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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부상 복귀' 박지성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 25일 리버풀전 이전까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왼발의 마법사' 라이언 긱스(36)의 왼쪽 윙어 전환 이었습니다.

긱스는 자신의 전성기 포지션이었던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킥과 패싱력으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특히 지난달 12일 토트넘전부터 30일 볼프스부르크전까지 4경기에서 2골 6도움을 기록해 맨유의 승승장구를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긱스의 활약은 나니와 박지성의 부진으로 측면 경기력 약화에 시달리던 맨유에게 희망이 됐습니다.

하지만 긱스의 왼쪽 윙어 포진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미 맨유의 공식 매거진 < 인사이드 맨유 > 한국판 11월호를 통해 "시즌 초반 긱스의 체력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측면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시즌 진행에 따라 다시 중앙으로 옮겨갈 예정"이라며 긱스를 다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것이라고 예고한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긱스가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이유는 체력 문제 때문입니다. 측면 옵션들은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이 요구되기 때문에 중앙에서 뛰는 것보다 체력 소모가 심합니다. 36세 긱스가 앞으로 꾸준히 측면에서 뛰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난 시즌에 자신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긱스의 올 시즌 측면 배치는 나니-박지성 부진을 커버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 이었습니다. 나니는 비효율적인 움직임과 부정확한 패싱력으로 팀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긱스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박지성은 불안한 퍼스트 터치와 볼 키핑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나니-박지성에게 기회를 주기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에 긱스 카드를 활용했고 결과는 성공적 이었습니다.

하지만 긱스를 시즌 끝까지 왼쪽 윙어로 기용할 수는 없습니다. 긱스는 나니와 함께 1주일에 한 경기를 치르는 로테이션 형태로 선발 출전중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긱스의 중앙 배치는 맨유 왼쪽 경쟁구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왼쪽 윙어는 나니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가면서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재배치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나니가 여전히 기복이 심한 공격력을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긱스 중앙 배치의 최대 수혜자는 박지성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긱스가 중앙으로 전환하면서 꾸준한 출전을 거듭하며 맨유의 주전 선수 반열에 올랐고 경기력도 2007/08시즌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니가 기복이 심한 선수임을 상기하면 매 경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던 박지성에게 믿음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박지성이 올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지만 맨유 5년차 선수로서 충분한 저력이 있기 때문에 시즌 중반에 자신의 입지를 뒤바꿀 수 있는 능력은 충만합니다.

물론 박지성이 최근 경미한 무릎 부상을 입은 것을 비롯 연이은 결장을 거듭했던 것은 나니와의 경쟁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나니가 특출난 공격 재능을 가진 윙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맨유 입장에서 박지성의 장기간 슬럼프는 손해입니다. 그동안 맨유의 주축 선수로서 묵묵히 제 몫을 다했기 때문에 그의 침체된 행보가 반갑지 않은것은 분명합니다. 더욱이 나니가 팀 전력에 확실한 믿음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분발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제는 긱스의 중앙 배치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박지성의 폼이 반드시 올라와야하며,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노리는 맨유 입장에서도 박지성의 부활을 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에게는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알맞습니다. 오른쪽에서 전방 커버능력이 낮은 존 오셰이와 호흡을 맞추는 것보다는 넓은 활동폭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왼쪽 풀백 파트리스 에브라와 발을 맞출때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에는 오른쪽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장점을 살릴 기회가 적었지만 에브라와 호흡하는 왼쪽이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맨유에서 왼쪽에서 활약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더 익숙합니다.

또한 박지성은 공격력이 나빴던 선수가 아닙니다. 공격력이 좋지 않은 선수였다면 2004/05시즌 PSV 에인트호벤과 지금의 허정무호에서 팀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로 자리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맨유에서 올 시즌 초반 공격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지공 형태의 공격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팀의 전술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호날두-루니-테베즈와 더불어 역습 공격의 실마리를 풀었던 선수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그것도 조세 무리뉴 인터 밀란 감독이 칭찬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박지성에게는 맨유의 새로운 공격 전술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박지성의 현재 행보가 부진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이 있으며 맨유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을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런 박지성은 최근 부상에서 복귀하여 팀 훈련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긱스의 중앙 배치를 틈타 맨유의 믿음직한 공격 옵션으로 비상을 꿈꿀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