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필 존스, 애슐리 영을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선수 영입의 주인공은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1) 입니다. 맨유는 29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데 헤아 영입 및 5년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이적료는 1700만 파운드(약 293억원)로 추정됩니다.

맨유의 데 헤아 영입은 기정 사실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2010/11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데 헤아, 마누엘 노이어 같은 전도유망한 골키퍼들을 물색했죠. 그런데 노이어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샬케04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맨유의 영입 관심이 데 헤아에게 쏠렸습니다. 데 헤아의 전 소속팀이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아틀레티코)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면서 특급 선수를 다른 팀에 넘기며 이적료를 충당해야 할 현실 이었습니다. 결국 맨유와 아틀레티코의 이해 관계가 맞으면서 데 헤아가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 했습니다.

[사진=다비드 데 헤아 영입을 공식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21세 골키퍼' 데 헤아, 맨유의 10~20년 책임질 유망주

축구에서 골키퍼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백 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욕먹는 포지션이 골키퍼 입니다. 골키퍼가 실수하면 실점으로 직결되기 쉽죠. 가깝게는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미국전에서 치명적인 알까기로 실점하며 잉글랜드의 1-1 무승부 주범이 되었던 그린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리버풀 골키퍼 레이나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아스널전에서 팀이 1-0으로 앞섰던 경기 종료 직전, '예능'으로 회자 될 법한 실수를 범하며 팀의 승리를 날렸습니다. 그 이전까지 무수한 선방을 했던 보람을 느끼지 못했죠.

맨유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2009/10시즌 전반기 행보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판 데르 사르가 아내의 병을 간호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돌아갔던 공백을 메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벤 포스터(버밍엄 시티)가 종종 실수를 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빅 매치에서는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결국 쿠쉬착와의 출전 시간 경쟁에서 밀렸고 판 데르 사르가 복귀하면서 No.3로 밀렸습니다. 시즌 종료 후에는 버밍엄으로 떠나고 말았죠. 2008/09시즌 칼링컵 우승 당시 판 데르 사르 후계자로 조명 받았던 때와 대조됩니다.

과거로 거슬러가면 지긋지긋했던 골키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1998/99시즌 유로피언 트레블 달성을 끝으로 작별했던 슈마이켈 이후 6년 동안 10명의 골키퍼를 기용하며 마땅한 붙박이 주전을 찾지 못했습니다. 1999년에는 당시 아약스에서 뛰었던 판 데르 사르를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데려온 선수는 호주 출신의 보스니치 였습니다. 판 데르 사르는 유벤투스로 이적했죠. 하지만 보스니치는 맨유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믿음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같은 시기에 영입된 티아비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특히 티아비는 맨유 역사상 최악의 영입중에 한 명으로 회자 될 정도로 실망스런 활약을 펼쳤죠.

그 이후에는 바르테즈(2000~2003년) 라추브카(2000~2002년) 고람(2001년 임대, 원소속 : 마더웰) 캐롤(2001~2005년) 히카르두(2002~2005년) 하워드(2003~2007년) 같은 골키퍼들을 영입했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죠. 1996년 부터 맨유에서 뛰었던 판 데르 고우는 6년 동안 37경기만 뛰고 웨스트햄으로 떠났습니다. 2005년 판 데르 사르를 풀럼에서 수혈하기까지 6년 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나타내지 못했고 2003/04, 2004/05시즌에는 아스널과 첼시에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허용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25년 동안 장기집권하면서 성공했던 골키퍼는 슈마이켈과 판 데르 사르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비춰보면, 과연 데 헤아가 맨유에서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네 가지의 불안 요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맨유의 골키퍼 잔혹사 및 판 데르 사르 은퇴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감, 둘째는 스페인에서의 맑은 날씨에 익숙한 그가 잉글랜드의 우중충한 날씨에 만족할지, 셋째는 어린 유망주가 비디치-퍼디난드 같은 30대 센터백들을 리딩할 수 있을지(영어 능력 포함), 넷째는 빅 매치를 뛰었던 경험이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아틀레티코에서 경이적인 선방을 거듭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취약점도 존재합니다.

