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와 리웨이펑. 얼핏보면 다른 성향의 선수들 같지만 조금 면밀하게 들여보면 닮은 구석이 여럿 있는 선수들입니다. 한때 한국과 중국 대표팀의 간판 스타로 뛰었고 유럽 진출 경력도 있습니다. 차범근 수원 감독과의 관계가 친밀한점(혹은 예전에 친밀했거나)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리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천수가 최근에 처한 상황은 리웨이펑의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리웨이펑은 다혈질 성격과 순간적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거친 매너를 일관하며 자국 리그와 국가대항전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선수입니다. 거친 파울을 일삼는 것은 기본이며 상대팀 선수를 밀거나, 목을 비틀거나, 폭행을 일삼거나, 그리고 난투극에 이르기까지 중국 언론에서 '악마'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그라운드에서 수많은 더티 플레이를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폭력 선수', '비매너 선수'로 불릴 만큼 나쁜 이미지쪽으로 유명했던 선수죠.

반면 이천수는 '삽질 X천수'라는 플랜카드를 내건 상대팀 서포터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미는 도발을 했고 심판에게 욕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초 K리그 개막전에서는 심판에게 감자 세리머니로 물의를 일으켜 국내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페어플레이 깃발을 드는 기수로 나오는 유례없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천수는 리웨이펑에 비하면 비매너 선수로 낙인찍히기에는 조금 약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천수는 그라운드보다는 바깥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선수였을 뿐입니다. 많은 안티들을 몰고 다녔던 결정적 발단도 2002년 자서전 파문이었지, 리웨이펑 처럼 더티 플레이 때문에 사람들의 맹비난을 받던 선수는 아닙니다. 다만 국내 선수들보다 그라운드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적이 여럿 있는데다(국내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조용한 성향입니다.) 튀는 성향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을 뿐입니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국내 스포츠 문화에서는 이천수의 돌출언행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6년전 모 K리그 감독이 언론을 통해 "이천수는 머리 색깔부터 검은색으로 바꿔야 한다"는 쓴소리를 했을 정도죠.

축구팬들에게 과소평가된 경향이 짙지만, 이천수는 그저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기위해 노력하던 선수였을 뿐입니다. 상대 수비수를 제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고, 골을 넣기 위해 최전방을 부지런히 뛰었고, 중요한 고비때는 흔히 말하는 악바리 근성을 발휘하며 무언가 해내려는 집중력이 대단했습니다.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뛰었던 3년전 도하 아시안게임때는 주장을 도맡으며 후배 선수들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그가 본래 지니던 '초심'이 아닌가 싶은 생각입니다. 그라운드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었지만 리웨이펑처럼 상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천수는 지난해 여름 수원에 임대되면서 자신이 본래 품고 있던 초심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무단으로 훈련에 불참하고 코칭스태프 지시에 반발하더니 평소 아버지와 아들처럼 절친했던 차범근 감독과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경기 중에는 후배 선수들에게 온갖 쓴말들을 내뱉더니 나중에는 팀 분위기까지 뒤집어지는 불상사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전의 이천수라면 2005년 울산에서 부활에 성공했던 것 처럼 경기를 열심히 뛰기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수원 시절의 이천수는 재기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수원 구단에 의해 임의탈퇴 공시 되면서 벼랑끝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온갖 천신만고 끝에 전남으로 둥지를 틀면서 새출발을 단단히 노렸습니다. 하지만 전남 소속으로 첫 경기를 뛰었던 서울전에서 심판에게 감자 세리머니를 하는 경솔한 행동으로 팬들의 맹비난을 받으면서 '재기에 성공하겠다'던 자신의 의지까지 꺾이고 말았습니다. 전남에서는 박항서 감독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속에 부활 성공을 위한 천군만마 같은 존재를 얻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이전에 상대팀 서포터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거나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사건 또한 같은 맥락이죠. 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온갖 더티 플레이들을 일삼는 리웨이펑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리웨이펑은 현재 수원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전혀 반대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매너 수비를 버리고 팀을 위해 공수 양면에 걸쳐 열심히 뛰고 몸을 날리더니 여러차례 골까지 넣으면서 수원팬들에게 '만리장성'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일본 J리그 오미야로 떠난 마토 네레틀야크의 공백 걱정과 함께 '리웨이펑이 사고 치면 어떡하나...'고 염려하던 수원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것이죠. 한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안좋은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노력했던 것, 무적 선수였던 자신을 수원으로 데려온 차범근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비매너 선수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7일 상하이 선화 원정 경기에서는 자신이 직접 골을 넣은 뒤 '미안해요 세리머니'를 하며 자신의 친정팀 팬들에게 사과를 구했습니다. 골을 넣자마자 두 손을 얼굴앞에 모으고 관중석 사방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하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이죠.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쳤던 그가 얼마만큼 달라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리웨이펑은 중국에서 거칠기로 악명 높은 선수다. K리그에 잘 적응할지 궁금하다"는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의 전망을 비웃게 했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수원팬들에게 '형'이라는 친근한 단어로 불리면서 수원의 명실상부한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났습니다.

