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이 풀타임 출전했지만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는 답답한 경기력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승점 1점이 과분했다. 개막전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전 0-5 대패를 떠올리면 올 시즌 행보가 험난할 것이다.

QPR은 한국 시각으로 25일 저녁 11시 케로우 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노리치 시티(이하 노리치)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11분 시미온 잭슨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며 전반 19분에는 바비 자모라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지브릴 시세의 페널티킥이 골대를 맞췄으나 근처에서 달려들던 자모라가 왼발로 밀어 넣으며 팀이 패배를 모면했다. 시즌 첫 승점을 따낸 QPR의 다음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9월 2일 새벽 1시 30분 맨체스터 시티 원정이다.

박지성 맹활약으로는 역부족이었던 QPR

후반 25분 상황부터 언급하자. 박지성이 QPR 진영 한 가운데에서 볼을 전방쪽으로 길게 띄웠다. 노리치 센터백 움직임이 앞쪽으로 쏠렸던 약점을 간파한 패스였다. 공격수 시세는 상대 센터백을 제친뒤 박지성 패스를 받으려했으나 볼은 상대 골키퍼에게 넘어갔다. 패스 낙하지점을 잘못 판단하면서 자신의 몸에 볼을 트래핑하지 못한 것이 노리치에게 공격권이 넘어갔던 빌미가 됐다. 유능한 공격수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노렸겠지만 시세는 그렇지 못했다. QPR 현실을 말해주는 대표적 장면이었다. 아무리 박지성이 잘해도 동료 선수가 못하면 이렇게 무용지물이 된다.

QPR은 스완지전에 비해서 공격력이 조금 좋아졌다. 잔패스를 줄이고 전방쪽으로 신속하게 볼을 공급하면서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어떤때는 롱볼을 날리며 한 번에 골 기회를 엮으려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투톱을 맡았던 시세-자모라 활약이 저조했다.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의욕적이지 못했고 위치선정까지 불안했다. 팀에서 패스 정확도 70% 미만을 기록한 선수도 시세-자모라 뿐이었다.(골키퍼, 교체 멤버 제외) 시세는 56%, 자모라는 68%에 그쳤다. 특히 시세는 풀타임 뛰었음에도 패스가 9개에 불과했으며 4번이나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렸다.

노리치 원정은 4-4-2보다는 4-2-3-1을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경기였다. 4-4-2는 기본적으로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에서 볼을 배급할 선수가 있어야 한다. 중앙 미드필더가 전진하거나 또는 공격수 중에 한 명이 자주 밑으로 내려와서 볼에 관여해야 한다. 그러나 QPR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박지성은 자신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였던 디아키테가 잦은 실수를 범하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데 제약을 받았고, 그나마 자모라가 2선쪽으로 내려왔지만 패스가 여러차례 끊겼으며 시세와의 호흡까지 안맞았다.

물론 QPR의 현실적 선택은 4-4-2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타랍의 스완지전 부진이 결정타였다. 당시 결장했던 자모라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골 기록했던 공격수였다. 휴즈 감독이 시세-자모라 투톱에 눈을 돌렸던 이유다. 그러나 두 선수는 노리치전에서 궁합이 맞지 못했다. 4-2-3-1이었다면 두 공격수의 불협화음이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선수가 마땅치 않다.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수비형 미드필더쪽이 불안해진다. 바튼이 장기간 징계로 빠진 QPR 중원에서 박지성 이외에는 믿을만한 선수가 없다. 이것이 QPR의 답답한 현실이다.

QPR 경기력이 좋아지려면 '박지성 파트너' 디아키테를 벤치로 내리거나 또는 선수 본인이 각성해야 한다. 중앙 미드필더는 기본적으로 볼을 자유자재로 공급하면서 끈질긴 수비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디아키테는 볼을 다루는 동작이 서툴고 자신감이 없었다. 당연히 탈압박까지 버거웠다.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팀의 패스 플레이를 저해했으며 수비까지 불안했다. 지난 스완지전에서도 느슨한 수비를 일관했다. 이러한 부진은 자신의 옆에서 활동하는 박지성을 체력적으로 힘들게 한다.

