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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 '축구황제'와 '비호감'의 갈림길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한 가지 특이한 이력이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선수 유니폼 뒷쪽에 "Ronaldo 9'라고 새겨진 선수가 두 명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브라질 국적의 호나우두(33, 코린티안스)와 포르투갈 국적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입니다.(포르투갈 호날두는 국립 국어원 표기상 호나우두가 아닌 호날두가 맞죠.)

두 명은 비슷한 공통점을 지닌 선수들입니다. 등번호 및 유니폼 표기명이 서로 같은 것을 비롯해서 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을 주무기로 상대 골문을 노리는 골게터들입니다. 또한 혼자의 힘으로 경기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호나우두는 레알의 자랑인 갈락티코 1기에서 특출난 골 감각을 발휘했고 호날두는 갈락티코 2기의 득점기계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나우두는 '축구황제'로 명성을 떨쳤으며 호날두는 '축구천재'를 뛰어넘어 축구황제로 도약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호날두는 히카르두 카카(레알)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세계 3대 축구천재로 불리는 선수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뛰었던 2007/08시즌에 42골 넣으며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시 득점왕을 수상했으며 맨유의 더블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2008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여름 레알로 이적하면서 9400만 유로(약 1680억원)의 금액으로 세계 최고의 이적료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물론 호날두가 호나우두와 지네딘 지단 같은 축구황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습니다. 호나우두와 지단의 클래스에 비하면 아직 이룰 것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의 활약상이 중요했습니다. 스페인 리그에 대한 적응, 카카와의 공존 여부가 여론에서 불안 요소로 떠올랐지만 이를 이겨내야만 세계 최고의 이적료에 걸맞는 가치를 뽐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는 성공적입니다. 호날두는 올 시즌 레알에서 활약한 7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팀의 새로운 득점기계로 떠올랐습니다. 그것도 프리메라리가 스타일에 대한 별 다른 적응기 없이 시즌 초반부터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러한 활약상을 꾸준히 이어가며 레알에 여러차례 우승 트로피를 안기면 호나우두와 지단에 견줄만한 차세대 축구황제로 도약할 것입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한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포르투갈 대표팀입니다. 포르투갈은 지금까지 월드컵과 유로 대회 같은 메이져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본선 진출 탈락 위기에 몰렸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그리고 원톱 공격수로 뛰고있는 호날두의 커리어에 흠집을 남길 수 있습니다. 호날두는 유럽 예선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해 득점기계의 명성을 무색케 했습니다.

특히 월드컵 우승은 축구황제로 도약하는 지름길입니다. 호나우두와 지단, 그리고 그 이전 세대인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는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활약상이 있었기에 축구황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월드컵 우승은 커녕 월드컵 본선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신세에 몰렸습니다. 물론 조지 베스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같은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는 영웅들도 당대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지만, 지구촌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는 월드컵 우승을 이끈 영웅입니다. 축구황제로 불리는 선수들이 바로 그들이죠.

그럼에도 호날두에게는 축구황제로 올라설 기회가 많습니다. 올해 24세로서 적어도 10년 동안 세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에 걸맞는 활약을 오랫동안 과시하면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는 단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에게는 한 가지 이겨내기 힘든 벽이 있습니다. 바로 '비호감'입니다. 호날두는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렬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티팬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더라도 여론으로부터 축구황제로 인정받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축구팬들에게 비호감 이미지가 단단히 쌓였기 때문이죠.

호날두는 2003년 맨유에 입단하면서 축구팬들의 온갖 불평과 불만을 받았습니다.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인한 이기적인 플레이로 '댄서', '윙커'라는 조롱을 받았죠. 그리고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웨인 루니의 퇴장을 유도한 뒤 포르투갈 벤치에 윙크를 날리자 잉글랜드 축구계의 '공공의 적'으로 찍혔습니다. 그래서 호날두는 맨유 원정 경기만 되면 심한 야유와 욕설, 그리고 이물질 투척에 시달렸습니다.

또한 호날두는 다이빙의 지존으로 꼽히는 선수입니다. 프리킥 또는 페널티킥 기회를 얻기 위해 주심을 속여 과도한 몸 동작으로 반칙을 얻으려는 다이빙 동작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아스톤 빌라 수비수인 리차드 던이 지난 5월 27일 골닷컴을 통해 "호날두는 살짝만 넘어져도 덤블링을 한다"는 불만을 토로할 정도 입니다. 그리고 골을 넣은 이후에는 거만한 표정으로 두 팔을 양 옆으로 올리는 일명 '거만 세리머니'로 빈축을 샀습니다.

그리고 호날두는 문란한 사생활로 많은 팬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여성들과 교제하고 파티까지 벌였던 여성 편력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축구팬들에게 좋은 시선을 비춰지지 못했습니다. 잦은 스캔들로 늘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호감 이미지가 쌓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호날두가 호나우두로 불리지 않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호나우두라는 축구의 신은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여기에는 호날두의 비호감 이미지도 한 몫을 하면서 축구팬들을 거북하게 했습니다. 호날두가 호나우두 같은 축구황제로 도약하려면 월드컵 우승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비호감 이미지를 걷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축구 선수는 오직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을 호날두가 명심해야 합니다.

어쩌면 호날두의 프리메라리가 진출은 현명한 선택이었을지 모릅니다. 잉글랜드에서 스페인으로 둥지를 틀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진정한 축구황제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에 물꼬를 텄기 때문이죠. 잉글랜드에서 오랫동안 No.1에 머물기 보다는 잉글랜드에 이어 스페인까지 정복하는 것이 선수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실력이 받춰주지 못하면 비호감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축구황제와 비호감의 갈림길에 있는 호날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