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투소' 조원희(26, 위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엄청난 활동량과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지난 2007년 여름 풀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앞세운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중앙 공격을 무너뜨려 수원의 로테이션 플레이어에서 미드필더진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부각 되었습니다. 그래서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마토 네레틀야크(오이타)는 조원희를 가리켜 '아시아의 가투소'라고 칭찬했습니다.

조원희의 등장은 수원의 중원을 책임졌던 김남일(빗셀 고베)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소가 됐습니다. 당시의 김남일은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이관우-백지훈의 뒷 공간을 맡으면서 수비 부담이 커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2000년대 중반 잦은 부상으로 활동량과 움직임이 떨어진 김남일에게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김남일은 2007시즌 초반에 상대팀 중앙 공격을 끊을때마다 거친 반칙을 일삼으며 타팀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에 차범근 감독은 김남일을 중앙 수비수로 내려 중원의 불안 요소를 없앴고 그해 여름 조원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줄곧 기용했습니다.

당시의 수원 전술에서는 김남일이 지고 조원희가 뜰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관우와 백지훈이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스피드와 기동력, 상대 미드필더를 끈질기게 따라 붙을 수 있는 조원희가 김남일보다 더 매력적인 카드였던 겁니다. 물론 김남일의 중원 수비력은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이관우와 백지훈에게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원의 공격 전개 방향 및 템포가 상대팀에게 읽히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차범근 감독 전술에서는 김남일보다 조원희가 매력적인 카드였습니다.
  
그 흐름은 김남일이 일본으로 떠났던 2008년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조원희가 중원에서 궃은 역할을 책임지면서 백지훈(루이스, 김대의)-이관우-서동현 같은 공격 성향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당시 서동현은 4-4-2의 오른쪽 윙어로 자주 기용됐습니다) 그래서 수원은 미드필더진에서의 공격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K리그 최다득점 1위(40경기 65골)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원희가 위건으로 떠나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사라지면서 올 시즌 총체적인 성적 부진에 빠졌습니다. 리버풀이 사비 알론소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으로 휘청거린 것 처럼, 수원도 조원희 이적으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에서는 조원희의 장점이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직설적인 표현을 빌려 쓰면, 조원희는 허정무호 전술에서 겉돌고 있습니다. 조원희의 홀딩 능력은 국내에서 톱클래스지만 대표팀에서는 김정우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8일 세르비아전에서는 조원희가 경기력 부진으로 전반 35분에 조기 교체 됐습니다. 조원희의 부진은 이날 경기에서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친 김남일과 대조적인 행보였습니다. 조원희가 수원에서 김남일을 위협했던 흐름이 지금의 대표팀에서는 역전이 된 것입니다.

축구팬들 대부분은 조원희의 수비력을 김정우보다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다릅니다. 4-4-2에서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 능력이 모두 좋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우는 넓은 시야를 앞세운 전진패스와 다채로운 형태의 스루패스를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플레이메이커 출신으로서 공수 전개에 능하기 때문에 대표팀 공격의 흐름과 진행방향을 잘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우가 대표팀에서 계속 중용되는 이유는 그가 기성용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면서 한국 공격 패턴의 단조로움을 막을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조원희는 김정우 만큼 좋은 공격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중원에서 공을 잡으면 그 즉시 빌드업을 시도하거나 전방으로 공을 올리기보다는 측면에 포진한 옵션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출중한 기동력과 활동 반경을 자랑하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다보니 공격 전개에서 부족함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래서 높은 클래스를 자랑하는 상대팀 미드필더들에게 속수무책으로 고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르비아전 부진 원인을 비롯해 위건의 벤치를 지키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위건 감독은 조원희 같은 투박한 스타일보다는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난 기술적인 미드필더를 선호합니다.

물론 조원희는 축구팬들에게 매력적인 선수입니다. 박지성처럼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 반경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보다 많이 뛰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대는 현대 축구의 변화된 흐름과 맞지 않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중앙 미드필더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기동력보다 공수 양면에서 흠잡을 것 없는 실력과 경기를 넓게 바라보는 시야,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중요시합니다. 수비 상황에서도 상대를 악착같이 따라붙기 보다는 수비수들과의 안정적인 밸런스 구축을 통해 상대 공격 길목에 미리 위치하여 역습을 빠르게 전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춥니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 했습니다. 포메이션 하나를 주 전술로 쓰면서 또 다른 포메이션을 플랜B로 놓는 것, 측면과 중앙 공격 옵션의 활발한 스위칭, 상대팀 스타일과 팀 전술에 따른 풀백의 공격 가담 빈도, 그리고 공수 양면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팀의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적극적 기용이 그렇습니다. 한국 축구가 미디어를 통해 유럽 선진 축구의 전술적인 장점을 흡수하면서 대표팀의 스타일이 변화된 것입니다.(이제는 완성도를 높여야겠죠.) 이것은 U-20, U-17 대표팀이 세계 대회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습니다.

