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포지션 경쟁이 뜨거운 곳이 바로 중원입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끈 김정우와 기성용, 지난달 11일 나이지리아전에서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성공시킨 윤빛가람, 수원의 성공적 부활을 주도했던 김두현이 대표팀 주전을 놓고 열띤 경합을 벌이게 됐습니다. 과연 어느 선수가 오는 7일 이란전에 선발 출전하여 중원에서 조광래호 전력의 중심을 잡을지 예측 불허입니다.

김정우와 기성용은 2년 넘게 올림픽 대표팀과 허정무호에 걸쳐 끊임없이 호흡하며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키웠고, 윤빛가람은 A매치 데뷔전에서의 강렬했던 맹활약 뿐만 아니라 최근 K리그에서의 활약이 거침 없습니다. 특히 윤빛가람이 조광래 감독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음을 상기하면 이란전 선발 출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하지만 김정우가 군사훈련을 마치고 다시 대표팀에 돌아왔기 때문에 베스트 일레븐을 장담할 수 없는 구석이 있습니다.

김두현, 화려함을 버리고 내실을 키웠다

반면 김두현은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그동안 대표팀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적습니다. 대표팀에서의 행보가 꾸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란전에서 출전 기회를 잡을지 미지수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김정우-기성용-윤빛가람에 비해 과소평가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일각에서 김두현 대신에 구자철을 대표팀에 뽑았어야 한다는 반응을 내세울 정도로 말입니다. 단순한 무게감을 놓고 보면 김두현이 취약하지만, 효리사랑의 견해는 반대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김두현을 대표팀에 발탁한 것은 무언가의 뜻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맥을 의심하기에는 조광래 감독을 전술적으로 괴롭혔던 선수가 김두현 이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안양LG(현 FC서울) 지휘봉을 잡았을 시절에 라이벌 수원의 중원 사령관이 다름 아닌 김두현 이었죠. 특히 김두현은 2004년 10월 3일 서울전에서 수원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넣었고, 그 이후 조광래 감독은 서울의 성적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그해 12월 사퇴했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비춰보면, 조광래 감독은 김두현을 오래전부터 관찰했었고 그의 특징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조광래호와 수원의 전술은 중원에서 한 가지 뚜렷한 유사점이 있습니다. 두 팀 모두 전형적인 홀딩맨을 두지 않고 패스와 기술 중심의 공격 전개를 펼칩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대인 방어가 아닌 협력 수비를 통한 압박 작전을 펼치며 상대의 공세를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홀딩맨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공수 밸런스의 탄탄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옵션의 비중이 강화됐습니다. 수원에서 김두현이 그 역할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에 뽑은 것이죠.

공교롭게도 조광래 감독은 지난달 28일 수원-서울전을 관전하며 수원 선수 한 명을 새로 뽑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해당 선수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며칠 뒤 대표팀 명단 발표 때 김두현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두현은 서울전에서 마르시오와 4-4-2의 중앙 미드필더를 형성하며 경기 초반부터 빠른 타이밍의 볼 배급을 앞세운 유연한 공격 전개 및 저돌적인 압박을 펼친 끝에 서울 허리를 무너뜨렸습니다. 몸싸움에 적극 가담하며 성심 성의껏 궂은 일을 도맡은 끝에 수원의 4-2 승리를 도왔죠.

물론 김두현은 K리그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군림했던 성남 시절에 비하면 공격력의 화려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당시의 김두현은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성남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마음껏 공격에 전념했죠. 하지만 지금은 화려함을 버리고 내실을 키웠습니다. 4백과 가까운 지역까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공을 빼앗는데 전념하면서 중원에서의 투쟁심이 이전보다 두드러졌습니다. 공을 잡은 상대 선수를 향해 태클을 걸며 인터셉트에 이은 역습을 노리는 역할에 능동적인 성향을 보였죠. 성남 시절에 공을 예쁘게 다루었다면 최근의 수원에서는 공수 양면에서 팀을 위해 공헌하는 팀 플레이어로 거듭났습니다.

