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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오베르탕의 상승세, 나니에게 위기다

 

프랑스 출신의 윙어 가브리엘 오베르탕(20)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자리를 잡을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베르탕은 지난 시즌 프랑스리그 보르도에서 주전 경쟁에 밀리더니 시즌 도중에는 로리앙으로 임대되어 15경기 1골을 기록했던 선수입니다. 그래서 올해 여름 300만 파운드(약 60억원)의 이적료로 맨유에 입성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그가 스쿼드 플레이어 또는 리저브 멤버로 활약할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오베르탕을 영입한 것은 실력이 아닌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난 7월 8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베르탕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계속 눈여겨 봤다. 그를 영입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 처럼 오베르탕은 예사롭지 않은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축구의 자랑인 클레어퐁텐 유소년 아케데미 출신으로서 세밀한 기술과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단련된 그의 경기력은 맨유에서 꽃피울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베르탕은 등부상에서 복귀한 최근 4경기 연속 출전하여 자신의 특출난 기량을 알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반슬리와의 칼링컵 4라운드에서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여 패스를 활용한 콤비 플레이로 동료 공격 옵션들의 침투를 도왔습니다. 돌파 과정에서 무리한 개인기를 지양하고 동료 선수가 공을 받아낼 수 있는 공간쪽으로 패스를 밀어주며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죠. 활동 패턴도 직선과 곡선 방향을 골고루 섞으며 상대 수비의 기세를 흔들었습니다.

 

그런 오베르탕은 지난 1일 블랙번전에서는 루이스 나니를 대신에 후반 18분에 교체 투입되었습니다. 골 결정력과 볼 트래핑이 아쉬웠지만 공을 잡은 상황에서의 몸놀림은 제법 날카로웠습니다. 그러더니 4일 CSKA 모스크바전과 9일 첼시전에서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되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습니다. 4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은 것은 퍼거슨 감독이 오베르탕의 공격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오베르탕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베르탕의 첼시전 활약상은 힘이 넘쳤습니다. 비록 후반 39분에 교체 투입되어 경기를 뛸 수 있는 시간이 짧았지만, 팀의 동점골을 위해 왼쪽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여 상대 수비수를 제쳤고 자신의 영역에서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만약 교체 투입 시간이 빨랐다면 전반전 오버페이스로 후반전에 활력이 떨어졌던 맨유의 공격에 적지 않은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오베르탕의 감각적인 경기 운영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물론 오베르탕은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짧은 이적생이기 때문에 긱스-발렌시아 같은 맨유의 주전 윙어들보다 기량의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잉글랜드 무대를 갓 경험한 이적생 치고는 공격 상황에서의 동작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습니다. 앞으로 경기 출전 횟수가 많아지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져진 경험과 자신감에 힘을 얻으며 기량 업그레이드에 성공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여기에 득점력까지 갖춘다면 파괴적인 윙어로 거듭날 가능성이 큽니다.

 

오베르탕의 등장은 맨유의 올 시즌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맨유의 문제점은 상대의 거센 압박을 뚫을 수 있는 파괴적인 드리블러의 부재입니다. 나니는 공을 몰고 다니는데 초점을 맞출뿐 상대 수비를 제칠 수 있는 과감함과 공격 연결 동작의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발렌시아는 아스날-리버풀-첼시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모두 부진한 것 처럼, 자신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베르탕이 경기 경험을 꾸준히 쌓으며 기량의 날카로움을 키우면 나니-발렌시아에 범접하거나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파괴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베르탕의 상승세는 맨유에서 정체를 거듭중인 나니에게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 축구 사이트인 <ESPN 사커넷>이 10일 "지난 여름 맨유와 3백만 파운드에 계약한 오베르탕이 나니보다 효용성이 있다"고 보도한 것 처럼, 나니의 입지는 오베르탕의 등장으로 좁아졌습니다. 지난 첼시전에서 오베르탕에게 밀려 18인 엔트리에 제외 되었기 때문이죠. 시즌 초반에 주전으로 꾸준히 모습을 내밀었던 나니의 첼시전 18인 엔트리 제외는, 퍼거슨 감독이 나니보다 오베르탕이 조커로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나니의 입지 축소는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0일 맨시티전 이후 맨유가 치른 14경기에서 5경기에 결장했고 풀타임 출전은 3경기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5경기에서는 풀타임으로 뛴 경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첼시전에서는 18인 엔트리에 이름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지난 8월 9일 첼시전 선제 중거리포, 8월 22일 위건전 프리킥 골로 임펙트를 심었을 뿐 그 이후의 활약상이 지난 시즌처럼 기복이 심했습니다.

 

그런 나니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8월 22일 위건전부터 지난 3일 CSKA 모스크바전까지 70여일 동안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공격 포인트를 주무기로 삼는 선수치고는 실망스러운 활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공격시의 효율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풀타임으로 뛸때 약 11km의 이동거리를 기록해 맨유 선수 중 많은 활동량을 기록했지만 패스 정확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지난 9월 16일 베식타스전 52%, 26일 스토크 시티전은 후반 10분 교체 전까지 64.3%, 지난 4일 선더랜드전 48%에 그쳐 절반도 못채웠습니다.

 

이러한 나니의 활약상은 여전히 실력이 성장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여전히 정체중이거나 지난 시즌보다 퇴보했습니다. 긱스의 체력 문제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경기 출전 빈도가 높아졌지만 그라운드에서의 경기력은 예전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이것은 2년 전 자신을 1400만 파운드(약 280억원)의 거금에 영입했던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상입니다.

 

그래서 나니는 지난 9월말을 기점으로 긱스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이제는 오베르탕과 출전 시간을 다투어야 하는 신세로 몰리고 있습니다. 만약 오베르탕이 맨유 전력에서 완전히 자리잡으면 한때 방출설에 시달렸던 나니의 맨유 커리어는 종지부를 찍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