리버풀이 그런 사례입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4-2-3-1의 더블 볼란치로서 '알론소-마스체라노' 조합을 기용했습니다. 알론소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으면서 뛰어난 수비 센스와 지능적인 위치선정으로 상대 공격 길목을 미리 선점했다면 마스체라노는 알론소의 수비력을 도와주면서 공격 과정에서도 백업할 수 있는 '알론소 도우미' 였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마스체라노의 전술적 비중이 줄었습니다. 리버풀이 알론소 공백으로 시즌 초반 혹독한 댓가를 치른 뒤 한때 6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제라드-루카스'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스체라노는 수비력이 뛰어난 홀딩맨이지만 공격 전개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루카스에게 밀렸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진 중에서 가장 터프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첼시도 마찬가지 입니다. 터프함의 키워드인 에시엔은 다이아몬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지만 그는 홀딩맨이기 이전에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입니다. 기본적인 수비 능력을 발휘하면서 미드필더 전 영역을 파고드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효율성 높은 공격 전개로 팀 공격의 젖줄 역할까지 도맡았습니다. 램퍼드-발라크보다 패스 시도가 많고 정확도가 팀 내에서 으뜸인 경기가 여럿 있을 정도로 슈퍼맨 못지 않은 경기력을 자랑합니다. 이것은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있어 효율적인 공격 전개 능력이 필수임을 의미합니다.

다시 조원희 이야기로 돌아가면, 조원희는 공격 전개 부족으로 허정무호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지난 세르비아전에서는 경기력 부진으로 인한 조기 교체로 팀 내에서의 입지가 약화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조원희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정무호가 김정우-기성용 조합의 완성과 김남일의 세르비아전 맹활약의 결과물을 거두었다는 점은, 조원희가 대표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원희가 김남일에게 밀리는 것입니다.

또한 조원희는 위건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실전 감각 저하는 큰 경기에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조원희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는 명분과 경쟁력을 갖추려면 위건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아니면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이적해야 합니다. 조원희는 무엇보다 소속팀 경기에 꾸준히 모습을 내밀며 공격전개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고 자신의 장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조원희가 달라져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프로는 실력으로 말합니다. 과거의 이름값보다는 현재의 실력이 최고인 인재가 사람들의 인정과 많은 혜택을 누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나이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것이 가혹할때가 있습니다. 조직의 변화를 위해 젊고 패기 넘치는 인재를 중용하면서 나이 많은 인재가 희생 당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체 뿐만 아니라 프로 스포츠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노장 선수가 팬들에게 '노쇠하다'는 반응까지 감수해야 할 정도입니다.

'진공 청소기' 김남일(32, 빗셀 고베)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김남일은 지난 9월 5일 호주전에서 1년 만에 대표팀 복귀전을 치른 이후 팬들에게 '노쇠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날 후반 25분에 교체 투입하면서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던 나머지 부자연스런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10월 14일 세네갈전에서는 후반전에 교체 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볼 키핑력 부족 및 경기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의 역습을 허용당하는 불안함을 노출 했습니다. 당연히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노쇠하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팬들의 냉정한 심리에는 김남일에 대한 선입견도 작용했습니다. 김남일은 지난해 9월 10일 북한전에서 페널티킥 허용 및 경기력 부진으로 1년 간 대표팀에서 제외 되었습니다. 허정무호 초기 시절 팀의 주장이자 맏형(이운재가 없었으므로), 그리고 중원의 사령관으로 주름잡았던 선수임을 상기하면, 북한전 부진으로 인한 대표팀 제외는 팬들에게 '노쇠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대표팀의 몇몇 영건들이 주축 선수로 자리잡으면서 김남일의 대표팀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의 전망도 흘러 나왔습니다. 김남일은 허정무호 세대교체의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팬들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김남일의 클래스가 대표팀에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서죠.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는 것 처럼, 김남일은 두 번의 월드컵 대회 출전과 A매치 100경기 출전에 육박한(세르비아전 포함 89경기) 경험을 지녔습니다. 기성용-김정우-조원희 같은 기존 중앙 미드필더들의 부족한 경험을 김남일이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불안함이 있는 포백을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은 김남일이 가장 적합한 카드였습니다. 