박지성은 노리치전에서 제 몫을 다했다. 전방쪽으로 여러차례 날카로운 패스를 띄우며 팀 공격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QPR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다.(43개) 전반 37분에는 노리치 박스 오른쪽 안에서 단독 돌파를 시도하면서 스스로 공격 기회를 얻으려 했다. 수비에서는 팀 내에서 태클 1위(5개) 가로채기 2위(2개)를 기록했다. 전반 8분에는 왼쪽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노리치 오른쪽 풀백 마틴의 크로스를 몸을 날려 저지했던 장면이 있었다. 든든한 수비형 미드필더와 호흡을 맞췄으면 더 좋은 활약상을 과시했을 것이다.

QPR은 남은 이적시장 기간에 중앙 미드필더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박지성과 디아키테는 홀딩맨이 아니기 때문에 특출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해야 한다. 물론 박지성의 수비력은 뛰어나지만 공격적인 장점이 풍부하며 본래 윙어였다. 지금의 박지성-디아키테 조합으로는 QPR의 남은 프리미어리그 36경기 전망이 어둡다.

또 한 가지 지적할 것은 파비우의 수비 실수다. 파비우는 스완지전에 이어 노리치전에서도 실점의 빌미가 되는 실수를 연출했다. 전반 11분 선제골을 넣었던 잭슨에게 크로스를 띄웠던 필킹톤을 마크하지 못했다. 앞으로 QPR과 상대하는 팀들은 파비우 수비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노리치전에서 교체 출전했던 첼시 출신의 오른쪽 풀백 보싱와 선발 투입 타이밍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QPR의 시즌 초반 전망은 어둡다.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상대가 맨체스터 시티, 첼시, 토트넘 같은 빅6에 포함되는 강팀들이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전은 원정 경기라는 부담감이 있다. 지난 시즌 최종전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2-3으로 패하면서 상대팀 우승의 희생양이 됐다. 스완지전, 노리치전에서 보여준 모습으로는 강팀을 제압하기 힘들다. 경기력 향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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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돈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K리그의 경우, 시민구단이나 도민구단에서 잘하는 선수가 수원 블루윙즈와 FC서울 같은 재정이 풍부한 기업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챔피언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2010년까지 2부리그 클럽 이었다. 그런데 2011년에는 1부리그 챔피언이 되었고 2012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우수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던 자금력이 성적 향상의 지름길이 됐다. 최근 중국 축구에서는 유럽 축구의 스타플레이어 영입이 활발하다. 디디에 드록바, 니콜라 아넬카(이상 상하이 선화) 루카스 바리오스(광저우 에버그란데) 야쿠부 아예그베니(광저우 부리)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유럽 축구도 마찬가지다. 특급 스타의 이적료 폭등이 끊이지 않는 현실. 얼마전에는 파리 생제르맹이 AC밀란 공격과 수비의 핵심이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아구 실바를 영입했으며 총 이적료는 6200만 유로(약 866억원)다. 지난해 6월 1일 카타르 투자청에 인수되면서 잇따른 대형 선수의 보강이 가능했다. 이처럼 최근 이적시장에서는 부자 클럽들이 우수한 선수를 거액에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하는 추세다.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대표적인 예.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와 7년 연속 무관에 그친 아스널의 대표적 차이를 꼽으라면 돈이다.

거액의 선수 영입이 마냥 좋은 현상은 아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불과 10년 전에는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클럽이었으나 무리한 인건비 투자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끝에 2004년 파산했다. 팀의 재정을 고려하지 못한 선수 영입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도 있다.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아부다비 그룹의 막강한 자금에 힘을 얻은 맨시티가 대표적인 예. 파산 직전에 몰렸으나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등장으로 클럽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던 첼시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리버풀은 2011년 1월과 겨울 이적시장에 걸쳐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았으나 프리미어리그 빅4 재진입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8위 추락까지 겹쳐 케니 달글리시 전 감독이 경질됐다.

그렇다면 박지성의 새로운 소속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전망은 어떨까? 불과 한 달전까지는 QPR의 박지성 영입은 실현 불가능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7위에 그친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동안 200경기 넘게 뛰었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QPR은 이적료 500만 파운드(약 89억원)에 스카우트했다. 500만 파운드가 최근 이적시장 추세에서는 많은 돈이 아니지만 QPR의 선수 영입이 공격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QPR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데이비드 호일렛(전 블랙번) 로버트 그린(전 웨스트햄) 라이언 넬슨(전 토트넘) 같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자원들을 보강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망주 파비우 다 실바는 임대 영입했다.

