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어느 리그든 특정 팀이 오랫동안 독주를 달리는 판세는 흥행적 관점에서 반가운 현상이 아닙니다. 여러 팀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살얼음 같은 경쟁을 펼쳐야 대중들의 주목을 끌기가 쉽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K리그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디어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소재의 뉴스 보도를 전하며 여론에 K리그를 알리고 더 나아가 흥행을 주도할 수 있죠.

지난해 제주의 돌풍이 대표적입니다. 2009시즌 14위의 성적을 2위로 끌어올렸죠. 그 해 10월까지 K리그 선두를 달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K리그 우승에 실패했지만, 챔피언 FC서울 못지 않게 여론의 찬사를 받으며 행복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상위권과 이렇다할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14위에서 2위에 도약한 것 자체만으로 박수 받을 일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외한 유럽 빅 리그에서 매우 드문 현상이죠. K리그는 상위권이 강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을 굳게 잡으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주가 축구팬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만년 하위권'으로 불렸던 대전이 K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강원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면서 K리그 1위(3승1무)에 진입했습니다. 아직 26경기가 남았지만, 그동안 하위권 이미지가 강했던 팀이 1위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대전이 지난달에 이겼던 울산, 경남은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팀입니다. 지난달 12일 '디펜딩 챔피언' 서울전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했죠. 지난해 5승7무16패로 13위에 머물렀던 팀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대전의 돌풍 원인은 실리축구, 김성준 발굴, 박은호 효과로 요약됩니다. 왕선재 감독은 공격축구를 선호하는 지도자였지만 대전의 열악한 스쿼드에 접목하는데 한계를 실감하며 선 수비-후 역습 전술로 변신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무명임에도 하나로 똘똘 뭉치면서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는 승리욕을 발휘하며 실점 줄이기에 성공했습니다.(4경기 2실점) 중원에서는 김성준이 홀딩맨으로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치며 팀의 수비 조직력 향상에 기여했죠. 그리고 박은호는 강력한 프리킥 및 날카로운 슈팅을 앞세워 상대 골문을 흔들기에 바빴습니다. 4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대전의 간판 공격수로 도약했습니다.

물론 대전의 오름세가 반짝일지, 아니면 시즌 끝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자의 예는 2009시즌 초반에 1위를 달렸던 광주 상무(현 상주)이며, 후자의 예는 앞에서 언급했던 제주입니다. 대전은 엷은 선수층 및 스타 플레이어 부족 때문에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든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무더운 여름에는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경기력에 기복이 나타날 여지가 존재하죠. 마라톤 레이스에 비유하면, 대전은 초반부터 상대팀들을 추월했습니다.

그러나 대전이 시즌 초반에 기대 이상 성과를 올린 것 자체만으로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이슈를 던져준 것은 분명합니다. 시즌전에는 서울-수원 같은 빅 클럽들이 'K리그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이름아래 여론의 엄청난 주목을 끌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전이 두 팀을 앞서고 있습니다. 만약 서울-수원이 레이스 시작부터 K리그 선두 경쟁을 펼치는 관계였다면 부정적 관점에서는 '뻔하다',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왔을지 모를 일입니다. 강팀은 강팀에 맞는 성적이 어울리지만,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의외로 선전하면 강팀이 자극받으면서 순위 싸움이 가열 될 것이고 축구팬 입장에서 재미난 일들을 만끽할 수 있죠.