경험이란 존재는 어쩌면 실력과 무관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선수라도 실력이 부족하면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것이 프로의 생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경험을 간과하면 큰 경기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합니다. 경험있는 선수가 리드하지 못하면 팀은 상대팀의 분위기에 휩쓸려 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에서 긱스-스콜스-판 데르 사르 같은 30대가 꺾인 노장들이 위기의 순간마다 팀을 구원했던 것 처럼 말입니다. 때로는 젊은이의 패기보다 노장의 경험이 축구에서 중요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남일의 세르비아전 맹활약이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세르비아는 허정무호가 출항한 이후 가장 강한 상대였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친 탄탄한 실력과 선수들의 단결된 호흡을 앞세워 프랑스를 제치고 월드컵 유럽 예선 조 1위로 통과한 강호입니다. 이러한 팀을 상대하려면 많은 경기에 출전한 노하우로 다져진 경험있는 김남일이 제격 이었습니다. 여기에 기성용과 김정우가 소속팀의 6강 플레이오프 일정으로 조기 귀국했던 만큼 김남일에게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김남일은 세르비아전에서 조원희와 함께 4-2-3-1의 더블 볼란치 역할을 맡았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미드필더진을 두껍게 세우기 위해 4-2-3-1의 플랜B를 시험하면서 김남일을 선발 기용했습니다. 4-2-3-1에서 더블 볼란치는 선수들을 이끌고, 전방으로 패스 띄우고, 수비수들과 수비 밸런스를 잡고, 상대팀 선수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며 공을 커팅하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합니다. 특히 더블 볼란치는 기동력보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이 중요시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김남일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비록 한국이 전반 초반 포백 수비수들의 집중력 부족으로 실점했지만 차츰 안정을 되찾아 세르비아를 압도하는 점유율로 상대 진영에서 활발한 공격을 펼쳤습니다. 그 중심에 김남일이 있었습니다. 김남일은 후배 선수들이 이른 실점으로 위축되는 경기 운영을 펼치자 직접 공격에 가담해 전반 11분과 14분에 중거리 슈팅을 날렸습니다. 수비 상황에서는 거구의 세르비아 선수들을 상대로 직접 몸을 날리며 공격을 끊고 역습을 시도하며 팀의 분위기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김남일은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연결하는 다채로운 패싱력으로 한국의 공격 작업을 주도했습니다. 4-2-3-1에서는 더블 볼란치가 전방쪽으로 활발한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김남일의 패싱력이 팀 공격의 근간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에 조원희는 공격 전개에서 약점을 드러내면서 전반 35분만에 교체 되었습니다. 이것은 김남일이 대표팀의 더블 볼란치로서 제 역할을 다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김두현이 조원희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면서 한국의 공격은 경기 종료 시점까지 활발함을 유지했고 김남일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빛을 발했습니다.

또한 한국이 전반 7분 지기치에게 골을 내준 이후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김남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김남일이 중원에서 1차 저지선 임무를 맡으면서 수비수들의 위치를 가리키며 수비 밸런스를 구축했던 것이 상대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이 됐습니다. 김남일은 체격 좋은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부지런히 공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때로는 상대 길목을 미리 선점하여 공간 싸움에서의 우세를 꾀했습니다. 그래서 세르비아는 2선에서 1선으로 올라오는 공격 전개가 매번 끊어져 추가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쳤습니다.

이러한 김남일의 고군분투는 팀 전력의 뼈대가 됐습니다. 대표팀의 주장인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공격에 중심을 두었다면 김남일은 대표팀의 공격과 수비 전체를 책임지며 팀 전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만약 김남일이 없었다면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대량 실점에 무기력한 경기 운영으로 패했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김남일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세르비아전 맹활약으로 채우며 허정무호 중원의 사령관 이미지를 되찾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세르비아전은 김남일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만약 한국이 세르비아전을 치르지 않았다면, 세르비아전에서 4-2-3-1이 아닌 4-4-2를 썼다면 김남일의 대표팀 위상은 올라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남일은 세르비아전에서 자신이 노쇠하다는 여론의 반응을 깨고 후배 선수들보다 더 월등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가능성을 밝게 하는 '긍정 포인트'로 작용할 것입니다. 세르비아전에서 멋진 활약을 펼친 김남일에게 박수의 갈채를 보내고 싶은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평가전인 세르비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계획입니다.