사실 리웨이펑의 코리안 드림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1월말 홍콩에서 열린 칼스버그컵 스파르타 프라하(체코)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거친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리웨이펑의 '갱생 시나리오'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그라운드에서 팀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리웨이펑의 갱생을 이천수가 가슴속 깊이 받아들여야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이천수도 리웨이펑처럼 현 소속팀에서의 첫 출발이 좋지 못했습니다. 감자 세리머니로 팀을 발칵 뒤집힌 것이죠. 하지만 이천수는 자신을 벼랑끝에서 구했던 박항서 감독이라는 믿을맨이 있습니다. 리웨이펑이 차범근 감독의 믿음속에 꽃을 피웠던 것 처럼 이천수도 본인의 의지가 충만하다면 충분히 갱생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무슨 일을 하면 안되는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는 불썽사나운 모습이 재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이천수가 징계를 마치고 오는 22일 인천과의 컵대회 홈 경기 출격을 앞두고 있습니다. 징계 기간 내내 컨디션을 조절하며 복귀전을 잔뜩 벼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절실함이 앞서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자신에게 많은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홈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실력입니다. 올 시즌 마토의 공백을 확실히 메운것과 더불어 비매너 선수라는 꼬리표를 뗀 리웨이펑의 성공기는 이천수가 본받고 배워야 할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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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수원의 최대 약점은 수비 라인 입니다. 마토 네레틀야크, 이정수 같은 센터백 자원들이 팀을 떠났고 홀딩맨 조원희까지 잉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수비 약화가 불가피했죠. 지난 시즌 K리그 최소 실점 1위로 정규리그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던 수원이었기에 올 시즌 K리그 전망이 지난해처럼 밝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수원은 '이 글의 주인공'인 리웨이펑(31, DF)과 알베스를 떠난 선수들의 대체자로 영입했지만 지난 7일 포항전에서 2-3 패배를 당하면서 '수비 약화'라는 꼬리표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알베스 대신에 '지난해 백업이었던' 최성환이 투입되었지만 그는 포항에게 첫번째와 세번째 실점을 헌납하는 빌미를 제공하면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물론 '송종국-이관우' 더블 볼란치 조합이 조원희처럼 중원에서 상대 공격의 흐름을 차단하는데 실패했던 것도 팀 패배를 부추겼지요.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의 경기력에 적응하려면 수많은 실전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원이 시즌 초반에 많은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마토 같은 경우 데뷔년도인 2005시즌 초반에는 불안한 수비와 부정확한 크로스로 팀 전력에 이렇다할 공헌을 하지 못했었죠. 외국인 선수들이 얼마만큼 팀 전력에 녹아들고 그라운드에서 팀을 위해 헌신적인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코리안 드림'이 성공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중국 대표팀 주장이자 중국 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던 리웨이펑은 그야말로 '대륙의 기상'을 떨쳐가고 있습니다. 