QPR은 말레이시아 저가 항공사 '에어 아시아' 최고 경영자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2011년 8월에 인수한 팀이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평범했던 에어 아시아를 세계 11위 항공사로 성장시켰던 기업인이다. QPR 구단주가 된 이후에는 지난해 9월 데이비드 베컴 스카우트를 추진했으며, 올해 1월 이적시장에서는 지브릴 시세, 보비 자모라, 네둠 오누오하, 타예 타이워(AC밀란 임대) 등을 데려오면서 프리미어리그 클럽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박지성을 보강했으며 최근에는 기성용 영입을 추진중이다.

가장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QPR의 대형 선수 영입이다. 맨시티는 2008년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 호비뉴를 3250만 파운드(약 579억원)에 영입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호비뉴는 기대 이하의 활약으로 먹튀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맨시티의 호비뉴 영입은 부자 구단으로서 본격적인 위용을 과시했던 상징성이 있다.

물론 QPR이 4년 전 맨시티의 전례를 재현할지는 의문이다. 빅 사이닝이 가능한 상위권 클럽과 달리 QPR은 프리미어리그 17위 클럽이다.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는 클럽도 아니다. 슈퍼 스타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클럽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맨시티의 호비뉴 영입 같은 사례를 연출하면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주목받을 수 있다. 참고로, 4년 전의 맨시티는 평범했던 클럽이다.

QPR은 적어도 이번 시즌에는 강등 위협을 받지 않을 것 같다. 박지성 영입에서 상징성을 찾을 수 있다. QPR은 '악동' 조이 바튼을 제외하면 허리쪽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맨시티의 야야 투레, 첼시의 마이클 에시엔(최근에는 존 오비 미켈이 에시엔을 밀어낸 분위기지만)이 있다면 QPR에는 박지성에게 부지런한 수비를 주문할 수 있다. QPR에 측면 옵션이 즐비한 특성을 고려하면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배치가 설득력을 얻는다. 강팀의 기본 요건은 실점 줄이기다. QPR이 수비에 무게감을 두면서도 리그 17위에 그친 것은 실점이 많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QPR은 지난 시즌 리그 최다 실점 공동 4위(66실점)였다.

하지만 QRP 돌풍을 기대하기 힘든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마크 휴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 휴즈 감독은 블랙번 시절을 통해서 중소 클럽을 다크호스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맨시티에서는 실패했다. 개인 클래스가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점 관리에 충실하지 못했다. 일부 국내 축구팬들은 맨시티의 잦은 무승부를 이유로 휴즈 감독을 '마크 휴무'라고 지칭했다. 2009/10시즌 전반기에는 성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끝내 경질됐다. 중위권 클럽을 상위권으로 도약 시키기에는 휴즈 감독 특유의 실용적인 축구는 한계가 있었다.

휴즈 감독과 성향이 비슷한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도 리버풀에서는 실용적인 축구가 먹히지 않았다. 자신의 지도력으로 풀럼의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기여했지만 리버풀에서는 10위권 이하의 성적을 거듭하면서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전형적인 중소 클럽과 빅 클럽에 맞는 축구는 서로 다르다. QPR은 현재까지는 중소 클럽이지만 박지성 같은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 어느 시점에서는 보수적인 색깔을 버려야 한다. 다른 관점에서는, 휴즈 감독의 맨시티 시절 실패가 QPR에서 성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로 이어지는 법은 없다.

강팀끼리 리그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때로는 흥미가 떨어진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약팀도 언젠가 강팀이 될 수 있듯 QPR 돌풍을 기대하게 된다. 다수의 한국인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QPR 돌풍의 중심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기왕이면 기성용이 QPR 주전으로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Posted by 나이스블루

 

개인적으로 박지성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이적은 아쉬움에 남습니다. QPR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7위이며 그 이전에는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 소속됐습니다. 시즌 최종전에는 볼턴과 강등 싸움을 펼쳤죠. 박지성의 커리어라면 QPR보다 더 좋은 클럽에서 활약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다른 리그의 명문 클럽으로 갈수도 있었죠. QPR이 '박지성 효과'를 누릴지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처럼 많이 이기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QPR 돌풍은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박지성 QPR 이적은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빅 클럽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가 낮은 클럽에서 뛰는건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선수들이 많이 존재했죠. 존 오셰이, 웨스 브라운(이상 선덜랜드) 필 네빌(에버턴)은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었으나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중소 클럽으로 떠난 케이스입니다. 축구 선수의 가치는 소속팀 이름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클럽에서 뛰어도 경기에 못나오는 선수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어렵습니다. 축구 선수는 경기력으로 말합니다.

