에 남습니다. 북한 수비수 차정혁의 밀착 견제를 이겨내고 최전방에서 여러차례 감각적인 공격력을 뽐낸것은 좋으나 최전방에서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대표팀 공격이 수월하게 이루어졌을지 모릅니다. 문전에만 머물려는 움직임은 팀이 상대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애를 써도 기대했던 성과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박주영 본인이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근호의 대표팀 발탁은 좀 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주 안으로 소속팀이 확정된다는 말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보도되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에 팀을 구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팀에서 실전 감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허정무호 합류가 어려울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 본인도 그동안 자신이 고수했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이근호를 발탁했던 것에 후회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근호 거취 문제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달 말에 대표팀 명단 발표가 예정되어 있어 이근호의 발탁 여부가 또 한번 도마위에 오를 것입니다. 이러한 잡음을 없애려면 선수 진로에 뚜렷한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허정무호는 이 같은 어려운 숙제들을 꼭 풀어야 경기력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홈 경기의 이점이 있는데다 경험과 개인 기량이 우리가 한 수 위에 있었지만 더 좋은 경기 내용을 펼친 팀이 수비 조직력이 탄탄했던 북한이었으니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숨길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숙제들이 북한전에서 드러난 일시적 문제가 아닌 대표팀 그리고 한국 축구에 만연했던 문제점까지 포함되어 있어 참으로 막막합니다. 하지만 '결과'라는 꽃은 '내용'이라는 줄기를 거쳐야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만만찮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늘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5차전 북한전을 치르게 됩니다. 역사와 비극이 만들어낸 동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남북전으로 많은 주목을 끌었지만 이제는 남북전을 뛰어넘어 '코리안 더비'라는 새로운 별칭까지 붙여지면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리안 더비는 두 팀의 자존심 대결이 팽팽할 것으로 보입니다. B조 1위를 다투고 있는 팀들로서 각각 7회 연속 또는 44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뜨거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이 경기의 승자가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코리안 더비, 남과 북의 '화력 대결' 끌리는 이유

특히 한국은 지난해 북한전 네 경기에서 모두 비긴데다 두 골에 그쳤기 때문에 '북한 징크스' 극복을 위해 모든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축구 경기는 상대팀보다 골을 많이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인 만큼, 한국이 홈팬들 앞에서 최상의 경기력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물론 북한도 승리를 벼르고 있는 만큼 빠른 역습 공격으로 한국의 포백을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 팀의 화력이 얼마만큼 폭발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허정무호는 북한전 승리를 위한 비책으로 'F4' 카드를 꺼내들 예정입니다. 주장 박지성을 비롯해서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같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 네 명의 출중한 득점력을 앞세워 지난해 북한전 4경기 2골의 수모를 반드시 뒤엎겠다는 각오입니다. 네 명 모두 최근 들어 물오른 득점포와 공격 포인트 본능을 뽐내고 있어 북한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위한 해결사로 이름을 떨칠 기새입니다.

정확히 어제 날짜(3월 31일)로 종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가 F4의 리더였다면 한국 대표팀의 구준표가 바로 캡틴 박지성입니다. '세계 최고의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선수로서 당당히 이름값을 뽐내는데다 지구촌 맨유팬들에 의해 3월의 선수에 선정되면서 '한국 축구의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 대표팀의 주장까지 맡으면서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팀 분위기를 즐겁게 다지는 '박지성표 리더십'으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으며 리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대표팀 주장으로 나온 5경기에서는 4승1무의 높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 무승부도 지난 2월 11일 이란 원정에서 후반 37분 박지성이 직접 동점골을 넣었던 경기였죠. 대표팀 뿐만이 아닙니다. 소속팀 맨유에서는 지난해 11월 8일 아스날전 이전까지 '31경기 연속 무패행진(박지성이 선발 출장하면 맨유는 지지않는 공식)'의 기록을 이어갔는데 그것도 27승4무의 놀라운 성적이었기에 '승리를 부르는 사나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지성은 이번 북한전에서도 어김없이 왼쪽 팔에 주장 완장을 차게 될 예정이어서 국내 팬들이 북한전을 가슴 졸이지 않고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맨유 5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던 그가 북한전에서 팀 승리의 기폭제 역할을 할지 기대됩니다.