대전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축구 특별시' 입니다. K리그 6위 돌풍을 일으켰던 2003년 평균 관중 1위(1만 9.082명)를 기록하며 '퍼플 아레나(대전 월드컵 경기장)'를 중심으로 대전팬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그 이후부터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평균 관중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에는 1위를 기록하면서 '쾌청한 봄철 날씨와 맞물려' 많은 홈팬들의 운집이 예상됩니다. 컵대회까지 포함하면 5월까지 7번의 홈 경기를 치르며 팬들의 열띤 성원에 힘을 얻을 수 있죠. 서울-수원에게 인기가 집중됐던 K리그의 흥행 열기가 대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런데 K리그는 대전만 다크호스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만년 하위권 팀이었던 상주는 5위(2승2무)에 있지만, 4경기에서 11골을 터뜨리며 K리그 최다득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K리그 최다 실점 2위(8실점)를 범할 정도로 수비가 정돈되지 못했지만, 다득점 경기를 펼치는 '화끈한' 팀 컬러로 무장했습니다. 특히 김정우는 4경기 연속골(6골) 및 K리그 득점 1위를 질주하며 상주 돌풍의 중심으로 우뚝 섰습니다. 지금까지 수비형 미드필더 이미지가 강했지만 올해는 공격수 변신에 성공하여 포지션 전환의 '좋은 예'로 거듭났죠. 여론에서는 '김정우vs박은호' 득점 1위 경쟁을 주목하면서 K리그의 새로운 흥행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상주의 오름세는 시즌 중반까지 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매년마다 스쿼드의 내실이 좋아졌습니다. 김정우를 비롯한 고참급 선수들이 9월경에 제대하면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많은 승점을 획득하는 것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절대적 과제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K리그에서 2009시즌 전반기 깜짝 돌풍 이외에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상주의 선전은 대전과 함께 올 시즌 K리그의 스토리 확장을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대전과 상주의 저력은 사람들이 K리그를 주목하는 이슈가 늘어났음을 의미합니다. K리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발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꾸준히 스토리를 양산하고 때로는 포장하며 여론의 이목을 끌어야 합니다. K리그가 원하는 스토리는 '하위권 돌풍'이 아닐까 싶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지난달 수많은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던 K리그가 4월을 맞이했습니다. 시즌 초부터 K리그 흥행 성공의 확신을 얻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축구팬들의 기대와 성원이 예상됩니다. 지난 3월 말 A매치 주간으로 휴식기를 맞이했던 K리그가 다시 재게되면서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 될 것입니다. 그래서 K리그 흥행의 스토리를 쓸 10명의 인물들을 언급했습니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슈는 스타 플레이어 혹은 이슈 메이커이기 때문에, 이들의 앞날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가로속에 나열된 기록은 정규리그 기준임을 밝힙니다.

1. 김정우(29세, 상주, 3경기 4골 1도움, 공격수 변신 효과 어디까지?)

'뼈레처'에서 '뼈트라이커'로 거듭난 김정우의 공격수 변신은 한국 축구의 3월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선수 본인의 올 시즌 목표는 7~8골 이었으나 이미 정규리그 3경기에서 4골 1도움 기록했죠. 지난달 25일 A매치 온두라스전에서도 골을 터뜨리면서 멀티 플레이어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앞으로 상주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자신의 파트너 장남석의 득점포가 살아났습니다. 상대팀 집중 견제에서 분산되는 이점이 작용하죠. 컵 대회를 포함하면, 앞으로 원정 3경기(제주-울산-광주)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골 리듬을 탔기 때문에 더 무서운 파괴력을 내뿜을 잠재력이 있습니다. 상주 입장에서도 K리그 1위 수성을 위해서는 김정우 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2. 박은호(24세, 대전, 3경기 4골, 혹시 한국인 선수에요?)

처음에 박은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한국인 선수로 착각했습니다. 지난달 6일 울산전에서 2골을 넣으며 대전의 2-1 승리를 이끌었죠. 그런데 박은호는 브라질 외국인 선수였습니다. 바그너가 본래 이름이며 구단 권유에 의해 K리그 등록명이 박은호가 되었죠. 그런 박은호는 강력한 프리킥 과 감각적인 드리블 돌파, 양발을 정확하게 활용하는 슈팅을 마음껏 활용하며 3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습니다. '만년 하위권' 이었던 대전의 2위 도약을 이끌었죠. 골을 뽑아내는 본능에서 킬러의 면모가 물씬 느껴집니다. 대전은 지난 3년 동안 K리그 판도를 뒤집었던 외국인 선수가 없었지만, 올 시즌에는 박은호 효과에 의해 많이 웃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아사모아(30세, 포항, 3경기 1골, 모따보다 더 강력한 테크니션)

포항의 아사모아는 대전의 박은호와 더불어 올 시즌 K리그가 배출한 대형 외국인 선수 입니다. 가나 출생의 영국 국적 테크니션으로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빠른 순발력 및 정확한 패싱력으로 포항의 공격루트를 다채롭게 키웠습니다. 이미 K리그에서 검증된 모따와 더불어 스리톱의 좌우 윙 포워드를 맡고 있으며, 모따보다 더 많은 골 기회를 창출하며 포항 공격수 중에서 가장 임펙트를 과시했습니다. 동료 선수들과 템포를 맞추면서 적절한 시점에 상대 수비진을 가르는 볼 배급은 지난해 침체되었던 포항의 패스 축구가 살아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성남 시절에 비해 폼이 떨어진 모따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스틸야드에 등장했습니다. 포항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나리오는 아사모아의 패스를 골로 연결시킬 슈바의 완전한 부상 회복 입니다.

