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2)의 소속팀인 볼턴은 지난달 21일 블랙번전 0-3 완패까지만 하더라도 강등이 유력한 듯 싶었습니다. 당시 볼턴은 리그 18위로 떨어져 강등권에서 허우적거린 것을 비롯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무득점 및 무승(2무3패)으로 부진했습니다. 이반 클라스니치와 게리 카힐 같은 공격과 수비의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요한 엘만더와 잿 나이트의 불안한 경기력이 도마위에 올랐고 잭 윌셔-블라디미르 바이스 같은 임대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은 체력 저하로 폼이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랬던 볼턴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울버햄턴전 1-0 승리, 지난 7일 웨스트햄전 2-1 승리로 프리미어리그 2연승을 달리며 18위였던 성적을 13위(29점, 7승8무13패)로 끌어 올렸습니다. 18위에 처진 헐 시티(24점, 5승9무14패)와 승점 5점 차이를 내며 강등권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것을 비롯, 승점 34점으로 리그 11위와 12위를 기록중인 스토크 시티와 블랙번을 5점 차이로 추격해 리그 10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습니다. 체력 저하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이청용은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도움)를 기록하는 에이스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볼턴은 올 시즌 중반부터 강등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조로운 공격 전개 및 롱볼 축구의 기존 색깔에서 미드필더진의 아기자기한 공격 패턴으로 바꾸는 과도기에 있다보니 케빈 데이비스와 메튜 테일러 같은 기존 주 득점원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데다 경기력도 꾸준하지 못했습니다. 팀의 공격을 주도하거나 공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었고, 측면에는 션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아 이청용의 체력 부담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27일 번리전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 실점을 거듭하는 불안한 수비조직력을 일관했습니다.
그랬던 볼턴이 변화를 줬던 시점이 지난 1월 오언 코일 감독 영입 이었습니다. 볼턴의 공격을 롱볼에서 기술 축구로 바꿀 수 있는 적임자가 코일 감독 이었기 때문입니다. 윌셔-바이스의 임대와 미국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스튜어트 홀든의 영입은 코일 감독의 전술 역량을 최대화 시키기 위한 의도였죠. 비록 지난달에는 이청용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체력 저하 여파로 무기력한 경기력을 거듭하며 다시 롱볼로 전환했지만, 블랙번전 0-3 패배 이후부터 전열을 가다듬더니 최근 2연승으로 이전과 다른 축구를 하게 됐습니다.
볼턴이 승리했던 울버햄턴전과 웨스트햄전의 공통점은 두 경기 모두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는 것입니다. 볼턴은 두 경기 점유율에서 각각 44-56, 41-59(이상 %)로 열세를 나타냈는데, 이것은 볼턴의 경기 운영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형적인 역습 작전을 펼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에 대한 소유시간을 늘리며 활발한 공격 전개를 노리기 보다는 후방에서 미드필더진으로 찔러주는 빠른 타이밍의 종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드는 공격력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특히 웨스트햄전에서는 패스 숫자에서 222-355(개), 슈팅 숫자 17-21(개)의 열세를 나타냈음에도 2-1로 승리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역습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수비 라인을 골문 밑으로 내리고 미드필더들이 포백과의 간격을 좁혀 압박에 치중하면서 상대 미드필더 라인을 볼턴 진영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상대 공격을 끊으면 그 즉시 오른쪽 측면에 있던 이청용쪽으로 빠르게 종패스를 연결했고, 이에 이청용은 단독 돌파로 전방을 질주하거나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하며 팀의 역습을 주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웨스트햄이 볼턴의 역습을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미드필더들이 볼턴의 수비 작전에 말려 지나치게 윗쪽으로 쏠리면서 포백과의 간격이 벌어졌고, 상대의 역습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커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판단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볼턴은 상대 미드필더진이 흔들거리는 것을 틈타 그들의 뒷 공간을 노리는 종패스를 연결하며 수비 상황에서 순식간에 공격 상황으로 연출하는 능수능란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래서 전반 10분 이청용의 오른쪽 크로스가 케빈 데이비스의 헤딩골로 이어지면서 리드를 잡더니 5분 뒤 윌셔의 추가골로 역습 과정에서 두 골을 넣었고 이것이 2-1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이러한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은 강등권 탈출의 시작이었던 울버햄턴전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미드필더를 아래로 끌어 내리면서 상대 허리진을 윗쪽으로 끌어 올렸는데, 상대 공격을 끊으면 그 즉시 이청용-무암바의 빠른 드리블 돌파를 통해 경기의 기세를 잡았습니다. 드리블 돌파 이후에는 쉐도우인 엘만더와의 연계 플레이를 노리며 상대 수비의 허점을 공략했고, 전반 47분 이청용이 왼쪽 측면 코너킥 지점에서 상대팀 선수를 제치고 문전쪽으로 전진패스를 연결하여 나이트의 결승골을 엮었습니다. 무엇보다 홀든이 상대 공격 루트를 미리 읽으며 길목을 봉쇄하는 홀딩 능력과 세밀한 공격 차단이 있었기에 중원이 안정되었고 이것은 수비 안정과 역습 향상이라는 두 가지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볼턴이 전형적인 역습으로 전술을 바꾼 이유는 수비 불안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비가 약하면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공격수들이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연쇄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나마 볼턴은 게리 멕슨 전 감독 시절에 잦은 실점 속에서도 꾸준히 골을 넣었지만 번번히 경기를 이기지 못해 강등권에 추락했고 사령탑이 교체 됐습니다. 그래서 코일 감독은 미드필더를 밑으로 내려 포백의 수비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를 노리면서 빠른 패스 타이밍에 의한 역습으로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기존 수비진의 개인 실력이 부족하고 존 디펜스가 더 이상 향상 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드필더들의 수비 비중을 높였죠.
그 전략이 최근 두 경기에서 적중했습니다. 상대팀의 숫자가 볼턴 진영으로 몰리면, 볼턴 미드필더진은 무암바를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하여 그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집중합니다. 이청용도 이 과정에서는 오른쪽 풀백인 그레타 스테인손과의 간격을 좁히며 상대의 측면 공격 길목을 사전에 차단합니다. 동료 선수가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 그 즉시 전방쪽으로 빠르게 치고들어 역습 자세를 취하고, 그 과정에서 공을 잡으면 팀의 빌드업을 엮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취합니다. 이러한 이청용 중심의 역습은 볼턴이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볼턴 오름세의 또 다른 원인은 데이비스와 엘만더의 역할이 철저하게 나뉘어졌습니다. 기존에는 두 선수 모두 최전방에 포진하여 후방 옵션을 기다리는 움직임을 취했으나 미드필더들의 활동량 부담만 키우고 팀의 공격이 번번이 끊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 경기에서는 엘만더가 쉐도우로 내려가 이청용을 비롯한 후방 옵션들의 전진 패스를 받아내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근처에 있는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유도하면서 볼턴의 역습 임펙트가 커졌습니다. 그 효과는 이청용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무리한 움직임을 줄이면서 데이비스의 타겟 역량이 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경기력이 꾸준히 유지되면, 볼턴은 리그 경기를 몇 경기 남기고 강등권 탈출에 성공해 그 이후 일정을 여유롭게 보낼지 모를 일입니다.
By. 효리사랑 (트위터 : bluesoc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