박지성과 더불어 '양박'으로 주목받는 박주영의 득점포도 관심사입니다. 박주영은 최근 프랑스리그에서 활약한 4경기 중에 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1골 3도움)를 기록한데다 소속팀 AS모나코의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습니다. 강력하고 타이트한 수비 때문에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 쉽지 않기로 유명한 프랑스리그 적응에 성공했기 때문에 북한의 밀집 수비를 뚫을 가장 '확실한 자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파트너인 이근호의 실전 감각이 아직은 못미더운 만큼, 박주영의 최전방 활약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허정무호에서는 '양박'으로 짜인 유럽파 공격 옵션 이외에도 '쌍용'이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화력 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FC서울의 기대주로 활약중인 영건 기성용과 이청용의 패기가 자신들의 홈구장인 상암벌에서 유감없이 폭발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기성용은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스티븐 제라드를 떠올리게하는 '한방'을 자랑하는데다 최근 날카로운 세트 피스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이청용은 지난달 7일 전남전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한데 이어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는 김치우의 동점골을 돕는 어시스트를 이어주며 대표팀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전은 '양박'과 '쌍용'을 통합한 'F4'의 화력이 얼마만큼 터질지 무척 궁금합니다.

이에 맞서는 북한은 지난달 28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2-0 승리의 밑거름 역할을 했던 '홍영조-정대세-문인국'으로 짜인 스리톱을 그대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홍영조와 문인국이 주무기인 른 순발력과 저돌적인 문전 돌파를 앞세워 한국의 측면 수비를 흔든 뒤 정대세가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로 최전방을 공략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타겟맨 정대세, 쉐도우 홍영조' 체제에서 정대세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에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문인국이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면서 득점 루트가 다변화된 모습입니다.

그 중에서도 북한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홍영조는 유독 한국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 수비수들이 필히 경계해야 합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하는 '북한의 박지성'으로서 감각적인 개인기와 날카로운 킥력까지 자랑하는 무서운 선수입니다. 득점력이 출중한데다 측면에서 문인국과 활발한 스위칭을 하는 등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타입에 속합니다. 얼마전 이청용이 축구잡지 <포포투> 4월호 인터뷰에서 "북한대표팀에서 한 명을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다면 홍영조다. 한국에 두 명의 박지성이 뛰는 느낌이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홍영조의 진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대세에 대한 마크를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비록 정대세가 지난해 3월과 6월, 9월 한국전에서 부진했지만 당시에는 북한의 득점루트가 단조로웠기 때문에 우리 수비수들이 집중 견제하기가 쉬웠습니다. 정대세는 기복이 심하지만 홍영조 이상의 파괴력을 자랑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 '강민수-황재원' 센터백 조합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홍영조와 문인국이 측면에서 자신의 '우군' 역할을 맡으면서 힘을 얻어가고 있는데, 북한의 공격 마무리를 책임지는 선수로서 이번에는 '한국전 3연속 부진'의 굴레에서 벗어날지 주목됩니다.

국내팬들에게는 홍영조보다는 정대세의 이미지가 더 익숙합니다. 웨인 루니처럼 탄력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데다 독특한 외모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점, 소속팀이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던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특히 지난해 2월 동아시아축구 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전과 일본전에서 골을 넣으면서 국내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그런 정대세가 상암벌에서 '인민 루니'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낼지 아니면 이번에도 한국 수비의 매운맛에 고개를 떨굴지 주목됩니다. 북한으로서는 정대세의 득점력이 폭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리기 때문에 정대세 본인으로서도 한국전을 앞두고 이를 바짝 갈고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4월 1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서 북한과 코리안 더비를 갖게 됩니다.

대표팀은 지난해 북한과 4번이나 맞붙었지만 모두 무승부에 그친데다 2골에 그치면서 '북한 징크스'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상암벌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에서는 징크스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월드컵 본선행의 8부 능선을 넘을지 주목됩니다. 이번 북한전은 남아공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자 한국 축구의 위상 강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대표팀 그리고 메스컴에서는 북한의 경계대상으로 '인간 불도저' 정대세를 꼽았습니다. 웨인 루니를 연상케 할 만큼 탄력 넘치는 피지컬과 몸싸움을 자랑하는데다 빠른 발을 무기로 공간 침투에 능한 것, 튼튼한 체격 조건(181cm/80kg)을 앞세워 포스트 플레이에 강한 모습을 발휘했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이 여간해선 막아내기 힘든 선수로 주목 받았습니다. 지난해 2월 동아시아축구 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전과 일본전에서 골을 넣으며 국내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대세가 지난해 3월, 6월, 9월 한국과의 A매치에서 부진했던 것은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세 경기 모두 우리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에 발이 묶이면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던 것이죠. 지난 18일 포항과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황재원과 김형일의 압박에 밀리면서 후반 중반에 교체된 적도 있었습니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지만 특별히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닌 것 같다. 정대세 같은 선수는 K리그에도 많다"고 냉혹한 평가를 내린 것은 그만큼 정대세의 기량이 국내 언론에 의해 '과대 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 정대세는 대표팀 수비수들에게 완전히 읽힌 상황입니다. 그동안 '선 수비 후 역습' 공격을 펼치던 북한이 정대세를 원톱으로 놓는 경기를 즐겼기 때문에 우리 수비수들이 정대세를 마크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이죠. 더욱이 문전으로 돌파하는 움직임 패턴 또한 주로 오른쪽에 쏠렸습니다. 한 명의 센터백이 정대세를 따라 붙는데 주력하고 또 다른 센터백이 커버 플레이를 펼치면서 정대세의 공격력은 힘을 잃게 됩니다. 허정무호가 최근 세 번의 북한전에서 홍영조의 페널티킥골을 제외하고 단 한번의 필드골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정대세 봉쇄 작전이 성공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센터백 4명은 정대세와의 맞대결에서 이겼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강민수는 정대세의 공간 침투를 막기 위해 커버 플레이 역할을 맡아 제 몫을 다했고 이정수와 황재원, 김형일은 그동안 A매치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정대세와의 정면 대결에서 우세를 점했던 선수들입니다. 이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번 북한전에서는 정대세가 북한 전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기에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점입니다. 원톱 정대세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력에서 벗어나 '홍영조-정대세-문인국'으로 짜인 스리톱을 구사하여 홍영조와 문인국의 빠른 측면 침투를 활용한 공격력으로 변신했고 최근 한국을 제치고 월드컵 최종예선 B조 1위에 오르면서 스리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홍영조와 문인국이라는 저돌적이고 패기 넘치는 측면 옵션들이 있습니다. 허정무호가 경계해야 할 주된 대상이 바로 이들입니다.

