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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평점 1위' 박지성 맹활약이 반가웠다

 

그동안 무릎부상으로 쉬었던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드디어 복귀했습니다. 지난 9월 20일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2개월 만에 복귀한 박지성의 컨디션은 시즌 초반보다 더 좋았으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박지성은 26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 5차전 베식타스전에서 선발 출전했습니다. 이날 67분 동안 그라운드를 질주하여 패스 연결과 공간 창출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고 공격의 효율성도 시즌 초반보다 좋았습니다. 비록 팀은 0-1로 패했지만 박지성이 경기 내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은 이날 맨유의 소득이자 선수 본인에게 올 시즌 성공을 위한 자신감을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평점 7점을 부여받아 가브리엘 오베르탕과 함께 팀 내 평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우선, 박지성의 컨디션은 시즌 초반보다 좋았습니다. 시즌 초반이었던 지난 9월초 국내에서 호주전을 치르면서 컨디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여기에 감기 몸살과 무릎 부상까지 겹치면서 12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릎 부상에서 벗어났고 12경기 연속 경기를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몸이 가벼운 상황에서 베식타스전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첫 시작은 좋았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1분 왼쪽 측면에서 왼쪽 풀백 하파엘에게 공을 받아 전진한 뒤 오른쪽에 있던 오베르탕에게 날카롭고 정확한 대각선 패스를 연결하며 동료 선수에게 공격 기회를 밀어줬습니다. 패스 거리가 길었음에도 정확하게 연결된 것은 베식타스전에 대한 느낌을 좋게 했습니다. 5분에는 베식타스가 맨유 진영쪽으로 공을 끌고 올때 포백까지 내려와 하파엘과 수비라인을 유지했습니다. 1분 뒤에는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과감한 중거리슛을 날리며 공격에 물꼬를 텄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안데르손-깁스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의 패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중원에서 볼 점유율을 끌어올려 상대 미드필더진의 뒷 공간을 파고들어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대각선 방향에서 날라오는 패스를 받거나 하파엘의 전진패스를 받으며 왼쪽 측면 공격을 노렸습니다. 전반 16분에는 박지성이 왼쪽에서 마케다를 향해 크로스를 날리며 왼쪽에서 꾸준히 공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3분 뒤 호드리고 테요에게 왼발 중거리 선제골을 허용했는데 하파엘이 상대를 느슨하게 마크한 것이 화를 자초했습니다.

0-1로 뒤진 맨유의 공격 패턴은 박지성의 왼쪽으로 쏠렸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왼쪽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활발히 패스를 연결하고 빈 공간을 창출하여 하파엘이 오버래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22분 팀의 공격 과정에서 3번의 짧은 스루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하여 팀의 공격 의지를 높였고 26분에는 왼쪽 문전 바깥에서 마케다에게 전진패스를 이어줬습니다. 특히 하파엘과 왼쪽 측면에서 척척 호흡을 맞추면서 공격을 전개했던 것이 경기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른쪽에 있던 오베르탕에게 공이 잘 오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하지만 맨유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골을 넣는데 실패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부지런히 공을 돌렸음에도 웰백-마케다 투톱이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내는 움직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손과 깁슨이 상대 뒷 공간을 파고드는 패스보다는 횡패스와 짧은패스 위주의 공격을 전개하면서 상대 수비진에 읽히기 쉬운 패스를 남발했습니다. 이것은 마케다와 웰백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둘러쌓이고 팀의 공격 마무리가 떨어지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후반 초반에는 베식타스에게 볼 점유율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전반전에 활발한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확실한 공격 마무리를 짓지 못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것이 상대에게 공격 기세를 내주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10분 박지성이 문전 정면에서 날린 왼발 슈팅이 골문 바깥으로 빗나갔지만 상대 수비수와 경합과정에서 슈팅 타이밍을 빼앗고 슈팅의 세기도 위력이 넘쳤습니다. 그러면서 맨유의 공격 분위기가 박지성의 슈팅 한 방에 의해 다시 불을 뿜으면서 공격에 전념했습니다.

박지성은 후반 14분과 16분 문전 왼쪽에서 공을 잡으며 팀 공격의 활기를 띄우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18분에는 돌파 과정에서 상대를 제치는데 실패했지만 미드필더진에서 침체된 모습을 보인 안데르손-깁슨-오베르탕보다는 과감함이 돋보였던 장면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특유의 종횡무진 활약이 후반 중반에 빛을 발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22분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 오언과 교체 되면서 이날 경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체가 불가피했던 것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교체는 무릎 부상이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아쉽습니다. 왼쪽에서 팀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올렸기 때문이죠. 상대 수비진에 완전히 제압당한 오베르탕보다는 박지성의 공격력이 더 경쾌하고 활력이 넘쳤기 때문이죠.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박지성이 왼쪽을 확실하게 휘저었기 때문에 다른 선수(웰백)가 대체하고 골잡이(오언)를 투입하여 승부수를 띄우는게 더 낫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을 대신하여 왼쪽을 맡은 웰백의 기동력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자 맨유의 공격 분위기가 가라앉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오언도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팀의 동점골을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이 끝까지 경기에 뛰었다면 맨유의 경기 막판 분위기 및 결과는 좋았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무릎이 좋지 않은 박지성을 무리하게 출전시키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 더 나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의 선택보다는 동료 선수들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이 복귀전에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준 것은 앞으로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리듬을 탔습니다. 역습 시도보다 패스 플레이에 집중하고 동료 선수들과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노력했던 경기력은 맨유의 점유율 축구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실력으로 보여줬습니다. 베식타스전은 2개월 동안 경기에 뛰지 않았던 박지성에게 공격력에 대한 자신감 성취의 무대가 됐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베식타스전을 기점으로 산소탱크의 저력을 발휘하며 올 시즌 성공을 향한 질주를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