그렇다고 김두현을 홀딩맨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함이 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착실하게 도맡으며 팀 전력을 지탱하는것이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공격적인 선수라고 해서 앵커맨, 수비 성향의 선수를 홀딩맨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이며 두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는 선수들이 현대 축구에서 인정받는 추세입니다. 김두현이 최근 수원에서 상대 허리를 무너뜨리며 팀 공격의 분위기를 주도했음을 상기하면 조광래호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김두현은 기성용-윤빛가람 같은 소위 '공을 예쁘게 차는' 컨셉과 거리감이 있습니다. 구자철이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기성용-윤빛가람과의 컨셉 중복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김두현은 공수에서 팀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데다 두 선수의 부족한 경기 경험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기성용은 셀틱에서의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윤빛가람은 A매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두 선수의 경기 조율이 매끄럽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윤빛가람의 공격력이 일품이었지만 반대로 기성용이 주목을 덜 받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 문제를 보완하고 중앙 미드필더끼리 상호간 보완하려면 경기력이 능숙한 선수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그 적임자는 김두현과 김정우로 거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두현의 대표팀 복귀가 의미있는 이유는 지난 2년 동안의 부상 및 부진에 따른 시련을 말끔히 이겨내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2008년 1월 잉글랜드 챔피언십에 속했던 웨스트 브로미치에 입단했고, 그 해 8월 소속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면서 시즌 초반 주전으로 자리잡았지만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했습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복귀 시점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평소의 폼을 되찾지 못했고 주전 경쟁에서 밀린 끝에 지난해 여름 수원으로 이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공백기를 가졌지만 다친 부위가 악화되면서 결국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좌절됐습니다. 그 이후에는 다행히 최상의 폼을 발휘하면서 다시 대표팀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김두현이 이란전에서 선발출전 할지, 아니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조용히 소속팀으로 돌아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에 복귀한 것은 조광래호의 전술 능력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실력적인 요소가 강했을 뿐, 그의 능력과 가치를 과소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두현의 최근 폼을 놓고 보면 조광래호 중원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충분한 두각을 떨칠 역량이 있습니다. 그 진가가 김정우-기성용-윤빛가람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돌파구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올해 가장 훌륭한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이 팬들에게 멋진 경기로, 승리로 보답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 가기 위해서는 꼭 이겨야 했다. 1위 팀을 이기면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 (차범근 수원 감독, 서울전 종료 후)

올 시즌 부진의 터널에서 허덕이던 수원 블루윙즈가 마침내 '푸른 날개(수원의 애칭)'를 활짝 폈습니다.

수원은 지난 1일 라이벌 FC서울과의 'K리그 슈퍼매치'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정규리그 1위 서울을 상대로 경기 내용 및 결과에서 확고한 우세를 점하여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선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정규리그 11위 수원(승점 20)은 6위 강원(23)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히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불씨를 되살렸습니다. 앞으로 정규리그 11경기 남은데다 팀 전력이 전반기보다 좋아졌기 때문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총력전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던 수원의 올 시즌 부진 원인은 마토-이정수-조원희-신영록의 전력 이탈 때문이었습니다. 네 명 모두 수원 전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전반기 부진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정규리그 하위권 추락은 수원이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분발의 필요성을 느꼈고, 서울전 승리를 발판으로 푸른 날개가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수원은 서울전 승리의 주역인 안영학(30, MF) 티아고 호세 호노리오(32, FW) 그리고 4년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김두현(27, MF)의 활약을 앞세워 후반기 약진 및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합니다. 지난 2006년 여름에는 하우젠컵 12위로 부진했으니 이관우-백지훈 영입 효과로 후기리그에서 우승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세 명의 후반기 활약이 무척 기대됩니다. 세 명이 경기에서 꾸준히 제 몫을 다해야 수원의 창과 방패가 견고하고 튼튼해집니다.

수원의 후반기, 안영학-티아고-김두현을 지켜보라

안영학은 지난해 1월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로 팀을 떠난 김남일을 대체하기 위해 영입된 선수입니다. 전 소속팀 부산에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59경기에서 7골 2도움 기록할 정도로 홀딩맨으로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수원 이적 이후 조원희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9경기 출전에 그쳤습니다. 올 시즌 상반기에는 북한 대표팀 차출 및 허벅지 부상 여파로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최종예선 종료 이후 꾸준히 경기에 모습을 내밀더니 마침내 서울전 선제골로 수원에 없어선 안될 선수임을 각인 시켰습니다.

서울전에 풀타임 출전한 안영학의 활약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이었습니다. 안영학은 3-4-3과 4-3-1-2 포메이션을 골고루 구사한 수원의 홀딩맨 역할을 맡았습니다. 수비라인 앞선에서 기성용-고명진의 전방 침투를 활발한 밀착 마크로 저지하며 수비수들의 압박 부담과 앵커맨 이상호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서울의 투톱인 데얀-이승렬이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던 그 원동력에는 안영학의 궃은 역할이 있었습니다. 그의 홀딩 능력은 이미 부산 시절에 검증되었기 때문에 김남일-조원희를 대체하기에 충분합니다.