특히 홍영조는 지난해 한국과의 4경기에서 정대세를 보조하는 처진 공격수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입니다. 국내에서는 정대세가 북한 대표팀의 중심으로 꼽았지만 실제로는 '캡틴' 홍영조가 북한 대표팀의 에이스 입니다. 북한의 강점인 빠른 역습을 주도하는 것도 홍영조의 빠른 발과 민첩한 움직임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정대세에게 많은 패스를 연결하며 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했던 것도 홍영조였습니다. 여기에 감각적인 개인기와 날카로운 킥력을 뽐내며 한국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습니다. 과장섞인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북한 공격=홍영조'라는 공식이 거의 통할 정도로 그의 비중이 그만큼 북한 대표팀에서 높게 차지합니다.

지난해 9월 10일 북한전에 출전했던 센터백 김진규는 "정대세보다 홍영조가 더 위협적이다"며 홍영조의 저력을 치켜 세웠습니다. 한국이 이 경기에서 페널티킥 실점을 헌납했던 것도 홍영조가 김남일을 상대로 반칙을 얻어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비수들과 중앙 미드필더들이 반드시 그를 경계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처진 공격수에서 윙 포워드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영표-오범석 같은 풀백들의 수비적인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이 이번 북한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려면 '홍영조 공략' 없이는 좋은 결과를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홍영조도 홍영조지만, 최근에는 문인국이 북한 공격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홍영조와 더불어 송곳 같은 역습을 앞세워 상대 수비수들의 기를 빼놓는 윙 포워드로서 저돌적인 돌파를 즐기는 성향입니다. 여기에 30세의 선수라는 점에서 경기를 읽는 시야와 노련함이 정대세-홍영조보다 한 수 위에 있기 때문에 우리 수비수들이 문인국에 대한 봉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문인국은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크게 떨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11일 사우디 아라비아전과 지난 28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골을 넣으며 각각 1-0, 2-0 승리 및 팀의 조1위를 이끌었습니다. 두 번의 골 장면 모두 공간을 침투하는 과정에서 넣은 골이어서 '정대세를 막으면 북한 공격을 철저히 봉쇄할 수 있다'는 국내 여론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합니다. 최근 문인국의 득점포가 오름세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수비수들이 정대세의 마크를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북한 공격은 '홍영조-정대세-문인국'의 스리톱을 앞세워 유기적인 공격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영표-강민수-황재원(이정수)-오범석'으로 짜인 포백의 '하나' 된 호흡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북한의 다채로워진 공격력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중앙 미드필더입니다. 조원희가 지난 28일 이라크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당했는데 북한전 결장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경기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최상의 몸 상태에서 북한 선수들을 상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조원희처럼 중원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앙 미드필더 옵션이 허정무호에 없다는 점인데 그 문제가 실전에서 드러날 경우 북한 미드필더진에서 '홍영조-정대세-문인국'으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를 철저히 봉쇄할 수 없습니다. 기성용의 수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흔들리는 경기력으로 고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만큼 포백 수비수들의 활약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원희의 부상으로 수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었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얼마만큼 제 몫을 다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승패 여부가 가려질 것입니다. 특히 홍영조와 문인국은 북한전 승리를 위해 철저히 막아야 하는 선수들인 만큼, 이번 코리안 더비의 승부처는 두 명의 북한 윙 포워드와 우리 수비수들의 맞대결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