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삼성의 올 시즌 목표는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우승 입니다. 두 대회 우승을 통해 K리그의 명문 및 인기 구단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 시키겠다는 것이 그것이죠. 2008년 K리그 우승으로 근래에 정규리그를 제패한 경험이 있는데다 '우리는 아시아의 챔피언'을 모토로 그동안 ACL 우승을 간절하게 염원했기 때문에 올해 두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우선, 수원에게는 '짝수 징크스'가 있습니다. 2004년 차범근 감독 부임 이후 짝수해에 좋은 결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죠. 2004년 후기리그 및 정규리그 우승, 2006년 하위권으로 떨어진 성적 부진 속에서 일궈낸 후기리그 우승 및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2008년 정규리그 및 하우젠컵 우승이 바로 그것입니다. 반면에 홀수해에는 약했습니다. 2005년 정규리그 9위 및 ACL 32강 탈락, 2007년 무관, 2009년 정규리그 10위 및 ACL 16강 탈락으로 부진했습니다. 짝수해인 올해라면 K리그와 ACL에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K리그-ACL 동시 우승은 힘들다, 하지만 수원이라면?
K리그와 ACL 동시 우승은 힘든 일입니다. 지난 3년간 ACL에서 우승했던 팀들의 공통점은 그해 자국리그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2007년 ACL 우승팀인 우라와 레즈는 J리그 2위, 2008년 우승팀인 감바 오사카는 J리그 8위, 2009년 우승팀인 포항은 정규리그 2위 및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습니다. 공교롭게도 3팀의 공통점은 체력 저하로 어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우라와와 포항은 시즌 막판 급격한 체력 저하로 무너졌고 감바는 시즌 내내 최상의 폼을 보여주지 못해 중위권을 전전했습니다.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2007/08시즌의 맨유, 2008/09시즌의 FC 바르셀로나처럼 정규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동시 우승한 클럽들이 최근 두 시즌 연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정규리그와 ACL을 동시에 우승할 수 있는 레벨의 팀이 근래에 없었습니다. 정규리그와 ACL 우승에 모두 초점을 맞추기에는 체력적인 어려움이 따른점도 있었고, 특히 K리그와 J리그 같은 경우에는 전력적인 평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2008년 K리그 우승팀인 수원이 이듬해 10위, J리그의 강호인 우라와와 나고야가 지난해 가을 8위와 9위 추락으로 고전했는데 이러한 행보는 두 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수원이라면 K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내구성이 있을것입니다. 2005년 봄에 A3대회-슈퍼컵-하우젠컵을 제패했으나 그해 5월 24일 선전 원정 0-1 패배로 ACL 32강에서 탈락했고 그 여파로 정규리그에서 끝없이 미끄러졌습니다. 주축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를 소화한데다 선전 원정 4일전에는 첼시와의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습니다. 결국 수원은 시즌 내내 줄 부상에 시달리며 최정예 스쿼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그 여파가 ACL과 K리그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나타났습니다. 4년 뒤에는 다시 두 대회 일정을 병행했으나 주축 선수들의 이탈 여파로 눈부신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행보는 다를 수 있습니다. 2005년과 2009년에 아픔을 겪었던 것이 2010년에 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밑천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수원은 로테이션이 활발한 팀입니다. 체력적으로 고전하는 선수가 있으면 선발에서 제외하거나 백업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달 27일 전북전에서 선발로 뛰었던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6일 부산전에 선발로 나왔던 선수는 6명 이었습니다. 로테이션의 활발함은 체력적인 무리없이 K리그와 ACL을 병행할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수원의 전력은 냉정히 말해 K리그 우승권이 아니며 ACL을 제패할 수 있을만한 전력적인 강점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수원보다는 전북이 K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김승용을 비롯해 새로운 외국인 선수인 르보렉-펑샤오팅의 정착으로 지난해보다 전력이 더 강해졌습니다. 전북 뒤에는 포항-서울이 우승에 강력하게 도전하는 형태입니다. ACL로 눈을 돌리면 전북은 AGAIN 2006, 포항은 2연패를 단단히 벼르고 있으며 일본과 중동 클럽들의 우승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수원의 2010년 스쿼드는 더블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에 비해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급 골잡이 에두, 통곡의 벽 마토, 오른쪽 풀백이었던 이정수(마토-곽희주가 주전 센터백이었죠), 타겟맨 신영록의 공백이 여전히 아쉬운데다 '골든 보이'로 불렸던 백지훈의 폼이 2년 전보다 주춤하며 이관우는 장기간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양상민-마토-곽희주-송종국(이정수)'로 짜인 포백의 견고함을 통해 많은 승리를 챙겼지만 2010년에는 최근 두 경기 연속 3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지난해 수원의 약점은 골 이었습니다. 정규리그 28경기에서 29골에 그쳤기 때문이죠. 에두가 2008년보다 폼이 떨어진데다 이상호-하태균-서동현까지 부진하면서 득점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측면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루트 및 롱볼 축구에 발목이 잡힌데다 조원희의 이적 여파로 중원의 무게감이 작아지면서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여기에 리웨이펑-곽희주-알베스로 짜인 3백은 호흡 미숙으로 고전을 면치 못해 상대팀에게 번번이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수원이 시즌 도중에 다시 4백으로 바꾼 것은 3백이 실패작이었음을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2009년보다는 내실이 튼튼합니다. 신인 선수인 오재석-양준아가 지난 6일 부산전 4-3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해 팀의 부활을 위한 뉴페이스로 떠올랐고 서동현이 두 골을 넣으며 부활 성공을 벼르고 있습니다. 호세모따도 두 골을 기록해 수원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알렸고 이길훈은 측면 공격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수비수였던 주닝요는 부산전을 통해 중앙 미드필더 정착 가능성을 알렸고 주장인 조원희의 가세가 수원의 푸른 날개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부상으로 빠진 김두현-홍순학-염기훈-강민수까지 가세하면 전력이 막강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던 포항의 행보도 수원이 참고해야 할 부분입니다. 포항은 지난해 3월 7일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승리했으나 그 이후 성적 부진에 빠졌고 3개월 뒤에야 정규리그 2승을 올렸습니다. 2승을 기록하기까지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2승7무2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비록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 3백에서 4백으로 전환하고, 김재성과 김태수를 공격의 구심점으로 맞춰놓고, 노병준의 측면 돌파에 무게감을 실었던 원동력이 정규리그에서의 폭발적인 오름세와 ACL 우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즌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수원이 명심해야 합니다. 차범근 감독이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한다면 수원의 우승 가능성은 결코 없는 것이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2006년과 2009년 ACL 우승팀인 전북과 포항은 전년도 FA컵 우승으로 ACL에 참가했던 팀입니다. 수원은 2009년 성적 부진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으나 FA컵 우승으로 ACL 출전권을 다시 따냈습니다. 여기에 짝수 징크스까지 적용하면, 차범근 감독 부임 이후 아시아 무대에서 고개를 숙였던 수원의 푸른 날개가 활활 타오를지 모를 일입니다. 과연 수원이 올해 K리그와 ACL을 동시에 제패하여 K리그 슈퍼클럽의 진면모를 과시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