허정무호는 18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세르비아와 격돌합니다. 지난 15일 덴마크 원정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긴 허정무호는 세르비아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2009년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세르비아는 동유럽의 강호이자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팀으로서 허정무호의 '진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르비아전 4-2-3-1의 화두는 미드필더

세르비아전에서는 4-2-3-1 전환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유럽으로 출국하기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 원정에서 4-4-2와 4-3-3을 쓸 생각이며 4-3-3의 경우 4-2-3-1을 고려하고 있다"며 4-2-3-1을 쓸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덴마크전에서 4-4-2를 썼기 때문에 세르비아전에서는 4-2-3-1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4-4-2의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했던 김정우-기성용이 소속팀의 6강 플레이오프 일정으로 조기 귀국했기 때문에 4-2-3-1이라는 새로운 전형이 불가피합니다.

허정무호가 4-2-3-1을 쓴다고 해서 4-4-2가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4-2-3-1은 4-4-2의 대안이자 플랜B 전술이기 때문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에도 주 전술을 4-4-2로 쓰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4-2-3-1을 자주 사용합니다. 4-2-3-1이 4-4-2보다 좋은 이유는 미드필더들의 숫자를 늘리며 허리를 두껍게 세울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경기 장악력과 높은 볼 점유율이 중요시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는 4-2-3-1 만큼 매력적인 포메이션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4-4-2보다는 4-2-3-1이 더 적합합니다.

그래서 세르비아전에서 4-2-3-1을 쓰는 것은 '현명한 선택' 입니다. 세르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를 기록중인 팀으로서 덴마크(27위)보다 랭킹이 높으며 공수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 예선에서 비디치-루코비치를 주축으로 10경기에서 8실점을 기록하는 짠물 수비의 위력을 발휘했고, 미드필더들의 끈질긴 조직력, 요바노비치-지기치 투톱이 버티는 공격진의 화력이 강합니다. 특히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기 때문에 허정무호가 4-2-3-1을 실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4-2-3-1의 화두는 미드필더진 입니다. 2와 3은 각각 수비, 공격 중심의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후방과 전방 옵션과의 연계 플레이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공격시에는 2가 중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날리며 팀의 공격 루트를 다변화시킬 수 있고 3은 유기적인 위치 변경과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최전방을 공략합니다. 수비시에는 2가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할 수 있고 3이 전방 압박을 가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3의 측면 윙어들이 수비 가담하여 역습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술적 특징은 실점을 줄이고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과 직결됩니다.

허정무호는 2에 김남일-조원희를 놓고 3에 염기훈-박지성-이청용을 포진시킬 예정입니다. 이 전술에서는 김남일이 키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에서는 사비 알론소처럼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전방으로 패스를 활발히 연결할 수 있는 옵션이 필수이기 때문이죠. 그 역할은 김남일이 '후반전에 4-2-3-1을 썼던' 지난달 세네갈전에서 깨끗하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그래서 3은 김남일의 후방 지원을 받으며 세네갈 진영을 활발히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 김남일의 패싱력이 살아나지 못하면 3의 공격 비중이 약화되고 수비 부담만 커지기 때문에 김남일-3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가 중요합니다.

만약 한국이 세르비아전에서 수비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김남일과 조원희의 수비 범위는 클 것입니다. 3의 활동 반경이 상대 진영에 고정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남일과 조원희의 많은 활동량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김남일은 넓은 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하고 조원희는 소속팀 위건에서 벤치를 지키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실력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두 선수가 수비에서 부진하면 포백의 수비 부담이 커지는데, 지난 덴마크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불안함을 노출한 포백이 요바노비치-지기치에게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김남일-조원희에게 많은 수비 부담이 따르면 포백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세르비아전에서 강력한 압박에 역습을 지향하는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김남일과 조원희의 수비 부담을 염기훈과 이청용이 측면에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두 윙어가 측면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면 김남일과 조원희가 포백과 함께 수비 밸런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염기훈과 이청용을 통한 역습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염기훈의 측면 돌파가 최근 대표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공격의 세기에서는 염기훈의 날카로움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격에서는 박지성의 비중이 큽니다. 박지성의 공격력에 따라 세르비아의 탄탄한 수비 조직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죠.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 하프라인과 최전방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원투패스와 스루패스에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입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줬던 것 처럼, 상대의 압박을 민첩한 움직임으로 간파하거나 반칙을 얻어냈기 때문에 대표팀이 중앙에서 활발한 공격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대의 수비 조직력이 견고한 만큼, 박지성의 종횡 무진 활약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합니다.