분명한 것은, 맨유가 데 헤아의 경험 부족을 안고 2011/12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린 나이의 골키퍼를 영입하는데 17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들인 것은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믿으면서 약점을 보완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데 헤아의 경험이 떨어져도 부폰(유벤투스) 체흐(첼시)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같은 노련함이 묻어나는 골키퍼를 영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맨유가 데 헤아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며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거듭나도록 완성시키고, 데 헤아 스스로 노력해야 판 데르 사르 존재감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꾸준히 경기를 치를수록 경험 부족을 떨칠 수 있죠.

데 헤아는 맨유의 미래를 짊어질 골키퍼 입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는 전제에서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까지 맨유의 뒷문을 책임질 수 있죠. 그런 맨유는 판 데르 사르 후계자를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데 헤아는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면서 앞날을 염두하는 영입 카드 였습니다. 데 헤아가 붉은 악마(맨유의 애칭)의 일원으로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날이 많을수록 맨유의 영광은 계속 될 것입니다. 골키퍼의 중요성을 상기하면 데 헤아는 맨유의 역사를 좌우할 키 플레이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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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8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의 자카바링 스타디움에서 진행되었던 2007 아시안컵 3~4위전. '영원한 맞수' 한국과 일본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혈투를 펼쳤으나 무득점에 그치면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게 됐습니다. 두팀 키커 5명이 모두 골을 기록했고, 한국의 6번째 키커였던 김치우가 왼발슛으로 일본 골망을 갈랐습니다. 그리고 골키퍼 이운재가 한유 나오다케의 슈팅을 오른손으로 막아내며 한국의 3위 달성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은 아시안컵 6경기 동안 단 3골에 그쳤고,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 및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일관했습니다. 본선 2차전까지 1무1패에 그치면서 탈락 위기까지 몰렸죠. 이운재의 역량은 그때부터 빛을 발했습니다. 본선 3차전 인도네시아전 부터 3~4위전 일본전까지 4경기 연속 무실점 선방을 펼쳤습니다. 실점 위기 때마다 묵직한 선방으로 상대팀의 골 의지를 무너뜨리며 한국의 골문을 지탱했죠. 비록 4강 이라크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아시안컵 부진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이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8강 이란전 및 3~4위전 일본전 승부차기에서는 이운재의 선방이 빛을 발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약점은 수비 불안 이었습니다. 스리백에 익숙했던 수비수들이 포백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팀 빠른 역습에 취약한 단점을 노출했죠. 더욱이 아시안컵에서는 포백의 평균 연령이 23세(김치우-김진규-강민수-오범석)였습니다. 경험 부족의 약점을 이겨야 하는 현실이었죠. 아시안컵에서 토너먼트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이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젊은 수비수들을 뒤에서 리딩하며 상대 공격을 틀어막는데 주력하면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죠. 그래서 한국이 이운재의 통솔력에 힘입어 수비 실수를 이겨냈고 포백이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이운재는 더 이상 대표팀 선수가 아닙니다. 지난 8월 11일 나이지리아전에서 마지막 A매치를 치르고 대표팀에서 은퇴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기량 노쇠화에 직면하면서 정성룡과의 경쟁에서 밀렸죠.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짊어지기에는 세월의 물리적인 힘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며칠 뒤면 38세가 되면서 불혹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후배 선수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고, 결국 대표팀을 떠났습니다.

축구는 아무리 필드 플레이어들이 열심히 뛰어도 골키퍼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 그 실점은 팀의 패배로 직결되는 무시못할 영향력이 있습니다. 잉글랜드가 남아공 월드컵 본선 1차전 미국전에서 로버트 그린의 '알까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던 것 처럼(1-1 무승부), 골키퍼가 얼마만큼 실수를 줄이고 방지하느냐에 따라 그 팀의 성적이 좌우됩니다. 그래서 한국이 2011년 아시안컵 우승을 달성하려면 정성룡의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정성룡이 얼마만큼 선방하고, 수비 라인을 능숙하게 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아시아 제패 여부가 가려집니다.