4. 김지웅(22세, 전북, 2경기 1골, 또 하나의 연습생 신화)

K리그 드래프트는 축구계의 단골 논란거리로 꼽히지만, 흔히 연습생으로 불리는 번외지명 선수들의 성공적인 활약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이슈를 선사합니다. 배기종, 강수일(이상 제주) 이용래(수원)가 대표적 사례 입니다. 전북의 윙어 김지웅도 이들과 더불어 연습생 신화를 이루었습니다. 지난해 번외지명 선수로 활약하면서 상대 수비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배짱, 열심히 뛰려는 자세는 최강희 감독을 흡족시키면서 전북에서의 비중이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몸에 파워가 붙었고, 볼 처리가 간결해졌고,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는 움직임이 능동 형태로 바뀌면서 기량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전북 경기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가 하나 늘었습니다.

5. 지동원(20세, 전남, 1경기, K리그 흥행 아이콘1)

지동원은 지난 20일 서울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던 공백에서 벗어났죠. 지난해부터 각급 대표팀 및 전남 경기 일정을 동시에 병행하며 혹사에 시달렸지만, 부상에서 회복했기 때문에 K리그에서 아시안컵 포스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시즌에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왼쪽 윙어로 뛰었으며 올 시즌에는 슈바가 포항으로 이적하면서 원톱으로 올라오게 됐죠. 최전방에서 많은 골을 생산하면 언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으며 K리그 흥행이 뜨거워지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시안컵 맹활약을 통해 많은 여성팬들을 확보한 'K리그 흥행 아이콘'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6. 윤빛가람(21세, 경남, 3경기 1골, K리그 흥행 아이콘2)

윤빛가람은 '윤빈, 윤비트, 윤뽀로로' 같은 다양한 별명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프로축구연맹이 실시했던 벚꽃놀이를 가고 싶은 K리그 선수 중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지동원과 더불어 'K리그 흥행 아이콘'으로 떠올랐죠. 그런데 윤빛가람은 경남에서의 활약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표팀에서 기성용-이용래-김정우-구자철과 힘겨운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속팀에서 매 경기 매 순간 절치부심하며 맹활약을 펼치는 실전 감각으로 조광래호 주전 재진입을 위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윤빛가람이 거의 매 경기 최선을 다할수록 미디어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며, 대중들은 K리그를 주목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7. 박기동(23세, 광주, 3경기 2골 1도움, 국내 공격수 돌풍 일으킬까?)

K리그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신생팀' 광주 공격수 박기동이 지난달 5일 대구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광주의 3-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골이 없었지만 지난달 25일 A매치 온두라스전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면서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게 됐습니다. 191cm의 장신 공격수로서 공중볼 다툼에 일가견이 있으며 볼 키핑이 안정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달 12일 수원전 부진을 미루어보면 K리그 템포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볼 수 없지만, 점차 경험이 쌓이면 지금보다 더 무서운 공격력을 내뿜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광래 감독 선택을 받은 것만으로 그의 잠재력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내 공격수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됩니다.

8. 신태용 감독(41세, 성남, 위기의 성남을 구하라)

신태용 감독을 언급한 것은 '위기의' 성남을 구할 운명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열악한 스쿼드 속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그나마 존재했던 주력 선수들과 작별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전력이 약해졌죠. 컵대회까지 포함하면 4경기 1무3패 부진에 빠졌습니다. 최근에 브라질 출신 까를로스-에벨톤 영입으로 전력 보강에 나섰지만, 축구는 감독 중심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게 됐죠. K리그 경험 및 관록이 적은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외국인 선수와의 조화에 의해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이 신 감독의 과제입니다. '신태용 명장론'은 지난해 입증되었지만, K리그의 반전 스토리 탄생을 기대하는 관점에서는 또 다시 명장의 향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9. 김한윤(37세, 부산, 은퇴 번복, 부산의 살림꾼으로 거듭날까?)

김한윤은 최근 은퇴를 번복하고 부산의 플레잉 코치로 입단했습니다. 그 이전 소속팀이었던 서울에서는 기성용-하대성의 공격력을 뒷받침하는 살림꾼으로서 착실한 활약을 펼쳤죠. 그동안 거친 플레이 때문에 일부 축구팬들의 쓴소리를 들었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런 활약상은 부산에서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명분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부산이 정규리그 최다 실점(3경기 10실점) 및 14위 부진에 빠졌다는 점에서 김한윤의 존재감이 팀에 필요하게 됐습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운동 능력이 관건이지만, 부천SK(현 제주) 시절에 수비수로 뛰었던 경험을 포함하면 부산의 살림꾼으로 거듭날 수 있는 노하우가 풍부합니다.