안영학은 앞으로 수원 전력에서 중요하게 쓰일 것입니다. 수원 선수 중에서 홀딩맨 역할을 착실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죠. 수원은 창단 초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윤성효-김진우-김남일-조원희 같은 수준급 홀딩맨들의 활약을 앞세워 거의 매 시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안영학의 어깨가 무거울 것입니다. 특히 산드로-이상호-김두현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앵커맨들은 수비력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수비력이 뒷받침 되어야 두 선수의 공격 재능이 그라운드에서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티아고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원에 입단한 브라질 출신의 193cm 장신 공격수입니다.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에서 경기력 저하로 이장수 감독에게 방출 통보를 받았고 지난 6월 수원 입단 테스트에서도 기대 이하의 활약상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수원팬들의 우려를 샀던 인물입니다. 당시 수원의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이 지지부진하지 않았다면 티아고의 입단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티아고는 수원팬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지난달 4일 성남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서울전에서는 후반 40분 팀의 2-0 승리를 이끄는 쐐기골을 넣으며 에두와 함께 공격 라인을 책임질 골게터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후반전에서는 'K리그 최고 왼쪽 풀백' 아디와의 몸싸움 경합에서 거의 매번 우위를 점하며 상대의 체력과 힘을 바닥나게 했습니다. 탄탄한 체격 조건(193cm/85kg) 그 자체로 상대 수비수들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원의 무뎌진 창 끝이 다시 날카로움을 되찾게 된 것이죠.

차범근 감독이 티아고를 영입한 것은 빅맨의 포스트 플레이를 앞세워 골을 넣겠다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비록 발이 느리지만 볼 트래핑과 패스 받을때의 위치선정, 무브먼트 동작이 유연하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팀 공격을 지켜낼 수 있는 공격 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수원은 신영록의 전력 이탈로 마땅한 타겟맨이 없어, 티아고가 얼마만큼 포스트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쉐도우 성향의 에두의 골 감각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수원이 티아고-에두 조합의 콤비 플레이를 앞세운 공격 전술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지금보다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김두현은 서울전에서 후반 27분 교체 투입되어 4-4-2의 오른쪽 윙어로 뛰었습니다. 티아고가 아디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떨구는 공을 후방에서 받아 팀의 골 기회를 이끄는 재치를 선보였고 패스의 방향이 대부분 정확하고 날카롭게 향했습니다. 안영학이 경기 종료 후 "그동안 김두현과 상대로 만났는데 이제 같은 팀에서 뛰어보니 패스 하나하나마다 다음에 어디로 주면 좋은지 의도가 담겨 있었다"고 칭찬할 만큼 패스 감각은 여전히 눈부셨습니다. 수원 시절 앵커맨으로서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던 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김두현은 올해 12월 28일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수원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예정입니다. 이관우가 좌측 연골 부분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백지훈의 경기력이 예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팀의 취약 포지션에서 활약할 것입니다. 그동안 잉글랜드에서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이 아쉽지만, '안영학-이상호' 더블 볼란치 조합이 후방에서 자신을 튼튼히 뒷받침할 수 있어 성남 시절의 '포스'만 되찾으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김두현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성남의 고공행진을 이끈 주인공이자 K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수원에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선물을 안기고 상무에 입대할지 앞으로의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물고기도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당대 최고의 축구리그에서 뛰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한 자신의 우수한 기량을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널리 떨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큰 물에도 자기들만의 엄연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자신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큰 물에 맞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발렌시아의 부흥을 이끌었던 스페인 미드필더 가이즈케 멘디에타가 이탈리아 라치오와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서 리그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주저 앉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그리고 빅 클럽 팀이 자신을 왜 영입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동양권 선수라면 마케팅 차원인지 아니면 즉시 전력감인지를 알아야겠죠. 특히 마케팅 차원이라면 현지 구단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속된 말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선수 본인이 진로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선수 본인이 경기에서의 맹활약을 위한 의지를 벼르고 있을지라도 현지인들에게 '마케팅 선수'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는게 사실이니까요. 빅 클럽에 진출한지 얼마 안되었거나 유럽 진출 경력이 짧은 선수라면 적지 않은 부담을 받을수도 있습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풀럼 진출설로 주목받는 박주영(24, AS 모나코)이 그런 케이스 입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모나코에서 29경기에 출전하여 5골 6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팀의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거의 매 경기에 선발 풀타임 출전하여 유럽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것이죠. 처진 공격수와 윙어 자리를 번갈아 오가며 이타적인 경기력에 치중하면서 팀의 공격 젖줄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그런 박주영에게 잉글랜드 풀럼이 영입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몬테카를로는 지난달 24일 "풀럼이 박주영에게 (영입)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몇주 전부터 박주영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LG(전자)가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고 보도했습니다. 풀럼은 지난 2004년 부터 박주영에 대한 꾸준한 영입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영입 협상을 가진적도 없이 오로지 관심만 가졌던 겁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박주영이 모나코에서의 맹활약으로 유럽 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면서 풀럼이 다시 한번 영입에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는 많은 축구팬들이 아시겠지만, 풀럼이 박주영을 영입하는 '결정적 이유'는 마케팅 때문입니다. 이 부분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이 박주영의 풀럼 이적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죠.(설기현의 잦은 결장에 대한 미운 감정과 맞물려서) 풀럼이 박주영을 영입하려는 것은 풀럼-LG전자가 협상과정에서 맺었던 마케팅 차원 때문입니다. 적어도 2010년 여름까지는 한국인 선수 1명을 풀럼이 보유해야 하는데, 설기현(알 힐랄)이 팀을 떠난 바람에 공석이 되었죠.

