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빅4 재진입을 꿈꾸는 리버풀의 시즌 초반 행보가 좋지 못합니다. 지난 시즌 리그 7위 추락 및 감독 교체 영향에 자극을 받아 올 시즌 부활 가능성이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리버풀은 13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세인트 앤드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버밍엄 시티(이하 버밍엄) 원정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슈팅 18-17(유효 슈팅 3-2, 개) 점유율 56-44(%), 패스 404-331(패스 성공 331-231, 개)로 상대팀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끝내 골문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90분 동안 상대의 거센 수비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맥을 못춘끝에 답답한 공격력을 일관하는 졸전을 펼쳤습니다. 올 시즌 4경기에서 1승에 그친것을 비롯 4경기 모두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빅4 재진입에 있어 불안 요소가 수북히 쌓였습니다.

버밍엄전에서 드러난 리버풀의 문제점은?

우선, 리버풀은 버밍엄전 0-0 무승부를 통해 올 시즌 1승2무1패로 리그 1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지금까지 치렀던 4경기 행보가 좋지 못했던 것은 올 시즌 전망이 위태롭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지난달 15일 아스날전 1-1 무승부는 조 콜의 퇴장 및 레이나의 치명적인 자책골이 아쉬웠고, 지난달 23일 맨시티전 0-3 완패는 경기 내용에서 철저히 무너졌으며, 지난달 29일 웨스트 브로미치전 1-0 승리는 결과가 좋았음에도 중원 장악 실패 및 불안한 측면 공격이 찜찜했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버밍엄전에서는 90분 동안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상대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버밍엄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후방에 많은 인원들을 포진시키는 밀집수비를 펼쳤기 때문에 리버풀의 공격이 무딜 수 밖에 없었죠. 점유율에서 56-44(%)로 앞섰지만 후반 15분에 46-54로 밀렸다는 것은 공격력이 매끄럽지 못했음을 말합니다. 버밍엄 박스쪽을 겨냥한 패스들이 연이어 차단되고 상대가 볼을 돌리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리버풀이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했죠. 그 이후에는 버밍엄이 잠그기에 돌입하면서 리버풀이 점유율을 회복했지만 상대의 밀집수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버밍엄은 홈에서 17연속 무패, 리버풀을 상대로 7연속 무승부(이번 경기 포함한 전적)를 거둔 팀이기 때문에 리버풀의 고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18개의 슈팅을 날렸음에도 유효 슈팅이 3개에 불과한 것은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토레스가 후반 18분 박스 오른쪽 구석에서 강렬한 로빙슛을 날려 버밍엄 골문을 위협했지만, 지난 8일 A매치 아르헨티나 원정 스케줄에 따른 피로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상대 수비에 일방적으로 고립되면서 지속적으로 볼을 터치하지 못해 후반 18분을 제외하고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의 문제점은 토레스 한 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팀 전력을 지탱하는 미드필더진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리버풀 몰락의 결정적인 배경 또한 미드필더진에 있었습니다. 리그 2위를 기록했던 2008/09시즌에는 알론소-마스체라노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역량 및 호흡이 리그에서 으뜸이었고, 리에라-제라드-카위트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력은 토레스와의 성공적인 공존에 힘입어 리그 최다 득점 기록의 밑바탕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론소-마스체라노-리에라가 떠났고, 제라드-카위트의 폼이 2008/09시즌보다 주춤하며, 백업 멤버들의 부실한 역량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리버풀 미드필더진은 버밍엄전 졸전의 결정타 역할을 했습니다. 루카스-폴센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는 의미없는 패스를 남발하며 상대 수비에게 공격이 읽히는 문제점을 드러냈고 볼 컨트롤 및 위치선정까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위치가 종종 겹치면서 상대에게 뒷 공간이 뚫렸을 뿐만 아니라 2선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수 밸런스에 적잖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2선 미드필더들이 상대의 거센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에 루카스-폴센에게 과감하고 직선적인 공격 패턴이 요구되었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 중심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인지 공격 상황에서 활동폭을 넓히지 못했습니다. 공격의 흐름을 읽는 판단력 및 시야, 경기를 리드하는 힘이 두 선수에게 떨어집니다.