문제는 정성룡이 조광래호 No.1 골키퍼로서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속팀 성남의 일원으로 출전했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4강 인터 밀란전 3실점, 3~4위전 인터나시오날전 4실점을 범한것도 문제였지만 골키퍼로서 선방할 수 있었던 장면을 놓쳤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인터나시오날전 4실점 장면의 공통점은 볼의 방향을 빠르게 읽지 못하면서 판단력이 늦은게 문제였습니다. 두번째 실점 장면은 위치선정 불안까지 겹쳤죠. 골키퍼는 과감하게 결단하는 능력이 요구되지만 정성룡은 아직까지 그런 부분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정성룡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실력으로' 이운재를 벤치로 밀어냈습니다. 이운재의 K리그 부진 여파가 대표팀 골키퍼 경쟁으로 직결된 흐름이 없지 않지만, 그 사이에 정성룡은 안정감 넘치는 선방 및 능숙한 수비 컨트롤을 선보이며 자신의 급성장을 과시했습니다. 한국이 본선 1차전 그리스전에서 무실점 승리(2-0 승) 할 수 있었던 원인은 정성룡이 이운재 존재감을 확실하게 메웠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이후 경기에서 아쉬운 장면들이 있었지만, 이운재를 제치고 월드컵 본선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것 자체만으로 비범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이운재가 월드컵에서 골키퍼로 활약할거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정성룡의 클럽 월드컵 부진이 2011년 아시안컵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클럽 월드컵에서 산전수전 겪었던 경험이 아시안컵 맹활약을 자극하거나 또는 그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성룡의 단점을 큰 경기 경험 부족을 꼽습니다. 하지만 정성룡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및 2010 남아공 월드컵,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클럽 월드컵 무대를 밟았으며 K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표팀 No.1 골키퍼 경험이 풍부하게 쌓이지 않은것은 분명하며,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아시안컵이 중요한 척도로 작용합니다. 큰 무대에서 고비때마다 실점 위기를 막으며 한국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포스가 정성룡에게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여론에서는 정성룡 기량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운재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내년이면 41세가 되는 김병지와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이운재는 더 이상 대표팀에 복귀할 수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소속팀 수원에서 하강진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수원에서의 출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떠날 상황에 몰렸습니다. 기량까지 내림세에 빠졌기 때문에 대표팀 복귀 명분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만약 정성룡이 아시안컵에 부진하면 이운재 공백에 대한 불안감은 최악의 경우 '트라우마'에 빠질지 모릅니다. 한국 축구는 이러한 시나리오에 직면해선 안됩니다.

현실적으로는, 김용대-김진현 같은 백업 골키퍼 자원들이 정성룡에게 긴장감을 심어야 합니다. 대표팀에서 이운재 후계자가 정성룡이 아니라는 각오로 말입니다. 다만, 김영광이 무릎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흠입니다. 그런 정성룡은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확고한 우세를 점하여 No.1 골키퍼임을 재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던 이운재의 저력을 이제는 정성룡이 재현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한국 축구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걱정하지 않으려면 정성룡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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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일이 아닙니다.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5대5 미니게임에서 직접 골키퍼 장갑을 착용하고 골키퍼 역할을 맡은 것은 어찌보면 좋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입니다. 한 나라의 대표팀 수장이면 그만큼의 권위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며, 훈련 도중에 골키퍼를 맡은 것은 감독 체면에서 자의적으로 하고 싶은 행동은 아닙니다.