지난 포항전에서는 팀의 중원과 최성환이 흔들리는 수많은 위기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고군분투하여 K리그 데뷔 선수 치고는 제 몫을 다했으며 지난 11일 가시마 앤틀러스전에서는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J리그 최우수 선수(MVP) 마르퀴노스의 발을 묶는 악착같은 대인방어로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막으며 수원팬들에게 인상깊은 경기를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리웨이펑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그리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리웨이펑은 적극적인 대인마크로 상대 공격수들을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다혈질 성격과 순간적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비매너' 행동으로 팬들의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2005년 여름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아 축구 대회에서 유경렬의 얼굴을 오른손으로 밀어 버린 장면은 여전히 국내 축구팬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엄청난 원성을 샀습니다. 지난해 2월 동아시아 축구 대회 일본전에서는 상대 공격수의 목을 비틀기도 했고, 그해 9월 중국리그에서는 난투극을 벌이며 8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더니 소속팀 우한 광구가 2부리그로 강등되는 바람에 무적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결국 실업자가 된 리웨이펑은 1998년 선전 핑안에서 무명이었던 자신을 중국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키워준 차범근 감독의 품에 안았습니다. 2007년 12월 수원에 입단할 뻔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마토 대체자'로 손꼽혀왔던 것이죠. (당시 리웨이펑 소속팀인 상하이 선화가 그의 대체자로 마토를 원하는 바람에 두 선수의 트레이드가 실패했던 겁니다.) 그래서 마토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J리그 오미야로 떠나더니, 지난 1월 입단 테스트 끝에 수원에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입단 테스트의 목적은 지난해 중국리그에서의 중징계 및 우한의 잔여경기 불참 여파로 실전 감각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파악했던 것이었을 뿐, 차 감독이 그의 수비력을 믿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리웨이펑은 자신의 코리안 드림을 위해 적지 않은 장애물에 직면 했습니다. 지난 1월말 홍콩에서 열린 칼스버그컵 스파르타 프라하(체코)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거친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것이죠. 수원팬들 조차도 '리웨이펑 때문에 올 시즌 팀 성적 및 분위기가 걱정된다'고 우려할 정도로 K리그 적응에 대한 의문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웨이펑은 스파르타 프라하전 종료 후 동료 선수들에게 복조리를 돌리며 반성의 뜻을 밝혔고 지금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거칠지 않고 영리한 수비수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 수원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포항전과 가시마전에서 여러차례 실점 위기를 몸을 날려 저지하고 비매너 수비를 지양하면서 자신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수비력으로 곽희주와 알베스의 수비 부담을 줄였고 백지훈과 이상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할 만큼 팀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들었습니다. 그런 열성적인 마인드가 있었기에 수원팬들이 리웨이펑을 좋아하게 된 것이며 가시마전에서는 '짜요우(加油, 힘내라) 리웨이펑'을 외치며 그를 열성적으로 응원했던 것입니다.

