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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허정무호, 4-2-3-1이 기대되는 이유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14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세네갈과 맞대결을 펼칩니다.

한국과 상대할 세네갈은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0위를 기록한 팀으로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던 팀입니다. 하지만 세네갈은 엄연히 아프리카 팀이고 스피드와 파워, 탄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한국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기에 적절합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허정무호가 세네갈전에서 플랜B를 시험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플랜B가 허정무호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옷일지 모릅니다.

4-2-3-1, 4-4-2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허정무호는 지난 12일 전술 훈련에서 4-4-2와 4-2-3-1 포메이션을 번갈아 사용했습니다. 두 가지의 포메이션을 연습한 것은 실전(세네갈전)에 적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달 5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는 경기 도중 4-4-2에서 4-3-1-2로 전환했던 것 처럼 이번에는 4-2-3-1이 세네갈전의 또 다른 전술로 활용 될 예정입니다.

우선, 허정무 감독이 포메이션의 변신을 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4-4-2의 한계 때문입니다. 허정무호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4-4-2 카드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4-4-2를 그대로 밀고가기에는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어 본선 상대에게 전력을 간파 당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4-4-2와 함께 쓸 수 있는 또 다른 무기의 필요성이 불가피했고 4-3-1-2와 4-2-3-1 같은 플랜B가 등장했습니다.

허정무호 4-4-2의 단점은 3가지 입니다. 첫째는 투톱 공격수의 시너지 효과가 미비했습니다. 박주영-이근호 투톱은 활동 공간이 서로 겹치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근호의 저돌적인 공격 역량과 슈팅 기회가 박주영의 경기 장악력에 묻혔습니다. 둘째는 중원입니다. 기성용의 수비 뒷 공간을 커버해야 할 김정우의 수비 부담이 컸고, 중원에서 궃은 역할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공격적인 재능이 살아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센터백이 불안합니다. 4-4-2는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공간이 상대팀에게 뚫리기 쉬운 약점이 있습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국제 경기에서 중앙 수비 불안으로 고전했던 경험이 여럿 있었고 무결점 수비와 정확한 전진 패스, 빠른 스피드를 센터백이 없습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4-4-2의 약점을 잘 이겨냈지만 국제적인 강호와 상대하는 월드컵 본선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수비 불안은 미드필더진 장악 실패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정무호는 지난 호주전부터 플랜B를 시도 했습니다. 경기 도중 4-3-1-2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박지성을 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는 변형 전술을 구사 했습니다. 박지성은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를 달고 활발히 움직이며 중원과 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 연결 고리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4-3-1-2는 윙어 없는 전술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좌우 윙어의 빠른 기동력으로 공격을 진행하는 한국 축구와 코드가 맞지 않습니다.

이번 세네갈전에서는 4-2-3-1에 대한 시험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2일 전술 훈련에서 박주영을 원톱, 설기현-박지성-이청용을 3의 미드필더 자리, 김정우-기성용을 더블 볼란치,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로 짜인 포백을 연마했습니다. 지금까지 4-4-2를 주 전술로 썼기 때문에, 지난 호주전처럼 경기 초반에 4-4-2를 먼저 구사한 뒤에 경기 상황에 따라 4-2-3-1로 전환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을 것입니다.

4-2-3-1은 4-4-2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포메이션 입니다. 공격수 숫자가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드는 약점이 있지만 다섯 명의 미드필더가 포진함으로써 미드필더 장악이 쉬워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블 볼란치의 활동 반경이 좁혀지면서 수비 비중이 커지고 전방으로 띄우는 공격 연결이 간결하고 그 방향이 다채롭습니다. 김정우와 기성용은 국내 미드필더들 중에서 패싱력이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 연결이 매끄럽고 어떠한 강호와 맞부딪쳐도 미드필더진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진 장악은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중앙 공격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백 수비수들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영표-차두리 같은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물흐르듯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4-2-3-1에서 박지성의 위치가 중앙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성용의 발끝에서 공격이 전개되는 기존 흐름에 박지성이 중앙에서 공을 뿌려주는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중앙과 측면, 최전방쪽으로 다양한 패스 코스가 생깁니다. 허정무호는 지난 호주전에서 박지성을 4-3-1-2의 중앙에 포진 시켰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허정무 감독의 플랜B에서의 역할이 측면이 아닌 중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4-2-3-1에서 3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 수비와 중원 사이의 공간을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박지성의 공간 창출 능력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극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에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상대 문전의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박주영이 골 기회를 잡거나 또는 김정우와 기성용이 중거리슛을 날리거나 상대 문전을 파고들어 골 기회를 노리는 틈이 생깁니다.

4-2-3-1에서 원톱이 불안 요소인 것은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최근 AS모나코의 주전 원톱으로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으며 박지성-이청용과의 호흡이 잘 맞습니다. 최전방에 머물기보다는 밑선으로 빠지면서 미드필더와 공격을 연결하며 최전방에 파고드는 성향이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 쉽게 고립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몸싸움과 제공권 장악능력이 부쩍 향상 되었기 때문에 원톱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허정무호의 4-2-3-1 변신은 4-4-2의 약점 극복을 통해서 공수 양면에 걸친 여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네갈전에서 성공적인 가동을 하면 팀의 전술이 다채로워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4-2-3-1이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가장 적합한 전술로 거듭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