10. 황보관 감독(46세, 서울, K리그 1승 절실하다)

그동안 여러명의 인물들이 3월의 K리그 이슈를 빛냈다면, 황보관 감독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렸습니다. 지난해 K리그 우승팀이었던 서울의 사령탑을 맡았지만 올 시즌 3경기 전적은 1무2패 및 1골 6실점으로서 15위를 기록중입니다. 그것도 서울이 기록한 1골은 상대팀(대전) 자책골 이었죠. 일부 축구팬들은 아직 황보관 감독을 믿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지만 여론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2일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만큼 K리그 1승이 절실합니다. 황보관 감독에게 3월이 최악이었다면 4월은 좋아질지, 아니면 지금의 위기가 계속 이어질지 그의 선택과 집중이 서울의 운명을 판가름하게 됐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2003년 초 올림픽 대표팀에서 있었던 일 입니다. 당시의 올림픽 대표팀은 김호곤 감독 체제에 돌입했지만 마땅한 스위퍼 자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명의 선수를 물색한 끝에 이상철 수석코치가 김정우에게 스위퍼 전환을 제의했습니다. 김정우는 단번에 거절했지만 이상철 수석코치에게 "수비 센스가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김정우는 3-4-3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고수했지만,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예전부터 잠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이수철 상주 감독은 K리그 개막을 얼마 앞두고 "김정우를 원톱으로 기용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우리들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살림꾼 같은 수비쪽에서의 궂은 역할에 익숙했던 김정우의 최전방 배치는 매우 파격적이고 모험적인 일 입니다. 여론에서는 '김정우가 원톱에 잘 적응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죠. 그런데 김정우는 올 시즌 K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상주의 K리그 1위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시즌 초반임을 감안해도 김정우의 4골은 신선한 느낌을 안겨줬습니다. 그동안 조용했던 득점포의 화려한 서막을 열으며 상주의 돌풍 및 K리그 판도까지 뒤흔들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김정우가 K리그 3경기에서 모두 원톱으로 뛰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장남석이 상주의 4-2-3-1에서 원톱을 맡고 있으며 김정우가 3의 자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습니다. 이수철 감독이 김정우를 원톱으로 배치하겠다는 전략이 상대팀들에게 공략당할 수 있는 불안함이 내포되면서 장남석을 최전방에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우의 실질적 역할은 쉐도우 입니다. 장남석이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하면서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역할이라면 김정우가 상대 배후 공간을 파고들며 골을 노리고 있습니다. 3경기 4골의 활약상을 봐도 공격수나 다름이 없죠.

공격수로서 가능성을 봤던 김정우의 재능은 조광래호에서도 통했습니다. 지난 25일 온두라스전에서 전반 43분에 골을 넣으며 한국의 4-0 대승에 힘을 실어줬죠. 박스 중앙에서 기성용의 오른쪽 크로스에 이은 박주영의 백패스를 받으며 오른발로 밀어넣는 슈팅을 날리면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대표팀에서는 이용래와 함께 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지만, 종방향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박스쪽까지 움직였던 공격 패턴이 골을 터뜨리는 발판이 됐습니다. 상주에서 3경기 4골을 기록하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던 면모가 온두라스전 골의 자신감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특히 조광래호 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합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및 윙어와의 유기적 공존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거나 연계 플레이를 홥발히 펼칠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하며, 원톱의 고립을 풀기 위해 박스쪽까지 움직여야 합니다. 수비시에는 포어체킹을 하거나 중원 지역까지 내려가 압박을 펼치면서 왕성한 활동량이 요구됩니다. 그 과정에서는 빠르고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주도하면서,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비집으면서 패스를 받아내는 능동적인 움직임을 펼쳐야 합니다. 김정우-이용래 장점을 키우는 최적의 포지션 입니다.

선수 개인의 장점을 놓고 보면, 김정우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어울렸습니다. 김정우가 홀딩 역할을 하면서 기성용-이용래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할 수 있죠.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김정우에게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습니다. 상주에서 공격 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원인도 있지만, 득점 감각에서는 기성용-이용래 보다는 김정우가 더 나았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온두라스전 이전까지 1년 6개월 동안 필드골이 없었죠. 박주영이 상대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그들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고, 김정우가 박스쪽으로 침투하여 골을 노리는 패턴이 가능했습니다. 그 작전은 전반 43분에 적중했습니다.