하지만 이것이 로이 호지슨 풀럼 감독의 전술적인 계획에 없는 것이라면 박주영이라는 존재감은 결국 무용지물이 됩니다. 마케팅 선수와 즉시 전력감의 차원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박주영이 호지슨 감독의 계획에 포함된 선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설기현은 풀럼 이적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지만 호지슨 감독이 2007년 12월 풀럼 사령탑 부임 이후부터 철저한 벤치 신세를 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많은 경기에 뛰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지면서 지난 1월 사우디 알 힐랄에 임대 되었습니다. 결국 설기현은 호지슨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아니었던 겁니다.

박주영 같은 케이스도 위험한 구석이 있습니다. 풀럼이 올해들어 박주영 이적설을 흘린 것은 단 한번에 불과했으며 그 이후에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는 풀럼이 박주영에 대한 존재감이 간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입 관심을 통해 계속 눈여겨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오랫동안 박주영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겁니다. 퍼거슨 감독은 2년전 MBC TV 뉴스를 통해 박주영에 대한 영입 관심을 공개적으로 밝혔죠.

그리고 박주영 본인도 풀럼 이적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지난달 27일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나는 풀럼 이적설에 대해 알고 싶지 않으며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현재 모나코에서의 생활이 행복하며 다른 팀에서 제의가 들어오더라도 팀을 떠날 일이 없다"며 모나코에 충성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모나코에 들어온지 1년 밖에 되지 않은데다 계약기간(4년)을 다 채우려면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여름 이적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모나코도 엄연히 영리목적을 추구하는 축구팀이기 때문입니다.

박주영의 풀럼 이적설을 대하는 국내 언론사의 보도 또한 아쉽습니다. 일부 국내 언론사는 박주영의 풀럼 이적을 바라는 늬앙스의 보도로 축구팬들의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여론의 반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기사를 썼다는 이야기죠. 분명한것은, 박주영은 이미 모나코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풀럼은 박주영에 대한 공식적인 영입 의사를 나타낸적이 없었습니다. 박주영 풀럼 이적에 대해 너무 앞서갈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언젠가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동안 풀럼을 비롯해서 위건, 맨유 같은 프리미어리그 3개팀이 영입 관심을 나타냈기 때문이죠. 만약 모나코를 떠난다면 프리미어리그로 둥지를 틀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모나코에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나코의 현 전력을 보더라도 박주영이 오랫동안 남아있기에는 큰 물고기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에 잘나갔던 모나코는 이제 고인물이 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박주영의 기술력이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수도 있습니다. 거칠고 투박하기만 했던 프리미어리그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 비슷한 타입의 테크니션들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죠. 프리미어리그 팀의 지도자들도 기술적이고 창의적인 선수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개인 기량이 뛰어나지 않은 선수들은 전력 외 선수로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이기적인 경기력과 이타적인 감각을 골고루 지닌데다 전술 이해도가 영리합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팀의 전술적인 역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반가울 수 밖에 없겠죠.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의 거칠고 투박한 스타일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테크니션들이 늘어나면서 팀의 공격 색채가 업그레이드 되었을 뿐이지, 리그 전반의 풍토와 환경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어 리그의 전반적인 질이 높아지면서 해당 선수에 대한 많은 것들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격수 같은 경우라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비롯해서, 팀의 빠른 공격 템포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는 특유의 순발력, 거친 수비수들과의 경합을 이겨낼 수 있는 몸싸움,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빡빡한 일정에 지치지 않기 위한 체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박주영은 안타깝게도 2007년 부상 이후로 활동폭과 스피드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모나코에서는 공간을 이리저리 뛰지 못해 최전방에 그대로 머무는 장면이 많습니다. 모나코 경기 할때마다 한준희 해설위원이 "박주영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 처럼, 부상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2004~2005년의 박주영이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순조롭게 통할 수 있었지만 부상 이후 성장 곡선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예전의 빠르고 거침없는 순발력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부상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프리미어리그의 빡센 일정 적응을 방해할 수 있는 불안 요소 입니다. '강철 체력' 박지성이 몇몇 경기를 쉬면서 경기에 출전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물론 맨유는 로테이션의 팀이지만)

