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4연속 0골' 이동국, 비디치를 넘어라

 

'사자왕' 이동국(30, 전북)이 18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리는 세르비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 사냥에 나섭니다. 세르비아전은 한국 대표팀의 2009년 마지막 A매치이기 때문에 승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설 이동국이 허정무호의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이동국은 올 시즌 K리그의 정규리그 27경기서 20골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던 선수입니다. 여기에 전북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면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에서는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8월 12일 파라과이전 부터 지난 15일 덴마크전까지 K리그 득점 1위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A매치 4경기 무득점으로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튼튼하지 못했고 이번 세르비아전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대표팀 생존 경쟁에서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기 내용이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네 경기에서 골을 넣기 위해 박스 안에 머물기보다는 활동반경을 측면과 2선으로 넓히면서 팀 플레이에 치중했기 때문이죠. 박주영과 후방 옵션들에게 볼 배급을 하거나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이타적인 역량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근호와 호흡을 맞췄던 지난 덴마크전에서는 상대팀 선수 뒷 공간을 파고드는 미드필더진의 전진 패스를 이어받아 공격을 전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최전방에서의 이타적인 역할은 이동국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동국이 전북에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루이스-에닝요-최태욱-브라질리아의 지원 사격을 받아 골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다른 역할을 맡으면서 궃은 역할을 소화했고 팀 공격은 파라과이전과 호주전에서 골을 넣은 박주영에게 많은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공격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골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기 내용이 무난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쟁쟁한 경쟁 자원들에 밀리는 것이 공격수의 숙명이기 때문이죠.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의 적극성을 아쉬워하는 것도 이 때문 입니다. 팀 플레이에 치중하면서도 때로는 상대 골문을 겨냥하는슈팅을 날리는 과감함을 이동국이 세르비아전에서 보여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동국은 세르비아전에서 박지성의 동료이자 세계 최고의 수비수인 네마냐 비디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매치업 합니다. 비디치는 육중한 체격(188cm, 84kg)을 이용한 몸싸움과 공중볼 장악능력, 패스 차단 및 공중 장악 등 파이터형 센터백으로서 흠잡을 것이 없는 수비수입니다. 지난해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경기력 부진으로 방출을 경험했던 이동국에게는 비디치와의 대결을 통해 세르비아전 골 사냥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비디치와 상대할 이동국은 프리미어리그 시절 상대 수비의 압박을 벗겨낼 수 있는 기교 및 돌파력에서 약점을 나타냈습니다. 최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을 빼앗기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 언론으로부터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공격수'라는 혹평을 받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채 지난해 5월 미들즈브러에서 방출 되었습니다. 그 여파는 슬럼프로 이어져 지난해 12월 성남에서도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잉글랜드는 이동국에게 실패라는 상처를 안긴 땅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곳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로서 세르비아전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맡게 됐습니다. 자신과 정면 대결을 펼칠 상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비디치이기 때문에 더욱 힘을 내야 합니다. 만약 세르비아전에서 비디치를 농락하고 한국의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으면 1골 이상의 가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시련과 좌절을 겪었던 순간을 훌훌 털 수 있기 때문이죠.

이동국은 지난 덴마크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고 싶다. 잘하다보면 골을 넣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경기에서 골을 넣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비록 덴마크전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세르비아전에서는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골을 노리게 됐습니다. 세르비아전에서 골을 넣어야 대표팀에서의 불안한 입지를 바꿀 수 있고 남아공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 포함 및 경기에 뛸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동국에게 있어 덴마크전은 대표팀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한 중대의 기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르비아전에서 부진하면 향후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허정무호 초기에 전력의 중심으로 주름잡았던 김남일은 지난해 9월 10일 북한전에서 페널티킥 허용 및 경기력 부진으로 1년 간 대표팀에 없었던 전례를 이동국이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동국은 덴마크전에서 단단히 마음 먹어야 합니다. 허정무호 합류 이후 4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만큼 이제는 자신의 경기력을 화려하게 빛낼 수 있는 임펙트가 필요한 시점에 왔습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거침없는 골 감각을 과시했던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공격수의 기본'인 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해낼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