만약 김정우가 철저한 홀딩맨 이었다면 지금의 조광래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에 성공적으로 적응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김정우는 그 이전에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한 경험이 있습니다. 나고야 그램퍼스 및 성남, 그리고 베어벡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죠. 하지만 그때는 패스를 내주는 플레이에 집중했습니다. 날카로운 스루패스 및 종패스를 기반으로 동료 공격수의 골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그런데 상주 및 조광래호에서는 득점력이 장착된 공격형 미드필더로 진화했습니다. 단순히 패스를 내주는 것 뿐만 아니라 팀의 득점 과정까지 의욕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동안 숨겨졌던 득점 본능이 드디어 되살아났죠.

결국, 김정우는 조광래호의 '만능맨'으로 진화 했습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뿐만 아니라 골까지 해결하게 됐습니다. 축구팬들에게 '뼈'라고 불릴 정도로 체격 조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그 약점을 투철한 움직임 및 승부근성으로 커버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얻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때는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임무에 온 힘을 쏟으면서 홀딩맨으로 각광받았다면, 지금의 조광래호에서는 4-1-4-1에서 요구되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의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옆쪽에서는 이용래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기동력 부담을 덜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광래호는 상대 압박 속도보다 더 빠른 공격 플레이를 전개하는 이점을 얻었죠.

그런 김정우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K리그 3경기 4골 및 온두라스전 맹활약이 한낯 반짝이 되지 않도록 꾸준함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고비에 빠질지 모릅니다. 아무리 골을 잘 넣는 공격수라도 거의 매 경기마다 상대 골망을 흔들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떤때는 골 운이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정우는 아직 그 경험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우는 그 고비를 충분히 이겨낼 것입니다. 팀 플레이가 몸에 베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골을 해결짓지 못하면 다른 동료 선수들을 도와주면서 골을 터뜨리는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했던 패턴과 동일하죠. 만능맨으로서 여러가지 노하우를 습득했던 경험 또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축구 센스가 뛰어난 선수로서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떤 역할을 도맡거나 움직일지 잘 알고 있죠. 8년 전 올림픽 대표팀에서 이상철 수석코치에게 스위퍼를 제안받았던 그의 만능적인 축구 본능이 드디어 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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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했고 결과까지 이겼습니다. 아시안컵 이후 빠르고 세밀한 공격 축구가 정착하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게 됩니다. 가장 반가웠던 것은 대량 득점으로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5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4-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28분 이정수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43분 김정우, 후반 41분 박주영, 후반 47분 이근호가 온두라스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네 번의 골 장면을 비롯 모든 선수들이 한국의 기분좋고 통쾌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한국,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온두라스전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영권-황재원-이정수-조영철이 수비수,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김보경-이용래-김정우-이청용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을 맡았습니다. 상대팀 온두라스는 4-4-1-1을 활용했습니다. 바야다레스가 골키퍼, 피게로아-사비온-차베스-조니 팔라시오스가 수비수, 이사기레-토마스-클라로스-마리오 마르티네스가 미드필더, 데 레온이 쉐도우, 웰컴이 타겟맨으로 출전했습니다.(조니 팔라시오스는 토트넘에서 뛰는 윌슨 팔라시오스, 마리오 마르티네스도 에밀 마르티네스와 다른 인물입니다.)

그런 한국은 경기 초반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미드필더들과 풀백들이 서로 볼을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렸죠. 온두라스 미드필더들이 포백과 폭을 좁히고 후방쪽으로 무게 중심을 잡았기 때문에 한국의 공격 상황이 많았습니다. 전반 7분에는 김정우가 온두라스 박스 중앙에서 김보경-이용래가 왼쪽에서 띄웠던 볼을 왼발로 터치했지만 상대 수비수 옆쪽에서 슈팅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슈팅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오른쪽에 있던 이청용에게 패스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전반 10분까지 합해서 골문 바깥으로 향하는 슈팅을 두 번이나 날렸습니다. 박스쪽으로 달려드는 움직임은 좋았지만 슈팅의 세기 및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이정수-김정우 골, 기분 좋은 2-0 리드

한국은 전반 11분 점유율에서 61-39(%)로 앞섰습니다. 경기 초반에 많은 공격 기회를 얻었던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죠. 온두라스가 이청용의 슈팅 2번 이후로 토마스-클라로스를 박스 안쪽으로 내리면서 이사기레-마르티네스가 측면에서 수비 공간을 넓게 잡으면서 본격적인 수비 축구에 돌입했습니다. 전반 14분에는 웰컴이 마르티네스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스 왼쪽에서 받으며 왼발 발리슈팅을 날렸습니다. 정성룡이 발로 걷어냈지만 역습이 날카로웠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때 '선 수비-후 역습'로 칠레-스페인-스위스와 상대했던 전술을 그대로 활용한 셈입니다. 다행히 골을 내주지 않았지만, 황재원이 웰컴에게 슈팅 공간을 내주는 불안한 위치선정이 아쉬웠습니다.

