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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마이클 오언에게서 솔샤르 향기가 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여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즈(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를 잃으면서 공격력이 약해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웨인 루니가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분전하고 있으나 루니 이외에는 믿을만한 득점원이 없고, 빠른 역습과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던 팀 공격도 이제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공백은 확실하게 메꾸었습니다. 2007년 여름 맨유에서 은퇴한 '슈퍼서브' 올레 군나르 솔샤르(현 맨유 리저브 감독)의 향기가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30)에게서 물씬 풍기는 것입니다. 오언은 올 시즌 맨유의 교체 멤버로서 상대 수비진에 위협을 주는 '결정적 한 방'을 노리고 골까지 넣으며 맨유의 새로운 슈퍼서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오언의 경기력은 솔샤르의 현역시절 활약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언은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6경기 중에 5경기에서 조커로 출전 했습니다. 후반 18분에 2번, 후반 26분에 1번, 후반 29분에 2번을 조커로 출전하여 맨유가 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반면 지난달 20일 번리전에서는 선발로 투입되었지만 이렇다할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후반 18분에 교체 되었습니다. 선발보다는 조커로서 가치가 크다는 것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판단입니다.

명장의 판단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오언은 지난달 16일 버밍엄 시티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문전으로 치고드는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골키퍼와 1-1 상황을 연출하며 골을 노리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22일 위건전에서는 아크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와 공간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루이스 나니의 전진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돌진한 뒤 왼발로 상대 골문을 흔들며 자신의 맨유 이적 후 첫 골과 동시에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지역 라이벌 맨시티전에서는 맨유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감케하는 결정적 한 방을 과시하여 팀의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오언을 후반 29분에 투입했던 맨유는 추가시간이 4분 지난 뒤 크레이그 벨라미의 한 방에 무너져 3-3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이대로라면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겠지만 누군가 팀 승리를 위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공격에서 제 몫을 다하며 끝까지 골을 노렸습니다. 바로 오언이었습니다.

오언은 3-3 동점으로 방심하던 상대 수비의 빈 틈을 틈타 왼쪽 공간을 확보한 뒤, 후방에 포진했던 라이언 긱스의 킬패스를 받아 상대 골문 오른쪽을 노리는 골을 터뜨렸습니다. 오언의 한 방에 맨유는 4-3 승리를 거두며 지역 라이벌전에서 힘겹게 승리했습니다. 여론에서는 인저리 타임이 길었던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 되었지만(BBC, 스카이스포츠는 인저리 타임이 이상없다고 밝혔죠.) 그 논란 여부를 떠나 오언의 골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주목을 끌었습니다.

사실, 오언의 이름값만을 놓고보면 조커보다는 선발에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한때 리버풀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로 뛰었고 2001년에는 잉글랜드 선수 최초로 발롱도르까지 수상했기 때문에 맨유에서도 선발이 제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언은 지난 2004년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라울-호나우두'에 밀려 벤치워머로 전락하더니 1년 뒤 뉴캐슬 이적 이후에는 4시즌 동안 무려 14번의 부상을 당하며 예전의 실력을 잃어가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뉴캐슬의 주장으로서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습니다.

오언의 경기력은 예전같지 않습니다. 문전으로 치고드는 스피드가 예전보다 느려졌고 유연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의 힘을 빼놓는 위력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한 방을 과시하는 해결사 본능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솔샤르가 현역 시절 교체선수로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끈 것과 동시에 '슈퍼 서브'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것 처럼 이제는 그 활약상을 오언이 그대로 빼닮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솔샤르도 오언처럼 부상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선수 시절 내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힘든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죠. 2007년 6월에는 노르웨이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무릎 이상으로 수술을 받더니 끝내 회복 불가 판정을 받아 은퇴할 정도로 몸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발이 아닌 교체 선수로서 자신의 화려한 가치를 뽐냈던 겁니다. 유리몸 이력이 있는 오언도 마찬가지죠. 선발보다는 조커로서 꾸준히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오언은 올해 여름 맨유에 입단하여 팀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을 받았습니다. 7번은 팀내에서 가장 월등한 실력을 뽐내던 선수들의 전유물입니다. 바비 찰튼, 조지 베스트, 스티브 코펠,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맨유 에이스로 맹위를 떨쳤던 호날두가 그 주인공이었고 이제는 오언이 7번 신화를 쓸 차례가 됐습니다.

그런 오언이 역대 맨유의 7번 선수처럼 팀 전력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과시할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슈퍼서브'로서의 오언이라면 새로운 가치를 쓸 수 있습니다. 솔샤르처럼 경기 막판에 팀 승리를 결정짓는 한 방을 꾸준히 과시하면 제2의 전성기를 쓰는 것과 동시에 역대 맨유 7번 선수와 차원이 다른 성공 신화를 창조할 것입니다. 비록 실력이 예전같지 않으나 강력한 한 방을 앞세운 오언의 슈퍼서브 능력은 호날두-테베즈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맨유 공격의 새로운 무기로 꽃 피우고 있습니다.