빅 매치에서 검증된 박지성 역량이라면 적어도 올 시즌까지 맨유에서 뛸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 7경기 연속 결장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보다는 애슐리 영을 선호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모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던 지난 5월 1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실전 감각 저하로 부진했고 그것이 맨유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맨유에 잔류했다면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와 로테이션 경쟁을 펼쳐야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카가와 신지의 왼쪽 윙어 전환이 가능하죠. 30대에 접어든 나이에 빅 클럽에서 버거운 경쟁을 펼쳤을 겁니다.

이제는 박지성 QPR 이적을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박지성은 더 이상 맨유 선수가 아닙니다. 'QPR 박지성'이라면 붙박이 주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PR은 맨유와 달리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지 않으며 프리미어리그에 전념합니다. 칼링컵-FA컵에도 참여하지만 다가오는 이번 시즌 만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적을 끌어 올려야 마크 휴즈 감독의 체면이 설겁니다. 휴즈 감독은 QPR 비상을 위해 구단 사장과 함께 한국을 찾으며 박지성 영입에 공을 들였습니다. 빅 매치에 잔뼈가 굵은 박지성을 데려오면서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뜻이죠. 단순히 마케팅 목적으로 영입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박지성이 QPR에서 많은 골을 넣기를 바랄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때는 QPR의 박지성 영입은 수비 보강 목적이 뚜렷합니다. 휴즈 감독은 실용적인 축구를 합니다. 화끈한 공격력보다는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자기 진영을 지키는 타입에 속합니다. 특히 블랙번 시절(2004~2008년)에 재미를 봤었죠. QPR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 실점 공동 4위(38경기 66실점)를 기록했으며 올 시즌 선전하려면 실점을 줄여야 합니다. 미드필더쪽에서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가 필요했고 휴즈 감독은 박지성을 적임자로 선택했습니다.

박지성이 QPR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경험입니다. 빅 매치에 강한 선수들의 특징은 침착한 경기 운영 능력을 자랑합니다. QPR에는 그런 선수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 빅6를 상대로 4승8패 기록했으며 17위팀 치고는 승리 횟수가 제법 있습니다. 반면 챔피언십리그로 강등된 볼턴-블랙번-울버햄턴을 상대로 1승1무4패에 그쳤습니다. 강팀 전적은 둘째치고 강등팀에 저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승점 관리가 잘 안됩니다. 박지성처럼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열의를 다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17위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QPR의 야심찬 선수 보강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존 선수들의 멘탈 향상이 요구됩니다. 휴즈 감독이 박지성을 필요로 했던 이유죠.

QPR로 이적한 박지성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이 바튼이 지난 시즌 최종전이었던 맨체스터 시티전 경기 도중 카를로스 테베스를 팔꿈치로 가격하면서 퇴장 당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세르히오 아궤로의 허벅지를 차면서 12경기 출전 정지 징계와 동시에 주장직이 박탈됐습니다. 바튼의 시즌 초반 공백을 박지성이 대체할 수 있죠. 만약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잡으면 QPR은 잦은 물의를 일으켰던 바튼을 활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는 박지성의 왼쪽 윙어 출전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중앙보다는 측면에 있을 때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으니까요.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을 과시하는데 있어서 측면이 중앙보다 더 유리합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7시즌 뛰었습니다. 7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133경기 출전했으며 시즌 평균 19경기에 나섰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38경기임을 고려하면 그 중에 절반만 경기에 나섰던 셈입니다. 7시즌 중에 5시즌은 20경기 이상 뛰지 못했습니다. 각종 대회를 병행하는 맨유 특성상 UEFA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여러 대회에 참여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출전 횟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QPR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출전이 늘어나겠죠.

축구팬 입장에서는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를 활발히 질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박지성이 부진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경기 시작 한 시간전에 QPR 선발 명단을 굳이 확인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마음 놓고 박지성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세 번의 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던 한국 축구의 영웅이 프리미어리그를 휘젓는 모습을 더 보게 됐습니다. 세월의 무게에 의해 그라운드를 떠난 2002년 월드컵 영웅들이 늘어나는 현실이지만 여전히 박지성 경기를 시청하는 것은 행운입니다. 그것도 유럽 축구에서 말입니다.

