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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시대보다 더 강렬할 '이청용 시대'

 

'블루 드래곤' 이청용(21, 볼튼)은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전에서 한국의 두 골 과정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전반 42분 문전 침투 과정에서 오른발 대각선 패스로 기성용의 선제골을 견인했고 후반 36분에는 전진패스로 오범석의 추가골을 도왔습니다. 이러한 이청용의 도우미 본능은 한국의 2-0 완승의 발판이 됐습니다.

이청용의 진가는 세네갈전에서만 빛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호주전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해 팀의 3-1 승리를 이끈 것을 비롯 허정무호 출범 이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도움을 올렸습니다. 또한 부지런한 움직임과 군더더기 없는 볼 키핑력, 그리고 감각적인 기교로 오른쪽 측면에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이청용의 활약은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보물같은 존재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의 공격은 철저히 박지성 중심 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네갈과의 전반전에서는 박지성보다는 이청용쪽에서 많은 공격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른쪽 풀백 차두리가 이청용의 뒷 공간을 부지런히 커버했던 효과속에서, 이청용이 그 기회를 잘 살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동료 선수에게 부지런히 패스 연결하고 상대 수비에 틈이 열릴 때 마다 전방으로 빠르게 파고들며 한국의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이제 대표팀은 이청용의 개인 기량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전술적인 힘을 얻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청용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에 진출하면서 경기 감각을 쌓은 것이 기량 업그레이드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허정무호의 공격력이 향상되는 결과로 직결 되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공수 전환에 적응하면서 전방으로 파고드는 스피드가 이전보다 빨라졌고 이제는 중앙 공간까지 적극적으로 모습을 내밀면서 상대 수비진을 맘껏 괴롭힐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청용의 약점은 몸싸움 입니다. 하지만 세네갈전에서는 파워넘치고 체격 좋은 상대 수비진의 견제 속에서도 힘보다는 '기교'로 전방 공간을 파고들며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는데 힘을 썼습니다. 이러한 경기 운영은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거친 수비에 적응하면서 상대 수비진을 간파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타이밍을 제대로 읽었기에 가능 했습니다. 앞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수비에 꾸준히 단련되면 지금보다 파괴적인 윙어로 거듭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FC서울 시절보다 공격 상황에서의 침착성이 빛났습니다. 특히 지난달 26일 버밍엄 시티전 데뷔골과 지난 3일 토트넘전 도움 장면은 문전 안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기 위한 침착성이 돋보였던 장면입니다. 그리고 세네갈전에서는 동료 선수와 밸런스를 맞추면서 패스 또는 드리블 돌파, 슈팅해야 하는 타이밍을 잘 맞추며 팀의 오른쪽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져진 경기 운영이 K리그에 있을때보다 향상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청용의 올해 나이가 21세라는 것입니다. 21세는 출중한 잠재력을 쌓을 수 있는 시기이자 새로운 축구 스타일을 빠르게 흡수하여 자신의 장점으로 키우기 쉬운 시점입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20대 중반에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했다면 이청용은 일찌감치 빅 리그에서 자신의 성공 신화를 열기 위한 발판을 마련 중입니다.

물론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데뷔골 작렬, 주전 도약 성공에 했다는 것은 새로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쌓기에 충분합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21세의 어린 선수에게는 자신감의 효과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이청용이 향후 볼튼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자 정신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볼튼은 이청용의 공격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볼튼은 전형적인 킥 앤드 러시 스타일의 공격을 구사하는 팀으로서 창의적인 패스보다는 롱패스를 일관하며 공격 패턴이 단조로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팀 공격도 중앙의 케빈 데이비스, 왼쪽의 메튜 테일러에 의존하는 모양새가 강했습니다. 반면 이청용은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넓은 시야를 활용한 패스를 통해 공격의 다채로움을 안기는 곡선적인 성향의 선수로서 볼튼 공격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리 맥슨 감독이 이청용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맥슨 감독은 지난 버밍엄 시티전 종료 후 "이청용은 박지성과 다른 스타일의 선수"라고 이청용을 치켜 세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청용은 날카로운 패스와 감각적인 기교를 자랑하는 윙어라면 박지성은 부지런한 공간 창출과 악착같은 수비력을 자랑하는 윙어입니다. 이것은 이청용이 박지성과는 다른 스타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청용은 박지성처럼 골을 많이 넣는 윙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슈팅 상황에서 실수가 적을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골을 넣는 역할에 충실하면 얼마든지 골을 뽑아낼 잠재력이 있습니다. 박지성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을 상기하면 이청용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는 패싱력과 돌파력, 개인기를 자랑하는 선수여서 공격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공격력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무기임을 상기하면 이청용을 향한 관심과 시선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박지성에 이어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자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입니다. 이미 병역 면제된 상황에서 적어도 10년 동안 빅 리그에서 꾸준히 맹활약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청용 시대'가 지금의 '박지성 시대'보다 강렬할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