4-2-3-1의 약점은 원톱이 고립되기 쉽습니다. 그럴수록 원톱의 바로 밑선에 포진한 공격형 미드필더, 대표팀으로 치면 박지성의 움직임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르비아전에서 원톱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큰 이동국은 강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상대 앞에서 고립되는 문제점이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만큼 박지성의 활발함에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또한 박지성은 문전 앞에서 골을 넣는 능력을 지닌 선수이기 때문에 대표팀의 득점 자원으로서 골을 넣어야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이동국이 골을 해결짓지 못하면 박지성이 해결하는 것이 4-2-3-1의 특징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활동 패턴은 왼쪽으로 쏠리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격 전개가 세르비아전에서 여러차례 나타나면 팀 공격이 단조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박지성의 공간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청용은 4-2-3-1을 소화하는 볼튼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입니다. 4-2-3-1에서 어느 위치에 포진하고 어떻게 효율적인 연계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지성으로 인한 공격의 단조로움을 이청용이 벗겨낼 수 있습니다. 세르비아전 승패 여부는 미드필더진의 역할 수행 여부에서 좌우 될 것이 분명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허정무호는 불과 1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오합지졸의 팀이었습니다. 스리백과 포백, 3-4-1-2와 4-3-3 같은 여러가지 포메이션을 번갈아 선택했지만 맞는 옷이 하나도 없었고 여러명의 선수들을 골고루 시험했으나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공격 전개와 수비 라인 강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선수는 뛰겠다는 의지가 결여된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겨야 할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고,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찝찝하게 승리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 10일 A매치 북한전은 그야말로 '막장의 결정판'이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경기이자 코리안더비로서 많은 국민들이 경기를 지켜봤으나 그 기대가 점점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느슨한 공격 전개와 부정확한 패싱력, 무기력했던 선수들의 움직임은 팬들에게 '월드컵 진출할 의지가 있냐?'는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기성용의 극적인 동점골로 1-1로 비겼으나 상대팀과의 슈팅과 볼 점유율, 경기 주도권에서 우세를 점하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까지 허정무호의 주장 임무를 맡던 김남일(32, 빗셀 고베)은 북한전 종료 후 1년 동안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전에서 홍영조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주거나 상대팀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문제점을 나타냈지만 그것 때문에 1년 동안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팀의 분위기 쇄신과 세대교체를 위해 김남일에 메스를 들었습니다. 김남일이 중심이 되는 대표팀 시스템은 더 이상 힘들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당시 김남일의 대표팀 존재감은 막강했습니다. 대표팀의 최고참으로서(이운재가 없었음) 정신적 지주 역할과 팀 전술의 중심 역할을 맡았죠. 하지만 김남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늘 무기력했고 경기 내용 및 결과 모두 좋지 않았으며 북한전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팀의 쇄신을 위해 김남일의 왼쪽 팔에 있던 주장 완장을 박지성에게 넘겼고 젊은 선수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전술에 초점을 맞춰 세대교체에 탄력을 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대표팀 전력 업그레이드 및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어졌습니다. 김남일은 허정무호 변화의 희생양이었던 겁니다.