포르투갈 특급 윙어인 히카르두 콰레스마(첼시)는 기술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입니다. 하지만 그는 유럽 3대리그(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에서 모조리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는 빅 리그가 기술만으로 통할 수 없다는 것을, 개인의 기량이 빅 리그 물에 맞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러한 콰레스마의 교훈은, 박주영이 지닌 장점 만으로는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박주영이 모나코보다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하고 싶다면 자신의 스타일에 적합한 리그와 팀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의 프리미어리그 실패는 박주영이 반드시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입니다. 두 선수 모두 유럽에서 중앙과 측면 윙어를 골고루 맡았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죠. 김두현 또한 박주영 못지 않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김두현의 실패 이유는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째는 무릎 인대 부상 여파 입니다. 지난해 9월 27일 미들즈브러전에서 저반 4분 무릎 인대 부상으로 교체된 이후, 충분한 휴식 없이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하다가 컨디션 저하로 부진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자신의 경기력이 프리미어리그 스타일과 전혀 안맞습니다. 김두현은 웨스트 브롬의 왼쪽 윙어로 뛰었습니다. 측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상대 수비벽을 과감히 뚫는 대담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김두현은 중앙에서 날카로운 패스와 감각적인 개인기, 재치있는 슈팅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던 선수였을 뿐 측면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측면에서 이렇다할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자 4-1-4-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결국 전력 외 선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김두현은 플레이메이커 입니다. 하지만 경기를 느슨하게 풀어가는 공격 패턴과 뛰는 양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움직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절대로 통할 수 없습니다. 쉴세없는 공수전환과 일사불란한 움직임, 빠른 템포의 공격력이 요구되는 프리미어리그와는 격이 안맞죠. 또한 김두현은 몸싸움이 저돌적이지 못하고 피지컬 또한 좋은 선수가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전형적으로 몸싸움과 피지컬이 모두 뛰어난 선수들로 즐비합니다. 김두현이 토니 모브레이 감독에 의해 왼쪽 윙어로 전환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김두현의 실패는 잉글랜드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알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잉글랜드 진출 초기에는 웨스트 브롬위치가 챔피언십리그에 속했지만, 당시의 웨스트 브롬위치는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며 챔피언십리그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더욱 거친 곳입니다. 이것은 김두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선수들이 너도나도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꿈꾸면서 지나친 환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조재진은 2007년 연말에 벨기에와 네덜란드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무작정 잉글랜드 진출을 노리다가 결국 쓴잔을 맛봤으며, 염기훈은 지난해 연말 소속팀 울산을 무단 이탈하여 웨스트 브롬위치 입단 테스트를 받다가 결국 떨어졌습니다.