박지성은 QPR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맨유에서 '조연', '이름없는 영웅', '살림꾼' 이미지가 강했다면 QPR에서는 지속적인 프리미어리그 출전을 통해서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을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맨유 시절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프리미어리그를 빛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맨유를 떠난 것이 아쉽지만 그런 마음은 박지성의 앞날 활약상을 통해서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새로운 막을 열게 된 박지성을 응원합시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며칠전부터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한국인 선수를 영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기성용(셀틱)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이청용(볼턴) 박주영(아스널) 중에 한 명이 QPR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론 분위기에서는 기성용 QPR 이적에 무게감을 두었습니다. 이에 기성용과 김보경이 QPR 이적을 부인하면서 그 선수가 누군지 오리무중 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QPR 이적이 합의 되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BBC에서 말입니다.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는 6일 "QPR은 맨유 미드필더 박지성을 영입하기 위한 계약에 합의했다. 이적료는 500만 파운드(약 88억원)를 제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습니다. BBC가 다른 언론보다 기사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지성 QPR 이적이 성사된 듯한 분위기입니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박지성은 7년 만에 소속팀을 옮기게 됩니다. 참고로 QPR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7위를 기록했으며 시즌 막판 볼턴과 강등권 경쟁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박지성 QPR 이적 관련 소식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리처드 아놀드 맨유 이사는 5월 31일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서 "박지성은 맨유에 잔류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2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미러>에서 "카가와 신지 적응을 도울 것이다"고 언급하면서 맨유에 잔류한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에서 탈락한 것과 애슐리 영이 빅 매치에 약했던 면모를 놓고 보면 박지성은 여전히 팀에 필요한 선수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K리그와 달리 선수에게 이적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영표가 6년전 토트넘에서 뛰던 시절 이탈리아 AS로마 이적을 거절했던 전례처럼 말입니다. 박지성은 내년 여름 맨유와의 계약이 만료되며 다가오는 이번 시즌에도 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QPR 이적을 거부하고 맨유에 잔류하면 괘씸죄(?)에 걸리면서 2012/13시즌 잦은 결장이 불가피할지 모릅니다. 이영표는 AS로마 이적 거부 이후 한동안 토트넘에서 뛰지 못했습니다.

만약 BBC 보도가 사실이라면 맨유는 박지성을 활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박지성의 지난 시즌 내림세를 우려했던 것이죠.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카가와를 영입하면서 애슐리 영의 경쟁자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에도 4-4-2를 구사하면 수비력이 약한 카가와는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윙어 또는 쉐도우로 뛰어야 합니다. 그러나 쉐도우를 맡기에는 웨인 루니와의 포지션이 겹칩니다. 박지성과의 직접적인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23세' 카가와가 '31세' 박지성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선수라고 판단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지성이 QPR에 이적하면 붙박이 주전으로 뛸 것으로 보입니다. QPR은 올 시즌 잔류를 위해 팀 전력의 균형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고 마크 휴즈 감독은 박지성을 낙점한 것 같습니다. 세 번의 월드컵과 다년간 유럽대항전에서 쌓은 노하우, 맨유에서 200경기 넘게 출전했던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입니다. 맨유에서 오랫동안 로테이션 멤버로 뛰었던 존 오셰이가 지난 시즌 선덜랜드로 이적해서 팀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수비수로 떠올랐던 효과를 박지성에게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축구팬 입장에서 박지성 QPR 이적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낯섭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꾸준한 출전만 보장되면 2010/11시즌에 보여줬던 것 처럼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던 맨유의 명예회복을 이끌 적임자임에 틀림 없습니다. 또한 애슐리 영이 박지성보다 더 좋은 윙어라고 판단하기에는 공격 패턴이 단조롭고, 수비력이 떨어지며, 큰 경기에 약하고, 기복이 심하고, 파트리스 에브라와 호흡이 안맞는 약점들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출전 횟수가 많았던 것은 빅 클럽 적응 차원이었을 뿐입니다. 10년전 이맘때 맨유의 먹튀였던 후안 베론도 출전 횟수는 제법 많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모든 것을 이루었다며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박지성 목표는 맨유 은퇴입니다. 아직 그 목표를 이루지 않았습니다. 동양인 선수가 유럽 빅 클럽에서 다년간 맹활약 펼치면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타인의 진로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이런 저런 말을 할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선수의 뜻을 존중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BBC에서 박지성 이적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박지성 QPR 이적 기사. 정말 믿어야 할까요?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