허정무호가 김남일 없이 승승장구했던 원인은 4-3-3에서 4-4-2로 전환했던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4-3-3에서는 김남일의 전술적 비중이 컸지만 4-4-2에서는 기성용이 중원의 활력소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죠. 김남일의 문제가 바로 그거였습니다. 김남일은 2004년 8월 부터 3년 동안 다섯번의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활동량과 체력이 떨어지고 상대 공격 침투를 저지하려는 스피드도 느려졌습니다. 4-4-2는 4-3-3보다 중앙 미드필드들의 넓은 활동량과 스피드가 요구되는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김남일이 그 자리를 맡기에는 무리가 따랐습니다. 그 시스템에서는 기성용이 스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김남일이 최근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오는 5일 호주전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과 선수 차출을 둘러싼 갈등을 벌였던 것이 해외파의 총동원으로 이어져 대표팀에서 명예회복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이죠. 1년 동안 거듭되었던 대표팀 탈락 속에서도 월드컵 본선 출전에 대한 목표를 잃지 않았던 김남일에게는 이번 기회가 중요할 것입니다. 불과 1년 전까지 허정무호 전력의 구심점이자 팀의 맏형이었기 때문에 그 포스를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할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만약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대표팀에서 영원히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호주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될 것입니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김남일의 최근 행보가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절의 홍명보와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홍명보도 한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해 대표팀 명단 발표때마다 번번이 쓴맛을 봤기 때문이죠. 두 선수는 카리스마를 대표로하는 주장이자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도맡는 선수들입니다. 팀의 쇄신을 위해 감독으로부터 엔트리 제외라는 딱지를 맞았던 공통점도 있습니다. 홍명보가 다시 대표팀에 합류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루기까지 팀을 위해 솔선수범했다면 이제는 김남일이 그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히딩크호와 허정무호는 각각 홍명보, 김남일의 존재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러명의 선수들을 3백 스위퍼로 기용하고 심지어 오른쪽 미드필더이자 황태자로 꼽혔던 송종국까지 중앙 수비수로 내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홍명보 만큼의 수비력을 발휘하지 못해 히딩크 감독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결국 홍명보는 2002년 3월 대표팀에 재합류하여 체력테스트에서 우수한 결과를 거두며 자신의 체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던, 그동안 자신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던 히딩크 감독의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했습니다.

김남일 존재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허정무호가 기성용 중심의 중원 체제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나 문제는 기성용을 보조하는 파트너의 역량 부족 이었습니다. 김정우는 악착같은 수비 능력을 자랑하나 자신의 장점인 공격력이 예전에 비해 무뎌졌고 피지컬이 약한 한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조원희는 빈틈없는 홀딩 능력과 김남일을 능가하는 순간 스피드를 자랑하나 패스 전개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두 선수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김남일 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김남일은 자신에게 익숙치 않은 대표팀 4-4-2에 순조롭게 적응해야 합니다. 4-4-2는 4-3-3보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량과 기동력을 요구로 하기 때문에 부상 후유증에 시달렸던 김남일에게는 버거울 수 있습니다. 물론 호주전 한 경기만으로는 김남일의 부활 여부를 속단할 수 없겠지만 대표팀의 주축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는 자신감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홍명보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체력에 대한 편견을 넘어선 것 처럼, 김남일도 4-4-2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허정무 감독도 김남일의 복귀를 놓고 고민했을 것입니다. '기성용-김정우(조원희)' 조합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경기 주도권에서 우세를 점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미드필더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경기에서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의 불안 요소는 곧 팀의 패배와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대표팀이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믿음을 얻으려면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완벽해야 하며 '기성용-김남일' 조합에서 해답을 얻어야 합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김태영-홍명보-최진철' 3백 조합이 견고하고 단단했던 것 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김남일의 대표팀 행보는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지 모릅니다. 김남일이 기성용의 파트너로서 제 몫을 다하면 허정무호에 내제되었던 불안 요소가 없어지는 것이며 그 여파는 포백의 수비 부담이 줄어들고 공격 옵션들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또한 김남일이라는 정신적 지주의 존재감은 월드컵 본선을 맞이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김남일이 무너지면 대표팀은 이렇다할 업그레이드 없이 남아공행 비행기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김남일의 행보가 홍명보를 빼닮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서 '진공청소기' 김남일(32, 빗셀 고베)의 존재감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더니 이제는 언론에서 언급하는 대표팀 발탁 예상 후보조차 거론되지 못할 정도입니다. 최태욱을 비롯해서 이동국-이천수-조재진-최성국 같은 올드보이들의 이름만 알려질 뿐이죠. 더욱이 대표팀 주장은 박지성 체제로 자리잡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중원에서도 김남일의 흔적은 없어졌습니다. 허정무호는 지난해 10월부터 김남일이 중심이었던 4-3-3에서 벗어나 '기성용-조원희(김정우)' 콤비가 짝이 된 4-4-2로 변신한 끝에 지금까지 납득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김남일 체제에서 연이은 졸전을 거듭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중앙 미드필더 주전 경쟁에 김치우까지 가세하는 모양새인데다 하대성, 박현범, 정훈 등등 젊고 패기 넘치는 미드필더 자원들까지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남일의 대표팀 제외는 세대교체의 일환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김남일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이후부터 젊은 선수들에 대한 비중을 늘리더니 이제는 유병수-양동현-김근환 같은 A매치 경력이 없는 영건들까지 대표팀에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대표팀 25인 명단에서 30대 선수가 2명(이운재, 이영표)에 불과할 정도로 말입니다. 전술적으로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지난 2월 13일에 <김남일, 대표팀에서 길을 잃은 이유는? ( http://bluesoccer.net/499 )>이라는 글을 올렸던 것 처럼, 허정무호의 전술적인 변화는 김남일을 제외한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그래도 김남일의 홀딩 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만 선수 선발 권한을 쥐고 있는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더욱이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허 감독의 시나리오가 점점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어쩌면 김남일은 세대교체의 희생양이 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만약 허정무호의 성적이 지금까지 계속 좋지 않았다면, 김남일 대표팀 발탁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는 커졌을것이 분명합니다. 김남일은 어쩌면 2~3년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여러차례 이름을 내밀지 못했던 데이비드 베컴과 똑같은 행보를 걸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베컴도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에 의해 엔트리에 제외되었으니까요.