요바노비치-막시로 구성된 좌우 윙어 또한 경기력 저하를 부추겼습니다. 문전으로 연결되는 패스 중에 대부분이 부정확했을 뿐만 아니라 제라드-토레스와의 연계 플레이를 엮어내는 재치있는 움직임이 살아나지 못했죠. 그 이유는 두 선수가 상대팀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바노비치는 스스로 공격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볼 배급 역할에 충실한 선수이며, 막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 비해 폼이 떨어진데다 상대팀의 강한 견제를 받으면 맥없이 무너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요바노비치가 팀 전력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리버풀의 향후 행보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입니다.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비롯 연계 플레이에서 기존 동료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습니다.

루카스-폴센, 요바노비치-막시 콤비의 부진은 '자연스럽게' 제라드-토레스의 공격 부담을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공격 옵션이 훌륭하더라도 그들을 뒷받침하는 미드필더진의 역량이 든든히 뒷받침하지 않으면 그 팀은 좋은 경기 내용 및 결과를 모두 잡지 못합니다. 제라드-토레스가 그 예 입니다. 두 선수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후방 및 측면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볼 배급 및 간격 유지 실패 때문에 활동 폭에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토레스는 A매치 출전 여파 때문에 몸이 무거웠지만, 그나마 제라드가 2선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팀의 공격 물꼬를 키웠습니다. 문제는 제라드 혼자서 리버풀 공격을 짊어지기에는 여러가지 불안 요소들을 안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 몰렸죠.

그래서 리버풀은 의미없는 공격 패턴을 연발하며 힘겹게 경기를 치렀습니다. 짧은 패스가 통하지 않으면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볼을 띄울 정도로 경기력의 비효율을 키우고 말았죠. 그 이유는 버밍엄 센터백을 형성하는 로저 존슨과 스콧 던이 각각 191cm, 188cm의 높은 신장을 강점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후반 30분 루카스를 빼고 메이렐레스를 교체 투입하면서 '상대팀의 잠그기와 맞물려' 공격의 활발함이 살아났지만 교체 타이밍이 늦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메이렐레스를 투입하기 전까지 75분 동안 어느 누구도 교체하지 않았던 호지슨 감독의 매끄럽지 못한 교체 타이밍은 리버풀의 답답한 공격력을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메이렐레스가 교체 멤버로서 제 몫을 다했다는 점은 리버풀의 앞날 행보에 위안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스쿼드의 변화 폭이 컸기 때문에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불안 요소가 있으며 메이렐레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합니다. 문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히려 경기력이 더 주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버밍엄전에서의 졸전이 앞으로 계속 될 경우 리버풀의 올 시즌 빅4 재진입이 어려워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흔히 축구팬들은 '무재배'라는 단어를 즐겨 씁니다. 무재배는 무승부가 많이 나오는 팀을 의미하며 무승부의 첫 글자인 무(無)가 채소의 무에서 기인한 일종의 언어유희 입니다. 그래서 축구팬들은 특정팀이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면 '그 팀은 무재배 했다'는 말을 즐겨 쓰며 스포츠 언론의 축구 기사에서도 무재배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전남 감독 시절 무승부가 많다는 이유로 팬들로 부터 '무재배 감독'이라는 별명이 붙여졌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던 첼시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1위를 유지하며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4연패를 저지할 대항마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맨유를 승점 5점 차이로 따돌리고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리그 우승의 꿈이 현실적인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첼시의 최근 행보를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있습니다. 첼시가 최근 7경기에서 1승5무1패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일 칼링컵 8강전 블랙번전 3-3 무승부(승부차기 패)를 시작으로 26일 버밍엄 시티전 0-0 무승부에 이르기까지 7경기에서 단 한 경기만 승리했으며 그 경기가 바로 최하위팀인 포츠머스전 2-1 승리였습니다. 7경기 중에서 5경기 비겼으니 '무재배' 팀이 된 것입니다.