전반 19분에는 이청용이 또 다시 박스쪽에서 슈팅을 날렸습니다. 온두라스 왼쪽 풀백 피게로아가 왼쪽에서 공간을 내준 틈을 노리며 순간적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죠.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을 시도했지만 파워가 붙지 못하면서 슈팅의 세기가 떨어졌죠. 이청용의 슈팅 파워 부족은 늘 지적되었던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청용에게 많은 슈팅 기회가 주어진 것은 박주영의 공격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박주영이 차베스-사비온으로 짜인 온두라스 센터백 라인과 경합하고, 이용래-김정우가 상대 수비수 및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며 밸런스 파괴를 노린다면, 김보경이 측면에서 볼을 투입하면서 이청용이 해결짓는 형태가 나타났습니다. 선수들의 전체적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마무리가 깨끗하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의 첫 골은 전반 28분에 터졌습니다. 기성용의 왼쪽 코너킥이 문전에서 바운드 된 볼을 이정수가 왼발 슈팅을 날리며 온두라스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었다는 것은 상대 밀집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게 됐습니다. 그 이전까지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정수의 골이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전반 30분에는 이청용이 한국 진영에서 볼을 잡으며 하프라인쪽을 넘어섰던 박주영에게 빠른 종패스를 띄웠고, 1분 뒤에는 이청용의 오른쪽 크로스가 박주영의 헤딩 슈팅으로 이어졌습니다. 두 장면은 추가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두 선수 사이의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이청용-김보경-김정우는 동료 선수의 능동적 움직임을 살리는 패싱력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반 39분에는 기성용이 한국 진영에서 하프라인까지 볼을 달고 나왔습니다. 2선 미드필더 뒷 공간에서 볼을 투입하면서 홀딩 역할까지 도맡았지만, 온두라스가 수비쪽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서 웰컴쪽을 노리는 역습을 노렸기 때문에 기성용이 공격쪽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전반 43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했었죠.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이용래-김정우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커버링이 가능했고, 온두라스가 공격의 맥을 찾지 못하면서 기성용이 앞쪽으로 나왔습니다. 기성용-이용래-김정우의 공존은 무난했습니다. 그리고 전반 43분에는 김정우가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기성용의 오른쪽 논스톱 패스 및 박주영의 백패스를 김정우가 박스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죠.

한국은 전반전을 2-0으로 앞섰습니다. 온두라스 밀집 수비에 흔들리지 않고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볼 배급을 줄기차게 시도했고, 공격 상황에서의 빠른 순간 스피드 및 측면까지 넓게 벌리는 위치선정으로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었던 경기 운영이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온두라스 수비가 예상보다 견고하지 못한것도 없지 않았지만 그 흐름을 만든것은 한국 이었습니다. 이청용의 슈팅 4개가 골로 연결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정수-김정우가 만회한 것도 좋았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 경기 집중력의 느슨함을 경계하고 끝까지 공격에 몰두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박주영, 1년 6개월 만에 필드골 작렬...이근호 대표팀 복귀 골 포함 4-0 승리

한국은 교체 선수 없이 후반전에 나섰습니다. 평가전이기 때문에 후반 시작과 함께 누군가 교체 투입할 수 있었지만, 조광래 감독이 전반전 경기력에 만족을 나타냈는지 아무도 벤치로 불러들이지 않았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온두라스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전방쪽으로 쏠리면서 반격을 취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패스가 끊기거나 수비에 가담하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전반전에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다면 후반 초반에는 경기가 소강 상태 였습니다. 후반 10분에는 이근호가 김보경 대신에 교체 투입하면서 왼쪽 윙어로 출격했습니다. 허정무호에서는 주로 공격수를 맡았지만 조광래호에서는 왼쪽 윙어로 뛰었죠. 과거 베어벡호에서 맡았던 바로 그 자리 였습니다.