김남일과 베컴은 각각 허정무호 초기 시절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팀의 상징입니다. 전술적으로도 두 선수의 팀내 무게감은 컸습니다. 허정무호에서는 김남일의 존재 유무에 따라 팀 전술이 오락가락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2001~2006년까지 스반 예란 에릭손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베컴 중심의 공격 전술을 표방 했습니다. 당시 맥클라렌 감독은 에릭손 체제에서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지요.

그러던 맥클라렌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후부터 팀 전술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베컴을 과감히 내쳤습니다. 베컴 자리에 여러명의 선수들을 시험하여 전술을 운용했던 것이죠. 허정무 감독도 그랬습니다. 김남일을 제외하면서 기성용 중심의 중원 라인을 구축했고 김치우와 하대성까지 중원 주전 경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두 감독의 결과는 엇갈렸습니다. 맥클라렌 감독은 연이은 졸전으로 현지 여론으로부터 "베컴을 기용하라"는 압력에 시달렸습니다. 유로 2008 예선 후반부에 이르러 베컴을 마지못해 기용했지만 그 타이밍이 늦다보니, 유로 2008 본선 진출 좌절 이후 30분 만에 경질 되었습니다. 반면 허정무호는 김남일을 제외한 이후부터 전술을 비롯해서 세대교체, 선수단 분위기 등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친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김남일을 대체할 자원을 만들기 보다는 4-3-3에서 4-4-2로 바꾸면서 홀딩맨의 비중을 줄였죠. 오히려 기성용 중심의 경기 장악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김남일과 베컴의 경기 스타일도 희비를 엇갈리게 했습니다. 우선, 베컴이 올해 3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었던 원인은 젊은 윙어 자원들의 스타일과 차별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테오 월컷과 데이비드 벤틀리, 숀 라이트-필립스는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하는 돌파형 윙어입니다. 하지만 베컴은 양질의 크로스를 비롯해서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감독 입장에서도 돌파형 윙어를 2명 놓는 것 보다 각각 스타일이 다른 선수를 좌우 측면에 한 명씩 배치하는 것이 더 나을 거란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베컴을 중용하는 것입니다.

반면 김남일은 조원희의 홀딩 스타일과 비슷합니다. 두 선수 모두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물고 늘어뜨리는 스타일 이니까요. 이는 조원희가 2007년 여름에 오른쪽 풀백에서 홀딩맨으로 전환하면서 당시 팀 동료였던 김남일의 장점을 빠르게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패스는 김남일이 단연 우세이지만, 조원희는 자신의 패스 정확도 부족을 넓은 활동량(김남일의 단점)으로 커버하는 영리한 경기 운영을 했습니다. 특히 4-4-2는 활동량이 넓고 부지런한 미드필더들이 유리하기 때문에 조원희가 김남일보다 더 유리했던 것입니다. 이는 2008시즌 더블 우승을 차지했던 수원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김남일이 빠지고 조원희가 중원의 축이 되면서 4-4-2로 전환하더니 값진 실적을 올렸던 것이죠.

김남일이 베컴처럼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얼마전 대퇴부 파열로 전치 2개월의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죠. 부상 후유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내년 월드컵 본선에 뛰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그는 '한국판 베컴'이 되지 못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잉글랜드 팬들에게 최악의 감독으로 찍힌 맥클라렌 감독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