첼시는 최근 7경기 중에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는 1승3무1패를 기록해 승점 3점을 꾸준히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맨유가 지난 13일 아스톤 빌라전과 20일 풀럼전에서 패했음을 상기하면 2위와의 승점을 대폭 벌릴 수 있는 기회 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최근의 내림세가 완벽한 독주 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결과로 이어진 것이죠. 만약 맨유가 아스톤 빌라전과 풀럼전에서 승리했다면 첼시는 지금쯤 2위로 추락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첼시의 무재배 원인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이 상대팀에게 완전히 읽혔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다이아몬드 미드필더 배치 효과로 시즌 초반 다득점을 올렸으나 지난 9일 맨유전을 기점으로 힘을 쓰지 못합니다. 오른쪽 미드필더인 미하엘 발라크가 상대팀의 거센 압박을 받아 기동력이 저하되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데쿠와 조 콜까지도 최상의 폼을 발휘하지 못해 공격 루트가 단순해지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지금도 다이아몬드 전술을 고집하며 상대팀에게 읽히는 공격을 일관하고 있습니다. 26일 버밍엄 시티전에서도 말루다-벨레티를 좌우 미드필더로 놓고 프랭크 램퍼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린 다이아몬드 시스템을 썼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버밍엄 시티의 좌우 윙어인 맥파든-라르손이 포백과의 거리를 좁혀 첼시의 측면 공격을 봉쇄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루다와 벨레티는 중원과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였음에도 상대의 수비 숫자 우세로 공간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스루패스와 로빙패스 위주의 공격을 전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첼시의 공격력 부족은 램퍼드도 막지 못했습니다. 램퍼드는 상대팀의 중앙 미드필더인 보이어-퍼거슨의 끈질긴 견제를 받아 좁은 공간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두꺼운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과감한 패스가 부족했고 이는 스터리지-드록바 투톱이 최전방에 발이 묶인 원인이 됐습니다. 여기에 드록바는 문전에서 공을 잡을때 마다 최소 3명의 압박을 받아 힘든 경기를 펼친 끝에 21개의 패스 중에서 10개의 미스를 범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첼시가 전술을 변화하는 유연함이 있었다면 이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다이아몬드 전술을 지금도 쓰고 있으며 이것이 상대팀에게 읽히는 원인이 됐습니다. 지난 8일 아포엘전에서는 4-2-3-1 포메이션을 구사하여 전술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평소보다 공격의 짜임새 및 마무리가 떨어지면서 27개의 슈팅 중에 유효 슈팅이 5개에 불과한 허점을 남겼습니다. 그러더니 다이아몬드를 다시 구사하여 전력 오름세 효과를 노렸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니콜라 아넬카의 부상은 첼시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줬습니다. 아넬카는 드록바의 문전 침투를 돕기 위해 상대 수비진의 압박을 분산시키는 역할에서 강점을 발휘했던 선수입니다. 그래서 드록바가 다득점을 기록했고 이것은 첼시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버밍엄 시티전에서 아넬카가 빠지면서 그의 공백을 메웠던 스터리지가 상대의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해 드록바가 최전방에서 고립 됐습니다. 스터리지-드록바 투톱 사이에서 연결되는 패스도 부족해 상대의 문전 압박을 뚫을만한 공격 루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스터리지-드록바 투톱은 실패작 이었습니다.

수비도 문제입니다. 버밍엄 시티전 이전까지의 최근 6경기에서는 총 12실점을 허용했고 6경기 모두 실점했습니다. 지난달 5경기 중에 4경기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두었음을 상기하면 6경기 12실점의 기록은 매끄럽지 못한 행보입니다. 포백의 집중력과 미드필더진의 수비 밸런스가 시즌 초반보다 끈끈함이 떨어진 것이 그 원인 입니다. 그래서 첼시는 이겨야 할 경기에서 수비 불안에 발목 잡혀 이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반복했습니다.

문제는 첼시의 무재배 및 내림세가 앞으로 계속 반복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아넬카는 부상 장기화 절차를 밟고 있고 드록바-칼루 같은 아프리카 출신 공격수를 네이션스컵에 차출하면서 당분간 No.1~No.3 공격수 없이 시즌을 보내야 합니다. 여기에 첼시는 새로운 공격수 영입을 포기하면서 스터리지-보리니 같은 영건 공격수들의 맹활약을 기대해야 합니다. 두 명의 영건 공격수가 주전 공격수 복귀 전까지 맹활약을 펼칠지 의문이나 공격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에시엔-미켈까지 네이션스컵에 차출되면서 미드필더진의 전력 약화도 불가피 합니다.