골키퍼를 맡은 허정무 감독의 속마음은 좋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대표팀 선수 차출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고 K리그 소속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가 늦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 이틀 동안 해외파 10명만 참가하고 골키퍼가 없는 '반쪽 훈련'을 치르면서 어쩔 수 없이 허정무 감독과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직접 골키퍼 장갑을 손에 착용했습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게 아니라 골키퍼 맡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아마추어 축구부 골키퍼 데려오기에는 대표팀 체면과 위신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지난 이틀 동안 대표팀의 전술을 가다듬기 위한 전술 훈련이 없었으니, 훈련 성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대표팀 훈련을 지휘해야 할 허정무 감독의 마음이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해외파 10명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해외 소속팀에서의 고된 시간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국내에 들어왔더니, 감독이 골키퍼를 맡고 선수 인원 숫자가 부족한 훈련에 임하고 있는 겁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된게 아닌가 염려스럽습니다. 박지성이 훈련 종료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족구팀도 아니고 골키퍼도 없는데 뭐..."라며 안타까워했죠.

물론 허정무 감독이 훈련 도중에 골키퍼를 맡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인원 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골키퍼를 맡은 것은 한국 축구에 있어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야구로 치면 WBC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이 연습 도중 직접 포수 마스크를 쓰고 10명의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10명이면 천하무적 야구단 선수 숫자와 똑같습니다.(백업선수 이현배 포함) 이게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이제 감이 잡히는지요.

축구협회와 연맹의 갈등도 축구팬 입장에서 낯뜨겁습니다. 축구협회는 선수 차출을 강력히 요구했고 연맹은 A매치 48시간 전에 소집에 응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룰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주장하니 갈등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서로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대를 존중하기보다 남의 탓만 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짓기 보다는 서로 싸우겠다고 으르렁거리니 축구계 혼란만 부추겼고 결국에는 자중지란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의 잘못이라는 것이 여론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이 1년도 안남았기 때문에 K리그 선수들의 대표팀 조기 차출 및 지속적인 협력을 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K리그에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K리그는 그동안 수없이 대표팀 차출로 인한 적지 않은 손해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대표팀 차출을 둘러싼 축구협회와 K리그와의 갈등이 몇년째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2003년 4월 A매치 일본전 이전, 당시 수원과 안양(현 FC서울)의 사령탑이었던 김호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 축구협회에 반기를 들었고 그것이 점점 쌓이고 또 쌓이면서 갈등의 폭이 더 커지고 말았습니다.

연맹이 9월과 10월 A매치 데이가 토요일에 있음에도 그 다음날 K리그 일정을 잡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FIFA 규정에 의하면 A매치 일정이 국가 특성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다음주 9일~10일에도 A매치 합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A매치 흥행 목적 때문일지 몰라도 토요일 일정을 고집했습니다. 다음달 11일 토요일에 예정되었던 세네갈전을 14일로 연기하여 K리그와의 일정 중복은 피했지만 문제는 이번 호주전입니다. 호주전 다음날에 K리그 7경기가 열리기 때문이죠. 물론 연맹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호주전만이라도 축구협회에 양보했다면 갈등은 커지지 않았을겁니다. 대표팀보다 자국리그가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일은 융통성이 더 필요했습니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인터뷰도 불편합니다. 갈등의 원인을 연맹의 행정 문제로 돌리고 있으니 축구협회와 연맹의 논란을 부추기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슈퍼스타의 말이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습니다. 선수 개인의 의견으로 가볍게 넘어갈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러기에는 두 선수가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습니다. 축구협회의 잘못으로 몰려있던 여론의 반응이 박지성-이영표의 발언에 의해 축구협회쪽에 명분이 실렸으니 축구팬 입장에서 답답할 일입니다. 야구 500만 관중을 운운하며 연맹의 관중 유치를 문제삼은 축구협회 간부 출신의 모 K리그 감독 발언은 그야말로 실망입니다.

어찌되었건 호주전은 오는 5일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강행합니다. K리그 소속 대표팀 선수들은 오늘 대표팀에 합류하여 해외파 10명과 함께 발을 맞추게 됩니다. 허정무 감독이 손에 끼던 골키퍼 장갑도 이제는 이운재와 김영광, 정성룡 같은 K리그 골키퍼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연맹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대립각만 커지면서 앞으로도 선수 차출을 놓고 싸울 것임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1월 대표팀 장기 합숙 훈련을 놓고 두 단체의 갈등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K리그에 있어 대표팀 장기 합숙훈련은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죠. 대표팀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대표팀 선수이기 이전에는 K리그 선수이며 당연히 직장은 K리그 소속입니다. 이러다간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그저 혼란스러운 일이죠.

