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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퍼거슨 감독이 나니 방출을 반대한 이유

 

우리에게 '박지성 경쟁자'로 유명한 루이스 나니(2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나니는 지난 11일 한 포르투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선수 관리 방식을 비판한 것을 비롯 자신을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으며 팀을 떠날 것이 유력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나니의 방출을 반대하며 그가 맨유 전력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9일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를 통해 "AC밀란과 벤피카를 포함한 몇몇 팀들이 나니와 연루되었지만 실질적인 오퍼가 없었다. 맨유는 나니를 보낼 생각이 없다. 다른 팀이 1월 이적시장에서 오퍼를 보내도 나니의 이적은 없을 것이다"며 나니의 방출 및 이적설을 제기한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부정했습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나니는 발렌시아의 맹활약과 오베르탕의 등장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주전 도약)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았으면 좋겠다"며 나니가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우선, 나니는 21세였던 2007년 여름 1400만 파운드(약 280억원)의 거액 이적료로 맨유에 입단했으나 발전이 정체된 활약을 일관했습니다. 경기력이 전혀 늘지 않은데다 올 시즌에는 부정확한 패스 남발과 비효율적인 움직임으로 팀 전력을 고민에 빠뜨리게 했습니다. 기존에는 공격 포인트가 무기였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단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커뮤니티 실드를 제외한 올 시즌 16경기 출전 1골 2도움에 그쳐 공격 포인트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것이죠.

여기에 나니는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퍼거슨 감독을 공개 비판하면서 방출 위기에 몰렸습니다. 얼마 뒤 퍼거슨 감독에게 사과했지만 맨유가 A매치 데이 이후에 치른 3경기에 모두 결장해 팀에서의 입지가 위태롭게 됐습니다. 올 시즌 초반 라이언 긱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이제는 박지성의 부상 복귀와 가브리엘 오베르탕의 성장으로 경기 출전마저 장담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나니의 맨유 방출 가능성이 높았던 이유는, 나니와 비슷한 전례로 팀을 떠난 선수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죠. 인스-스탐-베컴-로이 킨-판 니스텔로이는 퍼거슨 감독 권위에 도전하거나 팀의 분위기를 최악으로 몰고간 끝에 퍼거슨 감독에 의해 가차없이 정리된 케이스입니다. 포를란-피케-젬바 젬바-클레베르손-리차드슨-곤칼베스 같은 될성부른 떡잎들도 맨유에서 성공하지 못해 팀을 떠났던 케이스죠. 나니는 두 가지 케이스에 모두 포함될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나니 방출을 반대하며 그를 끝까지 안고 가려는 것은 무언가의 이유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나니를 비싼값의 이적료로 다른 팀에 보내기 위해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합니다.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맨유는 선수 이적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 프로팀으로서 이적 대상 선수를 비싼값의 이적료로 다른 팀에 팔기를 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팀의 대형 선수를 영입하려면 나니와 트레이드 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다른 팀도 나니에 대한 존재감에 매력을 느껴야 트레이드가 원활하게 성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니가 맹활약을 펼치면 그의 이적료 값은 커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나니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슬럼프에 빠진 상황입니다. 지난 시즌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면 올 시즌에는 긱스-오베르탕에게 조차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지난 8월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의 기습적인 중거리 선제 골, 8월 22일 위건전 프리킥 골 이외에는 어떠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나니의 가치는 점점 떨어졌습니다. 내림세에 치닫는 상황에서 앞으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어라도 긱스-오베르탕-박지성을 넘어서는 경기력을 보여줄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은 나니에게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긱스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맨유 왼쪽 측면 옵션이 한 명 줄어들기 때문에 나니가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무릎 부상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오베르탕의 오름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는 나니에 대한 매리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하며 팀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맨유에서는 부진을 거듭하는 것이 나니의 현 주소입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미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니가 인내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떠한 노력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감독에게 불만을 피우기보다는 감독을 만족시킬 수 있는 꾸준한 맹활약을 앞세워 주전 경쟁에서 우세를 점할 것을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것이죠. 나니는 잠재력 만큼은 호날두 못지 않게 뛰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맨유에서 쏟아내기를 바랬습니다. 그 잠재력은 꾸준한 맹활약 끝에 주전 경쟁을 이겨내면서 비로소 강해지는 것이죠. 퍼거슨 감독은 나니의 잠재력을 여전히 믿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퍼거슨 감독은 지난 23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의 영입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5000만 파운드(약 1000억원)의 몸값을 기록중이다.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수 없다. 현재 스쿼드에 만족한다"며 이적시장에서 대박 영입이 없을 것임을 공언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1월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영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지난날의 전례를 상기하면 내년 1월도 마찬가지의 흐름이 전개 될 것입니다.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기존 스쿼드를 올 시즌 끝까지 계속 끌고 가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니도 그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셈입니다. 만약 나니를 방출하면 또 다른 대안으로 들어올 선수의 몸값이 만만찮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니를 잔류시킨 것입니다.

나니가 맨유에서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맨유의 주전 경쟁이 격화되어 스쿼드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에서는 주전 경쟁이 키워드였던 만큼, 나니의 분발을 유도하여 팀 전력이 상승되는 분위기를 노렸을 것입니다. 맨유가 첼시에게 선두 경쟁에서 밀린 현 시점에서는 기존 스쿼드의 내실을 키우는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퍼거슨 감독은 나니를 이용하여 맨유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한 것이죠.

퍼거슨 감독은 지난 2007년 10월 11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나니는 앞으로 맨유에서의 미래가 밝다. 굉장한 잠재력을 지녔으며 나는 그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나니가 맨유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나니의 잠재력 만큼은 맨유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니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번에 나니를 용서한 것은 마지막 믿음일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나니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경기력 향상에 전념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