온두라스의 공세에 맞선 한국은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을 늘리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수비시에는 이용래-김정우-이청용이 내려가면서 압박을 펼쳤고, 공격시에는 선수들끼리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하면서 볼을 투입했죠. 단순한 짧은 패스 및 횡패스로 공격을 전개하지 않고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볼 투입을 전개하며 대각선 패스를 시도했죠. 후반 15분에는 이근호가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며 대표팀 복귀 골을 노렸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파고드는 활동 패턴으로 슈팅을 노렸습니다. 1분 뒤에는 이근호가 앞쪽에 있던 박주영에게 긴 스루패스로 문전 침투를 도왔죠. 대표팀 공격이 얼마만큼 다양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적어도 온두라스전을 놓고 보면, 김보경-이근호가 박지성 공백을 메웠습니다. 온두라스 수비진 사이를 파고드는 빠른 순간 스피드 및 기동력, 빈 공간을 이용한 움직임으로 한국의 공격 물꼬를 틀었습니다. 온두라스의 레벨을 감안하더라도, 지난달 터키전에서 구자철이 왼쪽 윙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 성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후반 24분 공격지역 패스 성공률에서는 71-38(%)로 앞섰습니다. 후반 초반에 공격 템포가 무뎌졌던 아쉬움을 만회하는데 성공했죠. 온두라스 진영에서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는 볼 전개의 세밀함을 시도했던 것이 수치상에서 반영되었죠. 그러면서 온두라스의 공격 의지가 점점 꺾였습니다.

한국은 후반 27분 이청용을 빼고 지동원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주영을 오른쪽 윙어로 내렸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얼마 안된 지동원의 대표팀 경험을 기르고, 그동안 혹사 논란에 빠졌던 이청용의 체력을 안배하고, 박주영을 측면으로 돌리는 공격의 다양화가 모두 함축된 장면입니다. 후반 34분에는 박주영이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하자 중앙쪽으로 이동하여 논스톱 패스를 날렸고, 이용래가 그 볼을 받아 빈 공간을 침투하여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떴습니다. 박주영이 그동안 측면에서는 중앙에 있을때에 비해 공격의 파괴력이 반감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온두라스전에서는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두 팀의 전세가 이미 기울어졌고 이사기레까지 교체되었기 때문에 '박주영은 오른쪽 윙어에 어울린다'는 평가는 유보입니다.

그런 박주영은 후반 37분 한국의 세 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지동원의 왼쪽 크로스를 중앙에서 헤딩골로 밀어 붙였죠. 2009년 9월 5일 호주전 이후 1년 6개월 만에 필드골을 넣었으며, 자신의 50번째 A매치에서 골을 기록하는 겹경사를 누렸습니다. 앞으로 며칠 뒤 소속팀 AS모나코에 복귀하면서 강등권 탈출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온두라스전 골은 선수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값진 장면입니다. 그 이후 한국은 후반 41분 조찬호-윤빛가람-박기동을 교체 투입하며(OUT 김정우-이용래-박주영) A매치 출전 기회를 제공했고, 47분에는 이근호가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슈팅으로 대표팀 복귀 골을 넣은 끝에 4-0 완승을 굳혔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조광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오는 3월 25일 온두라스, 29일 몬테네그로와 평가전을 치를 27명의 선수들을 발표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린 김정우가 공격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박기동-하강진-김성환-조찬호-김태환이 대표팀에 첫 발탁 됐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지동원은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구자철은 소속팀 볼프스부르크가 소집 공문을 보내지 않으면서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K리그에서 주먹감자 세리머니로 물의를 일으켰던 홍정호는 제외됐습니다.

특히 김정우는 온두라스-몬테네그로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광래 감독은 15일 대표팀 발탁 기자회견에서 "전방 공격수는 힘들지만 구자철 포지션은 충분히 소화할 것"이라면서 구자철이 아시안컵에서 맡았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김정우가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우는 과거 베어벡호 및 성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팀의 새로운 화두는 김정우의 악착같은 수비력과 중원 장악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를 필요로 하게 됐습니다. 그 적임자는 김성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우 살림꾼 모드, 김성환이 대신할까?

김정우는 아시안컵 및 2월 A매치 터키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성용-이용래가 4-2-3-1의 더블 볼란치 형태로 한국의 중원을 맡았습니다. 기성용은 이전보다 적극적인 몸싸움 및 태클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터프한 면모를 과시했으며 이용래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중원을 쉴새없이 누볐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일본-터키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견고한 압박을 펼치는 상대 미드필더와 경합하면 공격적인 움직임이 떨어지거나 배후 공간을 허용하면서 역습을 허용당하는 취약함이 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홀딩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성용이 앵커맨이라면 이용래는 박스 투 박스 성향의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특히 중원 옵션은 팀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고 경기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임 사령탑이었던 허정무 감독이 기성용을 중원에서 공격적인 패턴을 적극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죠. 조광래호에서는 윤빛가람이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에서 아기자기한 공격력을 펼치며 호평을 받았지만 그 이후부터 페이스가 떨어졌고, 결국 기성용이 중원에서 꾸준히 중용되고 있죠. 기성용은 근래 수비력이 좋아졌지만 너무 많은 역할을 맡기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허정무호에서는 김정우가 수비쪽에서 기성용의 후방 부담을 덜어내면서 시너지를 냈던 장점을 조광래호가 흡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래보다는 김정우가 기성용 파트너로서 적격 이었으며, 그런 김정우의 대표팀 복귀는 예견 된 결과 였습니다.