결국 죽어나는건 허정무 감독입니다. 축구협회와 연맹이 선수 차출을 놓고 싸우는데 훈련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훈련 도중 골키퍼 장갑을 쓰며 직접 골키퍼 역할을 맡았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훈련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고 분위기 마저 어수선한 상황에서 성적 및 전술에 대한 여론의 압박까지 시달리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대표팀 감독직이 힘들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핌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차출 갈등과 여론의 압박 같은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아시안컵 종료 후 바로 사직했습니다. 또한 선수들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대표팀 훈련장 분위기가 무거우니 기분좋게 파주 NFC에 들어올 사람이 줄어들지 모를 일입니다.

대표팀 차출 논쟁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지금의 축구 환경은 앞날의 한국 축구에 손해가 될 뿐입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스타들이 앞으로 20~30년 뒤에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09년의 허정무 감독처럼 훈련 도중에 골키퍼 장갑을 쓰고 있지 않을까 염려 됩니다. 아니면 그것보다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겠죠. 한국 축구의 앞날을 생각하면 지금의 이 사태가 참으로 갑갑할 따릅입니다. 최근 축구 게시판에서 '내가 왜 축구팬을 하고 있나'와 같은 탄식성의 의견들이 나오는지를 한국 축구를 구성하는 사람들 모두가 인지해야 합니다.

p.s : 참고로 축구협회와 연맹은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이라는 건물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 건물 내에서 두 조직이 서로 소통의 부재에 빠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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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축구 선수는 노쇠화가 찾아 올 것이고, 과체중에 시달리는 축구 선수는 퇴보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축구팬의 고정관념이 맞는 말이라면, '거미손' 이운재(36, 수원)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속팀 수원에서는 No.2 박호진에 밀려 벤치를 뜨겁게 달구고 있을지 모릅니다. 혹은 은퇴했을지 모르죠.

하지만 이운재는 여전히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뛰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 119경기째 A매치를 치른 것을 비롯해서,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에서 1골만 허용하여 '대표팀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허정무호가 골 결정력 저하 속에서도 23경기 연속 무패행진(11승12무)으로 지지않는 팀 컬러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이운재의 존재감이 허정무호를 강하게 만드는 큰 힘이기 때문입니다. 대표팀의 약점인 수비 라인을 조율하면서 고비때 마다 신들린 선방으로 팀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그의 경기력은 여전히 '명불허전' 이었습니다.

사우디전에서는 '왜 이운재가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인가?'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운재는 그동안 많은 국제 경기를 통해 다져진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선방,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배짱을 앞세워 대표팀의 실점 위기를 막아냈습니다. 사우디가 전반 초반부터 공격력에 불을 뿜었지만 결정적인 실점 위기 상황에서 여러차례 슈퍼 세이브로 막아내며 무실점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죠. 특히 후반 17분 알 샴라니와의 1대1 상황에서는 문전에서의 지능적인 위치선정으로 상대가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좁히면서 실점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운재의 활약상이 놀라운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은퇴 시점에 다다른 36세 노장이며 또 하나는 4년째 뱃살 논란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앞에서 언급한 축구팬의 고정관념 두 가지를 극복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그의 포지션이 골키퍼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실력은 물론이요, No.1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죠.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선수 생명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력있는 골키퍼만 가능한 일입니다. 로테이션으로 경기를 거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No.1이 아닌 골키퍼들은 열외 없이 벤치를 지켜야만 합니다. 또한 감독이 교체되면 노장급 골키퍼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대교체라는 명목으로 혹은 팀의 쇄신을 위해 가장 먼저 칼을 대는 존재는 다름 아닌 노장 골키퍼입니다.