아무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 할지라도, 그곳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설로 꾸준한 관심을 받았던 박주영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특징을 잘 알고 이적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를 명심하지 않는다면 '포스트 박지성'이 될 수 없습니다. 2009/10시즌과 2010년 월드컵 본선에서 만개의 꽃을 피운다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을 비롯해서 유럽 각지에 있는 팀들도 자신을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박주영이 이적을 택하려면 김두현-조재진-염기훈처럼 무작정 잉글랜드를 쫓기보다는, 자신의 환경과 여건에 잘 맞는 곳을 우선으로 택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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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썬더볼트' 김두현(26, 웨스트 브롬위치)은 축구팬들에게 라이벌 관계로 회자되는 선수들입니다. 그동안 국가 대표팀에서 길고 길었던 주전 경쟁 구도를 그려갔기 때문이죠. 그러나 항상 우위를 점했던 것은 '1인자' 박지성이었고 그의 백업이었던 김두현은 '2인자'에 만족 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가치와 명성을 생각하면 대표팀 백업은 어울리지 않지만, 산소탱크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산소탱크는 오랫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군림했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의 경쟁 구도가 시작된 것은 2003년 쿠엘류호 시절 부터 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 공격 성향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것이 지금까지 라이벌 구도로 그려지는 발단이 되었죠. 김두현은 2003년 4월 A매치 일본전에서 국가대표팀 데뷔전을 치르더니 각급 대표팀(국대, 올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태극마크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반면 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벤에서 부진한 활약을 펼치면서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흔들 거렸습니다. 여기에 무릎 부상까지 겹치면서 김두현의 대표팀 입지는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두 선수의 경쟁 구도를 빗대 '10년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향후 10년 동안은 대표팀에서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일꺼라 예상했기 때문이죠. 명성도에서는 박지성이 앞설지 몰라도 실속은 김두현이 우세였기 때문입니다. 김두현은 각급 대표팀과 수원에서 무르익은 성장 곡선을 달리며 선배의 입지를 위협했습니다. 여기에 박지성이 무릎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김두현이 앞서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김두현은 국가 대표팀의 확고한 주전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본인 스스로 그 기회를 못살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두현은 축구팬들에게 '닌자모드'라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전반전에는 공간을 이리저리 많이 뛰다가 후반전부터 닌자처럼 눈에 보이는 플레이를 하지 않아 공을 못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체력 테스트에서는 상위권을 달렸음에도 90분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경험이 부족 했습니다. 당시 21세의 어린 선수다보니 대표팀의 중심이 되기에는 무게감이 약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 두 선수의 희비가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아시안컵 부터 였습니다. 박지성은 본프레레호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으면서 한국의 공격을 도맡았습니다. 한국은 첫 경기인 요르단전에서 답답한 졸전을 일관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3-4-1-2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박지성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일관하면서'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이에 박지성은 특유의 종횡무진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위협하면서, 그동안 연이은 졸전으로 신음하던 한국 공격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김두현은 아테네 올림픽 본선 일정으로 아시안컵에 불참했죠. 본프레레 감독의 시야에는 '해외파'였던 박지성의 존재감이 익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김두현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2004년 10월과 11월 월드컵 지역예선인 레바논전과 몰디브전에서 선발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부상으로 빠진 김남일을 대신하여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몰디브전에서는 박지성과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았는데, 이 경기에서 한국의 2-0 승리에 쐐기를 붙이는 두번째 골을 넣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두현은 2005년 초 김남일이 복귀한 이후부터 대표팀 주전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본프레레 감독이 3-4-3의 더블 볼란치에 '김남일-박지성' 조합을 꾸준히 운용했기 때문이죠. 이 때부터 박지성은 주전, 김두현은 벤치였습니다. 김남일이 2005년 4월에 발목부상으로 시즌아웃 되었을 때는 김두현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갔지만, 복귀 이후에는 또 다시 원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박지성은 2005년 여름 맨유 입단 및 2005/06시즌 성공적인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보내는 오름세를 달렸습니다.

그 여파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명확하게 가려졌습니다. 박지성은 중앙과 측면을 번갈아 뛰면서 한국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김두현은 단 1분도 뛰지 못했습니다. 당시 김두현은 소속팀 성남의 에이스로서 2006시즌 전기리그 우승을 이끌며 예전보다 한층 성장된 활약을 펼쳤지만 박지성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 이었죠. 2003~2004년 유럽에서 부상과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던 박지성이 역량 업그레이드를 꾀하더니, 맨유에서 많은 경기에 모습을 내밀면서 국제 경기 경험을 두루 쌓으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그런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쳤던 김두현은 결국 벤치에 만족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김두현이 펄펄 날았습니다. 대표팀과 성남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중추 역할을 해내면서 박지성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박지성이 윙 포워드로 뛸때 혹은 부상으로 빠질때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빠지더라도 '박지성=대표팀 에이스'라는 공식은 여전히 변함 없었습니다. 그 흐름은 지금의 허정무호에서도 이어지고 말았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활약 또한 엇갈렸습니다. 박지성은 리그 1위 맨유의 주전으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김두현은 리그 꼴찌(20위) 웨스트 브롬의 철저한 벤치 선수 였습니다.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지성vs김두현'의 대결 구도는 '박지성vs이영표'에 이은 또 하나의 히트작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너무 싱겁게 끝났습니다. 김두현이 웨스트 브롬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말 미들즈브러전에서 전반 4분만에 무릎 인대 부상으로 교체된 이후부터 좀 처럼 제 기량을 찾지 못한것이 장기간 슬럼프의 원인으로 이어졌죠.