그런데 김정우는 최근 소속팀 상주에서 공격수로 전환했습니다. 상주의 최전방 전력이 취약한 환경에 의해 포지션 전환을 받아들이며 기존의 수비적인 역할에서 벗어났죠. 지난 5일 인천전 2골, 13일 부산전 1골을 기록하며 골 감각까지 올라왔으며 조광래호의 득점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자철이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지동원이 부상으로 A매치 2경기를 모두 뛸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박주영 원톱-김정우 공격형 미드필더' 체제가 유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주영이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왼쪽 윙어로 뛸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조광래 감독이 김정우 포지션 전환을 주저하지 않은 것은, 김정우의 살림꾼 모드를 대체할 김성환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환은 2009년 성남에 입단했던 오른쪽 풀백 출신 입니다. 입단 동기였던 고재성과 오른쪽 풀백 주전 경쟁을 펼치면서 기량이 부쩍 성장했고, 김정우가 2009년 11월 30일 상무에 입대한 이후에는 성남의 중원 옵션이 얇아지면서 지난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여러차례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알 샤밥(사우디) 결승 조 바한(이란)전에서는 홀딩맨으로 맡아 상대 플레이메이커의 발을 묶는 수비력을 과시하며 성남의 우승을 공헌했습니다. 상대 선수에게 지지않으려는 승부근성과 거친 몸싸움, 세밀한 태클, 쉴새없이 움직이는 움직임 및 지구력은 오른쪽 풀백 및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김성환의 경기력이 투박합니다. 상대 수비와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볼을 따내는 투쟁적인 기질이 강하죠. 하지만 김성환의 공격력은 성남의 카운트 어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근간 이었습니다. 전방쪽으로 빠르게 연결되는 종패스 및 빌드업 전개에 능숙한 이점이 있죠. 또한 프리미어리그 스토크 시티의 델람처럼 롱 드로인으로 골 기회를 창출하는 장점까지 갖췄습니다. 아직 대표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조광래호가 추구하는 패스 축구에 적응할지는 미지수지만, 성남에서 실속 넘치는 활약을 펼친 것이 플러스 입니다. 유럽 축구와 비견하면, 김성환의 콘셉트는 부스케츠-마스체라노와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김성환이 3월 A매치 2경기에 뛸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대표팀 엔트리에서 더블 볼란치에 포함될 자원은 자신을 포함해서 4명(이용래-기성용-김성환-윤밫가람) 입니다. 윤빛가람의 경우에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갈 수 있죠. 그래서 김성환은 이용래-기성용의 경쟁자라고 보는 것이 맡습니다. 기성용-이용래는 아시안컵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에서 지난달 터키전에 임했고, 최근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모습을 내밀었기 때문에 이번 A매치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이용래는 최근 수원에서 기대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오장은과의 부조화) 두 선수가 더블 볼란치로서 두 경기를 풀타임 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김성환이 출전할 틈이 열려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의 발굴을 선호하는 지도자입니다. 나이지리아전 윤빛가람을 시작으로 아시안컵에서 구자철-지동원-홍정호-이용래-손흥민, 터키전 남태희를 통해 세대교체에 불을 지폈습니다. 스쿼드의 주전 경쟁이 가열되면서 양질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잔류했거나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김성환의 경우에는 기성용-이용래를 자극할 수 있는 옵션이며, 조광래호가 앞으로 기성용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두면 '이용래vs김성환' 경쟁 구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김정우를 공격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김성환을 대표팀에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남 입장에서도 김성환 대표팀 발탁을 반갑게 여길지 모릅니다. 김성환이 대표팀 경험을 쌓고 소속팀에 복귀하면 팀 전력이 굳건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죠. 성남 중원은 전광진-김철호와 작별하면서 김성환 역량에 의지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올 시즌에는 심재명-박진포 같은 신인들이 주전으로 가세했고 선수들 대부분이 경험 부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 3년차 김성환이 중원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김성환은 조광래호에서 맹활약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표팀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