그런데 이운재는 히딩크호를 시작으로 해서 쿠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그리고 지금의 허정무호에서 붙박이 주전 골키퍼로 뛰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감독 교체가 잦았고, 2년 전 아시안컵 음주파동이라는 시련이 있었고, 2004년부터는 김영광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서 자신의 존재를 위협했지만 여전히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선수 보는 '눈'이 국내에서 톱클래스로 꼽히는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주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실력 이외에 그 무언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노력' 이었습니다. 만약 이운재가 노력하지 않는 골키퍼였다면 2006년을 기점으로 끝없이 내림세에 빠졌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 해에 수원에서 No.2 박호진에 의해 주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죠. 그 원인으로는 박호진이 자신의 대표팀 차출 기간 동안 맹활약을 펼친 요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95kg까지 불어났던 몸무게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이운재는 2006시즌 종료 후 체중 감량에 돌입하면서 수원에서의 명예 회복을 위한 다짐을 세웠습니다. 모 지방팀의 영입 공세를 뿌리쳤을 정도로 No.1을 되찾기 위해 이를 갈았던 것이죠. 그러더니 2007시즌에 80kg대 후반의 몸무게로 감량하더니 소속팀의 No.1 자리를 되찾으면서 그해 여름 아시안컵에 출전하여 '팔렘방의 영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뱃살 논란 만큼은 지금까지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지금도 이운재의 배가 접힌 유니폼 사진을 보면서 '돼운재(이운재 비하 용어)'를 운운하며 그를 비난했습니다. 이운재는 그때마다 "평소 많은 음식을 먹지 않지만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다"는 반론을 내세우면서 꾸준한 식이요법과 체력 훈련을 통해 90kg대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타고난 실력에 자만하지않고 부단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세가 있었기에 박호진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이후부터 온갖 어려움들을 이기고 수원과 허정무호에서 No.1으로 롱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운재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동안 팬들에게 안좋은 이미지로 낙인찍혔기 때문이죠. 하지만 축구 선수는 어디까지나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으로 말할 뿐입니다. 노력하는 선수는 실전에서 실수하는 일이 있어도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경기에 꾸준히 출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벤치에서 쓸쓸히 경기를 지켜봐야 합니다. 감독 입장에서도 현실에 안주하는 선수는 팀 전력 향상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골키퍼는 단 한 명의 선수만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의 신뢰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축구의 진리이며, 이운재가 땀 흘리며 노력한 끝에 얻어냈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인 에드윈 판 데르 사르는 3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No.1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판 데르 사르와 동갑인 김병지도 경남의 주전 골키퍼로 뛰고 있으며 그보다 1살 어린 최은성은 오랫동안 변함없이 대전의 간판 수문장으로 활약중입니다. 또한 '골 넣는 골키퍼'로 유명했던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는 현역 시절 공식 몸무게가 89kg이었지만 실제 몸무게는 100kg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No.1이 되기 위해 부단이 노력했던 선수들입니다. 골키퍼에서 No.2, 즉 2등은 곧 실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나는 노력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죠. 이운재도 그 중에 한 명입니다.