만약 첼시가 박싱데이마저 고비를 넘지 못하면 지금까지 리그 1위를 기록했던 기세가 무너질 것입니다. 첼시는 26일 버밍엄 시티 원정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경기를 마쳤고 28일 홈에서 열리는 풀럼전에서도 고비를 넘지 못하면 리그 1위 수성에 비상불이 켜집니다. 만약 맨유가 28일 헐 시티전과 31일 위건전을 모두 승리하면 첼시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리그 1위를 지켰으나 최근 7경기에서 5경기를 비기는 무재배로 어려움에 빠진 안첼로티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개인적으로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버밍엄 시티(이하 버밍엄)전에 선발 출전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맨유가 지난 두 시즌 동안 개막전에서 무승부를 거두고 슬로우 스타터를 보낸데다 올 시즌 빅4와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 추격이 만만찮기 때문에 개막전에서 최정예 멤버를 앞세워 총공세를 펼칠거라 생각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 선수이기 때문에 버밍엄전 선발 출전은 당연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효리사랑 뿐만 아니라 다른 축구팬들과 축구 전문가들까지 기대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결장이었습니다. 그것도 18인 엔트리에서 제외 됐습니다. 맨유의 주전인 마이클 캐릭과 함께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식 차원에서 버밍엄전에 결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맨유가 16일부터 22일까지 3경기를 치르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엔트리에 제외시킨 겁니다. 박지성이 무릎 부상 후유증 때문에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운 사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이 종잡을 수 없는 인물임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 이었습니다.

버밍엄전, 박지성이 선발 출전했으면 어땠을까?

맨유는 버밍엄전에서 전반 33분 웨인 루니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버밍엄을 상대로 슈팅 숫자 30-7(유효 슈팅 11-2), 볼 점유율 63-37(%)의 우세를 점했음에도 1골에 그친 것은 공격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루니가 골을 넣지 못했다면 30개의 슈팅도 소용 없었을 것이며 지난 2007/08시즌 레딩과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23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단 1골도 넣지 못했던 졸전이 2시즌 만에 도돌이표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효리사랑이 버밍엄전을 보면서 느낀것은, '박지성이 나왔으면 맨유의 공격이 매끄러웠을텐데...'라는 아쉬움 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전력 이탈 공백도 있지만, 버밍엄전에서 선보인 맨유의 공격은 거의 졸전에 가까울 정도로 지난 시즌보다 더딘 모습이었습니다. 박지성을 대신해서 선발 출전한 루이스 나니는 여전히 경기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며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팀의 전반적인 공격력에 역동성이 떨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맨유 공격 옵션 전원이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혀 좁은 공간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좁은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파고드는 박지성의 존재감이 강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맨유는 90분 동안 버밍엄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고 많은 공격 과정과 골 기회를 잡았음에도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맨유가 버밍엄전에서 많은 골을 넣기 위해서는 밀집 수비를 벗겨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어느 한 명의 개인 공격 역량보다는 공격 옵션끼리의 활발한 콤비 플레이와 유기적이고 부지런한 움직임, 빠른 패스 타이밍을 앞세운 역동성이 있어야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며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여러차례 얻었을 것입니다.