김두현은 웨스트 브롬의 강등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십리그에서 뛸 예정입니다. 이적료가 300만 파운드(약 57억원)에 달하는 높은 금액이기 때문에 다른 팀에 이적하기 힘든 상황이죠. 결국 그는 할 수 없이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몸싸움이 격렬하고 넓은 움직임을 필요로하는 챔피언십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챔피언십리그의 일정이 프리미어리그보다 빡빡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대표팀 차출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팀에 임대되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 전망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어쩌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팀 중앙 미드필더 자원에 김정우-조원희-기성용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김두현은 박지성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지닌 선수 입니다. 강력한 중거리슛과 날카로운 프리킥슛으로 얼마든지 상대 골문을 괴롭힐 수 있는 선수죠. 중앙에서 오밀조밀하게 팀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 또한 박지성보다 뛰어납니다. 반면 박지성은 움직임으로 커버하죠. 하지만 김두현의 위치는 늘 박지성에 가려진 2인자 였습니다. 아무리 박지성보다 더 좋은 공격 재능을 지녔다고 할지라도 문제는 기복이 심했습니다. 반면 박지성은 극히 부진한 경기가 드물만큼 매 경기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입니다. 결국에는 꾸준함이 이들의 위치를 엇갈리게 한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김두현은 박지성의 클래스를 넘을 수 없습니다. 대표팀에서의 입지도 그렇지만, 맨유 주전인 박지성의 존재감이 한국 축구에서 어느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반면 김두현은 소속팀에서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허정무 감독이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대표팀 선수를 발탁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표팀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김두현은 '1인자' 박지성에 가려진 '2인자'로 굳혀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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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며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5호' 김두현(27, 웨스트 브롬위치)의 행보가 바람잘 날이 없습니다.

김두현은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에서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전수하고 싶었지만 부상 및 부진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슬럼프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제2의 박지성'으로 거듭나기를 바랬던 팬들은 부활을 바라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지만 이미 주전 경쟁에서 밀린데다 웨스트 브롬이 프리미어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어 적어도 올 시즌 후반까지 전망이 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김두현이 슬럼프에 빠진 원인은 포지션 전환 실패와 부상 후유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김두현은 웨스트 브롬에서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윙어를 오갔음에도 어느 한 곳에서 최적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리그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졸탄 게라(풀럼)에 밀려 백업 멤버로 활약했고 올 시즌에는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하면서 주로 왼쪽 측면을 맡았고 몇몇 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때의 공격력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최근 3경기 연속 벤치를 지키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올 시즌 김두현의 출발은 상쾌했습니다. 지난해 8월 16일 아스날과의 리그 개막전부터 30일 볼튼전까지 리그 3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감케 했죠. 하지만 9월 13일 웨스트햄전과 21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발에 묶에는 활약으로 부진하더니 27일 미들즈브러전에서 전반 4분 무릎 인대 부상으로 교체 되면서 6주 동안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컨디션이 최상으로 올라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복귀했던 것입니다. 김두현은 복귀 이후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더니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리그 최하위권으로 처진 팀의 성적은 4-3-3에서 4-4-1-1로 바뀌었고 크리스 브런트가 주전 왼쪽 윙어를 맡고 로베르트 코렌과 보르하 발레로가 중원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부진과 맞물려' 주전 경쟁에서 밀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두현은 백업으로 출전하고 있는 왼쪽 윙어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을 뽐내지 못했습니다. 측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와 상대 수비벽을 과감히 뚫는 대담성이 전제되어야 하나 중앙에서 날카로운 패스와 감각적인 개인기, 재치있는 슈팅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던 자신의 경기력이 측면과는 옷이 맞지 않았습니다.

사실 김두현은 측면과 어울리지 않는 선수입니다. 2005년 6월까지 몸담았던 수원에서는 김진우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때에 따라 3-4-1-2 포메이션의 좌우 윙백,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측면에 포진하더니 기동력 부족으로 팀 공격에 이렇다할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볼 터치가 줄어드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특히 2005년에는 '김진우-김남일' 더블 볼란치 조합에 밀려 윙백으로 활약했지만 당시 무명이었던 조원희와 전재운과의 경쟁에서 밀린 끝에 성남으로 이적했습니다.