어쩌면 이운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주전 골키퍼로 뛰는 꿈을 꾸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지금까지 신들린 선방을 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운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황선홍, 홍명보에 이어 월드컵 최다 대회 출전 기록(4개 대회) 타이를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홍명보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5경기)까지 갈아치울지도 모를 일입니다. 36세의 나이와 뱃살 논란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No.1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이운재의 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p.s : 며칠전 다른 포스팅에서 이운재 은퇴와 관련된 내용을 접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질문에 "이제는 그런 욕심보다도 이제는 후배들이 주역이 돼서 짊어지고 나가야 할 시간인 것 같다. 후배들을 위해서 서포터즈를 많이 해줘야 되겠다"며 간접적으로 은퇴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K리그 시상식에서 가진 <스포탈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는 은퇴와 관련된 질문에 "아직 수원과 2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더 남았다. 그동안 선수로 노력해야 한다. (은퇴에 대해서) 아직 큰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지만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은퇴 가능성을 일축 했습니다. 두개의 인터뷰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이운재 본인이 은퇴에 대한 확고한 결정을 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국내 골키퍼 중에서 이운재(36, 수원)만큼 축구팬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던 선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K리그에서 안티팬들이 많은 팀 중에 한 팀인 수원에서 10년 넘게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자신의 위치와 거리가 가까운 상대 서포터들에게 갖은 모욕과 야유를 당했죠. 골키퍼는 축구장에서 상대팀 팬들에게 가장 공격을 많이 받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이운재를 향한 자극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2년 전에는 모 서포터즈가 이운재를 비방하는 플랜카드와 비방성 구호를 외치며 '도 넘은' 응원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2006년 95kg까지 불어났던 몸무게 때문에 상대팀 서포터즈로부터 '돼운재'라는 심한 모욕까지 들으며 경기를 치러야만 했죠. 자신을 향한 상대팀 팬들의 인신공격을 들었지만 어떠한 도발도 일삼지 않고 경기에만 몰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2년 전에는 음주파동으로 국민적인 질타를 받으면서 '한국 축구의 수치'로 낙인 찍히고 말았습니다. 최근에는 뱃살 논란으로 마음고생하면서 여전히 안티팬들의 공략 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운재가 마음 속으로 겪어야만 했던 스트레스는 일반인이 상상을 불허했을 정도였을 겁니다. 과체중이라는 지적은 둘째 치더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른 팬들의 모욕은 머릿속으로 쉽게 이겨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어느 K리그팀의 붙박이 주전 골키퍼로 활약중인 모 선수는 5년 전 자신을 향한 비방 구호를 외친 상대 서포터즈에게 발끈한 적이 있었고(제가 경기장에서 직접 봤습니다.) 울산 골키퍼 김영광은 2년 전 '욱한 감정에' 모 서포터즈에게 물병을 투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운재는 어떠한 도발도 일삼지 않고 경기에만 몰입하여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그랬던 이운재가 최근 뱃살 논란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입니다. 지난 2월 23일 미국 LA서 가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프로 데뷔후 최고의 성적을 올린 지난해에도 내 체중은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체중이 아니라 기량으로만 평가받고 싶다.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말라"며 자신을 '돼운재'라 부르는 안티팬들에 대한 불만의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어 그는 "내 체중이 경기력에 문제가 된다면 은퇴하겠다"며 자신의 체중 논란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비단 안티팬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월 11일 이란전에서 자비드 네쿠남에게 프리킥골을 허용하자 '움직임이 날렵했다면 네쿠남의 실점은 막을 수 있었다. 이운재는 뱃살이 문제다'는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으며 혹독한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이에 이운재는 "다른 누군가가 골키퍼를 맡아도 100% 실점한다"고 했지만 많은 팬들의 원망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동안 과체중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어떠한 변명거리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론에서는 이운재의 과체중을 비롯 뱃살이 볼록히 튀어나온 원인으로 '자기관리 부족'을 지목합니다. 그동안 과체중 논란으로 지구촌 축구팬들의 우려를 샀던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의 몰락 시나리오처럼(가깝게는 전 수원 공격수 나드손의 몰락처럼) 이운재도 그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죠. 그런 만큼, 과체중은 운동 선수의 기본인 자기관리 부족과 밀접합니다. 이러한 반응에 음주파동이라는 지난날의 잘못까지 더해지면서, 안티팬들을 비롯하여 '선수 비방이 많은 유형'에 속하는 축구팬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운재를 향한 뱃살을 집중 공격하여 그를 흔드는데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운재는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1994년 올림픽대표팀 시절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으로부터 "살 빼지 않으면 대표팀에 부르지 않겠다"는 핀잔을 받고 과도하게 다이어트에 매진하다 폐결핵 2기 판정을 받아 1년 넘게 축구를 접어야만 했습니다. 