사실 리웨이펑의 K리그 성공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이장수 베이징 궈안 감독이 지난달 8일 <스포츠칸>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웨이펑은 중국에서 거칠기로 악명높은 선수다. K리그에 잘 적응할지 궁금하다"고 할 만큼 거친 플레이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더욱이 상대팀 선수들이 자신의 심리를 적극 공략하여 퇴장을 유도한다면 수원에게는 엄청난 전력적 손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래서 수원의 올 시즌 우승 여부가 낮게 점쳐줬던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마토가 역대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던 만큼, 그에게는 '마토 대체자'라는 부담감까지 가중될 수 밖에 없었죠.

그런 리웨이펑이 자신을 향한 모든 우려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A매치 105경기 출장 및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튼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맞는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겁니다. 또한 무적 선수였던 자신을 수원으로 데려온 차범근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솔선수범하여 팀의 주전급 수비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리웨이펑에 대한 수원팬들의 인기는 부쩍 높아졌습니다. 수원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리웨이펑을 한국식 한자 이름(李玮峰)인 '이위봉', '위봉이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가시마전에서는 '짜요우 리웨이펑'이라는 구호까지 외쳤으니, 이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제는 '형'이라는 친근적인 단어까지 붙이면서 그를 수원의 진정한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신이 좋은 경기를 펼치길 바라는 글들을 꾸준히 올리며 그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웨이펑의 높은 인기에, 최근에는 중국 최고의 수비수인 자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별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중국의 자존심인 '만리장성'입니다. 마토의 수원 시절 별명이 '통곡의 벽'이었기 때문에 '만리장성'이 그대로 따라 붙인 겁니다. 지난 가시마전을 중계했던 모 해설위원이 자신에게 '수원의 만리장성이다'고 치켜 세웠던 것이 발단이 되어 여론에서 만리장성으로 불리게 된 것이죠. 공교롭게도 수원 선수들의 유니폼 상의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지인 '수원화성' 무늬가 그려져 있기 때문에 만리장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습니다. 이는 수원팬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 '상징'인 셈입니다.

"통곡의 벽이 사라진 자리에 만리장성이 등장했다"

최근 국내 언론들은 리웨이펑 관련 기사에서 만리장성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리웨이펑에 대한 관심이 팬들의 지지를 넘어 언론들의 주된 취재 대상으로 이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수원이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이자 기자들의 취재가 많은 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리웨이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임엔 분명합니다. 더욱이 경기력까지 물이 오른 상황이어서 그가 K리그의 흥행을 이끄는 이슈메이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원과 그외 부근 지역에서도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법인화 체제에 들어간 수원 구단이 '리웨이펑 마케팅'을 펼친다면 적지 않은 마케팅 이익까지 거둘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리웨이펑이 꾸준한 맹활약으로 팀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 만리장성을 넘어 수원과 K리그를 빛낸 외국인 선수로 길이 남게 될지 모릅니다. 1980년대 K리그를 접수했던 태국 공격수 피아퐁(전 LG)에 이어 두 번째로 K리그에서 성공한 아시아 선수로 도약할지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우리에게 '중국의 홍명보'로 유명한 리웨이펑(31, 우한 광구)이 수원 삼성에 입단합니다. 리웨이펑은 중국 대표팀 수비수로서 A매치 105경기(13골) 출장했던 주장 선수이자 중국 수비의 버팀목이죠. 한국과의 A매치에서는 거친 반칙을 일삼으며 국내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선수여서 국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여론에서는 실력보다 이을용, 유경렬과의 신경전으로 유명했던 선수였죠.

중국 스포츠전문지 <티탄 저바오>는 지난 9일 "수원이 리웨이펑을 영입한다. 지난 연말 대략적인 입단 합의를 마쳤고 올해 초 연봉 조건에도 의견 조율을 끝내 사인만 남았다. 리웨이펑은 11일 한국으로 떠나 수원의 남해 전지훈련에 합류한다"고 밝혔습니다. 차범근 수원 감독도 티탄 저바오를 통해 "리웨이펑은 중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비수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밝혔죠.



리웨이펑과 차범근 감독의 사제지간은 유명합니다. 차 감독은 1998년 한국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되자 중국 C리그 선전 핑안(현 선전 시앙슈에 에이시티) 감독을 맡았는데 당시 무명 선수였던 리웨이펑을 발굴한 지도자였습니다. 2005년 3월 수원 빅버드에서 열렸던 수원-선전 경기 종료 후에는 리웨이펑이 수원 벤치로 직접 달려가 차 감독과 포옹을 하기도 했었죠.