그런 김두현이 웨스트 브롬의 측면에서 부진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올 시즌 초반 3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음에도 웨스트햄전과 아스톤 빌라전에서 부진한 것은 '윙어 김두현'의 한계를 나타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쉴세없는 공수전환과 일사불란한 움직임, 빠른 템포의 공격력이 요구되는 프리미어리그의 측면에서 '줄곧 중앙에서만 잘하던' 김두현이 꾸준히 맹활약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김두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기에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상대팀 공격 옵션에게 가하는 압박이 심한데다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간격이 짧아 상대팀 공격형 미드필더가 많은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수비까지 거칠기에 프랑크 램퍼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같은 공수 능력을 두루 겸비하고 피지컬까지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살아남았던 겁니다.

하지만 몸싸움과 피지컬에 약점이 있는 김두현이 K리그 시절처럼 기교로 승부하기에는 중앙에서 자신의 장점을 쏟아내기 어렵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상대 수비벽을 뚫기 어려운데다 팀 공격력에 아무런 공헌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주저없이 자신을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측면으로 두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리그 최하위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브레이 감독의 전술을 꼬집으며 '김두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오히려 김두현은 최근 3경기 연속 결장으로 팀에서의 입지가 완전히 추락한 상황입니다. 이는 측면에서도, 중앙에서도 믿고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김두현과 유사한 성향을 지닌 다른 플레이메이커들의 활약상일 것입니다. 사미르 나스리(아스날)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니코 크란차르(포츠머스) 산리 툰차이(미들즈브러)는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전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플레이메이킹 역할에 치중했지만 현 소속팀에서는 측면 옵션 또는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들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토트넘이 올 시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친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모드리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4-2-3-1이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리 래드냅 감독은 모드리치를 왼쪽 윙어로 놓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포기하는 4-4-2를 쓰게 된 것이죠 나스리가 아스날에서 좌우 윙어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형적인 측면 옵션 못지 않은 빠른 발과 전방으로 치고드는 과감성이 있었기에 상대 수비수를 하나 둘 씩 요리할 수 있었던 것이며 크란차르는 '김두현을 보듯' 측면에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툰차이 같은 경우에는 데뷔 시즌인 2007/08시즌 초반 오른쪽 측면에서 부진한 활약을 펼치다 투톱 공격수로서 만개한 경기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제라드는 4-2-3-1을 쓰는 리버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라드가 리버풀의 플레이메이커로 뛰는 이유는 4-4-2 시절부터 팀의 공격이 자신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데다 피지컬과 몸싸움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의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더욱이 리버풀은 최근 제라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버리고 3명의 중앙 미드필더 형태를 두는 4-3-3을 쓰고 있습니다.

다른 리그라면 여러명의 플레이메이커들이 두각을 나타낼지 모르겠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구조와 환경에 속해있습니다. 김두현의 패싱력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꽃을 피울 수 없는 이유가, 웨스트 브롬의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에 기용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김두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는 선수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김두현이 지닌 출중한 공격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단점들을 장점으로 키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7세의 선수가 몸싸움과 피지컬을 보완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늦었습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것은 몇달 째 리그 최하위에 그친 웨스트 브롬의 강등이 유력하다는 것입니다. 웨스트 브롬이 다음 시즌부터 참여하게 될 지 모를 챔피언십리그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더 거친 곳이기 때문에, 김두현이 팀에 오랫동안 남고 싶다면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해야 합니다. 어쩌면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자신의 역할을 버리고 과감히 측면 옵션으로 전환해야 할지 모릅니다. 측면에서는 중앙에 비해 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는 곳인 만큼, 어쩌면 김두현의 돌파구는 측면이 될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측면에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기에 이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웨스트 브롬이 남은 10경기에서 강등 탈출을 위해 '김두현 카드'를 과감히 꺼내 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를 일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많지 않은 상태이고 향후 김두현이 어느 포지션에서 활약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김두현으로서도 팀의 강등이 그리 반갑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김두현의 앞날은 모브레이 감독의 판단에 좌우 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3경기 연속 결장으로 벤치를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경기에 뛰고 싶은 기다림이 단련이 되어 시즌 막판 맹활약으로 팀의 강등 위기를 모면했으면 하는 것이 그를 응원하던 국내 축구팬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