평소 많은 음식을 먹지 않지만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기 때문에(이운재 주장으로는) 체중이 다른 누구보다 많은건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뱃살이 두둑하게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죠. 그런 체중 문제가 지금은 뱃살 논란으로 확대 되었으니, 이운재 본인으로서도 마음 고생이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운재가 여론의 지적처럼 자기관리가 부족했던 선수라면 지금쯤 K리그에 없거나 지방팀 선수로 활약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소속팀 수원에서 박호진에게 주전을 내줬는데,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온갖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다시는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2006시즌을 벤치 워머로 끝마치고 모 지방팀의 영입 공세를 받았지만 스스로 백의종군을 택하여 차범근 감독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갖은 힘을 다했습니다. 그런 성과가 있었기에 2007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태극 마크를 달 수 있었고 36세인 지금까지 건재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여론 안팎에서는 이운재가 히딩크호 시절부터 지금의 허정무호까지 셔틀런(20m 왕복 달리기)에서 꼴찌한 것을 예로 들며 '자기 관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에 이운재는 그동안 여러차례 "달리기가 골키퍼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의 전부는 아니다"며 재차 강조했습니다.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인 이운재로서는 당혹스러울 밖에 없죠.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처럼 그라운드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곳이 아닌 문전을 지키는 시간이 많은 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운재의 축구 인생에 있어 제2의 전성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난해 K리그에서 수원의 더블 우승을 이끌었고 특히 정규리그 39경기에서는  단 29골만 허용하여 경기당 0.74실점의 '0점대 실점률'을 기록했습니다.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선수들보다 뛰어난 선방을 과시한 것이죠. 그런 활약이 있었기에 2008시즌 K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뽑힐 수 있었던 겁니다. 오죽하면 허정무 감독이 정성룡-김용대-김영광-염동균을 탐탁치 않게 여길정도로 자신의 노련한 실력을 인정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순발력에서는 이운재보다는 젊은 골키퍼들이 우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이운재는 자기관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느려진 것이 아니냐?'는 일부 팬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이운재는 지금도 국가대표팀의 주전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수비수들의 균형을 조율하는 능력, 그리고 지난 북한전에서 증명한 것 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선방 능력이 여전히 국내 최고이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운재가 후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만, 축구판에서도 사회처럼 엄연히 실력이 중시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운재가 선택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축구 선수는 실력으로 말하듯, 이운재는 과체중 및 뱃살 때문만으로 자기관리가 부족한 선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젊은 선수 위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허정무호를 짊어지기 위해서는 노련한 선수가 반드시 필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운재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클 것입니다. 앞으로 극심하게 부진하지 않는 이상, 이운재는 2010년 월드컵까지는 대표팀의 수문장으로 활약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사실, 골키퍼 자리는 필드 플레이어들에 비해 생명 연장이 길은 편입니다. 신의손은 43세까지 프로팀의 붙박이 주전 골키퍼로 뛰었고(45세였던 2005년에 은퇴) 김병지는 한국 나이로 40세인 올해 경남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중입니다. 얼마전 1310분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나이도 김병지와 동갑입니다. 이운재는 만으로 치면 36세입니다. 그러나 많은 나이까지 자신의 출중한 기량을 쭉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 없이는 No.1 자리에서 오랫동안 롱런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운재는 자기 관리가 부족한 선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물론 2000년대 중반 부터 뱃살 논란에 시달리며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돼운재'라고 비아냥을 받는 것은 이운재 자신도 반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인데다 이제는 몸이 웬만한 젊은 선수 같지 않은 노장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뱃살 논란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운재를 향한 인신비방성 모욕과 자기관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선수에게 가혹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운재로서도 내년 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해서는 지금의 체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선수 몫일 뿐입니다. 올해 36세인 만큼 이제는 본인이 알아서 할 때가 된지 이미 오래되었고, 어떻게 하면 도태된다는 것을 3년 전 수원에서 No.2로 밀린것을 통해 본인 스스로 겪어봤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기장에서 사력을 다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이운재는 여전히 한국 축구에 필요한 선수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