그런 리웨이펑이 수원에 입단한게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리웨이펑의 수원 이적이 2007년 연말부터 구체화 되었던 겁니다. 당시 리웨이펑은 상하이 선화 소속이었는데, 중국 스포츠 매체 <소후 스포츠>가 2007년 12월 27일 "상하이가 주장 리웨이펑을 수원에 보내려고 한다"고 보도하면서 리웨이펑이 수원과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리웨이펑이 차범근 감독 품에 안았다면, 그는 정확히 1년 전부터 수원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그랑블루의 응원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리웨이펑의 수원 이적은 단번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상하이가 리웨이펑의 K리그행을 추진했던 것은 당시 수원 수비수였던 마토 네레틀야크(현 오미야 아르디자)를 영입하기 위해서였죠. 소후 스포츠는 "상하이는 마토를 영입하기 위해 리웨이펑을 수원에 보내려고 했지만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상하이는 수원과 이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마토의 연봉 70만 달러(약 6억 5천만원, 중국측 보도)에 부담을 느끼자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죠. 한마디로 리웨이펑과 마토의 트레이드를 추진하려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두 선수의 소속팀이 바뀌었다면 국내 팬들, 특히 수원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토는 수원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이자 '통곡의 벽'이었으니까요. 당시 수원은 마토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일본 우라와를 비롯 여러팀들이 마토를 노렸으니까요.(마토가 최근 오미야로 이적할 수 있었던 것은 '수원 우승시키고 떠나겠다'는 수원과의 약속을 지난해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통해 지켰기 때문입니다.)


그런 수원이 리웨이펑 영입을 결정지었던 것은 3가지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수원 수비진의 무게감이 떨어졌죠. 마토, 이정수, 박주성(작년에 2군에서 공격수로 전환했지만)이 일본으로 둥지를 틀었고 백업 수비수로 제 몫을 했던 최창용이 이유없이 방출 되었습니다. 양상민은 전북과 연결된 상황이며 지난 시즌에 오른쪽 풀백을 겸했던 조원희는 현재 AS모나코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수원에게는 엄청난 전력 손실을 맞았는데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한 리웨이펑을 영입하면서 수비력을 보강했습니다.(여기에 한 가지 첨언하자면, 리웨이펑은 200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애버튼 선수로 뛰었던 경력이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수원에게는 중국 클럽에게 '한'이 있었습니다. 수원은 당시 '레알 수원' 전력을 자랑하던 4년 전 AFC 챔피언스리그 예선 6차전에서 '리웨이펑이 뛰던' 선전에게 0-1로 무릎 꿇어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뒤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1년 동안 기대 이하 성적에 시달렸습니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수원으로서는 그때의 한을 풀기 위해 중국 팀에 강한 면모를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이번 이적시장에서 물색했고, 그 선수가 4년 전 수원에 충격을 안겨줬던 리웨이펑이었습니다. 더욱이 리웨이펑은 전 소속팀 우한이 지난해 시즌 심판 폭행 사건으로 2부리그에 강등되면서 새로운 팀을 찾아보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원이 이적료가 없는 리웨이펑을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이죠.

마지막 세번째로는 리웨이펑과 차범근 감독과의 절친한 관계 때문입니다. 리웨이펑은 9일 중국 언론 인터뷰 기사를 인용한 <마이 데일리>를 통해 "차범근 감독에게 보답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며 자신을 중국 최고의 수비수로 키웠던 차범근 감독에 대한 고마움의 차원에서 수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경기장에서는 거칠고 신경질적인 플레이로 축구팬들의 비난 대상이 되었지만 스승을 대하는 마인드 만큼은 후하게 칭찬하고 싶은 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리웨이펑이 수원에 입단한 지금의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봅니다. 1년전에 입단했다면 '마토 중국행과 맞물려' K리그에서 엄청난 논란거리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마토가 오미야로 떠난데다 아시아 쿼터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수원은 리웨이펑을 영입했고 인천과 성남은 호주 수비수를 영입했다. 전남도 중국 선수 1명 영입 계획중이라네요.) 리웨이펑의 K리그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어떤 팬들은 수원 경기때 '리웨이펑을 응원하는' 중국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시더군요.(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 중에서도 중국인 축구팬들이 있으니까요. 특히 수도권에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죠.) 어찌되었건, 리웨이펑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By.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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