물론 호날두 존재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호날두는 팀 공격의 중심축이었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해결사 기질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하의' 호날두도 지난 시즌 상대의 집중적인 견제에 시달려 시즌 중반 9경기 연속 무득점 슬럼프에 빠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 호날두가 있었음에도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던 경험이 여럿 있음을 떠올리면, 버밍엄전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공격 작업은 호날두 공백이 아닌 공격 전술에 문제가 있던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격 전술은 밀집 수비를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선수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바로 박지성 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버밍엄전에 선발 출전했다면 맨유의 공격 작업이 잘 풀렸을 것입니다. 박지성이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상대의 촘촘한 수비 공간을 파고들며 빈 공간을 창출하거나 그 사이에서 정교한 스루 패스를 앞세워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면 버밍엄전이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을 겁니다. 그 역할이 지난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죠. 박지성은 첼시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 사이에 형성된 좁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공격 옵션들에게 여러차례 골 기회를 내주거나 자신이 직접 골문 앞으로 파고들며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경기력은 버밍엄의 밀집 수비를 뚫기에 충분했지만, 문제는 박지성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맨유 공격 옵션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공격 옵션 치고는 볼 터치가 적은 선수입니다. 공격 능력이 떨어져서 공을 많이 못잡는게 아니라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전술적인 움직임에 충실했기 때문에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했던 겁니다. 공의 방향과 반대되는 공간에서 상대 수비와 맞닥드리며 활동 반경을 넓히지 못하도록 공간을 커버하거나(그 과정에서 동료 공격 옵션들의 문전 침투가 수월해지죠.) 혹은 최전방에 들어가 후방에서 전진 패스를 받을 위치를 찾으며 상대 미드필더진의 허를 찌르는 공격 전개를 노렸을 것입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장점이 버밍엄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면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의 공격력이 수월했을 것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에 막혀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습니다. 자신과 쉐도우 성향이 비슷한 루니와 공존이 어긋나는 것도 문제였지만, 다른 동료 선수들이 자신의 압박을 덜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최전방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측면에서 최전방쪽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빈 공간을 창출했다면 베르바토프에게 향했던 골 기회가 늘어났을 것이며 루니의 문전 돌파도 용이했을 것입니다. 지난 커뮤니티 실드에서 박지성-베르바토프로 연결되는 패스가 상대 뒷 공간을 뚫은 뒤 슈팅 상황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2차례(전반 25, 27분) 있었음을 상기하면, 박지성의 버밍엄전 결장이 아쉬운 대목 이었습니다.

버밍엄전에서 박지성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루이스 나니의 부진입니다. 나니는 루니의 결승골을 엮어내는 임펙트를 발휘했지만 전반적인 공격력이 안이하다는 느낌 이었습니다. 전반 18분과 21분 상황이 그 예입니다. 나니는 하프라인 왼쪽 공간에서 벤 포스터가 띄운 롱 드로잉을 받아 전방쪽으로 돌파했지만 그 속도가 느렸습니다. 루니가 왼쪽 측면에서 공간을 열으며 나니에게 패스 받을 타이밍을 얻었지만, 오히려 나니는 패스는 커녕 무리한 돌파를 시도해 상대 압박에 밀렸습니다. 만약 박지성이었다면 루니에게 재빨리 패스하여 공격 침투 공간을 확보했거나 또는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빠른 역습을 전개했을 겁니다. 박지성이 나니보다 팀 내 입지에서 우세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박지성의 존재감이 느껴진 또 하나는 프리킥 기회입니다. 박지성은 상대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반칙 유도를 잘합니다. 그 지점이 주로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프리킥 골을 넣기 쉬운 공간에 쏠린 것은 박지성이 팀의 골을 위해 얼마만큼 헌신적인 활약을 펼치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맨유가 버밍엄 수비의 거센 압박에 막혀 공격이 잘 안풀리던 시점에서, 박지성이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면 맨유가 골을 넣는 과정이 수월했을 것입니다. 물론 호날두가 없기 때문에 특출난 프리키커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겠지만, 베르바토프-나니의 가공할 프리킥 능력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어쩌면 박지성의 버밍엄전 결장은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미스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결장은 '여론에서 걱정하는' 공격력 또는 골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발렌시아도 박지성처럼 골이 부족한 윙어라는 것을 상기하면, 박지성의 버밍엄전 결장은 휴식 차원임이 명확해집니다. 비록 박지성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결장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이 한껏 드높아 졌습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박지성 결장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박지성은 그저 컨디션 유지에 신경쓰면 됩니다.

p.s : 버밍엄전에서 한 가지 경이적인 것은 폴 스콜스의 패싱력 이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100개의 패스를 시도했는데 97개가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향했습니다. 한국 나이로 36세 선수가 출중한 패싱력을 뽐낸 것입니다. 대런 플래쳐는 78개 시도하여 72개를 성공했고, 발렌시아는 41개 시도하여 34개 성공, '전반전만 뛴' 나니는 19개 시도하여 14개 성공했습니다. 물론 윙어들은 위치적인 한계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보다 패스 횟수가 부족하지만, 스콜스의 활약이 놀라울 수 밖에 없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